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트리마 선스트라이더

1 개요

[1]
영명Dath'Remar Sunstrider
종족하이 엘프 (원래는 나이트 엘프 명가)
성별남성
직업마법사
진영나이트 엘프 제국 → 칼도레이 저항군, 쿠엘탈라스
직위명가 이주민 지도자, 쿠엘탈라스의 초대 국왕
상태사망
인간관계아나스테리안 선스트라이더(증손자), 캘타스 선스트라이더(현손자)

워크래프트등장인물. 아제로스 역사상 최장기 왕조 중 하나인 쿠엘탈라스의 초대 국왕이자 국부로 워크래프트 역사상 손에 꼽는 협상능력과 정치력, 대국을 보는 안목과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한 명군이기도 하다.

사실 설정만 갖춰져 있고 인게임에는 구현되지 않아 인기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설정을 파고들기만 해도 재평가할 만한 행적이 가득한 인물이다. 더욱이 후손인 아나스테리안과 캘타스의 안습한 인생 역정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영예로운 삶을 살다 간 조상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인생이 잘 풀렸다. 그야말로 태생부터가 왕이 될 팔자를 타고난 재목.

2 행적

2.1 고대의 전쟁 이전 ~ 전쟁 발발

나이트 엘프 명가의 일원으로 그의 성인 선스트라이더(Sunstrider)는 다르나시안으로 낮에 걷는 자를 의미하는 고대의 성에서 따온 것이다. 나이트 엘프가 기본적으로 달의 여신 엘룬을 숭배하는 야행성 종족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모순된 성이라는 얘기가 항상 나돌았으며 태어날 때부터 금빛 무늬를 띠는 황갈색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다.

여러모로 첫 설정부터 비범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특별한 이름과 외모를 지닌 그였지만, 다트리마 역시 다른 명가들과 마찬가지로 첫 번째 영원의 샘에 매료되었다. 한편으로 그 자신도 강력한 마법사이자 전사[2]였으며, 오랜 기간 왕가를 섬겨온 중신이었기에 자비우스, 여군주 바쉬와 더불어 아즈샤라 여왕의 측근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명가라고 할지라도 다트리마는 우두머리 격인 위치에 있었던 거물 정치인으로 비전 마법을 구사하는 명가의 일원이었기에 당연히 말퓨리온과는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 있었다.

아즈샤라 여왕과 명가들은 샘의 마력을 연구하고 사용하는 일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샘의 마력을 무분별하게 사용한 결과 샘 주위에 격렬한 폭풍이 발생했고 이 폭풍이 강력한 어둠의 티탄 살게라스의 이목을 끌었다.망했어요 살게라스는 재빨리 명가들을 굴복시킨 후, 자신이 나이트 엘프들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아제로스를 다시 천국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살게라스에 낚인 명가들은 점점 더 많은 수의 불타는 군단을 왕궁 안으로 소환했다. 결국 악마의 소굴이 된 왕궁에서 불타는 군단의 병사들이 뛰쳐나와 나이트 엘프를 학살하고 수도인 진아즈샤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직 명가들과 그들의 가택만이 공격을 받지 않았으나 대다수의 나이트 엘프는 황급히 방어에 나섰으며 이로써 고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도 명가들은 여전히 살게라스가 아제로스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그들이 열었던 뒤틀린 황천으로 통하는 차원의 문을 넓히고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자비우스 등 일부 명가가 흉측한 악마의 모습으로 변모한 것처럼 다트리마도 이런 제안을 받았으나, 거부했고 점점 불타는 군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명가들을 불쾌하게 여기게 되었다.[3]

불타는 군단에 붙은 명가들은 샘에 대한 다른 연구를 모두 포기하고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 또한, 거의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아 뼈만 앙상하게 남을 정도까지 집중했다. 그럼에도 살게라스의 부관들은 명가들의 느린 진행 속도를 못마땅해했고,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마법사들을 그 자리에서 처형하곤 했다. 결국 이것이 아즈샤라 몰락의 실질적 도화선이 되었다.

많은 명가들이 불타는 군단을 위해 일하기로 한 것이 어리석은 결정이었음을 깨닫고 살게라스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 악마의 군주는 거창한 공약만을 남긴 채 명가에게 고통스럽고 보람 없는 일을 떠넘겼으며 세계 재건이 아니라 세계 파괴를 위해 야망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져 갔다. 바로 이때, 다트리마는 인생의 분기점이 될 만한 최고의 선택을 하게 되었다.

대여사제 티란데 위스퍼윈드가 불타는 군단에게 사로잡혀 왕궁으로 끌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트리마는 엘룬의 자매회의 지도자가 악마의 포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하면서도, 감옥의 위치를 알아내어 티란데를 몰래 찾아갔다. 티란데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뜻이 통하자, 다트리마는 여왕의 광기에 대한 혐오감[4]을 내비치면서 남들 몰래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티란데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였다.

어느 날, 다트리마는 극단적인 계획을 떠올렸고 비밀리에 불타는 군단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명가 사회의 다른 모든 이들에게 조용히 전갈을 보냈다. 즉 말퓨리온-티란데와 손을 잡음으로서 아즈샤라 여왕과 불타는 군단(+이들과 결탁한 명가)의 뒤통수를 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안 그래도 명가들 중에 군단에 반감을 품은 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다트리마는 자신의 정치력을 발휘해 여왕에 맞설 군대를 모으는데 성공했고, 이 때의 선택은 훗날 그에게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다트리마는 마지막으로 티란데를 찾아가서, 자신을 따르는 명가와 함께 왕궁을 떠나 거병할 것이며 이 계획을 칼도레이 저항군 측에 전해준다면 티란데를 탈출시키고 자신들도 곧장 저항군에 가담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티란데는 명가들도 그간의 과오에 대한 반성을 할 자격이 있다고 여겨, 이 계획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탈출하는 과정에서 티란데는 악마들의 기습을 받아 반란을 일으킨 명가들과 예상치 못하게 헤어지게 되었다.

다트리마와 다른 명가들은 왕궁에서 탈출하는 와중에 불타는 군단과 아즈샤라 계열 명가와 교전을 벌였으나 천신만고 끝에 나머지 칼도레이 저항군과 합류했다. 그 전까지는 저항군에 불리했던 전황이 다트리마와 명가들의 적절한 배신과 합류로 인해 역전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의 분리가 일어나면서 고대의 전쟁은 막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불타는 군단은 아제로스 세계에서 잠시 발을 떼게 되었고, 여왕과 명가들은 바닷 속으로 가라앉아 나가로 변모하게 된다. 그 외에 불타는 군단이나 저항군 어느 쪽에도 합류하지 않은 수라마르의 명가는 아만툴의 눈을 이용해 밤샘을 만들어 독립하고 나이트본으로 변모한다.

2.2 전후 ~ 쿠엘탈라스 건국

전쟁이 끝난 뒤, 여왕을 배신하고 저항군에 가세했던 다트리마는 불타는 군단에 맞서 싸운 전쟁영웅으로 자신의 기반을 고스란히 유지한데 더해, 전후에 자신을 따라 살아남은 명가 전체를 지지세력으로 끌어들여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게 되었다. 전쟁 전에도 끗발 있는 유력한 귀족이었는데 전후에 세력이 더 확대되면서 강력한 통솔력과 지도력, 정치력을 기반으로 명가를 대표하는 최고수장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여파로 명가들과 남은 나이트 엘프들의 관계가 경직되기 시작했다. 비전 마법을 남발한 결과, 불타는 군단의 침공을 야기하고 세계가 분리된 역사상 초유급 대사건을 일으킨 원흉이 바로 명가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트리마와 나머지 명가 일원들은 개의치 않고 마법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명가들은 고대 나이트 엘프 사회의 최고 계층으로서 아즈샤라 여왕이 권세를 얻기 전부터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전 마법을 연구해 왔으며, 비전 마법이란 명가에게 주어진 일종의 특권으로 다른 계층의 나이트 엘프들은 이를 누릴 수 있는 권리도 없고, 이해할 능력도 부족하다는 선민사상에 쩔어 있었다.

이 와중에 일리단이 첫 번째 영원의 샘에서 훔쳐낸 물로 새로운 영원의 샘을 만들어서 영웅으로 추앙받으려고 했으나, 어째서인지 명가들은 일리단을 애써 외면했고 결국 일리단은 마이에브의 감시 하에 1만년 동안이나 고대 지하감옥에 갇혀 있게 되었다. 안 그래도 세계의 분리가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마당에 또 다른 세계의 분리를 야기하게 된다면 그 때는 죽음을 면치 못하므로 이 때도 선택을 잘한 덕에 일리단과 결탁했다는 죄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비전 마법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자 명가들은 순간의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날뛰었고 비전 마법의 폭풍으로 나이트 엘프들을 위협하며 이토록 강력하고 유용한 힘을 왜 쓰지 못하게 막냐면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다행히도 나이트 엘프 수뇌부에서는 이런 깽판에도 교만한 명가들을 처형하기 보다는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는 전후 복구가 시급했을 뿐만 아니라 고대의 전쟁의 피해가 워낙 큰 나머지 전쟁을 벌일만한 여건도 안 되었으며, 이 때의 명가는 엄연히 저항군에 가담하여 불타는 군단과 맞서 싸우고 그들을 몰아낸 전우였다.

이들은 비록 비전 마법에 대한 집착은 버리지 못했으나, 세계의 분리 같은 최악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최소한의 선에서 비전 마법을 탐구하려 했다. 이러다 보니 말퓨리온과 티란데는 안 그래도 비전 마법과 명가에 적대적인 입장이긴 했으나, 전란을 통해 기껏 통합된 나이트 엘프 사회가 또 다시 분열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거기다 티란데가 다트리마에게 목숨을 빚진 것도 있으니 굳이 내전을 일으킬 바에는 잘못도 있지만 공도 있으니 차라리 그들을 추방하는 걸로 퉁치자는 관대한 조치로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즉 나이트 엘프 수뇌부가 명가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남아 있기는 하나, 이들이 저항군 측에 가세하여 고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기 때문에 공적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다트리마는 이를 역으로 파고 들면서 말퓨리온-티란데 3자 간의 이해관계를 가장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상기 비전 마법 폭풍으로 나이트 엘프를 위협한 것도 단순한 깽판이 아니라 독립을 원하는 과격한 정치적 시위였다.

사태가 자신들에게 안 좋게 돌아가자 일부 명가는 나이트 엘프들이 마법에 과잉 반응하여 자신들에게 취한 조치를 보고 분노하기는 했으나 대다수는 추방이라는 결정에 대해 불만을 가지기는커녕 추방을 기대하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들 멋대로 비전 마법을 사용해도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을 자신들만의 나라를 세우길 간절히 염원했다. 이들은 추방에 앞서 일리단한테서 압수한, 첫 번째 영원의 샘의 힘이 든 병을 하나 훔칠 계획을 했고 이것은 훗날 쿠엘탈라스의 상징인 태양샘을 만드는 원천이 되었다.

다트리마는 잔류를 선택한 명가를 제외하면, 전과 마찬가지로 추방된 명가들의 지도자로서 이들을 동부 왕국으로 인도했다. 그러나 당초 정착했던 티리스팔 숲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기운[5]으로 인해 몇몇 엘프가 미쳐갔고 결국 북쪽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땅을 찾았다. 본래 하이 엘프들은 티리스팔 숲에 살고 있는 원시적인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그곳에 정착하자고 했으나, 다트리마는 이를 거부하고 아예 더 북쪽으로 올라갔다.

어찌 보면 이 부분도 다트리마의 선견지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알 사람은 알겠지만 이 원시적인 원주민들은 바로 인간이다. 다트리마 본인은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었고,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그 선택이 훗날 하이 엘프의 가장 큰 동맹이자, 그들의 구명줄인 인간과 척을 지지 않고 넘어간 것이었다.

낯선 땅에서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고 있던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다트리마는 인간과 마찰을 빚으며 불필요한 피를 흘리는 것을 피하고 정찰병을 보내 자신들이 정착할만한 괜찮은 땅을 찾아다녔는데, 그 결과 티리스팔 숲의 북동쪽에 있는 넓은 평원 지대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북쪽 땅에는 이미 원주민인 숲 트롤들이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있었다.

다트리마는 트롤들과 전쟁을 벌여 그들을 몰아내고 새로 얻은 땅에 쿠엘탈라스 왕국을 세운 후, 초대 왕으로 추대되었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땅을 되찾으려는 숲 트롤 군대에 맞서 몇 번이고 직접 군대를 이끌어 그들을 물리치고 과거 트롤들의 성지에 세워진 수도 실버문에서 새 왕조의 기초를 닦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명가를 구성하는 일원 중 하나였으나 전쟁을 통해 세력과 영향력을 확대하여 독립을 주도한 이후에는 약속대로 그들만의 낙원을 찾아 한 나라의 군주로 받들어진 것이다.

전쟁 이전이나 이후나 일국의 군주로서는 부족함이 없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고, 비전 마법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였으니 명가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지도자였다. 태양샘은 비록 첫 번째 영원의 샘에 비하면 한참 약했지만 비전 마법을 구사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정착 초기의 경제적인 문제(주로 기아)도 새로운 땅에 이주함에 따라 전부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수의 축복을 받지 못하는 낯선 땅에서 영생을 누리지 못하고,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하이 엘프로 변하긴 했으나 백성들은 다트리마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무엇보다도 적대적이었던 나이트 엘프와 명가의 사이를 유혈사태가 아닌 최대한 온건한 방향으로 끝냈고, 특별히 손해를 보지 않고서 독립에 성공했으니 다트리마의 협상능력이나 정치적 계산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후에는 얼마나 오래 왕위에 있었는지, 언제 죽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나라의 모든 것이 완성되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에 왕위에서 물러났다고 기록되어 있는 점으로 보면 의외로 왕위에 올랐던 시기는 상당히 짧았던 것으로 보인다.[6] 그러나 아제로스 역사상 최장수 왕조 중 하나인 선스트라이더 왕조의 시조로서 하이 엘프-블러드 엘프에 한해서는 역사적으로도 크게 존경을 받는 훌륭한 왕이 되었다.

사실 설정집에서는 이상의 내용들이 두루뭉술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정확하게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내용만을 살펴봐도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뭐 하나 빠지는 부분 없이 특유의 안목과 판단력으로 다 잘 해낸 매우 유능한 군주이다. 태생부터 비범했던 것이 단순한 떡밥이 아니라 추후에 큰 일을 해낼 거란 복선이었던 셈.

다트리마 이래로 쿠엘탈라스는 그의 아들, 손자가 세습하여 통치하였는데, 4대 왕인 증손자 아나스테리안을 끝으로 왕위는 공석이 되었으며 현손자 캘타스는 실제로 즉위하지 않고 태양왕이란 호칭으로 칭제[7]를 하다가 사망했으므로 공식적인 직계 왕통은 끊어졌다.[8] 그리고 군단에서는 이 사람의 무기로 알려져 있으며 쿠엘탈라스 왕실의 상징인 펠로멜로른이 최초로 구현되었다.[9] 이외에도 워크래프트 RPG의 선스트라이더의 활, 고대 엘프 갑옷인 루미넬리아도 다트리마를 상징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3 평가

선민사상이나 과거 행적과는 별개로 대세를 보는 탁월한 안목으로 지지 세력과 독립을 얻어내고 갈등도 잘 봉합해서 나라를 세워낸 수완가이자 파란만장한 후손들의 삶과 대조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굴곡없이 영예로운 인생을 누린 행운아.

여러모로 현실의 군주들 중 태조의 묘호를 받은 인물들과 비견할 수 있는데, 창업군주로서의 비범한 능력 덕에 후대에까지 존경과 숭배의 대상으로 추앙되는 점이 일치한다. 특히 군주의 최측근 귀족 관료였다가 막판에 배신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는 점을 보면 궁예고려 태조 왕건의 관계와 매우 비슷하다. 한 때는 개념 있고 야심찬 군주였으나 타락하여 폭주하기 시작한 점은 궁예와 아즈샤라 모두 일치하며, 다트리마와 왕건도 당대 지배계층의 실질적인 수장이면서 본인들이 대단한 수완가이자 명망 있는 정치가였기 때문에 훗날 한 왕조의 창건자가 되었다는 점도 일치한다.

다만 왕건이 기존의 영토를 유지한 채로 새로운 왕조를 창건한 것과 달리 다트리마는 세계의 분리 이후에 조각난 동부 대륙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나라를 세웠다는 차이가 있다. 이 점은 어찌 보면 영국 국교회의 탄압으로 인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의 행보와도 많이 비슷하다. 일단 다트리마의 이주 목적이 비전 마법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트리마는 전쟁 이후에나 명가 전체의 실질적 수장이었지 전쟁 이전에는 여러 명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유력한 상급 정치인 중 한 명으로, 명가 전체를 통솔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비슷하게 모반을 획책했다가 조언자 반드로스의 밀고로 실패한 군주 파론디스와는 여러모로 대조된다. 모반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아즈스나의 주민들은 물론이고 파론디스 본인도 때아닌 날벼락을 맞아 제대로 된 죽음을 맞지도 못하고 저주에 걸려 1만년 동안이나 유령이 되어 배회했다. 이 때문에 파론디스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주민들과 부하들한테 비난을 받으며 고통스럽게 지내야만 했다.

그에 비하면 다트리마는 불타는 군단에 일단은 충성하는 행동을 보이다가 그들이 마각을 드러내자 그제서야 조용히 움직였고, 다행히도 이 시기에는 군단에 적대적인 명가 동지들이 매우 많아 쉽게 군대를 모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저항군의 수장 중 한 명인 티란데의 목숨을 구하고 저항군의 일원으로 가담하면서 명분은 물론 세력과 입지를 넓히는 실리까지 동시에 취하는데 성공했다.

와우피디아나 와우위키에서 서술된 바에 의하면 왕은 직접 통치하지는 않으나 법에 의거한 정치적 권위와 권력을 갖춘 정치체제를 구축한 듯 하다. 실제로 스컬지의 침공으로 멸망한 이후에 간신히 살아남은 쿠엘탈라스 수뇌부는 태양왕으로 칭제한 캘타스를 중심으로 섭정 로르테마르 테론, 순찰대 사령관 할두런 브라이트윙, 대마법학자 롬매스의 3두체제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 사례를 보면 이미 다트리마 시대부터 왕을 정점으로 두되, 실질적인 국정운영은 실무를 담당하는 최상급 관료들에게 맡기는 입헌주의적 통치를 시행했던 것으로 보인다.[10] 다만 입헌군주제 자체가 법에 의거해 왕권을 행사하는 정치형태이므로, 왕이 국가원수로서 직접 군대를 통솔하여 전쟁에 참여하는 점으로 보면 아예 허수아비였던 것이 아니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자손들은 조상의 능력을 반은 커녕 반에 반도 채 물려받지 못하고 그마저도 이상한 방향으로 사용한 바람에 조상과는 완벽하게 대조되는 안습한 삶을 살았다. 증손자 아나스테리안은 거듭되는 박쥐행보와 간보기[11]로 인해 인간 연합 내의 신뢰를 잃고 3차 전쟁 때 고립무원으로 싸우다 죽었으며, 현손 캘타스는 부왕이 완전히 작살내버린 대외관계를 어떻게든 회복하려고 하다가 가리토스에게 죽을 뻔하고 일리단과 손을 잡은 이후에 어떻게든 백성들을 구제하려던 중에 킬제덴의 꾐에 타락하여 자기 목숨마저 재촉했다.

나름대로 훌륭한 조상 밑에서 이런 후손들이 나왔다는게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나마 아나스테리안은 죽는 순간까지 백성들을 위해서 싸우다 최후를 맞았지만 캘타스는 잘 나가다가 이상한 길로 빠져서 고조부가 그토록 혐오했던 불타는 군단과 결탁해 온갖 깽판을 치고 다니다가 죽었으니 다트리마 입장에서는 얼굴에 제대로 먹칠을 한 셈이 되었다.
  1. 이 그림은 데비앙아트에서 설정집에 묘사된 내용을 근거로 재구성한 3D 모델이다.
  2. 스스로 펠로멜로른을 들고 최전선에서 악마들과 한 때의 동료들을 상대로 무쌍난무를 펼쳤다.
  3. 여왕의 최측근으로 군단의 골수 추종자였던 여군주 바쉬나 군단의 힘을 받아들여 악마화된 자비우스는 명가에서도 다트리마와 맞먹는 세력가였으므로 군단과 척을 진 다트리마와는 정적 관계였다.
  4. 경비병들을 물러나게 한 뒤,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티란데에게 "여왕...그 여자는 미쳤소."라고 말하며 불타는 군단의 하수인이 된 동료들을 통렬히 비판했다. 애초부터 다트리마가 원했던 것은 영원의 샘을 탐구하고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이었지, 불타는 군단의 악마들이 아제로스 세계를 침공하게 도와주는 것은 아니었다. 다트리마의 모반은 개인적인 야심도 작용했지만, 세계야 망하든 말든 불타는 군단이 침공하도록 도와주는 여왕 세력에 대한 혐오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결국 여왕 충성파의 거두 중 하나였던 다트리마와 그 지지자들의 이탈로 명가는 완전히 와해되었다.
  5. 나중에 밝혀지지만 티리스팔 숲 지하에 크트락시의 일원인 타락자 자카즈의 오염된 시체가 묻혀 있었다.
  6. 고대의 전쟁이 끝나고 7백년 후에 사티로스 전쟁이 일어났고, 그로부터 2천년 후인 -7300년부터 5백년 동안 명가의 추방이 이뤄졌다. 고대의 전쟁 이후에 다트리마는 명가의 수장으로 사실상 독립적인 세력이었으므로, 이 시기를 왕위에 포함한다면 2천 5백년 이상 왕위에 있던 셈이 된다. 다만 실제로 다트리마가 왕위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고대의 전쟁 이후, 귀족제와 군주제가 폐지된 나이트 엘프 사회에서 이를 용인할 세력이 있었을 리가 없으므로 연표 그대로 다른 종족에 비하면 긴 편이지만 짧은 기간(약 500년 이상) 동안 왕위에 있었다고 보는게 맞다.
  7. 아버지 아나스테리안을 쿠엘탈라스의 공식적인 마지막 국왕으로 천명한 사람이 바로 캘타스인데, 정식으로 즉위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나마 왕에 준하는 호칭을 선택한 것이다.
  8. 방계의 후손인 리안드라 선스트라이더나 코믹스에서만 등장하는 인물로, 아나스테리안의 장남(캘타스의 동복형)으로 추정되는 날로라스도 있으나, 전자는 왕위계승권이 없는 방계 왕족이고 후자는 코믹스 외에는 설정이 전무하므로 다트리마 직계 계열의 또 다른 왕족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이 부분은 쉽게 단정짓기가 어렵다.
  9. 펠로멜로른을 습득한 후 아즈스나의 바스러진 궁전 뒤쪽에 있는 '태더란 블러드워처'의 뒤쪽에서 망원경을 보고 있는 엘프 NPC인 '검사관 안도렌 돈라이즈'에게 말을 걸면 펠로멜로른을 보고 싶다고 하는데, 이를 수락하면 펠로멜로른을 보고 창업군주인 다트리마의 무용담을 언급하더니 만지기만 해도 뜨거운데 이걸 어떻게 갖고있냐며 감탄하는 반응을 한 후, 펠로멜로른의 유물력을 올려준다.
  10. 와우위키와 와우피디아에서는 7인 의회라고 하는, 현실의 내각과 같은 실질적 통치기구의 존재가 보이는데, 이 점을 보면 아즈샤라 시절을 거울삼아 초기부터 왕권을 법에 의거하여 제한하는 형태를 구현했을 것이다.
  11. 사실 하이 엘프 입장에서는 국가를 보전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자구책이었으나, 이것이 다른 종족들한테는 줏대 없는 행위로 보였고 갈등을 봉합해도 모자를 마당에 오히려 갈등을 키웠기 때문에 아나스테리안의 외교 정책이 크게 비판을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