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서 골든의 베스트셀러 소설
특유의 신비주의 때문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던 게이샤에 대한 내용을 다룬 소설. 사유리라는 이름을 가진 게이샤가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바닷가의 기울어진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던 푸른 회색빛 눈의 소녀, '치요'는 언니 '사츠'와 함께 게이샤로 유명한 지역인 교토의 기온코부(祇園甲部)로 팔려가게 된다.
처음에는 게이샤로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하던 치요였지만, 어느 날 길에서 만나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 준 '회장'을 보고 마음을 바꾸게 된다. 회장의 곁에 있던 게이샤들을 보고 자신도 그렇게 되어 회장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 치요는 '마메하'라는 이름의 게이샤로부터 지도를 받아, 게이샤로서 성공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게 된다. 마침내 '치요'라는 이름을 버리고 게이샤 '사유리'로서 데뷔하게 된 그녀는 뜻밖의 장소에서 회장과 재회하게 되는데…
요약하자면 사유리라는 게이샤가 어린 시절의 따뜻함을 준 회장을 만나기 위해 게이샤로서 성공하려 노력하는 이야기이다. 끝내는 회장과 재회하여 함께 행복하게 살게 되는 역키잡 로맨스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70년대 최고의 게이샤로 일컬어졌던 이와사키 미네코(岩崎究香)의 삶을 참고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미네코는 1949년생으로, 영국 소설가인 아서 골든의 <게이샤의 추억>의 실제 모델이며 29세 때 은퇴하였다.
아서 골든은 미네코의 고객으로 오래도록 교류해 왔으나, 미네코는 아서 골든이 신뢰를 깨버리고 자신의 삶을 기반으로 한 소설을 집필한 것에 대해 대노했다고 한다. 특히 미네코는 아서 골든이 쓴 <게이샤의 추억>에 나온 미즈아게[1]에 대한 그릇된 묘사에 크게 분노했고, 아서 골든에게 손해배상을 포함한 소송을 제기하고 게이샤로서의 자신의 일생과 게이샤 세계에 대해 소개하는 책 <게이샤, a life>까지 썼으나, 소송에는 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삶을 다루었다는 책에서 묘사되는 것은 순전히 자기 자랑뿐이다.
본래 미네코의 친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은 다나카 마사코(田中政子)였으나, 게이샤의 양녀가 되면서 이와사키 미네코(岩崎峰子)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 은퇴 후에는 '미네코'의 한자를 峰子에서 究香으로 바꾸었다.
최고의 게이샤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기온코부에서 미네코에 대한 평가는 형편없다. 가문을 물려주기 위해 데려온 후계자가 가업을 저버리고 외국으로 떠나버린 데다가, 게이샤 업계의 비밀을 굳게 지켜야 하는 에리카에의 맹세를 지키지 못한, 게이샤 자격이 없는 입이 가벼운 여자이기 때문. 하지만 <게이샤, a life>에 기술한 이력 및, 더불어 소설의 실제 모델이라는(?) 이유 때문에 서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샤가 되었다.
여담으로 소설의 제목은 <게이샤의 추억>이 아니라 <게이샤의 회상록>이 맞다. 왜냐하면 Memories of a geisha가 아니라 Memoirs of a geisha이기 때문이다.
2 영화
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롭 마샬이 감독하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주인공 사유리는 장쯔이가 맡았다. 시간 제약이 있는 영화의 특성상 자잘한 이야기를 쳐낸 것을 뺀다면 전체적인 줄거리는 소설과 거의 비슷하다. 게이샤에 대한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구현한 몇 안되는 작품이기도 했기에 그 점에선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 이미지 자체가 왜곡된 것도 많다. 자세한 설명은 후술한 내용을 참조. 일본의 게이샤를 중국인 배우가 영어로 연기하는 영화
2.1 비판
2.1.1 국적 불명의 캐릭터
영화가 까이는 이유 중 하나는, 배경이 일본이고 주인공이 게이샤인데, 주요 배우는 중국인이며 영어를 쓴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주인공인 사유리부터 하츠모모, 마메하 등의 게이샤들은 전부 장쯔이, 공리, 양자경 등의 중국인 배우들이 연기했다. 특히 주연 배우인 장쯔이는 이로 인해 한동안 중국에서 매국노 취급을 당하기도 했고, 이 영화 자체도 중국에서는 상영 금지 조치를 받았다. 그런데 정작 공리, 양자경은 상대적으로 덜 까였다. 어?[2]
물론 이것이 일본에서 제작한 영화가 아니라 헐리웃 영화라는 점을 감안한다면야, 인물들이 영어를 쓰는 사정은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일본어도 섞어 쓰는 통에 혼란이 생긴다. 예를 들어, 사유리가 첫 데뷔 무대에 들어가기 전에 '언니'인 마메하에게 하는 말이 있다. '언니!'하고 부르곤 마메하가 돌아보자 '고마워요'라고 하는데…
그 대사가, "오네상! Thank you."(…)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들으면 괴상하게 들릴수 밖에 없다. 다만 이건 호칭 자체가 영어와 일본어가 크게 다르다 보니 생긴 문제로 보인다. 언니라고 할 법한 단어가 영어에는 없기 때문.
사실 이 영화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오리엔탈리즘 때문이다. 롭 마샬 감독의 이전 작품인 <시카고>에서도 볼 수 있듯, 이 감독 자체가 원칙주의나 고증을 내세우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것이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일본인 제작진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그들은 서양인 제작자들과 제작 과정 내내 서로 대립했으며, 일부는 촬영장을 이탈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등이 푹 파여 야시시하게 변형된 기모노, 브로드웨이 식으로 변형된 교토의 음악, 그리고 8인치짜리 높은 조리, 그에 더하여 벽안을 가진 비현실적인 동양 여인이 등장하는 이 영화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양에 대해 무지한 서구인의 환상이 만들어낸 허접한 헐리우드 영화일 뿐"이라며 혹평을 했다. 서구권에서도 로튼토마토 35%와 메타크리틱 54점에 빛나는 혹평을 받았다. 흥행면에서는 미국에서는 저조했지만 전세계적으로 그럭저럭 흥행하여 1억 6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작품성과는 별개로 영상미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호평을 받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디자인상 포함 3관왕을 수상했다.
2.1.2 게이샤?
게이샤란 일본어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외국(일본인이 아닌)사람들이 듣기엔 '게이샤'하면 '창녀'라는 이미지가 따라온다.
그래서인지 원작과 영화에 주인공이 정식 게이샤가 되는 절차로[3] '미즈아게'라는 것을 거치는 것으로 나오는데,[4] '순결을 판다'라고 되어 있다. 영화 자막에 따라서는 미즈아게를 아예 순결 어쩌고 하는 것으로 바꾼 경우도 볼 수 있다.
문제는 당시 게이샤는 몸을 파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던 이와사키 미네코가 대차게 비난했던 부분이다.[5]
게이샤는 예술을 하는 예인이고, 몸을 파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소설과 영화에 나온 식의 '순결을 파는' 행위를 했던 것은 고급 매춘부로 분류되었던 유녀라고 한다.[6] 이 둘이 혼동된 것은 일본 정부가 매춘 사업을 금지하는 법령을 공표했을 때, 갈 곳이 없어졌던 유녀들이 게이샤 구역으로 흡수되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유녀 중에는 게이샤처럼 춤과 악기에 능한 자들이 있었기에 비교적 잘 흡수되었고, 그랬기에 일반 대중들에겐 게이샤 = 매춘부라는 오해가 생겨났다는 것.
우리나라의 기생을 생각해보자. 그녀들은 시와 서에 능했으며, 창을 부르고 악기를 다루는 등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7]
이런 게이샤와 유녀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복장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
우선 게이샤는 흔히 '게이샤'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기모노를 입고 뒤에 '오비'라고 하는 커다란 천을 묶은 차림을 한다. 머리는 올려 묶고 장식을 한다. 만약 기모노의 색상이 화려하고 머리에 꽃이 늘어진 비녀 등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으면 견습 게이샤인 마이코이다. 정식 게이샤는 비교적 색이나 무늬가 간단한 기모노를 입으며, 머리 장식도 훨씬 적다. 이런 모습은 마이코보다 단아하고 여성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면 유녀는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오비를 앞으로 매며 머리에 비녀를 여러 개 꽂는다. 특히 비녀를 무진장 많이 꽃는다. 마치 부채살을 꽂아놓은 것처럼 보일 정도.
<게이샤의 추억>이 개봉된 후, 비슷한 내용을 다룬 일본 영화 <사쿠란>이 나왔다. 이 <사쿠란>에서 보이는 유곽 여성들이 바로 유녀다. 잘 보면 머리에 비녀를 많이 꽂고,[8] 다들 오비를 앞에 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이샤와 오이란(유녀)을 비교·설명해 놓은 곳. 좀 길지만 자세하다.
영화와 원작에도 다른 점이 있다. 게이샤에 대한 고증 오류. 바로 결혼에 대한 것인데, 영화에서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나래이션이 나오며 '게이샤는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나온다. 그러면서 그것이 바로 '게이샤의 추억'이라고 하며 엔딩. 하지만 원작에서는 (결혼은 안 했지만) 사유리가 회장과 함께 살며 아이도 낳는다. 그리고 게이샤도 결혼은 할 수 있다! 단지 결혼을 하면 은퇴를 하는 것뿐이다. 평생을 게이샤로 살다 죽는 것은 아니다. 허나 실상 수많은 게이샤와 마이코들은 '몸이 아프다'는 표면적인 이유로 마이코나 게이샤 일에서 은퇴하곤 한다.
이런 원작과 영화의 오류를 비판했던 이와사키 미네코는 자신이 직접 수필 형식으로 게이샤에 대한 이야기를 써냈다. 바로 <게이샤, A Life>라는 제목의 책.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서점에서 품절 상태다. 교보문고에서는 eBook으로 사서 다운받아볼 수 있다. 찾아보면 공공 도서관에도 있다. 따지고 보면 게이샤에 대한 이런 오해와 잘못된 상식들은, 게이샤들이 고수했던 신비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게이샤들은 이렇게 자신들에 대해 드러내는 것을 터부시했다고 한다. 이와사키 미네코는 그것을 깨고 책까지 출판하게 된 것이니, 그녀가 자존심과 게이샤로서의 자부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우리는 감안할 수 있다. 얼마나 열받았으면
2.2 여담
원작과 영화에서도 약간 오류가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사유리를 괴롭히는 라이벌로 등장했던, 공리가 열연한 캐릭터 '하츠모모'의 머리가 그것이다. 하츠모모는 영화에서는 내내 머리를 풀고 있다가 게이샤로서 연회에 참석할 때만 머리를 올린 모양으로 등장한다. 왜 이게 오류냐 하면, 애초에 이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이샤의 머리는 아예 한번 손질할 때마다 왁스로 고정하기 때문.
원작의 묘사를 보면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고 하나하나 다 빗질한 다음, 왁스를 녹여서 틀어올린 머리를 고정시킨다. 이렇게 고정한 머리는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고 고정이 된다. 유일하게 망가지는 경우는 잠을 자다가 뒤척여서 눌릴 때 뿐. 미용실에 가서 들이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미용실에 가는 게이샤는 없다는 서술도 있다.[9] 또한 제대로 고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중간에 사유리가 손님의 시선을 끌려고 머리를 매만지는 대목에서 '머리를 만지는 것은 상당히 어색했다. 고정된 머리는 대개 그대로 붙어 있었기에 손을 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라는 서술이 나오는 걸 보면 제대로 고정이 되는 모양.
원작에서도 하츠모모는 항상 머리를 올리고 있다. 단 한번 풀어헤친 묘사가 나오긴 하는데, 바로 실성한 사람처럼 게이샤들이 사는 집인 오키야를 떠날 때였다.
참고로 이 영화에 대해 격한 혹평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악녀 '하츠모모' 역을 맡은 공리의 연기만큼은 사람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영화를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연기력이나 카리스마 면에서 주연인 장쯔이보다 공리가 넘사벽인데다가 영어 발음도 더 유창하다. 실제로 영화 개봉 당시 장쯔이보다 공리가 더 인상깊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외에도 치요 역으로 출연했던 아역배우 오고 스즈카도 주목을 받았다. 원래 오고 스즈카는 영화 <북의 영년>에서 와타나베 켄의 딸로 출연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와타나베 켄의 추천으로 치요 역에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당시 촬영장 내의 최고의 귀염둥이였다고 한다.
영화상에서 치요는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지만 눈은 벽안인데, 이런 형질은 드물다.[10] 장쯔이와 오고 스즈카 둘 다 컬러렌즈를 착용했는데 그 때문에 몇몇 장면에서는 흰자위가 충혈된 장쯔이의 눈을 볼 수 있다(…).
한편, 일본계 미국인 피겨 스케이터 미라이 나가수가 기모노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옷을 입고 <게이샤의 추억> OST에 맞추어 경기를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쭉 미국 국적의 선수로 활동했으나, 일본적인 면모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
- ↑ 첫 성관계를 남자에게 파는 것. 실제 마이코에서 게이샤로 승급하는 '에리카에' 와 전혀 다르다.
- ↑ 이런 비슷한 예는 닥터 지바고의 주연 배우인 오마 샤리프도 있었다. 오마 샤리프는 이집트인이지만 이 영화에서 영어를 구사하는 러시아인 의사로 나왔다. 또한 1956년에 말론 브란도가 주연했던 '8월 달의 찻집'에서 말론 브란도는 일본인(!) 통역가 연기를 위해 일본인 분장을 하고 출연했다.
- ↑ 그 전에는 '견습 게이샤'인 마이코라고 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 원작 소설에서는 '미즈아지'로 되어 있다.
- ↑ 게이샤의 매춘행위는 게이샤 항목에서도 나와 있지만, 정확하게는 에도 시대부터 점차 금지되면서 메이지 시대 때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된다. 특히 영화에서 첫 장면으로 보여주는 가난한 집안의 소녀들이 하나구치에 팔려가는 전개는, 작중의 배경이 되는 메이지 시대~2차대전 전후 시점의 게이샤들은 공식적으로 매춘을 안 하는 입장이었으니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 ↑ 참고로 영화 등에 '오이란'이라는 명칭이 많이 나오는 관계로 '유녀 = 오이란'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녀를 모두 '오이란'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유녀 중에도 격이 높은 유녀를 칭하여 오이란이라고 한다. 여담으로 유곽에서 견습생활을 하면서 유녀들의 시중을 드는 견습생을 '카무로'라고 하며, 격이 높은 오이란들은 이 카무로를 잔뜩 데리고 다닌다.
- ↑ 또 게이샤와 조선 기생을 비교해보면, 기생 쪽도 또 고급이며 품위도 높다. 기생도 어엿한 예능인이었으며 용비어천가나 유교 경전을 읊기도 했고 독자적인 문학 문화를 이룰 정도였다.
- ↑ 특히나 '타유'라고 불리는 큰언니는 제일 많이 꽂고 나온다!
- ↑ 그래서 머리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막으려고 향수를 뿌린다는 말도 나온다.
- ↑ 그렇지만 확률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급이어서 그렇지 아주 불가능하진 않은 듯하다. 한국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서도 날 때부터 벽안을 가진 모녀가 5연승을 한 사례도 있고.(눈에만 일부 색소가 결핍된 알비노의 일종이란다) 몽골 쪽에도 벽안인 사람들이 있다.
이 문서의 2015년 4월 17일 이전 저작자는 이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