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익

한자 : 前進翼
영어 : Forward-Swept Wing

1 전진익이란?

전진익은 문자 그대로 앞을 향한 날개를 말한다. 반대개념인 후퇴익은 일반적인 비행기들이 가진 날개 모양이다. 제트기 제작 초기에 고안된 개념이었으며 높은 기동성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기술적 한계와 현실로 인해 잘 쓰이지 않는다.

2 전진익의 역사

2.1 초기의 전진익기


전진익은 현대에 통용되어 온 비행체 디자인의 틀을 벗어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전투기 디자인 초기부터 이어져왔으며 1944년 독일이 폭격용 제트기를 만드려는 시도에서 Junkers社에 의해 Ju287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이게 된다. 오른쪽의 이미지가 바로 최초의 전진익기인 Ju287이다.

Ju287기는 1944년 8월 16일 첫 비행을 하였다. 하지만 곧 전진익이 당시 기술로는 실현하기 힘든 기술이라는 사실이 증명될 뿐이었다. 곧 Junkers社는 여러 문제를 개선한 Ju287 V2의 제작에 들어갔으나, 공장이 있는 지역이 붉은 군대에게 점령되면서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이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는 소련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후 각지에서 전진익기 개발이 시도되었다. 그 결과 미국에서 1946년에 North America社에서 RD-1410, 1948년 Conver社에서 XB-53이 제작되었다. 또 Hansa로 명명된 HFB-320가 1964년에, Dentreiner로 명명된 RFB실험기가 독일에서 제작되었다.

그러나 Ju287을 포함하여 대다수의 전진익기는 어떤 성능상의 이점 때문이라기 보다는, 무게중심 및 날개위치와 관계가 있다. 날개의 위치는 무게중심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배치되어야 하는데, 날개 뿌리가 무게중심보다 너무 뒤쪽에 있으면 별 수 없이 날개가 더 앞쪽에 오도록 전진익을 택해야 했던 것. Ju287은 폭탄고가 동체 중심에 오다보니 이 부근에 날개 뿌리를 둘 수 없어 날개를 폭탄고 뒤쪽에다 일단 배치한 다음 날개를 앞으로 뻗게 하였다.[1] 1964년에 개발된 민간항공기 HBF-320도 날개뿌리가 객실을 가로지르게 생겨서 날개를 일단 객실 뒤에 배치한 다음 날개를 앞쪽으로 뻗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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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FB-320 Hansajet

2.2 러시아에서의 전진익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은 다양한 항공기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나 1949년 첫 비행한 로켓연구기관인 Tsybin Ts-1(LL-1, -21-3)처럼 큰 진전이 없었다.[2]

이후 전진익에 대한 실험은 뜸한 듯 하였으나 소련이 해체된 이후 러시아의 수호이 설계국에서 1997년 9월 25일에 모스크바 근처의 Zhokovsky 시험비행기지에서 S-37의 첫비행을 성공시키면서 부활하였다.

사실 전진익연구는 83년경부터 시작하였으며 독일에서 노획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되었다. S-37은 120회의 시험비행을 마쳤으며, 2002년 드디어 Su-47이라는 정식 명칭을 부여받았다.

사족이지만 1대 뿐인 실험기이며 고기동성과 기총으로 된(그냥 특별한 외장 무장을 달지 않은 것 뿐이지만) 특이한 구성으로 여러 게임에서 사랑받는다.[3]

2.3 미국에서의 전진익기

미국에서도 전진익기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2차대전 중인 1944년경에는 XFG-1라는 글라이더를 개발했었는데, 이는 폭격기가 이 글라이더를 끌고다니면서 글라이더에 내장된 연료를 뽑아 먹는 개념. 동체 내부의 연료탱크 때문에 날개 부착위치가 너무 뒤쪽에 있다보니 무게중심 등을 고려하여 날개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단, 효용성이 없었기에 2대의 시제기만 만들고 사업은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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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FG-1

이후 1950년대에 꼭 XFG-1을 제트화시키고 덩치를 키운 인상의 XB-53을 개발하려 하였으나 사업 자체가 취소되어 실제 개발에 이르지는 않았다.

이후 1980년대에 복합재의 개발을 토대로 1984년 11월 NASA에서 The X-Planes의 일환으로 전진익기를 연구하기위해 실험기 X-29를 제작하였다. X-29는 총 442번의 비행을 하며 전진익 연구에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2.4 S-37과 X-29의 비교

S-37(=Su-47)은 X-29와 비교해 10년정도 늦게 등장하였으나 S-37기가 X-29의 디자인을 배껴온 것은 아니다.[4] 그렇다고 러시아의 연구가 미국보다 뒤쳐져 있었다기 보다는 복합재료 기술 개발의 지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5]

S-37의 주익에는 전체 90% 이상에 복합재료가 사용되었다고 하니 이후 복합재료 연구가 꽤나 성공적이었던것 같다. F-5를 조합한 순수실험기인 X-29와는 달리 S-37은 제 5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한 개발/실증 기체이다. 또 X-29은 주날개-귀날개의 조합이지만, S-37은 귀날개-주날개-수평안정판을 조합한 3면익(三面翼)으로 만들어졌다.[6]

3 왜 전진익인가?

전진익기는 기존 후퇴익기와는 차별된 독특한 디자인으로 수많은 밀덕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떡밥 중 하나이다. 특히 Su-47과 X-29간의 설전 떡밥은 오랫동안 밀덕들의 논쟁거리중 하나였다.[7]

전진익의 최대의 장점은 급기동 시 날개 끝 실속이란 문제가 덜 발생한다. 후퇴익은 급기동 시(받음각이 커질 시) 날개 끝에서 공기흐름이 흐트러져 양력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 보통 날개 끝에 항공기의 좌/우 기울임을 담당하는 에일러론(보조익)이 달려 있다. 그 결과 급기동 중 날개 끝 실속이 발생하면 이 에일러론이 제 역할을 못해서 항공기의 움직임이 크게 둔해지거나, 심지어 비행불능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데 전진익은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다. 똑같은 급기동 상황에서 실속이 생겨도 날개 끝이 아니라 날개 안쪽(날개와 동체의 접합부)부터 생기기 때문.

Airflow_forward_and_backward_swept_aircraft.jpg
후퇴익은 공기흐름이 날개 끝으로 모이기 때문에 날개 끝쪽 공기흐름이 흐트러지지만, 전진익는 날개 뿌리로 공기흐름이 모인다.

전진익의 이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똑같은 각도로 꺾여 있다면 전진익이 후퇴익보다 천음속 영역에서 훨씬 항력이 적다. 바꿔 말하면 천음속 영역에서의 비행효율을 높이거나, 혹은 날개 각도를 좀 '덜' 꺾어서 저속영역에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즉 이래저래 공기역학적으로만 보았을 때는 양력 크게 만들기 좋고, 급기동 중의 조종도 쉬워지기에 도그파이트에 강하다!! 유키카제도 꿈이 아니다!!

4 왜 전진익을 안 쓰는가?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왜 전진익기를 쓰지 않는 것일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남자의 로망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4.1 날개가 고생한다.

전진익은 양력을 받으면 받음각이 감소하는 후퇴익과는 달리, 오히려 받음각이 증가한다. 쉽게 말해 양력을 받으면 날개 앞부분이 위로 들리려는 현상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날개에서는 더 많은 양력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 비틀림 현상이 날개가 단단히 고정된 동체보다는 날개 끝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 즉 날개 끝의 양력이 날개 안쪽보다 더 커진다는 이야기이고, 이는 날개에 비틀림 응력(torsional stress)을 가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날개가 단순히 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날개가 부러져 버린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과거 금속재질로만 전진익 항공기를 만들 때는 전진각을 15도 이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런 비틀림 응력 뿐 아니라 날개뿌리 부분에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구조 스트레스의 문제도 있다.

복합재가 등장하면서부터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는데, 복합재는 그 기본이 되는 섬유(탄소섬유유리섬유건)의 방향을 통해 휘는 방향을 정해줄 수 있기 때문. 이를 통해 날개 앞쪽이 위로 들리는 현상을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었다. 전진익기에 대한 개념은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전진각이 큰, 전투기에 적합한 전진익이 1980년대에나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복합재의 발전 덕분.

최근의 기술로는 비틀림이 일어날 때 컴퓨터가 이를 감지하여 에일러론을 아래로 작동함으로써 비틀림 효과를 상쇄할 수도 있으나, 이건 이것대로 새로운 제어 시스템이 들어가야 하는 한편 에일러론의 기본역할인 롤(항공기의 좌/우 기울임) 제어를 다 못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4.2 공중전의 양상이 바뀌었다.

이제 시대는 바햐흐로 스텔스 시대다. 그런데 전진익은 스텔스 설계 관점에서 그리 좋은 점수를 못받는 편. 후퇴날개의 경우 후퇴각이 크면 클수록 정면에서 날아온 전파가 날개 앞쪽에 부딪혀서 뒤쪽으로 흘러나간다. F-117이 초음속 항공기가 아님에도 후퇴각이 매우 큰 것이 이때문. [8]

하지만 전진익기는 전진각을 너무 크게하기 어렵고, 또 전진각이 크면 날개에 부딪힌 전파가 동체에 다시 반사되어 산란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4.3 결론은 이런 거 필요 없다.

결국 미국에서 X-29를 242번이나 띄워보고도 전진익을 안 써먹은 이유는 분명 전진익이 장점이 있긴 있는데 그 장점에 비해 들어가는 고생(설계하는데 고생, 만드는데도 고생, 후퇴날개나 삼각날개에 비하면 기존 경험 부족으로 이것저것 새로 다 시험해보느라 고생)이 너무 크기 때문. 날개 끝 실속문제는 도그투스윙펜스니 하는 것들로 해결이 가능하고, 또 에일러론의 효율저하는 수평꼬리날개도 함께 에일러론으로 사용하는 개념 등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러시아 역시 Su-47은 전진익으로 설계하였으나 정작 PAK FA는 F-22 스타일의 비교적 일반적인 델타익을 사용한다.

5 전진익기 목록

5.1 현실

5.2 가상

날개가 뒤로 뻗지 않고 앞으로 뻗은 모습이 특이하면서도 멋있어서인지 대중매체에서 전진익기는 꽤 많은 편이다. 특히 공기역학 문제 따위 씹어 먹을 수 있는 SF물이라면 전진익 우주 전투기는 꼭 한 대씩 나온다.

  1. 후퇴익기로 유명한 Me262도 사실 고속비행이 아니라 이 무게중심 문제 때문에 후퇴익을 택한 것이다.
  2. Tsybin Ts-1은 후퇴익, 수평익, 전진익 등 여러가지 형태로 제작, 실험되었다.
  3. 서비스를 종료한 골드윙1에서는 초고기동성에 최강의 기총 데미지를 자랑했으며 설정과 디자인 덕에 신비성도 갖춰 그야말로 로망이었다. 하지만 솔까말 로켓과 거미줄 공뢰가 난무하는 골드윙에서 특수무장 능력이 좋지 않아 트윈로켓 특화 프로펠러 추진기인 에밀이 더 나았다.
  4. 러시아는 X-29의 존재를 1990년에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5. 러시아는 공기역학, 미국은 전자장비가 강점이었다. 지금은 뭐...
  6. 3면익은 전자장비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다. X-27도 피치 조종면이 3개 이상이었기 때문에 조종계통 설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7. 지금은 뭐 알려질대로 알려진 두 기종이라 논쟁거리가 안 된다.
  8. F-22B-2 등은 비행성능등을 위해 약간 타협해서 후퇴각이 좀 작은 편. 물론 발전된 전파흡수물질로 이 문제를 어느 정도 메꾼 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