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클레티아누스

로마의 역대 황제
군인 황제 시대		제1차 사두정치		제2차 사두정치
카리누스, 누메리아누스	←	디오클레티아누스 막시미아누스	→	갈레리우스 콘스탄티우스 클로루스

밑에서 지내기 좀 빡세게 생겼다. 실제로 빡센 인간이기도 하고.

1 개요

무능한 지도자와 야만족의 침략으로 곤경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제국을 구출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일리리아 지방 출신 농민들이 그 일을 해냈다.

-에드워드 기번

가이우스 아우렐리우스 발레리우스 디오클레티아누스 (Gaius Aurelius Valerius Diocletianus). 로마 제국의 황제.

서기 244년 12월 22일 출생 추정 – 311년 12월 3일 사망.
재위 년도 단독황제로써 284년 11월 20일 ~ 286년 4월 1일(1년 4개월 열흘)
동방 정제이자 4두정의 선임황제로써 286년 4월 1일 ~ 305년 5월 1일(19년 1개월).

4두정치 체제(테트라키아Tetrarchia)의 창시자이자 후기 로마제국의 사실상의 창시자.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테오도시우스 대제를 로마제국 분할의 아버지로 친다면, 그는 군인 황제 시대와 혼란을 끝 낸 황제였다.

그외에도 후기 로마~동로마 초기 시기에 해당되는 여러 군사, 정치, 사회 제도는 그 근본을 찾으면 이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시초였던 것이 많다. 다만 일구어낸 업적은 앞의 두 인물과 유스티니아누스를 가리키는 '3대제'못지 않음에도 제대로 평가받진 못했고, 이유는 물론 그가 기독교를 박해한 황제였던데 있으나, 당대에도 혼란을 끝냈다는 평 외엔 그렇게 많이 인기 좋은 황제는 아니었다. 그의 업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재조명된 것은 체제적, 유물론적 연구가 활성화된 현대 와서 얘기다.

2 황제 이전 시기

황제가 되기 전 이름은 '디오클레스'라고만 알려져 있고, 자세한 이력은 알려져 있지 않다. 245년을 전후해서 지금의 크로아티아 지방인 달마티아 지방의 스플리트 근처의 살로나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하층민 출신으로 보인다. 이후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해서, 38세의 나이에는 전임 황제 누메리아누스를 경호하는 프로텍토레스의 지휘관으로 있었으나 군단에서의 경력이 어땠는지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284년 누메리아누스 황제가 니코메디아에서 죽자 휘하의 군단이 디오클레스를 황제로 옹립했고, 이때 로마식이고 세련된 이름인 디오클레티아누스로 개명하였다. 누메리아누스의 형 카리누스와 모아시아에서 전투를 벌여 지고 있었지만 카리누스가 부하에게 암살되어 죽은 후 제국의 유일한 통치자가 되면서 단독황제가 되었다.

3 황제 시기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로마제국 황제에 올랐을 당시의 로마제국은 3세기의 위기라는 미증유의 혼란상태에서 헤매던 시기였다.

규모와 세력, 체제 측면에서 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강해진 게르만족과, 파르티아보다 강력한 국력을 구축하고 동방 일대의 안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사산조 페르시아로 대표되는 외부의 위협과,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던 재정난 및 빈번한 내전으로 대표되는 내부의 문제는 이미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져 있던 것이 3세기 당시의 로마제국의 상태였다.

다행히 로마군은 세베루스 왕조의 황제들과 갈리에누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의 오랜 노력 끝에 제국을 수호할만한 힘을 확보하고 있었고, 그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당면한 제국 방위를 수행했다.

이때의 로마 제국 군대는 종래의 레기온 체제에서 탈피한지 오래로, 페르시아식 군사제도와 야만족의 군대 양상을 취사선택 및 개조한 상태였다.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 때에 본격적으로 중장기병대인 클리바나리의 아이디어가 적극적으로 차용되기 시작했고, 카라칼라 황제 때에 종심방어에 필수적인 기동타격대 아이디어가 도입되었다. 갈리에누스 황제는 북부 이탈리아에 기지를 둔 상설 예비대를 창설했고 기병의 비율을 세 배 가까이 높였으며 무어인 경장 기마 투창병과 달마티아 외인 기병 부대, 강력한 복합궁을 사용하는 오리엔트 궁수 부대, 페르시안 장창병대, 쐐기꼴 대형으로 전투하는 게르만계 보병, 낙타부대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중장기병대인 클리바나리가 대폭 확대되어 이후 동로마제국 천년을 버티게 한 새로운 군대의 원형이 갖추어진 상태였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이러한 새로운 군대를 이끌고 내우외환을 진압해나가기 시작한다. 서방에서는 동료였던 막시미아누스를 공동정제로 올려 서로마 일대로 파견, 갈리아 일대에서 일어난 바가우다이 반란을 강경 진압하고 제국 해군을 확충, 볼로뉴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해 프랑크 해적들의 공세를 저지하게끔 한다. 이후 브리타니아에서 독립을 기도한 카리우시우스 또한 4두정치 이후 이지역을 관할하게 된 서방 부제 콘스탄티우스 클로루스에게 진압된다.

동시기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그 외의 반란세력인 카르타고의 율리아누스, 알렉산드리아의 아킬레우스를 모두 강경진압, 내부의 문제를 정리하고 사산조 페르시아 또한 부제 갈레리우스의 활약에 힘입어 승리, 외적의 침공도 저지한다. (이미 그 이전 황제들의 노력으로 게르만족은 이때에는 어느 정도 잠잠했다.)

이후 그는 전면적인 체제개혁을 수행하여 후기 로마제국, 또는 전제정 로마제국이라 할만한 수준으로 제국을 구축하고는 서기 305년, 돌연 은퇴한다.

3.1 체제 개혁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체제개혁은 로마제국 전체에 걸쳐 있으며, 후기 로마제국과 동로마제국 체제의 기반이 되었다.

3.2 도미나투스 체제의 성립

도미나투스는 전제정이라는 뜻이며 실제로 동양의 전제정과 일치한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황제는 절대적인 군주이자 신과 같은 존재임을 더욱 강조하여 그 권위를 높인다. 쉽게 조금 과장해서설명하면 이전의 황제들을 만나려면 찾아가서 문 두드리면 비서관이 응접실에 대기시킨 다음에 황제가 직접 나와서 만나줬다면, 디오클레티아누스 이후는 만나기 위해 찾아가면 문지기가 너 따위가 감히라면서 박대하며 내쫓았다.

3.2.1 4제 정치

가장 상징적인 것 중 하나. 디오클레티아누스는 황제의 권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단독으로 제국 방어를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이를 넷으로 늘린다. 사실 로마 제국에서 '공동 황제' 체제는 이전에도 자주 있었던 일이지만, 이전에는 '후계자 지명' 혹은 임의적인 체계였던 반면 4두정치 제도는 상설화되고 체계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동방 정제와 서방 정제를 하나씩 두고 그 아래 동방 부제와 서방 부제를 임명, 각자 맡은 관할구역에서 군사 분야에 대부분의 권한을 가지고(부제는 상대적으로 권한이 딸린다.) 방어에 임한다고 보면 타당하다. 또한 두 정제는 일정기간 이후 은퇴하며 두 부제가 정제 직위로 올라가 새로운 부제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디오클레티아누스 시기 각 황제들의 담당구역은 다음과 같다.

• 동방 정제 : 디오클레티아누스 - 아나톨리아, 오리엔스, 폰투스, 이집트(본부:니코메디아)
• 동방 부제 : 갈레리우스 - 판노니아, 모이시아, 트라키아, 일리리아 (본부:시르미움)
• 서방 정제 : 막시미아누스 - 이탈리아, 가까운 아프리카, 먼 아프리카, 히스파니아 (본부:밀라노)
• 서방 부제 : 콘스탄티우스 클로루스 - 브리타니아, 갈리아, 비네엔시스(본부:트리어)

이러한 제도의 목적은 아래와 같다.

• 방어의 효율성 증가. 황제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여러 대책을 동시에 수행해 방어의 효율성을 높인다. 한마디로 말해서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이 들어와도 즉시 대처가 가능하다.

• 내란의 조기진압. 네 명의 황제가 상대적으로 좁아진 자신의 관할구역을 철저히 감시해 내란의 가능성을 줄이고 내란이 일어난다 해도 이를 조기에 진압한다. 종합하자면 내란이 단순한 소란으로 끝나며, 내란이 길게 이어지거나 확대돼서 내전이 되는 것을 막는다.

• 능력 위주의 황제 즉위. 방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임명되므로 다른 건 몰라도 군사적 능력 하나는 우수한 인물들이 혈통에 관계 없이 황제위에 오를 수 있다. 이에 따라 로마군의 전투능력을 높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군사적인 측면으로 내정이나 외교 등 다른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단독으로 전체 권리를 움켜쥐고 있었으며, 최소한 1차 4두정치 기간에는 동서방 정제/부제의 진퇴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권한이 컸다.

당장 이 시기에는 동방 부제였던 갈레리우스는 페르시아에게 패했을 때 황제라기보단 일개 장수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다. 서방 정제이면서도 디오클레티아누스에게 반강제로 끌려 같이 은퇴한 막시미아누스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가 은퇴한 뒤에는 그처럼 다른 황제들을 억누를 권위와 권한이 있는 황제가 없었고, 제위 계승에서 제외된 황제들의 자식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며 들고 일어나면서 결국 무너지게 된다.

공동 정제의 방식은 동로마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살아남았지만 이것이 상설화된 제도로 유지되기엔 역시 문제가 많았다.[ 디오클레티아누스 생전에는 본인의 카리스마로 묶어두는게 가능했지만 그 이후에는 네명의 황제가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울 여지가 있었고(4명의 황제가 중심지로 삼는 곳에 로마가 포함되지 않아서 어느 누구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없는 구조였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3.2.2 내정 및 정치개혁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종심방어체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일단 민정과 군정을 분리시킨다.

이후 그는 체계적인 관직제도를 구축하는데, 그 세부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

• 황제와 부제가 정점에 서고, 그 밑으로 각 황제들의 관할구를 크게 나누어 네 개의 "관구"를 두고, 관구의 장을 신설한다. (일명 대리인 = 비카리우스) 그 밑으로 각 속주의 장들이 위치하며, 이전의 대대장이었던 트리부누스는 이들과의 위계 체제에서 동급 혹 밑에 서면서 이들과 같은 체계 안에 편입된다. 프라이펙투스 같은 경우엔 중요 대도시를 담당하면서 일부는 비카리우스와 대등한 위치에도 섰고, 일부는 군권을 계속 쥐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대표적인 경우가 프라이펙투스 프라토리오(로마 근위대 대장). 이때까진 계속 근위대에 대한 군 통수권을 쥐고 비카리우스나 군 통수권을 쥔 둑스보다도 권한이 높았다.)

• 이전엔 군단들 여럿을 지휘하던 군사령관인 둑스는 이때부터 단일 군단을 지휘하는 군단장의 호칭이 된다. 이들 위에 이들을 통솔하는 코메스가 존재한다.

이런 식으로 이전과는 다른 좀 더 체계적인 제도를 구축한다. 이것이 후기 로마제국 관료제의 시초가 된다.

입법기능에도 관심을 가져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원로원의 입법기능을 박탈한다. 그는 집정관을 자신이 임명하도록 하고 법안을 원로원 의결이 아닌 황제의 칙령으로 바꾸면서 이를 보좌할 관료제도를 도입하였다. 이로서 행정업무는 전문화되고 체계화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관료의 숫자 증가라는 악영향도 발생한다.

행정제도 확립과 관료제 도입, 군사제도 개편 등으로 인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세금제도에도 손을 대는데 3세기의 위기동안 난립하는 임시세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대신 이탈리아를 포함한 제국 전역에 새로운 세금제도를 제정한다.

이 제도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 필요한 재정의 액수를 황제가 1년에 한 번씩 결정한다. 즉, 국가의 필요에 따라서 세액을 결정한다.

• 결정된 세액은 실질적인 수익과 관계없이 납세자에게 부과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개인 사정따위는 감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모든 세무는 중앙정부가 통합 관할한다. 이로서 지방자치단체는 독자적인 재정을 사실상 보유할 수 없게 된다.

• 세금은 크게 농경지에 부과하는 '토지세'(jugatio)와 사람에게 부과하는 '인두세'(capitatio)로 이분화하며, 구체적인 액수는 5년에 한 번씩 사정한다. 즉, 일단 결정된 세금은 5년후에나 세금액이 재결정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흉년이 찾아와도 세금은 FM대로 거두다 보니까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고문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국가의 예산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예상 가능하며,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올 것을 예측가능하게 하므로 높으신 분들이 사치와 향락을 위해 고액의 세금을 내라고 강요하거나 비상식적인 복지체제를 구축한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는 세금 및 국채 발행의 남발을 막고 체계적인 세제를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외에 기축통화인 데나리우스 은화를 폐지하고 새로운 은화와 동화를 발행,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그는 301년 가격통제칙령을 공포하고 모든 물품과 용역의 상한선을 정해 이를 어길 경우 엄벌에 처한다는 제도를 도입한다. 이것은 인류역사상 최초의 가격통제제도로 보인다. 여기에 군인 충당을 목적으로 직업세습제까지 시행하나 이건 재능의 문제라 얼마 가지 않아 사문화되었다.

여기에 더해 '황제'의 위상을 과시하고, 신성화하기 시작하는데 황제의 명칭에 도미누스(Dominus)를 쓰기 시작했고, 페르시아식 궁정 의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로인해 동방 일대에서 로마 황제는 바실레브스(basi'eus)란 호칭으로 더욱 많이 불리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제도개혁은 좀 더 많은 세율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많이 걷고 운용 또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자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명암이 뚜렷하게 갈린다.

3.2.3 군제 개혁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내우외환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군대의 힘을 많이 빌렸으나 동시에 3세기의 위기에는 이 군대 문제가 컸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고, 군제 개혁을 통해 군사반란의 가능성을 줄이고 좀 더 효율적인 종심방어를 구축하고자 노력한다.

우선 각 군단이 벡실라티오란 파견대들로 부대들을 쪼개서 야전 지역에 자주 보내도록 해놓고, 군단 본부엔 병력을 약 천 명씩만 남겨놓았다. 그리고 쪼갠 파견대들로 부대들을 임시 편성했으며 때에 따라 분리 합체를 반복했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니 "파견대"들이 실제론 점점 야전 부대로서 상설화되어가는 반면 주로 국경 지역에 남은 본대는 점점 질이 떨어져갔다.

다만 여기서 군단들을 쪼갠 방식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하는데, 예컨대 공화정-원수정기의 군단A를 쪼개면 대강 5~6개가 나온다. 그러면 이 신생 군단들에 전부 A가 연상되는 이름을 붙인 게 아니라 그중 하나만 종전 이름을 계승시키고 다른 군단들에는 각기 다른 명칭을 부여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해서 1000명 단위보다 더 큰 단위가 필요하면 편의대로 여럿을 긁어모아 새로운 편제를 만든다. 다만 아직 디오클레티아누스 때는 레기온보다 큰 편제라곤 황제 네 명이 직접 지휘하는 엑세르키투스 코미타텐세스 외엔 없었고 이것도 상설 편제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리고 군대 전체를 증가시키는데, 이미 3세기의 위기 기간동안 이리저리 임시로 창설됐던 군대를 상설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약간 더 채우는 정도였다고 한다. 이 시기의 로마군은 45~50만 선으로 추정된다. 다만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어떤 작가가 매우 좋아하는 "선방어" 사상을 포기한 바 없었고, 몽고메리 장군 표현을 빌리면 그야말로 국경선에 이전보다 더욱 요새들을 촘촘히 거미줄처럼 깔아놓는 전략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때문에 적어도 이 시기까진 황제들이 데리고 다니는 특별 사단인 엑세르키투스 코미타텐세스 외에는, 다들 종전처럼 국경 방어를 수행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프라이토리아니에서 부대를 유지하는 기간병 외엔 전투 병력 자원을 죄다 빼내서, 제5요비우스 군단과 제6헤르쿨리아 군단을 편성한 다음 요비우스 군단은 디오클레티아누스 자신이, 헤르쿨리아 군단은 서방 정제 막시미아누스에게 배속시켜줬다. 이들이 아마 임시 편제인 엑세르키투스 코미타텐세스의 핵심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3.2.4 이교 금지 정책

로마제국 체제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그 자신이 로마제국에 있어 위험요소라 생각한 사상이 로마제국으로 침투하는 것을 파괴하고자 했다. 그 대상이 된 것은 기독교, 그리고 마니교였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치세에 기독교는 비록 로마제국의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정치 세력으로 성장했으며, 초창기부터 체계적인 조직과 교리를 정립하여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해 있었다. 4세기 초 기독교인들은 로마제국 전체 인구의 최소 10% 이상을 차지했으며, 로마제국의 동부지역에 집중해 있었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다수를 차지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 시기의 황제들은 기독교를 무시하지 못했고, 박해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던 갈리에누스 황제 이후 디오클레티아누스 이전 시기의 기독교는 세력을 꾸준히 늘려 유력한 사회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드러내놓고 교회를 짓는 도시와 마을이 늘었으며, 주교는 지역 사회 유력자계층의 일원으로 대접받을 정도였다. 실제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궁 바로 옆에도 교회가 하나 존재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기독교가 제국을 뒤흔드는 위협 세력이라는 생각은 거의 사라졌고, 공무를 수행하는데 종교는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디오클레티아누스도 초기의 십수 년간은 그다지 박해의 태도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본심은 그렇지 않았다. 철저한 중앙집권적 전제정권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로마제국의 효율성을 증대시켜 위기를 극복하고자 추구했던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스스로를 신성화했는데, 심지어는 제우스가 직접 지명했다는 말에 자신이 곧 신이라고 공식적으로말하고 다녔다.(실제로 이 시기의 기록을 보면 왕권신수설 저리가라 할 정도의 내용이 많다.) 그런 디오클레티아누스에게 기독교는 자신의 체제개혁과 정반대에 있는 강력한 적대세력이였으며, 당연히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는 역사상 마지막이 될 대규모 박해를 실시한다.

시작은 297년이였다. 이 해 그는 나라 안의 모든 공무원들과 병사들에게 제단에 제물을 바침으로써 충성심을 증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일부는 사임했고, 시늉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명령에 극렬히 반대하는 활동을 벌였던 일부는 처형당했다.

드디어 303년,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박해는 조직적이고, 치밀해졌다. 사위이자 후계자 갈레리우스를 내세워 니코메디아의 황궁에 발생한 화재를 기독교 책임으로 돌리고, 제국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규정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기독교 탄압을 위한 칙령을 발표했으며, 교회를 철거하고, 성물과 성전을 파괴하며 그 소속 재산은 전부 압류해 국고에 집어넣기 시작한다. 특히 그는 일반 신자들을 일일히 잡아넣기보다는 사제, 주교들을 체포해 개종시키거나 처형하는데 노력했는데, 이는 그가 기독교의 조직체계를 파괴하고자 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기독교의 세가 강했던 제국 동방에서 강한 저항이 일어났고, 소아시아처럼 대규모 봉기가 일어난 곳도 있었으나 군대를 보내 진압했다.

304년의 마지막 칙령에는 기독교인은 고발이 없어도 추적하여 고문할 수 있도록 하였고 모든 사람이 로마신의 제의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령했고 이를 어기면 사형이나 강제노역에 처할 것을 명령했다. 이로 인해 다수의 순교자와 배교자가 발생한다. 다만, 이 칙령은 지역에 따라 그 적용 강도가 들쑥날쑥했는데,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관할 구역에서 가장 강한 박해가 있었고 막시미아누스와 갈레리우스는 좀 덜했으며, 콘스탄티우스는 성당 건물만 파괴하고 신도들을 처형하는 일은 드물었다고 한다. (제국 서방지역 중에서도 가장 서쪽촌동네이었기에 기독교인의 숫자가 적었던 것도 한몫 할 것이다.) 기독교계의 자료에는 순교자가 약 3,000~3,500명 정도라 하나 이런 들쑥날쑥한 박해로 인해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이러한 그리스도교 박해는 대략 309년까지 지속되었고 311년 잦아들어 313년 신잉의 자유를 선포한 콘스탄티누스 1세와 리키니우스의 밀라노 칙령으로 완전히 끝이 난다.

기독교 뿐만 아니라 마니교도 박해의 타겟이 되었다. 특히 마니교는 그 기원이 로마제국의 제1적국인 페르시아 지역이라는 데서 더더욱 박해할 이유를 찾기 쉬웠고, 그 세가 기독교보다 덜하다는 데서 제거가 쉬웠다. 302년,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마니교에 대해 페르시아에서 뻗어온 흉물스런 집단이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는 칙령을 내리고 강력하게 탄압한다. 마니교는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박해 이후에도 꾸준히 탄압받아 결국 소수 종파로써 연명할 뿐 크게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500년 뒤 동방의 어느 제국에서도 같은 박해를 당하게 되는데

3.2.5 개혁의 결과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개혁의 방향을 최대한의 수입을 뽑아내 최대한의 효율을 내 국가 방위를 수행하고, 그 다음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쪽으로 잡고 정책을 수행했다. 그 결과 가격통제와 주거 및 직장선택의 자유가 박탈되는 등 여러모로 서민이 살기엔 힘든 정책이 수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목표였던 로마제국 방위의 임무에는 완벽하게 성공했으며, 그 결과 제국 전체의 경제력은 계획경제체제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회복된 것으로 추산된다. 제국 내의 건축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인도 등지에서 발견되는 교역 유물이 양과 질 측면에서 다시 회복되는 것 그리고 새로운 마을 건설 등이 고고학적으로 확인되는 등, 이 시기의 제국 전체 경제가 회복되어 가고 있다고 볼만한 근거는 충분하다.

이러한 부활이 단기적 성과에 머무르고 말았다는 말이 있으나, 대단히 현실과 거리가 먼 분석이다. 훨씬 후대인 4세기에도 건축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으며 경제 활동의 활기도 여전한 것이 고고학적 성과로 확인되고, 3세기의 위기란 것도 과장되었다는 말이 현재 나오고 있는 추세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강압적으로 경제 정책을 폈다곤 하지만, 활기찬 상업이 다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고 그의 이후의 갈레리우스나 리키니우스 등이 이를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 밀어붙인 바는 없다. 그 이전 원수정 시대의 화폐 경제보다는 상당히 현물 경제화했으나, 이는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정책이 원인이 아닌, 이전부터 누적된 체제 역량 악화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다. 제국이 그의 개혁으로 인해 엄청나게 늘어난 행정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넓은 게 문제였다는 말도 근거가 없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운용했던 동부 제국의 예산은 후대의 유스티니아누스가 정복 사업을 운용할 때보다도 대단히 적었다. 후계자인 콘스탄티누스가 디오클레티아누스 체제를 더 굳혔으니 그로 인한 로마의 몰락은 피할 수 없었다는 건, 3~5세기의 제국 정책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대단한 단견이다.

서로마 제국이 황폐화되었다곤 하지만, 디오클레티아누스 개혁과는 무관한 일로, 오히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개혁이 아니었다면 서로마 제국 영역의 국경은 훨씬 더 빨리 무너졌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서로마 제국의 재정을 보조해주느라 동로마 제국 영역이 상당한 부담을 겪어야 했던 게 진상. 서로마 제국이 결국 무너진 건 게르만 계열 제국가들의 정치사회경제적 역량이 계속 꾸준히 성장해가는 데, 서로마 제국쪽은 몇 가지 우발적인 정치적 상황으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게 된 것이 근본 원인이다.

3.3 은퇴 이후

20년을 통치한 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자진 은퇴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물론 그 개인적으로는 건강을 해친 듯한 모습을 많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진해서 황제직을 물러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진 은퇴한 황제는 사실상 그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죽었을 때 황제의 관례대로 사후 신격화가 되면서 죽기 직전에는 일개 로마 시민일 뿐이었음에도 신격화된 사례가 된다. 은퇴가 갈수록 줄어드는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했다는 설을 당대의 일부 역사가들이 제기하긴 하지만,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영향력은 306년도에도 건재했기에 현대 연구자들은 이걸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가 은퇴하면서 서방 정제였던 막시미아누스도 같이 은퇴시킬 정도로 권력이 막강했음은 이런 정황을 다시 입증한다.

스팔라툼(현재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 바다에 접한 개인 궁전을 건설하고 그곳으로 은퇴해 농사를 짓고 살게 된다. 지금도 스플리트에는 궁전의 흔적을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306년에는 제위에 복귀해 달라는 막시미아누스의 전갈에 이렇게 답했다.

"내 손으로 직접 심은 양배추를 보여 줄 수 있다면, 그도 권력을 추구하는 데서 행복을 찾는 짓을 단념할 텐데."

이후 콘스탄티누스 클로루스의 급사와 이후의 혼란을 정리하고자 복귀한 막시미아누스와 정제로 즉위한 갈레리우스와 함께 308년 회담을 가지기도 하나 막시미아누스가 살해된 이후에는 정치 문제에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그의 죽음에 대해 자세히 알려져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그만큼 당시가 혼란스러웠고 그의 영향력이 완전히 소멸되었음을 의미한다. 단, 야사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래에서 언급하는 아내와 딸의 비참한 말로, 그리고 자신의 체제 개혁이 처참한 실패로 빠졌다는 점에 실의에 빠져 자살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하지만 언급했다시피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느 쪽이든간에 말년은 참담했을 거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영향력이 소멸된 대표적인 사례는 그의 아내 프리스카와 그의 외동딸이자 동방 정제 갈릴레우스의 아내였던 발레리아의 죽음에서 드러난다. 막시미누스 다이아는 갈렐리우스의 조카로 부제에 있다가 갈렐리우스 사망 이후 동방의 정세를 장악했다. 그러나 서방의 정제로 올라선 콘스탄티누스 1세와, 서방의 정제였다가 동방의 정제가 되어 라이벌 관계가 되어버린 리키니우스가 혼인동맹을 맺게 되자 여기에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다이아는 발레리아에게 청혼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여기에 화가 난 그는 발레리아와 그녀를 보기 위해 와있던 프리스카를 감옥에 넣어버린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이에 항의하여 서한을 보냈고 막시미누스 다이아는 발레리아와 프리스카를 석방했으나, 재산을 몰수하고 오리엔트로 추방시킨다. 이후 막시미누스 다이아가 리키니우스에게 패하자 발레리아와 프리스카는 리키니우스에게 의탁을 시도했는데, 리키니우스는 이들에게 오히려 군대를 보내 살해하고 말았다.

즉 그가 마지막으로 회담을 가진 지 5년만에 그는 자신의 아내와 하나 뿐인 딸도 지키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당하고 만 것이다. 물론 나중에 다른 사람이 복수는 해주지만 그마저도 그가 살아 있을 때가 아니라 죽은 뒤에 이뤄진 복수였고 그나마도 복수가 의도가 아니라 경쟁자 숙청 과정에서 복수도 같이 해준 것뿐이다. 결국 그의 은퇴는 비록 그 스스로 내린 정치적 선택이었을지는 몰라도 그가 구축해놓은 체계는 물론이고 그의 가족도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