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냐 헨로

"조언을 좀 받고 싶군요. 주인께 사랑 받는 방법에 대해."

1 개요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 인물.

헨로 자작가의 영애(둘째딸)로 인간 처녀. 도르 헨로와 모디사 헨로의 딸이자 니어엘 헨로의 동생. 엘시 에더리의 약혼녀이다.

작품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이미 수인으로써 백화각에서 시체를 염하고 있는 염사 보조인이 되어 있었다. 이는 엘시를 따라 종군 부인회에 참가해 병사들을 위무하다가 그만 간첩의 서신의 반출을 도와버린 까닭에 죄인이 되었기 때문이다.(허가 없는 서신의 반출은 중죄이고 설령 몰랐더라도 간첩의 서신이라면 더더욱 말할것도 없다)

작중에 외모나 행동거지는 깊이 묘사되지 않지만, 제국에서 내로라할 신랑감들이 잇따라 반할 정도라면 참한 색시감으로 보이긴 한 듯. 니어엘도 자신의 동생을 자신보다 더 훌륭하다고 소개할 정도였다. 솜씨도 있어서 엘시의 옷은 그녀가 다 지었다고 한다.

2 작중 행적

엘시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간청하지만 고지식하고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엘시는 그녀의 석방을 탄원하는 대신 전공을 세워 황제의 사면령을 기다리는 답답한 방법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번은 그녀의 간청을 견디다 못한 엘시가 만병장의 권리로 부냐를 꺼내주려 시도했지만, 부냐는 이미 데라시의 서신을 받은 상태여서 결국 엘시의 손길을 거절하게 된다 엘시는 그녀가 자신의 뜻을 이해했다고 기뻐했지만 오해. 염사장 두이만 길토도 엘시의 부속물이 되는 것을 거부한 귀족적 결단이라고 칭찬했지만 역시 오해였다.

허영심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은근히 암시되고 있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엘시조차 '대장군의 약혼녀임을 자랑하기 위해 종군한 부인회에 참가하고, 서신의 반출이 엄격히 제한되는 군 내에서 뱃심 좋게 서신을 받아든' 여자라고 (자기도 모르게) 생각할 지경이면….

스카리 빌파가 부냐를 연모하고 있다. 그녀를 위해 바둑을 배우기까지 하는 걸로 보아 보통 애정이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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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년이 염치가 있었다면 칼 한 자루 들고 싸우려 했을 것이다. 그 년을 위해 죽어가는 병사들의 곁에서. 그 년이 용기가 있었다면 창 밖으로 몸을 던졌을 것이다. 그 년 때문에 한 번 파괴된 가족을 두 번 파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부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중략) 부냐는 무엇을 하고 있나? 그 년이 주보를 죽이고 황금 열쇠를 뺏어 그룸성을 장악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지금처럼 화가 나지는 않았을 거다. 아니, 만일 그랬다면 나는 박수를 쳤을 거다. 하지만 부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세상이 그녀를 위해 바뀌기만을 바라고 있어." - 락토 빌파, 파르바리 계곡에서 부냐에 대해.

그게 누구지? 그 허영심으로 가득 찬 우둔한 여자가 누구지? 병사의 고충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는 주제에 동행한 귀부인들에게 약혼자가 대장군이라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위문단에 참가하는 허영심을, 그리고 작은 쪽지 한 장도 엄중히 검열되는 병영에 들어와서 뱃심 좋게 편지를 받아드는 우둔함을 가진 그 여자는? - 엘시 에더리, 1권 360~361p.

스카리가 백화각을 파옥하고 부냐를 발케네로 데려가게 된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발케네와 황제 간의 전쟁이 벌어지게 되고, 빌파 부자의 사이가 멀어지는 계기도 되었다. 꼭 스카리여서는 아니고, 엘시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다는 식이었다. 마침 스카리가 그녀를 구하러 온 것. 스카리는 차기 공작으로서 멋지고 당당한 모습을 부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락토는 스카리가 멋대로 저지른 일에 격분한데다 부냐가 뭔가 자주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것을 까대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 대든 스카리가 성에 거의 연금당하고 마지막에는 쫓겨나는 상황가지에 처해진다. 결국 락토가 스카리의 손에 사망하고 스카리가 새로운 발케네 공작이 되면서 부냐도 덩달아 지위가 상승할 것처럼 보였으나….

하늘누리의 추락 후 헨로 부부가 암살성으로 오게 되자 스카리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끝내는 시종과 침대에서 알몸으로 뒹굴기까지 한다. 황제에 의해(정확히는 황제의 수하였던 모종의 인물에 의해) 납치되어 인질이 된다.

그러고는 나중에 스카리에게 예쁜 옷 입혀져서 배달(?)되는데, 뭔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 스카리와 나름 사이좋게 잘 지내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데라시에게 주인에게 사랑받는 법을 물어보는 걸 보면 뭔가 초탈해버린 걸까. 황제와 있던 아실이 정신억압으로 인해 변한 것처럼 부냐도 정신억압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위에 엘시의 회상에서 드러나듯 본래 허영심이 강하고 귀족적인 생활을 좋아하므로 그 점을 정신억압 받은 듯 하다.

부냐의 행동 대부분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대체로 이해가 갈 수준이라는 의견이 있으나, 캐릭터에게 지나친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하나씩 따져보면 그건 바르지 않은 의견이다. 종군 부인회에 나간 것 자체가 엘시의 독백을 보면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행동이었고 군 내 서신 반출 자체가 군법 위반인데 하필 그것이 간첩이 보내는 군사 기밀 관련 서신이라는 점에서 엄청나게 경솔하고 무모한 짓을 저지른 것. 비록 전쟁이 제국군의 신속한 완승으로 끝났다고 해도 전시에 군 기밀을 빼돌리는데 일조할 뻔한 셈이니 간첩으로 몰려서 군법으로 즉결 처형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이 사건 자체가 엘시가 부냐와 파혼하고 정우와 결혼하게 하려는 치천제의 계획이었으니 그때 거절했더라도 어떻게든 부냐는 다른 죄를 뒤집어 썼을 것이라는 해석이 있으나 사실 정우가 있든 없든 황제는 규리하 변경백이 되고 후에 자신의 후계자가 될 엘시에게 짐이 되기 때문에 잉여 부냐를 엘시와 맺어 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황제는 부냐 따위가 어떻게 되든 별 관심이 없었으므로 엘시와의 약혼만 깨진다면 부냐를 바로 풀어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우둔한 그녀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변호할 수는 있겠으나, 스카리를 냉큼 따라간 것도 결과적으로는 매우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치천제는 엘시의 앞길에 방해가 될 발케네를 토벌해서 발케네인들을 몰살시키고 천경비록을 회수할 생각을 하고 있었으므로. 부냐는 제 발로 사지에 들어간 셈이자 자신의 가족들까지 반역자로 몰릴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니어엘 헨로가 놀라운 전공을 거두어서 헨로 가의 안위와 명예를 지켜냈지만......

본래 비셀스 규리하가 오길 기다렸던 발케네 사람들로서는 정치적으로 타격만 되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잉여 그녀의 존재를 당연히 달가워할 리 없다. 거친 발케네 사내로서 황제에게 교묘히 대항할 준비를 해 온 락토 빌파로서는 자주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려 하지 않는다며 그녀를 까대는 것은 당연. 그의 성격에 부냐를 바로 죽여 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스카리의 체면을 많이 봐 준 셈이다. 백화각에 들어가기 전까지 곱게만 자랐던 귀족 처녀로서는 칼 한 자루 들고 병사들과 싸우는 것도, 시종장을 죽이고 황금열쇠를 탈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부냐는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발케네 사람들의 좋지 못한 시선을 달라지게 할 어떠한 적극적인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한다며 스카리에게 징징거리며 매달리기만 했다.

같은 귀족이면서 자신의 위치와 제국의 혼란한 상황을 잘 이용해 왕국을 세우려 했던 지키멜 퍼스가 있고, 아무것도 없는 인간 여자아이인데 단신으로 암살공과 대면해 대담을 나누어 자신의 능력만으로 존재가치를 인정받은 아실도 있다. 그녀 주변의 다른 인물들이 대부분 비상한 판단력이나 초월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라 그녀가 무능력하고 수동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전혀 비범하지 않은 아쉬존 토프탈같은 청년도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대들면서 대호왕을 풀어달라고 간청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작중에서 한 번은 보여주었다. 하다못해 부냐는 빌파의 말대로 자살이라도 해서 가족들을 구하려는 행위조차 하지 않았다.

본래 스카리를 사랑하지도 않았으면서 백화각에 갇혀있기가 싫어서 반은 자의로 반은 타의로 따라왔는데, 그 스카리마저 자신을 얻고 버려두게 되자 마음이 상했다고는 해도 부냐에게 자살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용기도 없었고, 기껏 한다는 게 스카리의 트로피인 자신을 더럽히고 어그로를 끌어 그의 손에 죽기로 한 것이었는데 그마저 실패한다. 부냐가 했던 행동들은 전부 정치적 판단력이나 별다른 능력이 없으면서 분에 넘치는 허영심과 권위의식만 있는 우둔한 사람이 할 만한 행동들이었고, 점차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정신상태가 피폐해져서 정신이상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이미 스토리의 초반인 2권 330p에서 백화각에서 노역하던 시절의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정신적으로 급격히 쇠약해진 상황에서도 오만한 귀족의 태도를 보이며 어리고 작은 여자아이인 아실의 뺨을 채찍으로 갈기는 뻘짓을 한다!

결론적으로 눈마새와 피마새를 관통하는 주제인 너희들의 삶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며 그에 따른 실패나 좌절도 받아들여라 에서 많이 벗어난 인물이자 비아스 마케로우와 함께 이영도 작품 내 비호감 캐릭터 1, 2위를 다투는 인물. 0순위는 이분이다 비아스가 작품 내외에서 어그로를 많이 끌었더라도, 어쨌든 그녀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였다. 반면에 부냐는 시종일관 수동적이고 타율적인 태도만을 보여주었고 기껏 했던 행동들은 하나같이 한심하고 부냐 자신과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들이었다. 화룡점정으로 마지막에 한다는 소리가 주인에게 사랑받는 법을 알려달라는 것이었으니... 능동성이 최선의 가치로 여겨지는 이영도 작품 안의 캐릭터인데다 진취적이고 능력 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눈마새 & 피마새 세계관에서 부냐 헨로는 특이할 정도로 예외적인 케이스다. 이영도 작품 내에서도 이렇게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