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게임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
발단은 한 여고생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업계 관계자에게 포착되면서부터였다. 이 관계자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에게 메신저로 이 미니홈피를 링크했고, 이것이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속도로 전파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다수의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블로그를 보유하고 있던 이글루스에서는 한 달 가까이 여진이 계속될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미니홈피의 주인은 1988년생으로 당시 나이 17세의 여고생에 불과한데도, 블리자드의 부수석으로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창시자 크리스 멧젠, 롭 팔도와 동격을 자처했다.
미니홈피에 스스로 작성한 자신의 커리어전문에 따르면, 블리자드에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고스트를 거의 혼자 만들다시피 했고, 렐릭에서는 워해머 40000과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앙상블에서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의 음악과 사운드, 3D를 담당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씩에서는 워해머 판타지 온라인의 개발에 참여했고, 빌 로퍼와도 협업하며 헬게이트 런던의 개발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 놀라운 능력을 비단 게임업계에 가둬둔 것이 아니라서, 저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에서도 일한 기록을 남겼다.
미국의 게임업계를 사실상 좌지우지함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도 미니홈피에서는 단 한 마디의 영어도 쓰지 않고 한국어로 일관한 본좌 여고생은, 우리나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주듯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NHN에서는 아크로드의 개발에 관여했고(하지만 망했다), IMC의 그라나도 에스파다, 웹젠의 썬 온라인에 두루 손을 댔다. 특히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썬 온라인은 2005년 당시 넥슨의 제라와 함께 빅3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었는데, 경쟁 관계에 있는 두 작품의 개발에 동시에 참여한 것이다. 김학규 : 속였구나!
이렇듯 국내외에서 엄청난 개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서도 미니홈피에 감성적이고 진솔한 글들을 남겨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외국 취재진의 질문에 응대한 소감이라든지, 블리자드의 부수석으로서 블리즈컨에서 고생한 개발진들의 노고를 치하한다든지, 워크래프트 3에서 함께 음악 작업을 했던 스태프들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블리즈컨에 초청하기 위해 임모 프로게이머의 매니저(그런데 주훈은 아니라고 한다)와 직접 통화한 뒷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개발 담당 부수석인데도 친히 마케팅팀에 해야 할 일까지 손수…!!
미니홈피의 컨셉 자체가 완전히 일관돼 있고 하도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어, 일부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경우 전파 초기에는 "인생 헛살았다" "역시 이 업계에 타고난 천재는 따로 있다"는 반응마저 보였을 정도다.
하지만 커리어패스를 자세히 보면 도저히 한 인간이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업무인데다가, 미국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업계까지 거명하는 바람에국내 게임업계를 거명하지 않았더라도 미국에서의 활약만으로 이미 충분히 이상하지만 수 시간 만에 업계 관계자 공통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여고생의 미니홈피로 몰려가 방명록에 다투어 글을 남겼다. 리처드 개리엇의 이름으로 영문으로 안부를 남기는가 하면, 반프레스토에서는 일본어로 스카웃을 제의했다. 넥슨 관계자를 자처하며 "왜 우리와는 일을 하려 하지 않느냐"고 절박한 하소연을 남기는가 하면, NHN에서는 "제발 아크로드로 돌아와주세요 ㅠㅠ"라고 호소하는 등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서로가 서로의 덧글에
"헤드헌팅에 대한 업계 관례를 지키라"며 꾸짖은 것은 덤.
한편으로 이글루스에서는 당신을 전문가로 만들어 주겠다 사태 때처럼 각자 자신의 실제 커리어를 폭로하는 포스팅이 유행처럼 번졌다. 리처드 개리엇, 사카구치 히로노부, 코지마 히데오에 이어 심지어 빌 게이츠(!!)까지 몰래 국내 사이트에 블로그를 파고 숨겼던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블로깅을 하고 있던 것이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당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으킨 파장이 상당해, 지금도 '한 본좌 여고생의 싸이'로 검색하면 관련된 포스팅이 상당량 검색될 정도다.
이렇게까지 업계에 화제를 불러온 이유에 대해 분석하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요지는 타 업종과는 달리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유독 거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든지, 아니면 최소한 언젠가는 한 번 협업을 해보고 싶다는 게 일종의 로망 내지 판타지로 돼 있는데 이 사건이 그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하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다보니 마침내 문제의 여고생의 급우에게까지 연결고리가 닿기에 이르렀다. 그에 따르면 이 여고생은 평소 학교에서도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처했으며, 수업 도중에 급한 업무 관계의 전화라며 전화를 받으러 나가거나 허락을 받아 조퇴하기도 했다는 것. 그 그럴싸함에는 담임조차 속아넘어갔을 정도라고 전한다.
이쯤되면 리플리 증후군이나 공상허언증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의 폭주로 인해 미니홈피는 폐쇄됐으며,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