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야 니콜라예브나 로마노바

1 개요

러시아어: Анастасия Николаевна Романова
영어: Grand Duchess Anastasia Nikolaevna of Russia, Anastasia Nikolaevna Roma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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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와 그의 아내 알렉산드라 황후의 1남 4녀 중 4녀(막내딸). 보통 아나스타샤로 불린다. 어린 나이에 러시아 혁명 이후 처형당했다. 하지만 공주가 사실은 살아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관련된 이야기의 픽션들이 여러 등장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물론 1918년에 사망한 것이 확실한 사실.

1901년 6월 18일 ~ 1918년 7월 17일

2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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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노프 황가의 남매들. 왼쪽부터 마리야, 타티아나, 아나스타샤, 올가, 알렉세이. 하나같이 외모가 준수하다.[1]
알렉산드라 황후가 넷째를 임신했을 때, 이미 위로 세 명의 황녀가 있었고 황위를 계승할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황제 부부는 물론 온 국민들이 황자의 탄생을 간절히 열망했다. 황후는 아들을 바라는 마음에 미신에 의존하기도 하여 이번에는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을 받았으나, 결과는 또다시 딸이었다. 이에 예언가에게 따져 묻자, 예언가는 아이가 남자로 태어날 운명이었는데 여자로 태어났으니 위대한 삶을 살 거라고 답했다고. 아들을 기다리던 와중에 태어난 딸이라는 위치와 언니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외모[2]를 가지고 있었지만, 황제 일가가 자식들을 사랑하고 남매 간 사이가 좋아 구김살 없이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아나스타샤는 서로가 일기 등에서 머리글자인 'OTMA'(올가, 타티야나, 마리야, 아나스타샤)로 표현할 정도로 언니들과도 사이가 좋았으며, 특히 남동생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로마노프와 매우 친했다고 한다. 5남매 모두 우애가 매우 좋았다고. 알렉세이는 혈우병을 앓고 있기도 했고, 몸이 약해 앓아 눕는 일이 잦아서 때때로 우울증에 빠져드는 일이 있었는데, 이런 상태의 알렉세이를 웃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위의 누나인 아나스타샤뿐이었다고 한다. 둘은 또한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문자를 만들어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고 한다.

취미는 사진 촬영이었으며, 그녀가 찍은 사진집은 후에 정리되어 책으로 발간되기도 하였다. 영어에도 능숙했으며 시녀들의 증언에 따르면 자수도 잘 놓았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키가 큰 언니들에 비하면 체구가 작았다고. 그런데 발가락에 염증이 있었고 기관지염을 앓는 등 잔병치레가 잦아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혁명이 일어나고 유배생활을 할 땐 마리야를 제외한 다른 언니들과 함께 홍역을 앓기도 했다고. 건강한 체질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몹시 허약했던 남동생 알렉세이와 잘 어울렸던 듯하다.

아나스타샤는 비록 몸은 허약했어도 장난기가 많아서 바로 위의 언니인 마리야를 늘상 골려먹었다고 한다. 마리야는 알면서도 아나스타샤에게 당해 주었다고 하니 자매 간의 깊은 우애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자매들끼리 눈싸움을 할 때 아나스타샤가 재미삼아 돌맹이를 넣은 눈덩이를 마리야에게 던진 적도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저 눈덩이에 정통으로 맞은 마리야가 기절한 일이 있었다. 이때 아나스타샤는 충격 받아 울었고, 이후 심한 장난을 자제했다고. 또 남동생알렉세이와 내기를 해서 이기고는, 알렉세이가 분해하는 모습을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렉세이가 울상을 지으면 일부러 져주기도 했다고 한다. 러시아 혁명이라는 시대의 희생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우애 깊은 가족으로 평온한 삶을 누릴 수도 있었으리라.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로마노프 왕조가 망한 뒤 유폐되었던 차르 일가는 후일 적백내전 기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처형되었는데, 당시 17세 소녀였던 아나스타샤 역시 가족과 함께 처형되었다. 처형 집행자들은 자고 있던 차르 일가를 이동이 있을 거라고 속여 깨워 지하실에 집합시킨 뒤 총살했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첫 사격을 당했던 직후에는 보석으로 만들어진 코르셋[3]이 방탄작용을 해서 기절만 하고 즉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고통에 신음하는 바람에 생존 사실이 들켜 총검으로 수차례 찔렸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매사를 감시당하는 굴욕적이고 힘든 유배 생활을 할 때에도, 애지중지하던 반려견과 늘 함께 다니며 극진히 보살필 정도로 정이 많았다. 그리고 이 반려견은 아나스타샤가 처형당하던 그 순간까지도 그녀와 함께 하다가 같이 최후를 맞았다.

2001년 러시아 정교회에 의해 적백내전 당시 순교한 종교인과 다른 가족들과 함께 성인으로 추대되었고 성녀가 되었다.

3 생존설

그 와중에 황제인 니콜라이 2세와 막내인 황태자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로마노프만 먼저 처형되고 황녀들은 다른 곳에서 처형되었는데 아나스타샤만 빠져나갔다는 등 소문만 무성했다.

황녀의 죽음이 불분명하고 여러 흥미로운 소문들이 떠돌았기 때문에 아나스타샤 생존설은 끊임없이 퍼졌고, 심지어는 자신이 아나스타샤라고 자칭하는 이들도 우후죽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로마노프 왕가의 정당한 상속인임을 주장하였으나 아무도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의 애나 앤더슨(Anna Anderson). 자신은 기절만 했다가 공산당 군인이 구해줘서 살아났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증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아나스타샤의 가정교사와 집사 및 친척들은 그녀를 만나서 확인한 결과 가짜라고 비난했으며, 그녀가 맞다고 주장한 사람은 당시 나이가 많이 든 하인이나 극히 일부 사람뿐이라 신빙성이 없었다. 특히 아나스타샤의 모국어인 러시아어와 유창하게 즐겨 사용했던 프랑스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으며[4] 아나스타샤가 유독 약했던 독일어만 잘 구사하는 것이 가짜라는 가장 큰 근거였다. 그럼에도 그녀 자신은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하며 유럽 각지에 남은 로마노프 황조 상속권을 요구했으나 역시 무시당했다. 세월이 훨씬 지나 어느 미국인 교수와 결혼하여[5] 경제적으로 그다지 어렵게 살지 않게 살다가 자연사했는데, 죽을 때까지 아나스타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묘비에도 '아나스타샤 로마노바'라고 쓰여있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으나 애나 앤더슨은 보통 사람은 알기 힘든 제정 러시아 황실의 각종 정보들과 황실 예법을 잘 알고 있었고, 외모도 아나스타샤와 상당히 흡사했다. 심지어 얼굴로 사람을 판별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모양의 경우,[6] 법적으로 아나스타샤와 동일인 판정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비슷하다는 게 밝혀져 사람들을 충공깽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그녀 사후 러시아 정부는 그녀의 유전자와 니콜라이 일가의 유전자를 대조하여 검사를 하려 했으나, 화장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7] 그러다 조직 검사를 받기 위해 버지니아의 한 병원에서 조직 샘플을 떼어냈고 이것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조직 샘플로 검사 결과 그녀는 아나스타샤가 아니었고, 아나스타샤와는 혈연 관계가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자식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더구나 그녀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생전 빗질하면서 빠진 머리카락들이 담긴 상자에서 머리카락으로 조사한 결과 그것도 결과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조직 샘플과 머리카락이 동일 인물인 것으로 드러나 천하의 사기꾼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사실 폴란드인으로 본명은 프란치슈카 샨코프스카(Franciszka Szankowska)인데, 독일 대법원에서 아나스타샤 공주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고 패소한 뒤 이름을 애나 앤더슨으로 바꾸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것이다. 다만, 우연이라 해도 어떻게 그녀가 제정 러시아 황실의 비밀과 예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것은 배후가 있었다는 음모론이 등장하는 원인이 되었다. 애나 앤더슨이 단독범이라면, " 모양이 법적으로 아나스타샤와 동일인 취급까지 받을 수 있을 만큼 흡사한 외모를 지닌 폴란드의 평민 여자가 어찌어찌 제정 러시아의 예법 등을 알아내서 고퀄리티의 가짜 공주 행세를 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배후가 있었다면 "우연히 폴란드에서 아나스타샤와 닮은 여자를 찾아낸 누군가가 모종의 이유로 그녀를 가짜 공주로 내세우기로 하고 러시아 예법 등을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되어서 그럭저럭 앞뒤가 맞는다. 앤더슨은 아나스타샤와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사소한 일화까지 알고 있었으며, 이런 일화들은 황실과 가까이 지내지 않았으면 알 수 없기에 배후가 있다면 아나스타샤의 주변인물이었을 것이다.

결국 러시아에서 니콜라이 2세 일가의 유해를 발굴하고 유전자 검사로 검증까지 거친 결과, 아나스타샤를 포함하여 니콜라이 2세 일가는 모두 죽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아직도 앤더슨의 일부 추종자들은 앤더슨이 아나스타샤이며 유전자 검사 결과가 조작되거나 뒤바뀐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앤더슨이 샨코프스카로 밝혀진 결정적인 이유는, 샨코프스카의 동생의 후손과 앤더슨의 조직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샨코프스카는 앤더슨보다 키가 10cm 가까이 컸다. 키를 줄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냐며 검사 조작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뭐 루이 17세를 사칭한 사기꾼 나운드로프의 후손들이 나운드로프가 죽은지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루이 17세라고 주장하는 꼴과 비슷한 것으로 무시당하고 있다.

4 미디어믹스

하지만 '아나스타샤 생존설' 자체는 낭만적인 이야기라서 영화애니메이션으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다. 사실 Anastasia라는 이름에는 '부활'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 대부분의 사람들은 1990년대 이후 나온 영화나 애니를 기억하기도 한다.

1956년에 20세기 폭스 배급으로 잉그리드 버그먼, 율 브리너가 주연한 영화 <아나스타샤>는 상당히 좋은 평을 얻었는데[8] 여기서는 가짜 아나스타샤를 데리고 사기를 치려던 백군 장교 율 브린너가 알고 보니 그 여자가 진짜인 것을 알고 당혹해하고 결국 사랑에 빠지는데, 진짜 아나스타샤는 브리너와의 사랑에 대해서 결국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황태후의[9] 도움을 받아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도피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1997년에 돈 블루스(Don Bluth)[10] 감독이 연출하고 20세기 폭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배급한 동명의 애니메이션 역시 1956년작 영화와 줄거리가 유사하다. 몇몇 차이점을 들자면 아나스타샤와 짜고 사기를 치는 남자 주인공이 군인이 아닌 민간인 청년인 점, 괴승 그리고리 라스푸틴이 악마와 거래를 한 마법사이며 로마노프 가문에 앙심을 품고 저주를 걸어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게 만든 악역으로 나온다는 점 등이 있겠다. 아나스타샤 역에 멕 라이언, 남자주인공 드미트리 역에 존 큐잭, 라스푸틴 역에 크리스토퍼 로이드, 황태후 역에 안젤라 랜스베리를 비롯한 올스타 캐스팅[11]을 자랑하였으나 흥행은 그냥 그런편이었다. 아나스타샤의 유해가 발견 된 후 사기꾼의 이야기를 미화시킨 꼴이 되고 로마노프 왕조를 살기 좋은 시대라고 묘사한 심한 역사 왜곡을 제외하면 명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이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 월트 디즈니 컴퍼니 작품으로 오인하는 사람도 꽤 있는데[12] 디즈니 측에선 이 작품의 흥행을 방해하려고 인어공주를 재개봉시킨다.(....) 결과는 그닥 좋지 못했다.

국내에 번역된 서적 중에서는 에드바르드 라드진스키의 <러시아 마지막 황제>라는 책이 니콜라이 2세의 행적을 묘사하면서 그의 가족을 언급하는 중에 아나스타샤에 관한 이야기가 간략히 나오고 있다. 러시아 역사 관련 서적이 황폐한 수준인 번역서 중에서 그나마 참고가 되는 책이다.

5 대중문화에서의 아나스타샤

  1. 여담이지만 황녀들 중에서는 둘째인 타티아나가 제일 미인이라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타티아나가 무도회에 참석하면 그녀와 꼭 춤을 추고자 하는 남자 귀족들이 줄을 섰다고.
  2. 아나스타샤의 외모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었지만 언니들이 너무 미인이었다.
  3. 코르셋 전체에 보석을 박아넣어 황녀들을 향해 쏜 총알이 마구 튕겨나올 지경이었다고 하는데, 평소에 황가 여성들이 보이지도 않는 코르셋에 보석을 잔뜩 박아넣을 정도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던 것은 아니다. 유배 생활을 시작하면서 몰래 가져온 보석들을 숨겨둘 장소가 필요했고, 옷을 입으면 안 보이는 데다가 상관없는 남이 만질 수 없는 적격의 장소가 코르셋이었던 것.
  4. 아무리 오래 사용하지 않은 언어라도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세월이 지난 것도 아닌데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5. 가난하고 출신도 모르지만 자신이 황녀라고 주장하는 여성과 경제력 있는 엘리트 남성, 그것도 26살 연하남과의 결혼이라 남편 측은 앤더슨이 아나스타샤로 밝혀질 경우 받게 될 유산을 노리고 결혼했다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6. 얼굴은 뜯어 고치거나 노화로 인상이 변하거나 할 수 있지만 모양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도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레슬링처럼 과격한 운동을 한다거나 큰 상처를 입으면 귀 모양도 많이 변할 수 있다.
  7. 당시에는 화장이 드물었는데도 앤더슨이 일부러 가족들에게 화장을 요청했기 때문에 시신을 화장한 것으로, 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나스타샤가 아니라고 밝혀질 경우에 대비하여 자신의 시신을 화장하도록 부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8. 이를 두고 위에 애나 앤더슨이 저작권 관련으로 딴지걸면서 잠깐 화제가 되었으나… 이 영화감독인 아나톨레 리트뱌크는 그녀를 가짜라고 하면서 엉터리 주장하지 말라면서 무시했다고 한다. 이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도 러시아(정확히는 우크라이나) 출신이었다.
  9. 황태후는 아나스타샤와 한참을 면담한 후 그녀가 진짜임을 알고 러시아의 황녀로 공표했었다.
  10. 이 사람의 다른 작품 중 하나가 드래곤즈 레어이다.
  11. 어린 아나스타샤 역은 당시 아역 배우였던 커스틴 던스트가 맡기도 했으며, 행크 아자리아, 켈시 그래머 등 유명 배우들이 조연으로 목소리 연기를 하였다.
  12. 그럴만도 한게 돈 블루스는 초창기에 디즈니에서 일했기 떄문이다.
  13. 참고로 블랙 위도우는 남성 마법사를 두려워 한다. 출처는 2013년 1월 the winter sold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