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폰 뤼네부르크

(뤼네부르크에서 넘어옴)

1 소개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로 본편이 아닌 소설 외전 4권 <천억의 별, 천억의 빛>과 같은 부제의 OVA 외전에서 등장한다. OVA판 성우는 노자와 나치. 코믹스판에도 등장은 하나 그렇게 비중있는 역할은 아니다.

소설을 기준으로 작중에서 은하제국 측 주인공인 라인하르트 폰 뮈젤과 라이벌 비스무레한 구도를 형성했던 인물로 육상전 스페셜리스트이다. 생존 시기의 계급은 제국군 소장이었고, 전사자 특진에 따라 최종계급은 제국군 대장.

2 행적

2.1 독특한 이력의 기인

제국군 준장으로 처음 등장하지만 원래는 자유행성동맹군인이었으며, 제국에서 동맹으로 망명한 사람들을 선발하여 편성한 동맹군 최정예 육전부대 로젠리터 연대의 11대 연대장이었던 인물이다. 그랬던 사람이 돌연 제국으로 다시 망명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이 행위가 기행으로 표현되는 이유는 한 번 망명한 자가 또 망명했기 때문이며, 게다가 작중에서 망명이라 하면 제국에서 동맹으로 넘어오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 반대의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기 때문이다.

제국으로 다시 망명한 후에는 이에 대한 포상으로 기존의 대령 계급에서 준장으로 승진했으며, 전쟁으로 약혼자를 잃은 하르텐베르크 백작가의 여식 엘리자베트 폰 뤼네부르크와 결혼까지 했다. 그 때문에 뤼네부르크가 자신이 죽인 제국 군인의 유품에서 엘리자베트의 사진을 보고 망명했다는 입소문이 돌기도 했다. 어찌됐든 제국은 이 사례를 인용하여 "제국으로 망명하면 뤼네부르크처럼 될 수 있다!"란 내용의 대동맹 프로파간다로도 써먹었다.

다만 프로파간다로 써먹는 것 치고는 대우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르텐베르크 백자작가의 여식과 결혼은 했으나 제국에서 동맹으로 망명했다가 다시 망명한 인물이란 이력으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문벌대귀족을 위시한 주류귀족 사회에서는 백안시당하는 처지였다. 게다가 뤼네부르크의 전문분야인 백병전에서는 자타공인 2만 년 늦게 태어난 석기 시대의 전사로 인정받는 오프레서 상급대장의 존재가 확고했다. 이로 인해 역망명 후 3년 동안 좀처럼 실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3년째 준장 계급에 머물러 있었다.

2.2 천억의 별, 천억의 빛에서의 행적

반플리트 성역 전투에 참전했는데 하필 배속된 부대가 총사령관 뮈켄베르거 원수마저 짐짝 취급하면서 아예 예비전력이란 표현으로 주전력에서 배제하고 후방으로 돌려버린 그림멜스하우젠 중장의 함대였다. 게다가 같은 부대에는 자신과 같은 준장 계급의 18살 금발 애송이가 분함대를 지휘하고 있었으니...

함대가 근거지를 삼기 위해 강하한 반플리트 4-2에 동맹군 기지가 건설되어 있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공을 세울 기회를 얻었다. 이 때 라인하르트를 직접 부장으로 지명하고 전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라인하르테에게 굴욕감을 선사하기도 했으나 정작 적 기지 사령관 싱클레어 셀레브레제를 생포하는 1급 전공은 라인하르트에게 뺏겼다. 그래도 전투가 끝나고 오딘으로 귀환한 후에 승진 추천을 받아 소장으로 승진했다. 다만 전공을 인정받은 결과라기 보다는 해당 전투에 참여한 부장 라인하르트가 적 장성을 포로로 잡은 공로로 승진하면 그 직속상관이었던 뤼네부르크보다 계급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한 군의 부정적인 인식과 3년째 준장에서 진급하지 못하고 있던 이유가 혼합된 결과였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뤼네부르크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승진 축하연에서 빈혈 증세를 보이는 부인 엘리자베트를 정중히 모시던 라인하르트의 모습을 보고 이를 곡해하면서 대놓고 비아냥[1]거렸다. 심지어는 고성이 오가다가 서로의 신분을 망각한 채 겉옷을 벗어던지고 현피를 뜨려고 했으나 울리히 케슬러 대령이 나타나[2] 이들을 정중한 태도로 말리면서 무마됐다.

뤼네부르크는 라인하르트와 라이벌 관계를 자처하여 문벌대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높이고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정작 소장 진급 감사를 빌미로 오프레서를 찾아간 자리에서 '어차피 경이 노릴 수 있는 자리는 내가 있는 자리 아닌가?'란 이야기에 '나는 돌려 말하는 건 싫다! 고작 그것 때문에 찾아온 건 아닐 테지. 말하고픈 게 있다면 단도직입적으로 하라!'란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입장에서는 너네 둘이 싸우다가 같이 나자빠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란 소리를 들음으로써 사실상 문벌대귀족에게서 인정받으려는 노력은 끝내 단념하고 만다.[3]

2.3 최후

제6차 이제르론 공방전에 참전했으나 로젠리터와 교전 중에 발터 폰 쇤코프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래 로젠리터 내에서 꽤 인망있던 인물이었으나, 돌연 배신을 하고 제국으로 망명하는 바람에 로젠리터를 해체 직전의 상황까지 몰아넣어 부대원들의 증오를 사고 있었다. 실제 반플리트 4-2에서 뤼네부르크와 마주친 칼 폰 데어 데켄 중위는 당신 때문에 연대 장교들 모두 사문회에 끌려가 사상검증급 추궁을 당했다고 울분을 토하면서 결투를 벌이다 전사했다. 게다가 12대 연대장인 오토 프랑크 폰 반샤페 대령도 반플리트 4-2에서 뤼네부르크의 공격에 중상을 입고 사망했으니 안 그래도 기존에 쌓아둔 어그로를 더 중첩시켜놓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13대 연대장인 쇤코프는 연인이었던 발레리 린 피츠시머즈 중위를 반플리트 4-2 교전에서 잃는 바람에 개인적인 원한까지 품고 있었다.

이런 쇤코프와 로젠리터 연대가 품은 원한은 제6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기형을 연출해냈다. 통상적으로 함대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육전부대는 딱히 할 일이 없지만, 이 인간들은 단지 뤼네부르크를 전선으로 끌어내기 위해 눈에 들어오는 적함마다 강습양륙함을 꼴아박고 함상백병전을 벌이는 과거 지구 시절의 해적들이 하던 짓거리를 하고 다녔다. 게다가 승무원을 모조리 썰어버리고 배를 탈취하고 나면 통신기에다 대고 뤼네부르크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피로 붉게 물든 도전장을 노래해대고 있었다.

로젠리터의 기행은 동맹군 수뇌부에서도 한 소리를 할 정도[4]였는데, 제국군 수뇌부도 적잖이 짜증이 난 상태였고 결국 뮈켄베르거 원수가 12월 5일자로 뤼네부르크를 호출하여 "난 니 문제 말고도 골치아픈 일 많아, 새퀴야. 니 불명예는 니가 처리해."란 내용의 쓴소리를 퍼부어댔다.

벼랑 끝에 몰린 뤼네부르크는 직접 출격, 강습양륙함에 탑승하여 동맹군 로젠리터들이 탑승한 강습상륙함에 들이받아 백병전을 걸었다. [5] 그리고 쇤코프와 결투를 벌이던 중에 패배하여 목숨을 잃는다. 외전 OVA '천억의 별, 천억의 빛'에서는 1:1 대결 중에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쇤코프에게 오른팔을 통째로 잘리고 과다출혈로 죽는다.

죽어가면서 "쇤코프, 착각마라. 네가 강해서 이긴 게 아냐, 내가 약해진거야..."라는 말을 하는데 쇤코프는 무덤덤하게 그럴지도 모르지라며 받아들였다. 그리고 뤼네부르크는 죽기 직전 "엘리자베트, 나는 죽어 주마. 너를 놓아 줄 테니, 이젠 좋을 대로 살아가라."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러나 목소리로 바뀐 채 입술의 미동만으로 발현되었으므로 그 누구도 알아듣진 못했다. 쇤코프는 로젠 리터 대원들이 오자 죽은 뤼네부르크 시체에 경례를 하게하며 옛 상관이던 이에 대한 마지막 예의를 보여줬다. 이후 뤼네부르크는 '명예로운' 전사로 이정되어 제국군 군율에 의해 대장으로 추서되었다.

코믹스판에서는 이제르론 공략전에 소환된 로젠리터 연대와 쇤코프의 배경 설명을 할 때 두세 컷 나오다가 곧바로 쇤코프에게 사망한다. 코믹스에선 뤼네부르크가 "쇤코프, 네놈이 연대장이 되었나? 많이 컸군."이라는 대사가 그의 마지막 대사다. 원작의 이런저런 복잡한 배경은 나오지 않는다.

3 인물평

3.1 유능한 지상전 전문가

1:1 전투에서 상당한 실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며, 동맹군 로젠리터 시절에는 그 발터 폰 쇤코프가 한 번도 못 이겨봤다고 했을 정도였다. 상술한 바와 같이 쇤코프에게 패배하고 죽어갈 때 "네놈이 강해진 게 아니라 내가 약해진 거다."라 했고, 쇤코프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투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 뤼네부르크는 제국으로 역망명한 이후 3년 가량 실전에서 떨어져 있었으니 감이 무뎌졌을 법도 하므로 자신이 약해졌다는 말은 딱히 틀려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쇤코프는 그 사이 전장에서 끊임없이 구르며 경험을 쌓았으니 쇤코프가 강해진게 아니란 말은 졌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기 싫어서 내뱉었을 수도 있다.

또한 지상전 지휘에서도 실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았다. 일단 로젠리터의 연대장이었던 이력도 있고 당시 부하였던 인물들은 그놈의 역망명만 아니었으면 유능하고 존경받을만한 상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반플리트 4-2의 지상전에서 부장으로 참전한 라인하르트가 뤼네부르크의 전투 준비와 지휘에 빈틈이 없음을 순순히 인정했다.

어쨌든 실력은 있는 인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제국군 육전 분야에는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거나 그와 맞붙는 것은 저능아의 만용과 같은 소리를 들으며 가히 우주최강남의 포스를 보이던 오프레서란 거대한 장벽으로 인해 출세에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수 밖에 없었다.

3.2 라인하르트와의 기묘한 관계

같은 장군 계급이었긴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우주함대를 지휘하는 인물이고 뤼네부르크는 장갑척탄병을 지휘하는 인물이다. 즉, 아예 분야가 다른 두 사람이 동일한 전장에서 동일한 전공을 다툴 만한 관계가 아니다. 다만 우연히 반플리트에서 라인하르트가 뤼네부르크의 요청으로 그의 부장자격으로 지상전에 참여하게 됐고, 회의석상에서 뤼네부르크가 부장인 라인하르트에게 의견을 구한다음 그의 답변을 높이 평가하고 훗날 자신이 출세를 하면 수하로 두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기묘한 관계에 신호탄을 날렸다.

라인하르트는 이 때 뤼네부르크가 자신의 위에 서서 깔아뭉개는 것으로 인식하여 상당한 굴욕감을 느꼈으나, 곧 전투에서 적 장성을 사로잡는 공적을 세웠고 뤼네부르크를 경계한 키르히아이스가 아예 라인하르트가 적 장성을 사로잡았다고 사령부에 먼저 보고를 올리는 바람에 한 방씩 주고받은 상황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상대를 의식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라인하르트와의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자신의 입지와 출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 뤼네부르크는 적극적인 자기 PR을 시도했으나, 돌아온 것은 냉담한 반응 뿐이었다. 차라리 라인하르트에게 잘 보이는 것이 더 좋았을 수도 있는데, 뤼네부르크 스스로도 라인하르트가 유능한 능력자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다만 자존심 문제로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우면서 서로 육체언어를 나누기 직전[6]까지 가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으니…[7] 뤼네부르크에 대한 키르히아이스의 평은 "적으로 돌리면 귀찮지만, 아군으로 삼으면 더 결과가 좋지 못한 자."

3.3 황실의 후손?

뤼네부르크가 사실 황실의 후손이고, 출생의 비밀을 알았기에 제국으로 망명했다는 소문이 돈 적이 있었다. 소문 자체는 뚜렷한 근거없이 그렇다더라는 식으로 떠도는 뜬소문이었기 때문에 귀족들 모두 코웃음을 치며 무시했다. 라인하르트 역시 코웃음을 쳤지만 만약 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이 뤼네부르크라면 정말 치졸한 놈이라고 평했다. 그나마 그림멜스하우젠 자작이 국무상서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에게 워낙 골덴바움 왕가의 황제들이 그 방면으로는 워낙 난잡했기 때문에 정말로 황가의 후손일 가능성은 있으나 황족으로 공인받을 만큼 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내용의 비공식적 대화만 있었을 뿐이다.

작중 묘사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 모두 코웃음을 치면서 무시하는 완전한 헛소문으로 취급한다. 게다가 소문의 진위여부를 가장 잘 알고 있을 장본인은 자신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떠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에 대해서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작중 비중도 뜬금없이 튀어나온 소문이고 별 반향도 없이 묻혔기 때문에 진지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일단 사람들의 반응이나 묘사를 보면 누군가가 뤼네부르크를 웃음거리로 만들기 위해 퍼뜨렸을 수도 있으나, 라인하르트의 이야기처럼 뤼네부르크가 정말 치졸한 놈(...)이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작중에서 뤼네부르크는 어떤 야망을 품고 제국으로 망명을 해온 것으로 묘사되는데, 정작 망명한 이후로는 하르텐베르크 백작가와 결혼한 것과 장군으로 승진하여 대동맹 프로파간다로 이용당하는 것 말고는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당사자는 어떻게든 주류귀족 사회에서 인정을 받아 자리를 잡으려 발버둥치지만, 오프레서가 보이는 냉담한 반응처럼 무시당하는 입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뤼네부르크가 사실 황실의 후손이란 떡밥은 여러 귀족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떡밥이 될 수 있다. 특히 황제의 다음 후계가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상황[8]에서 후계를 주장할 수 있는 남성의 등장은 충분히 주목받을 가치가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뤼네부르크 자신의 야망을 펼치기 위한 뒷배경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문 자체가 워낙 뜬금없었고 뤼네부르크는 제국 내에서 어떤 주목이나 반향을 일으킬 만큼의 인망과 명성도 갖추지 못한 인물이었다. 결국 이 소문은 그 근원이 누구였고 목적이 무엇이었건 간에 사람들의 코웃음만 산 해프닝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될놈될 안될안

4 그와 부인 엘리자베트에 관한 이야기

주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이 틀 아래의 내용은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의 줄거리나 결말, 반전 요소가 직, 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내용 누설을 원치 않으시면 이하 내용을 읽지 않도록 주의하거나 문서를 닫아주세요.

정략결혼의 희생자

뤼네부르크의 부인인 엘리자베트는 과거 포르겐 백작가의 칼 마티아스 폰 포르겐와 약혼한 사이였다. 당시 칼 마티아스는 군무성에서 영관급 대우를 받는 행정장교로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본가에서 용돈을 받아 쓸 정도로 경제관념이 희박한 위인이었다. 이에 엘리자베트의 오빠인 에리히 폰 하르텐베르크 백작은 결혼 후에 두 사람이 먹고 살 경제적 해법을 날카롭게 질의했고, 칼 마티아스는 곧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쉬운 비법을 찾아냈다. 문제는 그 비법이 바로 마약 밀매, 그것도 작중에서 제국과 동맹의 치안조직이 서로 협력했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키던 사이옥신으로 막대한 돈을 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엘리자베트의 오빠, 하르텐베르크 백작은 헌병경찰이었으며 내무성 경찰총국의 차장이란 고위직에 있는 인물이었다. 또한 귀족계로부터 깐깐한 경찰간부가 귀족을 대충 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꽤나 유능하고, 내무성 내에서도 미래의 핵심간부로 손꼽힐 정도로 전도유망한 인물이었다. 그런 하르텐베르크 백작이 칼 마티아스의 비정상적인 돈벌이를 모를리 없었으며 오히려 이 문제로 인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마약 밀매 자체는 평범한 가문에서도 집안망신인데 칼 마티아스는 포르겐 백작가의 자제였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하르텐베르크 백작의 출세길이 끊어지는 것은 물론 두 백작가가 나란히 몰락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결국 진실이 밝혀지면 같이 몰락할 운명의 포르겐 백작(칼 마티아스의 형)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어 비밀동맹을 맺었고, 군무성에 압력을 넣어서 칼 마티어스를 전방기지의 경리장교로 전출시켰다. 그리고 두 백작가에서 원했던 결말 '동맹군의 공격에 맞서싸우다 명예롭게 전사한 군인'으로 포장하여 불편한 진실을 묻어버릴 수 있게 됐다.

한편 이 일로 애인을 잃은 엘리자베트는 폐인이 되었고, 그런 여동생의 모습을 보다못한 하르텐베르크 백작은 뤼네부르크가 망명을 해 온 이후 엘리자베트에게 청혼을 하자 혼인관계를 맺을 수 있게 적극적으로 다리를 놓아주었다. 이로 인해 뤼네부르크가 해당 전투에서 칼 마티아스를 죽이고, 그 유품에서 엘리자베트의 사진을 보고 망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림멜스하우젠에게서 전후 사정을 전해들은 울리히 케슬러는 하르텐베르크 백작쪽에서 뤼네부르크를 전 약혼자의 원수로 설정하고, 그렇게라도 생각해서 정신적으로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여동생의 정신세계가 극적으로 소생하기를 바란 것 같다고 추측했다. 뤼네부르크도 '당신의 전 약혼자를 죽인게 나였다'란 이야기를 입밖으로 꺼내려 한 적이 있으나 약혼자란 표현에서 급반응을 보이는 부인의 모습에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어쨌든 이러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순탄할리 없었고 겉보기와 달리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는 언급이 나온다. 이런 이야기를 케슬러에게서 들은 라인하르트는 "뤼네부르크도 별로 행복한 사내는 아닌 것 같군."이라고 평하며 동정을 표했다.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 역시 뤼네부르크 부부의 뒷사정을 조사하였는데 정식 결혼보다 뤼네부르크의 강압에 의한 "사실혼 관계"가 선행되었다는 소문과 함께 여러 사정이 얽힌 복잡한 부부관계에 대한 정보를 라인하르트에게 제공했다. 이 때 키르히아이스는 꽤나 조심스러운 태도로 보고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라인하르트의 누님이 강제로 황제의 후처가 된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고, 과거 안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뤼네부르크를 혐오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전해들은 라인하르트는 키르히아이스가 놀라면서 내가 저분을 너무 몰랐던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할 정도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럼 남자쪽이 불행한거 아닌가?"란 말을 하면서 뤼네부르크를 동정하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엘리자베트는 뤼네부르크를 사랑하지도 증오하지도 않았다. 결혼생활 내내 순종적인 아내의 모습을 보여 주지만 남편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것이 정확할 듯.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란 것을 작중 가장 잘 보여 주는 인물이다. 그녀는 평생 죽은 애인인 칼 마티아스만을 영원히 그리며 살았다. 결국 뤼네부르크의 출정 중에 애인의 죽음이 오빠 하르텐부르크 백작 탓이라는 사실을 리하르트 폰 그림멜스하우젠에게 들어 알게 되자, 오빠를 집으로 초대하여 사실 여부를 추궁하다가 독이 든 커피를 먹이고 계단에서 밀어버린다. 그리고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오빠의 얼굴을 향해 코스모스 화분을 던져 머리를 깨 죽여버렸는데, 이 사건은 12월 1일에 벌어졌으므로 뤼네부르크가 전사한 것은 그보다 시간적으로 나흘 뒤의 일이다. 뤼네부르크는 몰랐지만 사실상 뤼네부르크에게 죽으라고 명령한 뮈켄베르거는 이미 그 소식을 알고 있었다.[9]

  1. 이때 뤼네부르크는 라인하르트를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으로 비유하여 조롱하였다. 조롱했다는데 조롱이 아닌 것 같은게 함정 이후 사정을 전해들은 키르히아이스는 진흙 조각따위로 비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뤼네부르크도 라인하르트의 미모만큼은 인정하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2. 이후 묘사되는 장면을 보면 하르텐베르크 백작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그림멜스하우젠 자작에게 중재를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3. 오프레서의 입장에서 봤을때에는 일부러 경쟁자를 키워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겠지만 넓게 봤을때는 그야말로 악수. 무엇보다 오프레서가 라인하르트를 직접 견제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뤼네부르크를 이용한다면 라인하르트를 견제할 길이 열리는 셈이지만 이 방법을 스스로가 버린 셈이다. 물론 이 시점에서 겨우 준장따위인 라인하르트를 굳이 자신이 견제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불과 몇 년 후에는 오히려 라인하르트가 오프레서 따위가 넘보기 힘든 자리(로엔그람 백작 및 우주함대 부사령관)에 오르게 된다는 점을 봤을때 오프레서가 사람 때려죽이는 데에는 전문일지 몰라도 정치 싸움에는 전혀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4. 사령부에서 이게 무슨 지거리야란 식의 잔소리를 했는데 쇤코프는 로젠리터에게 잔소리 하러 온 장교의 면전에서 '이런, 나랑 뤼네부르크 사이의 사적인 일인데.'라고 되받아치고 카스퍼 린츠가 '공적이라는 핑계로 사람을 죽일 정도로 우린 타락하지 않았다.'라고 일갈한다. 거기에 로젠리터 대원들이 살기를 드러내자 장교는 황급하게 도망갔다.
  5. 현대전으로 대입하면 해병대 상륙함 두 척이 장군 하나 잡는다고 해변에 상륙할 생각은 안 하고 대양에서 서로 꼴아박고 육박전을 벌이는 만행을 저지른 거나 진배없다. 그나마 적 전투함은 그림이 좀 낫다지만 오십보 백보. 그럴 거면 우주선은 왜 탔는데? 이것이야말로 잉여 오버 테크놀로지의 정수! 우린 촌스럽게 행성 중력권 안에서 백병전 따윈 안 한다고?
  6. 라인하르트도 1:1 결투에서 실력을 갖춘 인물이지만 아무래도 취기가 오른 상황에 상대가 상대인지라 거하게 얻어터지는 흑역사를 찍었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7. 사실 그럴만도 한게 라인하르트 자체가 호감을 주는 인간성을 지닌것도 아니고 새파랗게 젋은, 아니 사실 18세의 어린 놈한테 잘 보이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8. 정통성이 가장 좋은 직계황손 에르빈 요제프는 어린데다 뒷배경에 문벌대귀족이 없으며, 반대로 뒷배경이 좋은 두 황손은 직계가 아니고 외손녀였다.
  9. 같이 있던 오프레서 상급대장이 이 사실을 가지고 웃지만 뮈켄베르거는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