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화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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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을 이용한 경우.이 사진 조금 위험해보이는데?

Motorized Infantry.

1 개요

차량을 이용하여 병력을 수송하는 보병. 기계화보병의 전단계로 트럭 등 대규모 수송이 가능한 차량을 통해서 전장까지 병력을 이동한다. 기갑/전차기병의 방계 후손이라면 차량화보병은 용기병의 방계후손이다.

2 개념 및 운용

2.1 제1차 세계대전

자동차 개발로 그 군사적 효용성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의외로 군대에서 차량이 본격적인 도입은 늦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당시까지 군대에서 수송 및 기동전의 핵심은 이었다. 기존에 있던 말이라는 수송 수단을 대체하고 새로운 자동차를 도입하는 것은 기존의 가지고 있었던 말에 대한 지식, 관리 및 보급 체계, 교리의 전반적인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엄청난 문제였다. 거의 5000년의 역사를 가진 군마를 대체하는 군사사의 엄청난 변화였다. 즉 자동차 운용에 대한 인프라나 노하우가 전무했다.

위의 사유로 인해 문제와 더불어 자동차의 가격부터가 꽤 비쌌다. 당대 열강이라는 유럽 국가들도 택시까지 운영했음에도 좀처럼 차량을 전 국민적으로 운용할 정도로 생산하지 못했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913년에 당대 세계 최강국인 영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3만 4천대였고, 영국 못지 않은 강국인 프랑스는 4만 5천대를 생산했다. 이 생산량으로는 민간 수요와 군대의 수요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했고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여기에 새로운 장비 도입으로 인한 전반적인 군대 행정 및 군수, 교육 등의 비용까지 생각하면 오랜 평화를 누려온 유럽의 여러 국가 입장에는 거금을 선듯 들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전쟁동안 전선으로 병력 이동은 철도로 하고 전장에서 기동은 과거와 같은 도보와 군마로 이루어졌다. 보병과 기병의 전통적인 기동전에서 참호전으로 변경되어서 화력이 중심이 되면서 자동차의 전장 운용은 관심사에서 멀어진다. 그러나 병력 수송이라는 관점에서 베르됭 전투에서 병력 수송을 위해서 파리의 택시까지 동원하면서 자동차가 병력 수송에 필요하다는 것은 드러나게 된다. 참호전 돌파를 위해서 전차와 장갑차의 등장과 30여명의 병력 탑승이 가능한 병력수송장갑자(APC) 개념으로 Mk IX의 개발은 기동전에서 자동차의 기본적인 개념을 보여준다.

하지만 교리적으로 화력 중심의 참호전으로 진행되면서 기동전이 관심을 못 받으면서 자동차 자체가 전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2.2 제2차 세계대전

1차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가 참호전 중심의 교리를 발전시킬 때 러시아독일전차항공기를 이용한 기동전 교리가 자리잡으면서[1] 병력 수송이 문제로 떠오른다. 기동전에서 전투력이 집중된 선두는 전차를 중심으로 화력과 기동을 통해서 충격력으로 전선에 구멍을 내고 적 종심으로 기동을 하고 그 후속부대가 돌파구를 확장, 돌파를 실시한다. 문제는 선두인 기갑부대는 원래 기동성이 좋으니 빠르게 달려가지만, 후속 병력의 대부분은 기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알보병이란 것이다. 이들은 적군의 잔존 병력을 처리하면서 선두 기갑부대를 따라가야 하는데, 선두와 후속부대의 기동력 차이로 간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서 각 부대들은 고립되서, 각개격파되고, 이를 메우기 위해서 지원군을 축차투입하는 막장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게 큰 문제로 떠오른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자동차가 등장한다.

이미 기술의 발전으로 민간에선 자동차가 보편화되었고, 자동차가 병력수송에 유용하다는 것은 이미 1차대전에서 증명되었기 때문에, 군대 또한 자동차를 대대적으로 도입해서 운용하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처음부터 차량수송을 전제로 편성하는 차량화보병이 탄생한다. 각국은 병력의 전장 수송과 기갑부대 지원을 위해서 장갑전투차량을 개발하고 배치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탄생한 하프트랙은 기초적인 무한궤도장갑, 공용화기를 장착한다.

문제는 필요량을 충족할만큼 생산량이 안 되었다. 1937년 자동차 생산량은 영국 50만대, 프랑스 20만대, 독일 31만대, 이탈리아는 겨우 7만7천대를 생산했다. 이것은 모두 민수용이었고 실제로 전시 생산량을 감안하면 영국이나 빡빡하게 굴릴 수준이었다. 심지어 전격전으로 명성을 떨친 나치군조차 연간 30만대를 생산하는 본국에 프랑스까지 합치면 영국과 동일한 자동차 생산력을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군수장비 생산으로 인한 배치 등으로 인한 실제 감소량을 감안해도 상당히 생산력이 부족해서 대부분의 군수품 수송은 마차에 의존했고[2] 보병들은 대부분 발로 걸어다녔다. 프랑스를 처바른 프랑스 전역에서도 기갑부대와 후속 보병부대와 간격차이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고 독일군 상부에서 엄청나게 불안해했다.[3] 이탈리아는 생산량이 너무 안되서 차량화가능보병이란 해괴한 부대가 있었는데, 한마디로 한 번에 자동차로 못 움직이니까 왕복해서 병력 수송하면 그게 차량화가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소련의 경우 초기에 심각하게 털린대다가 미국랜드리스 지원에 힘입어 대부분을 전투병기 생산에 몰빵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적인 장갑수송 체계가 아니라 탱크 데산트 같은 변칙적인 병력 운송을 이용했다. (단, 탱크 데산트 자체가 차량화보병을 위한 개념이 아니라 보전합동 전술의 일환이니 개념은 다르다.) 그러나 전쟁 후반기에 가면 엄청난 물량을 뿜어내면서 전차와 장갑차는 넘쳐나는데, 거기에 타고 갈 병사가 부족한 기현상이 나타난다.

미국은 예외였는데 이미 1929년에도 포드#s-2 사 혼자서 150만대(!)를 생산할 정도로 생산력이 격이 달랐다.[4] 당연하지만 군용 차량이 풍족한 미군은 독일이나 소련과는 다른 차량을 이용한 대규모 병력 운송이 가능했기 때문에 차량화보병을 실제로 구현가능했다.

2.3 2차 세계대전 이후

2.3.1 미국, 소련, 유럽

냉전 시기에 들어서면서 자동차가 군의 기본 필수품이 되었고, 각국은 전장에서 병력 이동과 보병의 안전보장, 기갑부대와 협동 작전을 위해서 전장의 택시로써 장갑차량을 개발한다. 기존의 차량화보병은 기갑부대와 보조를 맞추는데 중점이었다면 새로운 차량화보병은 적의 공격이 있는 전장 깊숙히 진출해서 하차 전투를 통해서 전투력 발휘를 위해서 생존성에 중점을 둔다. 이런 개념에서 기존의 반궤도, 반장갑의 하프트랙에서 병력수송장갑차(APC)로 발전한다. APC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보병의 생존성 향상과 기갑부대와 보조를 맞춘 작전을 발휘할 수 있게된다. 하지만 이런 APC의 등장으로 트럭 등 비장갑 차량을 이용하여 보병에게 단순하게 기동력을 부여하는 차량화보병은 점차 기계화보병으로 대체되다가 보병전투차(IFV)의 등장으로 사라지게 된다.

2.3.2 그외 국가

대부분의 선진국이 차량화보병이 기계화보병으로 대체되었지만 차량화보병은 그외 국가에서 개념을 가지고 살아남았다. 우선 기계화보병을 할 만큼의 돈 자체가 안되었고, 보병의 개인화기와 공용화기, 대전차무기의 발전으로 굳이 장갑차가 아니더라도 보병과 무기를 같이 트럭에 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하차하면서 그럭저럭 전투력 발휘가 가능해졌다. 보병의 화력이 강화된 만큼 장비가 무거워서 기동력이 저하되었는데 이것을 자동차로 어느 정도 보완한 셈. 이것이 가장 극명하게 들어난 게 토요타 전쟁이다. 극심한 판매경쟁을 하는 민수시장의 차량이 기술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값싸게 민수차량으로 기동성을 부여하고 개인화기와 더불어서 대전차무기 등으로 화력을 충당하고, 치고 빠지기로 적의 공격을 회피해서 방어력 부재를 상쇄했다. 이러한 발전상에서 차량화보병은 테크니컬 개념으로 발전한다.

2.4 21세기

전반적인 세계경제의 상향과 기술적 발전으로 사실상 전 세계의 대부분의 군대는 차량화보병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육군만 해도, 자체 차량들으로 병력 수송정도는 무리없이 해낸다. 그리고 오히려 판매경쟁으로 기술발전이 이루어지는 민수용 차량이 군용 차량보다 성능이 더 좋은 경우도 있어서 이런 차량으로 만든 테크니컬이 사막 등지에서 톡톡한 효과를 보여준다.

이미 테러리스트민병대조차 자동차를 이용해서 병력을 수송한다는 점에서 차량화보병이라는 개념을 특정 편제로 여기기보다 병력 운용의 한 형태로 보는 경향도 있다. 테크니컬은 차량화의 정점인 셈. 차량화보병을 특정한 편제로 하면 이미 대한민국 보병사단은 전부 차량화보병사단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비정규전이 대세가 되면서 정규군 보병이 타고 다니는 일반 차량도 중장갑을 두르면서[5] 일반 차량화보병도 기계화보병에 필적하는 방어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3 기계화보병과 비교

3.1 장점

  • 경제성
트럭 한 대에 못해도 1~2개 분대는 탈 수 있다! IFV는 꿈도 못 꾸고 APC도 한 개 분대나 겨우 수송 할 수 있다. 당연히 장갑을 두른 APC보다 군용이라도 트럭이 훨씬 싸게 먹힌다. 이것은 정비도 마찬가지. 굳이 군용이 아니더라도 성능만 되면 당장 민수용 차량이라도 끌어다 써서 기동력을 부여할 수 있다. 기름값만 따져도 유지비도 싸게 먹힌다.
  • 범용성
IFV는 보병수송과 자체 전투를 위한 장비로 공간이 부족하고 APC도 그나마 공간이 넉넉하지만 자체의 한계상 수송력에 제한이 있다. 하지만 트럭의 경우 병력만 하차하면 거기다 뭘 실어도 문제가 없다. 이런 범용성도 크게보면 예산절감 된다. 그외 중소형 차량도 남은 공간에 가능하다면 이것저것 다 실고 다닐 수 있다.
  • 주행력
험지 기동력은 차량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포장된 도로에서 주행력은 당연히 차량이 우월하고, 거기다 장갑차보다 훨씬 조용하다. 이런 점은 시가전에서 큰 장점. 비포장도로라도 어느 정도만 길이 닦여있다면 주행력에서 무한궤도차량보다 특별히 못할 것은 없다.
  • 야전 정비
기계적으로 훨씬 복잡한 장갑차는 한 번 고장이나 손상이 되면 야전 정비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차량은 그 구조가 훨씬 간단하고 부품 교환도 수월하다. 정비인력을 구하기도 쉽고 교육도 훨씬 간편하다. 극심한 소모가 예상되는 전장에서 야전 정비가 쉽다는 건 굉장한 이점이다.

3.2 단점

  • 방어력 부재
APC도 중기관총에 방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는 판에 자동차는 방어력이 아예 없다. 트럭 적재칸은 아예 하늘로 뻥 뚫려있어서 그냥 쏘면 다 맞는다. 운전석은 전부 유리다. 그래서 적재탄은 상부포함해서 장갑판 두르고, 운전석은 방탄 유리나 아예 관측창만 남기고 방탄장갑으로 바꾸는 개조를 실행한다. 이렇게되면 사실상 APC이다. 심지어 이렇게해도 소총만 갈겨도 전투력이 급감한다. 이 단점 하나만으로 위의 장점을 전부 상쇄한다.[6]
  • 험지기동이 약하다.
무한궤도 차량과 비교할 때 어떤 식으로든 험지 기동에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 뻘에 걸리기만해도 차량은 기동성에 심각하게 문제가 되고 궤도차량은 쉽게 가는 길도 자동차로는 엄두도 못내는 경우도 있다. 구덩이라도 있으면 궤도차량이 그냥 갈 길도 자동차는 돌아가야 한다.
  • 무장이 약하다.
차량은 무장이라고 해봤자 중기관총, 유탄발사기, 그리고 보병대전차미사일, 기관포, 무반동포, 지대공미사일, 대전차포 정도밖에 없는데, 무한궤도 차량은 기관포, 전차포등의 무장을 하니, 무한궤도 차량보다 상대적으로 무장이 약하다.[7]

4 매체에서의 등장

  1. 그렇다고 해서 영국과 프랑스가 기동전을 아예 무시한 것은 절대 아니다. 기동전 항목을 참조할 것.
  2. 2차대전 중반기에 나치군20만의 마부병이 관리하는 7백만 마리군마에 보급을 의지했다.
  3. 너무나 불안했던 히틀러와 군상층부에선 일시적으로 모든 병력의 진격을 중단시켰으며, 이 조치의 나비효과는 연합군 대부분의 병력이 살아서 탈출한 됭케르크의 기적으로 나타났다.
  4. 당시에는 영국 24만여대, 프랑스 25만여대, 독일 14만여대를 생산했다. 이탈리아는 겨우 5만여대였다.
  5.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의 반군이 사용하는 IED에 대한 대비책으로 완전 괴물이 되버린 MRAP를 생각해보라. 험비도 마찬가지.
  6. 1차대전기에 처음 등장한 트럭에서 오픈탑장갑차와 2차대전의 하프트랙을 거쳐서 전후에 병력수송장갑차(APC)로 발전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7. 다만, 차량에다가 기관포를 억지로 라도 달려고 한다면, 그냥 짐칸 때려부수고 쳐 박아버릴 수 있지만, 무한궤도 차량이라고 모두 기관포, 전차포등의 무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