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의 관습

1 소개

요즘에는 치안이 많이 안정되어 있지만 중세기만 해도 여행도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도적들이 있을 법하다고 생각하는 숲이나 산 뿐만 아니라 길거리나 다리에도 도적들이 들끓었고, 맹수들도 많았다.[1]

문화가 다른 현지인들과의 갈등, 황무지에서 길 잃고 헤매다가 아사하거나 동사할 위험 등은 덤. 마을이나 집 안에서도 생명이 위험해질 일이 충분히 생길수 있는 시대였으나 이런 걸 막을 공권력은 빈약했고, 그러니 집주인이라도 자기 집을 스스로 지킬 의무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었다. 손님은 음식과 잠자리에 더해 이 보호를 함께 받는 셈이다.

인류의 역사상 많은 민족들이 자신의 집 안에서 손님들이 해를 입는 것을 터부시 하는 관습과 손님으로서 남의 집에서 깽판 치는 것을 금지하는 관습을 가지고 있었고, 서구권에서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비슷한 관습이 있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주인과 손님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가짐(ξενία)을 몸소 감시하던 신이 바로 제우스였다. 따라서 주인과 손님이 서로를 박대하거나 무시하는 행위는 곧 제우스를 모욕하는 것과 같은 신성 모독으로 간주되었다. 관련된 신화가 바로 오비디우스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바우시스와 필레몬 부부의 이야기, 온 마을에서 거지 부자를 내쫓았지만 가장 가난한 이들 부부만이 거지를 받아들여줬는데 그 거지 부자는 다름아닌 제우스헤르메스였고, 제우스는 친히 부부의 쓰러져가는 오두막을 금은으로 장식된 거대한 제우스 신전으로 바꾸고, 나머지 집은 모두 그 신전 앞의거대한 호수로 만들어버렸다(...)

호메로스일리아드에서 메넬라오스파리스를 경멸하며 그를 공개적으로 모욕할 때 한 말이 '나는 파리스가 내 집에서 머물때 나와 같은 식탁에서 같은 음식을 대접하며 손님 대접을 해줬는데 저 놈은 내 부인이랑 도망친 배은망덕한 놈이다!'였으며, 오디세이아에서도 오디세우스는 이 접대의 관습 덕분에 일단 문명의 세계에 도착했을 시 제대로 손님 대접을 받으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또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도 안전을 보장한 손님들을 해하는 자들은 지옥 마지막 9층인 배신의 층의 제 3원 프톨로마에아에서 다른 배신자들과 함께 얼음속에서 고통받는다고 묘사된다. 배은망덕 다음으로 끔찍한 배신이라고 한다.

아랍에는 빵과 소금의 관습이 있다. 비잔틴 제국이랑 가까워서 그런가
아라비안 나이트에 버턴이 주석으로 언급. 버턴은 이것을 유럽의 관습과 성격이 같은 것으로 본 듯하다.
위키피디아에서는 환대와 접대보다 동맹과 신뢰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북유럽의 오딘이 다른 가르침을 주는 시가인 하바말에 또한 먼길을 온 여행객을 불가 곁에서 융숭히 대접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빵과 소금의 경우는 아니지만 실제로 십자군 전쟁당시 중동의 걸출한 영웅 살라딘하틴 전투에서 예루살렘측 기독교군이 몰살당하고 예수살렘 왕국의 왕 기 드 뤼지냥이 포로로 잡히자 사막의 전투로 초췌한 기 왕에게 시원한 마실것을 권하며 손님으로서 해치지 않겠다 맹세를 한적이 있었다. 그리고 기 왕이 자신과 함께 잡힌 휘하 영주 르노 드 샤티용에게 살라딘이 준 음료를 나눠주자 살라딘은 "나는 예루살렘의 왕 기 드 뤼지냥에게 음료를 권하며 신변보호를 약속했지 이 자 르노에게 한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고 음료를 빼앗고 르노를 참살 해버린다르노 : 으앙쥬금 [2]

몽골족에게도 비슷하게 손님은 누가 됐건 해하지 않고 후히 대접한다는 풍습이 있었는데, 칭기즈 칸의 아버지 예수게이도 칭기즈칸을 장가 보내고 돌아오던 길에 적대하고 있던 타타르족 마을에 정체를 숨기고 머물렀다. '설마 날 알아보겠냐 + 설마 손님으로 갔는데 해를 끼치겠냐' 같은 생각이었던 듯 한데, 타타르 부족이 그를 알아보고 음식에 독을 타서 독살한다. 그리고 후일 칭기즈 칸은 타타르 부족을 제압하며 수레바퀴보다 큰 남자를 모두 살해함으로서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

동유럽에서는 아직도 '빵과 소금 (Bread and Salt)'이라는 관습이 있는데 바로 귀빈이 오시면 집안의 안주인, 혹은 젊은 여성이 빵과 소금을 접대해주는 관습이다. 이것을 대접하는 것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손님에게 행하는 최고의 접대 중 하나이고, 손님 입장에선 최고의 영광이다. 요즘도 러시아에서는 귀빈이 방문하면 귀빈이 비행기 혹은 이동수단에서 내리자마자 전통의상을 입은 젊은 여성이 빵과 소금을 들고 바로 대접한다.

아래 항목에 나오는 왕좌의 게임의 모티프가 된 중세 유럽의 주인공이었던 게르만족 역시 손님들에게는 매우 우호적이었고 일부 부족들은 손님을 문전박대하는 것을 신에 대한 죄로 여기고 손님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했다.(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

한국의 전통 관습에서도 이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 처음 보는 낯선 나그네라고 할지라도 식사와 잠자리를 부탁하면 여건이 되는 한 반드시 손님을 받아들였고,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이라고 해서 손님을 접대하는 것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겼다.

2 각종 매체에서

2.1 얼음과 불의 노래

The Laws of Hospitality

'접대의 관습' 또는 '접대의 율법'이라고 불리는 이 관습은 웨스테로스 전역에서 인정되며, 퍼스트맨들만큼 오래되었고, 또 종교처럼 신성하게 여겨진다. 손님을 맞아들여 접대를 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주인은 손님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 동시에 손님 역시 주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는 쌍방의 합의이기도 한데, 실제로는 대체로 손님이 약자인 경우가 많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손님의 안전을 보장하는 주인의 의무로 해석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손님의 권리 (Guest Right)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때 손님의 권리가 발생하게 되는 최소한의 기준은 음식을 대접받는 것이다.
조금 더 전통적인 형식으로는 빵과 소금을 대접받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넓은 의미에서 음식을 대접 받으면 충분한 것으로 여긴다. 피의 결혼식 직전에 캐틀린에게 빵과 소금을 받아서 먹으라고 충고하였으며, 왈더 프레이 역시 빵과 소금을 꼬집어 말한 바 있다. 드라마 시즌 3 9화를 보면 왈더 프레이가 롭과 일행들에게 환영 인사와 함께 빵과 소금을 대접하며 '일곱 신들의 은총 아래 환대와 보호를 약속한다'고 말한다. 왈더와 프레이 가문 사람들도 먹는 걸 보면 정식 행사(?)에서는 집주인도 먹어야 하는 모양.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손님을 보호하는데 실패하는건 그냥 손님이 애도받거나 집주인이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일이지만, 만약 집주인이 직접 손님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스스로 천하의 개쌍놈 선언을 하는 셈이며 극악무도한 범죄가 된다. 킹스가드가 왕을 살해하는 것보다도 더 심하고[3], 존속살해 정도는 돼야 동급으로 여겨진다.[4]

손님의 권리를 깼다가 저주를 받은 요리사에 대한 전설이 전해지기도 하는데, 쥐 요리사 항목 참조.

2.1.1 작중에서

롭 스타크에드뮤어 툴리 와 로슬린 프레이의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이 관습을 믿고 안전을 확신하고 무방비하게 있었지만[5], 프레이 가문이 이 관습을 대놓고 깨면서 피의 결혼식 이라는 대학살극이 펼쳐졌다. 프레이 가문 이전에 관습을 깬 사례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걸 보면 최소한 귀족 레벨에서는 프레이 가문이 최초인듯 하다. 그리고 프레이 가문은 웨스테로스 전역에서 경멸받는 천하의 개쌍놈이 되었다. 다섯 왕의 전쟁에서 철저히 중립을 유지한 베일 출신의 린 코브레이가 협상중 칼을 뽑고 결투로 풀자고 하자 '너 프레이였냐?' 라고 할 정도.

월 너머의 와이들링들에게 이 관습이 있는지는 따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만스 레이더크래스터는 지키고 있는 중이다.

만스 레이더는 작중 존 스노우에게 내 손님으로 있는 동안에는 해치지 않으니 걱정 말라고 했고, 잡히면 참수될 나이트 워치 탈영병이면서도 이걸 믿고 로버트 왕의 행차 때 태연하게 윈터펠에 구경가서 성에서 대접해준 음식을 먹었다. 만스 레이더는 이 관습을 심장 나무만큼 신성하다고 했는데, 심장 나무는 옛 신 신앙의 핵심인 신의 숲 중앙에 위치한 얼굴을 조각한 위어우드를 말한다.

크래스터 역시 그의 성채 내부에 나이트 워치를 맞아들였을 때 접대의 관습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식량 배분 문제로 나이트 워치 측에서 내분이 벌어지면서 프레이 가문과는 반대로 나이트 워치 측에서 크래스터를 죽임으로써 접대의 관습이 깨지는 사건이 벌어진다.[6] 이때 제오르 모르몬트는 관습을 깬 이들이 신들의 저주를 받을 것이라 탄식했다. 그리고 직후에 분노한 배신자들의 칼에 쓰러졌다.[7]

그래서 손님이 주인을 존중하는 것 역시 관습의 일부였다.
캐틀린 스타크가 술집에서 사람들에게 '저자가 내 집에 손님으로 오더니 내 아들을 죽이려 했다' 며 티리온 라니스터를 잡는 걸 도와달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기꺼이 도왔던 이유에는 집안 간의 친분도 있었지만[8] 손님이 음식과 잠자리를 대접해 준 사람의 아이를 죽이려 했다는 게 터무니없는 악행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9][10] 루즈 볼튼제이미 라니스터브리엔느에게 음식을 대접하면서 깽판을 치려는 제이미에게 "니가 아무리 막나가도 접객의 법을 어기는 건 좀 아니지 않느냐"는 투로 말했다. 그래놓고 본인은 피의 결혼식을 일으켰지 자기 집 아니라 이거지[11] 바로 위에서 써있듯이 나이트 워치가 크레스터를 죽였을 때도 제오르 모르몬트가 같은 언급을 했다.

2.2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

본편에서는 언급이 없지만, 확장팩인 블러드 앤 와인에서 이 관습을 지키지 않았다가 저주를 받아 와이트(Wight)로 변해버린 인물이 등장한다. 본래 이름은 마를렌으로 수백년전의 사람이다. 장원을 물려받을 부자였는데, 어느 날 친구들을 불러서 연회를 열었다. 이 때 어떤 거지가 숟가락과 그릇 하나를 가지고 구걸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구걸을 하러 온 거지도 엄연한 손님이므로 접대의 관습에 따라 당연히 대접을 해줘야 했다. 하지만 마를렌은 옛 풍습따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던 사람이었고 남은 음식을 거지한테 주느니 차라리 개들에게 주겠다며 문전박대를 해버렸다.

그러자 그 거지는 분노하여 숟가락을 부러뜨리면서 이런 내용의 저주를 걸었다.
연회를 하고 있었으니 '그 누구도 당신과 함께 식사를 하지 않을 것'이며, 외모가 아름다웠으니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며, 빵부스러기조차도 주지 않았으니 '굶주림이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와이트로 변해버린 마를렌은 저주를 풀기 위해 수백년간 많은 숟가락을 훔쳤지만 저주를 풀지 못했다.
저주를 푸는 방법은 나중에 밝혀지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의지로 함께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쓰지 않고 식사를 해야하며, 마지막으로 물건에 비친 자화상을 보는 것이었다.

게임에서 개럴트의 선택에 따라 저주를 풀 수 있다. 인간으로 돌아온 마를렌은 저주 그 자체보다 지인들이 수명을 다해 죽어가는걸 보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고. 이후엔 개럴트의 저택에서 요리사로 취직한다.

  1. 그리스 영웅 이야기를 보면 영웅이 길거리의 강도와 도적들을 때려잡는 이야기가 제법 있다. 영웅이 강도질 하는 이야기도 많고 중세 배경인 로빈후드 이야기를 보면 숲속 개울가 다리에서 로빈 후드에게 통행세를 요구하다 대결에서 패배해 부하가 된 강도가 있고, 맹수는 말할 바 없이 숲과 산의 위험요소. 여권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여권의 기원이 "이 사람은 로마 황제의 친구이니 이 사람을 건들면 황제랑 한 판 떠 볼 의사가 있다는 걸로 간주하겠음"이라는 안전보장의 취지였다는 점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2. 그도 그럴만한게 르노는 호전광으로 이전부터 아랍세계에서 해적질, 상단약탈, 불가침조약 파기 등등 온갖 깽판을 부려대며 어그로를 착실히 끌어왔으며(이 과정에서 살라딘의 누이까지 죽였다.) 살라딘과의 결전을 주도한 것도 르노를 필두로 한 예루살렘 왕국의 강경파였다. 하지만 결론은 하틴 전투망했어요 관대함으로 명성이 높던 살라딘도 도저히 참을수 없던 수준이었던 것.
  3. 제이미 라니스터는 폭군으로 유명했던 아에리스를 죽였는데도 14년 넘게 뒷말을 듣고 있다.
  4. 작중 자기 피붙이를 죽인 사람은 신과 인간에게 영원히 저주받는다는 표현이 있다. 작중 시점에서 과거에 핸드였던 브린덴 리버스는 반란을 일으킨 이복형제 아에몬 블랙파이어와 그의 두 아들을 전장에서 직접 활로 죽였는데, 이 탓에 이후 친족살해자라는 악명를 날렸으며 왕국 전체에서 손꼽힐 정도의 권세를 누리던 시절에도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다들 등을 돌릴거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
  5. 결혼식장으로 가면서 '걔들이 빡쳐있을텐데 칼이라도 뽑으면 어쩌나?' '구더기를 먹으라고 줘도 뭐든 먹으면 '손님의 권리'로 보호받아 안전만은 확실하니까 일단 먹고 아무 걱정 마라' 등의 대화를 나눴다.
  6. 사실 크래스터가 빡쳐서 먼저 도끼를 들고 덤볐다. 그 도끼도 제오르가 선물로 준 도끼다. 하지만 이것도 나이트 워치 대원들을 푸대접하여 원한을 산 크레스터 잘못이지만.
  7. 근데 이거는 제오르 잘못이 크다. 부하들의 불만을 헤아리고 그들 편을 들어주거나 최소한 불만을 다독여주기라도 해야하는데 전혀 하지않고 이렇게 고리타분한 소리나 하니...
  8. 캐틀린의 친정인 툴리 가문의 기수 가문이나 친한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리버랜드 지방은 라니스터 가문의 서부와 사이가 나쁜 편이다.
  9. 접대의 관습 없이 현대 기준으로 봐도 손님 대접해 준 집의 사람을 살인 + 아동살해는 엄청난 짓이기는 하지만.
  10. 브론은 돈 때문이었다.
  11. 본인은 참여만 했을 뿐이지 직접 초대한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다라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