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배구

1 소개

3인 리시브 4인 공격이 로테이션에 상관없이 항상 이루어질 수 있는 배구.[1]
쌍팔년식 몰빵배구의 대척점이자 현재 세계배구의 흐름.

로테이션에 상관없이 항상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축구의 토탈 사커와 맥을 같이 한다. 몰빵배구의 특징인 극단적인 역할분담과도 대치되는 부분.

2 역사

배구 문서의 발전 항목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배구가 서비스 포인트제에서 랠리포인트로 바뀜에 따라 수많은 전술 변화가 이루어졌고, 서브룰과 볼 교체(공기압 변화) 그리고 리베로 도입 등 각종의 변화들이 잇달았다. 여기에 장윤창이 처음 시작한 스파이크 서브가 대세가 되면서 경기 흐름에도 많은 영향이 있었다. 이러면서 배구 강국의 지도자들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는데, 어차피 서브 파워가 더 향상되고 볼에 회전을 먹이는 테크닉과 볼 자체의 개량까지 급속도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전처럼 리시브를 정확하고 완벽하게 코트 중앙의 세터 머리 위에 올려주면서 세터의 손놀림과 테크닉으로 운영하는 1980년대 이전 배구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실을 인정하여 서브 리시브를 정확하게 코트 중앙 세터 위에 올리는 것은 포기하고, 세터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손놀림보다는 몸 전체를 이용한 힘 있는 토스로 공격수의 구미에 맞는 볼을 뿌리는 세터를 준비한 뒤, 정확하게 리시브하기 위해 리시브에 올인하는 공격수가 아니라 리시브 시작과 동시에 모든 선수가 공격 준비를 위해 뛰어드는 벌떼배구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너 교체!
스피드 배구의 아버지 '베르나르지뉴' 베르나르두 헤젠지('Bernardhino Bernardo Rezende)

이러한 개념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것이 브라질이었고, 그 선봉장인 베르나르두 헤젠지(Bernardo Rezende) 감독이 이끌었던 브라질 배구국가대표팀은 2001~2007년까지 세계배구를 휩쓸었다.

3 전개


스피드 배구의 꽃인 파이프 공격

스피드 배구를 처음으로 도입하며 2000년대 초중반을 제패한 브라질 국대와 주전 세터 히카르두

보통 V-리그에서는 공격포지션을 공격형 레프트와 수비형 레프트, 라이트로 나누는데, 공격형 레프트는 리시브에 가담하지 않고, 수비형 레프트는 완전히 리시브에 집중한 뒤 공격에서는 빠진다. 하지만 위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완전히 리시브가 코트 바깥으로 나간 정도가 아니라면 리시브가 일단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코트로 달려들어 전원 공격을 준비한다. 리시브를 올린 선수도 바로 공격에 참여해 중앙 백어택, 이른바 파이프 공격을 준비한다. 이렇게 전원이 빠르게 공격에 들어가면 세터 토스는 빠르게 직선으로 쏘고, 전원 공격을 위해 세터와 함께 리베로도 세팅준비를 해서 구역을 나눠 준비한다. 이렇게 전원이 공격에 가담해 상대편 수비의 손과 눈보다 빠르게 공을 뿌려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이 스피드 배구의 골자.

스피드 배구에서 리시브의 개념은 세터의 머리 위로 정확히 올리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리시브를 세터 머리 위로 올리기 위해서는 온전히 리시브에만 집중해도 모자라기 때문에 당연히 공격 참여 속도가 늦어져 한 명이 제외되고, 토스가 조금만 불안해도 속공을 올리는 미들블로커가 공격을 못하기 때문에 공격수를 많아야 2명밖에 쓰지 못해 강제 몰빵배구가 되는 것이 과거의 배구이자 현시대 한국배구의 문제점이다. 스피드 배구는 대신에 공은 어택 라인 근처까지만 빠르게 띄워 놓고 그 단축한 시간만큼 리시브를 받은 선수도 공격작업을 하기 위해 바로 뛰어들 준비를 해서 공격수의 숫자를 한 명이라도 늘리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리시브가 기존처럼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는 그 범위만큼 세터가 커버해야 돼서 상대 블록이 진을 짜기 전에 빠른 C퀵성 플레이나 중앙속공, 또는 그에 연계된 파이프가 필요하고, 그에 반응하기 위해 공격수들 역시 스텝을 줄여 미리 떠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2]

더욱이 서브가 나날이 강하고 지저분해지는 현대 배구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사이드 아웃을 돌려 자기 팀 서브로 상대의 공격에 부담을 주고 그를 통해 약화된 공격을 수비로 받아내 또 다시 빠른 반격을 성공시키면서 서브 주도권을 가지며 최대한 리드를 벌리는 공식이 성립된다. 언뜻 들으면 단순 명쾌하지만, 빠른 공격 과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기술이 요구된다. 언제나 공이 치기 좋게 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날개 공격수는 블록과 상대 수비진영을 감안하며 크게 틀어 쳐서 각을 만들어내는 앵글샷과 페인트, 블록아웃을 성공시킬 기교가 필수고, 미들블로커의 경우는 세터의 커버 범위만큼 자신의 공격범위도 넓어졌기에 그만큼 빠른 스텝으로 전방위에서 뛰어올라 공격을 성공시켜야 한다.[3] 스피드 배구는 단순히 토스가 빠르다고 성립되는 것이 아닌, 팀 전체의 기량 향상을 통해 이뤄야 하는 복잡한 시스템인 것이다.

4 스피드 배구의 필요조건

4.1 선수 전원의 운동능력

스피드 배구는 축구의 토탈 사커와 유사한 전원 공격, 전원 수비 배구이다. 따라서 선수단 전체에 엄청난 체력과 운동능력을 요구한다. 전 포지션 공히 공격수라면 언제든지 공격에 가담해야 하므로 순발력과 부지런함, 수비 후 공격전환하는 반사신경, 기본 이상의 공격력이 필요하다.

세터는 코트 전체를 부지런히 뛰며 토스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은 물론이고 오픈 토스를 힘 있게 쏴 줄 몸 전체의 힘이 필요하다. 과거 쿠세식 토스는 손 움직임이나 상체만 받쳐줘도 무난했지만, 스피드 배구에서는 몸 전체를 활용해 강하게 토스를 쏴 줘야 빠르면서도 공격수가 힘을 실을 수 있도록 올라간다.

리베로의 경우 세터가 디그를 하여 세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언제든 세터 백업에 들어가야 하므로 리시브, 디그 못지않게 후위에서 나쁜 볼을 토스로 올려 줄 상황이 의외로 많다. 이 때문에 장거리 오버핸드 토스 능력은 물론, 언더핸드로 오픈 공격을 연결할 수 있는 이단연결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4] 거기에 전위의 센터 중 이단연결이 좋은 선수가 있다면 금상첨화. 심지어는 인성은 멘탈갑이지만 실력은 진퉁인 프랑스 대표팀의 에이스 에르뱅 은가페(Earvin Ngapeth)처럼 윙스파이커임에도 프리롤로 뛰면서 유사시에 토스를 안정되게 올리는 굇수들 또한 존재한다.

그러므로 제대로 돌아가는 스피드 배구에서는 주전의 중요성이 크지 않다. 모든 포지션에 로테이션을 돌려야 하며, 특히 리시브에 가담하는 레프트들은 주전으로 한 경기 풀로 돌리는 것조차 체력적으로 어렵다. 그만큼 많은 리시버를 확보해야 한다.

4.2 리시브가 거지같이 와도 흔들리지 마라

스피드 배구는 애초에 서브 리시브가 나빠도 어떻게든 해결한다라는 자세에서 출발한다. 스피드 배구는 리시브가 제대로 안 된 공도 개인 능력으로 만들어 토스를 올린 뒤 처리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배구 해설자들이나 현장 지도자들은 서브 리시브가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라고 세뇌 수준의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리시브가 완벽한 상태에서 공격전개를 해야한다 데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5][6] 그러나 서브가 더럽게 와서 리시브를 거지같이 올려준다 하더라도 나빠도 멘탈붕괴해서 몰빵배구를 시전하면 스피드 배구는 무너진다. 선수 전원이 리시브에 참가하고 공격에 참가하고 수비에 참가한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애초에 나날이 서브와 공격이 강해지기 때문에 리시브는 거지같을 수밖에 없다는 전제로 하는 것이 스피드 배구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세터의 피지컬이다. 모든 리시브가 정확하게 전위 중앙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므로 세터도 그만큼 움직여 토스를 할 일이 많고, 자세가 무너진 채 토스를 할 일이 많다. 따라서 리시버가 어떻게든 올려놓은 공을 커버하려고 하는 세터의 운동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여기는 단순히 나쁜 리시브를 쫓아가는 퀵니스와 주력을 요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리시브 코스가 튀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쫓아가 토스를 해 내는 멘탈과 경기 집중력 및 시야, 그리고 토스를 힘 있게 올려 주는 강한 피지컬이 필요하다. 즉, 이단 연결에서의 세터의 커버리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옛날 배구에서 가장 취약한 것이 바로 이 부분. 세터들이 속임수를 위한 쿠세 토스만 하니 손목이나 팔 힘으로만 토스하는 습관이 들고, 오픈토스를 힘 있게 쏴 주는 기초부터 기르지 않아 피지컬이 약한 약골들이 매우 많다. 믿기 힘들겠지만 오픈토스를 힘 있게 쏴 주는 것은 되려 몰빵배구를 하면서 나아진 쪽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옛날 배구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당장 성적이 급한 감독들은 제대로 오픈토스를 쏴 줄 수 있는 피지컬 좋은 세터보다 기교파를 선호하는 것이 문제.

세터가 고질적인 문제인 팀은 그래서 한국 배구 특성상 양산되는 기교파 세터들의 공통적인 문제를 매해 겪고 있다. 첫째, 낮고 느린 토스를 속공이나 시간차 시도때조차 하거나,[7] 둘째, 나쁜 볼 처리 몇 번 하다 보면 그새 등짝과 허리, 발목에 무리가 가서 주저앉는 것. 최태웅,[8] 유광우 등이 대표적. 스피드 배구의 핵심은 낮더라도 빠른 토스를[9] 언제든지 최상의 상태로 뿌려주는 것.

4.3 공격수 전원의 개인기

전원이 공격수이자 수비수이자 미끼이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나는 키가 작고 수비를 잘 하니까 리시브를 잘 하면 공격에서 빠진다? 그런 거 없다. 그런 마인드라면 차라리 리베로로 전향해라. 리시브에 성공했으면 즉시 중앙으로 달려들어 파이프를 시도하는 척이라도 해 상대 블로커를 유도해야 한다. 날개 공격수 역시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키가 작다고 해서 공격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과거 브라질 배구의 에이스였던 지바 고도이 필류나 현재 지바의 역할을 맡고 있는 무릴루 엥드리스, 상기에 소개한 프랑스의 에르뱅 은가페, 2016 FIVB 월드리그 MVP인 세르비아의 마르코 이보비치 등은 키가 190cm 초반인, 현대 배구에서는 윙스파이커 치곤 키가 작은 축임에도 좋은 공격력을 가졌다. 이들은 공격수로서 기본적으로 탄력을 바탕으로한 점프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한 템포 빠른 공격을 무기로 한다.

공격스킬로써, 스피드 배구에서는 언제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토스가 올라오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되기 때문에 조금 부정확한 토스라도 개인기로 어떻게든 상대 코트로 밀어넣는 기술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현대 배구의 공격수에게 연타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공기압이 높았기 때문에 갖다대기만 해도 공이 짝짝 감겼지만 현대 배구는 그런 거 없기 때문에 나쁜 토스를 연타로 처리하는 기술이 모든 선수에게 필요하다. 즉, 나쁜 토스의 공은 연타로 처리하여 일단 상대편 코트로 넘긴 뒤 블로킹으로 점수를 얻거나 상대팀의 공격을 다시 수비해 내어 공격을 성공해내는 것이 연타가 가지는 중요성이다.한 마디로 개개인의 모든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 혹은 이단 연결된 공이 윙스파이커가 처리하기가 나쁘지 않다면 연타가 아닌 강타로 곧바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이런 능력을 가진 선수라야 그 팀에서 에이스가 될 수 있다.

또한,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 스피드 배구를 하는 팀의 공격수들은 리시브 전부터 공격수들을 좌우로 넓게 분산하여 블로커들의 시선을 돌리고, 동선은 최대한 짧게 그 자리에서 일직선으로 달려들어 공격하는 것이 스피드 배구의 기본이다. 이 때문에 분업배구와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위치에서 공격하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며, 좌우스윙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위에 링크된 두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모든 영상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일관되게 직선적임을 알 수 있다. 분업배구는 로테이션 상황에 따라 주공격수를 정위치에 보내기 위해 좌우스윙을 시키는 사례가 많은데[10] 이 과정에서 수비 방해는 물론 스윙하는 동안 공격에서 제외되므로 스피드 배구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잘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11]

특히 중요한 것이 스텝인데 스피드 배구는 통상적인 백어택이나 오픈 공격이라 할지라도 세터가 공을 올리면 투 스텝만에 바로 떠서 스파이크를 찍는 것이 중요하다. 2015-16 시즌 V-리그에서 오레올 까메호가 파이프 공격으로 다른 팀을 털어제꼈는데 이게 가능했던 이유가 다른 선수보다 한 템포 빠른 공격이라 블로커들이 따라가질 못해서 프리로 열어줬기 때문이다. 파이프가 프리로 열리게 되면 거기에 연계되어 속공이 활발히 전개될 수 있고 그렇게 블로커가 분산되면 자연스레 사이드 공격에서도 길이 열리게 되면서 시간차, 오픈 등 모든 공격 전개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미국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아예 전담 블로커를 일일이 지정한 적도 있다. 이러면 결국 투 블록 이상 세우긴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대 공격 중에 반드시 노 블록인 상황이 벌어질테니까 이런 식으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국내에서 스피드 배구를 할 때 제일 애먹는 게 이 부분이다. 전술 특성상 세터가 공을 낮고 빠르게 올려줘야 하니까 거기에 템포를 맞추면서 투 스텝만에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 그래서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오레올의 대각에 후위 레프트로 송준호보다 박주형의 활약이 더 좋았던 건, 파워나 운동 능력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현대 배구에 걸맞는 스텝과 템포 등에 잘 맞춰나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문성민이 2015-16시즌 정규시즌 MVP를 받고도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렸던 건 MVP를 받을 정도로 잘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그보다도 문성민이 현대 배구의 적응 속도가 많이 더디다고 봤기 때문이고.

4.4 세터

스피드 배구에서 세터는 핵심 자원이다. 퍼펙트 리셉션을 포기하는 만큼 세터가 뛰어다니면서 커버해야 하고 리셉션 즉시 공격 작업에 들어가서 똥볼이 올라오더라도 가장 공격이 원활해보이는 포지션으로 낮고 빠르게 쏴주는 것, 달리 말하자면 공격 작업에서 세터의 커버리지가 좁다면 아무리 전원의 운동 능력이 좋은 공격수들을 배치해도 템포가 확 죽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드 배구에서 세터는 운동능력도 중요하지만 멘탈도 상당히 중요하다. 세터가 멘탈 흔들려서 믿을맨한테 공격을 몰아준다거나 에라 모르겠다 하고 떠맡기듯이 주는 순간 와장창… 이렇듯 세터의 중요성이 대두되다보니 현대캐피탈이 스피드 배구를 천명하며 가장 먼저 한 것은 팀 레전드인 권영민을 쌩신인이던 노재욱과 트레이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규시즌 압도적인 질주를 하며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확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챔결에서 세터가 멘탈 무너질 때 어떻게 되는지도 느끼게 해줬다.

5 아시아권의 현황

5.1 이란

이란의 경우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박기원이 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면서 1990년대까지 아시아에서 배구 변방국이었던 이란을 스피드 배구 시스템으로 잘 묶어 아시아 선수권 메달권에 올렸고, 2002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남겼다. 이후 후임 조란 가이치, 훌리오 벨라스코 등 유럽 명장의 영입으로 성적을 올리며 이란 남자배구는 사실상 세계권에 들어섰고, 2016년 리우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였다.

5.2 일본

일본의 경우 스피드 배구가 퍼지기 시작한 후에도 여전히 15점 서비스 포인트제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력 하락으로 1996, 2000, 2004년 3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실패하는 등 국제대회에서 계속 졸전을 거듭하자 일본 배구계는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우에다 타츠야가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하여 본격적으로 스피드 배구를 도입하면서 일본 남자배구는 다시 아시아권 상위권으로 도약하였다. 그 결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진출에 성공했다.

5.3 대한민국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아직도 이런 스피드 배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몰빵배구로 퇴보하였다. 그 이유로는 이런 전술적 변화가 오고 있을 때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해서였다. 그 기점은 2002년부터였는데, 부산 아시안게임은 최고권위 대회인 아르헨티나 세계선수권대회와 일정이 겹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남자선수들의 병역 해결이 최우선 과제였던 대한배구협회는 국제배구연맹(FIVB)에 세계선수권대회 불참 통보라는 최악의 병크를 저지른 상태였다. 만약 배구협회가 정상적인 마인드로 국가대표팀을 운영했다면 A팀·B팀으로 나눠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 각각 파견하여 이와 같은 사달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같은 아시안 게임 참가국인 중국일본, 카자흐스탄 3개국은 1진을 세계선수권으로 보내고 2진을 아시안 게임으로 보냈다. FIVB는 세계선수권 참가국 전체에 당시 지역예선에 출전한 선수 중 9명 이상이 참가한 A대표팀을 보낼 것을 지시했고, 아예 불참한 한국은 FIVB 1년 출장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이후 대한배구협회의 로비로 간신히 경감되기는 했지만 배구협회의 바보같은 대표팀 운용으로 인해 국제대회 출장정지로 국제경쟁력이 박살나 버리고 한국배구가 갈라파고스화된 주 원인이 되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한국대표팀은 본선 진출조차 못하고 있는데, 그때가 바로 스피드 배구가 대세가 된 시기이다. 그 결과 세계무대는커녕 이젠 아시아에서조차 밀려나고 있다.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피지컬에서 우월했던 한국 배구팀이 일본에게 준결승에서 관광당했고, 2015 월드리그에서도 일본에게 밀리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박기원 감독이 LIG 그레이터스 감독 시절 스피드 배구를 해 보려고 했으나 주전 세터의 역량부재로 시도만 해 보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결과가 나왔다.

2014~2015 시즌의 김세진 감독이 스피드 배구를 한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스피드 배구라 보기는 어렵다.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의 시스템은 송희채가 과거 석진욱과 같은 역할을 맡아 리베로와 리시브를 전담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날개 쪽의 공격 부족을 센터인 시몬 아티스가 라이트도 도맡아 상쇄하며 상대 블록진을 혼란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다른 국내 공격수들의 공격 순도가 높아지고 토스도 분명 빨라지기는 했으나, 동선과 시간을 근본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송희채를 공격보다는 리시브에 묶어 두는 등 몰빵을 없앤 밸런스 배구라 할 수는 있어도 스피드 배구라 할 수는 없다.

2015년 4월,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호철의 후임으로 세터 최태웅이 급작스럽게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취임하며 스피드 배구를 선언하였다. 2015~16시즌 개막 이후 아직 본격적인 스피드 배구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스피드 배구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단 과거 같은 외국인 몰빵배구는 확실히 아니다.

그리고 2015-16 시즌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최태웅 감독은 2년차 세터 노재욱을 중심으로 리베로 여오현, 라이트 문성민, 센터 최민호, 레프트 오레올를 이용한 스피드 배구를 보여주고 있으며, 결국 시즌 막판 16연승을 달성하면서 V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는 한국 배구에도 스피드 배구가 가능함을 보여준 구실점이 되었다. 최태웅 감독은 2월 25일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인터뷰에서 "일본은 10년이 걸렸는데, 이렇게 빨리 될 지 몰랐다"라는 평을 남겼다.

그 외에 따져 본다면 14-15 시즌 강만수 감독의 서울 우리카드 한새가 여기에 부합된다고 볼 수 있지만, 노답 성적+막장 프런트+병풍 외국인 선수+똥손 세터라는 외부요인으로 인한 반강제 스피드 배구인 것이 문제. --그리고 똥손 세터가

여자부는 그런 거 없다. 트라이아웃 도입으로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조금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 15-16 시즌 대전 KGC인삼공사헤일리 스펠만의 몰빵은 눈물이 날 정도...

그나마 가까운 팀은 전임 황현주 감독의 유산을 유지하고 프로화 이후 단 한 번도 삼성 출신 인사가 코치로 합류한 적이 없는 수원 현대건설승부조작 이후 막장 행각으로 탱킹을 완벽하게 해 알짜 윙 천지인 박미희 감독의 인천 흥국생명 뿐이다.그래도 이재영으로 몰리는 느낌인 건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전자는 젊고 능력 있는 윙 공격수의 부재와 그놈의 범실과 수비력으로 인해 센터인 양효진이 주포놀이를 하는 정상적이지 않은 운영을 하고 있고, 후자는 그냥 과거 회귀[12]밖에 안 된다.

6 국내의 문제

사실 스피드 배구란 말은 국내에서 만들어진 단어에 가깝다. 해외에서는 딱히 스피드 배구에 대해 별다른 명칭을 가지지 않는 걸로 보인다.

이 단어의 문제는 헤젠지 감독의 전술이 단순히 속도만 빠르게 한 전술로 보일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강성형, 김종민(배구) 감독이 스피드 배구를 단순히 속도만 빠른 전술 식으로 해석하는 인터뷰를 한 적 있고 언론에서 김세진 감독의 OK저축은행의 전술을 스피드 배구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기사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최태웅의 현대캐피탈 정도를 제외하면 전제부터가 틀렸다. '빠른' 배구로서의 의미로선 맞지만 베르나르두 헤젠지의 배구로 보기엔 문제가 많다.

헤젠지 감독이 창시한 이 배구 전술은 단순히 토스 속도가 좀 빠르게 하고, 속공 몇개 섞고 이런게 절대 아니다. 위에서 줄곧 설명해왔지만 이 전술은 21세기 들어 제도적인 변화와 경기 흐름의 변화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요컨대 그동안의 배구가 20세기 배구라면 스피드 배구는 21세기 배구인 것이고 수많은 변화에 맞춰 선수들의 포지션에 대한 재해석과 공격 전개에 있어 무수히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헤젠지 감독이 창시한 스피드 배구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퍼펙트 리셉션의 포기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최태웅을 제외하면 레프트의 윙 리베로화를 피한 감독이 없다. 즉 여전히 퍼펙트 리셉션에 집착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스피드 배구가 되는가? 그리고 스피드배구는 퍼펙트 리셉션의 포기 이후에 상태가 안좋은 토스를 빨리 공격으로 연결하기 위해서 자연스레 중앙후위공격 즉 파이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선 스피드 배구라고 하면 대부분 중앙 속공을 강조하는 뉘앙스의 말들이 많으며, 실제 경기에서도 대부분의 팀들은 파이프 공격을 거의 쓰질 않는다.

이렇게 된 이유는 김세진 감독의 OK 저축은행이 대전 삼성 블루팡스를 격파하는 과정에서 리시브 라인의 정비와 세터를 손보며 비교적 공격 면에서 밸런스 잡힌 배구를 구사하게 되고 그중 특히 부각된 게 로베르틀란디 시몬 아티스의 중앙 속공이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게 애초에 시몬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센터이며 쿠바 국가 대표팀에서도 시몬의 중앙속공은 중요한 공격루트이다. 맨날 뻥오픈 몰빵만 하는 외국인들만 보다가, 가운데서 블로킹도 하고 무시무시한 속공을 수시로 날려대는 시몬이 나타나니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김세진 감독의 OK저축은행이 선보인 것은 토탈 배구라고 볼 수는 있을 지언정 세계적 흐름인 헤젠지의 배구와는 무관하다. 문제는 그렇다 할지라도 김세진의 위업은 분명 대단했고[13] 그가 보인 배구의 일부분이 비슷해보였기 때문에 이리 된 것이다. 그 전에 김호철 감독의 전술을 C퀵 많이 쓴다고 스피드 배구라고 했던 적도 있었던 걸 감안하면 국내언론이나 배구계가 정말 헤젠지식 배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언론의 태도에 상당히 불편한 사람도 많다. 그래서 국내의 모 블로거는 이 전술의 이름을 '헤젠지식 배구'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제로도 다수의 배구 팬들은 스피드 배구와 헤젠지식 배구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국내에서 이상하리만치 스피드 배구를 외국만의 것, 우리는 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기는 풍토가 강했다. 당연하지만 이 풍토를 주도한 건 前 삼성 감독 신치용. 헤젠지 배구, 스피드 배구와는 정반대인 외국인 오픈몰빵으로 V리그를 평정한 신치용 감독은 자신의 몰빵배구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국내선수들은 "'피지컬과 스피드의 한계 때문에 스피드배구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했다. 대표팀 감독으로 월드리그에 출전해서 다른 국가의 스피드 배구에 막혀서 졸전을 하면서도 전가의 보도처럼 "아시아권에서 스피드 배구는 힘들다"는 변명을 시전하였다. 이 때문에 악질 삼엽충들이 줄곧 스피드 배구는 피지컬이 중요하니까 할 수 없고 몰빵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는 주장이 강했다.

그러나 어느 전술이건 피지컬의 영향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 없다만 몰빵배구야말로 주포인 용병의 피지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술이었고 스피드 배구야말로 그래도 피지컬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전술이다. 다 떠나서 이 글만 보면 대한민국이 서양 떡대들한테만 털린 걸로 보이는데 아시아에서도 털리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이란과 일본인데 이들의 피지컬이 그리 우월해보이는가? 심지어 리우 올림픽은 대만한테 지면서 최종 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떨어졌다.

꼭 악질 삼성 팬이 아니더라도 갑작스레 최태웅의 현대캐피탈이 새로운 전술로 정상에 오르게 됨에 따라 그에 대해 눈살 찌푸리며 짜증내는 타 팀 팬들도 분명 많다. 가장 대립하는게 OK저축은행 팬들. 이들 입장에선 챔피언 결정전에서 2번 연속 우승한 것도 자기들이고 V-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도 엄밀히 말하자면 자기들이 먼저였기에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간혹 타 팀 팬들이 스피드 배구를 현대만의 배구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세계적으로 이 배구는 이제 하나의 전술이라기보단 기본적으로 배구 팀이라면 깔고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래도 대체로 2016년을 기점으로 해서 단순히 현대 팬들의 과도한 스피드 배구 찬양이 보기 거슬리는 것이지 전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하지만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아직도 스피드 배구 관련해서 국내에는 많은 편견이 남아있고 거기다 기나긴 몰빵배구 강점기로 인해 세터들의 질적 저하가 심각해서 현실적으로 새 전술 도입이 힘든 부분이 많다. 당장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두 팀의 주전 세터들은 쌩신인이었으니… 다른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유소년 교육 과정부터 프로 이후까지 배구계 높으신 분들이 힘써야 할 일이 많으며 팬들 또한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위해서라도 새 전술에 대해 편견없이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해보인다. 가뜩이나 배구 쪽은 상하위 격차가 심하니까 전술적으로 타개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테니
  1.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2인+리베로의 리시브라인과, 아웃사이드 히터 2인, 아포짓 히터(라이트) 1인, 미들히터(센터) 1인의 공격 라인.
  2. 윙스파이커들 역시 빠른 공격을 위해 투 스텝으로 뛰어 간결하게 스윙을 하는 방법으로 스파이크 방법을 바꿨다.
  3. 미들히터의 경우 점프-히팅의 2박자 타이밍으로 간결하게 공격을 전개한다. 세터의 토스 정점에서 빠르게 때리기에 상대편 블록라인이 알고도 못 잡아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 정상급의 미들히터로 쿠바의 로베르틀란디 시몬 아티스와 미국의 데이빗 리를 꼽을 수 있다.
  4. 리베로가 후위에 있을 경우 오버핸드 토스로 길게 오픈 토스를 넣어줘야 한다. 좀 더 심화된 기술로는 전위에 있을 경우 언더핸드 토스로 미들히터에게 속공으로 연결해주는 이단연결이나 후위 어택라인 근처에서 빠르게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오버핸드 토스 등이 있다.
  5. 물론 공격의 시작점인 리시브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리시브 캐치를 잘할수록 그만큼 찬스볼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니까 말이다. 그러나 스피드 배구에서의 좋은 리시브는 몰빵배구의 퍼펙트 리셉션의 개념이 아니라, 더럽게 날아온 서브를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즉, 서브가 더럽더라도 최악의 리셉션은 피하고 되도록 세터가 커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리시브를 해야 한다는 얘기.
  6. 여담으로, V-리그에서 세터의 세팅(패스) 기록은 리셉션이 된 공을 3보 이내의 거리에서 세팅한 것을 세팅성공으로 본다. 그리고 배드 리셉션이 된 공의 2단연결을 따로 기록하지는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세팅성공 타이틀을 여러 차례 받은 유광우염혜선이 고평가를 받는 게 V-리그의 풍토이다. 물론 이 둘 말고도 제대로 된 세터를 보기 힘든게 V-리그인지라(...)
  7. 낮은 것도 문제지만 느린 것도 문제다. 요즘 세계적인 미들 블로커들은 한국 세터들의 쿠세 토스를 압도하는 좌우 스피드를 가지고 있어서 세터의 손놀림에 속고 나서 공 보고 쫓아와도 막을 정도로 빠르다.
  8. 정작 감독으로서는 스피드 배구를 앞세워 한다.
  9. 높고 빠른 토스라면 높이를 살릴 수 있어 더 좋겠지만, 모든 팀이 드미트리 무셜스키로베르틀란디 시몬 아티스를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팀 공격수들의 높이에 맞는 토스를 빠르게 뿌리면 된다.
  10. 왼손잡이 주공격수가 로테이션상 왼쪽 코트에 있다면, 리시브 때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나오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는 반대가 된다. 특히 직선 공격이 약한 스파이커일 경우 이 문제가 심한 편.
  11. 좌우스윙이 적은 편인 선수가 V-리그에서 서재덕을 들 수 있다. 서재덕은 왼손잡이 아포짓임에도 서브 캐치 또한 좋아 아웃사이드히터로 기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의 자리가 아닌 왼쪽에서도 일정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준다.
  12. 테일러+이재영+김수지는 10-11 시즌 반다이라 마모루 대행시절의 업그레이드(미아+한송이+전민정) 정도라고 보면 된다.김혜진은 둘 다 있으니 거론 안 해도 된다 게다가 윙에서 두 선수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워낙 높아 하나만 맛이 가도 노답이 된다.
  13. 창단 2년만에 상위권이 고착화된 V-리그에서 자기만의 전술로 우승을 거둔다는 건 김세진의 감독 역량이 국내 감독 중에서는 뛰어난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