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 멸종

(소행성 충돌설에서 넘어옴)

1 개요

Cretaceous–Paleogene extinction event.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대멸종

약 6600만 년 전[1]에 일어난 대멸종으로, 중생대신생대를 나누는 사건이다. 대멸종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멸종. 중생대 백악기신생대의 제 3기의 경계가 되므로 백악기의 독일어 이름인 Kreidezeit와[2] 고제3기(팔레오기) Paleogene에서 글자를 따 "K-Pg 멸종"이라고 부른다. 원래 K-T 멸종이라고 불렀으나, ICS[3]에서 Tertiary(제3기)라는 용어를 권장하지 않으면서 Paleogene으로 대체되었다.

대멸종 중에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사건이 K-Pg 대멸종인데, 이 때가 바로 조류를 제외한 모든 공룡이 멸종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1억 6천만 년 이상을 지배했던 중생대 하늘의 지배자 익룡 등 육상 생물종의 75%가 절멸했으며, 장경룡을 비롯한 다양한 해양파충류, 두족류암모나이트 등이 멸종했다. 대체로 육지에서의 피해가 더 컸던 멸종이지만, 오히려 민물에 사는 생물들은 바다에 사는 생물에 비해 피해가 경미했다. 특히 양서류의 경우 거의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바다의 모사사우루스 등의 해양파충류들이 대거 절멸한 것에 비해 육지의 악어[4]거북 등은 무사히 살아남았다. 그리고 포유류도.[5] 또한 선술한 모사사우루스의 멸종으로 상어들은 다시 거대하게 자라기 시작해, 거대 해양포식자 자리를 되찾았다.

아래는 현재까지 제시되었던 여러 이론들인데, 이 중 유카탄 반도의 소행성 충돌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2 유카탄 반도의 소행성 충돌설

알바레즈 부자(父子)가 1980년부터 주장한 이론.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규모의 충격파와 산성비 등이 전세계를 덮쳤고, 그 중에서 특히 대량으로 발생한 먼지가 대기권 상층부에 머물며 일으킨 기후변화가 멸종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소행성 충돌설의 가장 강력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K-T 경계에 위치하는 지층에서 기이할 정도로 넓은 범위에 걸쳐 다량의 이리듐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이리듐은 지구 표면보다는 내부, 혹은 지구처럼 분화를 거치지 않은 지구 외 물질에 다량 분포하므로 K-T 경계의 이리듐 함량이 소행성의 충돌을 지시한다는 것. 또한 해당 지층에서는 암석이 녹아서 만들어진 천연 유리, 텍타이트(Tektite)가 발견되는데, 텍타이트의 생성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엄청나게 강력한 충격에 의해 암석이 순간적으로 녹은 것이라는 점도 소행성 충돌설의 근거가 되고 있다.

1990년에 멕시코에 위치한 유카탄 반도에서 거대한 소행성 충돌의 흔적이 발견된 것도 주요한 근거이다. 이 흔적은 세부 지역별 지구 중력을 측정하는 과학위성을 이용해 NASA에서 3차원으로 분석한 자료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충돌 흔적 자체는 지표면 아래 수 km에 묻혀 있어 지상에서 육안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던 것.
(Chicxulub crater(칙술루브 크레이터) 지름 180km)[6]

536px-Yucatan_chix_crater.jpg

이 학설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유카탄 반도의 크레이터 규모가 그 전에 이리듐의 양으로부터 추산한 소행성의 크기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리듐층의 두께를 조사해 보더라도 유카탄 반도 근처로 갈수록 두께가 두꺼워지고 유카탄 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두께가 비교적 균일하다는 연구결과도 근거로 내세운다. 이를 보면 유카탄 반도가 중심지인 것이 명백하며 화산 폭발설에서 주장하듯이 데칸 고원 등이 중심지가 될 수 없다는 것. 2010년 3월에 100여명의 지질학자들이 K-T 멸종이 유카탄 반도의 소행성 충돌에 의한 것임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모 개그다큐에서는 새인지 공룡인지 헷갈리게 생긴 두뇌파가 이 소행성을 맞은 상황에서 살아남는다(...).

루리웹에서 정리한 글 댓글에 깨알같은 Yee

3 대규모의 화산 폭발에 의한 멸종설

가장 오랜 기간동안 소행성 충돌설과 대립해 온 학설이다. 그 원인으로 지목된 화산 활동은 인도 데칸 고원 형성 계기가 된 데칸 화산 활동. 이 화산 활동 및 그와 관련된 장기적인 기후 변화(곧 빙하기)가 공룡의 멸종을 야기했다는 이론이다. 화산재가 태양광의 진입을 차단하고 기후에 장기간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현대에도 확인된 바 있으며, 데칸 화산 활동은 그보다 훨씬 대규모로 벌어졌으므로 기후 변화로 인한 대멸종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화산 활동에 의해서 지구 내부의 이리듐이 분출될 수도 있으므로 이리듐의 이상 분포 역시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인도 학계에서 주로 연구되어 온 설이다.

그러나 이 설은 사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데칸 화산 활동은 점성이 낮은 현무암마그마가 분출된 경우로, 폭발을 일으켜 대량의 화산재를 분출하는 화강암질 마그마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에 따른 기후 변화 역시 상당히 신빙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애초에 국지적인 수준의 화산활동은 지구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다. 바람을 타고 화산재 등이 퍼져서 근처까지 영향을 준다면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여담으로 데칸트랩설이 패배한 K-T와 달리 거꾸로 페름기 대멸종은 시베리안 트랩이 원인이란 것이 정설이다. 역시 K-T 멸종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고 (대중적 인지도도 급상승한) 운석설이었으나 결정적으로 이번 경우엔(K-T 비해서 시간이 하도 오래 흐르기도 했고)적절한 분화구나 이리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유카탄 반도의 소행성 충돌설에 밀리긴 했어도 이 학설이 워낙 유명했기 때문인지 공룡을 소재로 한 창작물에선 화산과 용암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으며 열혈최강 고자우라 또한 로봇이 나오는 뱅크신에서 화산폭발과 용암이 연출된다.

4 '일반적인' 소행성 충돌설

프랑스 등지에서 제시되어 온 학설으로, 알바레즈 부자의 소행성 충돌설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소행성 충돌이 K-T 대멸종의 원인이 되었음은 부정하지 않으나, 유카탄 반도에 충돌한 소행성이 아니라, 보다 더 큰 규모의 소행성이 충돌하여 대멸종을 야기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학설이다.

이 학설의 가장 큰 근거는 유카탄 반도 주변에 분포하는 지층에서 발견되는 텍타이트 층과 이리듐 이상 층의 연대가 제법 떨어져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유카탄 반도 충돌설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해당 현상이 충돌의 충격으로 인한 해일이나 다른 교란에 의하여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하는데, 문제는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층에서 장기간에 걸친 생물 활동, 태풍이 교란시킨 흔적이 있는 퇴적층, 해록석[7] 등이 온전하게 발견되는 등 절대 교란으로 생길 수 없는 지층을 사이에 끼고 있다는 것. 해당 학설에서는 유카탄 반도의 충돌은 적어도 K-T 경계면의 30만년 전에 일어났으며, 따라서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8]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화산 폭발설을 지지하는 증거가 되는 것도 아닌 것이, 데칸 지역의 화산 활동은 K-T 경계면보다 대략 50만년 전부터 시작되었고, 그로 인한 인한 기후변화를 동위원소 분석으로 알아낸 결과는 화산 활동으로 인한 변화가 결코 대멸종을 불러올 만큼 강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해당 학설에서는 화산 활동의 역할을 당시 살던 생물들이 받는 환경적 스트레스를 극대화시킴으로서 소행성 충돌의 효과(?)를 보조했다는 점에 있다고 보고 있다. 화산 활동이 시작된 후 50만년 동안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분압은 꾸준히 상승하였고, 이로 인해 당시 생물들의 종 내부 다양성이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종 내에서의 형질이 획일화되며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잠재 능력이 떨어지게 되었고, 그때 소행성이 충돌하여 대멸종의 방아쇠를 당겨버렸다는 것이다.

이 학설은 유카탄 반도의 소행성 충돌보다 더 큰 규모의 소행성 충돌을 예상하고 있는데, 발견될 경우 크레이터의 규모[9]200km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단, 소행성 충돌의 흔적은 - 특히 해양 지각의 경우에는 - 쉬이 지워지거나 지각이 침강하여 소실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당하는 충돌 흔적이 발견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유카탄 크레이터도 20세기에는 발견되지 못했고, 21세기 들어서 탐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발견한 것이다.

이런 설을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로버트 J. 소여의 멸종과 같은 책에서는 진짜 멸종은 유카탄 반도 충돌 이후에 일어났다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5 기타

이 외에도 제시되었던 의견들은 다음과 같다. 알바레즈 부자의 연구 이전에는 다음 원인들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일어난 것이 K-T 멸종의 원인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물론 현재는 전부 반박된 가설들이다.

  • 양치식물에서 현대의 식물(속씨식물)로 주도적인 식물군이 넘어가게 되면서 소화를 시키기 어려워져서 멸종했다는 설 - 그러나 중생대에 실제로 가장 번성한 것은 양치식물이 아닌 겉씨식물이었고, 속씨식물이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도 이미 백악기의 일이다. 그리고 소화기관이나 소화효소 등은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공룡들이 속씨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했다는 증거 또한 없다. 공진화 등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공룡들이 그런 식물상에 적응했을 가능성도 있다. 비슷한 설로 속씨식물의 독성이 초식동물들을 전멸시켰다는 설도 있지만, 현재까지 식물의 독성이 동물들을 대량으로 멸종시킨 예는 없다. 한두종은 몰라도 초식동물들을 대량으로 멸종시킬정도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 육식 공룡 / 공룡 알에 대한 포식자들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설 - 당연히 씹혔다. 애초에 포유류가 알만 먹고 사는것도 아니고 알 주인이 포유류를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는 종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슷한 학설로 알도둑룡으로 알려져 이름도 그렇게 붙여진 오비랍토르는 후속연구에 따라 알도둑이 아니었다는게 밝혀졌다. 오비랍토르가 공룡 멸종시킨다면 이거야말로 우로보로스팀킬
  • 공룡들이 지나치게 비대해져서 불임이 되었다는 설(…). 아니 내가 고자라니! - 이 역시 모순. 모든 공룡들이 크기가 무지막지하게 컸던 건 아니다.
  • 공룡들이 배출하는 메탄가스(...)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심화되어 결국 멸종했다는 설 - 이런 논리대로라면 인류가 나타나기 이전에 이미 다른 동물이 내뿜는 메탄으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어 있었을 것이다. 당장 와 같은 반추동물이 먹이를 소화하면서 내뿜는 메탄가스 양만 해도 상당하다. 공룡들은 자동차도 안 몰고 다녔고 에어컨도 안 썼으며 공장도 안 돌렸다
  • 수은 중독설 - 일리는 있지만 공룡'만' 멸종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모든 공룡이 최상위 포식자인 것도 아니고... 그럼 그 수은에 절어 있는 공룡 고기를 먹고 살던 곤충이나 포유류는?

6 대중매체에서의 모습

아무래도 각종 문화매체에서 큰 위압감을 보인 동물들이 멸종한 시기여서 그런지 대중적으로 인지도도 높고, 그로인해 각종 창작물 등에서도 많이 언급된다. 덕분에 멸종 원인이 왜곡되는 공룡들 지못미...

  1. 흔히 6500만 년 전이나 6550만 년 전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제층위학위원회(ICS)의 2015년 1월판 표에는 6600만 년 전이라고 나와 있다.
  2. 백악기의 영어 첫글자인 C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C로 시작하는 시기가 이미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캄브리아기, 석탄기 등.
  3. 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 지질학 국제위원회
  4. 이미 이 때부터 현생 악어의 조상들은 온혈동물에서 다시 냉혈동물로 돌아와있었다고 한다. 아마 살아남은 것도 냉혈 파충류답게 먹이의 전반적 부족함에 매우 오랫동안 잘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5. 사실 포유류도 상당한 피해를 보기는 했다. 다만 피해를 입은 것은 태반류가 아닌 유대류이다. 때문에 K-Pg 멸종은 태반류가 오스트레일리아 및 제4기 이전의 남아메리카를 제외한 지역에서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은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피해 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커서 포유류의 93%가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6. 현재까지 발견되고 인정된 운석공중 3번째로 크기도 하다. 1등은 남아프리카의 브레드포트 돔(Vredefort crater)(지름 300km) 2등은 캐나다의 서드베리분지(Sudbury Basin)(지름 250km) 비공식적으로는 남극 대륙에 지름 480km짜리 운석 충돌 흔적이 있다. 이 충돌로 페름기 대멸종이 발생했다는 학설도 있다.
  7. Glauconite, 바다 속에서 장기간에 걸쳐 생성되는 녹색 광물
  8. Gerta Keller, 2008, Cretaceous climate, volcanism, impacts and biotic effects. Cretaceous Research, v.29, p.725-753.
  9. 소행성의 지름이 아님에 주의하자
  10. 여담으로 이놈이 중생대로 돌아오는 꿈을 꿀 때 하는 말이 "조심해! 운석이 오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