末世
1 개요
그야말로 세상의 마지막. 일종의 종교 관련 단어이나,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단어, 라그나로크 등도 이러한 단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슬람이나 기독교에서는 이러한 말세를 많이 강조한다. 교리적 장치로 말세가 표현되어 있을 뿐더러 이것을 주로 지금의 세상이 끝나는 것을 의미할 때 쓴다. 로마 제국때도, 10세기 말에도, 19세기 말에도, 20세기 말에도 종말론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떡밥이었다..(특히 20세기 말의 휴거드립이나 밀레니엄 소동이 유명하다) 요즘도 유행하는 떡밥이다. 2012년 참조. 사실 2000년 이상 계속된 끈질긴 떡밥이며, 실제 종말이 오기 전까지 아마 계속 유효할 떡밥이다. 말세 자체는 그리스도교에서도 엄연한 공식적 교리이지만, 이 교리의 핵심 경전인 요한묵시록이 여러가지의 중의적 의미와 비유 등으로 덮여있는 책이라서 사이비들이 왜곡하기에 너무나 안성맞춤인 책이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불교는 윤회라는 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말세라는 개념은 희박하다. 물론 '미륵불의 세상은 몇 년, 그 후 오는 일면불 월면불의 세상은 각각 몇 년과 몇 년...' 하는 구절도 있기는 하다.
사실 불교도 인도불교 시절부터 말법사상(범어 삿다르마 비프라로파(saddharma-vipralopa)의 의역)이란게 있었고, 이후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인도의 말법사상과 실제로 중국에서 몇 차례 일어난 삼무일종법난의 영향으로 정토신앙(현세에서 성불할수 없는 시대니 염불과 선행으로 극락가서 성불하자는 불교신앙)이 대두되어 정토종이라는 종파가 생겨났고, 우리나라와 일본도 말법사상과 정토신앙이 도입되어 한국은 고려 초기 말법사상이 유행했고, 일본은 서기로 1052년경부터 말법시대로 들어선다는 사상이 한때 유행했으나 이게 딱히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은 없다. 정토신앙도 후대로 오면서 선종과 결합하면서 유심정토/자성미타 사상이 대두되었고, 선과 염불을 같이 닦을 것이 중시되면서 염불과 선이 결합된 염불선 형태로 변했다.
민족종교라고 우기는 증산도와 대순진리교 계열은 말세 대신 '천지리모델링공사' 혹은 '개벽'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어차피 양상은 똑같다. 전염병이 돌아서 신도들 외에는 몰살당하고 그 자리에 신도들이 새 세상을 건설한다는 내용.
몇몇 사이비 종교 광신도들은 종교 지도자가 말한 말세를 그대로 믿고 테러를 하기도 한다. 비교적 근래의 사건들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일본의 옴진리교 사건이 꼽히지만, 사실 이런 사건들은 인류 역사상 수도 없이 벌어진 일이다. 오죽하면 고대 마야 문명의 마지막 지도자는 마야 종교의 말세 예언을 믿고 도시를 버리고 떠났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건이 몇 번 있었다. 1992년 말 다미선교회의 휴거 소동이 대표적 예이다.
참고로 뭐가 이러저러 하니 말세다 하는 소리는 인류가 언어라는 걸 개발하고 말세라는 단어가 나온 시점에서 모든 시대, 모든 세대가 나이 먹고 심기 불편하면 꼭 누군가가 하던 소리다. 특히 어르신들이 못 볼 거 봤다거나 요즘 세대는 우리와 너무 다르네 뭐네 하면서 튀어나오는 소리다. 사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라는 말과 궤를 같이 하는 게 대다수다. 깊게 생각하는 쪽이 지는 거다.
2 기독교의 말세론(종말론)
같이보기 : 최후의 심판, 휴거, 진노의 날, 요한 묵시록
기독교에서 말세와 종말에 관한 내용은 신약성경의 복음서, 테살로니카 전후서와 베드로 전후서 등의 서간문, 그리고 예언서인 요한 묵시록에 매우 많이 적혀있다. 사실 여기에 쓰여진 그리스도교적 말세 기믹이 여러 매체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사실 잘 몰랐지만 알고 보니 기독교적 내용이었다' 라는 경우가 많은 편. 창세기의 내용이 매체에 쓰이는 것과 거의 비슷한 맥락이다. 불의 비가 내린다거나 이상한 괴물이 출현하는 등의 내용은 훗날 많은 문학 등에 영향을 끼쳤다.
여러분은 무엇보다 먼저 이것을 알아 두어야 합니다. 마지막 때에, 자기 욕망에 따라 사는 조롱꾼들이 나와서 여러분을 조롱하며, 그분의 재림에 관한 약속은 어떻게 되었소? 사실 조상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창조 이래 모든 것이 그대로 있지 않소?” 할 것입니다. 지금의 하늘과 땅도 불에 타 없어질 때까지 같은 말씀으로 보존됩니다. 불경한 사람들이 심판을 받아 멸망하는 날까지만 유지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한 가지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미루신다고 생각하지만 주님께서는 약속을 미루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여러분을 위하여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날(재림의 때)은 도둑처럼 올 것입니다. 그날에 하늘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사라지고 원소들은 불에 타 스러지며, 땅과 그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이 드러날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스러질 터인데,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거룩하고 신심 깊은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의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그날을 앞당기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날이 오면 하늘은 불길에 싸여 스러지고 원소들은 불에 타 녹아 버릴 것입니다.(베드로2서 3장 3절~12절, 가톨릭 성경) |
하느님께서는 우리(믿는 신앙인들)에게 진노를 내리시기로 작정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을 주시기로 작정하셨습니다. (1데살로니카 5장 9절, 공동번역성서) |
다만 의외로 기독교 신자들이 굉장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교리 중 하나이다. 이를테면 말세의 두려움[1]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교리와는 오히려 반대이다. 왜냐하면 기독교의 말세론은 '인류 멸망' 같은 느낌이라기보다는, '인류의 해피엔딩'이라는 개념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즉 그리스도가 다시 돌아와서 세상의 각종 모순[2]들을 쳐부수고 지상낙원[3]을 강림시켜 믿는 기독교 신자들을 구원하고 불신자[4]와 모든 악인들을 단죄하여 인류 역사가 해피엔딩을 이룬다는게 기독교 말세론의 핵심이다. 실제로 초기 교회의 신자들은 말세를 두려워한게 아니라, 말세가 오랫동안 오지않아서 자신들의 믿음이 흔들릴까봐 두려워하였다.
이 모든 계시를 보증해 주시는 분이 "그렇다. 내가 곧 가겠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멘. 오소서, 주 예수여! 주 예수의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요한묵시록 22장 20~21절, 공동번역성서) |
위의 구절은 요한묵시록의 마지막 구절이며, 또한 성경의 마지막 구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성경은 종말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이러한 해피엔딩에 대한 기다림과 간청으로 끝난다.
물론 기독교의 말세론에 의하면 이러한 해피엔딩은 기독교를 열심히 믿는 크리스천들의 몫이며,[5] 불신자들과 악인, 그리고 타락한 세상은 마지막에 영원한 징벌을 받으므로, 평범한 인간이 말세를 두려워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몇몇 사이비 종파들이 지껄이는 '(자기네 종파만 믿는)극소수의 몇 명만이 영원한 구원을 받는다'는 식의 황당한 말세론은 기독교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어린 자녀들이여, 마지막 때가 왔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적이 오리라는 말을 들어왔는데 벌써 그리스도의 적들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니 마지막 때가 왔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1요한 2장 18절, 공동번역성서) |
또한 말세는 교리적 차원에서 보자면, 예수 초림 때부터 시작된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의 재림은 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일로 믿어지고 있으며, 또한 그리스도가 약속한 것이다. 즉 기독교적 관점에서 본 세상은 '서서히 해피엔딩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성서가 증언하는 심판, 천당, 지옥에 관한 교회의 도그마를 다 믿으면서도 그 도그마의 우주론적 인간학적 표현에 대해서는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또 지금까지 우리가 그런 것들에 대하여 안다고 착각하였던 것보다 훨씬 적게 알고 있다는 것을 시인해야 된다. 고딕 시대나 바로크 시대의 의인화(擬人化, anthropomorphic)된 묘사들은 신학적으로 별반 가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종말에 관한 계시는 깊은 신비의 장막으로 싸여 있고, 종말론은 신학의 분야 중에서 가장 덜 천착된 분야이다.(가톨릭 대사전, <종말론> 항목 中) |
물론 이 해피엔딩이 수십년 후에 올지, 수십만년 후에 올지는 신자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마가복음 13절에서 예수가 직접 말하기를 심판의 날은 하느님만 알며 천사나 아들인 자신조차 모른다고 성경에 대놓고 기록되어 있다. 만약 말세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돈이나 성(性), 무조건적인 봉사를 요구하는 종파가 있다면 진지하게 의심해봐야한다. 특히 말세의 구체적인 장소나 날짜까지 언급하하였거나 혹은 자기 종파의 선택받은 소수만이 구원을 받는다고 지껄이면 100% 사이비 종교 혹은 이단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스도교 말세론의 본질은 인류 역사의 슈퍼 해피엔딩인데, 이 교리를 왜곡하여 사람들을 착취하려 든다면 모순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자신이 따르는 종파의 지도자가 말세를 이야기하며 돈이나 성(性), 무조건적인 봉사를 요구하면 꼭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단언컨대 그런 자는 해로운 자다.
참고로 신약성경에는 말세가 오면 무덤에 묻힌 사람들이 다시 깨어나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된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화장을 하면 부활 때 시체를 못 찾잖아?" 하는 논리로 화장이나 시체의 과도한 훼손 등은 성경에 맞지 않다고 두려워하는 신자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6] 그러나 이건 중세적 생각이고, 근현대 이후로 가톨릭, 주류 개신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독교 종파에서는 화장한 신자 역시도 온전한 육체를 얻어서 부활한다고 보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가톨릭의 경우, 매장을 전통 존중적 차원에서 권장하기는 하지만, 화장의 여부는 온전히 신자 자신에게 맡긴다. 개신교의 경우에도 빌리 그레이엄 등의 주류 목사가 같은 설명을 한 바 있다.[7]- ↑ 신자인 우리들도 휘말려 멸망하면 어쩌지? 등등의 생각.
- ↑ 이를테면 무한경쟁사회 속에서 누군가는 굶주려야 한다는가 하는 모순들, 혹은 핍박받고 고통받는 믿는 자들의 수난과 사회 부조리.
- ↑ 요한묵시록은 이를 지상에 강림한 새 예루살렘, 즉 천국이자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으로 묘사한다.
- ↑ 물론 여기에는 기독교의 복음을 의도적으로 믿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도 포함된다.
- ↑ 사실 이쪽도 현대에는 '익명의 기독교인' 이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등으로 인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 ↑ 영화 킹덤 오브 헤븐 초반부와 중후반부에서도 관련 장면이 나온다. 자살한 발리앙의 아내의 목을 자르고 매장(자살의 대죄를 지었으므로 부활할 때 온전한 육체를 못찾게)하라는 동생 신부의 지시 장면이나, 전사자 시체를 내버려두면 전염병이 돌기에 화장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부활 못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주교와의 갑론을박(발리앙 왈 : 하느님도 그 정도는 이해해 주시겠죠.) 장면 등
- ↑ 다만 기독교가 시체가 훼손되어 부활하지 못할 걱정 때문만으로 화장을 터부시한 것은 아니다. 기독교 교리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기 위하여 화장을 하는 자들, 혹은 육체를 '인간의 혼을 붙잡아놓은 감옥'으로 해석하는 영지주의자들 등등이 오히려 주된 이유였다. 사실 아무리 전근대 시대의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불타서 시체가 훼손되든 썩어서 훼손되든 똑같다는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가톨릭 교회에서도 교리에 대해 엿먹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화장을 허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