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타나크의 율법서(토라)
창세기탈출기레위기민수기신명기
※ 가톨릭 성경은 일부 시서와 지혜서를 제외하고는 서書/기記를 붙여 표기하는 것을 표준으로 한다.
구약 '공동번역(천주교 성경/개신교 성경)'
모세오경창세기 · 출애굽기(탈출기/출애굽기) · 레위기 · 민수기 · 신명기
역사서여호수아(여호수아기/여호수아) · 판관기(판관기/사사기) · 룻기 · 사무엘상·하(사무엘기 상·하권/사무엘상·하) · 열왕기상·하(열왕기 상·하권/열왕기상·하) · 역대상·하(역대기 상·하권/역대상·하) · 에즈라(에즈라기/에스라) · 느헤미야(느헤미야기/느헤미야) · 에스델(에스테르기/에스더)
시가서욥기 · 시편 · 잠언 · 전도서(코헬렛/전도서) · 아가#s-1
대선지서이사야(이사야서/이사야) · 예레미야(예레미야서/예레미야) · 애가(애가/예레미야애가) · 에제키엘(에제키엘서/에스겔) · 다니엘(다니엘서/다니엘
소선지서호세아(호세아서/호세아) · 요엘(요엘서/요엘) · 아모스(아모스서/아모스) · 오바디야(오바드야서/오바댜)· 요나(요나서/요나) · 미가(미카서/미가) · 나훔(나훔서/나훔) · 하바꾹(하바쿡서/하박국) · 스바니야(스바니야서/스바냐) · 하깨(하까이서/학개) · 즈가리야(즈카르야서/스가랴) · 말라기(말라키서/말라기)
제2경전(외경)가톨릭/정교회토빗기 · 유딧기 · 마카베오(기)상·하 · 지혜서 · 집회서 · 바룩서 · 다니엘 일부 · 에스델 일부
정교회에스드라스서 · 송시 · 마카베오 3서/마카베오 4서
신약 '공동번역(천주교 성경/개신교 성경)'
복음서마태오(마태오 복음서/마태복음) · 마르코(마르코 복음서/마가복음) · 루가(루카 복음서/누가복음) · 요한(요한 복음서/요한복음)
역사서사도행전
바울서신로마서 · I고린토(코린토 1서/고린도전서) · II고린토(코린토 2서/고린도후서) · 갈라디아(갈라티아서/갈라디아서) · 에페소(에페소서/에베소서) · 필립비(필리피서/빌립보서) · 골로사이(콜로새서/골로새서) · I데살로니카(테살로니카 1서/데살로니가전서) · II데살로니카(테살로니카 2서) · I디모테오(티모테오 1서/디모데전서) · II디모테오(티모테오 2서/디모데후서) · 디도서(티토서/디도서) · 필레몬서(필레몬서/빌레몬서)
공동서신히브리서 · 야고보서 · I베드로(베드로 1서/베드로전서) · II베드로(베드로 2서/베드로후서) · 요한 I·II·III서(요한 1·2·3서/요한일·이·삼서) · 유다서
예언서요한묵시록(요한묵시록/요한계시록)

1 개요

히브리어 : וַיִּקְרָ֖א (바이크라/와이크라)[1][2]
라틴어 : Leviticus

구약 성경 중의 한 부분. 모세오경의 3번째 책이다. '레위(Levi)'는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중에 레위 지파를 의미하는데, 레위 지파에서 하느님에게 제사를 드리는 사제와 보조자들이 나왔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지침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내용은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에게서 받은 율법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반부는 하느님께 어떻게 제사를 드릴 것인가를 기록했고, 후반부에는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별하는것에 대해서 기록했다.

탈출기의 후반부와 마찬가지로 성경을 읽는 사람들에겐 수면제지루함을 주는 대목이지만, 유대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성서로 꼽힌다. 특히 레위기의 정결함과 부정함의 구별은 예수가 활동하던 당시의 유대교에서는 더 중요한 사상으로 간주되어 의로운 사람과 죄인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예수는 이를 타파하려 했고 유대교 지도자들과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이 레위 지파가 사제 가문이 된 이유는 탈출기에서 십계명을 받으러 간 모세가 몇십 일이 지나도록 안 내려오자, 남아 있던 히브리인들이 대제사장 아론의 지도 혹은 묵인 하에 금송아지를 만들고 그걸 신으로 섬기자고 하고 있었다. 이 때 마침 모세가 내려와서 이 광경을 보고는 '저 짓거리에 참여한 놈들을 다 죽여버리라'고 말하고, 이 때 레위 지파 사람들이 자기 동족들을 제일 열심히 죽였다.[3]

12지파의 선조인 야곱이 죽기 직전 12명의 아들들에게 예언을 했는데, 살아생전 살육을 저질러 큰 죄를 지은 시메온과 레위의 후손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리라고 했다(창세기 49장). 시메온 지파는 광야 행군 중 수가 크게 감소하였고 후에 가장 강력한 유다 지파에 반 흡수되다시피 했는데, 레위 지파는 이 한 번의 공로로 사제 가문으로 존경을 받으며 다른 10개 가문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으니… 마침 모세가 레위 가문 출신이기도 했다.

2 율법

레위기의 내용은 율법이다. 출애굽기 20장~31장, 민수기 5장, 신명기 10장~31장 등에도 율법에 관한 내용이 있지만, 레위기는 책 하나가 몽땅 율법이다.

  • 제물에 관한 규정 : 1장~7장
    • 피는 먹으면 안 된다. 소, 양, 염소의 굳기름, 화제물로 바친 짐승의 굳기름은 먹으면 안 된다.
  • 사제에 관한 규정 : 8장~10장
  •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 : 11장
  • 정결례 : 12장~15장
    • 참고로 남자는 성기에서 고름이 흐를 때, 정액을 흘렸을 때, 여자는 하혈을 할 때(월경도 포함된다) 불결하다고 간주한다. 고름을 흘린 남자와 피를 흘린 여자는 속죄 예식을 거행하라고 되어 있다. 고름을 흘린 남자와 피를 흘린 여자는 모두 속죄 예식을 거행하라는 문언과는 달리, 라이프성경사전#은 자연적인 유출은 물로 씻으면 되는 것이라 풀이한다. 생리할 때마다 비둘기 두 마리씩 바치러 사제를 찾아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긴 하지
  • 속죄일 : 16장
  • 짐승을 잡는 법 : 17장
    • 피는 먹으면 안 된다.
  • 성(性) : 18장
  • 거룩한 백성이 되어라 : 19장
    • 각종 하지마라의 연속. 다른 가축의 교배 금지, 한 밭에 두 종류의 씨앗 뿌리는 것 금지, 서로 다른 두 가지 옷감으로 만든 옷 걸치는 것 금지 같은 금기도 있다.
  • 형벌 : 20장
  • 사제직의 성스러움, 제물의 성스러움 : 21장, 22장
  • 축일(안식일, 속죄일 포함) : 23장
  • 성소의 등불 : 24장
  • 성년(안식년, 희년 포함) : 25장
  • 요약(율법들을 제대로 지켰을 경우에 받게 될 복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받게 될 벌 포함) : 26장
  • 부록 : 27장

2.1 율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집단의 예

  • 유대교에서는 구약에 언급된 모든 율법을 엄격하게 지킨다. 그 중에서 엄청난 근본주의의 성격을 띄는 하레디는 일반 유대인보다 더욱 엄격하게 지킨다.
    • 코셔 푸드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너희는 새끼 염소를 그 어미의 젖에 삶아서는 안 된다."(탈출기 23:19)가 커지고 커져 유대인들은 고기와 유제품을 동시에 먹는 것 자체를 금기시한다. 치즈버거 같은 거. 고기와 유제품이 뱃속에서 섞인다는 점에서 치즈버거나 어미의 젖에 삶은 염소 새끼 고기나 그게 그거라는 판단 때문인데, 그럼 뱃속에서 안 섞이게 되는 시점이 언제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은 세 시간이면 소화가 되니 괜찮다고 하고, 세파르디 유대인들은 여섯 시간 뒤라고 한다.
  • 무슬림

2.2 일부 율법을 지키는 집단의 예

2.3 율법을 탄력적으로 받아들이는 집단의 예

  • 기독교에서, 음식에 대한 금기는 대부분 풀렸다고 봐도 된다. '레위기는 당시 상황이 반영된 것, 중요한 것은 율법이 아니라 주님의 의도'라고 여긴다. 그렇기에 가톨릭 신자들은 오늘도 레위기에서 금지하는 돼지고기, 토끼고기, 새우, , 오징어, 문어[8] 등을 오늘도 맛있게 뜯고 있다.[9] 카톨릭을 포함해 정교회, 오리엔트 정교회, 대다수 개신교 교파 또한 마찬가지.
  • 무당을 배격하는 경향[10],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경향[11] 또한 레위기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편이긴 하나, 대부분의 교단에서는 죄로 여기고 있다.

2.4 율법을 탄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너희도 그토록 깨닫지 못하느냐?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그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느냐? 그것이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고 밝히신 것이다. - 마르코 복음서 7장 18절 ~ 20절

바리사이(바리새)들과 율법학자들이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라고 묻자, 예수 그리스도는 위와 같이 대답하였다. 정확히 말하면 율법을 어긴 것(부정한 음식을 먹은 것)을 따진 게 아니라 전통을 따르지 않은 것(음식을 먹기 전 손을 안 씻은 것)에 대한 대답이지만,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고 밝힘으로써 레위기에서 언급한 수많은 부정한 음식들까지 한방에 날아간 것. 고대의 맵병기 그래도 밥 먹기 전에 손은 꼭 씻읍시다

예수 그리스도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고 말한 까닭은 다음과 같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들 더럽힌다." - 마르코 복음서 7장 18절 ~ 23절

전통(음식을 먹기 전 손 씻기)이나 율법(부정한 음식 피하기)만 신경쓰고 나쁜 생각들을 하고 다니면 말짱 헛일. 그러니까 나쁜 생각 하지마라. 복음서에서 예수가 율법학자들이 던지는 곤란한 질문과 공격을 맞받아치는 방법이 이런 식이다. "안식일에 밀 이삭 뜯어 먹어도 됨?" → "그럼 굶어야겠니?" "안식일에 병자를 고쳐도 됨?" → "그럼 좋은 일을 안 해야겠니?"

그리스도가 율법학자를 깠다고 해서, 그리스도가 율법을 우습게 봤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 마태오 복음서 5장 17절 ~ 18절

비유컨대 '하느님이 뜻한 좋은 것'[12]그리스도교헌법이라 한다면, 그리스도는 율법을 핑계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짓거리에 너 위헌을 선언한 것이다. 기독교적 헌법에 근거해 율법을 수정하거나 삭제한 게 아니라[13], 기독교적 헌법에 어긋난 율법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 포인트. 헌가 말고 헌마 같은 건가?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십일조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바로 이러한 것들을 실행해야만 했다." - 마태오 복음서 23장 23절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 마르코 복음서 2장 27절 (안식일에 이삭을 뜯어먹은 제자를 지적하는 율법학자에게, 그럼 먹지 말아야겠냐고 하면서)

참고로, 사도행전에서는 사도들이 모여 회의를 하다가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왜 우리 조상들도 우리도 다 감당할 수 없던 멍에를 형제들의 목에 씌워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 사도행전 15장 10절 (베드로의 발언)
"다른 민족들 가운데서 하느님께 돌아선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말고, 다만 그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우상에게 바쳐 더러워진 음식과 불륜과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피를 멀리하라고 해야 합니다." - 사도행전 15장 20절 (야고보의 발언)

유대인들도 할례를 하고 모세의 율법을 지키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나 보다(…). 안티오키아, 시리아, 킬리키아에 있는 다른 민족들 출신의(=유대인이 아닌) 그리스도인들에게 전교를 하면서 그들이 지켜야 할 율법을 좀 완화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요지의 주장이 나온 것.

#링크된 글에 의하면, 피는 당시에 '생명 그 자체'라고 생각했으나 현대과학적으론 당연히 아니므로 먹어도 되고, 우상의 제물은 음식보다는 우상 그 자체의 문제이므로 역시 문제가 없다. 결정적으로 사도들의 말보다 그리스도의 말씀(모든 음식은 깨끗)이 우선이므로 이 율법은 사실상 폐지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불륜을 가까이 하면 곤란하다.

3 희년법에 대한 지공주의자의 해석

지공주의(地公主義, Georgism)란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의 주장에 따라 지대조세제(land value taxation)를 통하여 토지를 국유화하자는 사상을 말한다. 이하의 설명은 한국의 기독교 지공주의자(조지스트. Georgist)들과 이에 호의적인 이들의 주장일 뿐, 희년법에 대한 보편적 해석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에 주의하여야 한다.

레위기의 전체 구성을 보면 1장의 제사법에서 시작해서 25장의 희년법으로 끝나고, 26장은 이러한 율법들을 제대로 지켰을 경우에 받게 될 복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받게 될 벌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27장은 부록이다. 레위기 율법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25장의 희년법인 셈인데, 이 희년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을 정도로 성경 전체의 맥을 관통하는 엄청나게 중요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희년법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매 50년마다 토지를 골고루 나누어 받게 된다. 그리고 모든 빚도 탕감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가 경제적으로 리셋되는 것. 다만 희년이 실제로 실행되었다는 기록은 없다고 전해진다.

숭실대학교 교목실장 김회권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희년법은 단순한 규정이나 법칙이 아니라, 하느님이 구현하고자 한 '대안적 세계질서' 가 무엇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때문에 현실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러한 대안적 세계질서를 구현하기를 부르짖는 신학 계열에서는 유독 희년을 강조하고 있다. 희년을 문자적으로 지킬 필요는 더 이상 없지만, 희년에 나타나 있는 하느님의 뜻에서 의미를 찾고, 그러한 대안적 세계질서를 이 땅에 구현하고자 하는 것. 이쪽 계열의 대표적인 단체에는 희년함께가 있으며, 평화누리, 성서한국,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등도 이러한 정신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신학적 입장에 따르면, 희년에 나타난 대안적 세계질서의 원리는 크게 2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토지 가치의 공유생산 수단의 공평한 분배이다. 토지 가치의 공유란, 토지는 하느님이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준 것이므로 그 가치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지 가치의 공유를 부르짖은 19세기 철학자가 있으니 바로 헨리 조지 되시겠다. 헨리 조지는 토지를 균등하게 나누어 주는 것을 한 단계 응용하여, 토지에 문자 그대로 세금 폭탄을 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렇게 거둬들인 세금을, 마찬가지로 레위기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 보호에 활용하자는 것. 이것을 지공주의라고 한다.

또한 생산 수단의 공평한 분배는 당시 토지가 농경을 통해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생산 수단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당시 이집트나 가나안 사회에서는 소수의 권력자와 부자들이 토지를 독점하고, 대다수의 민중들은 그들에게 종속되어 그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경제 체제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신앙의 기본 정신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것. 따라서 희년 율법에서는 이렇게 생산 수단이 소수의 권력자와 부자들에게 독점되어, 그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민중들을 착취하여 배를 불리고, 반대로 민중들은 뼈 빠지게 일하고도 아무것도 누리지 못하는 경제 체제를 정면으로 반대하면서,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생산 수단으로서의 토지를 나누어 받고, 아무도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경제 체제를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 운동은 이러한 희년의 원리를 산업 사회에 응용한 것이다. 산업 사회에서의 생산 수단인 기업을 소수의 기업가들이 소유하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착취와 불평등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협동조합에서는 기업 구성원들 모두가 출자금을 냄으로써 기업에 대해 소유권을 가진다. 모든 기업 구성원들이 공평하고 정의롭게 가치를 분배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뭐 거창한 것 같지만, 썬키스트와 바르샤도 일종의 협동조합이다.)

따라서 희년에 나타난 대안적 세계질서는 소수에게 생산 수단이 집중되는 이러한 세상이나, 아무도 생산 수단을 가지지 못하는 이러한 세상 모두를 거부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뜻한다고 할 수 있겠다. 괜히 이러한 신학 노선의 최종보스김회권 교수가 이러한 체제이러한 체제를 가루가 되도록 까는 게 아니다.

물론, 이러한 경제적 율법은 권력자와 부자들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말미암아 이스라엘 사회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나마 잘 지켜진 것이 다윗솔로몬 시절인데, 역사서에서 다윗과 솔로몬을 극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솔로몬 시대에는 이러한 경제적 율법이 잘 지켜져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곧 자기 생산 수단을 공평하게 나누어 받았다고 한다. (열왕기 하권 4장 25절)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율법은 솔로몬 사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엘리야가 활동할 때쯤에는 희년? 그거 먹는 건가요? 우걱우걱. 아모스를 시작으로 이사야, 미카, 예레미야, 에제키엘 등등의 예언자들이 이러한 사회적 불의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지어 미카는 욕까지 하고 있다! 한편 이들은 이러한 대안적 세계질서를 이 땅에 세울, 곧 정의를 실현하고 그 정의를 통해 평화를 구현할 메시아가 이 땅에 올 것을 예언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욕까지 늘어놓으며 이러한 사회적 불의를 규탄한 미카는 자기 책 4장에서 메시아가 가져다 줄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예언하면서, 열왕기 하권 4장 25절을 재방송하여, 모든 사람이 생산 수단을 골고루 나누어 받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그것 외에도 웬만한 예언서에는 메시아가 공평과 정의를 실현하여 이 땅에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53장에서 대놓고 메시아를 예언한 이사야서에는 61장 1~2절에서 이 메시아가 대놓고 핍박받고 착취당하는 민중들에게 희년을 선포하여 이들을 핍박과 착취의 쇠사슬에서 풀어 줄 것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나중에 예수는 바로 이 이사야 61장 1~2절을 인용하여 자신이 바로 거기에서 예언한 메시아로써, 묶인 이들과 억눌린 이들에게 그러한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선포하며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 주고 눈 먼 이들이 눈을 뜨도록 해 주기 위해 이 땅에 왔다고 말했다. (루카 복음서 4장 18~19절) 그리스도교에서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 것은, 예수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3일 만에 부활함으로써 이러한 예언을 성취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어려우니까 교회 지도자들이 잔뜩 요약에 또 요약을 거듭해서 간단하게 추려 도그마를 만든데다가, 또 교회가 세속화되어 세상의 불의한 사회 구조나 체제에 대한 비판 의식을 상실하는 바람에 정작 이런 사회적인 메시지를 현대의 교회에서 찾아보긴 굉장히 어려워졌지만, 분명히 성경 전체의 흐름을 보면 이렇게 나온다. 단지 교회에서 그렇게 가르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레위기 25장의 희년 율법은 단순히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지켜야 할 규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서 말하는 핵심 주제인 '대안적 세계 질서로서의 하느님 나라'에 대해 압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으며, 이 희년 메시지는 이사야서 61장을 거쳐 루카 복음서 4장으로 이어진다. 성경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대안적 세계 질서를 이 땅에 구현하여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실현할 것을 부르짖는 사회 신학 계통에서 희년을 유독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3.1 반론

지공주의자들은 희년법을 지나치게 현대의 상황에 맞추어 곡해하고 있다는 반론이 있다.

레위기의 조문을 보면 희년법은 50년마다 토지를 재분배하는 법이 아니며, 오히려 히브리인의 가나안 정복 이후 가문(家門)별로 분배받은 토지를 서로 침범하지 않고 영구히 세습하게 하여 토지의 재분배를 막는 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무슨말인고 하니 가나안 정복 후 히브리인의 각 가문 별로 토지를 분배받았는데, 시간이 흐르며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가문이 자신들의 토지를 부유한 가문에 팔아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다 보면 결국 토지는 부유한 가문 위주로 재분배되는데, 이것을 리셋시키고 토지를 다시 원 소유주 가문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희년법이지 절대 토지를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다.

지공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토지 '가치'의 공유라는 말은 토지가 상품으로 거래되는 근대 이후의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성경이 쓰여진 고대에는 토지는 (거의) 상품이라고 볼 수 없었다. 따라서 성경이 토지 가치의 공유를 말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성경은 이스라엘의 권력자들에 의한 토지 독점에 대하여 비판하고 있으나, 이를 근거로 근대 이후 발생한 토지의 상품화, 그리고 이로 인한 부작용인 토지 투기 문제와 뭉뚱그려 성경이 토지 투기를 비판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성경은 토지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토지를 분배받아야 할 '모든 사람' 가운데 원래 그 땅의 주인들이었던 '가나안 사람들'은 제외되고, 멸절시켜야 할 대상일 뿐이다.

헨리 조지의 주장을 요약하면 '조세를 통한 토지의 국유화(國有化)'이다. 소위 지공주의자들은 자신들은 토지 '가치'의 국유화를 말할 뿐 토지의 국유화는 반대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지대조세제(Land Value Taxation)를 통하여 하여 토지 '가치'가 국유화되면 결국 토지 국유화라는 목적이 달성된다는 것을 숨기면서 자신들이 토지 국유화를 주장한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공주의에 의하면 국민 개개인이 소유한 토지는 몰수되고 국가가 유일한 지주(地主)가 된다. 이는 토지 소유주의 배타적 소유권을 보장한다는 희년법의 의미에 오히려 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트리비아

유태계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Levi', 'Levine 혹은 Levin'이나 'Levy', 'Levitt 혹은 Levit'등의 성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레위 지파 사람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그리고 후에 레위 지파 사람들이 다른 부족으로 편입되어서 사제직을 독점하면서 그의 후손들의 성씨가 바로 'Cohen 혹은 Coen 이나 Kohen, Koen' 그리고 'Kaplan 혹은 Caplan'등의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바로 이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이 3개의 성씨들이 현재 유태계 사람들의 성씨 중에 가장 흔한 성씨들이니 레위지파와 그들의 후손들은 잘 번성한 듯 싶다.

5 관련 항목(?)

  1. "그가 부르셨다"라는 뜻. 원문의 맨 첫어절이다. 참고로, 레위기 1:1은 "여호와께서 회막에서 모세를 부르시고 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2. 현대 히브리어로는 바이크라, 고전 히브리어 즉, 성서 히브리어로는 와이크라다.
  3. 3천 명 가량이 죽었다고 되어 있다.(출애굽기 32:28) 그들의 시조인 레위는 겁탈당한 누이의 복수를 위해 히위 족속의 남자를 전부 죽이고 마을을 약탈하였다.(창세기 34장) 이 일을 저지른 시메온과 레위는 아버지 야곱에게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나를 흉측한 인간으로 만들어, 나를 불행에 빠뜨리는구나."라는 책망을 들었다. 시조가 크게 살인을 저질러 아버지에게 꾸짖음을 들었는데, 후손들이 살행으로 공을 세워 제사장의 직분을 맡게 되었으니 이는 참으로 중요한 반전이다.
  4. 여기서 말하는 부정한 짐승으로 낙타, 바위너구리(사반), 토끼, 돼지 등이 있다.
  5. 땅에서 기어다니는 동물 중에서 부정한 것은 도마뱀, 도마뱀붙이, 카멜레온, 왕도마뱀, 악어
  6. 네 발이라고 나와있지만 곤충은 당연히 다리가 6개다.
  7. 이들 곤충들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식용을 많이 한다. 오히려 충식을 하면 친환경적이고 영양가도 풍부하다. 게다가 유대인의 코셔 푸드중 하나이며 메뚜기는 한국에서도 볶거나 구워서 먹는다.
  8. 오징어와 문어는 꽤 오랫동안 서양에서 먹지 않았으나, 먹는다고 가톨릭 교리에 위배되는 건 아니다. 레위기에서 금지한 돼지고기도 먹으니
  9. 정보출처 #
  10. "영매나 점쟁이로 나서는 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 "남자나 여자가 접신하거나 박수무당이 되거든 반드시 죽일지니" (20:27)
  11. "여자와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해서는 안 된다." (18:22)
  12. 이 '하느님이 뜻한 좋은 것'이 무엇인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면 신학, 멋대로 독자연구를 하면 이단 내지 사이비다.
  13. 기독교적 헌법 그 자체를 수정하거나 삭제한 것 또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