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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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 한국 축구가 잘하는 것은, 나는 좋은 축구를 못하지만 상대도 좋은 축구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서로 축구를 못하게 하는 데 능하다.

늪에서 하는 축구가 아니다.
진흙탕 축구, 논 축구, 논두렁 축구, 뻘 축구, 갯벌 축구로도 부를 수 있다. 다만 들어올 수는 없다(...).

1 개요

'늪 축구'란 원래 양 진영의 경기력이 저하되어 다 같이 늪에 빠진 듯 허우적대다가 한 골 차이로 겨우 이기는 상황을 장난스럽게 일컫는 용어다. 즉 전술이 아니라 상황을 뜻하는 용어이다. 다만 한 골이나 두 골 차로 벌려놓은 상황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든 팀의 선수들이 후반전에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추가득점할 체력이 남아있지 않아서 굳히기 모드로 가야할 경우에 경기 페이스를 엿가락처럼 늘어뜨리며 시간을 끌다가 승리나 무승부를 지키는 상황은 생각보다 많이 있다.

다만 이러한 트렌드가 정형화 되고 정착하면서 전술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2 방법

1. 점유율을 포기하고 수비에 치중하되, 중원은 내주더라도 수비 지역에서는 끈끈한 조직력으로 상대방 공격수들에게 슈팅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겉보기에는 중원을 그냥 통째로 내주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중원에서부터 상대방의 공격이나 패스 등을 늦추기 위한 압박을 가하면서 공격속도를 늦추고 템포를 죽인다. 정 안되면 반칙을 해서라도 공격을 끊어서 템포를 죽인다. 아니면 오히려 공 점유율을 높여서, 상대방이 쉽게 공을 빼앗아 역습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변형된 패턴도 있다. 볼돌리기를 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는 패턴이 여기에 해당한다.

2. 의도적인 거친 플레이로 상대방 선수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여기에 낚여서 상대팀마저 똑같이 거칠게 나오면 금상첨화. 자연스레 파울이 많아지고 경기 템포는 뚝뚝 끊기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은 주의를 받되, 상대방은 카드를 받게끔 하는 상황을 연출시켜야 한다. 아니면 상대방이 먼저 거칠게 나오면 이를 역이용하여 경기 템포를 조절하거나, 압박 능력이 좋다면 아예 처음부터 자기 팀은 거친 플레이를 안 하는 대신 압박을 통해 상대팀이 먼저 거친 플레이를 하게끔 유도해서 이를 이용해 자기 팀에 유리하게 경기 템포를 조절하기도 한다.

3. 상대방의 공을 끊어내도 카운터에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확실한 역습 상황이 아니면 공을 뺏어도 의도적으로 공을 뒤로 돌리며 경기 템포를 죽인다. 역습 상황이 되어도 카운터는 몇 명의 선수에게 맡기며 수비적인 전술을 고수한다. 심지어 한 골을 앞서면 카운터를 가서 마무리를 짓지 않고 시간만 끌기도 한다.

4. 이렇게 수비적으로 경기를 하다 90분동안 아무리 없어도 한두번은 오는 아군의 세트피스 상황이 되면 집중력으로 골을 노린다. 보통 늪축구에 헤매다 지는 팀은 이렇게 경기 내내 몰아붙이다 세트피스 한 골을 얻어맞고 침몰하는 경우가 많다.

5. 여기에 드러눕기가 추가되면 침대축구가 된다. 참 쉽죠?

3 상세

이렇게 적어놓으면 단순히 안티 풋볼, 압박축구, 수비축구, 텐백과 무슨 차이가 있냐 싶지만, 여타 수비축구와 늪 축구의 차이는 기본적인 수비력에 끊임없이 상대방에게 끈덕지고 거친 몸싸움을 유도해 상대가 원하는 플레이를 못하게 방해하고, 서로 단순한 경기만을 하게 하는 등 게임의 모든 것을 하향평준화(…)시켜서 아군팀과 상대팀의 경기력이 함께 개판 막장이 되어버리게 만드는 데 있다. 만약 단순히 수비만 한다면 가패삼기 그냥 일방적인 원사이드 게임이 되고, 여기에 카운터를 추가하면 철퇴축구가 되지만 늪 축구는 전방 공격수들의 압박과 거친 플레이로 미드필더부터 상대 공격을 방해하면서 사이좋게 경기를 막장 상황으로 만들어가는데 있다. 결국은 전력이 약한 팀이 상대팀의 공격력을 떨어뜨리는 게 늪축구의 주목적인데, 그러다 보니 자기 팀의 공격력도 같이 떨어져서 양팀 모두 득점이 안 나오고, 경기 수준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어설픈 수비, 미드필더로 늪 축구를 시전하면, 그냥 수비만 하다 지는 일방적인 학살 경기가 되어버린다.

4 원인

늪 축구를 하는 이유는 간단한데, 확실하게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실력이 없기 때문에, 경기 페이스를 엿가락처럼 늘어뜨려서 저득점 경기를 유도해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장땡이고, 정 안되면 패배하지 않고 무승부라도 노리는 게 늪 축구의 목적이다. 어차피 축구는 90분동안 상대보다 보다 골 많이 넣으면 이기고 골을 못넣더라도 1골도 실점하지 않으면 못해도 무승부를 이루는 스포츠인 만큼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과정을 희생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Winner takes it all의 극한을 보여주는 게 늪 축구.

단, 이는 큰 의미의 늪 축구고, 우리가 실제로 보게되는 늪 축구는 늪이라는 말이 괜히 붙는게 아닌게 전술한 경기 페이스를 떨어뜨리는 요소는 선수들의 경기 운영 이상으로 경기장 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치며, 경기장이 진짜 늪일때 늪 축구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한국이 속한 아시아의 축구 환경에서는 늪 축구를 꽤 자주 볼 수 있다.

유럽은 대부분 경기장 시설이 잘돼있고 추춘제시즌을 치르기 때문에 시즌중인 겨울엔 추우면 추웠지 덥진 않고, 웬만하면 필드가 건조하고 수중전 할일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보기 힘들지만 축구 인프라가 다소 빈약하고 춘추제를 해서 습한 여름에 축구를 할 일이 있는 나라의 경우는 1. 수중전, 2. 폭염, 3. 떡잔디라는 늪 축구의 3대 필수요소들이 결합해 시너지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날에는 선수들의 개인기량 이전에 필드가 한여름 장마철이 돼버리므로 아무리 기량과 구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필드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쭉쭉 빠지며 공 몰고 나가는 것도 더러운 환경이 되어 강제 늪 축구가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런 상황에서 90년대 스페인 국대같이 비교적 피지컬이 떨어지던 팀이 해외 원정에서 업셋을 당한 것, 아니 대한민국 대표팀이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스페인전, 독일전에 뒷심을 보여준 것도 당시 미국의 경기장 날씨가 무지막지하게 더웠기 때문에 노장 중심의 스페인, 독일이 버티지 못하고 후반 추격을 허용한 것이다. 이런 막장 환경에서 시합을 치르려면 실리적 대응차원에서 아예 이런 막장 늪 축구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게 그나마 현실적인 것.

사실 유럽쪽에서도 아주 보기 힘든 건 아니고 지중해성 기후인 남유럽에서는 여름철보다 겨울철 강수량이 더 많기 때문에 수중전할 일이 더 많은 편이다. 그리고 영국 등 서유럽도 1년 내내 강수량이 일정한 편이기 때문에 수중전 할 일이 아주 없진 않으며, EPL에서는 아예 겨울에 눈 맞으며 경기하는 일도 있다. 그러니까 1.수중전, 2.폭염, 3.떡잔디 중 폭염만 빠진 상황에서 경기하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다. 물론 수중전이란 건 습한 공기, 미끄러운 잔디와, 제대로 물이 안빠져서 생기는 물웅덩이때문에 경기장 상태가 안좋아지는 것이라 경기장 시설이 좋고 습도가 낮은 겨울의 수중전은 여름의 수중전과 비교되지 않는다. 늪 축구로 악명높은 유럽팀 이탈리아, 동유럽, 발칸반도의 경우 대체로 경기장 시설이 낙후되어 이런 상황을 상대적으로 자주 겪는 것이기도 하다. 중동은 배우길 침대축구로 배운 것도 있지만 일단 날씨와 낙후된 경기장이 늪 축구를 강요하는 측면이 많다. 다만 중동 지역은 폭염은 심각하지만, 지중해에 접한 몇몇 군데를 빼고는 수중전은 없다고 보면 된다.

5 인식

한골 차로 이기는 쪽에서는 심장이 쫄깃쫄깃 하지만 지는 팀 입장에서는 정말 빡치는 경기 패턴. 어쩌다가 어부지리로 한골만 넣더라도 텐백으로 잠그는데다 단순히 수비지역에서 막기만 하는게 아니라 미드필더부터 비벼대기 때문에 이를 뚫어낼 공격수, 미드필더가 없으면 상대하는 팀으로서는 상당히 골치가 아프게 되고, 거기에 침대축구까지 콜라보로 시전하면 멘탈이 나가버린다. 더군다나 토너먼트라면 다음경기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서 점유율이 7:3이든 6:4든 결국 경기의 승패는 점수가 가르는 것이므로 경기 내내 우세하다가 진 쪽에서는 정신승리라도 시전할 수 밖에 없다. 아름다운 축구 했잖아.

세계 어느 리그에서 경기해도 이런 이기기만 하면 끝인 노잼 축구는 욕을 먹는다. 한국에서 축구 경기가 벌어질 때 어쨌든 팬들의 쪽수가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순간은 국가대표 경기고 수비형 미드필더가 뭔지, 압박이 뭔지도 모르는 평범한 시청자들은 알기 쉽고 멋진 개인기가 속출하며 골이 시원시원하게 터지는 재밌고 화끈한 경기를 원한다. 늪 축구도 축구 볼줄 아는 매니아층에게는 묘미가 있고 미드필드에서 어떻게 비벼대나 반칙하나 한 번에 넘기는 패스의 정확도나 공격수들의 위치선정 등 관전포인트를 잡아서 재밌게 시청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라이트팬들 입장에서도 비싼 돈 받고 그딴 잠오는 축구 할거냐고 욕이 절로 나올 정도...지만 K리그는 문서 최상단 이영표 해설위원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거의 모든 클럽이 늪 축구를 할 줄 알고 ACL에서도 타리그 내로라하는 명문팀들이 K리그를 상대할때 어려움을 겪는게 바로 이 언제든 발동하는 늪 축구. 생존이 걸려있는 중하위권 클럽이라면 거의 필수스킬이다. 대표적인 클럽이 대구 FC와 인천 유나이티드로 선제골을 넣고 앞서가는 경기를 하면 상관없지만, 만에 하나 선제골을 먹힌 상태에서 끌려가는 경기가 되면 상대 입장에서는 욕이 절로 나오는 늪 축구를 보여준다.

HD 고화질 시대인 대한민국 방송환경에서도 웬만큼 화질이 좋던가 경기 화면에 집중하지 않는 한, 늪 축구의 3대 필수요소인 수중전, 폭염, 떡잔디는 봐도 눈치채기 어려울 수 있고 또 이게 왜 어려운지 잘 체감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늪 축구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관전포인트도 잡지 못하면, 90분 동안 국대경기라는 의무감에 사로잡힌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던가 돌리지도 못하다 욕하게 된다.

유럽의 빅 클럽경기만 선호하는 축구팬들과 비교해 보면 k리그의 클럽경기까지 즐겨보는 축구팬들은 어느 정도 축구에 대한 이해가 깊은 팬들이다. 거기에 화려한 축구에 반해서 강팀의 팬이 되었더라도 년식이 차다 보면 화무십일홍이라고 결국 영원한 강팀은 없기에...나약해진 축구에 실망해 팬질을 접거나 팬질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축구는 이기는 게 장땡이란 사실을 체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복싱으로 비유해 보자면 아웃복서 둘이 붙어서 12라운드 내내 스텝 밟고 잽 날리고 클린치해대서 라이트 팬들은 수면제에 가까울 정도로 지루한 경기지만 매니아층은 뛰어난 경기력이었다고 극찬하는 경우와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누구한테나 까인다 다만 국가대표에서 늪축구가 용인되는 경우는 조별예선 등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이 걸렸을 경우, 승점이 위험하다던가 한일전이라던가 최근 트러블이 있던 국가와의 경기가 있다. 또 스페인이나 독일, 브라질처럼 압도적으로 강한 국가와의 경기는 용인되곤 한다.

그러나 아시아국가처럼 우리가 축구실력도 그들의 문화도 얕잡아보거나, 2010년대 초반 몇 차례 평가전을 가졌던 크로아티아처럼 실제로는 훨씬 강한데 라이트팬층들에게는 잘 체감이 안 될 경우 심한 비난을 당하곤 한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얼마 안 지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게 되는 모드리치와 바이에른 뮌헨 전 멤버로 맨유를 꺾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며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 멤버인 올리치와 당시 뮌헨으로 막 이적했던 만주키치 등 몹시 강력한 국가였으나 라이트 팬층에게는 그들의 강력한 전방압박과 모드리치가 대표해서 보여주는 활동량과 공을 지키고 드리블 전진하는 플레이 등이 와닿지 않아 많은 비난을 퍼부었다. 모드리치는 국내에 친숙한 epl의 토트넘에서 오래 뛰면서 단순히 공을 지킬 뿐인 기성용과 명확한 클래스 차이를 오래 보여와서 사실 중원의 열세는 불 보듯 뻔했는데도 불구하고...레알 이적한 후에 뛰었으면 그게 또 당연하다고 정당화 됐을 거다.

또 이는 축구문화에 따라 다른데, 브라질 월드컵에서 볼 수 있었듯 브라질 축구팬들은 이러한 늪축구를 혐오해 경기가 지루해 질 거 같으면 자국대표팀에게도 열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경기를 무난하게 이기거나 월드컵 우승까지 했는데도 경기가 지루했다고 자국 국민들한테 욕을 먹어온, 그것도 다른 팀들보다도 욕을 많이 먹어온 게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이다. 이는 2014년에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 심각하게 정신적인 부담을 줘서 결국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악의 비극의 원인이 되었다.

축구 경기를 일종의 축제처럼 취급하는 터키 축구팬들, 예를 들어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 자주 나가는 갈라타사라이와 같은 클럽의 팬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맞불을 놔서 3:2로 패배했을 경우 우리의 정신을 보여줬다고 만족하는 반면, 늪축구로 1:0으로 이길 경우 이겨도 우리의 정신과는 맞지 않는 축구였다며 속에 쌓아놓곤 한다. 반면 현실주의와 실용주의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이탈리아의 경우 늪축구건 반칙축구건 1:0으로 이기면 그만이란 성향이 강하다.

늪축구가 제대로 시전될 때의 스코어는 무조건 0:0 아니면 1:0이다. 전술했듯 늪 축구는 처음부터 저득점 경기를 유도하고 경기를 지지부진하고 느릿느릿하게 끌고간 뒤 한 골만 넣고 이기는 축구를 말한다. 1골을 먹어서 남은 시간안에 2골을 넣으려면, 또는 선제골을 먼저 넣었는데 안타깝게도 동점골을 허용해서 추가골을 넣으려면 무조건 경기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늪 축구는 사라지고, 카운터 위주의 철퇴축구가 됐건 난타전이 됐건 페이스가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 제일 중요한 것이므로 90분 언저리에 추가골로 2:0이라던가 서로 지지부진하게 플레이 하다 세트피스로 득점한 2:1 등등의 스코어도 늪축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6 사례

2015년 AFC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전술(?)로 대두되면서 회자가 되기 시작했지만 사실 늪축구의 본좌는 바로 그리스다. 역시 잔디좌의 나라 오토 레하겔 감독이 이끌던 그리스는 무려 4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보란치)를 중앙에 쑤셔넣는 5-4-1 닥치고 수비의 늪 축구로 유로 2004 우승까지 차지했고, 상대적으로 타 유럽 팀들에 비해 약한 전력임에도 만만히 볼 수 없는 데는 바로 이 늪 축구가 한몫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전반에 1명이 퇴장당했음에도 일본을 늪으로 끌어들이며 0:0 무승부, 코트디부아르에겐 2: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도 코스타리카를 늪으로 끌어들였으나 승부차기에서 케일러 나바스를 넘지 못하고 패배. 다만 그리스는 의외로 신흥 늪 축구 한국에게 호구잡혔다. 그야말로 공한증 최대의 미스테리. 한국은 그리스를 상대로 2014년까지 A매치 전적 4전 3승 1무로 한국이 매우 앞선다. 심지어 홍명보호도 박주영과 함께 그리스를 털어버린 적이 있다. 사실은 2010년의 복수를 위해 일부러 먹혔다는 농담이 있는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박주영의 활약(?) 덕에 홍명보호는 조별리그 광탈한 반면에 그리스는 오히려 조별리그 통과하여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그리스를 너무 원망하거나 질투하거나 하면 안 되는 게 그리스가 무실점으로 비겨준 덕분에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결과순위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앞설 수 있었다.

이 그리스 못지 않게 늪 축구로 악명 높은 나라를 찾자면 남미의 우루과이를 들 수 있다. 우루과이의 늪 축구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수준이다. 우루과이가 위치한 곳이 세계 최강급 팀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이 버티는 복마전 같은 남미라서 끈끈한 수비로 버티는 늪 축구를 구사하는 것. 그런데 문제는 이 늪 축구가 아주 몸에 배어버린 것인지 분명히 우루과이보다 한 수 아래의 팀과의 경기에서도 종종 늪 축구를 시전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상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우루과이와의 역대 전적에서 1무 6패로 절대 열세에 있는데 경기 내용을 보면 대부분 한국이 공세, 우루과이가 수세(....)로 나가다 한국이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으로 선제골을 못 넣고 멘탈이 흔들리고 있을 때 순간 우루과이의 역습으로 수비 조직력이 붕괴되며 선제골을 먹고 그 뒤로 우루과이의 지능적인 시간끌기에 당하는 패턴이었다. 어째 묘하게 중동 팀들한테 당하는 패턴과 유사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아예 잉글랜드, 이탈리아를 늪에 빠뜨려 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우루과이는 디에고 고딘이라는 걸출한 수비수가 지휘하는 탄탄한 중앙 수비를 바탕으로 잉글랜드를 상대로는 1실점으로 틀어막고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를 통한 역습으로 2골을 넣어 2 : 1로 승리했다. 그리고 이탈리아를 상대로는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세트피스 찬스에서 얻은 수비진의 지휘자 디에고 고딘의 결승골로 1 : 0 승리를 했다. 우루과이에 패한 두 팀은 모두 조별리그에서 광탈했으니 정말로 늪에 빠진 셈이다.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는 북한도 늪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 3차 예선에서 북한은 3승 3무, 4득점 무실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당시 북한과 한 조에 속했던 팀들 중 가장 전력이 막강했던 대한민국도 2번이나 0 : 0 무승부를 기록하며 북한의 늪에 빠질 뻔했다. 그리고 최종예선에서는 당시 중동의 왕자로 군림하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늪에 빠뜨려 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평양에서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홈 경기에서 북한은 끈끈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1 : 0 승리를 거두었으며 8차전 사우디아라비아 원정 경기에서도 북폰 리명국의 신들린 선방에 힘입어 0 : 0 무승부를 거두어 44년 만에 본선에 올랐다. 북한을 상대로 1승은 고사하고 1득점도 올리지 못한 사우디아라비아는 플레이오프로 밀렸고 플레이오프에서 바레인에 밀려 탈락하면서 5회 연속 본선 진출이 좌절되었다. 심지어 북한은 본선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늪 축구를 구사해 꽤 고전시켰다. 피파랭킹 1위 팀과 105위 팀의 대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파랭킹이 무색할 정도로 브라질은 북한의 늪 수비에 막혀 전반전 내내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며 고전했고 후반전에 간신히 마이콘과 엘라누의 골로 2 : 0으로 앞서갔으나 후반 종료 직전에 지윤남에게 만회골을 허용해 북한을 상대로 2 : 1로 신승하는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북한의 늪 축구는 딱 거기까지였고 2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문자 그대로 도륙이 나면서 0 : 7로 대패했고 3차전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는 이미 더 잃을 것이 없었던 지라 온몸을 던져가며 수비했지만 결국 0 : 3으로 패배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파라과이 축구 국가대표팀도 이 경기와 이 경기에서 늪 축구 성향이 있었고, 8년 전에도 시대를 앞선 늪축구 의심 사례가 있다. 심지어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도 스코어, 경기 내용을 잘 보면 16강 토너먼트부터는 죄다 1:0으로 간신히 승리해서 우승했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 티키타카인 줄로만 알았는데 점유율로 상대방을 늪에 빠뜨리는 늪키타카, 변형 늪축구였다 늪 축구를 구사했다고 볼 수 있다. 남아공 월드컵 문서 내의 해당 문단 참조. 다른 팀도 아니고 이 팀을 늪에 빠뜨린 스페인의 위엄

사실 위의 개요 부분에서 1. "점유율을 포기하고 수비에 치중하되, 중원은 내주더라도 수비 지역에서는 끈끈한 조직력으로 상대방 공격수들에게 슈팅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갈 수 있으면 높게 가져가서 상대방 공격수들이 공을 빼앗거나 공을 가지고 역습이나 공격, 슈팅할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다."로 바꾼 것만 빼면 생각보다 늪 축구의 설명에 부합되는 편이었다. 게다가 이 당시 스페인은 점유율은 많이 가져가지만 주전 스트라이커의 잉여짓 및 제로톱 시스템으로 인한 심각한 골대 앞 병목현상 골 결정력 부족에 허덕였고,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공을 잘 빼앗지 못하니까 역습 시도를 제대로 하지를 못하고 역시 공격력과 경기력이 떨어져서 서로 공만 왔다갔다하면서 허우적대다가 스페인이 어찌저찌 1골을 겨우 넣고 이기는 식으로 남아공 월드컵 우승국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2010년의 스페인도 넓은 의미의 늪 축구에 포함시킬 수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레한드로 사벨라 감독이 이끈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도 2014년 월드컵 한정으로 넓은 의미(?)의 늪축구를 구사한 팀으로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가 이 때 만약 독일을 이기고 우승했다면 2010년의 스페인을 완전히 재현한 팀이 될 수 있었다.

2016년 유로에서도 포르투갈도 늪축구를 구사하여 1승 4무라는 희대의 성적으로 4강까지 올라왔다. 4강에서도 역시 늪 축구를 구사하여 가레스 베일 이 이끄는 웨일스를 2 : 0 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 그리고 끝내 개최국 프랑스를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1 : 0 으로 이기고 우승까지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자신들이 늪 축구 의 본좌 그리스에게 휘말려 결승에서 패배했던 유로 2004 대회의 완벽한 재현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에선 이란이 악명 높으며, 주로 희생되는 팀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으로 침대는 옵션 다른 중동팀과 이란 대표팀의 차이가 생기는 건 다른 중동팀은 어설프게 한국을 상대로 미들 싸움을 걸었다가 역으로 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대부분의 중동팀은 한국 상대로 그냥 닥치고 수비로 나오고 물론 침대축구는 기본으로 장착하지만, 이란은 예외로 다른 중동팀에 비해 수비력이 한 수 위인데다 한국과 미들, 공격 부분에서 맞상대가 되기 때문. 게다가 자바드 네쿠남이라는 전문 프리키커까지 있다 보니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는 시종일관 진흙탕 경기를 벌이다 네쿠남의 프리킥, 네쿠남의 어시스트(...) 한 방에 털리고 막판 침대를 보면서 멘탈이 나가기 일쑤다. 심지어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에선 리오넬 메시가 있는 아르헨티나를 늪으로 빠뜨리는가 했으나...메시의 인저리타임 결승골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이란 자신들이 늪에 빠졌지

세계무대에서 한국 축구가 보여주는 특유의 스타일그리스 늪축구를 능가하는 대한민국의 갯벌축구이기도 했는데(2002년 월드컵 4강 히딩크식 늪축구하지만 독일식 늪축구를 이기지 못했다) 어설프게 티키타카한다고 설치던 조광래호 이후 한동안 실종되었다가 슈틸리케호에서 조금씩 재현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그리고 2015년 AFC 아시안컵에서 세경기 연속 1대0 늪축구로 어찌어찌 이기는 실로 늪같은 저력을 보여줬다 그래도 요새는 상대를 늪에 빠뜨려놓고 팬다

사실 한국 축구에서 위에 설명된 하향 평준화식 늪축구를 가장 제대로 보여줬던건 2007년 AFC 아시안컵을 이끌던 핌 베어벡 감독이다. 지금은 6경기 3골이니 토너먼트 전부 승부차기니 정도만 회자되는 베어벡 시절이지만 당시의 경기를 보면 한국과 경기하기 전엔 엄청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상대들이 전부 한국과 경기만 하면 죄다 예능축구를 구사하면서 경기를 사이좋게 막장으로 만들어갔다. 이 당시 경기들이 얼마나 막장이었는가 하면 드리블 중에 공밟고 자빠지는 선수가 속출했고 아주 기초적인 기본기들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일이 이렇게 되었던 이유는 베어벡의 전술을 들 수 있는데 베어벡은 06년 월드컵에서 결승진출에 성공한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전술을 보고 "이제 대세는 수비축구다"라고 인식을 해서 극단적인 수비성향을 보이게 된다. 덕분에 04년 아시안컵에서 이란과 4:3의 화력전을 펼치는 등 전통적으로 아시아권에선 공격일변도 성향이 강했던 한국이 07년엔 제대로 공격하는 모습이 몇 번 안될 정도로 수비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 강력한 수비망을 뚫을려고 상대팀은 들입다 부딪치지만 계속 실패하다 서로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어 버리고, 누구라고 할것없이 전부 예능축구를 시전하게 되는것이다.

다만 베어벡식 늪축구의 문제는 공격력이 너무 빈곤했다는 점으로, 전술에서도 그렇지만 프리미어리거 박지성과 설기현이 부상으로 못나오고 K리그에선 선수차출 항명파동으로 제대로 선수 뽑기가 힘들었던 탓에 공격력이 역대 최악이라 할만큼 막장이 되어 6경기 3골이라는 결과가 되어버린 것. 당시 베어벡에 대한 반응이 극도로 나빴던 것은 이런 상황이 종합해서 나타난것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시청자들은 화끈한 공격축구나 수비적이라 해도 이기면 그냥 넘어가주는 편인데, 베어벡호는 공격은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어떻게든 이긴다고 하기도 뭣한 승부차기 진출에, 늪 축구의 필수요소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경기 중 예능 시전으로 축구팬들이 OME를 외치게 만들었던 탓이다. 경기나 일찍 끝났으면 모르지만, 빈곤한 득점력 때문에 매번 연장전 승부차기 크리. 연장전으로 인한 체력소모는, 다음 게임에도 수비위주의 전술을 사용하게 만들고 공격력을 더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켜 지켜보는 사람마저 늪에 빠질 지경이었다.

덕분에 아시안컵이 끝나고 늪 축구 하다가 본인이 늪에 빠진 지친 베어벡 감독이 자진사퇴를 함으로써 베어벡호는 종결. 이때의 기억 때문인지, 이후 국민들은 한국이 아시아권 팀을 상대로 딱히 다득점을 하지 못해도, 지거나 최악의 졸전만 하지 않으면 그런대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A대표팀 외에 올림픽대표팀이나 연령별 대표팀에서는 이광종호의 축구가 늪축구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를 구사하는 클럽중에 가장 유명한 팀은 디에고 시메오네 지휘하의 AT 마드리드가 있다. 물론 이들의 전력은 절대적으론 약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강한 레알 마드리드나 FC 바르셀로나같은 강팀들을 잡기 위해 늪 축구를 구사한다. 기본적으로 클래스가 높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역습전개가 상당히 매끄러워 공격과 수비 모두를 잡게되는 효과까지 누리게된다. 실제로 시메오네가 부임하고 난 뒤 AT마드리드는 레알과 바르샤팬들이 가장 붙지 않았으면 하는 클럽이 되었으며, 종종 거친 파울로 인해 비판을 받고있기도 한다. 늪축구라기에는 공격도 강하다. 악어를 키우나? 이 늪축구 기조는 AT 마드리드가 유럽에서 손꼽히는 강팀이 되고도 변하지 않아, 15-16시즌 20라운드 기점으로 30득점 8실점이라는 경이로운(...) 늪축구를 보여준다. AT 필드 가동 같은 라리가의 바르샤와 레알 마드리드가 같은 시간 각각 50득점 15실점, 57득점 19실점을 기록하고도 승점에서는 AT에 밀린다는 걸 보면 이 팀의 전술적 특징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