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대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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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 현 러시아군ZSU-23-4 쉴카.

1 개요

차량에 대공포를 실어서 자체 이동 능력을 부가한 차량. 한마디로 말해서 대공화기에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발을 달아놓은 것이다. 보통 근거리 야전방공을 담당한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개발된 대공전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역사에 대해서는 후술.

강력한 공군으로 제공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는 미군에서는 제대로 만든 역사가 없는 물건. 사실 미군도 자주방공체계를 원했지만 나온 결과물들이 재앙에 가까운 실패작을 넘어 쓰레기스러운 물건들이어서 자주방공체계를 도입하자는 소리가 쏙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자주방공체계가 필요하지 않을리가 없어서 어벤저라인배커니 하는 걸 만들었지만 이건 자주 방공 카테고리에 넣기도 부끄러운 수준의 물건들인건 여전하다. 당장에 레이더가 안달려서 광학장비를 통해 육안으로 적을 찾아내야 하는 물건에(일단 '별도의 차량'에서 전개하는 단거리 레이더와 연동은 된다지만 미군이 그런거 데리고 다니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뭘 바라겠는가. 그저 휴대형 대공미사일인 스팅어를 차량에 올리고,[1] 하는김에 암시장비도 달고 모션트래커도 달은 정도에 불과하다.[2]

하지만 하늘에서는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수세이며, 지켜야 할 땅이 너무 넓은 러시아군은 집요할 정도로 굉장한 자주대공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 외 서방국가에서도 각국이 개발시도를 해서 이런저런걸 만들어봤지만 독일제외에 딱히 눈에 띄는 물건이 없다. 단거리 지대공미사일도 독일이 롤랜드 시스템으로 재미 좀 봤는데 역시 적 항공세력에 뜨거운 맛을 본 사람들이라 제대로 만든듯. 잘 안알려져있지만 역시 험한 꼴을 본 경험이 있는 일본도 단거리방자주방공체계 마련에 부심해서 독자적인 물건들을 만들었다. 특유의 막대한 가격으로 도입에 문제가 있다는 점만 빼면 쓸만은 한 듯.

2 역사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부터, 적의 정찰용 기구를 격추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대공포는 이때부터 등장했으며, 일부는 트럭에 경포를 올린 자주포 같은 물건이었다. 그러나 비싸고 효용이 의심되어, 널리 쓰이진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전투기와 폭격기가 등장하자, 대공포는 어느 정도 항공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수준으로 발달했다. 허나 기본적으로 대공포는 견인식이어서, 진지에 도착해서 방열을 해야 사용할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그 당시부터 일정부분 한계점에 봉착한 상태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쯤, 항공기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모든 군대는 이런 고성능 비행기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일단 트럭이나 장륜 장갑차에 대공기관포나 다연장 기관총 따위를 달아서 대처했으나, 고전적인 문제에 도달했다. 이걸로는 야지기동능력이 형편없잖아? 안될거야 아마. 그러자 야지기동능력이 충분한 전차에 대공포를 얹음으로서 본격적인 자주대공포가 탄생했다.

독일군의 경우 제1선 전차로는 부족해진 1호 전차의 차체에 대공기관포를 달아서 대공전차를 만들었지만, 이것으로는 매우 부족함을 깨달았다. 1호 전차가 너무 작아서 승무원은 고사하고 탄약도 제대로 실을 수가 없었던 것. 그래서 점점 큰 차체를 쓰기 시작했고, 결국 4호 전차의 차체에 오픈탑 포탑에 20mm 대공기관포를 단 비르벨빈트와 37mm 오스트빈트를 만들어 일선에서 굴려졌으나 최종형태 쿠켈블리츠라는 완성형을 만들게 된다.[3] 그러나 당시 독일군의 많은 신무기가 그러했듯, 써먹기도 전에 전쟁이 끝난다. 그 이후에 재건된 독일군이 만든 자주대공포가 게파트.

미군의 경우는 M3 하프트랙M2 중기관총 4정을 묶은 장비, 즉 승공포를 탑재해 M16 MGMC를 자주대공포로 운용했다. 미군은 강력한 공군을 보유해 제공권에 있어서 우위를 점했으므로 이 정도로 충분했다. 그러나 미군도 전쟁이 끝난 후 자주 대공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M247 서전트 요크라는 자주대공포를 개발해봤지만, 이동 사격능력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어 제식채용에는 실패한다. 서전트 요크에 대해서는 영문 위키피디아 서전트 요크 항목을 참조하자.

소련군은 자국의 영토가 넓은데다가 미군의 공군을 경계하여 자주대공포 개발에 힘을 기울였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동안 T-70개량형인 자주대공포 T-90[4]을 만들었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이 바로 ZSU-23-4 쉴카와 그 후속작 퉁구스카이다.

3 구성

탑재한 자체 레이더로 탐색과 조준을 수행하며, 주무장은 흔히 기관포를 사용한다. 기관포 대신 대공미사일을 장착한 형태와 아예 기관포와 대공 미사일을 모두 장착한 자주대공포도 있다. 근래의 추세는 기관포를 보완하기 위해 대공 미사일을 장착하는 것이 대세.

대부분 2문, 많으면 4문 정도의 기관포를 장착하고 있다. 기관포를 여러문 장착하는 이유는, 항공기의 빠른 속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쪽도 빠른 발사속도가 필요하기 때문. 1문의 기관포로는 대응 능력에 한계가 있다보니, 여러 문을 장착해 속도를 배로 늘려버린 것이다. 아예 발사 속도가 빠른 개틀링 기관포를 얹는 경우도 있다. 이쪽은 원체 발사 속도가 빠르니 외려 발사속도를 낮추기도 한다.

가격이 대체로 비싼 것도 특징이다. 장갑차나 전차의 차체를 사용하는데다가, 대공장비 및 레이더같은 걸 다 고려해보면… 비싸기로 유명한 자위대90식 전차가 8억엔인데, 그들의 자주대공포인 87식 자주고사기관포는 한 술 더 떠서 15억엔을 넘는다고 한다. 차체를 한 세대 전 전차74식 전차의 것을 사용했는데도 말이다(…).

기본적으로는 대공용 무기라서 지상의 보병들에게 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탑재한 기관포가 보병이나 소프트스킨 차량 잡기엔 워낙 적절한 물건이다보니 의외로 지상의 표적들을 공격하는 데 자주 동원되었다.[5] 알보병에게 사용한다면, 맞는 쪽은 순식간에 분쇄육이 되어버린다. 한국군의 구닥다리 방공포병 장비인 승공포는 미군에서 한창 쓰였던 시절의 별명이 'Meat Chopper' 였다. 육류 분쇄기(…). 자주대공포가 시가전에서 대단히 효율적인 장비란 것은 러시아군이 체첸 내전을 통해서 증명했다. 일단 포의 고각이 전차와 다른 기관포에 비해 훨씬 크며, 웬만한 콘크리트 벽을 관통하니 옥상에 숨어서 매복한 적을 처리하기에는 좋았다. 그래서 체첸 반군들이 제거 1순위로 꼽은게 전차보다 자주대공포였다고.

장갑은 없거나, 경장갑 정도만 두른다. 초기에는 아예 사수가 밖에 노출되어있는 구조였으나, 사수를 보호하기 위해 포방패 정도가 추가되다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아예 밀폐식 포탑을 장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밀폐식 포탑이라 해도 파편만 간신히 방어하는 수준으로 얇은 것이 보통. 현용 자주대공포임에도 포탑이나 장갑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전차 차체를 사용한 경우에도 차체만 충분한 방어력이 있지 포탑은 종잇장인 것이 보통. 이러한 경장갑은 방공 무기로서 빠른 포탑 회전이 필요하고, 방공 무기에 두꺼운 장갑이 필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전차전이 주 목적인 차량도 아닌데 떡장갑을 둘러 무엇에 쓰겠는가?

따라서 이러한 자주대공포를 본격적으로 적 전차나 장갑차를 상대로 한 전투에 사용하기에는 매우 적합하지 않다.[6] 그래서 지상사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는 주로 대공방어를 담당하고 지상전투는 갑자기 적의 전차나 장갑차가 갑툭튀해서 자신을 방어할 목적으로 긴급전투만 치른다는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4 대공전차, 혹은 대공장갑차

간혹 대공전차, 혹은 대공장갑차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자주대공포를 칭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차체를 어떤 것을 썼느냐 하는 문제로서,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전차의 차체에 대공포를 올려 사용했던 것이 시초.[7] 즉, 그와 같이 전차의 차체를 사용해 대공포를 탑재한 차량을 일컫는 말로서, 자주대공포의 하위 분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거의 쓰이지 않아 사어 수준의 분류·단어가 되었다.

대공장갑차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 하며, 장갑차의 차체를 이용한 경우를 일컫는다. 물론 이 역시 대공전차라는 호칭과 함께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단어. 아예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국군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 비호만 해도 그냥 자주대공포라고 칭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현대에는 차체가 어떤 것이건 간에(궤도, 장륜식 가리지 않고) '자력 주행하는 대공포 탑재 차량'이라면 자주대공포라고 부른다. 궤도식 차량에 얹혔다는 이유로 간혹 전차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주포나 장갑차가 군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차로 보이는 것과 일맥상통(…).

5 예시

  1. 사실 맨패즈라고는 해도 본격적으로 레이더와 연동하고 차량 발사대에 장착한다면 맨패즈의 단점인 긴 준비시간이 사라지기 때문에 크기에 비해 꽤나 매서운 무기로 변한다. 문제는 어벤저에는 레이더가 없고, 원본 스팅어의 성능도 휴대성을 중시한 견착식이라 거치식 맨패즈에 비해 밀린다.
  2. 공군이 강하기도 하고 제공권을 잃어본 경험이 없어서, 즉 적 항공세력에 쓴맛을 본적이 없어서 미국은 지대공 무기체계 전반이 다 소홀하다. 탄도탄 방어만 예외적으로 신경을 쓰는 부분. 사실 공군으로 적의 공군과 방공군을 박살내버리면 되기에 굳이 지대공에 신경 쓸 필요 없다.
  3. 이 당시의 자주대공포를 특별히 '대공전차'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에 대하여는 후술.
  4. 현대 러시아 주력전차인 T-90과는 전혀 다르다!
  5. 기관포라는 것이 단순히 구경이 크기도 하지만, 사용 탄종이 기본적으로 고폭탄 계열이다(…). 항공기에 대한 공격능력 강화를 위해 소이탄이나 철갑탄 같은 게 복합되기도 한다.
  6. 전차 쯤 되면 대공포의 위력으로는 부족하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30mm 정도를 마구 쏟아부으면 구형 전차에게는 어느 정도 먹히고, 비교적 신형 전차에 사용하더라도 외부에 노출된 조준경 등의 장비를 망가트려 장님으로 만들 수 있다고도 하지만… 전차를 잡는 데는 같은 전차, 아니면 대전차 수단을 사용하는 게 확실한 것이다. 만일 이쪽이 좋다면 왜 전차에는 전차포가 올라가겠나(…).
  7. 좁게는 대공전차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 시기 독일군이 사용했던 전차 기반 대공포(Flakpanzer)만을 이르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조금 더 넓게 잡을 경우 제2차 세계대전부터 냉전시기까지라 말하기도 한다.
  8. LAV-25에 어벤저를 올린 것이라는 말이 있다. 별도의 무기체계인지, 차체만 다른 것인지는 추가 바람.
  9. K263과 M163은 한 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무기체계이다. K263의 차체인 K200의 경우, M113의 수출형인 AIFV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둘 다 지상용 벌컨포를 탑재하고 있다. M163에 탑재되었던 벌컨포가 견인형인 M167로 독립되고, 다시 이 M167을 K200 차체에 얹은 것이 K263이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