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의 저주

강화하다 4강부터 잘 안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1 FIFA 월드컵의 4강의 저주

월드컵 대회가 열릴 때, 이전 대회 4강권 팀 중 하나는 무조건 탈락한다는 저주. 펠레의 저주에 가려서 그다지 명성을 못보는 저주지만, 그래도 이 저주가 깨진 적은 단 세 번뿐. 1990년부터는 아예 전통이 되어버렸다.

'86월드컵부터 3/4위 팀들의 다음 월드컵 대회 성적을 살펴보면 이 무시무시한 저주를 확인할 수 있는데…….

연도3위다음대회 성적4위다음대회 성적
1986프랑스지역예선벨기에16강
1990이탈리아준우승잉글랜드지역예선
1994스웨덴지역예선불가리아조별리그
1998[1]크로아티아조별리그[2]네덜란드지역예선
2002터키지역예선대한민국조별리그
2006독일3위[3]포르투갈16강
2010독일우승우루과이16강

이렇다. 94년 대회 이후로는 더욱 강력해져서 3, 4위 팀이 번갈아가며 한 팀은 지역예선 탈락, 한 팀은 본선에 진출하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여 32강에 머무는 수모를 겪게 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저 저주의 희생자들이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전부 다 유럽팀이라는 사실이다. 유럽은 많은 수의 축구 강국이 포진해 있는지라 출전권의 거의 절반이 배당되지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본선 나갈 놈도 재수 없으면 떨어지는 이변이 충분히 일어난다. 4강의 저주도 저게 원인이 아닐지.

2002 월드컵에서 4위를 차지한 대한민국은 2006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당시 시종일관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이며 언론의 질타를 받았으나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조 2위를 확정지어 2006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나, 3위에 올랐던 터키는 유럽 지역예선에서 우크라이나에게 조 선두를 내주고 플레이오프로 밀린 뒤 플레이오프에서 스위스를 만나 혈투끝에 월드컵 진출권 확보에 실패해 4강의 저주의 위력이 다시 한 번 맹위를 떨쳤다.[4]

또한 자세히 살펴보면 전 대회에서 3위와 4위를 차지한 팀이 한 번씩 번갈아가며 다음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징크스가 있으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2002년 월드컵 당시 터키에 패해 4위를 차지한 덕분에 2006년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 징크스에 의거하면 2010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팀은 2006년 월드컵에서 4위를 차지한 포르투갈.

2006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독일도 본선 진출을 확정짓기는 했지만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선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5]

한편, 포르투갈은 1차예선을 2위로 턱걸이하고 유럽예선 플레이오프에 진출, 보스니아와 대결했다. 저주대로라면 포르투갈은 보스니아의 월드컵 첫 도전의 제물이 될 수 있었지만, 결국 16강 진출에 성공, 본선 탈락의 저주를 깨는 데 성공했다. 브라질, 코트디부아르라는 두 강호와 조가 짜여 죽음의 조가 되었지만 북한을 7:0 대승의 제물로 삼아 16강 진출. 하지만 스페인에 패했다.

2위를 했던 프랑스도 1차예선을 2위로 턱걸이하여 플레이오프에서 아일랜드를 만났다. 만약 아일랜드한테 지면 28년만에 준우승팀이 지역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나게 될 수도 있었지만 앙리가 보여준 '신의 손'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

그런데...

이번에는 저주가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우선 지난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와 준우승팀 프랑스는 모두 1라운드에서 한번도 못 이긴 채 광탈하고 말았다. 게다가 프랑스는 콩가루 그 자체라고 해도 될 수준의 조직력에서 비롯된 치졸한 경기로 화제가 되었고[6] 이탈리아는 세대교체를 아주 철저하게 대실패를 하는 바람에 한 수 아래의 파라과이와 졸전 끝에 비기는 등 광탈했다. 결국 정부는 이들을 이코노미 클래스에 태워서 불러들였다. 포르투갈 너희를 살려줄 터이니 그 대신 본선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광속으로 퇴갤시키겠노라. 게다가 지난 대회에서 3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던 독일과 포르투갈도 둘 다 지난 대회에서 16강에 머물렀던 스페인의 벽에 막혀 좌절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스페인은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1위부터 4위까지 차지한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우루과이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자기네 조의 골목대장으로 등극하면서 조 1위로 진출 확정. 스페인은 프랑스가 같은 조에 들어갔지만 조 1위로 진출 성공. 우루과이는 막판까지 6위 베네수엘라와 결합하다가 광탈은 면하고 마지막에 4위까지 노리다가 결국 PO로 물러났지만 상대가 요르단(...) 이번에도 웬만하면 4팀을 모두 볼 수 있을 듯. 대신 어느 팀이 본선 1라운드에서 광탈할 것인가 결국 우루과이가 요르단과의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본선행을 확정지음으로써, 이번에도 전대회 4강팀 모두 4강의 저주를 피해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4강의 저주가 다른 방식으로 재현되었으니, 2013년 12월 6일(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는 12월 7일) 브라질 월드컵 조 추첨 결과, 네 팀 모두 극악의 대진표를 받아 들게 되었다. 당장 우루과이는 이탈리아, 잉글랜드와 한 조로 묶이는 바람에 조별리그 통과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고, 독일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고 있는 포르투갈은 물론, 각 대륙에서 한가닥 하는 팀들인 가나, 미국을 상대해야 하기에 2라운드 진출 길이 상당히 험난해 보인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아예 조별리그에서부터 같은 조로 묶이는 바람에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전 대회 결승전 이후 4년만에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되었고, 설상가상 조별리그를 2위로 통과할 경우 16강에서 브라질(!)을 만나게 되니[7] 이래저래 죽을 맛일 것이다.
그리고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네덜란드, 칠레에게 연달아 패하며 대회 최초로 탈락을 확정지은 팀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8] 자세한 사항은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조별리그 A조, B조 참조. 또한 우루과이는 죽음의 조에 낀 최약체, 1승 제물이라고 평가받던 코스타리카에게 졸전하며 3-1로 지는 이변을 일으키고 말았다. 하지만 수지핵이빨 시전으로 16강을 무는데 성공했다. 자세한 사항은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조별리그 C조, D조 항목 참조. 하지만 독일은 이 대회에서 브라질을 7-1로 통쾌하게 이겼으며, 더 나아가 우승까지 이룩하였다. 네덜란드도 4강에 진입하였고 비록 준결승전에서 졌긴 했으나, 미네이랑의 비극을 당했던 브라질을 3-0으로 이겨 3위를 달성하였다.

2 아시아 대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4강의 저주

2.1 아시안 게임

1986 서울 아시안 게임 축구 우승 이후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늘 4강에서 탈락한다는 저주. 딱 한번 예외가 있었는데 1998 방콕 아시안 게임 8강전에서 태국에 1:2로 패한 적이 있었다. 더 처절하다

  • 1990 베이징 아시안 게임 4강 vs 이란 0:1 패

홍명보, 최순호, 황선홍, 서정원 등 당시 대한민국 축구를 주름잡던 스타들을 내세워 아시안 게임 2연패에 도전했지만 이란에게 0:1로 발목이 잡혔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 4강전에서는 시종일관 압도적인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우즈베키스탄에 0:1로 패했다.[9] 당시 이 경기에서 선수로 뛴 홍명보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8강에서 감독 신분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만나 연장 접전 끝에 3:1로 승리를 거두며 선수 시절의 패배를 갚았다. 하지만...
아직도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대회이다. 한일전, 더구나 도하의 기적을 놓고 감정의 골이 패인 홈팀 일본을 8강에서 만나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고, 우즈베키스탄만 꺾었다면 결승 상대가 중국이란 꿀대진이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이라면 준결승에서 대한민국을 운좋게격파한 우즈베키스탄이 결승전에서 중국에게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 1998 방콕 아시안 게임 8강 vs 태국 1:2 패

1998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는 8강전에서 홈 버프를 받은 태국에 1:2로 패했다. 이 경기는 1996년 아시안컵 8강 vs 이란전 2:6 참패 이후 충격적인 패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 충격은 2003년 오만쇼크에서 되살아난다.

  • 2002 부산 아시안 게임 vs 이란 0:0(승부차기 3:5)

홈 버프를 받으면서 우승에 대한 꿈을 심어보려는 찰나 4강 이란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졌고, 이후 동메달 결정전에서 태국에 승리하며 간신히 목메달은 면했다.
여담으로 이때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선수가 이영표... 동국아 군대가라!

  • 2006 도하 아시안 게임 vs 이라크 0:1 패

당시 이라크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라크가 1:0으로 대한민국에 승리하며 결승 진출, 이후 이라크는 결승전에서 홈팀 카타르를 상대로 승리하며 우승까지 거머쥔 반면 반면, 대한민국은 이란에 또 다시 0:1로 패하며 결국 목메달을 따고 말았다.

연장 후반 막판 아랍에미리트 알 라브리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홍명보는 감독으로서 다시 한번 저주의 제물이 되었다. 그리고 코치는 서정원... ㅎㄷㄷ

특히 이란과의 악연이 돋보이며, 8강에서 떨어진 1998 방콕 아시안 게임을 제외하면 아시안 게임 4강 경기에서 한 점도 못얻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은 홈에서 열리기 때문에 4강의 저주가 깨질지 관심이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12년 전을 생각하면 너무 큰 기대는 가지지 않은 것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모두 중동 팀이라는 걸 생각하면... 침대축구의 가능성이?

  • 2014 인천 아시안 게임 4강 vs 태국 2:0 승

드디어 28년 만에 4강의 저주를 깨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결승에서 북한을 이기고 금메달도 획득했다.물론 선수들의 병역특례도 덤이다

2.2 아시안컵

대한민국 국대는 아시안 게임 뿐만 아니라 아시안컵도 1988년 카타르 대회 준우승을 끝으로 1990년대 들어 계속 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 1992년 일본 대회에서는 아예 지역예선부터 탈락했다.
  • 1996년 UAE 대회에서는 UAE와 쿠웨이트에 밀려 3위로 간신히 8강에 진출한 후 이란을 만나 일명 '식스투 참극'을 당했다.
  •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는 8강에서 또 이란을 만나 이번엔 연장 끝에 이겼으나 4강에서 사우디에게 1:2로 패해 결승이 좌절됐다. 그래도 3위 결정전에서 중국을 1:0으로 이겨 체면치레는 했다.
  • 2004년 중국 대회에서도 8강 상대가 이란으로 되어 3대회 연속으로 8강에서 이란을 만났다. 이번엔 알리 카리미의 해트트릭과 박진섭의 자책골로 인해 3:4로 분패했다.
  • 2007년 동남아 대회에서 8강 상대가 또 이란이었다. 이번엔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이겼으나 체력을 너무 소진했던 탓인지 4강에서 이라크를 만나 무기력한 경기를 진행하다가 승부차기 끝에 패배. 그래도 3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승부차기 끝에 이겼다. 여기서 한국은 토너먼트 3경기를 모두 무득점으로 끝내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진기록을 세웠다.
  •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 또 8강 상대가 이란이었다. 이젠 8강에서 싸우다 정들 기세 패-승-패-승이었으니 다음 차례는 패...는 훼이크고 연장에서 윤빛가람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승리했으나 4강에서 만난 일본을 상대로 그만...
  • 2015년 호주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A조에 편성되면서 C조에 편성된 이란과는 적어도 4강 이전까지는 만나지 않게 되었다.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연장 접전 끝에 2:0으로 승리하여 4강에 진출한 대한민국은 4강전에서 이란과 6회 연속으로 격돌하게 되는가 싶었는데... 이란이 이라크와 연장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패하면서 6회 연속으로 이란을 만나는 사태를 피하게 되었다. 그리고 4강전에서 이라크를 2:0으로 제압하면서 1988년 이후 27년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대신...
비록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으나, 실제 결승전 경기 내용을 보면 둘 중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고, 전임 감독이었던 홍명보브라질 월드컵에서 병크를 시전하는 바람에 거하게 말아먹은 대표팀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재건시켜 놓맜다는 점은 고무적인 부분. 솔직히 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아깝게 준우승 정도면 꽤 만족스럽다. 이후로 월드컵에서의 실망스러움이 사라지고 다시 지지를 받게 된다.

3 기타

  1. 우승팀이었던 프랑스까지 다음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
  2. 크로아티아가 1승 2패로 탈락했는데 제일 강력한 이탈리아는 이겨놓고 이탈리아보다 약체인 멕시코와 에콰도르에게 연달아 패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했다. 더 웃긴 것은 당시 크로아티아가 에콰도르와 비기기만 해도 16강이였는데...
  3. 두 대회 연속 3위를 달성했다.
  4. 참고로 이 당시 터키에서 열렸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터키가 4-2로 승리하고도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탈락하자 터키 선수단과 스위스 선수단 사이에 집단 난투극이 펼쳐졌고, 터키의 알파이 외잘란과 엠레 벨뢰줄루, 스위스의 베냐민 후겔이 A매치 6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5. 2002년 대회에서 쟁쟁한 강호들이 줄줄이 미끄러진 요인 중에는 장마철을 피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빠른 개최시기(5월 말에 개최. 보통의 월드컵보다 1~2주 일찍 개최했다)에 따른 선수들의 휴식 부족 및 동아시아 땅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있는 만큼 경기 일정의 태반이 고산지대의 경기장에서 진행되고 게다가 한겨울 추위 속에서(남아공은 남반구에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과 유럽 비롯한 북반구와는 계절이 정 반대이다) 경기를 치러야 하는 등 여러 모로 애로사항이 꽃피는 대회가 되어서 현지 적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3위를 차지해서. 저주를 깼기는 했다.
  6. 그래서 파워랭킹에서도 북한을 제치고 꼴찌가 되었다고 하니... 파워랭킹은 FIFA랭킹과는 달리 지역예선 탈락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7. 게다가 우루과이는 조별리그를 2위로 통과할 경우 8강에서, 독일은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할 경우 4강에서 브라질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실제로 4강에서 독일과 브라질이 만났으나 결과는...
  8. 다른 한 팀은 같은 B조의 호주.
  9. 이 때의 패배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일까? 대표팀은 3.4위전 이라크전에서도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이다 패배했으며 결국 4위로 대회를 마감한다.그리고 당시 상당수의 대표선수들이 군입대를 했다고 한다.
  10. 하지만 네덜란드는 결국 유로 2016 예선에서 탈락했다.
  11. 남미 시각으로는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