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주악

(취주악단에서 넘어옴)

한자: 吹奏樂
일본어: 吹奏楽(すいそうがく)[1]
영어: Wind-instrumental music (약칭 Wind music)
독일어: Blasmusik
프랑스어: Orchestre d'harmonie
이탈리아어: Banda musicale

주로 불어서 소리내는 관악기 위주로 편성되는 음악 또는 악단의 편제를 지칭하는 단어. 비슷한 용어로 고적대, 브라스 밴드, 콘서트 밴드, 마칭 밴드 등이 있는데, 세부적으로는 저마다 꽤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1 역사

관악기라는 것이 인류 문명에 등장하고, 인류가 군집 생활을 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온갖 문명권에서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취주악이 발생하고 발전했으며, 한반도의 대취타같은 경우에도 이쪽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취주악이라고 하면 주로 서구에서 발생하고 발전되어온 관악 음악을 흔히 칭한다.

안정된 자세에서 연주해야 하는 현악기와 달리, 많은 관악기들은 앉아서도 서서도, 심지어 걸어다니면서도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악기들보다 기동성이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군악대의 발전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초기 취주악단은 대부분 군대경찰 등 공권력 집단에 소속되어 있었다.

특히 전장에서 병력들에 진격이나 후퇴, 대형 변경 등에 대한 신호 목적도 있었기 때문에, 멀리서도 소리가 잘 들리는 날카로운 음색과 강한 음량의 악기들이 애호되었다. 트럼펫이나 코넷, 뷰글 같은 나팔 종류나 스네어드럼 같은 둘러메고 칠 수 있는 바삭한 소리의 북을 많이 썼으며, 이 전통은 지금도 내려와 영어권 국가의 밴드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브라스 밴드' 참조)

하지만 전장 외에 평시에도 병사들의 사기 진작이나 대민 이미지 향상용으로 공연하게 되면서, 신호 위주의 날카롭고 거친 음색을 좀 더 다채롭게 다듬을 필요가 생겼다. 이는 목관악기와 타악기의 발달과 함께 보충되었고, 19세기에 들어서 현대에 취주악단이라고 불릴 만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특히 목관악기의 발달은 군사적 성격의 취주악이 아닌, 실내에서 보다 아담한 편성으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여흥음악으로서의 취주악을 파생시키기도 했다. 독일어로 '하르모니무지크(Harmoniemusik)'라고 칭하며, 고전 시대에 특히 유행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시민 사회와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공권력이나 특권층 예속 위주였던 취주악과 악단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악기 제조도 산업화되면서 좀 더 많은 연주가들이 비교적 싼값에 악기들을 입수할 수 있게 되었고, 민간인들로 취주악단을 구성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서구권과 일본 등지에서는 군악대나 경찰악대의 수와 맞먹거나 혹은 그 이상의 민간 취주악단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단순히 행진곡 등 군사적인 성격의 음악 외에도 교향곡 같은 클래식 계통의 본격적인 장르나 재즈 빅 밴드 넘버 등으로 레퍼토리도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일본의 원작소설이자 애니메이션인 울려라! 유포니엄은 고등학생들[2]이 취주악 활동을 하는 다소 진지한 소재를 다루는 청춘물이다. 밴드한답시고 맨날 쳐묵하는 모 애니와는 다르다.
음 그럼 실력을 한번 비교해 볼까?

2 편성과 형태

관현악과 마찬가지로, 세부적으로는 각 악단들마다 혹은 각 나라들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이것이 명확한 기준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대체로 기본은 관악기가 중심이 되고 여기에 타악기나 현악기 등이 추가되는 식으로 편제된다. 관악기도 금관악기 위주냐 목관악기 위주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형태와 함께 설명한다.

2.1 브라스 밴드 (Brass Band)

파일:Attachment/brassband.jpg

브라스는 금관악기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로, 이 형태에 속하는 취주악과 취주악단에는 금관악기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목관악기가 들어간다고 해도 플루트색소폰 같이 금속 몸통을 지닌 악기가 대부분이고, 영국에서 브라스 밴드라고 하면 관악기는 죄다 금관악기만을 편성하는 밴드를 칭한다.

20세기 들어서는 군악대에서도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를 균형있게 편성하는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이 편제는 군악 보다는 민간 취주악단에서 주로 쓰이는 형태가 되었다. 특히 영국에서는 매년 각지에서 아마추어 브라스 밴드 경연대회가 열리며, 런던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리는 결선에 참가하는 밴드들은 웬만한 프로 악단 뺨치는 ㅎㄷㄷ한 연주력을 보여준다.[3]

경연대회 결선에서 프로급 브라스 밴드들은 거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묘기'를 선보이기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이를 '초절기교'라 칭하고 있다. 아래 니코니코 동화의 라이브 연주(오디오만 있음)는 1992년 유럽 브라스 밴드 선수권에서 연주된 필립 스파크 작곡의 '드래건의 해(The Year of the Dragon)'라는 곡인데, Britannia Building Society Band라는 이름도 복잡한 밴드가 연주하였다. 브라스 밴드 경연대회 역사상 가장 완벽한 연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연주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음악적인 면으로나 기교적인 면으로나 라이브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드래건의 해는 경연 대회의 연주곡 중에서는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브라스 밴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심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들어보자.

The Year of the Dragon - 니코니코 동화
The Year of the Dragon - 블로그

영국 브라스 밴드의 전형적인 편제는 다음과 같다 (영어 위키백과 참조);

Eb 소프라노 코넷 1
Bb 코넷 8~10
Bb 플뤼겔호른 1
Eb 테너호른 3
Bb 바리톤 2
테너 트롬본 2
베이스 트롬본 1
Bb 유포니움 2
Eb 튜바 2
Bb 튜바 2
타악기 주자 2~4

트럼펫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음색의 코넷이 밴드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Bb 코넷은 인원이 많은 만큼 여러 파트로 세분화되는데, 대개 4~5명의 주자가 수석급에 해당하는 솔로를, 부수석급 한 명이 솔로를 뒷받침하는 리피아노(Repiano)를, 차석급 주자들이 세컨드(흔히 2명), 서드(흔히 1~2명)를 맡는다.

플뤼겔호른은 이름만 보면 호른과 연관있는 악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코넷을 약간 낮은 음역에 특화되도록 개량한 것이다. 테너호른도 미국에서는 알토호른이라고 부르는 튜바 축소판 비슷한 금관악기로, 리하르트 바그너가 도입한 금관악기인 '바그너 튜바'와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영국 외에는 그 후손들이 건국한 미국에서도 일반화되었지만, 20세기 중반 들어서는 콘서트 밴드류 취주악단의 번성 때문에 영향력을 많이 잃게 되었다. 하지만 초기 재즈의 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 뉴올리언스에서는 여전히 영국식 혹은 영국식 응용의 브라스 밴드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미국 해병대에는 코넷을 뷰글로 바꾸어 편성한 '드럼 앤드 뷰글 코어(Drum and Bugle Corps)'라는 군악대가 편성되어 있다.

또 흔히 '빵빠레'로 유명한 팡파르(Fanfare)도 원래는 금관악기 만의, 혹은 금관악기에 타악기를 더한 합주단이 연주하는 짤막하면서도 화려한 개막 음악이다. 실제로 이 형태의 팡파르가 서구권에서는 상당히 많이 작곡되었고, 개중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런 코플런드, 아르놀트 쇤베르크 같은 대가들이 쓴 곡들도 있다.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활동한 조반니 가브리엘리가 작곡한 수많은 소나타와 칸초나도 당대의 트럼펫과 트롬본의 합주를 위한 작품이라 이 범주에도 넣을 수 있다.

2.2 하르모니무지크 (Harmoniemusik)

파일:Attachment/harmoniemusik.jpg

같은 취주악이라도 이 쪽은 실내악 쪽으로 많이 분류되는데, 큰 음량의 금관악기 보다는 목관악기 위주의 편성이고 규모도 모든 취주악 편제 중 가장 작기 때문이다. 독일어가 원어라서 독어권에서 주로 발전되고 유행한 음악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요제프 2세가 1782년에 창단한 황실 직속 관악 합주단이 그 모체로 여겨지는데, 오보에클라리넷, 호른, 바순을 두 대씩 편성한 8중주(옥텟) 형태의 실내악단이었다. 계몽주의 시대였던 만큼, 황제의 선례를 따라 제후들이나 백작, 공작 등 고위층 귀족들도 비슷한 형태의 악단을 만들어 연주하게 하면서 대유행했다.

금관악기는 부드러운 음색의 호른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목관악기라서, 쳐묵쳐묵하면서 듣기에도 좋았기 때문에 바로크 시대에 이런 목적으로 유행한 타펠무지크(Tafelmusik. 직역하면 식탁 음악)의 역할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상전의 식사 중 음악이라는 주 목적 외에도 결혼식 등의 식전이나 소규모 열병식 등에도 쓰였는데, 야외에서 연주하는 하르모니무지크의 경우 악기들을 중복 편성하거나 플루트, 트럼펫, 팀파니 등을 더하기도 했다. 당대에 유행한 오페라교향곡들도 종종 작곡가 본인 혹은 여타 편곡자나 연주자들에 의해 이 편성으로 편곡되어 연주되기도 했다.

고전 시대에 잠깐 유행하고 프랑스 혁명 이후 귀족 등 구제도 집권층이 몰락하면서 함께 버로우탄 장르라, 점진적인 발전 양상을 보여준 다른 취주악들보다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모차르트의 '나흐트무지크(Nachtmusik. 밤의 음악)'나 '그랑 파르티타(Gran Partita. 대모음곡)'같은 걸작들 덕분에 그 명맥을 근근히 이어나갈 수 있었고, 드보르자크구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도 하르모니무지크 편성으로 관악 작품들을 창작한 바 있다. 슈베르트의 '독일 미사' 나 브루크너미사 제2번도 혼성 합창단에 이 형태의 관악 합주가 가세해 연주되므로 이 범주로 넣을 수도 있다.

2.3 콘서트 밴드 (Concert Band) 또는 심포닉 밴드 (Symphonic Band)

파일:Attachment/concertband.jpg

일본이나 미국에서 취주악 하면 가장 먼저 쳐주는 것이 이 편제로,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타악기를 균형있게 편성한다. 규모도 모든 취주악단 중 가장 크며, 사용하는 악기도 매우 다양해 관현악에 버금간다.

실내악 풍의 취주악이었던 하르모니무지크와 오스만 제국술탄 친위대였던 예니체리(Yeniçeri) 군악대의 편제 등이 합쳐진 케이스인데, 특히 고전 초기에 등장해 놀라운 기동성과 효율성을 보여준 클라리넷이 관현악단의 바이올린에 버금가는 높은 비중을 보여준다.

기본적인 편성은 다음과 같다;

목관악기
피콜로 1~2
플루트 2~3
오보에 1~2
바순 1~2
Eb 피콜로클라리넷 1~2
Bb 클라리넷 10~20
Bb 베이스클라리넷 1
Eb 알토 색소폰 1~2
Bb 테너 색소폰 1~2
Eb 바리톤 색소폰 1

  • 가장 인원수가 많은 Bb 클라리넷의 경우, 대개 3~4개 파트로 나눠서 연주한다. 파트별 인원 배치는 관현악단의 바이올린을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으로 나누는 것처럼, 제1클라리넷~제3(4)클라리넷 식으로 악보에 기보한다.

금관악기
Bb 코넷 또는 Bb 트럼펫 3~6
F 호른 4~6
테너 트롬본 2~3
베이스 트롬본 1
Bb 유포니움 1~2
Bb 튜바 2~5

  • 간혹 영국식 브라스 밴드에서 주로 쓰는 알토호른이나 바리톤이 같이 편제되기도 한다.

타악기 (주자 3~5명)
무율 타악기(일정한 음정 없는 타악기): 스네어드럼, 베이스드럼, 심벌즈, 탐탐(타악기), 트라이앵글, 탬버린, 캐스터네츠, 우드블록, 톰톰, 봉고, 콩가, 클라브스, 기로, 마라카스, 드럼 세트 등등

유율 타악기(일정한 음정 있는 타악기): 팀파니, 글로켄슈필, 실로폰, 마림바, 비브라폰, 튜블러 벨

그 외
건반 악기피아노키보드, 현악기콘트라베이스첼로, 하프가 들어가기도 한다.

다른 취주악단들과 달리 행진하며 연주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몸집이 커서 운반이 불편하거나 앉아서 (혹은 서서) 연주해야 하는 악기들도 대부분 포함된다. 하지만 밴드 전원 혹은 상당수가 마칭 밴드 일을 겸하거나, 혹은 그것이 또 다른 주요 임무가 되는 군악대에서는 콘서트 밴드와 마칭 밴드 두 역할을 한 밴드가 겸하는 경우도 많다.[4]

활용할 수 있는 악기의 가짓수도 많고, 음색도 매우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군악대건 민간 취주악단이건 많은 밴드들은 이 콘서트 밴드 체제를 취한다. 일본과 미국의 중학교고등학교 동아리인 취주악부와, 전공생이나 교수들로 꾸려지는 음악대학이나 음악원 취주악단도 마찬가지. 연주곡의 상당수도 이 두 나라의 작곡가들이 창작 혹은 편곡한 것들이며, 악단 실력이 출중할 경우 즉석에서 빅 밴드를 꾸려 재즈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2.4 마칭밴드

항목 참조

  1. '스이소-가쿠' 정도로 발음된다. (- 는 장음표기)
  2. 공식 설정상 키타우지 고교는 남녀공학이며 취주악부에도 분명히 남학생이 있다 편집시에 "여고생"만 넣는건 지양하자
  3. 영화적인 재미 때문에 좀 각색되기는 했지만, 영국 브라스 밴드의 모습과 연주를 듣고 싶다면 《브래스드 오프》를 추천한다.
  4. 물론 이럴 때는 걸어가며 연주할 수 없는 악기나 그 악기의 연주자들은 제외되거나 다른 파트를 맡도록 보직을 임시 변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