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칠팔 새삼륙 - 봄날 경성 연애사
1 개요
대한민국의 창작 뮤지컬. 이나오 작사·작곡. 자유연애라는 단어가 한창 만개하던 1931년 일제강점기의 경성부를 배경으로 사랑에 빠진 두 여인 홍옥임과 김용주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풀어낸다. 화려한 모던의 외면에 비해 여전히 봉건적이었던 세태 속에서 원하지 않던 인생을 살아가던 두 여인의 사랑 이야기와 그녀들을 둘러싼 사회를 다룬다.
감각적인 음악,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시적인 가사 등이 특징이다. 2011년 창작팩토리 뮤지컬 부문 대본 공모 및 쇼케이스 심사 1위, 우수작품 지원 프로그램 선정작. 워크샵을 포함, 3년 간 개발기간을 거쳤다.
제목인 콩칠팔새삼륙은 옛 우리말로[1] '남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고 떠든다. 또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말로 이러니 저러니 지껄이는 모습'을 뜻한다. '콩이다 팥이다, 4 더하기 3은 6이다'라며 되지도 않는 말을 떠들어 댄다는 뜻. 당시의 유행어이자, 작곡가 난파 홍영후가 조카 홍옥임이 쓴 동시에 곡을 붙인 동요의 제목이기도 하다.
본래 26~27곡 정도에 배우 18명으로 공연하도록 되어 있으나 초연은 어른의 사정으로 규모를 반토막냈다. 노래는 10곡 가량 삭제되고, 출연 배우 숫자도 8명으로 줄였다.
2 작품 소개
2.1 시놉시스
1931년 경성. 옥임은 편지를 받았다. 자신과 함께 동덕여자고등보통학교에 다니다가 집안 어른들의 강요로 중퇴하고 시집갔던 절친 용주가, 다시 학교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이에 옥임은 몹시 들떠, 직접 용주의 시가(媤家)를 찾아가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같은 날 저녁 옥임의 아버지 홍석후 박사는 옥임의 이화여자전문학교 작곡과 입학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데, 그곳에서 옥임은 아버지의 불륜 상대인 김화동, 일명 원동자켓을 만나게 되었다. 옥임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고 따랐던 남성인 아버지에 대한 환멸에 사로잡히는데, 설상가상으로 자기를 따라다녔던 류씨와의 약혼을 강요받는다.
한편 재입학 수속을 하러 동덕여고보에 간 용주는 기혼자의 입학을 불허한다는 교칙 앞에 절망, 충동적으로 옥임에게 도망치자고 하다가 옥임에게 약혼남이 있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같은 날 저녁, 시어머니에게 모욕까지 당한 용주는 인생을 버릴 각오를 하고 머리를 싹둑 자른 뒤 집을 나선다.
용주가 사라진 뒤 상심에 빠진 옥임은 용주의 사진을 들고 그녀를 찾아 나서고, 사람이 많은 곳을 찾다가 극작가 김이진의 극장에서 남장을 한 용주와 눈이 마주친다. 용주를 바라보는 옥임의 눈빛이 지닌 의미를 깨달은 류씨는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히고…
2.2 등장인물
- 홍옥임 (20)
- 이화여자전문학교 작곡과에 막 입학. 공부에는 큰 뜻이 없지만 대학은 꼭 나오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이화여전에 입학한다. 작곡가인 막내삼촌 홍난파를 아버지보다 더 가깝게 여기지만 옥임이 외로이 방황하던 시절, 홍난파는 미국에 유학을 가서 부재중이었다. 김용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주변에서는 옥임을 원하는 건 모두 다 가진 ‘철딱서니’없는 부잣집 고명딸로 보지만 실제로는 사람들로부터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을 지녔다. 그 외로움 자체가 자신의 콤플렉스여서 더욱 더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표출한다. 자신의 마음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용주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을 다 보여주기를 망설인다. 모든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의식이 깨어있지만 그런 사실 때문에 현실이 더더욱 힘들다. 자신의 엉뚱한 말과 행동 때문에 가까이 다가오기를 꺼려하던 동기들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며 평범하게 대해준 용주의 행동에 구원받은 기분이었으나 이내 용주가 집안 어른들의 뜻에 따라 시집을 가버리자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될 대로 되라는 행동을 보여 왔다.
- 김용주 (19)
- 서점과 출판사를 동시에 경영하던 아버지 때문에 어려서부터 글을 깨우치고 남다른 독서열로 책을 읽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가르치겠다는 꿈을 비롯, 여성이 할 수 없었다 여겨졌던 사회운동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여고보 2학년도 미처 다 마치지 못하고, 집안 어른들의 강요로 학교를 중퇴하고 세도가에 시집을 가게 되는 기구한 팔자의 주인공이다. 명석하고 침착하며 남다른 진취적인 사고방식이 있다 해도 크게 드러내놓고 자랑하지 않으며 화합을 중시하는 성격이라, 동덕여고보에 다니던 시절에도 동기들과 선생님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옥임의 엉뚱한 행동과 말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것을 보며, 그 용기에 먼저 자신이 손을 내밀어 친구가 되었고, 늘 자유분방한 옥임을 진심으로 부러워한다.
- 류씨 (28)
- 홍석후의 제자이자 이제 의사시험을 앞두고 있는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에 다니는 의대생. 부유하지 못한 중인 가문 출신으로 홍석후가 자신의 롤모델이다. 홍석후 역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그에게 애정을 가지고 고명딸의 남편감으로 점찍는다. 자신은 매우 근대화된 인물이라고 믿으며 행동이나 말투가 매력적인 인물이다. 당시 많은 여성들이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썼지만 그는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옥임을 얻는 일차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다른 여자에게는 눈길도 돌리지 않는 성실함도 갖추고 있다. 대장부라면 자고로 계집질에도 능해야 한다는 당시의 풍토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은연중에 그것은 남자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결혼만 하면 옥임의 행동을 교정하겠다고 생각하며 현재의 옥임의 ‘천방지축’을 꾹 참는다. 모던하다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시대의 한계 안에 갇힌 보수적인 인물.
- 홍석후 박사 (49)
- 조선에서 첫 의사면허를 딴 의사들 중 한 명으로 명성은 자자하지만 실제 자신의 인생을 한 번도 제대로 즐겨보지 못했음에 회한을 느끼는 인물. 옥임으로 하여금 뼛속 깊은 외로움을 느끼게끔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가난한 중인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인물로 아래 동생들은 물론 자식들을 모두 훌륭하고 근대적인 인물로 키웠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아들들에게는 엄하게 대하면서도 모두 의사로 키워 곁에 두고 직접 훈육하지만, 하나뿐인 딸 옥임에게는 자신의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배필을 만나 시집이나 잘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병원 일과 교수직으로 매우 바빠, 옥임과의 약속을 어길 때마다 고가의 물건들로 대신하는 버릇이 있으며, 항상 값비싼 선물을 하는 것으로 옥임에게 애정을 표시한다. 타인이 보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자상한 아버지이나, 실제로 딸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 김화동 (29)
- 한 때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장안에 소문이 자자했던 미인으로 빈 바이올린 케이스를 가방 대신 들고 다니며 음악가가 되고 싶어 하지만 가난한 집안 사정은 화동의 꿈을 지원해 줄 수가 없었다. 결국 공부를 시켜주겠다는 남자의 꼬임에 넘어가 신세를 망친 후 2명의 남자와 더 동거하지만 버림받은 후 세상과 남자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자신의 일을 신문에 실으면서 훈계를 했던 신문기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다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이는데도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옥임을 부러워하면서도 경멸한다. 결국 가장 모던한 직업인 배우와 가수의 길을 걷는다.
- 김이진 (32)
- 부잣집 양반가문의 종손으로 연극을 한답시고 극단을 차려놓고 각종 도박과 주색잡기로 장안에 소문이 자자하여 가문의 수치다. 그에게 극단의 배우들이나 주변의 사람들은 대의를 위한 수단이다. 자신의 맘대로 되지 않는 화동과는 애증의 관계. 옥임의 동덕여고보 연극반 선생님이자 바람둥이로 소문난 인물. 집을 나온 용주를 극단으로 데려온다.
- 도박을 가장해 만주의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한다는 설정이 있으나 분량 축소로 인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
- 조연 및 단역
- 모단보이, 모단걸, 신문팔이, 용주 시모, 김동진(용주의 아버지), 용주 남편, 여고보 교사 등
2.3 넘버
- (초연 기준)
- 1 사랑하라 - Prologue - 옥임, 용주
- 1-a 모오단 - 사람들
- 2 기차여행 - 옥임, 용주
- 3 바로 당신 - 모단보이, 모단걸, 화동, 김이진, 류씨
- 4 내 안에 스며든 그림자 - 옥임
- 5 자유란 그런 것 - 류씨
- 5-b 자유란 그런 것 Reprise - 류씨
- 6 거울 속의 너 - 용주
- 7 고히 구다사이 - 시모 등
- 8 아메리카 - 류씨, 모단보이
- 9 아, 이게 웬말이냐 - 극단 단원
- 10 너와 나 / 그녀와 나 - 옥임, 용주 / 류씨
- 11 여자로 태어나 - 화동
- 12 눈뜨면 사라질까 - 옥임, 용주
- 13 모오단 Reprise - 전 출연자
- 14 너와 나의 둥지 찾아 - 옥임, 용주
- 14-a 기차여행 Reprise - 옥임, 용주
- 15 모오단 Reprise - 전 출연자
- 16 경성의 봄 - 전 출연자
이상 생존자 16곡
- 알려진 삭제넘버
- 하얀 손수건 - 옥임, 용주
- 시야 콘서트에서 처음 공개된 곡으로, 어느날 밤 서로 떨어져있는 옥임과 용주가 각기 서로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 손수건 편지를 보내는 것이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다고 한다.
- 이밖에 전 출연자가 함께 부르는 커튼콜 넘버가 따로 있다.
3 작품 설명
봄의 싱그러움과 변덕이 심한 날씨를 한 가지 테마로 잡았다. 모더니즘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관의 혼재를 봄날씨에 비유했으며, 이는 동시에 아직 어린 옥임과 용주의 나이와 그녀들의 풋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반복되는 가사나 멜로디가 많다. 특히 "경성의 봄"의 멜로디는 극 맨 처음부터 끝까지 여기저기 자주 등장한다. 가사에 비유법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여러가지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전체적으로 운율이 살아있다. '내 안에 스며든 그림자'나 '자유란 이런 것', '여자로 태어나' 같은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유로 점철되어 있다.
프롤로그인 '사랑하라', 여고보 시절 두 사람이 함께 꿈꾸며 했던 약속을 떠올리는 '기차여행', 갈곳이 없어진 용주와 그런 용주와 끝까지 함께하려는 옥임이 떠날 결심을 굳히며 부르는 '너와 나의 둥지 찾아', 철로에 뛰어들기 직전의 '기차여행 Reprise'는 모두 가사나 멜로디가 일부 겹치면서 '서로 사랑하는 이들이 아무도 모르게 둘만의 보금자리를 찾아 미련 없이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동의 시니컬하고 건조한 성격을 보사노바로, 류씨의 마초의 순정과 떠나간 여인을 슬퍼하는 탱고로 나타내는 등 솔로곡에 각 캐릭터의 성격이 반영되어 있다. 이밖에도 스윙, 재즈 등의 음악 장르도 나온다.
"철저히 내팽겨져 무성히 자라는 벌판의 잡초처럼 살아온 나의 인생 (여자로 태어나)"과 같이 거센 발음을 살리기도 하고,
"동기간 / 연애는 한순간 / 철없는 불장난 / 봄같은 풋풋함 / 결말은 눈물만 / 남는 두 사람 (모오단, 모오단 Reprise)", "눈뜨면 사라질까 (아련한 이 꿈) / 영원할 듯한 지금 (금세 사라질 행복) / 행복한 이 순간 / 애틋한 이 시간 / 너를 새겨 담아 (눈뜨면 사라질까)"처럼 각운을 이용하기도 한다.
노래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거나 후주가 긴 노래가 많다. 또한 여성 투톱인 덕에 뮤지컬에서 많지 않은 여여 듀엣곡이 많은 편이다. 혹자는 음악만큼은 손드하임급이라는 말을 하였다.
1931년 당시의 동성애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동성애 개념이 나오기 전이고 그 의미도 심히 다르다. [2] 여성이 순결을 강요당하던 그 당시 동성 간 연애는 '안전한' 것으로 여겨져서 오히려 권장되었다고 한다. 또한 여학생들 입장에서도 남녀 관계와 달리 비교적 동등한 관계로 있을 수 있어서 동성 간 연애가 많았다고 한다.
모더니즘에 함께 묻어 들어온 자유 연애 사상과 여전히 봉건적인 가치관으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개인이 중심에 놓이고, 에나멜 구두, 종아리가 드러나는 치마, 양장, 단발, 아스팔트 길, 재즈, 커피와 카페, 신극 등 당시의 풍물이 등장한다. 근대 문물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들과 그 화려함의 이면, 세태를 비난하지만 한편으로는 선망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4 프로덕션
4.1 충무아트홀 초연
2012.6.9~8.5 (프리뷰 포함) 충무아트홀 소극장블루
제작: 충무아트홀, 모비딕프로덕션
프로듀서: 조용신
작사,작곡: 이나오
극본: 이수진
연출: 주지희
음악감독: 신경미
편곡: 김정연, 이나오, 신경미
신의정: 김용주
최미소: 홍옥임
조휘: 류씨
최용민: 홍석후
정연: 김화동
김준오: 김이진
김보현: 모단보이 외 멀티 (신문팔이, 용주 친정 머슴 등)
유정은: 용주시모 외 멀티 (모단걸, 동네 아낙 등)
악기편성: 피아노, 아코디언 (2), 클라리넷, 섹소폰, 어쿠스틱 기타, 콘트라베이스
8명의 배우가 전 배역 원캐스트로 소화했다. 주인공 역의 두 배우를 제외한 여섯 배우는 모두 멀티 역을 맡았고, 그 둘도 한 장면에서 코러스 겸 시민A 역을 맡는다.
우연히도 작곡·작사가, 작가, 연출가 모두 여성이다.
5 관련 영상
- 소개 영상
- 제작발표회 (2012.05.29)
- 프레스콜
- 1부 - 기차여행 , 바로 당신, 작곡가·연출가·작가·음악감독·프로듀서 인터뷰, 거울 속의 너
- 2부 - 자유, 배우 인터뷰, 아메리카
- 기차여행
- 너와 나/그녀와 나 (맨 앞 옥임의 노래가 잘려있다)
- 너와 나의 둥지 찾아
- 연습실 공개
6 이야깃거리
- 초연 당시,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라 투자를 받기 어려웠다고 한다.[3]
- 여여커플이 주인공이고, 여성 중심의 작품이고, 비극으로 끝난 실화를 다뤘고, 작품 규모를 반토막 내면서 극 구성이 약화되는 등 흥행하기 좋지 못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막공까지 50% 할인을 시원하게 풀었지만 안타까운 빈자리들
- 이나오 작곡가가 영국 유학 당시 한국어로 가사를 쓰고 싶어 자료조사를 하던 중 두 여인에 관한 신문 기사를 접한 뒤 흥미를 느끼고 처음 구상에 들어갔다고 한다.
- 2013년 8월 30일 시야 콘서트 작곡가들 이나오편에서 미공개 넘버를 포함 10곡을 공연하였다. 콩칠팔 셋리스트가 끝난 뒤 공연 영상[4]을 틀어주었고 다 함께 콩칠팔 새삼륙을 추억하였다.
그리고 극장 안에는 덕후들이 조용히 훌쩍대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 2014년 가을 재공연을 위해 극장을 알아보고 있다는 근거 없는 카더라 통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