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1 1988년 출간한 토머스 해리스의 스릴러 소설

한니발 렉터 4부작 중 2부에 해당한다. 소설 자체도 수작이지만, 그 유명세의 가장 큰 원인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동명의 영화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1 주요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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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주인공. 유능한 정신과 의사로서 명성이 자자하지만, 식인종 한니발(Hannibal the Cannibal)이란 무시무시한 이명으로 불리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이다. 작중에선 이미 수감된 상태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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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의 실질적인 주인공. FBI 아카데미에서 교육과정을 수료중인 학생으로, 잭 크로포드의 명령을 받고 버팔로 빌 살인사건의 수사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렉터 박사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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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행동과학부(BSU)의 과장. 전작 레드 드래곤에서도 비중있게 등장하는 인물이다. 과거 FBI 교육생 강좌에서 스탈링을 만난적이 있으며, 이때 그녀의 유능함을 알아보곤 버팔로 빌 사건 수사를 위해 랙터박사를 만나서 정보를 캐내라고 명령한다. FBI 요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뛰어난 통솔력과 인망을 지녔으며 자신도 뛰어난 수사관으로서 명성이 자자하다. 렉터가 높게 평가하는 몇 안되는 인물이며 크로포드 또한 렉터의 위험성을 작중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여담으로 스콧 글렌은 미해군 경찰로 지낸적이 있다.N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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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범인으로 여성들을 납치하여 살가죽을 벗기는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 버팔로 빌은 경찰측에서 붙인 별명으로 본명은 '제임 검브'이다. 자세한 사항은 해당 항목 참고.
  • 프레더릭 칠튼(Frederick Chilton) - 앤서니 힐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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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렉터가 수감된 볼티모어 정신이상 범죄자 수감소의 소장이자 정신과 의사. 특이한 정신상태를 지닌 렉터를 자신의 연구대상으로 이용하여 명예와 부를 이루려는 탐욕적이고 오만한 인물이다. 렉터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이유를 빌미로 삼아 렉터를 괴롭히는데, 이 때문에 렉터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로 찍혔다. 물론 한니발이 가만히 있을 인물이 아닌지라 나름대로 반격을 가하는데 원작에서는 렉터가 칠튼을 여러가지 형태로 조롱하며 계속해서 골탕먹인다.[1]
작중 스탈링과 랙터와의 대화를 엿들어 버팔로 빌 사건해결의 공을 가로채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렉터가 멤피스에서 이송 도중 탈출하자 보복이 두려워 휴가를 내고 외국으로 도피했다. 이후의 행적은 불명이지만 후속작 한니발에서 언급되는 내용과 여러가지 정황상 렉터 박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운명이였고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2] 원작과는 다르게 영화에서는 렉터가 칠튼을 미행&죽이기 위하여 외국까지 따라온 모습이 묘사된다.
  • 바니 매튜스(Barney Matthews) - 프랭키 페이슨(Frankie Fa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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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정신이상 범죄자 수감소에서 일하는 교도관. 칠튼이나 다른 간수들과는 달리 한니발 렉터의 인격을 존중하며 예의바르게 대했기에 렉터는 바니를 우호적으로 생각하며 말을 잘 듣는다.[3] 후속작 한니발에서 렉터가 바니와 자주 대화를 나누며 철학이나 예술 등을 가르쳤다고 언급되는걸 보면 두 사람의 관계는 스승과 제자인 것처럼 보인다. 버팔로 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수감소에 자주 찾아오는 스탈링에게 여러가지 도움을 주기도 한다. 훗날 렉터가 멤피스에서 탈옥하여 자신을 괴롭힌 칠튼은 죽였지만 바니는 타겟에서 제외되어 목숨을 건진다. 오히려 렉터가 바니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안부편지를 보낼 정도.
양들의 침묵에서는 바니의 비중이 약하지만 후속작인 한니발에선 조연급으로 활약한다. 수감소의 예산 삭감 및 폐쇄 때문에 재소자들의 압수된 물건들을 폐기 시킬 때 몰래 렉터의 물건을 챙겼다. 그리고 그 후 렉터의 친필 사인이 있는 책이나, 엑스레이 사진, 그리고 그 외의 물건들을 수집가들에게 거액에 팔아서 생활비로 쓴다. 메이슨 버저도 그 중의 하나. 그 이외에도 주식에 손을 대는 모양. 그리고 시리즈 내에서 비중이 있는 캐릭터들 중 한니발과 스탈링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람이다.
  • 루스 마틴 (Ruth Martin) - 다이앤 베이커
테네시 주의 여성 상원의원. 딸인 캐서린이 버팔로 빌에게 납치되자 방송을 통하여 딸을 무사히 돌려줄 것을 호소하였다. 이후 버팔로 빌의 단서를 쥐고있는 한니발 렉터에게 정보를 얻는 조건으로 상원의원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렉터를 좀더 시설이 편리한 멤피스의 교도소로 이감시켜준다는 약속을 한다. 훗날 스탈링의 활약으로 딸이 무사히 구조되자 여러가지로 스탈링을 도와주었다는 언급이 후속작 한니발에서 나온다.
  • 캐서린 베이커 마틴 (Catherine Baker Martin) - 브룩 스미스
루스 마틴의 외동딸. 영화판에서는 묘사가 극히 적어 알 수 없지만, 원작에서는 머리는 비상하지만[4] 공부에는 관심이 없으며 마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급된다. 애인과 자주 만나며 반동거 형식으로 노는듯 하다. 재수없게도 버팔로 빌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었지만, 스탈링의 활약으로 무사히 구조된다.
  • I. J. 미그스 (I. J. Miggs)
볼티모어 정신이상자 수감소에 수감된 죄수로 한니발 렉터의 이웃. 렉터를 만나러 온 스탈링에게 계집냄새가 난다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스탈링의 얼굴에 자신의 정액을 던지는 무례한 행동을 한다.[5] 다음날 미그스는 혀를 깨물고 자살한 채로 발견되는데, 자신이 호감을 갖고있는 스탈링을 건드린데 화가 난 렉터가 언어로 심리 공격을 가하여 자살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렉터가 스탈링의 복수를 해준 셈이다. 미그스에게 당한게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후속작 한니발에서 고인임에도 불구하고 스탈링의 심리묘사에서 자주 언급된다.
  • 벤저민 라스페일 (Benjamin Raspail)
제임 검브(버팔로 빌)의 옛 애인으로 볼티모어 심포니의 단원이었다. 작중에서는 이미 사망한 고인. 과거 렉터에게 진찰받은 적이 있는 환자이며, 제임 검브가 살인을 저지르고 살가죽을 벗긴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렉터의 진찰을 받도록 주선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렉터는 작중 범인인 제임 검브(버팔로 빌)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렉터는 라스페일에 대해 조사하면 버팔로 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힌트를 스탈링에게 준다. 렉터의 힌트대로 라스페일이 빌린 개인창고에 찾아간 스탈링은 그 안에서 골동품 자동차를 발견하는데, 그 안에서 라스페일의 새로운 애인인 클라우스(Klaus)의 머리가 알코올에 담긴 큰 유리병에서 발견된다.[6]
  • 아델리아 맵(Ardelia M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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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스의 FBI 아카데미 동기이자 룸메이트. 아카데미내에서의 성적은 차석을 유지할 정도로 우등생이다. 눈치가 빠르고 배려심이 많아 버팔로 빌 사건을 맡아서 고생하는 친구 스탈링의 마음을 읽고 여러가지로 도와준다. 스탈링도 아델리아를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는데, 후속작인 한니발에서 우정반지를 보내며 우정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 짐 펨브리(Jim Pembry) & 보일(Boyle)
렉터 박사가 멤피스로 이송도중 임시로 수용됐던 곳에서 감시를 맡았던 감호경찰들. 탈옥을 감행한 렉터에 의하여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보일은 철창에 매달린채 내장이 도려내지고 팔에 천이 휘감긴 천사의 모습으로 발견되었고, 펨브리는 렉터에 의하여 얼굴가죽이 벗겨져 그가 탈옥할 때의 속임수 도구로 이용된다.

2 영화 양들의 침묵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제 63회
(1991년)
제 64회
(1992년)
제 65회
(1993년)
늑대와 춤을 양들의 침묵 용서받지 못한 자
장르범죄, 공포, 스릴러
러닝 타임118 분
개봉일시1991.06.15
감독조너선 데미
출연조디 포스터, 앤서니 홉킨스, 스콧 글렌
작곡하워드 쇼어
국내등급청소년 관람불가
한니발 렉터 영화 시리즈[7]
양들의 침묵
(1991)
한니발
(2001)
레드드래곤
(2002)
한니발 라이징
(2007)

1을 원작으로 하여 1991년 개봉한 조너선 데미(Jonathan Demme) 감독의 스릴러물.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작품상, 각색상, 편집상, 음향상 등 7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작품상, 각색상의 5관왕 수상겸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스릴러물의 걸작을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앤서니 홉킨스, 조디 포스터 등 연기파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이 명작을 만들어낸 요소 중 하나다. 악마적이고 지적인 천재 살인마 한니발 렉터의 이미지는 이 영화 속의 홉킨스를 통해서 완성되었다고 보는 게 옳다. 덕분에 여자친구들이 도망갔지만 상관없어

렉터가 영화 전체를 통틀어 16분 남짓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다.[8] 렉터가 등장하는 장면 대부분은 카메라(관객)를 바라보고 있으며 눈깜빡임이 극히 적다.[9]

악역이자 또다른 주인공인 버팔로 빌이 수술을 거부당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 때문에 개봉 당시 게이 커뮤니티의 비판을 받았다.[10] 영화 후반부에 버팔로 빌이 알몸으로 춤추며 성기를 허벅지 사이에 감춰 여자처럼 보이게 하려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영화 상영 당시에는 국부가 모자이크 처리되면서 숏의 의미가 크게 훼손당한 아쉬움이 있다. 거시기에 뭔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국내판 DVD에서는 역시 훼손됐기에 자세히 보려면 외국산 DVD를 사야 한다. 참고로 홍콩판에는 한국어 자막이 있다. 여하튼 호모포비아 영화로 낙인찍혀 아카데미 수상 당시 동성애자 단체에서 항의 시위도 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주연인 조디 포스터는 글래스클로짓이었던 레즈비언이었으니.

덧붙여 이 부분은 원작에서 크로포드가 정보를 얻기 위해 취재하려 하는 성전환수술 전문의의 입을 통해 그대로 예언된 내용이다. "사건 보도 때 동성애자나 성전환 대상자들에게 편견이나 피해가 가지 않게 해달라. 그들은 대부분 매우 수동적이고 점잖은 사람들이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크로포드는 이걸 심드렁하게 흘려버려서...

근데 실제로도 별 피해는 안갔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버팔로 빌의 엽기행각을 보면 트랜스젠더라는 개성은 변태 살인마라는 압도적인 개성 앞에 존재감이 흐려진다. 도라에몽을 보면서 얘가 고양이인지 너구리인지 따위 별 신경 안쓰이는 것과 같달까. 만능로봇이면 됐지

본 영화의 백미는 중후반부에 나오는 두 번의 교차 편집이다. 이 편집 테크닉은 지금보면 수수한 감이 있지만 후대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영상매체가 서술 트릭을 잘 사용한 하나의 예이기도 하다. 나방을 통해 대사 한 마디없이 버팔로 빌이 범인임을 직감하는 장면도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잘 살린 연출이다.

후에 데미 감독은 《찰리의 진실》이라는 영화를 감독하기도 했는데... 그렇다, 이것은 박중훈한국 배우가 최초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영화다. 정확히는 1960년대 오드리 헵번 주연의 스릴러 영화 《샤레이드》의 리메이크다. 다만 쫄딱 말아먹었다는 게 문제지(...) 그래도 대박 히트작 이후 말아먹는 다른 감독들에 비해 그럭저럭 자기 커리어를 잘 이어가고 있다. 근작 《레이철 결혼하다》 역시 좋은 평을 받았다.

해골무늬나방이 입을 가리고 있는 포스터도 유명한데, 나방의 등 무늬는 실제가 아니라 달리의 사진을 재구성한 것이다. 원작은 7명의 여인들이 모여 나체로 해골 무늬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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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에서 스탈링과 렉터는 단 한 번 직접 접촉하는데, 후반부에 이송된 감옥에서 자료를 건네줄 때이다. 창살 너머로 손끝이 얼핏 스치는 장면에서 손가락이 클로즈업된다. 이 장면 직전 클라리스가 마침내 양의 울음소리에 얽힌 기억을 털어놓는데, 본래는 회상장면을 넣으려 했으나 예산이 부족한 관계로 둘의 대화 장면으로 끝냈다고 한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출중한 연기를 펼쳐 오히려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밑은 (지금은 폐간된) 영화잡지 필름2.0 324호에 실린 허지웅 기자의 글 중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앤소니 홉킨스의 명품 애드리브와 정말로 화난 조디 포스터의 유명한 정신병원 씬이다.

조디 포스터는 짧은 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 지금 앤소니 홉킨스라는 이름의 저 영국 배우가 빈정거리는 모양새란 대본에 없는 내용일뿐더러 리허설 때도 하지 않았던 대사다. 그들은 볼티모어 주립 정신이상자 수용병원에서 클라리스 스탈링과 한니발 렉터가 처음으로 만나는 <양들의 침묵>의 도입부를 촬영 중이었다.

“값비싼 가방에 싸구려 구두라, 때 빼고 광냈지만 품위가 없군. 영양상태는 좋아 보이지만 저소득층 백인 쓰레기 집안의 자식일테고, 웨스트 버지니아 억양이 자기도 모르게 묻어나고 있어.” 여기가 문제다. 웨스트버지니아 운운하며 조디 포스터의 남부식 억양을 따라해 조롱하는 행동 따위는 전혀 미리 논의되거나 합의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흡사 연기의 일부가 아니라, 조디 포스터를 향한 개인적 공격처럼 느껴졌다. 당황을 넘어 이젠 화가 치밀어 오른다. 탁 후지모토는 두 사람을 번갈아 찍는 대신 두 대의 카메라를 한꺼번에 작동시켜 배우들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기대했던 조나단 드미의 컷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포스터는 자신이 빨리 다음 대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망적이다. ‘문제는 저 망할 치가 내 억양을 따라하며 조소를 날렸을 때 머릿속이 이미 하얘져 버렸다는 거지.’

침이 꼴깍 넘어가고 눈자위 밑으로 미세한 경련이 두어 차례 지나갔다. 앤소니 홉킨스의 치켜뜬 두 눈이 그제야 시야에 온전히 들어왔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붉게 충혈된 잔인한 눈이다. 입가에 흩어진 미소가 그의 눈동자와 강렬하게 대비됐다. 그 안에 반사된 자신의 표정을 발견했을 때, 더 이상 그녀는 화를 내거나 당황하고 있지 않았다. 두려움에 질려 있었을 뿐이다.

앤소니 홉킨스의 예기치 못한 즉흥연기는 다음 컷에서도 계속됐다. 그가 빠른 속도로 공기를 들이마시며 기괴한 소리를 냈을 즈음 조디 포스터는 공포에 눌려 숨조차 쉬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악몽같이 길고 긴 촬영을 모두 마치자마자 조디 포스터는 상기된 표정으로 앤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드미에게 3자대면을 요청하고 나섰다.

“어쨌든 이런 식으론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두 분 모두 아실 거예요.” 그녀는 조나단 드미가 애초 클라리스 스탈링 역으로 원했던 배우가 자신이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미셸 파이퍼나 엠마 톰슨이 아니라 정말 미안하군.’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들을 속으로 삭히며 조디 포스터는 이를 꽉 깨물었다.

앤소니 홉킨스에 대해 그녀가 아는 것이라곤 영국의 연극무대를 주로 전전하며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미국에서의 스크린 나들이는 그리 주목할만한 결과를 낳지 못했다는 사실 정도였다. <피고인>으로 이미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는 그녀는 자신보다 곱절이나 나이가 많은 이 영국 배우에게 좀 더 격에 맞는 대우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앤소니 홉킨스는 예의 그 사려깊은 표정으로 정중히 사과했고 상황은 그렇게 일단락된 듯했다. 그녀가 모니터로 촬영 분량을 확인하기 전까지 말이다. 조디 포스터는 오늘 자신의 연기가 다른 때와 사뭇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거기에 클라리스 스탈링을 연기하는 조디 포스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겁에 질려 간신히 말을 내뱉는 남부 출신의 FBI 연수생이 존재할 뿐이었다. 여태껏 자신이 연기해본 그 어떤 역할보다도 클라리스 스탈링이라는 인물이 잘 이해되기 시작했다. 혹시 앤소니 홉킨스는 이걸 모두 계산하고 있었던 걸까. 고개를 돌려 그의 표정을 살폈다. 조디 포스터와 앤소니 홉킨스의 눈이 마주쳤다. 한니발 렉터가 찡긋, 윙크를 날렸다.

1996년 한국 종교단체 월간지 낮은 울타리에선 이 영화에서 광적인 식인 살육자를 연기한 앤소니 홉킨스가 착실한 기독교도(개신교)라면서 다시는 이런 쓰레기 같은 영화(?)에 안 나온다고 쓴 바 있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후 홉킨스는 후속작인 <한니발>에 나와 <양들의 침묵> 저리가라 할 정도의 고어 장면들(산 채로 뇌수술한다든지... 멧돼지 먹이...)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이건 틀린 이야기. 홉킨스는 웨일즈에서 자란 가톨릭 신자이고[1] 연기는 연기일 뿐이다. 드라마 악역배우를 현실과 동일시 하면서 욕하는 어르신들 생각하면 될 듯. 아니 저 낮은 울타리는 그 유명하신 사탄은 마침내 대중문화를 선택했습니다라는 불쏘시개로 대중문화는 죄다 사탄이라능 발악하던 짓을 한 신상언이라는 목사가 주도하는 곳이니 말 다했다.

그리고 90년대 초반, 한국 작가가 멋대로 써댄 속 양들의 침묵이라는 그야말로 불쏘시개 괴작도 있었다. 해리스가 이걸 봤더라면 렉터처럼 변하여 이 책의 저자를 고문해버렸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괴작 진면모를 보여준다!

1991년 당시 말이 많았던 게 이 영화가 국내에서는 고교생 이상 관람가로 개봉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시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서 미성년인 주인공들이 이걸 극장에서 보러 가는 장면도 나온다. 덕분에 렉터가 경비원 입을 물어뜯어버리는 장면이 드라마를 통하여 홍보(?)되기도 했다. 아무튼 당시 서울관객 28만 1천 명으로 당시 상당한 흥행을 거두었다. 물론 우리나라 심의가 이랬다저랬다 개판이기도 하지만, 이 당시만 해도 폭력적인 영화는 좀 관대한 점도 있었다.

참고로 버팔로 빌에게 납치당하는 캐서린 마틴을 연기한 배우는 브룩 스미스인데, 2010년에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한 에피소드에서는 '유괴당한 어린 딸을 찾아 헤매는 어머니' 역이다.(...)[11]

영화의 원작자인 토머스 해리스는 영화가 후속작을 집필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여, 후속작 한니발을 집필할 당시 영화를 보지 않았다.

하워드 쇼어가 작곡을 담당한 OST도 영화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 참고할만한 자료
94.08.13-박찬욱-양들의 침묵 (홍은철)

2.1 영화와 원작과의 차이점

  • 영화와 다르게 원작 속의 렉터는 마틴 상원의원측에 범인의 이름을 엉터리로 알려준다. 원작에서 렉터가 알려준 '윌리엄 루빈'이라는 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 이름은 '빌리루빈'이라는 색소에서 유래하였다.[12] 빌리루빈의 화학식과 다른 단서를 조합하면 칠튼의 아나그램이 된다. 또한 빌리루빈의 색깔은 칠튼의 머리색깔과 똑같다고 한다.
  •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한니발이 클라리스에게 전화를 하지만, 원작에서는 편지를 써서 안부를 묻는다. 그래서 "저녁식사 해야 할 옛 친구[13]가 있어서."이라는 명대사는 영화 오리지널이다!
  • 렉터가 수감중이던 감방의 묘사가 다르다. 소설에서는 쇠창살 안에 나일론 그물이 이중으로 쳐져 있지만, 영화는 전면부가 투명한 강화유리로 되어 있다. 이유는 짐작이 간다...(...)
  • 잭 크로포드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많이 생략되었다. 초반부에는 클라리스가 마음속으로 욕을 할 정도로 원작에선 깐깐한 인물로 언급되지만 불치병을 앓고있는 부인을 위해 여러가지로 신경써주는 가정적인 면모도 보인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풋내기인 스탈링이 버팔로 빌 사건에 관여하는걸 탐탁치않게 여기지만 잭 크로포드가 뒤에서 챙겨주며 믿어 주었기에 그만큼 활약한 것이다.
  • 렉터가 수감된 교도소 감방의 책임자 바니의 역할이 많이 축소되었다.(아니 사실 원작에서도 별 내용은 없지만...) 바니는 이후 후속작인 《한니발》에서 꽤 비중있게 등장한다.
  • 원작에는 전작인 《레드 드래곤》의 주인공 '윌 그레이엄'이 중간중간 카메오격으로 언급되지만 영화에서는 생략되었다.
  • 클라리스가 벤자민 라스페일의 차고를 조사할 때 TV 리포터 일행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삭제되었다. 사실 이 장면은 단편적으로 클라리스의 내면을 묘사하고 있다.
  • 원작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영화 초반부의 FBI 아카데미 장면에서 스탈링이 남자 견습생들과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에서 남자 견습생들에 비해 체격이 작고 연약해보이는 스탈링이 상당히 눈에 띄는데, 어릴적의 트라우마를 벗어버리고 강인해지려는 스탈링의 사상이 반영된 부분이다.
  • 영화엔 안나오지만, 소설판에선 '김원'이란 이름의 한국인 캐릭터가 잠시 언급된다. 직업은 FBI 교관으로, 훈련생들을 엄하게 가르치기로 유명한 모양.
  1. 예를 들어 칠튼의 연구논문과 관련된 학회편지가 우편담당직원의 실수로 자신에게 온적이 있는데, 이를 읽은 렉터는 칠튼의 논문에서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지적&비판한 내용을 담아 학회에 보낸 적이 있다. 정신의학회에선 렉터의 글을 그대로 학술지에 실어버렸고, 학자들의 엄청난 찬사를 받게 돼 버린다. 한마디로 칠튼의 논문을 철저하게 깔아뭉개면서 렉터 자신이 한 수 위니 까불지 말라고 굴욕을 준 셈. 열받은 칠튼은 그 즉시 침대와 수건등을 제외한 렉터의 개인사물을 모두 압수하고 정신교화용 비디오를 하루종일 보도록 만드는데, 라스페일의 창고에 갔다온 스탈링이 렉터의 감방에 다시 찾아왔을때 아무런 물품이 없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
  2. 한니발에서 칠튼과 함께 렉터를 괴롭힌 교도관 여러 명이 실종 or 살해되었다고 나온다.
  3. 렉터에게 무레한 대접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아는 몇안되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원작에서는 칠튼이나 다른 교도관들에게 렉터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 것을 부탁하기도 한다.
  4. 확실히 버팔로 빌에게 감금되었을 때 버팔로 빌이 아끼는 강아지를 붙잡고 협박해서 패닉상태에 몰아넣는 등, 다른 희생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면모가 드러난다.
  5. 감옥에 찾아오는 여성들에게 대부분 이 짓을 했다고 후속작 한니발에서 언급된다.
  6. 이후 렉터의 언급으론 검브가 라스페일과 클라우스를 죽일 걸 예상하고 찾아가서 그들의 시체를 먹었다고 한다(....)
  7. 개봉일 순
  8. 오스카 주연상을 수상한 배역 중 가장 짧은 등장시간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2번째다. 최단 시간을 기록한 배역은 58년 <Separate Tables>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데이비드 니븐의 15분 38초로 알려져 있다. 연기상 전체로 따지면 약 5분 40여초 출연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비어트리스 스트레이트가 최단시간 수상자.
  9. 홉뜬 두 눈을 보고 있으면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적게 깜빡거린다.
  10. 정확히는 성적인 이유로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는 설정.
  11. 시즌 5의 16화인 Mosley lane. 해외 웹을 검색해보면 실제로 이 화에서 그녀를 알아보고는 '20년 전엔 누군가의 납치당한 딸이었는데, 이번엔 딸을 납치당한 엄마 역이네.'라면서 재미있어하는 반응을 볼 수 있다.
  12. 윌리엄의 애칭이 (Bill) 혹은 빌리(Billy)다.
  13. 또는 저녁식사로 쓸 옛 친구라는 중의적 표현이다. (old friend for di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