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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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 차량NGT
퇴역 차량ICE TD
사건·사고에세데 사고


Eschede1.jpg

독일어 : Der ICE-Unfall von Eschede
영어 : Eschede train disaster

1 개요

1998년 6월 3일, 독일에서 발생한 고속철도 탈선사고. 사망 승객 101명+인부 2명, 중상 88명으로 공식적으로는 고속철도 사망자 중 1위다.[1] '공식적'이라는 전제가 붙은 이유는 중국철로고속에서 발생한 원저우 고속열차 추락 사고의 사망자 수가 축소 발표되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사고에 대한 46분짜리 다큐멘터리이다.

2 사고 전

한국의 경부고속철도 수주전에도 참가한 바 있는 ICE 1은 쾌적한 승차감을 추구하며 일본과 프랑스가 지배하고 있던 고속철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추구하던 것과는 달리, 식당칸이 심하게 흔들려 찻잔과 와인잔이 쏟아질 정도였고 소음도 심해 승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에 차량 제작사인 지멘스와 운영사인 독일철도는 이제와서 차량을 재설계하자니 돈도 많이들고 운용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재설계해버리면 체면도 말이 아닐 것 같아 그냥 바퀴만 교체하기로 했는데, 일체성형제작방식을 버리고 금속 외피를 씌우는 방식을 도입하고 바퀴의 크기를 줄이고 고무 흡진재를 부착해 진동과 소음 문제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것은 재앙의 전주곡이었으니...

  • 차륜을 두 쪽으로 쪼개면서 원래 서로 짝이 아니던 차륜도 마구잡이로 짝지어 차륜을 제작하였고
  • 차륜의 연결부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으면 금속에 피로가 누적되며 언제든지 테이핑이 풀리면서 차륜이 고장 날 수 있었고
  • 철제 부분 뿐만 아니라 안에 집어넣은 고무의 마모 상태도 철저히 점검해야 하였으나
  • 다음 정비까지의 운행시간 자체가 지나치게 크게 잡혀 있었고
  • 결정적으로 이중 구조의 차륜에 대한 고속주행시 안정성 검증이 되어 있지 않았다!

3 사고 과정

1998년 6월 뮌헨발 함부르크행 51편성 ICE 884열차는 뮌헨을 출발해 아우크스부르크 - 뉘른베르크 - 뷔르츠부르크 - 풀다 - 카셀 - 괴팅겐 - 하노버를 거쳐 함부르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노버까지 순조롭게 도착한 열차는 종착역인 함부르크로 가기 위해 계속 북부지역으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함부르크까지 130km 남겨둔 상태에서 재앙은 시작됐다.

첫 번째 객차의 세 번째 바퀴의 외피가 금속피로도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고 바퀴를 둘러싸고 있던 외피가 직선으로 펴지면서 객실 바닥을 뚫어버린 것도 모자라 객석 팔걸이 한 가운데까지 밀려 나온 엽기적인 일이 발생했다. 그 좌석에 앉아있던 승객은 깜짝놀라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이를 승무원에게 알리기 위해 객석 끝에서 객석 끝까지 먼 여행(?)을 시작했다. 그는 그 시간이 하루종일 걸리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단다.[2]

간신히 승무원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기차를 멈추라고 얘기했더니 그 승무원은 자기가 봐야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다시 돌아가기 위해 먼 여행을 재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이 여행을 시작한 지 몇 십초도 되지 않아 재앙이 발생한다.[3]

문제의 ICE는 그 곳으로부터 함부르크에 도착할 때 까지 통과해야 하는 두 개의 분기기 중 첫 번째 분기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이 분기기엔 여기저기로 교차해 가는 선로가 어지럽게 산재해 있었고 이 곳을 통과할 때 끊어진 강철외피가 분기기의 철로와 부딪쳐 교차로의 철로를 들어올렸고 들어올려진 철로가 1번 객차의 천장까지 뚫어버리며 기차를 공중으로 띄워버렸다. 이 충격으로 동력차의 바퀴가 탈선해 선로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막장의 상태까지 도달해버렸다. 이런 와중에도 ICE는 꿋꿋하게 200km/h가 넘는 속도로 운행하였으니 가히 날 좀 죽여주쇼하는 꼬라지였다.

곧 몇초 후 ICE는 근처의 에세데 마을과 가까운 두 번째 분기기에 도달했는데 여기서 탈선 된 동력차의 바퀴가 분기기 포인트[4]를 강타하여 다른 방향으로 돌려버렸고 뒤따라오던 객차들이 모조리 튕겨나가[5] 마침 옆에 있던 다리에 부딪쳐 차곡차곡 쌓이면서 생지옥이 연출되었다. ICE와 부딪힌 다리는 붕괴하고,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 두 명이 휩쓸려 즉사했으며, 400명의 승객 중 101명이 사망하고, 88명이 중상을 입는, 공식적으로는 세계 고속철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되었다. 기술대국 독일의 최대 굴욕이다.

에세데 마을에 사는 어떤 할머니는 갑자기 밖에서 굉음이 들려 현관문을 열어보니 박살난 객차 잔해들이 바로 자기 집 마당에 널브러져 있었다고 한다. 만약 사고가 약간만 더 앞 쪽에서 일어났다면 그 집 역시 사고에 휩쓸렸을 지도 모른다.

4 사고 조사

처음 사고를 접했을 때 독일 언론들은 에세데 마을 근처의 교량에서 떨어진 자동차가 열차를 덮쳐 사고가 났다고 보도했고 그게 맞을 것이라고 우겼다. 하지만 조사결과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고 도이체반이 그 동안 후레쉬 한 번 비춰보고 마는 무성의한 정비를 했음이 드러났다.[6]

하노버에서 노면전차대중교통을 운영하는 회사인 üstra 사가 1997년 가을에 외피 분리식의 이중 차륜이 심각한 금속 피로를 일으키더라는 내용을 역내 철도회사들에 이미 전파한 사실이 있었다. 심지어 그 금속 피로는 시속 24km로 얌전하게 운행하는 시내 노면전차에 이를 도입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도이체반의 공식 회신은 "우리 열차에서는 그런 일 없음"이 끝이었고, 경고를 완전히 무시한 채 이 방식을 시속 200km를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고속철에 계속 적용시켰다가 결국 엄청난 참사를 부른 것이다.

5 사고 이후

결국 도이체반은 임원 두 명과 엔지니어 한 명이 기소됐고[7]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했으며, 전 차량의 바퀴를 다시 일체성형식으로 바꾸었다.

요즘 ICE 3는 타국에서 차륜을 수입해다 쓰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전범기업이었던 일본 스미토모 금속공업 계열사인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에서 제공한 차륜을 쓴다.[8] 에라이...하필이면 전범들에게... 추축국은 영원하다 일체 압연차륜을 처음으로 만든곳이 19세기때 크루프(Krupp) 였고(일본에서도 1950년 후반에 가서야 겨우 만들었다), 70년대 까지는 서유럽의 열차 대부분이 유럽산 차륜을 썼었으며 독일 역시 지금도 일체형 차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이나 일본의 차륜이 가격이 더 싸다는 이유로, 독일의 차륜 기술이 충분히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성능의 일본제가 좀더 싸게 먹히니까 할 수 없이 쓰는 것. 물론 스미토모의 끈질긴 어필과 구애도 채택에 한 몫 했겠지만... 하여간 일본 차륜시장에서 스미토모가 승리했고 미국의 스탠다드 철강 차륜생산부를 합병해버릴 정도로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또한 중국 차륜시장의 바오산 철강과 마안산 철강, 타이위안 중공업도 서유럽과 GE 그리고 한국의 모든 철도 회사[9]에 납품해줄 정도로 가격으로만 우위가 아닌 품질로도 스미토모와 맞설 수 있게 되었다.

구조작업팀은 ICE 차량이 쓸데없이 튼튼하게 만들어져 구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고했고 그 후 ICE는 차체에 알루미늄을 사용하며 비상망치로 쉽게 깰 수 있는 유리(유리 상단에 빨간 동그라미가 있고 여기를 몇번 가격하면 유리가 깨진다)를 사용해 제작되고 있다.

TGVICE가 끝까지 경합을 벌이던 한국고속철도 사업에서 ICE가 선정되었다면 고속철도 개통이 얼마나 늦춰졌을지(...)

사고로 혼수상태[10]를 겪은 우도 바우흐(Udo Bauch)는 사고 후유증으로 직장을 관둬야 했고, 이후 자신을 구조해줬던 안드레아스 경찰과 만난뒤 3년 뒤 태어난 우도의 딸의 대부가 되어달라 부탁했고 경찰은 받아들였다. 이후 사비를 들여 예배당 겸 사고 추념관을 세운다. 독일 철도측에서도 사고 추념비를 사고현장 근처에 세웠다.

여담으로 ICE의 또 다른 탈선사고는 2008년 4월 26일에 발생했다. 이 사고는 희한하게도 때문에 발생했다. 터널을 통과하려던 ICE 135호가 터널 입구에서 서성대던 양떼와 부딪쳤고 바퀴에 양의 사체가 끼어 탈선해 버렸다. 이 사고에서는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사망양은 있었다.
  1. 고속철도 중 1위다 해서 철도 사고 중 1위인 것이 아니다. 철도 사고 중 1위는 스리랑카서 발생한 사고로 철도가 쓰나미에 휩쓸려 1500여명이 사망했다.
  2. ICE 1은 편성이 이례적으로 길다. 410m로 서울 지하철 2호선의 2배다.
  3. 승무원과 해당 승객, 승객의 가족들은 다행히 얕은 부상만 입었다.
  4. 분기기에서의 가동부위를 말한다.
  5. 일직터널 사고의 경우도 열차가 지나가는 도중에 분기기의 방향이 전환된 사고이므로 유사한 부분이 있다.
  6. 문제는 이후에도 그딴 식으로 정비해서 난 사건 사고가 한둘이 아니다
  7. 그러나 전원 무죄. 사실 성수대교 붕괴사고 항목에도 서술되어 있지만 이러한 참사에서 원인제공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상당히 취약하다.
  8. 신일철주금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열차 차륜을 제조해서 공급할 수 있는 회사다. 일본 내 모든 제조사가 여기 바퀴를 가져다 쓴다고 보면 된다.
  9. IMF이전 까지는 기아 특수강에서 생산했었지만, 기아 특수강이 세아 그룹에 팔리고 난 뒤 차륜생산을 포기하고 그 후로는 생산 업체가 없다. 중국산이나 일본산이 더 싸니...
  10. 사고당시 부상이 심해서 진통제를 투여받았는데 너무 많이 받아서 이송도중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