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형랑

鼻荊郞

1 개요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비한 인물

전설에 따르면 귀신의 아들로서 도깨비를 부렸다고 한다. 비형이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

2 기이한 출생

이 인물의 출생 설화는 매우 독특한데 신라의 25대왕인 진지왕이 도화녀(桃花女)라는 킹왕짱 평민 미인의 소문을 듣고는 궁으로 부르게 된다. 그리고 대놓고 대시를 하는데 문제는 도화녀는 이미 유부녀였다는 것. 하지만 진지왕은 훗날 색(色)을 밝혀 문란하다는 이유로 폐위된 왕이었고 진지왕에게 그런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은 그래서 그런 걸지도

같이 만리장성을 쌓자는 진지왕의 토목 프로젝트 제안에 도화녀는 두 남편을 섬길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그러자 왕은 '그럼 죽일 건데?' 하고 찔러보기도 했지만 결국 통하지 않았고 남편이 없으면 승낙하겠느냐고 묻자 그런 경우라면 허락하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진지왕은 순순히 물러났다. 의외로 진지왕은 변태긴 해도 신사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진지왕은 음란하다는 이후로 폐위되어 사망하였고 그로부터 3년 뒤에는 도화녀도 돌연 과부가 되고 만다. 그런데 그때 귀신이 된 왕이 남성의 불타는 집착으로 인한 것인지 생시처럼 나타나서 도화녀에게 옛 약속을 말했다. 무서울 정도의 집착이다(...) 이때 도화녀는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으나 부모는 군왕의 말이니 피할 수 없다고 하였고 결국 도화녀는 7일 동안 왕의 영혼과 함께 지냈다. 그 사이 오색 구름이 지붕을 덮고 향내가 방을 채웠다고 한다. 그 후 진지왕의 영혼은 사라졌고 도화녀는 임신했는데 그렇게 태어난 것이 비형랑이라고 한다.

아무튼 도화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자 비형(鼻荊)이라고 하였는데 이 말도 안되면서 비범한 스토리를 듣고는 진평왕이 비형을 궁으로 불러 길렀다. 나이 15세에는 벼슬도 얻어서 집사(執事)가 된다.

3 귀밀레

그런데 비형은 밤마다 서라벌 경주 월성을 빠져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했고 이를 눈치 챈 진평왕은 병사 50명을 동원하여 스토킹을 했다. 그랬더니 왕궁을 나간 비형이 귀신들과 놀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아버지가 귀신이기 때문이었던 듯. 역시 혈통이 중요하다 이를 보고받은 진평왕은 비형에게 사실인지 물어보았고 비형은 순순히 실토한다. 그러자 진평왕은 월성 북쪽의 절 신원사(神元寺) 근처에 돌다리를 놓으라고 명령한다. 그러자 비형랑은 수하인 도깨비들을 이용하여 돌을 깎고 다듬어서 하룻밤 사이에 돌다리를 놓는다. 귀밀레~ 귀밀레 이 다리를 귀교(鬼橋)라고 불렀다.[1]

이후 진평왕은 귀밀레가 마음에 들었는지 비형에게 조정의 정사를 도울 만한 귀신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비형은 길달(吉達)이라는 도깨비를 추천하여 사람으로 만들었다. 진평왕에게 집사 벼슬을 받은 길달은 충직하게 정사를 돌보았다고 한다.

길달이 진평왕에게 꽤 마음에 들었는지 당시 아들이 없었던 각간 벼슬의 임종이라는 인물에게 양자로 들이게 한다. 그러나 임종은 길달을 시켜 흥륜사(興輪寺) 남쪽에 문을 세우게 했다. 그리고 밤마다 그 문루 위에 가서 자도록 했다. 이거 학대 아닌가? 그리하여 그 문의 이름은 길달문(吉達門)이 되었는데 결국 길달은 여우로 변해 도망가고 만다. 그러자 이에 분노한 비형은 다른 귀신들을 시켜 길달을 붙잡아서는 죽여버렸다. 이로 해서 그 도깨비 무리들은 비형의 이름만 듣고도 무서워 달아나게 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비형을 두고 사(詞)를 지었다.

성제의 혼이 낳으신 아들
비형 도령의 집 바로 여길세.
날고 뛰는 온갖 귀신들아,
이곳에 함부로 머물지 말게나.

이후 풍속에는 '이 글을 써붙여 잡귀를 물리치게 되었다' 고 삼국유사에 기록이 남아있다.

4 해석

향속에서는 이 글을 써붙여 잡귀를 물리친다는 글을 보면 비형은 결국 귀신을 다스리는 왕인 셈. 이후 <금방울전>이라는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귀신을 쫓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설화의 주인공인 처용과 비교되나 그 방식에서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처용이 용서라면 비형은 형벌이다.

일설에는 폐위된 진지왕이 폐위 상태에서 데리고 산 여자가 도화녀이고 도화녀의 사생아가 비형랑이라고도 한다.

비형랑의 랑(郞)은 이름의 끝에 붙는 호칭이다. 도화녀 역시 원래는 도화랑(郞)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다만 설화 제목에만 도화녀라고 되어있다.

도화살(桃花煞)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여자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여러 남자와 상관하거나 남편과 사별하도록 지워진 살이라고 한다. 비형랑의 이야기 때문에 만들어졌을지도.

길달이 왜 도망갔는지는 알 수 없다. 학대를 해서 그런가 개중에는 임종의 딸을 겁탈하고 여우로 변해 도망갔다는 이야기도 있는 모양. 하지만 삼국유사 원전에는 그런 이야기는 없다. 이 내용이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의 모티브란 설도 있다는데... 확인바람.

역사를 보면 도깨비들이 서역인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비형을 서역인으로 추정하기도 한다(처용 역시 비슷한 설이 있다). 아니면 비형랑을 따르는 도깨비들이 묵가(墨家) 집단이였고, 비형랑이 묵가의 수장인 거자(巨子)이고, 길달은 묵가에 속했지만 세속에 물을 들어 묵가를 배신한 인물일수도 있다.

일설에는 비형이 진지왕의 아들이라는 점을 들어 진지왕의 실제 아들이었던 김용춘이라고 보기도 한다. 혹은 신뢰성이 부족한 화랑세기 필사본에 나오는 김용춘의 형인 용수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삼국유사삼국사기에는 용춘과 용수는 동일한 인물로 나와서...

한편 경상북도 경주시 배동·탑정동·율동에 걸쳐 있는 숲을 경주왕가수(慶州王家藪)라 하며 경주시내 중심지에서 남쪽으로 약 6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 숲은 목랑(木郎) 두두리(豆豆里)를 제사한 곳인데 이는 비형 신앙에서 유래된 것이다.

5 대중문화 속의 비형랑

5.1 드라마 대왕의 꿈

담당 배우는 장동직. 천추태후에서 요성종을 맡았던 배우다. 재미있게도 사극에서 두두을과 관련이 있는 인물로 세 번이나 출현했다. 무인시대에서는 이의민의 부장 최부로 출연하였는데 두두을을 책사로 영입하는 이의민 역을 이덕화가 맡고, 이의민의 책사 역할을 맡았던 인물로 두두을(전무송 분)이 나온다.

폐위된 진지왕의 천출 서자이자 김용춘의 이복동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위에 서술된 삼국유사의 기록을 반영한 셈. 귀신들을 부렸다는 설화를 이 작품에서는 '귀문단' 이라는 집단의 수장인 것으로 각색했다. 비형이 천거했다가 죽였다는 길딸 길달은 비형에게 반기를 드는 이 집단 2인자로 각색. 그리고 도깨비=서역인 설을 차용해서인지 길달은 머리가 금발이다.

형인 김용춘을 원래 되었어야 할 신라왕의 자리로 올려놓겠다고 다짐하나 용춘이 이를 거부하자 조카인 김춘추를 통해 빼앗긴 아버지의 왕좌를 되찾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리고 1화부터 하드보일드 권왕 인간흉기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숙흘종의 자객들과 심복 병사들을 상대로 무쌍난무를 선보였다.

어린 김유신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로 볼 때 김유신의 스승 포지션을 맡을 듯하다. 김유신에게 삼국 통일의 비법을 가르쳤다는 노인이자 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에도 나오는 난승이 비형랑의 부하로 설정된 것을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또한 가잠성으로 향하는 김유신과 함께 하면서 가잠성에 있던 아이들을 구해내 귀문에서 맡았다. 그리고 김유신에게 언젠가 귀문이 될 저 아이들을 네가 맡으라는 식의 대사를 했는데 이로 미루어 보면 귀문단이 이후 김유신의 사병이나 친위군이 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뒷날 김유신이 죽을 때 울면서 김유신의 집을 나갔다는 병사들의 환영이 이들이 될지도 모른다.

초반에 굵직한 배역을 담당하며 보희와 러브라인을 형성할 뻔했지만 결국 커플 브레이커 유동윤 작가답게 자비 없이 끊어버렸다(...)[2] 팬덤에서 붙인 애칭은 여러 여자 울렸다는 이유로 제비형랑(...) 보희 뿐만 아니라 시노, 덕만, 심지어 연화에게까지(...) 가리지 않고 플래그를 세웠다(...)

휘하에 호랑과 묘랑을 부하로 두고 있는데 이 두 명을 연기한 배우들은 공교롭게도 2000년대 초반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다. 호랑은 마야(가수), 묘랑은 김현정.

5.2 만화위치 헌터》의 등장인물

5.3 그 외

  • 판타지 소설눈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비형 스라블의 이름은 비형랑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 확산성 밀리언 아서 한국 서비스의 10월 전반기 시즌 메인 강적으로 사신형 백호와 함께 등장한다. 그런데 이마에 뿔이 달렸고 가시가 박힌 방망이를 들고 있는 등 누가 봐도 도깨비가 아닌 일본의 오니인지라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도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이가 더 많은 듯. 이후 괴리성 밀리언 아서 한국 서비스에서 아장형 비형랑 카드로 어린아이 ver 이 나왔다. 어른 모습은 아직 미등장.
  • 웹툰 천년구미호의 등장인물 비형은 비형랑에서 따왔다고 한다. 도깨비를 쥐고 흔드는 캐릭터가 필요했다고. 천년구미호 내의 비형은 도깨비 두령으로 검의 세계의 온갖 도깨비와 귀신들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존재라고 한다.
  • 담덕(작가)의 소설 영웅학개론에서 주인공 김도진 교수의 영웅이다. 능력은 역시 혼을 다뤄 다른 영웅들의 힘을 빌려오거나 연결된 끈이 진하면 귀속도 가능하다.

6 관련 항목

7 바깥고리

  1. 실제로 비형랑 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경주 지역의 토착신인 두두리(豆豆里)=두두을(豆豆乙)=목랑(木郞)이 토목공사 전문 화랑 신라판 공대생이라는 주장도 있다.
  2. 물론 보희와 비형랑의 러브라인은 허구(픽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