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장갑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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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그대로 장갑에 '경사각'을 주어 직사화기에 대한 방어력을 올린 장갑구조를 말한다. 강판의 경사각을 활용하여 정면 입사각 기준으로 두께를 늘려 방어력을 확보하면서도 실 장갑두께는 줄여 경량화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관통거리의 증대와 발사체에 대한 도탄 가능성 증대를 동시에 노린다.

2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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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장갑은 수직적 구조의 장갑과 달리 경사각을 위한 쓸모없는 공간이 생긴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 기갑병기 내부엔 장갑 이외에도 승무원을 비롯한(…) 각종 기기가 꽉꽉 들어차있기에, 경사장갑을 채용하면 경사장갑을 위한 쓸데없는 공간 때문에 내부공간의 활용에 어려움이 발생하며, 내부 승무원을 위한 공간이 비좁아져 전투의 효율성에도 다소 문제가 생긴다. 차체의 경사장갑을 지나치게 주게된다면 내부용적은 그대로라도 차체가 길어지며, 이로 인해서 차체기골의 자체중량이 늘어난다. 즉 각도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적정 전고까지 올라가는데 거리가 더 걸린다. 운전병 목 내놓고 타야 될 판 길어진 몸체에 장갑까지 두르면 중량은 더욱 불어난다. 포탑에도 지나친 경사를 주게 된다면 내부용적은 더 줄어들어 최종적으로 탑승자들의 편의성과 전투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경사각이 상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본래 장갑두께만 작용하기 때문에 원거리에서 격파되기 쉽다. 예를 들면 전차가 언덕에서 내려오는 경우. 전면에 경사장갑을 채용하더라도 차체 자체가 앞이 낮고 뒤가 높아지는 상태기 때문에 적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수직장갑이 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이유로 인해 급하지 않은 한 언덕을 정면으로 넘는 행위는 전차들이 기피해야 할 행동이다.

설상가상으로 동일한 두께의 장갑판을 사용할 경우, 경사장갑이 수직장갑보다 더 무거워진다. 따라서 경사장갑판의 두께를 늘리면 수직장갑일 때보다 하중이 크게 증가하므로 측면장갑같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곳은 그냥 수직장갑을 쓰거나, 경사장갑이지만 장갑판이 얇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5호 전차 판터가 있다.

철갑탄의 경우 착탄시 운동에너지가 충분하여 도탄되지 않을 수 있는데, 탄이 막 장갑을 뚫기 시작해 끝부분만 박힌 시점에서 미세하게나마 탄이 마치 장갑에 대해 수직방향으로 뚫고 들어가려듯 돌아가려는 힘이 같이 작용하기에(normalization) 경사장갑을 쓰더라도 실제 경사각을 통해 얻은 최대 관통두께를 완전히 활용하지는 못한다. 이런 현상은 경사로 인해 충격면이 포탄의 충격을 균일하게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즉, 포탄 입장에서 보자면 전면부 하단은 이미 장갑에 충돌하여 속도가 떨어지고 있는데, 상단은 아직 접촉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진행방향으로 힘이 유지되고, 결국 탄 꼬리가 위로 들리면서 약간 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일부러 유도하기 위해 탄두 전면에 상대적으로 무른 금속을 써서 앞쪽이 일부러 쉽게 변형되어 일종의 지렛대 역할을 하도록 재질이 약한 모자를 덧씌운 피모철갑탄(APC, AP-Capped)이나 피모철갑탄에 유선형 캡을 추가로 씌운 저저항피모철갑탄(APCBC, AP-Capped Ballistic Capped)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례로 60mm급 전면장갑을 60도로 기울여 최대관통거리 120mm를 얻어낸 것으로 유명한 T-34도 실제 테스트 결과는 수직장갑 기준으로 80mm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복합장갑으로 철갑탄을 도탄시키는 것이 아니라 파쇄시키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현대전차의 대세가 되면서 공간을 크게 잡아 먹는 경사장갑은 효율성을 크게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독일의 레오파르트2 전차의 초기모델은 포탑 전면부가 완전히 직각이다. 복합장갑의 배치나 형상에 따라서는 경사장갑의 경사각이 오히려 방호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거 왜 140밀 버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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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점

그러면 어째서 경사장갑이 '보다 경량이면서도 방호력이 더 좋은 장갑설치방식'으로 호평받는 것인가 하면, 매우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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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장갑의 두께를 동일하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경사장갑은 무게 뿐만 아니라 경사설치로 관통거리를 늘리고, 도탄확률까지 확보하고 있다. 전차 차체 전면처럼 원래 기울어져 있는 부분에 장갑을 설치한다면 당연히 경사장갑으로 하는 편이 나은 선택이 된다. 즉 전면투영면적만을 볼 게 아니라, 실제 장갑재로 덮어야만 할 공간의 형상도 봐야 한다. 스프로킷이 붙는 차체 전면 상하부나, 어차피 장갑재로 꽉꽉 채워야 하는 포탑 전면 상하부가 일반적으로 경사장갑의 적용 대상이 된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수직장갑을 사용했을 때보다 철갑탄과 대전차고폭탄에 대한 방어효과가 높아진다. 관통해야 할 두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덤으로 대전차고폭탄에 대해서는 제시된 실제 최대관통거리를 모두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철갑탄에 대해서도 포탄이 가능한 한 저항이 적은 쪽으로 나가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역으로 작용하여 포탄이 장갑 위에서 미끄러지는 현상인 도탄(跳彈)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경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런 경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철갑탄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유용한 편이다.

웹상에서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날개안정분리철갑탄과 같은 현대의 길쭉한 모양의 철갑탄에게도 경사장갑 고유의 관통 거리가 증가하는 효과를 여전히 볼 수 있다. 오히려 날탄이 초고속이다 보니 경사에 상관없이 정직하게 뚫는 경향이 더 강하다. 포탄이 경사장갑에 닿으면 장갑판과 수직으로 회전하기는 하지만, 고속철갑탄의 경우 충격면에서 각도를 크게 바꿔서 장갑판을 관통하는 것은 아니다. 각도도 경미하게 바뀌기는 하지만 포탄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그다지 차이는 없다. 직접 관통각도가 변한다기보다는 경사로 인해 늘어나는 관통거리 자체가 실제거리만큼 효과를 다하지 못하게끔 힘의 벡터가 작용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일단 장갑증대효과는 있고, 도탄될 확률도 수직장갑보다 훨씬 늘어난다.[2] 게다가 장갑재가 어지간히 무르지 않은 이상 현대식 고강도장갑판을 얕은 각도로 억지로 파고드는 경우 세장비가 긴 날탄 같은 경우 허리가 부러져버리기도 한다. 아래의 레오파드2A6 포탑전면장갑이 이런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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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탄 관통 실험' 등의 제목으로 올라오는 아래 사진들 때문에 날탄이 마치 화살처럼 이리저리 휘어지며 장갑재를 뚫고들어가는게 아닌가 착각하기 쉬운데 관통부 위아래의 질량 차이로 인해 힘을 받아 변형되기 더 쉬운 탄착점 위쪽 '얇은' 부분이 탄에의한 충격으로 위로 말려올라갔을 뿐, 정작 관통 시작점인 사입구 하방을 보면 거의 직선에 가까운 관통형태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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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장에서 피모철갑탄 따위는 쓰이지도 않으며, 또한 성형작약탄은 탄이 기울어지려는 현상이 없이[3] 거의 '정직하게' 경사각에 맞춰 뚫고 들어오려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방호능력은 더 크다.

복합장갑의 재질이나 작용원리에 따라서는 경사장갑이라 하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경사장갑이 무용지물로 사라질 일은 없다. 당장 레오파르트2만 해도 2000년대 이후 모듈형 증가장갑을 달았는데 강한 경사장갑으로 날탄의 관통자가 부러지게끔 유도하고 있다.[4] 차체의 경우 원래부터 경사장갑을 채용하고 있기도 하고. 또한 메르카바 전차는 3세대 전차임에도 상당한 경사각을 자랑한다. 이는 숨을 곳이 없는 사막에서 차체 부피를 줄여 폭로면적을 줄이는 개념보다는, 어떻게든 최대한 방호력을 높이는데 중점을 둔 설계 때문.

현존 최강의 방어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M1 에이브람스역시 경사장갑을 중시한 설계이다, 애초에 환산 방호력이 900~960mm씩이나 되는 정신나간 두께의 열화우라늄 복합장갑이기 때문에 굳이 경사각을 줄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인데도 포탑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경사각을 준 설계를 채택하고 있다. 같은 시기 개발된 레오파르트 2(A4까지 해당)의 포탑과 대비되는 부분. 포탑에 경사각이 거의 없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메르카바 같은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보면 3세대 전차 중에선 중간정도의 경사각은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차체에는 상당한 정도의 경사장갑이 적용되어있다. 차체 상부 전면은 두께는 얇지만 경사각이 극단적으로 주어져있고 하부 역시 45도 정도로 기울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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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의 포탑전면경사. 60˚정도는 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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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경사장갑을 채용한 메르카바 MK4.

현대전 교리가 차츰 발전하면서 실질 방호력 저하에 의해 사장된 경사장갑은 모든 종류의 경사장갑이 아니라 그중에서 일부 종류인 주조식 곡면장갑이다. 주조로 찍어낼 수 없고 용접으로 제작해야 하는 고경도장갑판에 비해 대량 생산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많이 만들어졌던 주조식 곡면 장갑으로는 더 이상 고속의 현대식 대전차 화기나 철갑탄에 대항할 수 없게 된 것이다.[5] 러시아는 소련 시절 때부터 반응장갑 도배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결국 최신형 T-90T-14에 와서는 서방제 전차들처럼 용접식 경사장갑+두터운 전측면 복합장갑으로 갈아탔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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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날탄을 튕겨내지 못하고 오히려 파고들게 만든다는 장갑재가 바로 이 구형 주조식 장갑재이다. 멍키 버전 T-72등에서 일어난 참사(...)를 오해하여 '날탄은 각도가 얕아도 장갑재를 파고들며 뚫는다'는 속설이 만들어 진 것. 장갑재가 충격력 이상의 경도, 표면강도로 버티는 경우엔 날탄 할애비가 와도 무조건 튕긴다.

4 결론

균질압연강 기준 대충 아래와 같은 공식을 보인다.
두께50의 수직장갑<실제두께 50, 관통두께 100의 경사장갑<두께100의 수직장갑 [7]

결론적으로 경사장갑은 동일 두께의 수직장갑보다 확실히 방어효율이 높지만, 여러 요인으로 인해 단순 계산상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값보다는 수치가 낮게 나온다. 교리상 어떤 형태의 전차를 만들 것이냐에 따라 잘 섞어 쓰는 것이 트렌드. [8] K-2 흑표를 보면 잘 알수 있다. 흑표의 경우 복합장갑으로 적 직격탄을 받아낼 부분은 좁은 면에 집중해서 수직 장갑을, 그렇지 않은 부분은 고경도 장갑판으로 매우 완만한 각도의 경사장갑을 채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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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상면 경사장갑에 의해 도탄된 K-279가 다시 포탑정면 복합장갑에 맞아 파쇄되는 장면.

5 제2차 세계대전의 전차 중 경사장갑을 채용한 경우

사실 완전하게 수직장갑으로만 전차를 만드는 경우는 그 당시에도 극히 드물기 때문에[9] 티거(??) 4호 전차(!?)경사장갑을 조금이라도 채용한 전차를 열거하면 사실상 그 당시의 모든 전차를 열거하게 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전면장갑을 포함해서 대폭적으로 경사장갑을 채용한 경우와 동시에 실전을 위한 제식 채용 및 완성을 해 생산한 것으로 한정해서 열거한다.

  1. 다만, 아래의 장점 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그림들은 '효율적인 차체 형상'을 무시하고 있다.
  2. 하지만 L/D 비율이 30인 날탄이 도탄되려면 경사각이 5-6도보다 작아야한다.
  3. 성형작약탄의 관통력은 고속의 메탈제트에 의해 얻어지는데 이들은 커다란 고체 덩어리가 아니라 상당히 작은 입자들의 모임이기 때문.
  4. 근데 이게 말만큼 대단한건 아니라 APFSDS 관통자를 부러뜨리더라도 30% 가량의 관통력 저하만 유도한다. 이마저도 굵고 무거우면서도 세장비가 왕창 긴M829A3이나, 55구경장에서 발사한 탄에 대해서는 관통력 저하 효과도 적을거라고 생각되니...
  5. 사실 고경도장갑+복합장갑 기술이 나오기 전에는 용접식 균질압연강 장갑보다 주조식 주물합금 장갑이 더 튼튼했다. 이스라엘이 용접 셔먼보다 주조 셔먼을 더 좋아했던 이유가 이것.
  6. 하지만 이렇게 해도 측면장갑이 상대적으로 부실한건 결과적으로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7. 장갑 관통 역시 기본적으로는 힘으로 구조를 변형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재질이라 했을 때 질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즉 장갑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튼튼하다. 관통거리는 확보했어도 질량 부족으로 인한 변형 용이는 막을 수 없다. 엔진의 힘이 무한이 아닌 이상 공/수/주를 모두 갖추기 위해 적정선에서 타협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 고효율의 경사장갑이 널리 쓰일 뿐이다.
  8. 대다수의 주력전차들은 차체장갑만큼은 꽤 각도가 큰 경사장갑을 쓴다. 상술하다시피 경제적인 전면 스프로킷 각도를 위해서는 차체 전면이 뾰족할 수 밖에 없기 때문.
  9. 밥 샘플 전차라는 뉴질랜드의 전차가 이런 형태이다. 증가장갑 형태로 원시적인 경사장갑인 골판장갑(Corrugated Armour)을 장비하기는 했지만 두께가 너무 얇아서 사실상 수직장갑과 다를 바가 없었다.
  10. 후자의 경우 파편을 막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11. 7에서는 완벽히 전면장갑을 경사화 했다.
  12. 경사장갑의 효능을 제대로 본 케이스. 위의 판터, 나아가 티거 2에 이르기까지 설계에 큰 영향을 준 전차다.
  13. A5부터 전면장갑을 완전히 경사장갑화했다.
  14. A2E1에선 전면이 완벽히 경사로 바뀌었다.
  15. 상기된 전차들 대부분은 경사장갑으로 나름대로의 효과를 톡톡히 봤던데 비해 일본의 전차들은 경사장갑이 아무 의미가 없을 정도로 공업적, 수치적으로 저질 방어력을 갖고 있었다. 각 항목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