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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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Gin

증류주의 한 종류. 영국의 소주

2 역사

1680년 네덜란드 의학박사인 실비우스(Sylvius de Bouve)가 제조했다고 알려져 있다.[1] 동부 독일에서 활동하는 네덜란드인 선원과 식민자를 위하여 당시 약효가 있다고 인정받던 쥬니퍼 베리(노간주나무 열매)를 알코올에 침전시켜 증류하여 새로운 약용주를 만들었다. 이것을 약국에서 쥬니에브르[2]라는 이름을 붙여 이뇨, 해열, 건위에 효과가 있는 의약품으로 판매했다.

1689년 이것을 영국으로 수출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쥬니에브르(Genièvre)라는 이름을 제네바(Geneva)로 착각한 영국인들이 앞글자만 따서 'Gen'이라고 불렀고 점차 발음이 영국식으로 'Gin'이라고 변해 오늘날 진이 되었다. 오리지널 네덜란드 진은 약용주로서 송진(테르빈)향이 강했으나, 영국은 저질 재료로 대량생산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맛이 드라이하게 된 것이 차이점이다. 사실 쥬네버 자체는 다른 리큐르처럼 단맛이 나는 술이나 드라이 진의 경우 단맛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술이다.

사실 진이 소개되기 이전에 영국을 지배하던 국민주는 이었다.[3] 미국이 독립하고 유럽이 나폴레옹 전쟁기에 들어가자 영국은 아이티 및 서인도 제도를 프랑스에게 빼앗겨서 당밀 공급이 끊겨버렸고 럼에 맛들린 영국인들은 럼의 대체제를 확보하기 위해 쥬니에르를 도입했지만 쥬니에르는 향을 내는 생산공정이 빡세서 단가가 높은데다가 노간주 나무 특유의 향도 영국인들 취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에서 쥬니에르를 독자적으로 개량한 진이 탄생하게 되었다. 또한 진은 위스키등과 달리 숙성기간이 필요없고, 값싼 곡물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싼값에 대량으로 주조가 가능해서 생산 초기부터 싸구려[4]의 진이 대부분이었다. "1페니면 만취할 수 있고 2페니면 죽을만큼 마실 수 있다"[5] 는 말이 널리 퍼졌을 정도면 얼마나 저렴한 술이었는지 알 수 있다.


윌리엄 호가스의 목판화 '진 거리'

싸고 독한 술이 대량으로 생산되면서 알코올 중독이 영국에서 사회문제로 대두한다. 하층민들이 문자 그대로 하루종일 진에 쩔어사는 바람에 영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가 되어, 이를 보다 못한 의회가 세금을 매겨 소비를 억제하려고 했으나 영국 국민들이 이 소식을 듣고 폭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실패했다.(…) 진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어찌나 심각했는지, 당시 정부는 '진을 마시면 인생 파탄난다'는 괴상한 인식을 하게되어 해군에는 일부러 진 대신 을 배급했을 정도였다.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서 집단배급용 저질 술로 '빅토리 진(Victory Gin)'[6]이 등장하는 것도 진에 대한 이런 인식이 바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진은 이처럼 싼 가격을 무기삼아서 서양의 칵테일 대부분이 진을 베이스로 할 정도로 오래지 않아 럼을 확실히 대체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유럽인들이 맛 없는 진을 좀 더 맛있게 만들어 보고자 노력한 덕도 있다.

3 특징

무색 투명한 술로, 곡물[7]을 당화시켜 발효. 증류시켜 주정을 만든다. 이때 알콜도수는 90~95% 정도이며 이를 60% 정도로 희석시킨 후 노간주열매(쥬니퍼 베리), 고수, 당귀의 뿌리, 레몬 껍질 같은 방향성 물질을 넣고 다시 증류 한 후 알콜을 40% 정도로 조정하여 판매한다. 과거 유럽에서는 싸구려 술의 대명사였지만 오늘날에는 칵테일 베이스 용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향신료를 넣은 고급 진이 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고급 진은 고급 스카치 위스키의 가격과 비슷하다. 프리미엄 진들은 상표마다 맛이나 향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오늘날 진은 네덜란드 스타일(지금도 쥬네바라고 한다)과 영국 스타일(진이라고 하면 이것을 가리킨다)이 존재한다. 칵테일에는 자기주장이 약한 영국 스타일 드라이진을 주로 쓴다. 쥬네바와 드라이진의 중간 형태인 올드 톰 진[8]도 있고, 쥬네버 중에서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리큐르 제조사인 BOLS사에서 제조한 볼스 쥬네버가 잘 알려져 있다.

프리미엄 진의 경우 특유의 향이 강하기 때문에 간단히 진 토닉이나 진 피즈로 마시는 것이 보통.

칵테일 베이스로 쓸 게 아니라면 언더락으로 한두잔 정도 마시면 딱 좋은 술. 특히 솔향에 적응할 수 있다면, 얼음을 쓰지 않더라도 여름에 마시기엔 맥주 다음으로 최고인 술이다. 자신이 진을 잘 마실 수 있는 지 궁금하다면 우선 음료수인 솔의 눈으로 테스트해보자. 똑같지는 않아도 얼추 비슷한 향이 난다.

4 종류

대표적인 브랜드로 탱커레이, 비피터, 고든스, 플리머스 등이 있으며 봄베이 사파이어의 경우 증류 공정에서 향을 첨가하므로 특이한 풍미를 낸다. 그 외에도 프리미엄 진으로 글렌피딕을 만드는 윌리엄 그랜츠 앤드 손즈에서 나오는 헨드릭스 진[9], 브룩라디 증류소에서 만드는 보타니스트 진[10], 독일에서 만든 몽키 47[11] , 프랑스 브랜디 증류소의 시설을 이용해 증류했다는 시타델 등이 있다. 앞서 설명된 대표적인 브랜드들도 프리미엄 라인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탱커레이 No.10[12], No.3, 비피터 24[13]가 있다.

흔히 비피터가 가장 맛과 향의 밸런스가 좋다고 평가받으며 칵테일에 적합하다는 평을 듣는다. 탱커레이는 특유의 4번 증류로 인한 깔끔한 풍미, 고든은 중후한 맛을 낸다고 한다. 플리머스의 경우 증류소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전통적인 런던 드라이 진의 향미를 가지고 있고 Navy Strength라는 고도수의 제품도 있다.

보통 칵테일의 베이스로 많이 쓰이나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도 한다. 본고장인 영국에선 등장 초기부터 상쾌한 술로서 사랑받았다. 단, 독특한 향취(강한 솔향)가 있으므로 스트레이트로 마실때는 한국인의 입맛에는 좀 위화감이 있는 편이다. 앉은 자리에서 위스키나 보드카를 몇 병씩 작살내는 사람은 많아도 진 한 병을 끝장내는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

5 구매 방법

국내에선 대형마트의 주류코너에 가보면 포에버 진이나 코맨더 진을 7천원 안팎의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물론 상당히 싸구려이기 때문에 진의 풍미를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포에버 진[14]은 초저가형이라 할 수 있으며, 코맨더 진은 싼 편이지만[15] 진 토닉을 만드는 정도로는 무리가 없는 편. 국내에서도 진로에서 '쥬니퍼', 국순당L&B(구 해태주조)에서 '버킹검 런던 드라이진'등을 만들고 있다. 후자 쪽이 좀 더 괜찮다. 그리고 옆에 거의 세트라고 봐도 될 정도로 진열되어 있는 토닉워터를 볼 수 있다.

위에 설명된 대표적인 진의 경우 국내에서는 판매점에 따라 다르지만 고든스, 탱커레이, 비피터는 웬만하면 2만원 중반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프리미엄 진인 탱커레이 no.10은 3만원 중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마트에 따라 취급하는 진이 약간 다른데, 롯데마트는 보통 고든스, 홈플러스는 탱커레이, 이마트에는 비피터가 있는 것이 보통이나 여러 종류를 팔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인기있는 봄베이 사파이어의 경우 웬만한 곳에선 다 취급한다. 그리고 프리미엄 진의 경우엔 전문 주류상에 가야 구할 수 있지만 헨드릭스 진의 경우 컬트적인 인기 때문에 규모있는 마트에 가면 종종 만날 수 있고 간혹 탱커레이 넘버 텐이나 비피터24를 취급하는 곳도 있긴 하다.

6 칵테일

클래식한 칵테일이 많으며 베이스만 바꿔서 다른 칵테일이 되는 경우도 많다.

  • 마티니 - 진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칵테일. 진과 베르무트를 섞어 만든다. 만화가 제임스 서버(James Grover Thurber)는 한 잔은 딱 맞고, 두 잔은 너무 많지만 세 잔은 부족하지요라는 말을 남겼다.

7 기타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이라는 캐릭터의 코드네임은 이 술의 이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1. 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논란이 있다. 그가 활동한 시기를 훨씬 지나서야 처음 상업적인 스피리츠로서의 쥬네버가 등장했기 때문.
  2. jenever, junever, genièvre 등 표기법이 다양하다.
  3. 럼은 사탕수수의 당밀로 만들기 때문에 영국이 서인도 제도의 식민지를 확보하기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고 럼이 본토에 상륙하기 전까지 영국도 당시의 유럽 사람들처럼 그냥 맥주를 마셨다.
  4. 악덕업자는 진에다 송진이나 심지어 황산을 첨가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5. 오늘날 물가로 치면 1페니가 희석식 소주 1병 값 정도에 해당한다.
  6. '승리주'로 번역한 책도 있다
  7. 옥수수, 호밀, 대맥
  8. 톰 콜린스라는 유명한 클래식 칵테일을 만드는 데 쓴다.
  9. 서양 쓴 오이가 첨가된 것이 특징이고 홍보도 오이를 주제로 많이 한다.
  10. Ugly Betty라는 애칭을 가진 오래된 증류기를 사용해 마스터 디스틸러인 짐 맥퀴안이 직접 감독 제조한다고 한다.
  11. 47가지 향신료를 사용한다고 47이다,
  12. 자몽이 첨가되었다
  13. 침전시간을 원래보다 24시간 늘렸다고 하며 일본산 센차가 첨가되었다고 한다.
  14. 한병에 소매가 기준 만원 이하, 도매가 기준 6000~8000원 수준
  15. 코맨더 브랜드는 진과 럼 등 이런저런 증류주를 전부 다 만들고 있다. 중저가 시장을 노린다고 할 수 있다. 도소매가 공히 만원 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