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바타르

Eru Ilúvatar[1]

1 개요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의 세계의 창조신이자 유일신 격인 존재로, '영원의 궁정'에 거하며 관조한다. 흔히 '에루(Eru)'라고 일컬어지며, 일루바타르는 그를 아르다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사실 톨킨 본인이라 카더라- 일루바타르는 퀘냐로, 영어로 번역하면 'ALL-FATHER' 즉, '모든 것의 아버지'란 뜻이다. 톨킨의 성향을 대입하면 '하느님 아버지'가 되고, 후에 설정으로 누메노르의 침몰을 아틀란티스와 동일시하여(이름부터 아탈란테 - 아틀란티스 이야기) 야훼와 동일하게 볼 여지를 둔다. 이에 더해 에루는 영어로 'The one'으로 실질적으로 세계관의 유일신이라 볼 수가 있다.

2 행적

아이누들을 창조한 존재로 실마릴리온반지의 제왕 세계관에서 동급의 존재가 없는 신이지만, 세상을 직접 창조하지 않고 자신이 창조한 천사 격 존재들인 아이누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보여준 후 그에 따라 아르다를 창조토록 했다. 즉 반지의 제왕 세계관이 우리들 현실마냥 혼돈과 대립이 난무한 건, 어찌 보면 일루바타르가 직접 만들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발라들에게 데미우르고스 속성이 보이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살 주민인 엘다르(엘프)와 인간만은 아이누가 아닌 일루바타르가 직접 창조했으며, 때문에 엘다르와 인간은 각각 '일루바타르의 첫 번째 자손'과 '두 번째 자손'이라 불린다. [2]
그 외 지적 생명체들, 이를테면 난쟁이, 엔트 등은 아이누가 창조했다. 단 생명의 숨결, 즉 영혼만큼은 일루바타르가 선사하였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난쟁이족은 단지 육신만 존재하거나 인형처럼 되었을 확률이 높다. 이런 면에서 난쟁이족은 '일루바타르의 입양아'라 부른다. 아예 실마릴리온에서 난쟁이족을 인정하면서 일루바타르가 '입양아'라고 직접 말해준다. 즉 육신의 경우 아울레가 영혼의 경우 일루바타르가 내려준 셈이다. 엔트도 비슷하다.

창조신 포지션이라 그런지 등장은 거의 없다. 절대신이니만큼 창조 신화 이외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다는 건 맞지 않는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아래에서 발라들이 다 알아서 한다. 그러나 일루바타르의 존재감은 확실해서, 그의 이름으로 한 맹세는 결단코 뒤집을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 된다. 페아노르가 일루바타르의 이름을 걸고 실마릴들을 되찾아오겠다고 맹세한 후로 그 자손들이 맹세에 묶여 온갖 깽판을 벌이고 몰락해간 것이 대표적인 예다. 누메노르에서도 정기적으로 산 위에 있는 제단에서 그에게 제사를 올렸다. 게다가 난쟁이와 엔트의 탄생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비록 실무는 발라들이 한다 하더라도 그 허락권을 가졌고 그들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으며 요청에 결재를 해 주기도 한다. 어찌 보면 발라들은 일루바타르의 심부름꾼에 가까운 입장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자신의 창조물들에 대한 자율을 배려해주기 때문에, 모르고스처럼 아예 엇나가서 말을 안 듣는 놈들이 생겼다.

일루바타르가 직접 개입한 몇 안 되는 사건 중 하나는 바로 누메노르의 침몰이다. 누메노르 인들이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인 '죽음'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왜 엘다르에게는 영생을 주고 우리만 안 주는가? 영생을 우리 손으로 획득하겠다!"며 함대를 이끌고 발라들이 거주하는 발리노르로 쳐들어 오자 만웨가 일루바타르에게 기도했고, 이에 응해서 누메노르의 군대가 발리노르에 당도하자 지각 변동을 일으켜 몇몇 신실한 자들을 빼놓고 모든 이들이 그들의 창조물과 함께 '망각된 자들의 동굴'에 갇혀 '최후의 전투'와 '심판의 날'까지 갇혀 있었다. 원래 평평해서 가장자리로 가면 떨어지던(!) 아르다를, 누메노르 부분을 침몰시켜 없애고 발리노르를 오려내어 별개의 차원으로 따로 떨어뜨린 후에 남은 부분을 동그랗게 말아 붙여 3차원 구형으로 만들었다. 그 이후 가운데땅의 먼 미래가 지금의 지구라고 한다. 따라서 누메노르 멸망 후 아르다에 남은 요정들이 발리노르에 닿기 위해서는 그들의 배만이 여행할 수 있는 특별한 경로를 통해 아르다 자체를 벗어나야 한다. 그렇다! 회색항구는 우주선 발사 기지였다

누메노르 인의 반란은 아주 어리석은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누메노르인은 발리노르 자체가 영생의 힘이 있는 땅이라고 생각해서 그곳을 차지해 살면 영생을 얻는다고 여겼지만, 발리노르 자체는 그냥 신성한 땅일 뿐 영생의 힘은 없다. 실제로 발리노르에서 살해당한 엘다르도 꽤 된다. 발리노르가 영생의 땅으로 불리는 것은 영생의 존재인 발라, 마이아와 엘다르가 살기 때문이다. 즉, 사우론이 누메노르인을 속인 것이다. 반란을 일으킨 대가로 누메노르인은 죽지도 못하고 세상이 끝날 때까지 갇혀 있다고 한다. 톨킨의 세계관에서 '죽음'이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임을 고려할 때, 이는 엄청난 처벌인 셈이다. 단 발리노르에 직접적으로 발을 디딘 자만 해당되며, 나머지는 다행히(?) 그냥 익사로 끝났다.

웬만한 책에서는 언급조차 안 되고 등장하지도 않지만 톨킨의 말의 따르면 알게 모르게 가운데땅에 계속 개입하고 있다고 한다. 반지전쟁 시기에 간달프가 모리아의 발록과 싸우고 명이 다했을 때 그를 발라 이상의 존재가 부활시켰다고 하는데, 발라 이상은 일루바타르밖에 없으므로 일루바타르가 간달프를 부활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프로도에게서 반지를 뺏어 신이 난 골룸이 발을 헛디디게 하여 반지가 파괴되도록 한 것도 일루바타르라고 한다.
이들 내용은 톨킨이 작성한 편지에 나와 있다. 결국 중요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일루바타르가 은연 중에 개입한 것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잖아? 애초에 모든 것이 그의 뜻 안에 있기 때문에, 그가 개입한다는 것은 그의 뜻에 맞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멜코르의 불협화음으로 세상의 완전성이 깨어졌으며 일루바타르 또한 분노했지만, 결국 그 또한 일루바타르의 권위를 드높여줄 일이 될 뿐이라고 했으니... 진실은 저 너머에. 논리를 초월한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이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톨킨이 고심 끝에 낸 악의 문제에 대한 답이다. 톨킨 자신이 생각한 이론은 아니지만, 기존에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이 골똘히 생각한 이론을 수용하여 자신의 소설에 대입시킨 것이다. 이것은 여러 번 작중에 나타나는데, 적합한 비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악의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그리스도교적 이론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1. 실제로는 작중 내내 어떻게 생겼는지 묘사가 없다. 일루바타르의 모티브 자체가 그리스도교야훼/하느님이라 그리스도교 교리처럼 일정한 형태의 모습으로 고정되어있지 않도록 설정을 잡았기 때문이다.
  2. 참고로스타크래프트 시리즈가 이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창조자 젤나가에 의해 탄생한 프로토스저그는 젤나가의 첫 번째 자손, 두 번째 자손이라 불리며 특히 프로토스는 스스로를 첫 번째 자손이라 부르며 무척 자랑스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