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크네

Arachne

1 그리스·로마 신화의 등장인물

1.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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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여인으로, 배짜기의 명수였다고 한다. 신화에 따르면 자신의 베를 짜는 실력을 과신하여 아테나에게 대들었다가 저주를 받아서 거미가 되어 모든 거미의 시초가 되었다. 휴브리스를 범하여 신들에게 저주를 받은 대표적인 케이스. 여기까지만 본다면 그리스 신화의 그렇고 그런 캐릭터로 보여지지만...

사실 그리스 신화를 통틀어서 다른 신의 도움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기술만으로 신을 이긴 유일한 인간이다.[1]

1.2 아라크네와 아테네

아라크네는 염색장 이드몬의 딸로서 리디아라는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는 베짜기와 자수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성격이 오만해서 주위에서 아테나의 솜씨보다 훌륭하다 떠받드는 말에 겸손을 표하지 않고 행동하였다. 이에 아테나 본인이 노파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충고해주었지만 아라크네는 "아테나 여신을 직접 불러와라."라는 투로 무시한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어쩌겠는가. 아테나는 진짜 변신을 풀어버린다.(...)[2]

이에 적당히 구슬리려는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고 둘이서 길쌈 대결을 시작하게 된다. 아라크네는 제우스가 바람피는 난봉 히스토리를 중심으로한 다른 올림포스 신들의 막장행각을 테마로 직물을 짜고 아테나는 아테네의 수호신이 되기 위해 포세이돈과 한 경합을 정중앙에, 신에게 불경한 자들이 벌을 받아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모서리에 수놓아 아라크네에게 경쟁을 포기하라는 경고를 한다. 재미있게도 오비디우스의 말을 빌리자면 아라크네가 약간의 우세를 보인 모양이다. 아테나 자신도, 심지어 질투의 여신조차 아무 실수를 발견하지 못했다.[3] 크레토스의 살생부를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바꾸었다.

이에 머리 끝까지 열이 뻗친 아테나는 아라크네의 옷감을 조각조각 찢고서는 베틀의 북으로 아라크네를 구타한다. 자신의 솜씨를 증명했음에도 칭찬은 커녕 모두가 보고있는 가운데 얻어터졌다.[4] 아라크네. 네가 깨진 이유는 하나다. 넌 나를 화나게 했다.

이에 아라크네는 치욕감을 이기지 못해 목을 매어 자살한다. 이에 어린이용 순화 버전에서는 아라크네가 신을 경배하는 자수를 짠 듯 했지만 사실은 뒤에 신들의 막장 행각을 다룬 자수를 짜넣어서 아테나가 열받았다고 나오거나 아라크네가 아테나에게 밀려서 주제도 모르고 나댄 부끄러움에 자살했다는 전개로 나온다. 또한 국내에 정발된 토마스 불핀치 저 (著) '그리스.로마 신화'에선 아라크네의 천을 찢어버린 아테나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고 자신의 불경함을 깨닫게 하자 아라크네 스스로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고 나온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이 쪽을 채택했다.

올림포스 가디언에서는 어째서인지 아테나를 착하게 만든 모양인지 더욱 거만한 성격이 강조된다. 베짜기 대결은 애니매이션답게 아스트랄해졌는데 마지막에는 고치를 만들면서마무리를 한다.

아라크네의 작품은 정상이었다 싶었으나 그녀의 작품을 살펴보던 헤르메스가 뒷면에 제우스바람둥이끼를 묘사한 내용이 있는 사실을 떠벌려서 아테나랑 다른 신들이 빡치는 전개로 나아간다. 최후 역시 다른데, 도망치는 아라크네에게 제우스가 벼락을 떨군다. 크윽, 엉덩이에 벼락을 맞았군. 성우는 배정미.

이게 불쌍하긴 했는지 아테나는 헤카테의 약초 추출물로 시체에 새 생명을 부여해주긴 하나, ' 불경한 것 (improba)아, 너의 운명은 줄 끝에 매달려 사는 인생이 될 것이며, 이것으로써 너의 자손 또한 너를 따르리니… 너의 형벌이 영원할 것이로다. ' 라며 거미로의 삶을 부여한다. 오비디우스는 여신이 불쌍함을 느꼈다.곤 하지만 거미로 부활시켜주면서 한 말을 보자면 그것도 딱히 아닌 듯하다. 아테나도 다른 그리스 신들처럼 뒤끝 하나는 끝내줬다. 아라크네 뿐만아니라 후손까지 덤으로 거미로 만든 걸 보면 열받아서 저런것 같다.

다만 상대가 신이었으니(…) 신들의 더러운 성질머리를 고려해서라도 빨리 오만하게 군 것을 사죄하고 예를 갖추었으면 자존심은 구겼을지언정 목숨도 부지하고 거미도 안 될 수도 있었는데 스스로 그 기회를 날려먹은거나 다름없으므로 단순히 아테나 탓이라고만 하기 보다는 아라크네 본인의 자업자득도 완전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1.3 여담

거미의 실 다루는 기술을 보면 저 신화가 묘하게 설득력 있게 들릴 것이다.(...) 과학의 수혜를 입고 있는 현대인들의 눈에는 그냥 신기하고 만 정도지만 고대인들의 눈에 거미의 기술은 저런 신화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신의 섭리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재미있는 건 그리스쪽 신화에서는 아라크네의 이야기는 찾을 수 없다. 현재 남아있는 원전은 두 개─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베르길리우스의 '목유시'─뿐이다. 헬레니즘의 시대에서도 특히 도덕성에 대한 강조가 심했던 로마의 창작인 셈... 애초에 여기 있는 원전 인용도 전부 라틴어기도 하고.

여튼 다른 매체에서 '아라크네'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은 십중팔구 전부 거미와 연관이 있다.게다가 결말도 아라크네처럼 안습하기 짝이없다. 현대 그리스어로도 거미는 아라흐니(Αραχνη)이다. 고대발음(으로 추정되는 발음)은 다름아닌 '아라크네'.

거미강을 말하는 영어단어 'Arachnida'와 거미 공포증을 뜻하는 영단어 'Aracnophobia'의 어원이기도 하다.

1.4 대중문화 속의 아라크네

1.5 그 외

2 마블 코믹스의 등장인물

줄리아 카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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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른 신이 도와줘서 인간이 신에게 상처를 입힌 사례 중 하나로 디오메데스가 있다.
  2. 이 때 딱 한마디를 하길, 이몸, 등장! 'venit'. 라틴어로 "오셨다." 쯤 된다. 번역본 등지에서는 대체로 "그래, 여신이 여기 왔다" 하는 식으로 나오곤 한다.
  3. 그리스 신화에서 실력으로 신을 이긴 유일무이한 인간이다. 애초에 아테나에게 길쌈은 별로 전문분야가 아닌 것 같지만 맞다. 아테네는 길쌈 (베틀)의 신이자 기술의 신이기도 했다. 이 외의 경우는 모두 신의 승리로 끝났다. 그나마 억지로 찾은 예외라고 해도 아폴론의 연주대결에서 혼자 판이 이겼다고 주장한 미다스 왕이나, 죽음의 신 (Tanatos)과 싸워 이긴 헤라클레스도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아폴론과 싸운건 어쨌든 정령 판이었고 더군다나 그렇게 주장한 댓가로 미다스는 귀가 늘어나는 형벌을 받은 다음 인생이 심하게 꼬이게 된다. (덧붙이자면, 미다스의 말은 판이 이겼다는 주장이 아니라 졌을 경우의 형벌인 산 채로 살가죽 벗기기가 너무 심하다는 변호였다는 버전도 있다.) 그리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간본좌인 헤라클레스는 애초에 인간이 아닌 반신이다. 덤으로 나중에는 진짜 이 되었다.
  4. 오비디우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대도 아닌, 두대 아닌 세 대, 그리고 또 하여간 신나게 두들겨 맞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