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공방전

1 개요

은하영웅전설의 전투. U.C 797년, R.C 488년에 일어난 립슈타트 전역을 구성하는 전투의 일부이다. 그리고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황제군과 립슈타트 동맹이 벌인 최후의 전투이다.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는 두 차례의 교전이 있었는데 이 항목에서는 이 두 차례의 교전을 하나로 합쳐서 서술한다.

2 도발

샨타우 성역 회전이 종료되고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전투는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VTR 도전장을 날려 문벌대귀족들의 어그로를 끌면서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무지몽매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귀족들이여, 쥐새끼 꼬리 끄트머리 만큼의 용기라도 있거든 요새에서 나와 당당히 결전하라. 그럴 용기가 없다면 실속 없는 자존심 따위 내팽겨치고 투항하라. 목숨을 살려주는 것은 물론 무능한 너희들이 먹고살기에 곤란하지 않을 만큼 만큼 재산도 남겨주마. 얼마 전 리텐하임 후작은 비열한 인품에 어울리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똑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다면 없는 지혜를 쥐어짜내 더욱 나은 길을 선택하라.[1]

여기에 볼프강 미터마이어가 지휘하는 함대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주포 사정거리 밖에서 얼쩡거리며 귀족들의 신경을 긁기 시작했다. 결국 여기에 휘말린 젊은 귀족들은 미쳐 날뛰면서 출격을 하려 하였으나 라인하르트의 치졸한 수작을 알고 있던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상급대장은 직권으로 출격을 금지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식의 도발이 3일째 계속되자 젊은 귀족들은 메르카츠의 명령을 무시하고 출격하여 미터마이어 함대를 덮쳤다. 그리고 미터마이어는 이 의외의 상황에 당황한 듯 우왕자왕하다가 물자 일부를 포기하고 철수하였다.

승리에 도취된 젊은 귀족들은 보무당당히 요새에 입성하였으나 사령관의 직권을 무시하고 출격한 행위를 추궁하기 위해 메르카츠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플레겔 남작을 위시한 젊은 귀족들은 승리하고 돌아온 지휘관들을 이딴 식으로 대접해도 되냐면서 분노를 쏟아냈고 심지어는 계급장을 떼고 자살하겠다는 발언까지 해댔다. 옆에서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은근슬쩍 젊은 귀족들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과 함께 실드를 쳐줬고 결국 메르카츠는 절망감에 휩싸여 GG치고 물러났다.

3 1차 교전

철수했던 미터마이어 함대가 다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근방에 얼쩡거리자 이번에도 립슈타트 동맹은 무질서하게 미터마이어 함대를 요격하기 위해 출격하였다. 한편 출격한 립슈타트 동맹과 적당히 맞서 싸우던 미터마이어가 슬금슬금 물러나자 젊은 귀족들은 사기충천하여 미터마이어 함대를 무질서하게 추격하기 시작했다. 물러나던 미터마이어는 적당히 기세가 수그러들면 포격을 가해서 립슈타트 동맹을 자극하고 다시 추격을 해오기 시작하면 슬금슬금 물러나는 형태로 응전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는 미터마이어가 자신들을 일부러 유인하고 있음을 파악하고 황급히 다른 함대의 행동을 제지하려 하였으나, 미터마이어가 워낙 절묘하게 대귀족들을 유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고 결국 함렬이 길게 늘어지는 상황이 빚어졌다.

여러 차례 후퇴와 도발을 반복하던 미터마이어는 슬슬 반전하여 공격태세를 취하였다. 립슈타트 동맹은 아까부터 반복되던 패턴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대응을 하려 하였으나 그 순간 미터마이어가 엄청난 속도로 립슈타트 동맹 진영을 습격하여 일격에 전방부대를 분쇄시켰다. 일순간에 기선을 제압당하고 미터마이어의 용병으로 인해 전황이 불리해지자 파렌하이트는 기함을 돌려 퇴각을 시작하였고 다른 대귀족들도 무질서하게 패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퇴로에는 라인하르트 휘하의 일급지휘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오냐? 기다리느라고 힘들었어.

가장 먼저 칼 구스타프 켐프에르네스트 메크링거의 함대가 나타나 립슈타트 동맹을 공격하여 립슈타트 동맹은 절반에 가까운 병력을 상실하였고, 간신히 이들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자 이번에는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나이트하르트 뮐러의 함대가 나타나 공격을 시작하였다. 결국 립슈타트 동맹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무질서하게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후퇴를 계속했다.

첩보를 통해 브라운슈바이크의 출정 사실을 알고 있던 라인하르트는 브라운슈바이크를 사로잡는 이에게 계급을 불문하고 장군으로 승진시켰주겠다는 조건과 막대한 포상금을 내걸어 병사들을 독려하였고, 모두들 아직까지 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느긋하게 후방에 머물고 있던 브라운슈바이크의 함대와 전의를 상실한 립슈타트 동맹을 미친 듯이 때려잡기 시작했다.

미터마이어와 오스카 폰 로이엔탈이 이끄는 함대가 브라운슈바이크의 기함 베를린을 거의 잡으려는 순간, 후방에서 머무르고 있었던 메르카츠가 함대를 이끌고 나타나 무질서하게 추격 중이던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의 함대를 급습하였다. 메르카츠의 함대가 구축함이나 어뢰정, 발퀴레 정도만으로 편성되어 있었기에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의 함대를 제압하지는 못하였으나 메르카츠 함대는 효과적으로 두 함대의 허점을 찔러 막대한 피해를 강요하였다. 결국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은 이를 갈면서 우왕좌왕하는 병사들을 질타하여 상황을 수습하고 후퇴하였으며 전력적으로 열세였던 메르카츠는 그들을 추격하지 않았다.[2]

라인하르트는 브라운슈바이크를 잡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였으나 메르카츠의 활약에 대해서는 감탄했다. 라인하르트는 일단 아군이 립슈타트 동맹의 상당수를 도륙했고, 요새를 완전히 고립시켰기 때문에 브라운슈바이크의 체포에 실패한 것을 충분히 상쇄하는 성과를 올린 것으로 판단하였다.

반면 메르카츠에게 구원을 받아 살아난 브라운슈바이크는 "왜 빨리 구하러 오지 않았냐?"면서 오히려 메르카츠에게 역정을 냈다. 에라이, 인간말종아!

4 베스타란트 사건과 몰락의 전조

1차 교전이 종료된 시점에서 행성 베스타란트를 다스리던 샤이드 남작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도망쳐 왔다. 브라운슈바이크를 돕기 위해 영주 대리 자격으로 영지의 주민들을 쥐어짜다가 오히려 민란이 일어나 도망쳐 온 것인데, 샤이드 남작은 탈출과정에서 입은 부상 때문에 결국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숨을 거두었다. 이에 진노한 브라운슈바이크는 베스타란트에 핵공격을 지시하였고 안스바흐를 비롯한 많은 귀족들이 이에 놀라 브라운슈바이크를 뜯어말렸다. 그러나 브라운슈바이크는 "내 영지민들은 내 손으로 처벌할 권한이 있다!"면서 핵공격을 강행하였다. 한편 립슈타트 동맹에서 탈주한 병사를 통해 이 사실을 입수한 라인하르트는 그 즉시 베스타란트의 사람들을 구원하려 하였으나, 내전을 조기종결할 수 있는 기회라 판단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이를 무시할 것을 진언하였고 결국 설득에 넘어간 라인하르트가 이에 침묵하였다.

그 결과 엄청난 참극이 빚어졌으며 이 참극은 은하제국 전역에 생중계되어 전 국민들은 분노하여 문벌대귀족들로부터 등을 돌렸고 심지어는 같은 귀족들 중에서도 브라운슈바이크의 행동에 반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희망이 없어졌다고 판단한 귀족들은 립슈타트 동맹에서 이탈을 꾀하였고 일부 노귀족들은 자결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괴감에 빠진 브라운슈바이크는 리텐하임이 그랬던 것처럼 살롱에 틀어박혀 술을 퍼마시고 있었고, 젊은 귀족들과 술판을 벌이면서 현실도피를 하고 있었다.
한편 아직까지 분위기 파악을 못하던 플레겔을 비롯하여 전의 넘치는 귀족들이 나서서 금발 애송이와 일전을 벌여 그의 목을 따면 과거의 패배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브라운슈바이크를 설득하여 출격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5 2차 교전, 그리고 최후

출격이 결정되자 메르카츠는 묵묵이 명령을 따랐으나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는 분노하여 장기전을 주장[3]하였다. 그래도 브라운슈바이크가 말을 들어처먹지 않자 완전히 폭발하여 "내가 니 시다바리가?"로 요약될 수 있는 불만을 퍼부었으나 브라운슈바이크는 파렌하이트를 겁쟁이로 매도하고 그냥 출격하였다.

전의가 충만한 젊은 귀족들의 지휘하에 사기가 충천한 립슈타트 동맹은 라인하르트가 지휘하는 황제군의 공격에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으나 좀처럼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은 채로 압박을 가하는 바람에 라인하르트군은 진압에 제법 애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6회에 걸친 파상공세 끝에 립슈타트 동맹은 피로에 절은 상태였고, 이 타이밍을 노려 라인하르트는 후방에서 대기 중이던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상급대장의 고속순양함대를 투입[4]하여 귀족연합군의 전투의지에 쐐기를 박았다.

사실상 패배가 결정된 시점에서 대귀족들 중심의 고급장교들은 끝까지 항전 또는 전원 자폭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였고, 반면에 이러한 정신 나간 지휘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하급귀족과 평민을 중심으로 한 하급장교, 부사관, 병사들 간의 유혈충돌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대귀족 출신 지휘관 및 고급 장교들이 살해당했으며, 그 옆에 빌붙어서 아첨하던 사람들까지 보복성 린치 끝에 살해당했다. 그렇게 함선을 장악한 병사들은 라인하르트군에 투항하거나 아예 포문을 돌려 립슈타트 동맹을 공격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고, 일부는 장악한 함선을 이끌고 전장에서 이탈하기도 했다.[5] 심지어는 보복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투항의사를 밝히는 걸 잊어 공격받아 파괴당한 함선들도 상당수 있었다는 언급이 나온다.
또한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미리 침투한 라인하르트군 휘하의 공작원이 선동을 일으켜 주포제어실 등 중요시설을 장악함으로써 립슈타트 동맹은 사실상의 전투능력을 상실하였다.

이 시점에서 립슈타트 전쟁은 끝났다. 더 이상 문벌대귀족들이 전략은커녕 전술면에서도 의미 있는 병력을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6 이후 이야기

패배 직후 주요 인물의 행적은 아래와 같다.

  • 메르카츠 -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돌아갈 길이 끊어지자 자결을 결심했지만 부관인 베른하르트 슈나이더의 재치있는 방법[6]에 의해 저지당했고, 그의 권유에 따라 자유행성동맹으로 망명하여 중장 대우의 객원제독 자격으로 양 웬리참모가 되었다.
  • 파렌하이트 - 아예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남아서 라인하르트의 군대를 기다리며 향후의 진로를 결정하기로 하였고 투항했다.
  • 플레겔 - 라인하르트군의 주요 장성과 1:1 승부를 보려고 했으나 누구도 상대하지 않아 흥분한 가운데 우선 퇴각해서 훗날을 기약하자는 충고를 한 레오폴트 슈마허를 죽이려다 그의 부하들에게 살해당했다.

이외의 많은 귀족들은 전투에서 전사하거나, 전장의 혼란을 틈타 페잔 자치령 등지로 망명하거나,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자결하거나,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라인하르트의 군대가 오면 항복하려고 대기하는 등 4가지 방안 중에 1개를 택하였다. 가장 먼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입성한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은 투항한 귀족들이 겁에 질린 모습과 비굴한 태도로 그들을 맞이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바뀌게 되었음을 느꼈고 동시에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후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1차 암살미수사건이 일어난다.

7 게임의 묘사

은하영웅전설 6에서는 1차 교전만 시나리오로 작성되어 있다. 말 그대로 문벌대귀족들을 쌈 싸먹을 것 같은 함대 배치가 인상적.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으로 플레이하면 "이건 전투가 아니라 학살입니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일방적으로 두들겨팰 수 있고, 문벌대귀족으로 플레이하면 후방에서 달려오는 메르카츠만 바라봐야 한다. 근데 메르카츠가 워낙에 능력치가 좋아서 메르카츠만 잡아도 시나리오를 깨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평도 듣는다. 병력은 립슈타트 동맹 쪽이 위이고 무엇보다도 소설과는 달리 휘하의 귀족들이 말을 잘 들어먹기 때문에 벌어지는 사태. 게다가 인공지능이 바보다.
  1. 소설 2권 야망편 발췌. 이타카판 표기이다.
  2. OVA에서는 허를 찔린 미터마이어가 "게헥!!" 하는 외마디 소리를 내며 놀란다. 메르카츠의 수완을 알 수 있는 코믹한 부분(…).
  3.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한 만행이 너무 커서 탈영자가 계속 발생하는 등 지구책은 사실상 소용이 없었다.
  4. 보통은 절차 따위 무시하고 라인하르트가 직접 지시를 하였으나 이때는 제대로 절차를 밟았다. 베스타란트 사건이 크게 그들의 사이를 소원하게 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5. 대부분 레오폴트 슈마허와 대형전함 빌헬미나의 승무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페잔 자치령으로 망명했다.
  6. 메르카츠가 가진 블래스터 권총의 에너지 캡슐을 미리 뽑아놓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7. 원래는 자결을 통해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고 덤으로 안스바흐가 복수를 하기로 했으나 막상 독주가 담긴 잔을 보자 마음이 바뀌어서 비굴하게 살려고 했다. 결국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안스바흐가 억지로 공작의 입을 벌려 독주를 쏟아부었다. 항복해봐야 베스타란트 핵폭격이라는 만행을 일으킨 이유 때문에 결국은 자신이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을 생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