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긴

(황금의 악마에서 넘어옴)

1 종족

악마의 파편을 소유 및 공유한 인간과 엘프 혼혈 소수민족. 인간 쪽에서 파편을, 엘프 쪽에서 녹발푸른 눈을 물려받았다. 마도시대의 다른 존재들과 다르게 악마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파편을 소유하고 있어서 다른 엘프들에게도 악마라 불리며 왕따당했지만, 히마라페 빙원에서 자기들끼리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다. 그러나 바하무트 황실의 침입으로 평화와 자유를 빼앗긴다. 머리는 좋은 게 종특이었고 오랫동안 악마를 섬겨왔기에 악마의 파편의 특성을 연구하는 연구원이 된다. 파편의 특성 대부분은 로이긴 족이 밝혀낸 것.

복종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바하무트 황실의 숙원인 '악마의 파편을 모두 모으는 것'을 저지하는 것을 일족의 사명으로 삼았다. 아르하드의 생모를 피 빼돌리기만을 위한 도구로 키워내며, 실제로 성공하여 아르하드 로이긴이 탄생한다. 본래라면 테일런 바하무트이사벨라 바하무트의 대에서 파편이 전수집될 거라 예상되었는데, 사생아가 잉태되어 악마의 파편의 절반을 빼앗겼음을 느끼고 식겁한 바하무트 황실은 로이긴족의 파편 공유를 이용해 피 도둑놈을 찾아내려 하나, 단 한명도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

파편 공유 효과로 정신 계열 마법도 통하지 않으니, 결국 몸에 물어보기로 결정하고 갓난아기까지 포함한 모든 일족이 고문실에 끌려갔다. 연구자로 나름 대우받던 일족이 제국 최하위 죄수노예 일족으로 전락한 것. 그러나 그들은 어린 자식을 부모 눈앞에서 고문해도 꺾이지 않는 광신도 레벨의 사명감을 보인다. 엘프 혼혈이라 엘프 특유의 순수함으로 사명에 집착하고, 악마의 파편을 공유한 인간 특유의 독함으로 제정신을 유지했다고 한다. 어느 날 인내심이 바닥난 샤일린스 바하무트와 그 아들의 손에 에이지 로이긴을 제외하고 몰살당한다.

아르하드 로이긴에이지 로이긴에게 정신 계열 마법이 통하지 않는 건 파편공유자인 로이긴 족의 종특. 물리적 충격을 주는 마법은 통한다. 녹발청안인 로이긴 족의 피를 받았기 때문에 바하무트 황실은 아르하드의 외양을 흑발 또는 녹발, 흑안 또는 청안이라고 잘못 예상하고 있다. 머리색은 맞췄지만 눈색은 금안이다. 단 외모쯤이야 마법으로 간단히 바꿀 수 있으니 바하무트 제국도 이걸 단서로 찾으려 들지는 않아서 별 도움 안 되는 사실.

2 등장 존재

흑발금색 눈을 지닌 드래곤과 같은 모습의 생물. 황금의 악마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나온다. 애칭은 로베르슈타인과 같은 '로'. 자신을 배신한 최고신 로베르슈타인에게 애증을 품고 있다.

태초에 신들이 탄생하고 남은 판데모니엄의 찌꺼기가 뭉쳐서 생긴 존재다. 초기엔 드래곤이라기보단 평범한 도마뱀[1]에게 날개를 단 모양새에 새까맣다. 도 있고 피도 돌지만 혼돈의 조각이 없어 신력을 생산할 수 없기에 엄밀히 말하면 신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홀로 자아를 자각하지만 주위엔 아무도 없고, 페임드라의 뿌리에서 흘러내리는 신력 줄기를 마시며 근근히 연명했다. 어둠 속에 홀로 지새우는 그의 낙이라곤 정령왕들이 탄생해 혼돈을 뚫고나갈 때 생긴 구멍을 통해 을 보는 것. 황금빛의 아름다운 달을 보면서 다가가고자 하나 아무리 애써도 가까이 갈 수 없었다[2]. 하릴없이 달만 보면서 원래 검은 색인 자신의 영혼을 금색으로 물들여 치장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신력과 눈동자도 금색으로 변한다.

그러나 빛을 감지하려면 신경계와 가 딸린 신체가 필요한데, 정령들에게 신체를 받으려 해도 신력은 늘 부족한 상태. 신력이 다 떨어지면 자아만 자각한 영혼 상태로 있다가 신력이 좀 모이면 다시 정령을 소환해 신체를 만드는 걸 반복하다가, 조금이라도 몸을 유지할 시간을 늘리려고 신력과 자기 육체를 샅샅이 연구한다. 모자란 신력을 아끼고 아껴서 사용하다보니 신력 사용 능력/효율 방면에서 따라올 자가 없게 되고, 오랜 세월을 홀로 견디면서 그 누구보다도 강한 자아를 갖게 된다.

그러다 놀랍게도 신력에서 생명의 기능만 빼내는 데에 성공한다. 이것이 마나(=마력). 생명력이 사라진 죽은 기운을 정령들은 몸서리치게 싫어해서 이걸로 육체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었으나, 정령들의 권능 배열을 마력으로 흉내내 스스로 육체를 만들어내고[3] 생명의 기운은 영혼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데 다 사용했다. 죽은 기운으로 만든 육체는 생기가 하나도 없고 계속 신경쓰지 않으면 흩어져 사라졌으나,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달빛을 감지하는 기능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달빛을 지켜볼 육체를 늘 유지할 수 있게 된 악마는 만족하고, 계속 쌓여가는 마나[4]로 정령들의 권능을 흉내내 물질을 만들어 가지고 논다. 달빛을 닮은 금속인 황금을 만드는 걸 가장 좋아했다고.

그런 식으로 혼자놀던 날개도마뱀이었으나, 언젠가부터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슬픔이나 분노, 짜증스러움에 사로잡힐 때가 생긴다. 신들이 판데모니엄에 버린 감정의 쓰레기와 전쟁의 기억에 영향받은 것. 낙원을 유지하기 위한 완벽한 해결책처럼 보였던 것이 결과적으론 한 존재의 희생하에 성립하는 것이었다. 오멜라스인가 감정을 삭히는 방법도 몰라 어둠 속에서 멍하니 누워있다가, 기억 속에 달보다도 밝은 붉은빛 천체에 반해 자신을 기억 속의 신들과 같이 팔 두개 다리 두개에 직립보행하는 모습으로 바꾼다. 어린 소년의 모습이 된 그를 페임드라가 다시 발견해 로베르슈타인에게 소개해 준다.

어느 날 페임드라의 발밑이 열리더니 처음으로 태양빛이 쏟아지고, 태양처럼 붉고 눈부신 여신이 눈에 들어와 첫눈에 반해버린다. 그대로 로의 신력을 먹고 살며 도마뱀에서 드래곤으로,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해서 로의 연인이 된다. 자신은 로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로이긴 본인도 믿으나, 자만에 불과했다. 로베르슈타인이 몰랐던 것 두 가지가 있었으니, 첫째로 로이긴은 로베르슈타인을 만나기 전부터 미쳐 있었으며, 둘째로 로이긴이 로베르슈타인보다 강해질 거였단 것이라 한다.

로이긴은 로 외의 다른 생물에 대한 파괴욕과 증오를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했다. 자기혐오도 대단해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로에게 신력을 받을 때마다 신력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신의 심장에 대한 혐오로 몸서리쳤다고. 아름답고 강한 신을 죽이는 걸 즐겼으며, 빼앗은 신력으로 황금을 만들어 아공간에 쟁여두는 것에 열중했다. 결국 로베르슈타인이 울면서 칼빵먹일 때까지 신성시대를 쳐발랐다. 그 때 "어째서..."라고 말했는데, 이게 어째서 날 찌르느냐는 소리가 아니라 '어째서 네가 울어.'라고 말하려 한 거라고.

본래대로라면 그대로 소멸되었다가 어느 날 윤회해서 다시 태어난 로와 만날 터였는데, 라오스가 두 사람을 통째로 봉인해버리는 바람에 심장에 로베르슈타인의 검이 박힌 채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판데모니엄에 처박혀 기나긴 세월을 견디는 꼴이 된다. 신성시대가 붕괴할 때 판데모니엄의 인력에 이끌려 손쓸 틈도 없이 처박혔다고. 본래의 판데모니엄의 인력에 생명력을 탐하는 악마의 심장이 더해져 인력=팽창력이던 세계가 인력>팽창력이 되어 균형이 무너진다. 라오스가 봉인을 풀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이거늘 어째선지 그러지 않고 드래곤들이 어거지로 세계의 균형을 맞추게 한다.

영혼은 갈가리 찢겨 악마의 파편이 되었다. 다른 파편들은 세상을 떠돌아다니지만 작은 파편 하나는 한 여자에게 배신당한 기억만을 간직한 채 심장과 함께한다. 자신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른 채 악감정만 꾸역꾸역 차오르지만 작은 영혼파편은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하고, 판데모니엄을 꽉 채운 악감정은 지각을 찢고 튀어나가 생물을 몬스터로 바꾼다. 그러던 어느 날 아직 닫히지 않은 지각 틈새 근처에 신력은 있지만 아직 영혼은 깃들지 않은 태아가 자신의 영혼 조각을 지닌 걸 감지한다. 자신의 애증은 누구를 향한 것인지 알아내려는 생각에 죽기 직전의 태아를 자신의 두 번째 심장으로 삼고, 하인리히에게 금제를 걸어 태아를 지키게 한다. 그렇게 아르하드 로이긴으로 다시 태어난다.

세상에 퍼져 있는 모든 마나는 사실 악마의 소유다. 신력과는 다른 힘이지만 기본적으로 로이긴의 소유가 된 신력에서 생명력을 뺀 것이기 때문. 본인이 코마에 가까운 상태라 자기 걸 맘대로 다뤄도 저지할 수 없고, 마나 자체가 생물의 생명력을 탐하는 성질이 있어서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이 멋대로 갖다쓰고 있을 뿐이다. 악마의 파편 소유자가 마나를 자기 몸처럼 다루는 건 이게 이유다. 주인의 자격으로 다루기에 친화력에 한계가 없는 것. 이아나 로베르슈타인의 컨트롤이 악마의 파편 소유자의 컨트롤을 능가할 때가 있는데, 이는 '마나가 이아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되었다. 그래서 이아나도 마나를 컨트롤 할 때 느낌이 자신이 다루면 마나가 좋아하는 타인에게 뭐든 해 줄 수 있는 것처럼 호의를 베푸는 느낌인데 아르하드가 마나를 다루면 자기 신체일부를 사용하는 것 같이 자연스러운 느낌이라고 한다.

권능은 대상에 쌓인 시간의 흔적을 지우는 것. 시간축 자체엔 그 누구도 손댈 수 없으나 특정 대상을 과거의 상태로 되돌리는 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다친 팔에 쌓인 시간을 지워서 다치기 전의 멀쩡한 팔로 만든다든가. 이 권능은 아르하드 로이긴도 어느 정도 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마나는 형성되지도 생산되지도 않으나, 이 권능을 쓸 때는 신력 대신 마나를 소비한다. 마나의 원료(?)가 로이긴 소유의 신력인 것과 관련이 있는 듯. 이아나와 아르하드의 회귀는 아르하드가 그녀의 죽음 이후에 전 세계급으로 이 권능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암시가 나온다. 이아나의 기억에 능력이 통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1. 신성시대에 식물을 제외한 모든 생물은 신이었다
  2. 판데모니엄의 인력 때문으로 추정.
  3. 원래 타인의 권능은 흉내낼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인 세계에서 이런 게 가능한 시점에서 이미 신성시대의 존재들 중에 신력과 마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다루는 자였다
  4. 로이긴 본인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소모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