1 개요
최근 기갑차량들의 고기동성 저중량화에 시대에 각광받고 있는 저압/저반동의 포를 설명한다.
총기로 치면 해비배럴, 매그넘, +P+ 류의 고압, 고중량 화기에 대척점에 있는 무기다.
저반동포는 엄밀히 말해서는 위에 언급한 저압포(저압력포)와는 전혀 다른 물건이다. 하지만 개발 동기가 저압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고, 명칭도 혼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에 수록한다.
저압포의 경우에는 이미 대체제인 저반동포가 등장했기 때문에 새롭게 개발되는 경우는 전혀 없고 각국의 군대에서 거의 도태되었다.
그러나 저반동포는 구식 전차나 장갑차의 주포 환장용으로 사용되며, 차기 전차포 개발에 도움을 주면서 서로 피드백을 받아서 현용 화약식 전차포가 존재하는 한 같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저압포
파일:BMP3-firing-003.jpg
2A70 100mm저압포를 발사중인 BMP-3
동급의 대포보다 장약을 덜 투입해서 포신에 압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걸리는 대포를 말한다. 정식 명칭은 저압력포. 이런 포는 의외로 역사속에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는데, 재질과 기술능력 저하로 인해 정량의 장약을 넣으면 폭발하므로 소량만 집어넣어야 하는 일반적인 실패작부터 구경을 늘리고 장약을 줄여서 무거운 포탄이 느리게 날아가도록 해서 오히려 명중시 파편양을 늘릴 목적으로 일부러 만든 카로네이드 포가 있는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런 것은 기관총이나 소총에도 있는데, 약장탄을 쓰면 저압포 종류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현용 대전차포인 105mm M68 전차포나 120mm M256 전차포와 비슷한 구경을 가지면서도 포신 압력이 낮은 포를 총칭한다.
2.1 상세
현대적인 의미의 저압포의 등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대전차포인 17파운더를 영국제 전차에 장착하려는 시도에서부터 탄생했다. 이런 시도끝에 미국제 전차 베이스로는 M4 셔먼을 이용한 파이어플라이, M10 울버린을 이용한 아킬레스가 17파운더를 성공적으로 장착해서 운용한 데 반해, 영국제 전차인 크롬웰을 이용한 챌린저는 대두포탑으로 인한 불안정한 무게중심에 잔고장이 많은 문제점까지 겹쳐서 도저히 전장에서 써먹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종전 직전에 센추리온 전차에 성공적으로 17파운더를 장착하지만, 영국군이 보기에는 순항전차로 써먹기에는 약간 느린데다가 양산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서 최후의 순항전차라고 볼 수 있는 코멧 전차에 17파운더를 장착했는데, 강력한 위력때문에 원래 그대로는 장착시 포탑과 차체가 반동을 흡수하기 어렵고, 협소한 포탑내에 부착하기도 힘들어서 구경장을 줄이고 포탄의 장약도 약간 줄인 77mm HV 전차포를 새로 개발해서 장착한 것이다. 이것이 최초의 대량생산된 저압포의 시작이다.
한편, 독일은 소련의 전차가 점차 중장갑화됨에 따라 대전차포의 크기를 늘려야 했다. 하지만 인력으로 운용할 수 있는 무게의 한계에 달했던 PaK 38은 전면에서 T-34를 상대하는 데 무리가 따랐고, 뒤이어 등장한 PaK 40은 위력은 만족스러웠지만 1톤이 훌쩍 넘어가는 중량 때문에 운용 면에서 매우 불편했다. 따라서 1943년쯤 유효사거리 내에서 PaK 40과 관통력이 동등하면서도 가벼운 대전차포에 대한 공모가 시작되었다. 라인메탈-보르지히는 대전차고폭탄이 탄속과 거리에 관계 없이 관통력을 유지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8cm 대전차고폭탄[1]을 비교적 저속으로 발사하고, 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만큼 부품을 소형화/경량화시킨 8cm PAW 600을 개발한다. PAW 600의 중량은 PaK 38보다도 가벼운 640kg였기에 시험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하필이면 연합군에게 신나게 폭격을 두드려맞던 시기였기에 제대로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한 채 종전을 맞고 만다. 250문이 생산되어 81문이 전선으로 인도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전을 겪은 기록은 없다. 종전 후 해당 포의 화약 추진 방식[2]은 M79와 M203, GP-25 유탄발사기에 적용된다.
저압포의 본격적인 등장은 2차대전이 끝난 후부터다. 2차대전 기간중에 대전차포와 전차포의 발달은 엄청난 속도였으므로 개전 초반의 37mm급 대전차포는 유탄발사기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해버렸고, 전쟁 말기에 이르면 중전차가 88mm 대공포와 122mm 야포를 전차포로 사용할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그런데는 전차의 경우에도 앞서 언급했듯이 차체와 포탑문제로 인해 이런 대구경포를 장착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장갑차의 경우에는 아예 차체 자체가 이런 고위력포를 장착하면 발사시 차체가 뒤집어지거나 뜯어질 정도까지 돼서 오버헤드건 방식으로 달 수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긴급시 적 전차를 1-2대 만나도 빠르게 선제사격해서 전투불능으로 만든 다음 빠르게 이탈해야 하는 위력정찰을 하거나, 공수부대처럼 얼마 안되는 병력과 장비를 가지고 적의 주력부대를 막으면서 구원군을 기다려야 하는 임무에 장갑차를 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문제가 심각했다. 즉 적은 아군을 막기 위해 전차를 수시로 동원이 가능한데 반해 아군의 경우 경전차라도 이를 공수하거나 쉽게 험악한 곳에 수송하기 힘들어서 결국 장갑차와 보병이 잠시동안이라도 방어를 해야 하는데, 여기서 장갑차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를 위해 보병도 대전차병이 대전차미사일이나 바주카, RPG-7같은 대전차무기를 보유하며, 지프같은 차량에 무반동총을 장착해서 적 전차를 상대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기관총을 막을 수 없는 장갑이 없는 보병이나 일반 차량은 매복하거나 위험한 돌격을 통한 근접을 해야 적 전차를 상대할 수 있으므로 보통은 양패구상, 이겨도 희생이 큰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전차미사일의 경우 1발당 가격문제로 인해 벙커와 같은 특화점마다 날려주기에는 비싸고 위력문제도 있으며, 나머지 무기들도 사정거리 문제로 어느 정도 근접해야 한다. 덤으로 무반동총의 경우 발사시 후폭풍 문제 때문에 장갑차에 부착하더라도 오버헤드건 방식으로 부착해야 하며, 발사후 재장전도 승무원이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와서 장전해야 하는 등의 번거롭고 위험한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어서 장갑차에 부착한 의미가 크게 떨어진다. 이는 M50 온토스 자주무반동포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장갑차중 일부가 경전차처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으며, 이를 위해 전차포를 포탑에 장착하게 되지만, 그대로는 강력한 반동으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약화버전을 만든 것이 현재의 저압포다. 물론 장갑차 뿐 아니라 구식 전차의 화포를 업그레이드 할 때도 기존 화포를 달기 어려울 때 사용했다. 일반적으로는 주로 프랑스군에서 만든 장갑차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2.2 특징
일단 아래와 같은 장점을 가진다.
- 위력이 약해졌지만 전차포이므로 속사와 지속사격능력이 뛰어나며, 장갑차와 구식 전차는 쉽게 잡을 수 있다. 물론 벙커 같은 것도 사격해서 격파가 가능하다.
- 보병용 대전차화기와는 달리 매복 뿐 아니라 급속 돌격후 이탈같은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만 보기에는 단점이 너무 많다.
- 위력이 약하다. 현용 전차포도 위력부족으로 퇴출되는 일이 많은데, 그보다도 위력이 약하다면 현용 전차를 정면에서 상대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라서 존재 의미가 떨어진다. 물론 대전차고폭탄이나 포발사 미사일을 쓰면 되지만, 현재는 복합장갑, 반응장갑, 슬랫아머가 나와서 위력이 격감하므로 존재 의미가 더 흐릿해진다.
- 철갑탄 계열 탄약 호환이 안된다. 저압포에 일반포용 포탄을 장전하고 쏘면 포신이 파열되거나 폐쇄기가 날아가서 포탑이 폭발하거나, 운이 좋아서 포탄이 정상적으로 발사되도 포신은 만신창이에 포탄의 궤도도 엉망이라 적중하지 않는다. 따라서 특별하게 위력이 약한 탄약을 생산해야 한다.
- 운동에너지형 대장갑탄종이 제한된다. 앞서 말한 위력저하문제 및 포신이 압력을 잘 버티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현용 철갑탄인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사용을 못한다. 따라서 오로지 대전차고폭탄과 일반 고폭탄만 사용해야 한다. 물론 저압포용 철갑탄이 있지만 이건 전차를 상대할 목적이 아니라 벙커같은 물건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목적으로 쓰는 것이라 대전차용으로 쓰기 어렵다. 1980년대 이후에는 저압포용 날탄도 개발되고 있고 대표적인 예가 MECAR SA가 내놓은 90mm Cockerill 저압포용 M625 날탄이 있지만 여전히 위력은 동일한 구경의 날탄보다는 약하다. 다만 T-62, M48 같은 2세대 전차류의 구식 전차의 전면 장갑은 관통할수 있다. 따라서 21세기인 현재 시점으로는 본격적인 대전차용으로는 쓰기 어려운 화포라고 보면 된다. 특히 현용 3세대 주력 전차는 복합장갑을 포함한 중장갑을 자랑하기 때문에 저압포로 이런 종류의 전차를 정면으로 상대하려면 애로사항이 꽃핀다.
3 저반동포
저압포(저압력포)와의 보다 명확한 구분을 위해서 고압저반동포 또는 고압력저반동포 등의 명칭으로도 불리는 포로서[3], 저압포와는 달리 포탄의 운동에너지를 축소하지 않고 반동만 줄인 포다.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신소재를 이용해서 대포를 경량화하면서도 포신의 내압력성을 늘려서 현용 전차포와 동등한 운동에너지탄을 발사할 수 있고, 주퇴동작을 크고 길게하는 연식주퇴, 반동흡수 물질을 완충장치에 추가하는 등의 신기술로 포탄의 반동에 따른 최대 충격력을 줄인 대포를 말하는 것이다.
일단 최고급 기술과 최고급 재료가 들어가고, 경우에 따라서는 포탄도 개량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21세기가 된 지금도 선진국의 몇몇 업체에서만 제조되고 있다. 또 연식주퇴 등의 기술도 한계가 있어서 반동을 줄일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3.1 특징
우선 저압포에 비해 아래와 같은 장점을 가진다.
- 현용 전차포와 동등한 성능을 가진다. 따라서 실력만 좋다면 적 전차를 선제사격해서 쓰러뜨리는 것도 꿈이 아니다. 그러므로 장갑차의 입장에서는 저압포에서는 불가능한, 전차와 동등한 공격력 확보가 가능해진다.
- 현용 전차포의 포탄을 그대로 사용한다. 보급면에서도 유리하고 탄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 반동이 줄어든 만큼 초탄 사격 후 차탄 조준보정이 쉽고 명중율이 올라간다. 때문에 XM360시리즈 처럼 일반 전차가 사용하는걸 상정하고 저반동포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아래와 같은 한계점이 있다.
- 반동에 의한 탑재 차량의 피로 누적이 장기적으로 차량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저반동포가 주로 탑재되는 차량은 장륜 장갑차나 공수전차 같은 20톤급 경장갑 차량이다. 이런 차량에서 체급 자체가 다른 주력 전차와 같은 위력의 포를 사용하는 만큼, 아무리 저반동포라 해도 차체나 현가장치에 무리가 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생긴다.
- 통상보다 강화된 탄약을 사용하기 힘들다. 현용 전차포의 경우 장약이나 기타 요소를 강화한 강장탄을 사용해도 한번에 1-2발 쏘는 것으로는 보통 별 문제가 없으며,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전차포 개발 당시보다 위력이 강해진 포탄을 도입해도 이를 아무런 개조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설계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저반동포의 경우에는 온갖 기술을 동원해서 간신히 현용 전차포용 포탄을 위력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거라, 강장탄이나 추후에 도입될 강력한 탄을 사용할 경우에는 성능이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공산이 크다.
- 기존 포보다 발사속도가 느리다. 물론 자동장전장치를 사용해도 빨라야 장전 후 쏘는데 2초 이상 걸리는 전차포에는 해당이 없지만 대형 기관포에 와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저반동포는 보통 각종 완충장치를 추가하고 주퇴 동작을 길게하여 반동을 줄이는데, 이 과정에서 발사속도가 필연적으로 느려질 수 밖에 없다. 기관총류의 발사속도를 느리게 하기 위해 노리쇠를 무겁게 하는걸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