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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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國樂管弦樂

국악기 만의, 혹은 국악기를 주축으로 서양악기나 중국, 북한, 일본 등지의 악기를 추가 편성하는 한국 국악관현악 양식.

▲ 국악관현악 《고구려의 혼》 1악장, 홍동기 작곡, 경기도립국악단 연주.[1] 후반부에는 솔로 바이올린과의 협주가 이루어진다.

1 개요

원래 한반도의 전통 음악에서 서양의 관현악 편제에 해당하는 집단이나 악곡은 엄밀히 따지면 없었다. 물론 종묘제례악이나 문묘제례악 등 대편성을 요하는 악곡이 있기는 했지만, 악기 배분과 배치 방식은 서양의 그것과는 개념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조선 후기 서양음악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서구 관현악의 개념도 같이 들어왔고, 다양한 악기를 배치해 소리의 조화와 대비 효과를 노리는 이 관현악 양식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합주에도 적용하려는 시도나 착상도 생겼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핍박과 한국전쟁의 여파로 국악계도 큰 타격을 입었고, 휴전 후에야 국립국악원을 중심으로 이런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반영된 악곡이나 악단 편성이 시험적으로 선보여졌다.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은 1965년에 있었던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현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창단이었다. 이 악단은 이후 창단된 여러 시립/도립 국악관현악단의 모태가 되었고, 이후 악기의 개량과 타국/타민족 악기 혹은 서양악기의 부분적 도입 등의 실험이 계속 행해지고 있다.

2 편성

초기 국악관현악 편성은 세악(細樂)을 모방한 것이었다. 현악기-정확히는 바이올린족 찰현악기-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관악기타악기가 차례로 적어지는 서양 관현악과 달리, 각 악기군의 숫자가 서로 그다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외관상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금속으로 만드는 금관악기가 기본적으로 모두 배제된다는 것도 차이점으로 들 수 있다.

물론 타악기의 경우 음량 문제 때문인지 다른 악기들보다 주자 숫자는 좀 적은 편이다. 여기서는 서양식 악기 분류가 아닌, 소리의 지속 시간에 따라 악기군이 정해지는 국악식의 분류를 따랐다. 따라서 해금과 아쟁은 서양식 분류로는 찰현악기군에 속하지만 관악기로 분류한다.

2.1 현악기 (발현악기)

가야금 5~10, 거문고 4~8

국악 현악기는 이외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대중화된 악기들인 가야금과 거문고 정도가 필수 편성 악기로 자리잡고 있다. 가야금은 흔히 해금 뒤에, 거문고는 흔히 아쟁 뒤에 편성된다. 두 악기군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고 싶지만, 실제로 가장 부각되는 것은 가야금이다. 악기의 소리 자체가 화려한 편이고 이후 개량 작업도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데, 악단에 따라 기존 가야금 외에도 줄 수를 늘린 17현과 22현, 25현 가야금을 섞어 편성하기도 한다.

반면 거문고의 경우 음역이 낮고 다소 수수한 음색이라, 이 악기만 부각시키는 곡이나 대목이 없는 한 그냥 퉁퉁 거리며 장단이나 잡는 소리만 살짝살짝 들릴 뿐이다(...). 거문고 (´;ω;`) 불쌍해요 어찌 보면 서양 관현악단의 비올라와 비슷한 포지션. 물론 거문고도 가야금에 비하면 덜 부각될 뿐이지 계속 줄과 괘의 개수를 늘려 음역 확장을 꾀하는 개량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이들 개량 거문고를 사용하는 악단들도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정악풍 창작곡의 경우 양금을 같이 편성하기도 하는데, 음량이 너무 작다고 해서 중국에서 개량한 양친(중국양금이라고도 한다)을 대신 쓰는 경우도 있다. 또 북한과 문화예술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에는 와공후를 개량한 옥류금을 넣는 악곡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2.2 관악기 (찰현악기)

해금 8~12, 아쟁 3~6

찰현악기들 중 가장 인원 수가 많은 악기는 위에 쓴 바와 같이 해금이다. 바이올린보다 음색과 음량 면에서 좀 덜 빠져나오는 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대개 지휘자 기준으로 왼쪽 앞에 편성한다. 악기의 존재감을 더 살리기 위해 줄을 명주실에서 쇠줄로 바꾸고, 줄을 잡아당기는 정도에 따라 음높이가 결정되는 전통 주법인 역안법 대신 줄을 누르는 정도로 음높이를 조절하는 경안법으로 연주하는 개량 해금을 도입하는 악단이나 악곡도 있다.

아쟁은 서양 관현악의 첼로에 해당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역시 지휘자 오른쪽 앞에 편성한다. 음향 대비 효과 때문인지 흔히 정악아쟁을 주로 편성하지만, 곡에 따라 산조아쟁을 같이 편성하기도 한다. 또 가야금과 마찬가지로 줄 수를 열 개로 늘리고 악기 크기도 대형화한 중아쟁과 대아쟁 같은 개량악기를 추가 편성하기도 한다.

2.3 관악기

대금 8~12, 피리 6~9

서양 관현악의 오보에에 해당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악기가 대금이다. 서양 관현악단들이 연주 직전 조율을 할 때 오보에의 라(A)음에 전체를 맞추듯이 국악관현악단들은 대금 수석이 부는 황종음에 음을 맞춘다. 흔히 산조대금이 편성되지만, 곡에 따라 정악대금을 같이 편성하는 경우도 있다. 위치는 흔히 가야금 뒷쪽으로 잡는다. 곡에 따라 당적, 소금, 북한에서 들여온 개량대금인 저대, 대나무 몸통은 그대로 유지하되 금속키를 일부 부착한 한국식 개량대금을 넣는 경우도 있다.

피리의 경우 워낙 음량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서양 관현악의 금관악기에 해당되는 역할을 하며, 대금보다 주자 숫자는 좀 적은 편이고 주로 향피리를 사용한다. 그리고 곡에 따라 같은 쌍서(더블리드) 악기인 태평소를 같이 연주하기도 하고, 북한에서 개량한 대피리를 섞어 편성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위치는 흔히 거문고 뒷쪽으로 잡는다.

그리고 악단이나 악곡에 따라 퉁소를 추가 편성하는 경우도 있다. 후술하겠지만 국악관현악이라는 편성에서 저음역이 취약하다는 점 때문으로 보이는데, 다만 아직 대금이나 피리 같은 상비 악기의 위치는 갖지 못하고 있다. 단소의 경우 아직 관현악 편성에 사용하기에는 음량이 약해서 마찬가지로 정규 편성 악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 대취타 혹은 그 스타일의 곡에서는 나발이나 나각을 양념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2.4 타악기

장구, 북, 꽹과리, , 자바라, , 편종, 편경, 방향, 운라 등. 주자 4~6명

타악기는 음량 문제 때문에 흔히 가장 뒷쪽에 자리잡고, 2000년대 이래 서양 관현악단의 추세와 마찬가지로 악기 앞에 투명 아크릴판 스크린을 설치해 과도한 음향 침해 현상을 막기도 한다. 국악 타악기는 종류가 그다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인지, 주요 연주곡들인 창작곡에서는 위의 전통 타악기들 외에 팀파니를 비롯해 탐탐, 심벌즈, 탬버린, 트라이앵글, 스네어드럼, 베이스드럼, 글로켄슈필, 실로폰 등 서양 타악기들을 대거 중용하는 경우가 많다. 북의 경우에도 유행을 반영해 좌고 같은 전통 북 대신 모듬북을 사용하기도 한다. 타악 파트의 경우 곡의 전체적인 장단을 잡는 장구를 담당하는 연주자가 파트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2.5 그 외

국악기 외에 양악기나 여타 아시아 악기를 추가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서양악기의 중용이 일반화된 타악 파트 외에도 아예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같은 저음 찰현악기를 추가 편성하기도 하고, 플루트클라리넷 등의 목관악기, 호른이나 트롬본, 튜바 등의 금관악기를 넣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배합관현악처럼 국악기와 서양악기를 동등한 비율로 편성하는 편제는 음량 불균형과 악기 구조, 조율 방식의 상이함 등으로 인해 그리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피리 연주자이자 국악 지휘자 박범훈은 자신이 창단한 중앙국악관현악단을 모체로 오케스트라 아시아라는 악단을 결성해 이웃나라들인 중국과 일본의 전통악기들을 혼합 편성하거나 해당 악기들을 위한 협주곡 등을 작곡하기도 했다.

3 문제점

국악 관현악은 기본적으로 서양의 오케스트라 악기구성을 국악 합주를 위해 구성한 연주방식이다. 민족악기를 이용한 관현악 연주방식은 다른 국가에서도 많이 차용하는 방식이지만 수백 년에 걸친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악기군의 음색과 음량 균형을 맞춰온 서양 관현악에 비하면 민족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아직 50년 남짓한 시간만 흐른지라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국악관현악 레퍼토리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하나, 외부의 관람객 입장 뿐 아니라 국악을 전공하는 직업인들 사이에서도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개량되지 않은 국악기로 구성된 국악 관현악의 경우 저음역의 취약함 때문에 오래 듣기 피곤하다는 이들도 있고, 악기나 악기군 사이의 음향 불균형이 심해 전체적인 소리의 밸런스가 붕괴된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또 연주곡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다거나 음악의 구성이나 기획이 홍보에 비해 질적으로 많이 미흡하다는 불평도 있고예술적이라고 해서 티켓 사서 들어봤더니 소음이거나 교수님이 강제로 끌고가서 좌석 채우기를 시키거나, 때문에 적극적인 악기 개량 작업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관람객들의 호응을 위해 많은 부분을 개량할 경우 필연적으로 악기와 음악 구성에 있어 서양 음악의 특징을 많이 차용할 수밖에 없기에 전통예술의 흐름에 있어 문화 사대주의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우려하며 비판하는 경우도 있어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국악기들의 경우 중국에서 들여온 악기를 한국의 문화에 맞게 변형시킨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가(양금, 해금, 가야금을 비롯), 음악 또한 다른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차용하거나 변형해 만들어진 곡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문묘제례악, 국악 관현악) 전통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배격하는 방향의 발전은 많은 문제점을 만들수 있지만 문화적인 교류와 차용을 통한 발전은 역사적인 부분에 대한 약간의 이해가 있어도 필연적인 흐름이라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4 악단 목록

  • 경기도립국악단 - 경기도립예술단 산하 단체
  • 경북도립국악단 - 경상북도립예술단 산하 단체
  • 광양시립국악단 - 광양시청 산하 단체
  •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 광주시립예술단 산하 단체
  • 국립국악관현악단 - 국립극장 산하 단체
  •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 국립국악원 산하 단체
  • 김천시립국악단 - 김천시립예술단 산하 단체
  • 남원시립국악단 - 남원시청 산하 단체
  • 대구시립국악단 - 대구시립예술단 산하 단체
  • 락음국악단 - 서울 소재 민간 단체
  •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 부산시립예술단 산하 단체
  • 서울시국악관현악단 - 서울시예술단 산하 단체
  • 서울시청소년국악관현악단 - 서울시예술단 산하 단체
  • 성남시립국악단 - 성남시립예술단 산하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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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국악관현악단 - 서울 소재 민간 단체
  • 청주시립국악단 - 청주시립예술단 산하 단체
  • KBS국악관현악단 - 한국방송공사 산하 단체
  • 세종국악관현악단 - 서울 소재 민단 단체
  1. 해당 국악단에서 《판》이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냈는데 함께 담겨 있다. 《아침을 두드리는 소리》 등의 대규모 작품도 있지만, 정작 《Prince of Jeju》나 《Frontier》 같은 소품들이 대중적으로는 크게 히트했다. 특히 프론티어의 경우 양방언 편곡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이걸 대중매체 여기저기에서 가져다 쓰는 바람에 거의 한 번쯤 들어 본 음악의 수준까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