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박사

그리스어 : μάγοι (magoi)
영어 : Magi, three wise men, three kings

성경 마태오 복음서 2장에 등장하는 인물들.

1 개요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헤로데는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그들이 헤로데에게 말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사실 예언자가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는,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가서 그 아기를 잘 찾아보시오. 나도 가서 경배할 터이니 찾거든 알려주시오." 하고 부탁하였다.[1]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마태오 복음서 2장 1~12절

마기(Magi)는 마술사, 점성술사라는 의미이며, 이들의 출신인 동방은 페르시아바빌론, 혹은 아라비아 등지로 보인다.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로 추정하기도 한다.[2] 정확한 숫자는 성경에 나와 있지 않으나, 이들이 아기 예수에게 바친 예물이 3가지인지라 보통 이들 또한 3명으로 본다.[3] 몇몇 영어 번역에는 왕(kings)으로 번역되어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옛날 천주교회에서는 동방박사를 삼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예수공현축일도 삼왕내조첨례라고 불렀다 (영화 "쓰리 킹즈 (Three Kings)"의 제목도 이 부분에서 따온 언어유희성 제목.)

이들은 을 보고 메시아의 탄생을 알았으며, 그를 만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곳의 왕 헤로데[4]는 이를 자신을 몰아낼 새로운 왕이 난 것으로 받아들여 매우 당황한다. 왕은 신하들에게 물어 그리스도베들레헴에서 나기로 예언된 것을 알았고, 이에 자신도 경배하러 찾아가겠다는 명목으로 동방박사들에게 태어난 아기를 찾게 한다.

동방박사들은 베들레헴에서 다시 떠오른 별을 보고 아기 예수와 그의 모친 마리아를 찾아낸다. 아기에게 경배하고 자신들의 보물인 황금, 유향,[5] 몰약을 바친 뒤, 그들은 꿈의 지시를 받아 헤로데를 만나지 않고 바로 고국으로 돌아간다. 동방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안 헤로데가 그 시기에 태어난 베들레헴 안의 사내아이를 다 죽이지만, 아기 예수성모 마리아요셉은 미리 알고 이집트로 피신해 있었다는 후일담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마르코 폴로동방견문록에는 그가 동방에서 들은 동방박사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들은 1명씩 들어가서 예수를 경배할 때 각각 저와 비슷한 나이의 예수를 만났으며, 셋이서 함께 들어갔을 때는 아기 예수를 만났다고 한다. 예수는 그들에게 공물을 받고 변치않는 믿음의 상징으로 석유 검은 돌을 대신 주었다. 하지만 세 박사는 그 돌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에 우물에 버렸는데, 우물에서 불기둥이 쏟아져 나오자 그제야 그 가치를 깨닫고 그 불을 퍼가서 고향에 교회를 짓고 섬겼다고 한다. 어쩐지 조로아스터교의 "영원한 불"이 연상되는 이야기다.

신구약을 통틀어 동방박사가 언급되는 것은 마태오 복음서밖에 없고 그 언급도 매우 간략하기 때문에 동방박사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몇 명인지에 대해서는 모두 후대의 창작에 가깝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현자로 여겨졌으나 3세기 초에 이르러 왕의 신분으로 격상되었다. 각각 아라비아, 페르시아, 인도의 왕으로 칭해졌으며, 시편 72장의 "타르시스와 섬나라 임금들이 예물을 가져오고 세바와 스바의 임금들이 조공을 바치게 하소서. 모든 임금들이 그에게 경배하고 모든 민족들이 그를 섬기게 하소서"와 같이 모든 왕이 메시아에게 복종하였다는 예언이 실현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교회에서는 3명으로 보았으나 동방 교회에서는 12명으로 간주하였다. 1164년 쾰른대주교 라이날트 폰 다셀은 밀라노로부터 "동방박사의 유해"를 가져와 쾰른 대성당에 안치하였는데, 물론 진짜 동방박사의 유골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바우돌리노에 이 사건에 대한 일화가 실려 있다.

2 이름

7세기 무렵 서유럽의 기독교에서는 동방박사 3명의 이름과 상징이 정리되었다. 이들의 이름과 상징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6세기 경에 쓰인 <Excerpta Latina Barbari>로 알려져있다. 정례화된 상징이므로 성화에 이름을 써놓지 않아도 (…) 누가 누군지 알아맞출 수 있다. 예시

  • 멜키오르 (Melchior) - 황금을 바쳤다. 왕권을 상징하는 청년 모습의 현자.
  • 발타사르 (Balthasar) - 유향을 바쳤다. 신성을 상징하는 장년 모습의 현자.
  • 가스파르 (Caspar) - 몰약을 바쳤다. 미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상징하는 노인 모습의 현자.

동방박사는 중세 유럽에서 성인으로서 널리 공경되어, 현재도 가톨릭 교회에서는 3명 모두 1월 6일에 기념하고 있으며 특히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경배한 최초의 이교도라는 점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전세계 인류의 대표라는 의미에서 각각 백인, 흑인, 황인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멜키오르가 흑인, 발타사르가 백인, 가스파르가 황인으로[6] 묘사된다. 성인 공경을 인정하지 않는 장로회에서도 1월 6일의 경우는 주현절(主顯節)로 기념하고 있다.

이 3명의 이름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 네르프가 사용하고 있는 수퍼컴퓨터 마기 각 세 부분의 이름이기도 하며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는 몹으로 등장한다.

이 목록은 가톨릭이 아닌 다른 교회에서는 또 다르게 전승되고 있다.

  • 시리아 교회 : 이름에는 페르시아어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진위 여부는 불명이다.
    • 란바다드 (Larvandad)
    • 호르미스다스 (Hormisdas)
    • 구슈나사프 (Gushnasaph)
  • 아르메니아 정교회
    • 카스파 (Kagpha)
    • 바다다하리다 (Badadakharida)
    • 바다딜마 (Badadilma)
  • 에티오피아 정교회
    • 호르 (Hor)
    • 카르스단 (Karsudan)
    • 바사나텔 (Basanater)

3 4번째 동방박사?

미국의 개신교 목사 헨리 반 다이크의 소설 <4번째 동방박사>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원래 보통 알려진 세 사람과 알타반이라는 이름의 네번째 박사가 같이 떠나려고 하였는데 그는 도중에 늦어져서 3명이 먼저 떠난 후에야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알타반은 혼자서라도 뒤따라가야겠다고 생각하여 루비, 청옥, 진주 3가지의 예물을 준비해 여행을 떠났으나, 도중에 가난한 사람이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느라 루비와 청옥을 써버리고 예수도 만나지 못한 채 33년이 흐르고 만다. 그리하여 알타반은 지치고 피곤한 상태로 예루살렘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는데… 예수는 33세에 죽었다. 그렇다. 알타반이 돌아왔을 때 예수가 처형되는 날이었다. 알타반은 기겁해서 자기에게 마지막 남은 진주를 주어서라도 메시아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처형장으로 달려가는데 도중에 또 불쌍한 사람을 만난다.

알타반은 갈등하지만 결국 진주마저 주어버리고 허탈해 하는데,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 머리에 기왓장을 맞게 된다. 그는 숨지기 전 알타반이 결국 자신은 예수에게 예물을 드리지도 못하고 간다며 용서를 빌자, 하느님이 나타나 "네가 구한 불쌍한 사람들이 모두 나였다."고 하며 그의 선행을 칭찬한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는 알타반의 선행을 칭찬하는 이야기지만, 어째 읽다 보면 알타반의 처지가 심히 안습하다. (...) 결국 마지막에는 하느님이 "너의 선행이 헛되지 않았다"고 칭찬해주었지만... 4번째 동방박사

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마틴 신 주연의 "The Fourth Wise Man"이라는 TV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4 기타

가톨릭에서는 동방박사가 아기예수를 찾아온 날을 기념하는데, 이 기념일을 주님공현대축일로 지낸다.

소설가 이문열은 자신의 작품 사람의 아들의 인물 민요섭의 글을 통해 구세주의 탄생을 축복하러 온 사람들이 생각없이 헤로데에 물어 구세주의 목숨까지 위험하게 했고 죄없는 아이들을 죽이게 했다며 이 모든 일을 계획한 야훼를 깠다. 게다가 "위대한 지혜"의 (사탄이자 절대악이라는 오해를 뒤집어썼는데 그 내막은 다르다.) 가호를 받아 탄생하는 아하스 페르쯔의 불길하고 악한 징조를 보고 사막에서 공포에 떠는 모습으로 나온다. 훗날 장성한 아하스 페르쯔가 진리와 신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배화교의 사제로 일하자 고위 성직자였던 이들은 그의 과거를 눈치채고 추방한다.

세인트 영멘에서는 세상에 그 추운날 마굿간에서 출산하느라 지쳐서 퍼진 마리아에게 뜬금없이 나타나서 애기를 보러온 아저씨들이라고 회술된다. 마리아가 인터넷 주부 게시판에 올렸더니 정신나간 작자들이라고 욕먹었다고. (...)

미하엘 엔데의 소설인 짐 크노프 시리즈의 주인공인 짐 크노프는 다름아닌 멜키오르 왕의 후손이란 설정이다.

그 외에 천체현상을 대입시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설도 있다.

예수 등이 탄생한 날 12월 25일, 3명의 현자가 별을 보고 따라와 신의 탄생을 축복하는 이야기는 12월의 동쪽 밤하늘에 나타나는 자연현상에서 시작됐다. 12월의 밤하늘을 바라보자.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가 빛나고 있다. 12월 24일이 되면 시리우스는 오리온 자리에 위치한 3개의 밝은 별들과 일직선을 이룬다. 오리온 자리에 위치한 이 3개 별은 오늘 날도 '3명의 왕'이라 불린다. 12월 25일이 되면 3명의 왕(별)과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는 모두 태양이 뜨는 자리로 이동한다. 3명의 왕(별)이 일출을 가리키기 위해 동쪽의 시리우스를 따르는 모양새다. 즉 예수 신화에서 가장 빛나는 별 시리우스는 예수로, 오리온 자리의 3자리 별은 3명의 동방박사로 나타냈다는 것이다.

갓 오브 워 2에서 운명의 여신 둘을 이기고 나오는 방에서 세개의 벽화가 있는데 하나는 타이탄과 신들의 전쟁, 하나는 모든 게 파괴되고 폐허에서 한 명이 살아남은 모습, 마지막 하나는 별을 향해 여행하는 세 명의 사람으로 그리스 신들의 몰락과 새로운 신의 시대가 올 것을 암시하고 있다. 설마 야훼와 예수도 크레토스한테... 괜찮아. 3 다음은 북유럽 신화다.
  1. 물론 이건 좋은 뜻이 아니라 자신을 몰아내고 왕이 될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수작이었다.
  2. 후술하겠지만 현대 가톨릭 교회에서는 이들이 조로아스터교의 사제였음이 맞다고 보고 있으며, 이 또한 그리스도에 대한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3. 픽션에 가까운 전설이긴 해도 4번째 동방박사 이야기가 설교 예문이나 성극의 모티브로 쓰이기도 한다. 아래 항목 참조
  4. 헤로데 대왕(1세)을 말한다.
  5. 乳香(Olibanum, 또는 Frankincense나 Incense로도 불린다). 올리브과의 "유향나무"에서 채취하는 수지. 과거엔 제사 의식 때 태우는 향으로 사용되었으며, 오늘날에는 향 재료 외에도 천연 도장재나 접착제 등에 사용된다.
  6. 엄밀히 말하면 중동인. 사실 근세 이전까지 황색을 통한 분류는 중동인을 지칭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날처럼 "황인"이라는 말에 주로 몽골 계통의 민족을 떠올리게 된 것은 콜럼버스와 마젤란의 신항로개척 이후, 유럽인들만의 독자적인 동아시아 무역 경로가 성립된 후에 단어의 쓰임새가 변경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