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8801

1 소개

일본 NEC사에서 발매한 8비트 컴퓨터 시리즈. 사용 CPUZ80. PC-9801과 마찬가지로 PC88계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상당히 많은 시리즈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8801이라고 하면 PC8801MkIISR 및 그에 상당하는 스펙을 가진 버전[1]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초기의 8801 게임을 제외하면 대개의 8801 게임들 역시 MkIISR을 기준으로 개발하고 있다.

1981년에 처음 발매한 PC8801의 기본모델은 그래픽 처리 성능이 640x200해상도에 고정8색밖에 사용하질 못했지만 1985년부터 발매하기 시작한 MkIISR부터는 종래 그래픽 모드에 V2모드가 추가되어 640x200해상도에 512색중 팔레트 8색 처리가 가능해졌고 사운드 면에서도 FM음원 3화음+SSG3화음의 기능이 추가되어 실질적으로 MkIISR 시리즈부터 게임을 개발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 지게 된 셈이다.

당시의 IBM PC 호환기종은 한자를 구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IBM계열 컴퓨터들이 일본에 상륙하지 못했고, 80년대에, 특히 가정용 컴퓨터로써 풍미한 기종으로 일본에선 후지쯔의 FM77과 샤프의 X1과 더불어 8비트 고산케라고 불리는 내수용 기종이다.[2][3]

그래픽 성능은 같은 시기에 나온 자사의 PC-6001 시리즈에 비해 매우 높고, 당시 80년대 컴퓨터 성능에 비하면 매우 훌륭한 편이며[4] 8비트 고산케 사이에서도 가장 높은 성능이다. 그리고 FM 음원의 사운드 재생기능을 기본적으로 내장한 것도 특징.

그러나 그래픽 처리 속도는 상당히 느린데,[5] PC-9801보다 느린 편이여서 공업용으로는 쓰이지 않았다. 그래서 PC-9801과 비슷한 행보를 걸었고, 액션 게임은 적은 편이며,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어드벤쳐 게임들이 주류를 이뤘다.

다만 PC98과의 차이점이라면 이쪽은 에로게대신 RPG가 많은 편. 일본 3대 컴퓨터 RPG 게임으로 꼽히는 하이드라이드, Xtal Soft의 몽환의 심장, 팔콤드래곤 슬레이어 시리즈 모두 이 기종으로 발매되었다. 특히 드래곤 슬레이어 시리즈의 2편인 제너두는 40~45만본(추정)이라는 일본내 최고 PC게임 판매율을 올렸으며, 이 기록은 2012년 현재에도 돌파한 게임이 없다. 또한 울티마위저드리 같은 서양 롤플레잉 게임들이 대거 현지화 이식되어 인기를 끌었다.

PC98=에로게였다면[6] PC88의 상징은 RPG였다. 적어도 패미컴으로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가 나오기 전까진...

이후 16비트 CPU를 탑재하고 그래픽 성능을 향상시킨 PC-88VA라는 기종도 나왔는데, 시장에서의 인기는 별로 좋지 못했고, 나온 게임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러나 이 기종으로 나온 R-TYPE은 의외로 이식도가 괜찮은 편.

90년대부터 16비트 IBM PC 호환기종이 나오면서 부터 모든 8비트 컴퓨터들이 그러했듯이 쇠퇴의 길을 걸었으며, NEC의 PC-9801 밀어주기 정책에 따라 91년까지 소프트웨어가 발매되었고 92년에 단종되었다. 최종 모델은 PC-8801MC라는 모델로 CD-ROM 드라이브가 내장되어 있다. 근데 이 CD-ROM 드라이브가 PC 엔진 CD-ROM 드라이브와 똑같은 물건이라 상호 호환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일본 내수용 퍼스널 컴퓨터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북미쪽에서도 진출한 적이 있다. 기종 이름은 PC-8801a라 불리는데 성능은 초대 기종과 동일한 수준으로 맥가이버에서 주인공 맥가이버가 이 컴퓨터를 다루고 있는 내용이 잠깐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기도 하다. 다만 80년대 초중반 당시엔 애플 II가 인기가 많았고, 가격도 다른 기종의 PC에 비해 너무나 비싼편인데다가 미국에서 만든 게임도 없기 때문에 당시에는 인기가 없었고 아직도 구하기 엄청 어렵다고 한다.[7]

또한 최근에는 인터넷이 꽤나 발전한 덕분인지 북미쪽 레트로 게임 분야의 양덕후들 사이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있다. 사실 PC88뿐만 아니라 MSX를 필두로 여러 일본 80, 90년대 내수용 개인용 컴퓨터들이 인터넷 발전에 따라 양덕후들에게 소개되어서 일본산 내수용 PC에 대해 무지한 옛날에 비해 인지도가 조금 높아진 편.

2 이 기종으로 발매된 유명한 게임들

  1. 오리지널의 8801과 비교하면 MSX1과 MSX2 정도의 차이가 있다.
  2. 일본어로 ごさんけ, 예전 에도 막부시대 도쿠가와 일족인 오와리(尾張), 키이(紀伊), 미토(水戸) 세 집안을 가리키는 말로, 요즘에는 트리오라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 편. 참고로 흔히 니코니코 동화 3대 인기장르(동프, 아이마스, VOCALOID)를 지칭하는 니코니코 3가도 이 표현에서 유래.
  3. MSX도 그렇게 마이너한 기종은 아니지만 게임용이라는 인식이 많이 강한편이었고, 결정적으로 80년대 초반에는 성능이 세 기종에 비해 매우 후달리는 편이여서 인식이 그다지 좋진 않았다.
  4. 640x200 해상도(인터레이스 방식인지라 수직라인이 반만 표시된다.), 512색중 8색 동시발색. 초창기 기종은 고정된 8색이나 1985년 발매된 PC-8801mkIISR 기종부터 저렇게 되었다. 이제와서 보면 터무니없이 적지만 미칠듯한 도트 노가다로 그럴듯하게 표현해냈다.
  5. 게임기처럼 CPU 부하가 적은 하드웨어 스프라이트 방식이 아닌, 도트 하나하나의 정보를 CPU가 VRAM에 다 써넣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다. 아직도 PC의 2D 그래픽은 그렇게 표현하고 있지만 그 때와 현재의 하드웨어 성능은 넘사벽인지라(...).
  6. 물론 PC88계열에도 에로게가 있지만 당시엔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 당시에 그나마 유명한 작품이라면 란스 시리즈가 있다.
  7. 반대로 일본에서는 애플 II가 그 낮은 그래픽 기능에도 불구하고 PC-8801을 비롯한 일본기종의 2배 이상의 가격이었기 때문에 인기가 없었다. 소량 수입이라서 비싼 듯.
  8. 기념비적인 1편이 처음 발매된 기종이 바로 PC-8801이며, 6편인 영웅전설까지 PC-8801판이 가장 먼저 발매되었다. 80년대 당시 팔콤에서는 보급률이 높았던 PC-8801을 우선하는 발매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9. 이스 4는 8801판이 발매되지는 않았으나 PC-8801의 음원을 사용하여 녹음한 '이스4 JDK 스페셜' 음반이 존재한다.
  10. 참고로 거의 다 MSX와 라인업이 겹친다.
  11. 국산 기종인 SPC-1500으로 나온 닌텐도 게임들이 바로 이것. 다만 PC-8801이 아니라 X1 버전이 베이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