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팔이 소녀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단편 동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추운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성냥을 팔던 소녀는 아무도 성냥을 사주지 않아 돈을 벌지 못했고, 그 상태로 귀가하면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맞을까봐 집에 돌아가지도 못했다.
골목길에 앉아있던 소녀는 너무 추운 나머지 손이라도 녹이려고 성냥불을 켠다. 그랬더니 성냥 하나를 켤 때마다 소녀가 바라던 따뜻한 난로, 화려한 만찬, 크리스마스 트리가 차례대로 나타났다가 성냥불이 꺼지면 사라진다. 그리고 하늘에서 별똥별이 하나 떨어지는데, 소녀는 그 별을 보고는 "별똥별이 떨어지는 건 누군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뜻이라던데....누가 죽은 걸까?"라고 중얼거린다.

소녀가 네 번째 성냥을 켰을 때는 생전에 소녀를 무척 아껴주셨던,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타났고 소녀는 반가워한다. 곧 소녀는 행여나 할머니마저 사라져버릴까봐 남아있는 모든 성냥을 다 꺼내서 필사적으로 켜들고 '할머니! 할머니도 결국 이 성냥불이 다 꺼지면 사라져버리실거죠?!'라며 제발 가시지 말라고 울며 애원한다. 결국 소녀는 외할머니와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가서, 돌아가신 어머니와도 행복한 재회를 한다.

다음날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미소를 띤 채 동사해 있는 성냥팔이 소녀를 보게 되었으며 소녀의 주변에는 소녀가 몸을 녹이려고 켰던 성냥이 다 탄 채로 흩어져 있어 모두들 안타까워하지만 소녀가 왜 미소짓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는 이야기. 본격 꿈도 희망도 없는 잔혹 동화이자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이야기.[1]

주인공인 소녀의 상황을 보면 집에는 폭력을 휘두르는 알콜 중독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으며, 눈이 내리는데 그나마 신고 있던 신발은 지나가던 어느 소년이 훔쳐가버렸다.

웬만한 성인조차 견디기 힘든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판본에 따라서는 얼어죽은 소녀의 시신을 보고 소년이 울면서 신발을 돌려줬다는 것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버전 중에는 성냥팔이 소녀의 아버지가 폭력 가장으로 행패부렸던 걸 참회하는 버전도 있고.

다들 아시겠지만 소녀가 성냥을 켤 때마다 본 난로, 만찬, 트리는 소녀가 너무나도 간절히 원했던 나머지 환상을 본 것이고, 그 와중에 떨어졌던 별똥별은 소녀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복선이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누가 죽은걸까?"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소녀의 모습은 참으로 가슴 아픈 장면이다.

그다지 길지 않은 동화지만 그 임팩트가 너무 강렬하여 안데르센의 동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 이 작품을 어레인지해서 소녀가 불을 지르고 온기를 쬐다가 숨을 거두었다는 식으로 각색하는 일도 많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소녀는 이름도, 성도, 가족관계도 불분명해서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나 독자들의 주변 불특정 다수 모두가 성냥팔이 소녀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은연 중에 표현하고 있다. 사실 시대적 배경이나 나라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지, 지금도 가난한 후진국에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2] 사실 안데르센이 동화를 집필하던 시기의 덴마크는 지금의 복지국가 이미지와는 매우 딴판이라 산업혁명을 겪던 여느 유럽 국가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 외에도 각박하게 메마른 사람들의 인심에 대한 질타, 인어공주에서와 같이, 영혼 불멸에 대한 안데르센의 철학도 담겨 있다.

안데르센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 삼아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워낙 유명한 얘기다보니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도 많이 나오곤 했는데, 아버지에게 학대 당하는 가족관계가 생기는 바리에이션도 있고, 동사했었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대략 빙하 타고 내려온 둘리마냥 큼직한 얼음에 꽁꽁 둘러싸여 숨을 거두어 있는 표현도 있었다.

실제 당시 시대에는 백린의 위험성이 알려져 있지 않아 백린성냥을 주로 사용했는데 성냥퍌이 소녀가 백린성냥을 한꺼번에 킨 상태에서 흡입했기 때문에 환각을 보다가 서서히 숨을 거둔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의견도 있다.

2 각색판

후지타 카즈히로는 이 동화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성냥팔이 소녀를 지키는 주인공을 만들고 싶어서 요괴소년 호야를 그렸다고 한다.

기류 미사오의 유명한 시리즈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에서는 성냥을 팔다 웬 새디스트 귀족에게 잡혀가 고문당해서 죽는 것으로 각색하기도 했다(...).애초에 '그림'동화가 아니잖... 그림 동화#s-1가 아니라 이 그림 동화#s-2

사마귀 유치원에서는 묘하게 해피엔딩으로 재해석되었다(...).

이매진 애니메이션에서는 성냥팔이 소녀가 열심히 일해서 유명한 재벌이 되었다는 내용의(...) 뭔가 미묘한 해피앤딩으로 재구성되었다.

아이돌 마스터 2에서 수록곡 Little Match Girl은 제목에서 뻔히 보이듯이 성냥팔이 소녀를 주제로 한 곡. 한국인 작곡가 ESTi가 작사/작곡/편곡한 곡이다.

도라에몽의 도구 중에 성냥팔이 소녀와 같은 환각 효과를 일으키는 성냥이 있다. 작중에서 저녁에 외출했다가 부모님이 문을 잠궈놓고 가는 바람에 노진구와 도라에몽이 집에 못 들어가게 되어 성냥팔이 소녀와 같은 꼴이 돼버린다.어디로든 문을 쓰지 않고!

크레용 신짱에선 노하라 일가가 성냥이 아니라 과메기를 팔고 있다고 나온다(...). 과메기를 먹어보니 와인과 궁합이 맞아 그 공으로 동상(...)이 세워졌으며 마지막 히로시의 대사가 압권인데 "동상말고 을 달라고!!"

사이퍼즈에선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일단 해피 엔딩 버전으로 각색된 해당 동화의 영향을 받아서 복장이 비슷하고 성냥을 언급하긴 한다.[3]

마루코는 아홉살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성냥팔이소녀를 패러디 했는데 여기선 성냥불에 좋아하는 유명인[4]의 얼굴이 나와 크게 대박을 터트린다뭐야이거...무서워 작중 집안은 할아버지가 행방불명되자[5] 마루코아빠가 "아버지가 사라지시고 되는일이 하나도 없다."라며 술을 퍼마시는데 마지막에 할아버지가 돌아오면서 정신차리고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모여라 딩동댕에서는 마지막 결말에서 소녀가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구병모 의 단편소설 화갑소녀전에서는 추위에 떨며 성냥을 파는 대신 공장에 들어가 일을 하다가 부실한 식사와 가혹한 노동에 과로사 직전의 상태가 되어 죽기 전 마지막으로 햇빛을 보고 싶어 공장을 나가려 하지만 실패하고 공장의 엔진기관에 떨어져 죽는다.

오소마츠 상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선 이야미가 성냥팔이 소녀 코스프레를 하고 등장한다. 추워서 팔다 남은 성냥에 불을 지피는 것까진 원작과 동일하...나 개그만화 아니랄까봐 성냥불에서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기는 다용을 보고 쉐~~~~~!!! 를 외치다 오소마츠에게 시끄럽다고 대야로 얻어맞았다.

가끔은 성냥에서 하얀 축생이 나와 계약을 권하기도 한다 카더라.

3 혈다의 인터넷 애니메이션

엄청난 약이다

대만의 개인 애니제작가인 혈다가 제작한 인터넷 애니메이션. 유튜브에 올라왔으며 총 18화 + 기타 외전으로 완결.

내용은 대략 1과 같은... 것 같은데 뭔가 아스트랄하게 꼬여있다. 성냥팔이소녀는 성냥을 전부 쓰면 반드시 죽는다.(...) 매번 죽고 매번 살아나며 그때마다 엔젤하이로가 하나씩 늘어난다. 킬횟수? 데쓰횟수지

온갖 패러디들이 나온다. 드래곤볼부터 시작해서 나루토, 죠죠의 기묘한 모험까지 하나...

참고로 14화의 광고는 건생중의의 패러디다. 13화는 그림체가 그로테스크하게 바뀌고 공포 테마의 스토리가 나오니 시청에 주의할 것.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대만만화월간 창간호에 이 애니의 만화판이 실리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흑역사.
  1. 그런데 성냥팔이 소녀는 실화를 모티브로 하였다고 한다. 거기에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그냥 동사가 아닌 황린중독으로 인한 동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2. 실제로 2000년대 프랑스에서는 배경을 보스니아 내전 중의 사라예보로 바꾼 버전이 출간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는 보스니아의 성냥팔이 소녀라는 제목으로 정발되었다.
  3. 다만 들고나오는 것은 성냥이 아니라 화약병기 폭죽
  4. 개그맨이나 배우는 물론 운동선수까지 나온다!!!
  5. 사실 나무하러가다 실수로 국경지대를 넘어가는 바람에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