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기본적인 개념도. 참 쉽죠? 이론상으로는...)
漸減邀撃作戦.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한 후, 태평양 전쟁이 터질 때까지 일본군 해군이 미합중국 해군을 대상으로 방어적인 함대결전사상에 기반을 두고 만든 작전이다.
쉽게 요약하자면 함대결전을 위해 중부태평양 남측 루트로 진격하는 미 해군의 주력함대를 맞이해서 순차적인 요격작전을 진행하여 전력을 깎은 다음(점감. 漸減), 약해진 적 주력함대를 상대로 최종적인 함대결전을 함으로서(요격. 邀撃), 함대결전에서 일본 제국이 승리한다는 작전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타워 디펜스
오늘날 중국이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제해권에 도전하기 위해 구상, 발전시키고 있는 A2/AD(반(反)접근/지역거부) 전략의 일본 버전이라고도 할 수도 있을 듯.
2 배경
러일전쟁에서 쓰시마 해전의 승리로 인해 전쟁을 승리로 끝낸 일본은 차후의 전쟁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해전을 이길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일본 제국이 생각하기에 충실한 함대전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으로 강화되었다. 처음에는 국내 경제력의 한계로, 나중에는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과 런던 해군 군축조약으로 해군전력이 제한을 받았기 때문에 조약에 따른 일본군 해군의 전력은 미국에 비해 60% 정도였으므로 정면승부는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920년대부터 점감요격작전의 기초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이 때의 함대결전장소는 오키나와나 일본 본토 부근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투중 항공모함의 함재기나 전함의 주포탄이 주변 지역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의견이 개진되었으므로 점점 함대결전의 장소가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고, 1940년의 시점에서는 오가사와라 제도나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전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3 과정
점감요격작전은 크게 아래의 5단계로 구성된다. 그리고 각 단계에 투입된 전력은 전투 후에도 아직 전투가 가능하다면 야간전에서의 함재기처럼 전장 여건상 투입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이면 다른 공격에도 참여한다. 이 사항에서 예외가 되는 것은 전함으로 구성된 주력함대뿐이다.
1. 잠수함으로 구성된 잠수함대와 갑표적을 투입해서 어뢰로 뇌격을 실시한다. 이들은 첫 공격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아군 부대를 상대하는데 정신이 팔린 적 함대에 뇌격을 가해 최대한 괴롭힌다. 일본군 해군은 적어도 이들의 공격이 출격한 미 해군의 전력 중 10%을 제거하길 기대했다.
2. 일본 위임통치령에 소재하는 해군항공기지 항공대와 항공모함의 함재기로 항공공격을 실시한다. 이 때 주 목표는 적 항공모함부대로 하며, 최대한 적의 항공력을 깎아내서 적 함대가 항공기의 엄호를 받을 수 없게 한다. 일본군 해군은 적어도 이들의 공격이 출격한 미 해군의 전력 중 10%를 제거하길 기대했다.
3. 야간에 공고급 순양전함과 중순양함, 경순양함, 구축함으로 구성된 수뢰전대를 투입해서 야간전을 벌인다. 공고급 순양전함과 중순양함은 적의 주력함대를 호위하는 호위함대의 순양함과 구축함을 제압해서 통로를 열고, 경순양함과 구축함은 해당 통로로 침입해서 적 전함부대에 산소어뢰로 뇌격을 날린다.
4. 오가사와라 제도나 북마리아나 제도 근방에서 이 때까지의 공격으로 인해 타격을 입고 약해진 미 해군 주력함대를 상대로 야마토급 전함을 선두로 한 전함전대가 함대결전을 벌인다.
5. 함대결전에서 패배하고 퇴각하는 미 해군 잔여함대를 구식전함이나 보조함, 항공대가 추격해서 끝장을 낸다.
이상의 과정을 거치면 미 해군함대는 사실상 소멸하고 적어도 미국이 다시 함대를 재건할 때까지는 일본의 연합함대가 태평양 서쪽을 지배할 것이며, 잘 하면 전투의지를 상실한 미국이 협상을 제안함으로서 전쟁도 빠르게 종결될 수 있다고 일본군의 수뇌부는 믿었다.
4 장점
엄청나게 비판받는 작전이었지만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4.1 적의 전력감소
강력한 적 세력을 상대로 해서 처음부터 무모하게 정면충돌하지 않고 보조전력과 항공력을 이용해서 최대한 적의 전력을 감소시킨다는 생각 자체는 의외로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애초부터 열세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면 적 사정에 맞춰주는 꼴이 되는 무모한 회전(會戰)을 하지 않고 가능한한 적의 전력을 깎아내는 작전이 더 좋기 때문에 점감이라는 생각 자체는 좋다.
4.2 지속적인 공격
점감요격작전에서 설명한 공격계획은 밤낮의 구분 없이 지속적으로 적을 공격한다는 구상이다. 적을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계속 공격한다는 것 자체는 매우 좋은 생각이다.
전투가 끝나면 누구나 휴식과 정비와 보급을 가지며 전투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깔짝거린다면 아무리 공격의 규모가 크지 않아도 전투력을 회복하기 어렵게 되므로 점점 전투력이 낮아진다. 따라서 향후의 공격이 더 잘 먹히게 된다.
4.3 주 전장의 이동
대규모 전투가 발생하게 되면 전투도중이나 전투 후 소탕전에서 주변 지역이 황폐화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결전장이 일본 본토에서 가까울수록 이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요 지역에서 어느 정도는 멀리 떨어지는 곳을 주 전장으로 삼는 것이 좋다.
이런 점에서 일본이 최종적으로 선정한 주전장 지역인 오가사와라 제도나 북마리아나 제도 지역은 중요 지역인 일본 본토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데다가, 피해를 입더라도 그렇게 큰 손해를 보는 곳은 아니었으므로 적절한 선택이었다.
5 단점
하지만 점감요격작전은 상기한 장점으로는 도저히 덮을 수 없을 정도로 단점이 엄청나고 크다.
점감요격작전의 기본은 본질적으로 아군지역에 들어온 대규모 적군을 게릴라전으로 괴롭히고, 후방을 교란하여 체력을 깎고 마지막에 주력을 내보내 격파하는 게릴라+회전의 사상을 지니고 있다. 이 게릴라+주력회전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응전략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소규모 군대가 대규모 침공군과 맞서싸울때 주로 사용하는 정공법 적인 전략이 일본의 생각과는 달리 엉망이 된데에는 두가지의 이유가 있다.
1. 바다와 육지는 다르다.
우선 점감요격작전은 미국과 일본간에 전쟁이 터지는 즉시 미 해군은 전력을 모아서 진격하고, 일본 해군은 그걸 맞받아친다는 방어적인 함대결전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헌데 만일 미국이 처음부터 방어적으로 놀거나, 전력집중의 시기가 늦어지는 등의 이유로 인해 진격시기가 크게 늦어진다면 저기서 가정한 상황부터 삐걱거리게 된다. 이런 생각이 가능한 이유는 이 작전에서 미국은 공격자의 위치에 서므로 공세시기를 미국 맘대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일본의 작전계획은 방어적이므로 미국이 어떻게 공격해올 지 예측하지 못하면 효과를 아예 못 볼 수도 있는, 신뢰성이 낮은 계획으로 굴러떨어질 가능성이 만발했다. 군사작전은 상대가 할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상정하고 계획하는 것이 기본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단점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이러한 전략의 오류의 핵심은 일본은 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바다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게 가장 크게 보인다.
육지와 바다의 차이점과 그에 따른 전략 문제는 다음과 같다.
1.1 육지는 병력이 이동가능한 루트가 몇개로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서로 전략으로 상대방의 사고를 읽고 병력을 옭아 매는 일이 가능해진다.
1.2 육지에서는 병력과 보급이 따로 움직인다. 병력이 이동하면 보급이 따라 움직이는 셈이다. 그러므로 적진으로 아군 병력이 깊게 들어갈수록 아군의 보급선이 길어지며, 이는 게릴라전의 가장 큰 먹이가 되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1.3 1과 2의 개념에서 게릴라전과 지친 적을 회전으로 쌈싸먹는 전략을 도출해 낼 수 있다.
1.4 바다는 특정한 루트가 없다. 즉 선택지가 너무 많아 적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다. (적의 병력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이미 점감요격작전의 신뢰성은 바닥으로 떨어진것이나 다름 없다. 당장 이글에서만 해도 대략 몇 개의 루트가 발생하는지를 보라.)
1.5 바다에서는 배에 있는 연료량을 통해 항해거리가 결정된다. 즉 병력과 보급이 합쳐져 있다. 바다에서도 보급선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보급기지를 중심으로 작전반경을 펼치고 그안에서 출동, 귀환을 반복하는 패턴을 지닌다. 그러므로 육지와는 달리, 작전반경 안에서는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지만, 작전반경을 벗어날수도 없게 된다.
1.6 4과 5의 이유 때문에, 바다에서는 이른바 중요한 보급 거점을 놓고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즉 지도에서 육지처럼 선과 면이 아닌 , 점과 원으로 표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특정한 거점에 많은 병력을 주둔시켜 놓고, 그 거점을 바탕으로 다른 거점을 차지하는 건너뛰기 방식의 싸움이 되며, 이럴수록 많은 병력이 필요해진다. 각 중요거점마다 병력을 뿌려놔야 하기 때문.
1.7 거점싸움이기 때문에 방어자의 거점이 많다면, 방어자가 공격자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불리해진다. 어느 거점을 공격할지 선택권이 공격자에게 있고, 많은 거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방어자에겐 더 많은 병력과 더 많은 물자가 필요하기 때문. 즉 일본이 초반에 잘나간다고 마구잡이로 보유한 병력에 비해서 전선을 길게 늘려버린게 방어적 전략으로서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던 것이다.
(일본의 가장 최악의 문제가 바로 전선정리가 안되는 점이었다. - 중국전선, 버마-인도전선, 남방전선, 소련을 상대로 묶여 있는 관동군, 조선주차군 등 일본은 자신의 국력에 비해서 전선을 너무 길게 늘렸고, 이는 각 지역의 병력 밀도의 약화로 나타났으며 한군데가 뚫리기 시작하면 급격히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1.8. 1.7에서 지적하였듯 공자에게 전장의 선택권이 있고 수많은 방어거점을 가지고 있는 이상 각 방어거점은 각개격파 된다. 이 문제를 완화하려면 중심지에서 대규모의 기동타격대를 운영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미군이 임의의 거점을 선택하더라도 신속하게 구원군을 파견하여 격퇴할 수 있다. 애당초 방어거점을 완벽히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적에게 유효한 타격을 주면서 상실하는 선택을 할 때에도 기동타격대가 있어야 적에게 더 많은 타격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점감요격작전을 선택할 경우 일본은 기동타격을 수행할 수 있는 항모와 중순향함 내지 고속전함을 주전력으로 삼았어야 하나 함대 결전사상에 매여 야마토급 같이 실용성은 없고 운영비가 비싸서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함선을 건조하는 데 많은 자원을 쏟는다. 미드웨이 해전#s-7.3의 결과를 참조하면 더욱 좋다.
2. 남의 땅에서 게릴라 전을 펼치는것은 어렵다.
점감요격작전은 기본적으로 방어적 전략이다. 아군지역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적군을 게릴라 전으로 갉아먹은 뒤에 지친 적을 상대로 아군 주력이 회전을 강요해서, 적을 괴멸로 이끌어내고자 하는 사상이니까. 문제는 점감요격작전은 방어적 전략이므로 준비된 아군지역에서만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아군이 공세를 펼쳐서 얻어낸 적 점령지에서는 점감요격작전을 쉽사리 발동시키기가 쉽지가 않다. 간단한 예로 과달카날 전역이 벌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적 점령지에 아군기지를 세우다가 싸움이 난것이다. 즉 적 점령지에서는 점령지 안정화와 추가 기지건설등을 해서 방어를 굳히기 전에는 점감요격작전을 실시할 수 없다는 뜻도 된다. 일본이 점령지를 빠르게 넓히면 넓힐수록 병력의 부족과 점감요격작전이 발동할 수 없다는 점이 일본의 발목을 붙잡게 된다.
5.1 미국이 방어자세를 취할 경우
실제로는 필리핀, 괌, 웨이크 섬 등지에 있는 미군을 구원해야 했고, 당시의 미 해군은 스스로의 전력이 일본보다 높다고 생각했으므로 미국이 이런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괌은 아예 전쟁이 터지면 잃어버릴 곳으로 선정하고 방어시설을 설치하지도 않았으며 필리핀은 바탄반도로 후퇴해서 6개월 정도 버틴다는 계획이 수립된 상태에 웨이크 섬도 방어력 강화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에 잃어버리거나 희생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을 미국이 이미 내린데다가, 설령 해당 지역들을 모조리 상실하더라도 미국이 함대결전으로 승부를 본다면 현지민과 주둔군이 겪을 고생은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기에 일본의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를 예측할 필요는 있었다.
5.1.1 완전방어시
미국이 해군 전력을 하와이에 있는 진주만에 모으기는 하지만 일본 해군의 연합함대가 하와이 근방까지 진격하면 이걸 요격해서 박살낸다는 전략을 취하거나, 미국의 국력이 전시생산으로 완전히 돌입해서 무기와 장비가 쏟아질 때까지 공세를 늦출 경우를 말한다. 일본은 이미 1937년부터 중일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거기서 육군의 출혈량이 상당했기 때문에 미국과는 달리 장기전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반면 미국은 일단 진주만 공습 이전까지는 유럽 서부전선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고 이미 공업생산량에선 세계 1위를 찍고 있었기 때문에 전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실제 역사는 달라서 미군이 우주방어를 굳히지 않고 적극적 공세를 펼쳤긴 했다. 하지만 점감요격작전 자체가 무조건 미군이 공격해 들어올 상황만을 예상하여 계획하였기에 작전으로서는 실격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미국이 우주방어를 하면 점감요격작전 자체가 쓰레기통에 들어가버린다. 그리고 일본이 할 수 있는 대응도 보통 아래의 몇 가지로 제한된다.
- 선제공격 - 추후 공세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연합함대가 하와이 근처까지 진격해서 미 함대와 결전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칭 하와이 해전이 벌어지며, 미 해군은 결전시까지 약간의 시간이 존재하므로 전력을 모으고 하와이 제도에 있는 미 육군항공대의 도움까지 받게 되므로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서 전투가 가능하다. 그러나 설령 여기서 일본 연합함대가 승리하더라도 만신창이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향후 작전시에도 지장이 크게 오게 된다. 더군다나 하와이는 당대 최고 수준으로 요새화가 되었기 때문에 하와이 인근에서 미군 함대를 격파한다고 하더라도 하와이 자체의 점령은 일본군의 전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하와이를 공략한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진주만 공습 수준의 공격이나 가능하며, 이 때는 미군도 경계태세에 돌입했을 것이므로 진주만 공습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도 없다. 하와이를 점거하지 못하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1],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전략적 패배가 될 수도 있다.
- 남방작전 후 공격 - 일단 남방작전에 전력을 기울여서 승리한 후에 미 해군을 상대로 해서 하와이 근방에서 싸우는 것이다. 이 방법을 택하면 일단 석유를 비롯한 필수 자원들을 확보하고 주변 적을 정리한 후 결전을 하게 되므로 일본측의 전력이 많이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점쯤 가면 미국은 전체 전력을 집중하게 되므로 선제공격을 채택했을 때보다 전력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일본이 승리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낮아진다.
-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견제용 공격을 조금씩 가할 경우에는 남방작전에 집중할 수 없는데다가, 일본군이 남방작전에 한참 돌입하여 일본 함대가 동남아시아쪽에 묶여있을 때 미국 주력함대를 일본 본토에 출격시킨다면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지므로 남방작전도 실패로 끝나고, 점감요격작전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일본 근해에서 대혈투를 벌여야 하는 대참사가 난다. 여기까지 가면 일본이 패배해서 쪽박신세가 되고 이겨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 게다가 이 상황은 일본에게 그나마 유리하게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일본 해군이 버마 근해와 같이 먼 해역까지 진출해 있었던 상황이고 거기서 발이라도 잡혔던 상황이라면[2] 미합중국 해군이 일본 본토에 도달하거나, 공세의 징후가 일본에 포착되었을 때 일본 해군 역시 멀고 먼 바닷길을 가로질러 와야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항공대, 육상포대를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홈 어드밴티지도 얻지 못하게 되며[3] 최악의 경우 일본 본토가 미 항모전단의 공습 타깃이 되었는데 일본군은 그것을 막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 기다리기 - 미 함대가 공격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해당 경우에는 남방작전을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모두 가정할 수 있다.
- 남방작전을 하는 경우에는 상술했듯이 미국이 견제용 공격을 하거나 남방작전중에 옆구리 찌르기에 들어가버리면 답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남방작전을 하지 않으면 자원이 없는 일본의 시궁창적인 상황 때문에 전자와 별로 다를 바 없다.
- 미국이 가만히 있다면 이런 위험성은 없어지지만, 1943년 중반을 넘어가게 된다면 그 때부터는 세계공업생산량 1위인 미국의 공장들이 전시체제에 완전히 들어감으로 인해 미국의 전력 상승과 전력집중이 너무 커지며 이 때문에 일본이 어떤 작전을 하던 간에 도저히 미 함대를 막을 수 없는 중과부적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당시 일본은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 상황이었으니만큼 매우 치명적이다. 그리고 미국이 핵폭탄 개발까지 성공하는 시점까지 넘어간다면 미국은 함대간 전투에 B-29를 동원해서라도 핵을 투하할 것이며,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아이오와급 전함이 16인치 핵 포탄을 일제사격으로 날리는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 [4]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5.1.2 전력 집중후 공격
미국도 일본에 대비해서 나름대로 전쟁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진주만 공습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그 준비가 일본에 비해 크게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 함대가 일본을 향해 진격하려면 그 전에 전력을 집중하고 무기와 장비를 수리, 보급, 확충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나 어느 정도 선까지 전력이 충족되는 것을 보고 출격할 지는 모두 미국 맘대로다.
이럴 경우 일본은 다가올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서 전력의 대부분을 특정 지역에 집중한 채로 유지해야 하는데, 언제 미국이 준비를 마치고 공격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당연하게도 남방작전 따위는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몇 척 안되는 보조함과 몇십 대 안되는 항공기라는 엉성한 지원아래서 진행해야 하며, 실패할 확률이 무지막지하게 높아진다. 그렇다고 남방작전에 전력을 집중했다가 미국이 공격해온다면 앞서 설명했듯이 진퇴양난으로 망한다.
5.2 미국이 다른 루트를 택할 경우
여기서는 일본의 의향대로 미국이 가급적 빨리 공세에 돌입해서 미 함대가 전진을 시작했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삼는다.
일단 미국이 공격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일본이 바라는대로 진격로를 중부태평양 남측 루트로 정해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앞서 말했듯이 공격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진격로도 제멋대로 정할 수 있다.
미국이 선택가능한 진격로는 북태평양 루트, 중부태평양 북측 루트, 중부태평양 남측 루트, 남태평양 루트로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중 한가지 루트를 선택하더라도 나머지 루트에 대한 견제용 공격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몰락 작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본토의 막강한 생산력을 이용해 조공의 규모가 주공의 규모가 되는 사실 주공만 둘이라 카더라 조공따윈 생산력 떨어지는 허접한 것들이나 쓰는 것 미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던 세력 또한 미군이었다. 단지 그러기에 시간이 조금 부족했을 뿐이다.
5.2.1 북태평양 루트
하와이 → 알류샨 열도 → 쿠릴 열도 → 홋카이도로 이어지는 루트다. 좀 더 간단하게 이해하려면 일본 해군이 진주만 공습을 하기 위해 사용한 항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이 루트를 탈 경우 일본군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떠안게 된다.
- 공격 파악시기가 늦어진다.
- 평소에 민간선박이 잘 다니지도 않고, 현지의 험악한 날씨로 인해 항공정찰도 효과가 덜하며, 일본군 해군이 이 지역에 평소에 배치한 전력까지 적기 때문에 쿠릴 열도 근방까지 미국 함대가 도달해야 눈치 챌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각지에 흩어지거나 다른 곳에 집중배치된 일본 해군의 전력이 집결할 때까지의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재수없으면 미 해군이 습격하고 지나간 후에나 주전력이 도착하는 막장사태가 발생한다.
- 즉시 동원가능한 전력이 적다.
- 해당 지역에는 공격 가능성 적음 + 중립조약을 맺은 소련이라는 존재로 인해 소련군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있는 전력이 적다. 이런 전력으로 미국의 주력함대를 막으려고 하면 점감요격이 아니라 각개격파를 당하는 사태가 난다. 그리고 일본군의 주력함대가 도착할 때까지 미 함대는 진격하면서 각지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 소련과 너무 가깝다.
- 소련과 너무 가깝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으면 항공기나 함선이 월경(越境)하는 사태가 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소련과 일본간에 맺은 중립조약에 타격이 온다. 게다가 이건 전투에도 영향을 주는데, 미국은 소련에 렌드리스를 주는 입장이기 때문에 미군이 소련 국경을 월경해도 형식적인 유감 표시 외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5] 일본은 러일전쟁등의 악연으로 인해 같은 월경행위를 할 때 소련이 강력하게 항의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함선이 전투에서 패배했거나 공격을 피할 목적으로 소련 영해로 들어가버리면 일본군은 원칙상 손을 쓸 수 없다. 물론 한 나라에 두개의 국가가 있다고 '동맹국'에게서 평가받은 일본이라면 공격했을 가능성도 높긴 하다.
- 물론 당시에는 소련이 독소전쟁이 터진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수세에 몰린 상황이라 당장은 항의 외에는 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일본군이 미국 함선을 소련 영해까지 쫒아가서 격침시키더라도 물리적인 반응을 즉각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안하기보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유럽쪽의 상황이 안정된 후에는 소련이 보복을 위해서라도 일본을 공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며, 이렇게 될 경우 일본은 구사일생의 가능성 끝에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더라도 중국내 일본군 점령지 + 만주국 + 조선을 침공하는 소련군에게 만주 작전식으로 날려먹는 대타격을 입게 된다. 게다가 이런 사태는 소련을 자극하기를 어느 정도 꺼리는 일본군 육군의 반발까지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을 보면 해군은 '에에? 소련? 걔네 막는건 육군 니네 일이지 라고 쌩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북태평양 루트는 일본 본토긴 하지만 중요성이 떨어지는 홋카이도 정도만 피해를 입기 때문에 미국의 주전력이 상대하기에는 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이고 겨울에는 매우 추운 곳이라 미군이 이 쪽을 택할 가능성은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미군이 일본군의 전력분산을 목표로 해서 견제공격을 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분산되는 전력이 많아질수록 일본 해군의 패배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왜냐면 일본군의 전략이 어떻든 간에 미군은 '보조전력'이 일본군 주력 정도는 되게 편성할 능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5.2.2 중부태평양 북측 루트
하와이 → 도쿄 직진 루트다. 일본군도 상당한 위험성이 있다고 느낀 루트이며, 실제 역사상으로도 둘리틀 특공대의 기습으로 현실화되었고, 이 루트를 차단할 목적 + 미국 항공모함 함대의 궤멸을 위해 미드웨이 해전이 일어났다. 이 경우 일본군 해군이 떠안는 문제점은
- 수도를 공격당한다.
- 말 그대로 일본 제국의 수도인 도쿄가 미 함대의 직접공격을 받는 사태가 발생한다. 물론 도쿄에는 해안포 요새도 많고 일본군 육군이 담당하는 대공포와 육군 항공대도 있으며, 요코스카 같은 근처 항구에 일본군 해군의 전력이 어느 정도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설령 기습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북태평양 루트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으며, 미 해군이 도쿄를 쑥밭으로 만들기 위해 단 1번의 공격만으로 도쿄만에 들어가려는 만용을 부리지 못할 수준의 방어는 갖추어진 상태기 때문에 일본군 해군전력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의 피해를 미 해군에게 입힐 수 있다. 하지만 미 함대의 만만치 않은 전력이라면 수도를 포함한 인근 지역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
- 일본군 해군의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수도이기 때문에 희생양으로 만들 수 없다와 방어에 실패하면 말할 것도 없고 성공하더라도 히로히토와 일본군 육군의 격렬한 비난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루트처럼 전력을 집중할 시간을 번다든지 하는 여유가 없이 모든 전력을 도착하는대로 투입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하고 싶은 축차투입이 발생하게 되므로 오히려 미 해군에게 알아서 전력을 헌납하는 꼴이다.
점감요격작전에서 말한 것과는 정 반대. 점감조공작전.
- 그리고 일어날 확률이 매우 적긴 하지만, 미 해군이 일본 해군과 도쿄 근방에서 함대결전까지 벌여서 아예 승리해버릴 경우에는 일본은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결하는 방법외에는 달리 다른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미국의 승리로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이 진정한 미국식 함대결전
- 중간거점이 없다.
- 하와이와 도쿄 사이에는 섬이 없다. 미드웨이 섬도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하와이 북서쪽에 위치하며, 하와이 근방인데다가 미국 영토다. 따라서 일본군의 입장에서는 중간거점으로 삼을 곳이 전혀 없다.
- 이런 경우에는 진격하는 적을 탐지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점감요격작전을 할 충분한 공간도 확보할 수 없기에 효율성도 떨어지며, 적의 전력을 제대로 깎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 본토 해역까지 미군이 진격하므로 함대결전에서 일본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나마 일본 본토라서 일본군 육군이 가세하기 때문에 항공기 전력은 미 해군보다는 우세하다는 점이 유리할 뿐이다.
- 미국이 이 쪽으로 진격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인데, 평소에도 미국이 이 쪽 루트에 견제성 공격이라도 할 공산이 높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수준의 전력을 이 쪽 방어를 위해 분리해놓아야 하며, 적의 주력이 몰려온다는 정보를 받을 경우, 즉시 대처할 추가 병력도 가까운 곳에 놓아야 한다. 이런 전력들이 많아질 수록 일본군은 흩어지고 미군은 뭉치는 효과가 커질 뿐이다.
- 일본군 육군의 위상이 올라간다(...).
- 일본군의 육해군 대립에서 보듯이 일본군 육군과 일본군 해군의 사이는 별로 좋지 않다. 그리고 일본군 육군은 일본 본토의 방어도 담당하고 있으며, 해전과 공중전에도 유용한 육군 항공대와 대공포 전력이 수도와 주요 도시에 배치된 상태였다.
- 이런 상황에서 이쪽 루트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일본군 육군은 수도 방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참전하게 된다. 그리고 상황이 일본에게 좋게 풀리더라도 일본군 해군이 수도까지 적이 몰려온 상황에 대해서 욕설을 신나게 얻어먹는 동안 일본군 육군은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일본군 해군을 비난하려 들 것이다. 이런 모든 것이 일본군 해군의 입장에서는 치욕과 다름이 없기에 적극적으로 피해야 한다.
- 하지만 이 쪽 방면을 대비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일본군 육군의 대폭적인 참가를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군 해군의 전력만으로는 도저히 충분한 방어가 이루어질 수 없다. 물론 해군 전력의 대다수를 이쪽에 박아버리는 안도 있으나 점감요격작전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남방작전 같은 것도 아예 못하게 되는 결과만 낳으니 실제적으로는 불가능한 사안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적당한 중간거점 없이 항공모함의 함재기만 믿고 상당한 방어력과 항공력을 비롯한 주요 전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적의 수도를 직접 공격하는 부담감이 있다. 그래서 아군 전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판단이 없다면 굳이 이 루트를 처음부터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일본에게 그나마 유리한 점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견제공격이나 조공이 이쪽 루트를 택할 가능성은 둘리툴 특공대를 보더라도 거의 확정적이기 때문에 일본군 해군의 골머리가 더 아파진다.
5.2.3 남태평양 루트
하와이 → 오스트레일리아 → 인도네시아 →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루트다.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일본 위임통치령을 우회해서 호주로 간 다음에 동남아시아 방면으로 진격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쓸데없이 먼 길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이 역시 일본 해군에게 여러가지 골치아픈 문제를 떠안겨줄 수 있다.
- 남방작전이 실패할 확률이 급상승한다.
- 남방작전에서 연합군이 패배한 이유는 항공전력과 해군전력에서 일본군보다 밀렸기 때문이다. 제해권과 제공권을 가진 일본군에게 이동의 자유까지 상실한 연합군이 각개격파를 당하게 된 경우이다.
- 하지만 미국의 주력함대가 참가한다면 이런 이점은 일시에 상실한다. 오히려 제공권과 제해권이 연합군에게 넘어가는데다가, 육군 전력은 연합군이 우세하기 때문에 실제 역사상의 남방작전처럼 빈약한 일본군 해군의 지원만 가지고 역시 소수인 일본군 육군의 공격만으로 남방작전을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일본군도 주력함대를 동원해야 한다.
- 불리한 곳에서 억지로 함대결전을 한다.
- 점감요격작전은 아군 지역에서 조금씩 적 전력을 깎아먹다가 약해진 적을 함대결전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방작전에서 앞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일본군 해군이 주력함대를 보낼 경우 오히려 연합군에게 점감요격작전을 당하게 된다.
- 우선 연합군 지역에서 연합군의 정찰을 먼저 받게 되고, 연합군의 육상항공병력의 지원까지 받은 연합군 해군에 의해 각지로 흩어진 상륙병력과 지원부대 군함들이 공격을 받으며, 현지 연합군을 상대하느라고 피곤해지고 전력을 약간 상실한 일본 해군 연합함대가 미 해군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 주력함대와 함대결전을 하게 되니, 정밀도와 위력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일본 해군이 점감요격작전에서 자기들이 상정한 상황의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 여전히 하와이는 난공불락이다.
- 미 해군전력이 남쪽으로 간 사이에 일본군은 하와이와 미드웨이를 점령할 기회를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잘 해봐야 미드웨이 정도만 일시적으로 함락이 가능할 뿐이고 하와이는 건드리지도 못한다.
- 애초부터 하와이는 엄청난 방어진지와 주둔병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설령 해군 군함이 1척도 없더라도 충분히 미 육군의 힘만으로도 방어가 가능하다. 그래서 진주만 공습 때도 일본군 수뇌부가 하와이 점령까지는 생각도 안 한 것이다.
- 미드웨이의 경우에는 면적이 작고 지형이 평탄하므로 미 해군이 근처에 없다면 일본군이 공격해서 점령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수비군에 의해 상륙한 일본군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다가 고난 끝에 승리하더라도 보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하와이 방면으로 증파될 대서양 함대나 미국 본토 서부해안 방면 방어함대등에게 금방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 마지막으로, 이런 작전이라도 일본군 해군 전력을 어느 정도 투입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전력을 분산시키다가는 정작 미드웨이는 점령했는데 남쪽의 함대결전에서 일본군이 전력부족으로 패배하는 황당한 사태도 날 수 있다. 그래서 일본군 해군은 이 작전이 아무리 좋다고 해봐야 실행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연합군은 다국적으로 함대가 구성되므로 의사소통이나 통일된 움직임이 어렵기 때문에사실 ABDA 포위망중 미국 영국 호주 공용어가 영어지만 겉으로 드러난 전력보다는 약점을 보이게 되며, 싱가포르라는 거대한 보급 및 수리거점이 있긴 하지만 본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연합군 해군이 전력을 장기간 유지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일본이 위안삼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도 재빨리 남방작전에서 승리해서 석유등을 얻어놨어야지 그나마 일본군에게 유리해진다는 점에서 그냥 위안거리일 뿐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좀 멀리 돌아가고, 하와이와 미국 본토 서해안의 방어가 일시적으로 약화되긴 하지만 일본군에게 함락당할 위험성이 큰 지역 중 가장 많은 미군이 있는 필리핀을 구원하기도 용이하며 일본군의 아킬레스건중 하나인 석유를 일본군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한데다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까지 하므로 이 루트는 의외로 좋은 점이 많다. 하지만 주력 함대가 다른 루트로 가더라도 이 쪽에 대한 구원을 무시할 수 없기에 약간의 전력을 보내서 일본군의 남방작전을 방해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연합군의 후퇴를 엄호할 필요는 있다.
5.3 점감요격작전을 발동하는 경우
여기서는 일본의 의향대로 미국이 가급적 빨리 공세에 돌입해서 미 함대가 전진을 시작한 것도 모자라서 일본이 원하는 대로 하와이 → 일본 위임통치령 → 오가사와라 제도나 북마리아나 제도라는 중부태평양 남측 루트를 선택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일본에게 유리한 가정을 전개하더라도 점감요격작전이 일본 뜻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다.
5.3.1 미군이 계속 진격할까
점감요격작전은 미 함대가 지속적인 손해를 입으면서도 끝까지 의지를 잃지 않고 전진해서 일본 연합함대의 주력과 정면충돌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미군을 아무런 생각이 없는 몹으로 본 어이없는 생각이다.
- 미군의 진격이 이어지는 경우
- 미군의 진격이 이어진다는 것은 미국의 의지 때문이 아니라 점감요격작전에서 입은 손해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손해가 크다면 깔끔하게 함대결전 따위는 포기하고 즉시 후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애초에 패배의 주 원인 중 하나는 후퇴할 상황에서 후퇴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일인데, 이런 실책을 능동적으로 저지를 군대는 거의 없다.
아니 잠깐만
- 따라서 미국 함대가 전진을 계속한다면 최종 단계라고 볼 수 있는 일본 연합함대와의 함대결전시 일본에게 크게 불리해진다. 물론 이런 경우가 되면 일본도 점감요격작전에서 살아남은 전력까지 몽땅 다 투입할 것이므로 일방적인 샌드백이 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만신창이가 될 각오는 반드시 해야 한다.
- 미군이 진격을 포기하고 후퇴하는 경우
- 이런 경우는 앞서 말했듯이 점감요격작전의 중간 단계에서 미 함대가 많은 손실을 입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사태가 생기면 미군은 망설임 없이 후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군이 미군을 제대로 추격하지 못한 셈이 되므로,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전력을 보충하고 재침공하는 미 함대를 다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즉 일본 해군 입장에서는 손실을 입혔어도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하는 셈이다.
- 게다가 1번 스테이지인 잠수함전에서 미 함대가 타격을 입어서 후퇴할 경우에는 그 당시 잠수함은 잠항속도가 느려서 적 수상함대를 쫒아가지 못하므로 그냥 끝이고, 2번 스테이지인 항공전에서 미 함대가 타격을 입어서 후퇴할 경우에는 후퇴항로에 미리 배치한 몇 안되는 잠수함과 장거리를 날아갈 능력이 있는 일부 항공기만 추격타가 가능해진다. 즉 각 스테이지에서 그나마 일본군이 미 함대를 추격해서 손해를 크게 줄 경우는 3번 스테이지인 야간전에서 미 함대가 후퇴를 선택하는 때일 뿐이다. 그러므로 미군이 빨리 회복해서 역공을 가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 미군이 조금만 진격하고 거점을 확보하는 경우
- 미국이 공격을 시작하긴 했지만 일본 위임통치령의 섬 중 하나를 장악하고 비행장을 건설하면서 거점을 확보하기만 하고 그 이상은 진격하지 않는 경우다. 즉 적 제공권 하에서 싸우기 싫으므로 어느 정도 거점을 확보하면서 진격한다는 전술을 따르는 것이다.
- 이런 경우에는 앞서 설명한 스테이지별로 배치한 일본군 병력을 다시 재배치해야 하며, 미군이 확보한 거점을 박살내기 위한 상륙병력이 필요해지는 등 부수적인 준비도 요구된다. 그리고 남방작전 관련 문제도 있고, 과달카날 전투처럼 소모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기간 내에 미 해군과 결전이 필요해지므로 점감요격작전은 이 시점에서 이미 폐기되는 것이며 모든 전력을 모은 한타싸움으로 변질되게 된다. 그런데 이러면 당연히 일본이 불리해진다.
- 더 안좋은 경우에는 미국이 이런 식으로 일본군 주력을 붙들어놓은 상태에서 일부 전력을 빼서 남방작전을 방해하거나, 일본 본토를 견제식으로 기습하거나 하는 추가작전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일본군도 전력을 분산해야 하니 함대결전 따위는 물건너가는 것이고, 시간을 좀 더 지체하면 미국이 차지한 거점 자체가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강화하기 때문에 그 후에는 말 그대로 소모전으로 전락한다.
5.3.2 미국이 진격전에 길닦기를 한다
"미군이 계속 진격할까" 단락에서는 전제조건으로 미군이 가급적 빨리 함대결전을 하기 위해 주변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조건이 암묵적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실제로 미군이 이런 길을 택할 가능성은 적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그 이유는 미군도 함대결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적 제공권 아래에서 싸우려 하지 않고 적을 유리한 위치에서 끌어내려고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진격 전에 우선 진격로에 깔린 적부터 어느 정도 정리할 가능성도 많다.
이럴 경우 첫 교전을 담당하는 제1 스테이지의 잠수함과 갑표적, 항공전을 담당하는 제2 스테이지의 해군육상항공대와 항공모함의 함재기가 소모전에 말려들어가서 지속적인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정작 미군의 주력함대가 돌진을 시작할 때는 점감요격작전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고 보조함대등에 대응을 안 할수도 없는데, 대응하지 않고 피하거나 내버려두면 해상에는 미군용 안전통행로가 열려버리며 순식간에 일본 위임통치령중 방어병력이 적거나 없는 곳을 점령한 후 진지와 비행장을 건설해서 든든한 거점을 확립해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미국이 양동작전으로 다른 루트까지 건드리기 시작하면 일본은 점감요격작전을 하려다가 소모전에 깊숙하게 더 말려들게 된다.
5.3.3 무리한 전력감소 목표
점감요격작전이 성공하려면 각 스테이지별로 적의 전력을 반드시 어느 정도 깎아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적의 전력을 별로 줄여놓지 못한다면 점감요격은 성공했는데 함대결전에서 패배하는 어이없는 결말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일본군이 설정한 스테이지별 목표가 실행부대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잠수함대와 갑표적에게 부여된 목표는 미 해군 함대 전력의 10%다. 속도가 느리고 공격방식도 사실상 어뢰로 뇌격하는 것만 쓸 수 있는 잠수함대와 갑표적에게 부여된 짐이 너무 큰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좀 나지만 역시 미 해군 함대 전력의 10%를 깎아야 하며, 항공모함 함대에게 대타격을 줘서 항공기로 엄호하는 것을 제거하는 해군기지 육상항공대와 항공모함 함재기도 마찬가지의 입장이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목표를 초과하거나 심지어는 달성을 하더라도 오히려 미국 함대가 예상보다 빨리 후퇴하므로 초기부터 작전이 파토나는 부작용까지 있다는 것이다. 잠수함과 갑표적의 공격으로 함대 전력의 10%가 날아갈 정도면 미군 입장에서는 이미 작전은 망한 셈이므로 그냥 후퇴가 정답인 셈인데, 하다못해 윗선에서 닦달을 해서 진격을 지속하더라도 항공전에서 추가로 함대 전력의 10%가 날아가고 제공권 상실은 물론이거니와 항공모함 함대가 큰 손상을 입어서 함대 위에 엄호기를 올릴 처지도 못 되는 상황인데 이러면 그냥 누구나 도주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격을 외치는 것은 일본군 중 정신력을 강조하면서 의지드립이나 하는 꼴통들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 못하면 적의 전력이 별로 줄어들지 않으니 역시 망하므로 진퇴양난에 놓이게 되며, 다음 스테이지에 부담을 주고 실패확률을 높인다. 예를 들어서 잠수함전과 항공전에서 어느 정도 미국 함대의 전력을 깎지 못하면 야간전을 담당하는 수뢰전대는 진짜로 전멸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되며, 새벽이 되어 수뢰전대가 전투를 끝내고 탈출하더라도 남아있는 미국 항공모함 부대 함재기의 추격에 혼쭐이 나는 것을 피하지 못한다.
종합하자면 너무 때려도 안되고, 그렇다고 덜 때려도 안되고, 위에서 세운 목표대로 때리면 적이 도주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위에서 갈굼이 내려온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5.3.4 전력 배치 및 운용의 문제점
점감요격작전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미 함대의 진격루트를 제대로 파악하고 미리 함대들을 배치한 다음에 현장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서 적절한 명령을 통해 공격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통 적에게 각개격파나 당하거나 잘 해봐야 전략적으로는 별 소용이 없는 개인적인 무공쌓기로 끝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관측 및 탐지장비, 통신장비가 필요하며 아군의 정보를 적에게 누설하지 않기 위한 암호체계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군은 이 중 어떤 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일단 관측 및 탐지장비는 견시를 통한 육안관측이나 정찰기, 망원경등의 광학장비를 사용했다. 이들 장비는 맑고 시계가 넓은 낮시간때는 유용했지만, 야간이나 악천후를 만나면 무용지물이 되거나, 근거리에서만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해결해줄 레이더는 일본군은 태평양 전쟁 중반에서야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그나마 성능도 미군의 그것보다 크게 딸렸다.
통신장비는 더 심각한데, 기초적인 무전기 자체의 수량도 적고 성능이 영 좋지 않았다. 특히 제로센같은 항공기에 장착하는 무전기는 그냥 고철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덕분에 정찰기가 목표를 발견하더라도 즉시 보고하기 힘들어져서 효율이 급감했다. 그나마 쓸만한 건 함선에 장착된 무전기 정도가 전부였다.
마지막으로 암호체계도 문제가 많았다. 이미 개전 전부터 미국이 일본 암호를 해독하는 상황이었으며 이에 맞춰 암호변경을 몇 번 해봐도 금방 미국에게 뚫려버렸다. 이러니 애써서 무전을 암호화해서 보내봤자 미국에게 감청당하면서 정보를 적에게 전달해주는 역효과만 가져왔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일본군은 실전에서는 일단 미국 함대의 진로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어려웠고 미리 부대를 배치한 후에 변경하는 작업도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했으며, 전투시에도 지휘가 어렵고 혼란이 발생하기 쉽다는 약점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잘 해봐야 일본군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는 없는 상황.
5.3.5 무기의 문제점
점감요격작전에서 상정한 상황을 제대로 만들려면 각 부대가 보유한 무기가 그에 맞게 정상적으로 동작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간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해군의 장비에는 종종 결함이 있었다.
갑표적의 경우에는 잔잔한 내해에서도 통나무 카누처럼 흔들리는데다가, 어뢰를 발사하면 1발당 1톤 가까운 부력이 발생하면서 수면 위로 갑표적이 튀어나올 정도라서 이미 원양에서 점감요격작전을 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온지 오래였다. 결국 실전에서는 다른 잠수정이 하는 것처럼 적 항구에 은밀하게 잠입해서 뇌격을 하고 사라지는 습격작전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실제로 점감요격작전에 사용했으면 별로 성과도 없이 인명손실만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일본군의 잠수함은 잠항가능심도가 너무 얕고, 긴급잠수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아서 대잠장비를 가진 함선에게 쉽게 밥이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따라서 계획과는 달리 점감요격작전의 제1 스테이지에서 성과를 올리는 대신 피해도 막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계획과는 달리 이후 스테이지에서 사용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군 해군의 항공기들은 항속거리 증대를 위해서 연료탱크가 날개까지 증설되었으며, 제로센 같은 경우에는 전투기로서의 성능을 부족한 출력으로 달성해야 했기에 내구성까지 크게 줄였다. 따라서 이들 항공기는 사소한 피탄에 불덩어리가 되거나 추락하기 쉽기 때문에 공격시 조종사가 엄청난 능력이 있는 엘리트급이 아니라면 인명손실 및 기체손실이 상당해지는데, 따라서 제2 스테이지 자체는 제대로 수행하겠지만, 높은 손실률로 인해 이후의 공격을 제대로 지원하기 곤란해진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성능이 부족한 장비를 들고 전투에 임해야 하는 인원들의 부담감이 커지게 되며 성과도 낮아지게 된다.
5.4 일본군 해군만의 작전
점감요격작전을 살펴보면 일본군 해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육상비행장용 장거리 대형 쌍발폭격기인 G4M같은 물건이 존재한다. 이런 물건이 존재하는 이유는 장거리에서 적 함대에 대한 폭격이나 뇌격을 가하기 위함이라는데, 보통 이런 물건은 육군항공대나 공군에서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태여 일본군 해군이 이런 장비를 만들어 운용한 이유는 일본군의 육해군 대립에서 보듯이 일본군 육군과 일본군 해군의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군 입장에서는 일본군 육군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점감요격작전에 참가하기를 요청하기도 싫고, 일본군 육군은 중폭격기에 대한 생각이 일본군 해군과는 약간 달라서 항속거리가 일본군 해군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따지기 전에 근본적으로 불합리한 상황이다.
미군이 태평양 전쟁에서 실제로 실행한 작전에서는 당연히 미 육군과 미 해군의 항공전력이 골고루 사용되었으며,[6] 미 해병대의 항공전력도 같이 사용되었고, 심지어 긴급한 경우에는 핸더슨 비행장처럼 각 군에서 온 항공전력이 통합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전력중에는 B-17 중(重)폭격기처럼 함선 공격에는 영 아닌 물건도 많았지만,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기술을 연마한 끝에 육군 항공대도 비스마르크해 해전에서 폭탄 물수제비 튀기기로 불리는 반도폭격으로 훌륭하게 적 선박을 공격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보면 일본군 육군의 항공전력이 성에 차지 않더라도 일본군 해군이 참가를 부탁하고, 실제 전투에 들어갈 인원들을 적극적으로 훈련시키고 정보를 공유하게 해서 쓸만한 전력으로 만드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게 될 경우 굳이 자원을 소모하고 인원을 투입하면서까지 G4M같은 비행기를 필요 이상 대량생산할 필요가 없이 육군 항공대가 공격하지 못하는 거리의 목표만 공격할 수준으로 생산량을 줄일 수 있으며, 좀 더 장기적으로 대비했다면 애초에 이런 항공기를 육군 항공대가 운용하기 때문에 일본군 해군이 따로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일본군 육군항공대가 정식으로 참가함에 따라서 미 해군과 제공권 싸움을 벌일 일본 해군항공대의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결국 자원도 부족하고 모아놓은 전력도 모자란 상황에서 육군과 해군까지 따로 놀았으니 비효율성이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안그래도 미국에 승리할 가능성을 바닥을 치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전쟁은 해군 혼자 하는게 아니다"는 간단한 사실을 무시한 결과.
5.5 전력차와 생산량 차를 고려하지 않은 작전
말이 점감요격작전이지, 결국 기본은 다방면에서 상대를 계속해서 공격해 잔출혈을 조금씩 조금씩 쌓아 그것을 큰 피해로 만들고, 그렇게 피해가 누적된 상대의 본진을 밀어버린다는 작전이다. 어떻게 보면 게릴라 전법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를 잘 봐가면서 해야 효과가 있다. 전투를 하게 되면 적만 일방적으로 팰 수는 없고 당연히 아군의 손실도 생긴다. 비록 아군이 압도적으로 이긴다 가정해도 탄약, 연료, 생필품 등의 자원, 그리고 병사들의 사기와 같은 정신적 자원 또한 계속해서 소모된다. [7] 그래서 게릴라 전법에서 '현지인과의 동화 및 현지인의 게릴라 합류'를 중시하는 것이다. 제대로만 된다면 정부군은 꾸준히 손해가 생기는 반면 게릴라 세력은 오히려 병사가 늘어나고 게릴라에 동조하는 현지 주민들이 정부에 소극적, 반항적 태도를 보이게 되면서 정부군의 세력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감요격작전은 기본적으로 남방작전등과 맞물려 '침략자 일본군에게 극도로 적대적인' 지역에서 행해지게 되므로 당연히 현지인의 동조 따위는 바랄 수가 없기에 이를 무마하기 위한 비전투적 소모까지 떠안게 된다. 반면 미군은 '해방군'이 되므로 현지인의 협력을 받거나 적어도 적대적인 인식을 받지는 않게 된다. 즉 득보다 실이 훨씬 컸다.
어쨌든 장기전으로 갈 수록 일본군이 더 큰 손실을 입을 것은 당연히 예측가능하다. 이미 일본의 인구 자체가 식민지 전체를 포함해도 미국의 인구보다 적었으며, 공업생산량 또한 처참한 수준이었다. 즉 나는 고작 10000 정도밖에 못 가졌는데 저쪽은 530000 이상은 족히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만일 일본군이 100의 소모를 통해 미국에게 1000의 소모를 강요해도[8] 9900 : 529000의 싸움이 된다. 일본군이 '믿고 싶어 했던 대로' 미군이 진짜 나약하고 정신력도 떨어지는 한심한 군대라고 가정해도, 미군이 점감요격작전에 말려들어 1000을 잃더라도 점감요격작전에 사용된 100~200의 일본군 병력을 소실시키면 일본군이 훨씬 먼저 전력 고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겐 애석하게도 미군은 한참 전에 이러한 소모전의 논리와 "없는 자"의 점감요격작전의 한계를 꿰뚫고 있었다. 남북전쟁 당시만 봐도 로버트 E. 리의 남군이 화려한 전술과 전력교환비, 기동전략으로 율리시스 S. 그랜트의 북군을 농락했지만 북군은 압도적인 생산량에 기반해 남군이 쉬거나 보충하지 못하도록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그 와중에 윌리엄 테쿰세 셔먼이 후방 초토화작전을 벌이면서 남군은 결국 패했다. 제1차 세계대전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몰려갔다. 기본적으로 일본군의 점감요격작전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점감요격작전이 혹여 효과를 발휘해도 미군이 압도적인 물량을 통해 함대결전을 할 주력을 구성하고 강력한 보조전력을 구성해 단호한 공세를 벌여 점감요격작전에 사용되기 위해 분산된 일본군에게 지속적인 손실을 강요한다면 일본은 함대결전을 위해 계속 점감요격작전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미 점감요격작전에 사용될 병력이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상대가 미국이라는 것부터 우선적으로 감안해야 했던 셈이다.
그나마 독일처럼 프랑스를 삽시간에 병합하고 할 수 있었다면 상황은 더 나았겠지만 애시당초 독일과 프랑스는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다. 일본해군이 바다로만 이어진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은 없었거나 매우 적었을 것이며 실제로도 태평양 전쟁에서 섬이 아닌 미국 본토에 일본군이 상륙한 전적 자체가 없다. 상대 본토 타격도 못하고 상대의 생산력을 줄일 시도는 더더욱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으니 백번 양보해서 점감요격작전이 성공해 봐야 일본군은 조만간 패망의 길로 빠져들 운명이었다.
5.6 전장의 차이
물론 점감요격작전에도 장점은 있으므로 어느 정도 판도가 받쳐준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일본이 점감요격작전과 함대결전에 집착하게 된 게기인 쓰시마 해전이다. 쓰시마 해전에서 러시아 해군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것이 목표였고 그곳으로 향하는 루트는 복잡한 해안선 때문에 단 세 개밖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항에서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오는 바람에 태평양에는 거점이 블라디보스토크밖에 없었던 러시아 해군에게 보급선이라는 것이 생겨버렸다.
따라서 이 점감요격작전이 만약 복잡한 해안선 때문에 항로가 매우 제한되어 있고, 적의 보급 거점이 전무하여 운반선을 통해 주기적으로 연료를 보급해야 한다는 가정 하에서는 들어맞을 수도 있다. 제한된 항로 때문에 마치 자상전에서처럼 함대가 선을 위주로 움직이게 되고 이걸 중간에 잘라먹을 수 있다면 적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 해군은 태평양에 보급거점이 전무해서 굳이 함대결전을 시도하지 않고 점감요격작전을 통해 적의 석탄공급만 끊어도 함대는 바다 위에서 고철덩이가 되어버린다. 이 문제점 및 장기간 항해에 따른 함선 정비, 장병 휴식 등 수많은 보급적 요소를 고려해서 러시아의 발트 함대가 최단루트인 대한해협을 택했고 여기서 함대결전을 벌여 승리한 결과가 바로 러일전쟁이다. 자세한 사항은 쓰시마 해전참조.
문제는 태평양전쟁은 이와는 정 반대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해안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압도적인 크기의 태평양에서 제법 많은 보급거점을 가지고 싸우는 미군에게 이 전략이 통할 이유가 없었다. 러일전쟁에서 이런 전략이 통한 이유는 러시아 해군이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항로가 대한해협, 쓰가루 해협, 소오야 해협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상에서의 게릴라전처럼 이 셋중에 하나를 선택해 잘라먹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연료가 다 떨어지기 전에 블라디보스토크로 도착하거나, 아니면 적과의 결전을 벌여야 했던 러시아군 특수성 때문에 적에게 어느 정도 해전을 강제할 이유도 충분했다. 이 때는 러시아군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연료와 탄약을 수급하기 어려워 자멸하는 상황이었으니 러시아군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태평양에는 해협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지형이란 게 존재하지 않고 광할한 바다만 펼쳐져 있으니 택할 수 있는 항로가 무수히 많아진 것이다. 지상전으로 치자면 태평양은 지평선이 탁 트인 광할한 평원과 같아서 애초에 점감요격작전 같은 게릴라전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미군이 러시아군과는 달리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는 점도 요인 중 하나다. 태평양 전쟁에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유리한 쪽은 오히려 보급선이 튼튼하고 생산력이 막강한 미국이었다. 긴 보급선 때문에 시간을 끌면 고생할 게 뻔한 러시아군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6 결과
이렇듯 기본적인 전제부터가 잘못된 작전이어서, 쇼와 2년(1927) 사실상 점감요격작전의 주요 발안자 중 하나였던 스에츠구 노부마사(末次 信正, 해군 소장, 당시 군령부 작전부장)는 해군대학교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일본 해군의 전통적 대미 결전 구상에는 하나의 전제가 있다. 그것은 어딘가 한 군데로 결정되어 한정된 지역에서 이쪽이 예상하고 있는 대로 적이 진공해 온다. 라는 점이다. 실전의 경우, 이쪽의 주문대로 적 함대가 와 준다고 생각해도 좋을까. 혹시 그렇지 않은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 결전이 된다. 그 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자. 넓은 태평양에서 적을 찾기 위해서는, 함대를 분산시켜야만 한다. 이 때 적은 거의 집중된 형태로 돌격해 오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이 적을 공격해서 격침파해 계속 숫자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아군은 산개선으로 흩어져 있는 상태에서 전속력으로 집결해야만 한다. 그런데 적은 최초부터 집결해 있다. 그 적에게 붙잡히면 숫자에 밀려 아군이 역으로 각개격파당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고 하면, 최초부터 아군을 집결시켜 두면, 이번에는 적을 찾을 수가 없다. 따라서 점감도 어려워진다. 집결한 아군 함대가 능숙하게 적을 찾아냈다고 해도, 결국 열세인 해군이다. 집결한 열세 해군이 집결한 우세 해군과 마주쳤을 때 얼마나 승산이 있을 것인가...
이미 일본군 자체 내부에서 벌어진 도상연습에서부터 저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실제로 도상연습에서 점감 요격 격파 연구(응?)만 하는 장군으로 유명한 나카무라 료죠 중장이 미군을 맡아 연구한 대로 움직이자마자 일본 연합함대가 일본 근해까지 밀려서 전멸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장교들이 항의하자 그는 구 일본군 2대 명언 중 하나인 미군이 우리 뜻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란 명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후 나카무라 중장은 2.26 사건 이후 파벌싸움에 얽혀서 퇴역했다. 참고로 나머지 하나는 만주사변의 주역이자 전쟁 초기에 큰 전공을 세웠던 이시하라 간지가 육군대학 시절 "기관총의 가장 현명한 운용요령은 무엇일까?"라는 문제에 "기관총을 항공기에 장비시켜 술주정꾼이 걸으면서 소변을 보듯 전방위 화망을 형성해 적 행군 종대에 퍼붓는다"라고 구술한 그 것.
그 후에도 점감요격작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많았으며, 태평양 전쟁이 일어날 시점이 도래하자 연합함대사령장관인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미국 태평양함대를 놔두고는 도저히 남방작전이 불가능하다며 개전 직후 항공모함 함재기를 통한 기습적인 공습을 가하는 진주만 공습을 계획하고 자기 목을 걸고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그 결과 남방작전도 일본 뜻대로 거의 진행되었으며 연합함대가 별로 손해도 안 입고 서태평양지역과 동인도양지역의 제해권을 일시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 이건 점감요격작전에서 예상한 것보다 손해는 적고 더 큰 이익을 남겼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어찌되었건 점감요격작전은 실행에 옮겨지지도 못하고 폐기되었다.
7 영향과 평가
점감요격작전은 실행되지 않았어도 일본군 해군 전체에 함대결전사상과 함께 그 잔재가 남아있었다.
함대결전사상에서도 언급된 이야기지만, 그나마 공세적인 함대결전사상이었으면 나았을 판에 점감요격작전이라는 방어적인 함대결전사상을 채택하는 바람에 일본군 해군의 장비는 함대결전사상과 점감요격작전에 특화된 매우 기형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덕분에 태평양 전쟁이 소모전으로 들어가면서 일본군은 패배의 길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개전 초반에 일본군이 승승장구할 때도 악영향을 주었다. 애초에 방어적인 점감요격작전에 특화한 장비를 공세작전에 쓰려고 하니까 미흡한 점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진주만 공습에서 일본군 항공모함중 항속력이 모자란 함선이 격납고와 비행갑판에 연료를 넣은 드럼통을 탑재하고 출격하는 위험한 행위를 한다든지 하는 절대로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수세에 몰리면서 점감요격작전을 쓰는 상황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는데, 거기서 보인 모습을 보면 만에 하나 점감요격작전이 진짜 실행되었다면 일본이 더 빠르게 망할 수도 있었다는 결론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자면 개구리 뜀뛰기 전략으로 일본군의 중요 거점중 일부만 점령하고 나머지는 항공력 등으로 무력화하면서 미군이 급속전진한다던가, 주공과 조공으로 미군이 나누어져 진격해와도 조공이 너무 강력해서 일본군 입장에서는 주공으로 보였기에 향후 방어계획에 지장을 준다던가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예시로는 오히려 미군에게 유인당해서 축차적으로 전력을 소모한 꼴이 된 과달카날 전투나 맥아더의 진공에 놀라 주공을 오판하였다가 미 해군이 본격적으로 중부 태평양 루트로 진격해오자 허둥댔던 필리핀 해 해전, 사이판 전투 직전까지의 상황 등을 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점감요격작전은 함대결전사상과 함께 일본군의 실책이 되고 말았으며, 그나마 실행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최악의 상황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 하와이를 점령하거나 무력화시키지 못하면 미국 서부 해안까지 적합한 보급기지를 찾기 어렵다. 물론 하와이 인근에서 항모를 포함한 미군 함대가 궤멸된다면 오스트레일리아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은 맞다.
- ↑ 역사 속에선 일본군이 말레이 해전에서 영국 해군을 전멸시켰지만 적어도 해전을 치르기 이전 일본군의 작전계획이라면 만약 여기서 패전하거나 발을 잡히거나 했을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전함이 두척이나 있던 영국해군의 상황상 일본해군은 헬게이트 직행.
- ↑ 함선과 승무원의 피로도가 태평양을 가로질러 온 미합중국 해군이나 다를 바 없이 심해지게 된다.
- ↑ 다만 핵폭탄의 개발비용을 생각할때 50년대까지 전쟁을 끌지 않는 이상 전술핵까지 나올 가능성은 적다. 그전에 재래식 전력으로 끝났을 가능성도 있고 소련의 참전을 고려하면..
- ↑ 소련은 묵인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관동군의 실체가 어쨌든, 혹은 일본이 이미 중일전쟁을 하고 있었든간에 이미 일본과 소련이 불가침 조약을 맺었든간에 일본은 독일과 같은 추축국 동맹이었기 때문에, 소련은 뒤통수에 폭탄을 매달고 독소전쟁을 수행하는 느낌이었을 것이기 때문. 이런 가운데 일본군을 견제하는 것도 아니고 죽여버릴 각오로 들어오는 미군이 싫었을 리는 없다. 다만 속에 구렁이가 10마리쯤은 들어앉았을 이오시프 스탈린이 외교적 이익을 위해 미국에다가 '형식적으로' 항의했을 가능성은 높다.
그리고 물자를 더 뜯어내겠지 - ↑ 애초에 니미츠는 자신을 해당 전역의 육/해/공을 모두 담당하는 통합 사령관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다. 육/해/공의 유기적인 작전이 가능했던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 ↑ 유사한 개념으로 공세종말점을 참조할 것
- ↑ 이래봬도 전력교환비 1:10이면 굉장히 후하게 준 전력교환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