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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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구봉서(具鳳書)
생년월일	1926년 11월 5일, 평안남도 평양
사망일	2016년 8월 27일 (향년 89세)
데뷔	1956년 영화 <애정파도>
종교	개신교
직업	배우, 코미디언
가족	배우자 정계순, 슬하 2남 2녀

1 개요

"내가 재미있게 말하면 너희들은 웃었지. 슬플 때에도 말이야. 내가 죽으면 너희들은 슬프겠지. 내가 죽으면 누가 너희들을 웃겨주니?"

-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중에서

구봉서, 서영춘, 배삼룡, 이주일 등 한국 코미디계의 제왕 계보 중에서도 맨 앞 자리에 있는 인물.

2 생애

전성기 시절엔 1세대 코미디 트로이카(서영춘, 배삼룡, 구봉서) 중 하나로 1960~70년대 초창기 코미디계를 평정했으며, 전성기 이후인 1980년대 부터는 원로 코미디언으로서 후배 코미디언들과 합을 맞추며 그 큰 존재감을 현역 은퇴 이후인 2000년대까지도 보여줬다. 1986년에 단명하여 아쉽게도 원로로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서영춘이나, 사업실패로 인해 노년기에 큰 시련을 겪은 배삼룡에 비해 인생과 전반적인 커리어가 굴곡지지 않고 탄탄한 점이 그가 왜 가장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1세대 코미디언 인지를 보여주었다.

2016년 8월까지 대한민국 현역 연예인들 중 가장 고령인 송해 보다도 더 나이가 많았고 가장 최고령자였다.

1926년 평안남도 평양 에서 태어나 3살 때인 1929년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이사, 대동상업고등학교와 일본의 동양음악전문학교를 졸업했다.

1945년 8.15 해방 이후 가수 故 김정구의 친형인 김용환이 이끌던 '태평양가극단'에 들어가 아코디언 악사로 활동하다가, 어느 날 연극 공연을 앞두고 배우 한 명이 도망가는 바람에 펑크난 배역을 대신 맡아서 출연하게 되었고 대본에도 없는 애드립 위주의 연기로 관객들을 요절복통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다만 공연 후 "대본에도 없는 대사를 쳤다"며 연출자한테 죽지 않을 정도로 맞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구봉서는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고 그 후 1956년 영화 애정파도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한국전쟁 때는 장병들에게 위문 공연을 해주는 군예대로 복무했을 때 북한군에게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다른 군예대 대원들과 이동 도중 민가에서 쉬고 있을 때, 갑자기 북한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곧 국군부대가 지원을 와서 구봉서를 비롯한 군예대를 구출해 주었다고 한다.

1958년 영화 오부자에 영웅호걸 4형제 중 막내 걸 역할을 맡아 팬들에게 인상을 남기며 이때부터 구봉서는 막둥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당대 최고의 희극배우로 발돋움했다.

영화배우로서 구봉서는 주로 '벼락부자', '남자 가정부', '형님먼저 아우먼저' 등 코믹 영화에 출연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해병', '수학여행' 등의 정극 작품에서도 눈부신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돌아오지 않는 해병'에서는 죽기 직전 남긴 "내가 재미있게 말하면 너희들은 웃었지. 슬플 때에도 말이야. 내가 죽으면 너희들은 슬프겠지. 내가 죽으면 누가 너희들을 웃겨주니?" 라는 유언이 극중 최고의 명대사로 꼽히기도. 코미디언으로서 최고의 재능을 보여주면서도 정극 배우 못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로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TV 시대가 개막된 1960년대 이후 구봉서는 TV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1967년 KBS의 코믹 드라마 '사직골 구서방'의 주연을 맡았고 1969년 개국한 MBC의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으면 복이와요'의 고정 출연자로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자리 잡으며 당대의 희극인인 故 김희갑, 故 서영춘, 故 배삼룡, 故 곽규석 등과 함께 유명한 희극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배우, 가수, 코미디를 통틀어 현역 연예인 중 최고참인 송해에게도 선배가 된다.

1975년 농심라면 광고. 형님 먼저드시라고 먼저 양보했던 사람이 故 곽규석, 아우에게 양보하고서 막상 먹는다니 아쉬워하는(...) 사람이 구봉서다. 1997년 자서전 '코미디 위의 인생'을 출간했다.

3 별세

나이가 워낙 많아서, 칩거하다가 2016년 8월 27일 새벽에 별세했다. 사인은 노환이며 이때가 향년 89세. 장례는 서울성모병원에서 하며 8월 29일 발인 예정. 구봉서가 숨지면서 대한민국 코미디 1세대는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고인이 생전에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어서 고인의 뜻을 따라 조문객들의 배례(영정에 절하기)도 금하는 등 개신교식 장례를 치뤘다.

장례식장 입구에 조의금을 정중히 사절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코미디언들 중 어려운 사람이 많으니 조의금을 받지 말라는 고인의 뜻을 존중한 것이라고 한다.(기사) 또한 1979년부터 경상북도 문경시 소재의 사회복지법인 신망애육원을 37년 동안 후원해 왔으며, 자신이 죽더라도 후원을 끊지 말아달라는 유언을 하나 더 남겼다고 한다. 구봉서 '내가 죽더라도 후원 끊지 말라' 유언

4 수상

1992년 옥관문화훈장, 대한민국 연예인예술상 연예예술발전상, 희극인의 날 자랑스런 스승님 상 등을 수상했다.

5 동료

1940년 생 최불암도 굽신굽신.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료 코미디언 이었던 故 배삼룡과는 굉장히 막역한 사이였다. 6.25 전쟁 이후 육군본부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으며 MBC 웃으면 복이와요에 동시에 출연하고 1970년대 MBC의 인기 시트콤 '부부만세' 에서도 콤비 플레이를 보이는 등 연예계에서 둘도 없는 단짝으로 친분을 쌓았다. 그러나 2010년 배삼룡이 노환으로 작고하자 먼저 간 친구이자 동료를 애도하기 위해 뇌졸중으로 건강이 악화된 몸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타고 와서 조문을 하는 등 우의(友誼)를 다지기도 했다. 배삼룡이 세상을 떠나기 전 문병을 온 구봉서는 방송 인터뷰에서 "저놈(배삼룡)이 죽으면 난 친구도 동기도 누구 하나 남지 않는다" 라며 서럽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한 서영춘은 동생같이 아끼던 후배이자 동료였는데, 구봉서가 개신교에 귀의하기 전엔 말술에 줄담배를 불사하며 다소 방탕한 삶을 살면서 술담배를 전혀 못하던 서영춘을 항상 술자리에 끌고 다니면서 서영춘도 구봉서 못지 않은 술고래가 되는 것에 크게 기여(?)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봉서는 이후 아내의 권유로 크리스천이 되며 술담배를 모두 끊었고 건강이 나빠진 서영춘을 걱정하여 술담배를 끊을 것을 권유했지만 서영춘은 벌컥 화를 내며 "형님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무슨 소리 하는거유!!" 라고 대들었고, 구봉서는 아무 말도 못 한채 뒤돌아서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결국 서영춘은 1986년 11월 1일 지병인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구봉서는 이 일을 두고두고 애통해 했다고 한다. 게다가 하필 서영춘이 세상을 떠난 다음날인 11월 2일은 구봉서의 환갑날이었다. 그래서 당시를 회고하는 언론 인터뷰 때 "전날 영춘이가 죽는 바람에 다음날 자식들이 환갑 잔치를 열어줬는데도 도무지 웃음이 안 나오더라" 고 한숨을 쉬었다 한다.

후배 서영춘과 함께한 영화

6 에피소드

앞서 말했듯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개신교 관련 라디오 광고에도 나오기도 했으며 절친 곽규석이 생전에 담임목사로 시무했던 미국 한인교회로 종종 찾아갔다고 한다. 구봉서가 개신교에 귀의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구봉서가 몸이 안좋아서 한동안 집에서 정양하고 있던 중, 이때다 싶은 아내가 교회 목사님과 교인들을 집으로 끌고 왔고 그것도 구봉서가 누워 있던 안방에서 가정예배를 드렸다. 구봉서는 시끄러우니 나가서 하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지만 교인들은 들은 척도 않고 계속 예배를 드렸고 이게 며칠동안 계속되자 구봉서는 체념한 체 성경 말씀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어느 날 목사님이 세례 요한의 이야기를 하면서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으로 연명하였습니다. 주린 삶을 살았지요" 라고 하자 듣고만 있던 구봉서가 벌떡 일어나 일갈하길 "흥! 메뚜기에 석청? 고 단백질에 로열젤리만 자셨누만!" 그 말을 들은 목사님과 교인들은 빵 터져서 방바닥을 데굴데굴했다고 하며 이 일을 계기로 구봉서는 마음을 풀고 개신교에 입교했다 한다.

이주일이 구봉서 앞에서는 꼼짝을 못했다. 구봉서가 이주일보다 14세 위며, 경력도 더 빨랐다. 때문에 일요일밤의 대행진의 코너 중 하나인 '이주일의 카운터 펀치'에서 둘이 동시에 등장하면 이주일이 구봉서에게 노골적으로 쩔쩔맸다. 구봉서의 얼굴이 조금이라도 찌그러질 기색이 보이면 이주일은 굽실거리며 잘못했다고 빌고 온갖 변명을 늘어놓았다. 카운터 펀치라는 코너가 당시 사회상을 이주일이 날 것에 가깝게 풍자하는 데에서 재미를 찾는 코너였기 때문에 일종의 반전 기믹인 셈.

자녀들에게는 굉장히 엄한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딴따라라고 놀림받는 아이들이 자신을 우습게 보지 않도록 일부러 좀 더 엄격하게 대한 점도 있고 친구들이 놀리더라도 항상 당당하게 나서라고 훈계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