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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슬라브 신화는 유럽의 신화들 중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분야인데, 슬라브족들은 서기 9세기 동방 정교회의 선교사인 키릴루스 형제가 기독교 선교를 위해 키릴 문자를 만들기 전까지는 문자가 없었고, 모든 신화는 구전으로만 전했기 때문에 문서로 남아있는 자료가 매우 적다. 그나마 슬라브족과 적대하거나 교류하던 동로마 제국의 문서에 약간 나타나는 자료만 가지고 연구해야 하는 상황.
또한, 슬라브족들은 정교회에 매우 강하게 동화된 데다가, 20세기 들어서는 공산주의 정권까지 들어서는 바람에 신화를 미신이라고 탄압하여 더욱 희미해지고 말았다. 다행히 공산주의 정권들이 붕괴하고 나서는 신화 연구 학자들이 시골을 돌면서 노인들이 기억하고 있는 옛 신화의 흔적들을 찾아서 수집하고 연구하는데 매우 열심이다.
슬라브 신화의 대략적인 특징은 세계의 창조를 물에서 본다. 즉, 태초에 우주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바다만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다 속에서 창조신이 나타나 세계를 창조하려고 하는데, 그를 돕는 부속신도 나타나 함께 세계를 만든다. 그러나 창조신에 비해 부속신은 힘이 약해서 사악하거나 부실한 것들만 창조해낸다. 창조신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부속신을 가엽게 생각해서 그의 창조물들이 세계에 거주하는 것을 용인했다고 한다. 후에 기독교 위경이 슬라브쪽에 많이 퍼지는데 그 위경에 나타난 기독교적 세계관도 슬라브 신화와 전설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기독교의 도래 이후, 슬라브 신화의 창조신은 기독교의 절대 유일신으로, 부속신은 악마와 동일시되었다. 이 밖에 슬라브 신화의 많은 신들이 기독교의 성인들이나 성모와 동일시 되었다. 예를들면 정령 중 하나인 '쿠팔라'를 기리는 쿠팔라 축제가 동슬라브인들에게 있었는데 이 날이 성 요한 축일과 비슷한 날짜라서 러시아에서는 '이반 쿠팔라 축일'[1]로 바뀌었다든지.
슬라브 신화에는 거인 신화도 있다. 그 중에서는 인간이 거인의 후손이라는 종류도 있다. 태초에 인간은 악마와도 대등하게 싸우고, 그 체구가 하늘과 땅에 가득 찰 정도로 거대하며, 신의 식탁에서 보물을 훔쳐낼 정도로 강력했는데 오만함으로 인해 신의 벌을 받아서 지금처럼 작고 왜소한 인간으로 타락했다는 것.
슬라브 신화의 특징으로는 숭배되는 신들이 여러 개의 머리가 달린 다두(多頭) 형태라는 것이다. 다른 유럽 신화인 그리스·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 켈트 신화와는 약간 이질적이다. 많은 신화학자들은 이런 슬라브 신화의 원인을 인도 신화와 결부시킨다. 인도 신화에서 숭배되는 브라흐마나 아그니 등의 신들도 머리가 여러 개인데, 이런 인도 신화가 슬라브 신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좀더 정확히는, 슬라브 신화와 브라만교와 힌두교를 통해 이어져온 인도 신화가 같은 계통에서 유래한다. 중앙아시아[2]에서 발원하여 이란, 인도, 그리고 유럽으로 이동한 아리아족 세력이 가지고 있던 신앙이 슬라브족의 신화에도 강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
참고로 현대 러시아어에서 신(神)은 보그(Бог)[3]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는 고대 인도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에서 '부(富)'와 '빛(光)'을 뜻하는 말이었다.
아래의 신들은 모든 슬라브 신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서슬라브 신화에서만 나오는 것도 있고 동슬라브 신화에서만 나오는 것도 있으며 남슬라브 신화에서만 나오는 것도 있다. 물론 몇몇 신은 공통적으로 다 등장한다. 감안하여 보길 바란다.
그리고 슬라브 신화가 앞서 언급했듯이 그에 대하여 자신들이 남긴 제대로 된 문자 기록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서 체계적이지 못하고 꽤 중구난방인 감이 많다. 그러므로 아래의 신 분류는, 편의상 이렇게 구분한 것이다. 슬라브 신화에서 '최초의 신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개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기준이나 여타 요소가 대단히 모호하며 이설이 많으므로 반드시 어떠하다고 믿거나 고집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도록 하자.
북유럽 신화도 그렇지만 러시아에서도 신이교주의자들이 종교형태로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걸 러시아 현지에서는 'Роднове́рие'라고 부르는데(위키피디아 설명) 문제는 이것도 간혹 본래 목적을 잊어버린 패륜아들이 관련 심볼들을 악용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 대표적으로 Коловра́т(콜로브랏) 등. 사실 메트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4제국(게임판이 아닌 원판 설정)의 상징도 바로 이것이다.
동유럽 신화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동유럽에 사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폴란드,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체코, 불가리아 등 슬라브족이 믿던 신화다.
2 슬라브 신화의 신들
2.1 최초의 신들
슬라브 신화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존재들이며, 그들 신화에 따르면 태고부터 존재해왔던 신들이다.
- 로드(Род): 동슬라브 신화에서 세계 최초의 신으로 창조를 처음으로 수행했다.
- 로자니차(Рожаница): 로드와 쌍을 이루는 여성신.
- 벨로보그(Белобог)
- 체르노보그(Чернобог)
- 마레나(Марена): 죽음의 여신으로 초르노보그의 아내.
- 스바로그(Сварог): 하늘의 신, 태초의 신 '로드'의 아들로 로드가 시작한 창조를 마무리한 신이다. 다지보그, 스트리보그, 시마르글 등을 낳았다.
- 스바로지치(Сварожич): 고대 슬라브 신화에서 불의 신. 스바로그의 아들이며 몇몇 전설에서는 다지보그와 같은 다른 신들과 동일시 되기도 한다.
- 데이프스: 고대 슬라브 신화에서 창조의 신,
2.2 동슬라브 7대 주신
오늘날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시의 신화 및 전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동슬라브의 7대 주신은 페룬, 호르스, 다지보그, 스트리보그, 모코쉬, 시마르글의 6대 신에 벨레스를 껴서 친다. 저 6대 신은 블라디미르 대공이 키예프의 판테온(만신전)에 섬긴 신들이었다.
- 페룬(Перун): 퍄룬이라고도 불린 천둥의 신. 러시아인들이 주로 믿었다. 정교회로 개종하기 이전, 러시아인들은 페룬을 최고의 신으로 숭배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배층들이 좋아했던 신이고, 정교를 받아들인 이후에도 페룬 신앙은 꽤 오랫동안 남아있었을 정도. 두 마리의 염소가 몰고 다니는 전차를 타고 번개를 일으키는 도끼를 들고서 어둠의 신인 벨레스와 자주 싸웠다. 북유럽 신화의 토르와 비슷하다. 페룬을 상징하는 것은 참나무, 말, 목요일이 있다. 마침 그리스 신화에서 비슷한 포지션인 제우스의 날도 목요일(프랑스어 Jeudi(목요일)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게다가 같은 천둥의 신인 토르의 날도 목요일(Thursday)이다. 페룬에게 신성한 장소는 바로 언덕. 키예프와 심지어 노브고로드의 언덕에도 페룬 상이 있었다고 연대기에서 전해진다. 보통 수염을 기르고 손에는 돌로 된 무기를 들고 있는 나이든 남성으로 그려진다. 돌로 된 무기는 당연히 벼락이겠지만...[4]
- 다지보그(Дажбог): 고대 슬라브 신화에서 태양의 신. 정교회로 개종하기 이전, 러시아인들이 믿었다. 러시아인들은 스스로를 다지보그의 자손이라고 여겼다. 그의 이름은 러시아어로 '주다'라는 뜻의 Дать(다찌)에서 유래됐는데, 호르스나 벨로보그와 비슷하지만 그는 '햇볕'을 골고루 준다는데서 '인류의 보호자'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 스트리보그(Стрибог): 바람의 신.
- 호르스(Хорс): 선량한 태양의 신. 다지보그와 그 역할과 기능이 비슷해서 이고리 원정기 같은 사서에서는 '호르스 - 다지보그'라 하여 동격시 되기도 하였다.
- 모코쉬(Мокош): 대지의 여신. 키예프의 블라디미르 대공이 세운 판테온에서 묘사되는 신 중 유일한 여성신. 큰 머리, 풀어 헤쳐진 머리카락, 긴 팔을 가진 여성으로 묘사 되었다. 마꼬쉬(Макош)라고도 부르며, 모꼬쉬 신앙은 러시아인들이 정교를 받아들이고 나서도 살아남았다. 정교가 받아들여진 이후에는 성모 사상에 흡수되기도 하였다. 어머니 러시아를 위해!와 같이 러시아인들이 땅을 여성, 특히 어머니로 생각하는 개념도 이 시기의 유산이라 볼 수 있다.
- 벨레스(Велес): 지하 세계와 물, 마법의 신. 항상 페룬이 기르는 가축을 자주 빼앗아 가, 그와 싸운다. 가축과 풍요의 신이기도 했고 통치자 계급의 신이었던 페룬과는 달리 민중들의 신이었다.
- 시마르글(Симарьглъ):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진 불의 신. 선악을 따지자면 악 쪽에 가까웠으나 어쨌든 7대 주신이었다. 이란 계열에서 온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스바로그가 내려친 망치에서 튀어나온 불꽃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2.3 기타 신들
- 시뱌토빗(Światowid): 고대 폴란드인들이 숭배하던 태양신. 스바로지치나 다지보그와 동일시된다.
- 사울레: 고대 슬라브 신화에서 태양의 여신, 다지보그와 함께 다닌다.
- 제미나(Земина - Zemina): 대지의 여신. 현대 러시아어로 땅을 'земля(지믈랴)'라고 하는데, 다른 신들 이름도 그렇지만 제미나도 '땅'이란 속성을 신격화한 대상이라 볼 수 있다.]
- 도고다, 바르풀리스: 스트리보그의 수행원.
- 몌쌰쯔(Месяц - Miesiac): 달의 신. 각각 러시아어와 폴란드어로 '달'(Month)이란 뜻이다. 다지보그와 결혼했다는 전설도 있고 또 다른 전설에서는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가 '별'이라고도 전한다.
- 자리아: 미의 여신.
- 조랴 우트레나야: 샛별의 여신. Zvijezda Danica, Zvezda Danica, 즈베즈다 젠니싸(Zvezda Dennitsa), Zwezda Dnieca, Zvezda Zornitsa, Gwiazda Poranna, Rannia Zoria, Zornica, Zornička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 조랴 베체르나야: 저녁 무렵 보이는 금성의 여신. Večernja Zvijezda, Večernja Zvezda, Zvezda Vechernaya, Zwezda Wieczoniaia, Zwezda Wieczernica, Zvezda Vechernitsa, Gwiazda Wieczorna, Vechirnia Zoria, Večernjača, Večernica 등으로도 불린다.
- 프리페가라(Pripegala): 페룬의 여성 동반자.
- 도돌라(Dodola): 비의 여신.
- 바바 야가(Баба-яга): 지옥과 어둠의 마녀. 절구통을 타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못된 장난을 치는 '악신'이나 '마녀'라기보단 좀 짓궂은 친구같은 느낌이다.
- 플린스(Flins): 죽음의 신.
- 코쉬 체이: 생명과 영혼을 은밀한 장소에 숨기고 다니는 불사의 요정, 혹은 마법사로 바바 야가와는 단짝.
- 포다가(Podaga): 날씨, 낚시, 사냥, 농사의 신.
- 지바(Ziva): 생명의 여신.
- 야릴로(Jarilo/Yarilo): 풍요와 봄의 신. 고대 슬라브 어로 봄을 야르(Yar')라고 한 것과 영어의 1년을 Year, 독일어에서 1년을 Jahr라고 한 것은 이 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승에서는 지하 세계의 신인 벨레스의 아들이며, 페룬의 딸인 모라나(마르잔나)와는 부부사이라고 한다. 1년을 주기로 죽음과 환생을 반복하며, 이는 계절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 마르잔나(Marzanna): 죽음과 겨울의 수확의 여신. 아예 계절을 통틀어서 자연의 여신이라고 하기도 한다. 모라나, 마르제나, 마라, 마모라 등등 비슷한 이름으로 여러 지역의 전승에 등장한다. 전승에선 풍요의 신 야릴로의 아내이자 페룬의 딸로 나오며, 새해 첫 날에 야릴로가 부활하여 그녀에게 구혼을 하면 봄이 찾아와 자연을 윤택하게 하고, 수확이 끝나는 시기에 야릴로와 마르잔나의 사이가 나빠져서 야릴로가 마르잔나에 의해 지하세계로 쫓겨나면 세상에 겨울이 오게 된다고 한다. 마르잔나가 죽음과 겨울의 여신이면서, 과일의 생장과 수확의 여신이라는 상반된 신격을 가진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까지도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등에선 춘분절에 마르잔나 헝겊인형을 태우거나 강물에 빠뜨리는 풍습이 남아있다. 이는 겨울의 끝과 봄의 재생을 축하하는 의미라고.
- 라다(Лада): 조화와 기쁨과 사랑과 젊음과 아름다움의 여신.
2.4 정령들
- 례스(Лес): 숲의 정령, '숲(Лес)'이 형상화된 정령으로 깊은 숲속에 산다.
- 보쟈노이(Водяной): 물의 정령.
- 폴레보이(Полевой): 들판의 정령.
- 루살까(Русалка): 물의 여성 요정, 이 요정은 물가에서 머리를 다듬거나 하는 식으로 지나가는 여행자를 유혹한 다음 물속으로 끌어들여서 죽게 만든다. 본래는 아름다운 처녀였지만 루살까가 변모하게 된데에는 한가지 전설이 있는데, 드보르자크의 3막 오페라 《루살카》에 그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 도모보이(Домовой): 집의 정령, 도모보이는 흰색 긴 수염에 털복숭이의 노인으로 그려지지만 한번도 사람 눈에 띄인 적이 없다고 전하며 보통 '뻬치까'라고 부르는 러시아식 벽난로 뒤에 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도모보이는 그 곳에서 가정일이 잘 돌아가는지를 감시하며 집안일을 게으르게 하는 여자나 게으른 가족들을 벌한다. 도모보이는 집안 돌아가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접시나 집기를 깬다고 여겼으며, 반대로 집안 사람들이 그를 잘 대접하면 불행으로부터 집을 수호하는 일을 한다. 또한 집안에서 잃어버린 물건이 있을때 도모보이에게 빌면 그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는 믿음도 있었다. 여러모로 한국 신화의 성주신과 겹친다. 집을 새로 지을 때에도 러시아인들은 도모보이를 데려오기 위해 문 앞에 빵과 소금을 놓고 그를 유인하며 다음날 빵과 소금이 없어지면 도모보이가 왔다고 생각하고 길조로 여겼다고 한다. 옛 집의 아궁이에서 불씨를 가져와 새 집의 벽난로에 불을 새로 지폈다. 프린세스 메이커 2에서 가사수치를 올려주는 정령인 '도모뷔'가 바로 도모보이이다. 또한 아내로 도모비카를 두고 있는데 도모비카는 여성의 몸에 닭의 부리와 다리를 지닌 요정이다.
- 키키모라(кики́мор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