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보예 지젝

공산주의는 승리할 것이다.

2008년 8월 9일 가디언과의 인터뷰 中, “우리에게 비밀을 하나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한 가지만 약속해달라. 여러분은 수십 년 후 맥주나 홀짝이면서 '그때 우리는 순수하고 아름다웠지'라고 말하지 말아달라.

2011년 10월 16일, 월가 점령 시위에서 68혁명에 대한 언급 중.

 

1 소개

Slavoj Žižek[1]

슬로베니아철학자. 1949년에 태어났다. 젊은 시절에 프랑스로 유학가서 철학을 공부해 기초를 쌓았으며 1990년에 치러진 슬로베니아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적도 있다. 당이름이 더 압박 4위까지 하면 당선권인데 5위라서 탈락. 안습. 콩라인을 넘어서는 안습 열전. 역시 철학자는 정치를 못하는갑다. 그러나 서울대 철학과 출신으로 김영삼 前 대통령이 있긴 하다.

'MTV 철학자'라는 별명도 있을만큼 논란성 짙은 기획, 톡톡 튀는 문체 등을 통해 현대 철학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당장 2011년 월가 점령 시위에도 튀어나왔다고 하니. 그의 근본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물론 이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가 칸트, 헤겔, 자크 라캉, 칼 마르크스 등에 대한 새로운 독해를 제시했다는 것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문제는 새롭기만 하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있다. 실제로 저명한 좌파 역사학자인 영국에릭 홉스봄[2]의 경우에는 지젝을 공연자(perfomer)로 묘사하며, 그가 좌파적 기획에 기여한 바에 대해 극도로 비판적 관점을 표명하고 있다.

현대 영미철학계에서는 지젝에 대해 아예 언급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지젝은 역사학자에게 "제대로 아는 지역 하나 없는 '국제적' 지식인"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실정인데, 철학계에서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현대 영미철학계에서 지젝이 근거로 삼는 라캉은 사장되다시피 한 상태이며,[3] 마르크스 역시 지젝과는 상극에 있는 분석 맑시스트들의 연구 외에는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통계를 통한 실증적 방법과 현대 분석철학을 수용함으로써 맑스주의자들 집단 내에서도 객관적인 논리적 타당성을 확보한 분파가 분석 맑시스트들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젝의 철학적 기획이란 것이 애매하기 짝이 없다. 즉, 지젝이 마땅히 내세울 철학적 업적이나 세부분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변증법적 유물론을 들고 형이상학 영역으로 가자니 현대 인과이론의 개념들과 공약수조차 찾기 어렵고, 역사 유물론을 들고 정치철학으로 가자니 분석적 논증이 결여된 선언문 수준이라 난도질 당할 운명인 셈이다. 일례로 노엄 촘스키는 "무언가 있는척 하지만 알맹이는 없는 극단적인 사례"로 지젝을 꼽았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만을 가지고 지젝을 폄하할수는 없다. 이건 단순히 지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실증을 중시하는 영미철학계와 추상적 개념을 중시하는 대륙철학계간의 유구한 대립이기 때문. 지젝은 전형적인 대륙철학자이니 영미철학계에서는 싫어하는게 당연하다. 영미철학계 역시 대륙철학계에서는 말장난이나 하는, 로봇들도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비판받는다. 걸러 듣자. 게다가 지젝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영국에서 발행하는 프로스펙트 매거진에서 매년 뽑는 가장 영항력 있는 사상가 명단에 여러 번 선정된 적이 있다. 애초에 영미철학과 대륙철학으로 나누기도 애매한 게 지젝이 슬로베니아와 프랑스에서 공부했지만 실제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건 영미권을 거치면서다. 물론 알려진 통로가 그렇다는거고 그의 전반적인 사상적 기반이 대륙철학임은 부정할 수 없다.

지젝의 정치철학은 마오주의를 긍정하며, 자유주의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마오쩌둥 주석이 좋아하겠다? 그는 자유주의야 말로 인민의 의지 발산과 변화를 막는 체제이기 때문에 전체주의보다 더 해롭다고 간주한다.

결혼을 두 번 했는데 첫 아내는 철학자이고 두번째 아내인 Analia Hounie는 아르헨티나 출신인데 모델도 했었고 학위는 라캉 연구, 후덜덜. 원래는 교수와 제자 관계였으나 조금씩 발전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둘의 결혼식 사진을 보면 행사 때문에 잠깐 출소한 마피아 두목이 딸의 결혼식에서 같이 찍은 것 같다. 진정한 미녀와 야수. 인생 승리자 근데 또 이혼했다! 지젝 방한 때 기대한 인문학인들의 절망하는 소리가..

여담으로 자국 인구수에 대해 별로 관심 없는지(...) 모국인 슬로베니아의 인구를 300만 명이라고 한 바 있다(...) 참고로 실제로 약 200만명 선. 참고로 슬로베니아 출산율이 위낙 낮아 이마저도 붕괴할거라는 안습한 사정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에 출마한 사람인데(...)

2 중심 기획

지젝의 근본적인 기획은 헤겔을 통해 라캉을 읽고, 다시 라캉을 통해 마르크스를 읽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기획을 스스로 "'부정변증법'에서 '변증법적 유물론'으로의 전환"으로 표현한다. 거칠게 말해, 이 두 개념의 차이는 "체제 안에서 사유할 것이냐, 체제 밖에서 사유할 것이냐"는 데에 있다. 문제는 정신분석학의 경우 최근 학계 내에서는 그다지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데다 지젝 특유의 여러 철학자를 오가는 종횡무진한 해석이 학계의 기존 이론과 독법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좋게 말하면 상당히 독창적인 철학을 하는 셈이지만 안좋게 말하자면 이것저것 갖다붙이며 썰을 푸는 것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인지도는 상당하며 국내에도 번역이 여러 권 되어있는 편인데 지젝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칸트 등의 철학을 참조하기도 하며 또한 수많은 소설, 영화 등으로 살을 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특히 지젝의 영화 읽기는 웬만한 덕력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포스를 철철 풍긴다. 더군다나 앞서 말한 정신분석학의 경우 학계에서의 평과 대중적인 호응이 상당히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라는 점도 지젝의 대중적 인기에 한 몫 한다.

문제는 영화를 직접 보지도 않고 평론을 쓴다는 점이다. 로셸리니 감독의 영화를 비평하면서 해당 감독의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평론가들은 지젝의 평론을 받아다 쓰는 해괴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괜찮아 평론은 원래 그런거야

3 한국에 관련하여

한국에 자주오는 편이다. 2003년, 2010년, 2012년에도 방문한바 있다. 내한 당시 투썸플레이스를 보고 "저기는 둘이서 사랑을 나누는 곳이냐?"라는 농담을 했다고 한다.쓰리썸보다 더 보편적인 투썸 세계적인 석학이고 나발이고 교수개그 수준은 역시 거기서 거기다.

10월 16일 미국 버몬트 대학(The University of Vermont)에서 강의를 하면서 강남스타일을 이른바 "신성시되는 외설(Divine Obscenity)"의 예로 들었다. 싸이비틀즈 이래 최대 인기현상이라 추켜세우며 노래 가사와 배경이 되는 강남에 대해 상당히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2013년 7월 1일부터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에미넌트 스칼러로 영입되었다.[4]

2015년 3월에는 저서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의 서평을 놓고 뜬금없이 작가 장정일과 이택광 경희대 교수와의 키배가 한겨레지면을 빌어 벌어지기도 했다.

4 저서(국내발매작/발매순)

  • 삐딱하게 보기
  • 당신의 징후를 즐겨라!
  •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
  • 환상의 돌림병
  • 향락의 전이
  • 믿음에 대하여
  • 실재계 사막으로의 환대
  • 진짜 눈물의 공포
  • 무너지기 쉬운 절대성
  • 이라크
  •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예수의 말에서 빌린 것[5])
  • 성관계는 없다 뭣이? 맞는 말이네
  • 까다로운 주체
  • 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이데올로기
  • 신체 없는 기관
  •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
  • HOW TO READ 라캉
  • 죽은 신을 위하여
  • 전체주의가 어쨌다구?
  • 시차적 관점
  • 잃어버린 대의를 옹호하며
  •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마르크스의 말에서 빌린 것[6])
  • 사랑의 대상으로서 시선과 목소리
  • 나눌 수 없는 잔여
  • 폭력이란 무엇인가
  • 헤겔 레스토랑, 라캉 카페 (Less than Nothing를 두 권으로 출판)
  •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 (원제: Islam and Modernity)

5 공저

  •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 지젝이 만난 레닌
  • 법은 아무것도 모른다
  • 우연성 헤게모니 보편성 (에르네스토 라클라우, 주디스 버틀러와 공저)
  •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
  • 레닌 재장전
  • 예수는 괴물이다(존 밀뱅크와 공저, 원제는 The Monstrosity of Christ)
  1. 슬로베니아어와 가까운 세르보크로아트어 표기법에 맞는 표기는 슬라보이 지제크이다.
  2. 혁명의 시대 - 자본의 시대 - 제국의 시대 - 극단의 시대(단기 20세기) 4부작을 쓴 그 저자 맞다. 만들어진 전통의 공저자이기도.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로 이름 높은데 한국에서도 잘 팔린다.
  3. 헤겔은 영미철학계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철학자는 찰스 테일러.
  4. Eminent Scholar, 약칭 ES. 직역하자면 명학 또는 저명한 학자. ES로 임용했다는 것은 연구원, 교수자 중에서도 우대한 것으로 석좌교수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석좌제도보다 자유로운 것이 해외에서의 연구도 가능한 듯, 다시 말해 굳이 학교에 적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뜻.
  5. 정확히 말한다면, 예수가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라고 말한 것에 빗대어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알면서도 그렇게 한다고 말한 것이다. 주로 인종차별 등의 문제가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원인을 모색할 때 사용되는 개념.
  6. 정확히 말하면 헤겔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은 반복된다' 라고 말한 것을 마르크스가 빌려와 '그 뒤에 한 문장 더 덧붙여야 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그리고 그 다음에는 희극으로' 라고 말한 것을 다시 빌려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