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1 개요

Ninth Iserlohn Offensive
第9次イゼルローン攻防戦

은하영웅전설의 전투. 우주력 798년, 제국력 489년에 이제르론 요새에서 벌어진 은하제국자유행성동맹 간의 전투이다.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에 따라 오스카 폰 로이엔탈이 지휘하는 제국 원정군이 이제르론 요새를 공격하여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 양 웬리와 교전을 벌였다. 하지만 제국군의 목표는 따로 있었다. 이로 인해 정세가 급변한 상황에서 자유재량권을 부여받은 양 웬리가 요새를 포기하고 이탈하면서, 결국 이제르론 요새는 다시 제국군의 손에 넘어갔다.

2 배경

페잔은 제국과 동맹의 분쟁을 촉발시키기 위한 공작을 펼쳤고, 이에 따라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와 야합하여 유제 납치사건을 일으켰다. 그리고 납치된 에르빈 요제프 2세문벌대귀족 잔존세력의 손에 이끌려 자유행성동맹으로 망명, 은하제국 정통정부가 수립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바로 동맹을 규탄하는 성명과 함께 구 체제의 귀족을 보호하는 동맹은 제국의 적이라는 논리로 선전포고를 날렸다.

당시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이제르론 요새에서 제국과 동맹 사이의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그 결과도 대강 이제르론 회랑에서만 북새통이겠구나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이미 교섭단계에서 니콜라스 볼텍을 협박했고, 역시 자치령주 자리에 욕심이 있던 볼텍이 그 대가로 페잔회랑 자유항행권을 넘겨주기로 하면서 서로 결탁을 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수립된 것이 제1차 라그나로크 작전이었는데 대놓고 페잔으로 진군을 해버리면 이를 눈치챈 페잔과 동맹이 잔꾀를 부릴 우려가 있었으므로 따로 연막작전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진행된 것이 모두들 예상한 이제르론 방면의 군사작전이었다. 연막작전이라고 너무 성의없게 편성하면 또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제국군 쌍벽 중 한 명인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을 사령관으로 지명하고, 헬무트 렌넨캄프 대장과 코르넬리아스 루츠 대장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하여 이제르론 방면 원정군을 편성했다. 이러한 진용 구성은 쉽게 페잔과 동맹군 정보망으로 넘어갔고 이에 따라 이제르론 방면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반면 양 웬리는 에르빈 요제프 2세의 망명 이후 라인하르트의 의도와 그 작전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당시 주 페잔 동맹판무관부의 주재무관 보좌관으로 부임한 율리안 민츠수도성 하이네센에 방문하게 되어 있었으므로 잠시 짬을 내서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과 만나도록 했다. 그리고 율리안의 손을 통해 당시 양이 예측한 상황과 이에 대한 최선의 방책을 요약한 문서를 전달하였다. 이 문서는 훗날까지 보존이 되어 양 웬리의 전략가적 식견을 증명하는 중요 사료로 남는다.

양의 경고를 들은 뷰코크는 이후 벌어진 회의에서 페잔 침공 가능성을 역설하며 대응책 강구를 주장했지만 이미 욥 트뤼니히트 일파에 장악당한 동맹군 수뇌부는 그 경고를 무시했다. OVA판에서는 아직 각성 전인 국방위워장 월터 아일랜즈가 노망난 노친네가 잠꼬대한다는 식으로 무시해버렸다. 그 결과 동맹은 이제르론 방면에 대한 경계강화 및 필요 시 군수물자의 지원체계를 갖춘다는 수준의 대응책만 수립하고 말았다.

3 전반전

3.1 1차 공세

제국과의 접경지역을 초계중이던 동맹군은 11월 20일 제국군 대병력의 출현을 감지했다. 원래 이제르론 요새에는 수많은 정찰위성 및 탐지장비를 통한 보다 수월한 초계활동이 가능했으나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이 시스템이 큰 타격을 입었고, 동맹의 재정난으로 인해 제때 보충되지 못했던 까닭에 결국 군함 위주의 초계활동을 하던 참이었다. 당시 초계활동에는 전함 율리시즈가 참여하고 있었는데, 이미 징크스로 자리매김한 율리시즈의 적군 소환이 성사됐다. 이를 놓고 무라이 참모장이 이를 거론하며 '율리시즈를 초계에 내보내면 안 되겠다'는 투의 말을 꺼냈는데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어서 지휘부를 잠시 패닉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결국 양이 율리시즈의 훌륭한 경계태세를 칭찬하며 '율리시즈가 초계 나갈 때마다 경계를 강화하면 되지 않겠나'는 말로 마무리지었다.

어쨌든 양은 하이네센에서 내려올지도 모르는 돌발명령에 대비하고자 함대를 미리 요새에서 출진하여 매복한 다음 제국군을 협공하는 샌드위치 작전을 구상하고 실행하려 했다. 하지만 상술한 것처럼 감시망이 많이 와해된 상태라 적의 동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없었고, 로이엔탈이 워낙 질서정연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요새 정면에 병력을 포진시키는 바람에 양의 작전은 휴지통으로 집어넣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양도 그냥 평범한 수성전략을 펼쳤고, 로이엔탈은 일단 요새 벽면에 일제사격을 가하여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후 미리 정해진 작전에 따라 루츠 대장의 함대가 별도의 사각지대에 반포위형 진형을 형성하도록 했다.

제국군의 진형 전개를 마냥 지켜볼 수 없었던 양은 대기중인 함대 출격을 지시했지만 이는 로이엔탈의 낚시였다. 출격하는 즉시 제국군이 쇄도하여 동맹군을 받아쳤고 그 결과 제국군과 동맹군이 뒤섞여 요새주포와 대공시스템이 손가락을 빨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양은 로이엔탈의 대응에 감탄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대로 제국군이 강요하는 소모전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재빨리 새로운 작전을 수립하여 실행했다.

요새에서 구원부대가 출진하고 여기에 양의 기함 히페리온이 섞여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자 요새주포와 방공망이 무력화됐다고 판단한 로이엔탈은 함대의 돌격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의 낚시였다. 히페리온을 보고 무질서하게 추격하던 제국군을 향해 사각에서 매복중이던 동맹군 한 부대가 급습을 가했다. 이 부대에는 특별한 임무를 지닌 동맹군 강습양륙함이 1척 포함되어 있었는데 바로 로이엔탈의 기함 트리스탄을 노리고 있었다. 결국 강습양륙함은 성공적으로 트리스탄의 옆구리를 들이받았고, 강습양륙함에 승선중이던 로젠리터가 로이엔탈의 기함에 침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트리스탄에서는 침입한 로젠리터를 막기 위한 함상백병전이 전개됐으나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고 로젠리터의 전투력이 발군이었던 까닭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발터 폰 쇤코프가 함내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로이엔탈과 함상 일기토(...)를 벌이는 막장스러운 사태가 전개됐다. 둘은 호각으로 싸웠으나 우열을 가리지는 못했고 결국 로젠리터가 철수하면서 마무리됐다. 로이엔탈은 서두르다가 양의 함정에 당해 기함에 적이 침입하는 굴욕을 겪었다고 반성하면서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 양은 추후 전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물러나는 제국군을 추격하려 했으나 로이엔탈이 워낙 질서정연하게 후퇴하고 있었던데다 바로 대응진형을 갖추는 모습을 보이자 바로 단념하고 모든 함대를 요새로 수용했다.

이렇게 로이엔탈과 양 웬리는 서로 한 방씩 먹이는 것으로 서전을 마무리했다. 요약하자면 낚시와 낚시의 대결은 무승부가 된것이다.

3.2 2차 공세 그리고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

12월 9일, 로이엔탈은 500척 단위로 편성된 소병력으로 집중포화를 퍼붓고 이탈하는 형태의 요새공격을 시작했다. 소설판에서는 그냥 평범하게 소집단이 레이저 수폭미사일을 퍼붓고, 이에 이제르론 대공포대가 반격을 가하는 식의 공방전으로 묘사됐다. OVA판에서는 이 공세를 좀 더 자세히 묘사하는데, 소병력들이 요새의 유체 금속층 바로 위에 근접해서 빔포와 폭탄을 발사하여 유체 금속층에 구멍을 뚫고, 유체 금속층의 표면을 거칠게 해서 부유 포대의 사용을 막았다. 이에 양 웬리는 부유 포대를 유체 금속층 아래에 위치시킨 다음 사격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부유 포대를 자폭켰는데 이 때 발생하는 초대형 액체금속 쓰나미로 로이엔탈 함대의 소병력 집단에 피해를 입혔다. 다만 이 방법은 부유포대 1기가 완파되는 방식이고, 보수비용이 팍팍 늘어나는 것이므로 사무감 알렉스 카젤느가 싫어했다.

30분간의 교전 동안 제국군은 2,000척이 넘는 군함을 상실했다. 이제르론 역시 200개소의 부유포대를 상실했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공성으로는 이제르론 요새를 함락시킬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됐다. 결국 로이엔탈은 요새 전면에서 부대를 후퇴시키고 지금까지의 전황을 라인하르트에게 보고하면서 증원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이 보고를 받은 라인하르트는 명장 로이엔탈의 고전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대병력 투입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볼프강 미터마이어 상급대장이 지휘하는 증원병력이 출격했다. 이에 따라 제국군의 쌍벽이 모두 이제르론으로 출격했다.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터마이어가 출현한 곳은 이제르론이 아닌 페잔이었다. 사실 이는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에 따라 계획된 작전안이었다. 로이엔탈이 이제르론에 공세를 펼치고 고전 끝에 증원을 요청하면 미터마이어의 증원군이 출격하고 이 부대는 페잔으로 급행하게 되어 있었던 것. 제국군의 철저한 연막공세도 있었고, 제국과 결탁한 볼텍이 허위정보를 계속 보낸 까닭에 이제르론 방면에서 군사작전으로 알고 있던 사람들 모두 뒤통수를 얻어맞고 만 셈이었다.

4 광고타임 소강기

페잔 점령, 라인하르트와 주력부대의 페잔 도착, 제국군의 동맹령 침공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도 양은 별다른 지시가 없었던 까닭에 이제르론에서 로이엔탈과 전술적인 레벨의 전투만 계속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양이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로이엔탈이 견제를 하고 있었으므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이 시기 양은 율리안이 정부의 명령으로 페잔에 부임하면서 이제르론을 떠났기에 전략 구상시의 말벗 및 가사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다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도 대처하기는 커녕 강제로 별 의미도 없는 양동작전에 기계적인 대응만 해야 한다는 자괴감이 합해져서 의욕마저 바닥을 박박 기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양 본인도 작전이나 대응책을 수립하기는 커녕 그저 수동적인 대응만 할 수 밖에 없었던 셈. 그 영향인지 이 시기에 있었던 교전 상황은 서술되지 않는다.

한편 급작스러운 상황전개에다가 정보 습득까지 늦어져 시간 및 병력부족에 시달리던 동맹군 수뇌부는 란테마리오에서 제국군과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때 참모장 춘우 지엔이 이제르론에서 양 웬리를 불러와 그 전력을 활용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뷰코크 제독을 비롯한 다른 제독들은 이제르론에서 제국군의 별동대와 맞서고 있고, 이제르론을 상실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민들의 패닉을 우려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양 웬리의 전력이 중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고 결국 뷰코크가 이 제안을 수락했다.

5 후반전

5.1 자유재량권이다. 야 신난다!

기계적이고 수동적 대응만 하고 있던 양은 1월 초 통신방해를 뚫고 수신된 통신문을 받아들게 된다. "모든 책임은 우주함대 사령부에서 진다. 귀관이 최선이라고 판단된 행동을 취하라"는 훈령이 들어온 것으로 양 웬리에게 완전한 자유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다. 양 웬리는 이 훈령 하나로 완전히 부활했으며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역시 뷰코크 제독은 명장이란 평을 남겼다.[1] 그리고 즉시 참모진들을 소집하여 이제르론 요새 포기를 선언했다. 워냑 양 웬리가 기상천외한 작전안을 자주 내놓기 때문에 단련이 되어 있던 참모진이었으나 이 결정에서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반응을 보였다. 무라이가 역시 동맹군 수뇌부에서 우려했던 점을 거론하면서 반대의사를 냈으나 그렇게 되면 역전을 할 수 있는 카드 패를 버리게 된다는 양 웬리의 답을 듣고 다들 이제르론 포기안을 수용하고 탈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작중에서는 바로 언급이 되지 않지만 훗날 양 웬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밝힌 바로 독신인 라인하르트를 전장에서 쓰러뜨리는 것이었다.

한편 로이엔탈의 경우 이제르론 요새의 견제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역시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지는 않았다. 이로 인해 렌넨캄프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으나 어쨌든 로이엔탈의 입장에서도 양이 우주방어를 한다면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현재 전개되는 상황을 봐서는 양이 동맹국을 구원하기 위해 요새를 포기하고 이탈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르론 요새를 탈환할 수 있으므로 나쁠 것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양 웬리의 전력을 온전하게 보내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에 지속적인 공세를 펼쳐 양이 마음 편하게 철수하지 못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양 웬리도 로이엔탈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 예상하고는 있었으나 막상 당하는 입장이 되자 성가실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철수작전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로이엔탈의 공세에도 대응해야 됐기 때문이다. 양의 경우에는 일단 전력보존을 중시했기 때문에 좀처럼 함대 출격을 허가하지 않았다. 설령 출격을 하더라도 요새 주포 사정권 이내에서만 활동하고 즉시 철수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일단 양의 지시이니 따를 수 밖에 없었지만 에드윈 피셔, 더스티 아텐보로 등을 비롯한 분함대 사령관들은 휘하 병사들에게서 터져나오는 불만을 다독이고 때로는 질타하면서 억누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아텐보로는 양 웬리에게 찾아가 "모든 책임을 지겠으니 출격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하게 됐다. 다만 이러한 식의 논법은 양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이었으므로 얼굴에 당장 불편한 기색이 드러났다. 프레데리카 그린힐의 신호를 받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아텐보로는 말을 고쳐서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상당히 적을 편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인데 좀 허락해 주세요"라 진언했다. 양도 결국 몇 가지 문답을 주고받은 다음 아텐보로의 제안을 수락했다. 일단 병사들의 불만을 다독일 필요도 있었고, 제국군의 전력을 깎아놓으면 훗날 철수할 때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텐보로가 물러간 후에 프레데리카에게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5.2 제국군 엿먹이기

잠시 양측의 교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무렵 이제르론에서 400척의 수송선과 2,000척 가량의 군함이 출항했다. 이는 누가봐도 요인 및 민간인 탈출로 볼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다만 로이엔탈의 경우에는 양 웬리의 꼼수를 경계하여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부터 로이엔탈이 압박만 가할 뿐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던 렌넨캄프가 통보만 하고 바로 추격에 나서는 바람에 로이엔탈도 어쩔 수 없이 추격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추격은 렌넨캄프에게 맡기고 자신은 그 뒤를 지원하는 형태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렌넨캄프는 병력을 나눠 한 병력이 탈출선단의 퇴로를 차단하며 나머지 병력이 등짝을 덮쳐서 이들을 소탕하려 했으나 이는 양 함대의 낚시였다. 이는 과거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나이트하르트 뮐러가 당했던 것을 응용한 패턴으로 렌넨캄프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제르론 요새 대공포대 전면에 함대를 배치하고 말았던 것. 렌넨캄프가 아차하는 순간 대공포화가 작렬하면서 제국군 함대를 탈탈 털어먹기 시작했다. 뒤따라오던 로이엔탈이 요새에 포격을 가한 덕분에 겨우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2]

간신히 질서를 회복한 렌넨캄프는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나머지 부대를 이끌고 이제르론에서 출발한 선단을 추격했다. 이에 호위함대는 서둘러 이제르론 요새를 철수했고 수송선단만이 뒤쳐지게 됐다. 렌넨캄프는 이 수송선들을 나포해서 체면을 회복하려 했으나 그 순간 500척의 수송선들이 일제히 폭발을 일으키며 렌넨캄프의 병력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 대기중이던 이제르론 함대는 렌넌캄프의 잔여부대에 그동안 쌓였던 불만과 전의를 불태우며 실컷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 결과 루츠의 구원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군함 2,000척을 상실하고 전사자가 20만에 당할 정도의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동맹군은 신나게 스트레스를 해소한 다음 요새로 철수했기 때문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 이는 개전 이래 몇 안되는 제국군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제국군의 기세를 꺾고 훗날 탈출시 전력을 약화시키는 소기의 성과는 달성했으나 대신 수송선 500척을 날려먹었다. 이에 대해서 알렉스 카젤느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소설판에서는 나중에 탈출인원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디스하는 것으로 이어졌지만 OVA판에서는 아래에 언급할 '방주 작전'의 명칭을 두고 양 웬리와 투닥거리다가 '수송선 500척이나 날려먹은 주제에 입 다물어라'란 식으로 깠다. 때마침 귀환한 아텐보르는 이 이야기가 들리자 바로 도망간다(…).

로이엔탈은 사죄하는 렌넨캄프에게 가벼운 질책만 했을 뿐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더불어 제국군이 피해를 입긴 했어도 동맹군이 철수할 것이란 확신을 가졌고, 동맹군이 이탈하면 이제르론 요새로 진주할 수 있도록 휘하병력에 준비를 지시했다.

5.3 이제르론 탈출

탈출준비가 마무리 되자 동맹군 함대는 이제르론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수송선에 사람들을 대거 수용하고 그래도 수용이 안되는 인원들을 전투함에 수용해야 됐었다. 하지만 앞선 작전에서 양 웬리와 아텐보로가 합작으로 귀중한 수송선 500척을 동원하여 제국군 상대로 신나는 불꽃놀이를 했기 때문에 수송선이 모자랐고, 결국 전투함에도 빼곡하게 수용해야 했다. 특히 율리시즈는 불침함으로 명성이 높았던 까닭인지 유아와 그 어머니들, 의료진들이 탑승하게 됐다. 그 결과 여기저기 기저귀가 널려 있고 아이들의 울음소리로 인해 율리시즈의 승무원들이 멘붕 상태였는데 율리시즈의 항법사 필즈 중위가 '아기를 출산한 뒤가 바로 여자가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이다. 그런 여자가 3개 중대나 타고 있는 거라고!'라고 농담을 하면서 승무원들을 격려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 탈출작전의 명칭은 카젤느가 후배한테 물들었는지 이름짓기가 귀찮아서 생각나는대로 방주작전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양 웬리는 너무 대충 지은 이름 아니냐고 투덜대다가, 수송선 500척 날려먹은 녀석이 까고 있네라는 핀잔을 듣고 데꿀멍해버렸다. 을지서적판에서는 이 명칭을 상자선박 F5 작전이라고 이상한 번역을 해놨다. 방주를 억지로 맞추면 나오는 상자선박은 그렇다치고 F5는 대체 무엇인지 참으로 의문이다.

한편 동맹군의 대규모 선단이 이제르론에서 이탈한다는 보고를 들은 로이엔탈은 이제르론 진주를 지시했다. 렌넨캄프가 넌지시 추격을 해야되지 않겠나란 의견을 밝혔으나 이제르론 점령이 먼저고, 이미 아군이 동맹령에 침입하여 활동중인 상황이니 서둘러 추격할 필요는 없다고 잘랐다. 렌넨캄프도 자신이 무리하게 추격하다가 호되게 당한 걸 생각하고는 로이엔탈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이 무렵 루츠가 동맹군이 함정을 설치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로이엔탈도 그 가능성을 인정하여 잠시 병력을 대기하도록 한다음 공병대를 파견하여 주요 거점 수색을 지시했다. 그 결과 동맹군이 동력로 부근에 교묘하게 설치해놓은 폭발물들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너무 교묘하게 숨겨놔서 하마터면 발견 못할 뻔 했을 정도였는데 만약 제국군이 무질서하게 추격에 나섰거나 혹은 안심하고 요새에 진주했다가는 요새가 통째로 날아가는 대참사가 터질뻔한 상황이었다. 공병대장 슈무데 대령의 보고를 받은 로이엔탈을 비롯한 제국군 수뇌부들 모두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과 함께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6 이후 이야기

양 웬리의 포기에 따라 이제르론 요새는 다시 제국군의 손으로 넘어갔다. 로이엔탈은 간략하게 상황을 보고하고는 요새 정비작업에 들어갔다. 어차피 동맹군이 철수하면서 컴퓨터의 모든 정보를 파기한 상태였으므로 소득은 없었고, 제국군이 운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재정비했다. 그리고 동맹군이 유기한 물자들을 확보하고 이를 정리하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장교 한 명이 횡령을 저질렀고 로이엔탈이 군법회의를 소집한다음 그 죄를 물어 처형했다. 이 때 장교가 누구더 큰 것을 훔쳐도 욕을 안먹는데 고작 물자 횡령 따위로 자신을 처벌한다고 불평을 늘어놓자 "그럼 너도 한 번 훔쳐보지 그래?"란 반응을 보이고 직접 빵야(...).

한편 이제르론을 탈환한 이후 폭발물이 있었다고 해도 너무 쉽게 이제르론을 포기하고 물러간 것 때문에 또다른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닐까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로이엔탈도 그렇고 주변의 참모들 모두 그냥 지나가는 농담식으로 치부했는데 그로 인해 벌어진 것이...

이제르론 정비를 마친 로이엔탈 휘하의 이제르론 방면 원정군은 루츠 대장이 이제르론 사령관이 되어 요새에 잔류하고, 나머지 병력은 동맹원정에 나선 본대에 합류하기 위해 출격했다.

한편 양 웬리는 제국군과의 결전에 참여하기 위해 카젤느에게 민간인을 수용한 선단을 맡기고, 전투부대만 재편하여 란테마리오로 급행했다. 하지만 시간을 맞출 수는 없었고,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 후반부에 나타나 제국군을 잠시 패닉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잔존 동맹군을 수용하여 서둘러 행성 하이네센으로 철수했다.

양 웬리는 이제르론을 포기한 것 때문에 안좋은 소리를 잔뜩 듣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방위원장 월터 아일랜즈는 양에게 원수 계급을 부여하고, 양의 작전안을 청취한 다음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사실상 전권을 부여하여 제국군의 공세를 막고 라인하르트를 타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1. 그러고선 "참 지독한 양반이야, 사람을 이렇게 부려먹다니."라고 콧노래섞인 푸념 아닌 푸념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프레데리카 그린힐은 그 소리가 "제국군 전함 한 대는 내 연금의 얼마 정도 되려나~~♬"로 들렸다고 한다.
  2. 이 때 한 방 먹은 것과 이 때의 기억 덕택에 라이갈 성역 회전에서 또 한 번 패배의 쓴 맛을 보게 된 렌넨캄프는 양 웬리에게 열폭하여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을 일으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