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타나크의 율법서(토라)
창세기탈출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
※ 가톨릭 성경은 일부 시서와 지혜서를 제외하고는 서書/기記를 붙여 표기하는 것을 표준으로 한다.
구약 '공동번역(천주교 성경/개신교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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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요한묵시록(요한묵시록/요한계시록)

申命記[1]
Deuteronomy
히브리어 : דברים (데바림)[2]
라틴어 : Deuteronomium

너, 이스라엘아 들어라. 우리의 하느님은 야훼시다. 야훼 한 분뿐이시다.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 바치고 힘을 다 쏟아 너의 하느님 야훼를 사랑하여라.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라. 네 손에 매어 표를 삼고 이마에 붙여 기호로 삼아라. 문설주와 대문에 써 붙여라.[3]

- 신명기 6장 4-9절(공동변역 개정판)

구약 성경 중의 한 권으로 모세 오경의 마지막권에 해당되는 책이다. 신명이란 계명(誡命)을 거듭 되풀이하여 알려준다는 뜻. 히브리어 원어 이름은 데바림(Devarim)이다. 뜻은 '말씀'이라는데 이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모세가 가나안 땅에 입성하기 전 이스라엘 백성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얘기한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을 의심했다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40년 동안 방황하던 끝에, 하느님을 의심했던 백성들은 모두 늙어 죽고 새로 태어난 세대들에게 경계를 삼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즉 모세의 고별설교 모음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전에 나온 내용을 반복하기보다는 새로 재해석해서 들려주며,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실제로 가나안 땅에 들어간 뒤에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지침을 삼으려는 목적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신명기의 많은 부분이 출애굽기와 겹치기도 하고, 창세기와 출애굽기처럼 스펙타클한 에피소드도 없다보니 오경 중에서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인기(?)는 다소 애매한 편이다. 다만 신학적으로 보자면 전혀 다른데, 히브리인들의 율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책은 신자들이 재미 없다고 스킵하는 신명기와 레위기이다. 정말 과격하게 말하자면, 천지창조 및 성조 이야기와, 이집트 탈출 및 광야 뺑뺑이 이야기는 신명기와 레위기의 프롤로그라고도 할 정도로 유대교에서는 중요시하는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4] '신명기는 출애굽기 후반부의 반복인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책임?'이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으나, 정확히 말하면 신명기가 출애굽기의 방복이 아니라, 신명기의 내용이 출애굽기 후반에도 중요하니까 반복해서 쓰인 것이다. 애초에 모세오경을 유대교에서 부르는 명칭이 다른 무엇도 아닌 '율법서'라는 점을 상기하자. 심지어 쿰란의 서고에서는 신명기의 수사본이 15개가 나온 반면 다른 성경 책들은 최대 5개의 수사본만이 나왔을 뿐이며, 위에서 언급한 '쉐마'는 유대교에서 날마다 외워야만 한다. 물론 유대교가 아닌 그리스도교에서도 매우 중요한 책이다. 복음서의 핵심 계명인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역시도 각각 신명기 6장 5절과 레위기 19장 18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스펙타클함이 떨어져서 재미 없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5] 또한 신명기는 이사야서, 시편과 함께 신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며, 사도 바오로의 교회론과 복음 윤리, 곧 창조주를 사랑스러운 아버지로 보는 개념에 영향을 준 책이다.

신명기에서 보이는 특징은 하느님을 잘 섬기면 크게 복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크게 저주를 받을 것이라는 인과응보 사상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이는 모세 전통의 가장 강력한 핵심으로서 북왕국에 전래되어 오다가 북왕국이 아시리아에 멸망된 뒤에 남왕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욥기는 신명기의 인과응보 사상이 현실에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순간 벌어지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성서학을 공부하다보면 문헌 가설 때문에 친숙할 책이다. 참고로 문헌 가설이란, 모세 오경이 서로 다른 문헌들이 합쳐져 형성되었다는 가설로, 이 문헌들은 크게 야훼계 문헌, 엘로힘계 문헌, 신명기계 문헌, 사제계 문헌으로 나뉜다. 이 중 신명기계 문헌은 세번째로 형성된 문헌이며, 굉장히 열정적이고 반복적인 독특한 문체가 특징이다. 당장 레위기와 신명기에서 아무 율법을 골라, 각각 문장을 비교해보자. 전자가 차분하고 간결한 느낌이라면, 후자는 열혈(?)로 불타오르는 듯한 문체다. 또한 신명기는 '오늘'이라는 어휘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율법이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가르침이 아니라, 모세의 가르침을 듣는 탈출 2세대, 더 나아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지금 실시간으로 적용되는 가르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신명기는 다음과 같은 식의 문체이다. 반복, 열혈, 오늘이라는 3개의 키워드를 감안하며 읽어보자.

가톨릭 성경개신교 개역한글
주 우리 하느님께서는 호렙에서 우리와 계약을 맺으셨다. 주님께서는 이 계약을 우리 조상들과 맺으신 것이 아니라, 오늘 여기에 살아 있는 우리 모두와 맺으신 것이다.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호렙산에서 우리와 언약을 세우셨나니 이 언약은 여호와께서 우리 열조와 세우신 것이 아니요 오늘날 여기 살아 있는 우리 곧 우리와 세우신 것이라
신명기 5장 1-3절
가톨릭 성경개신교 개역한글
그러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 손이 하는 모든 일과, 너희 몸의 소생과 너희 가축의 새끼와 너희 땅의 소출을 풍성하게 해 주실 것이다. 주님께서 너희 조상들을 두고 흐뭇해하셨듯이, 정녕 다시 너희의 번영을 두고 기뻐하실 것이다.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 율법서에 쓰인 그분의 계명들과 규정들을 지키며,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오면 그러하실 것이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계명은 너희에게 힘든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하늘에 있지도 않다. 그러니 ‘누가 하늘로 올라가서 그것을 가져다가 우리에게 들려주리오? 그러면 우리가 실천할 터인데.’ 하고 말할 필요가 없다. 또 그것은 바다 건너편에 있지도 않다. 그러니 ‘누가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서 그것을 가져다가 우리에게 들려주리오? 그러면 우리가 실천할 터인데.’ 하고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그 말씀은 너희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 너희의 입과 너희의 마음에 있기 때문에, 너희가 그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여 이 율법 책에 기록된 그 명령과 규례를 지키고 네 마음을 다하며 성품을 다하여 여호와 네 하나님께 돌아오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과 네 몸의 소생과 네 육축의 새끼와 네 토지 소산을 많게 하시고 네게 복을 주시되 곧 여호와께서 네 열조를 기뻐하신 것과 같이 너를 다시 기뻐하사 네게 복을 주시리라.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한 이 명령은 네게 어려운 것도 아니요 먼 것도 아니라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니 네가 이르기를 누가 우리를 위하여 하늘에 올라가서 그 명령을 우리에게로 가지고 와서 우리에게 들려 행하게 할꼬 할것이 아니요 이것이 바다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니 네가 이르기를 누가 우리를 위하여 바다를 건너가서 그 명령을 우리에게로 가지고 와서 우리에게 들려 행하게 할꼬 할것도 아니라 오직 그 말씀이 네게 심히 가까와서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은즉 네가 이를 행할 수 있느니라
신명기 30장 9-14절

또한 신명기는 연설문의 구조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조용히 혼자서 읽는 것 보다는, 낭독하는 것을 듣거나 소리 내어서 읽는 쪽이 더 찰진 책이기도 하다.

신명기계 문헌은 BC 622년 요시야 임금의 개혁을, 특히 예루살렘 성전을 합법적인 유일한 성소로 격상시킨 중앙 집권 정책을 정당화시키는 데 기여했다.열왕기를 보면 요시야왕이 예루살렘의 대신전을 수리하다가 율법책을 발견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대체적으로 이 율법책이 신명기나 신명기의 원전이 된 문서로 여겨진다.
  1. '神命記'로 착각하기 쉽다(...).
  2. "말씀들"이라는 뜻. 원문의 맨 첫 문장 둘째 어절에서 정관사를 뺀 것이다. 참고로, 신명기 1:1은 "이는 모세가 요단 저쪽 숩 맞은편의 아라바 광야 곧 바란과 도벨과 라반과 하세롯과 디사합 사이에서 이스라엘 무리에게 선포한 말씀이니라." 네이버 웹툰 덴마에서 패러디되었다.
  3. 인용한 이 구절을 유대교에선 '쉐마'라고 하며, 날마다 외워야 한다.
  4. 후술할 신명기 5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유대인에게 중요한 것은 옛날 조상들이 이집트를 탈출하고 광야를 뺑뺑이 돌았다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여기에 살아 있는 자기 자신이 창조주와 계약을 맺고 있다는 현재적 사실이다. 결국 아브라함의 부름 이야기도, 이집트 탈출도, 광야를 맴 돈 이야기도 오늘 살아있는 자기자신과 창조주의 계약을 위한 프롤로그인 것이다. 물론 이는 세례를 창조주와 인간의 계약이라고 여기는, 그리스도교에도 부분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그리스도교는 앞에서 언급한 이야기들을 단순한 옛 이야기가 아니라 복음서의 복선으로 여기므로, 단순히 계약의 프롤로그라고 해석해버리면 매우매우 곤란하므로 주의.
  5. 그래도 레위기보다는 읽을만하다. 신명기의 문체는, 후술하겠지만 열혈로 불타오르는 듯한 문체이기에, 냉철한 엄밀함을 추구하는 레위기의 문체보다는 상당히 읽을만하다. '법'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레위기의 문체가 더 깔끔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오늘날의 그리스도인이라면 구약의 율법을 문자 그대로 지킬 필요가 없으므로, 폭풍간지와 열혈로 불타오르는 신명기 쪽이 마음에 더 와닿는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