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노래

독일어: Das Lied der Deutschen / Das Deutschlandlied

1 개요

독일국가.

1절 가사에서 일부를 따서 "세계에 군림하는 독일(Deutschland über alles)"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부를 경우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므로 주의. 특히 독일에서 이렇게 불렀다가는 극우 혹은 네오 나치 취급받기 십상이다. 1절은 아예 나치 독일 시절 국가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노래의 1절과 나치당가가 나치 독일의 공동 국가였다. 또 나치가 지정한 것과 별개로 가사 자체도 작사 당시 독일어권 경계선에 속하는 지역들을 나열하고 있어서 영토 확장 야욕으로 해석될 위험도 있다.

독일전범국이었기 때문에, 통일할 당시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기본법(헌법)에 더 이상의 영토를 추가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을 넣었을 정도로 신경쓰고 있다. 따라서 이래저래 현재 독일 영토의 범위를 벗어나는 서술을 하는 1절까지 국가로 지정하기가 거북스러운 것이다. 비록 현재 1절을 부르는 게 금지된 건 아니지만 이런 배경 때문에 오늘날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웬만하면 1절을 안 부르려고 한다. 뭣 모르고 독일어 조금 배운 외국인이 잘 몰라서 이 곡의 1절을 부르면 깜짝 놀라서 그거 부르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다.

2절은 1절처럼 독일인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회피하진 않지만, 가사가 남성 중심적으로 적힌 문제도 있고[1] 해서 역시 잘 부르진 않는 듯.

참고로 현재 유일하게 국가로 지정돼 있는 3절의 첫 부분 'Einigkeit und Recht und Freiheit(통일과 정의와 자유)'는 현재 독일의 표어(motto)이기도 하다.

독일이 축구강국이라 어느 대회든 상위 토너먼트까지 진출하기때문에, 축빠들은 월드컵이나 유로컵 대회에서 이 곡을 자주 듣는다. 라 마르세예즈마멜리 찬가처럼 친숙한 곡인 셈.

2 유래

원곡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제프 하이든이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프란츠 2세의 생일을 축하하기위해 작성된 송시에 붙인 일종의 황제찬가였고, 제목도 영국 국가와 비슷하게 '하느님, 프란츠 황제를 보호하소서(Gott erhalte Franz den Kaiser)'였다. 참고로 이 곡도 시대에 따라서 가사가 몇 번 개정되었다.

오스트리아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실찬가로 쓰였는데 사실상의 국가 역할을 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들어선 오스트리아 공화국에서는 가사만 바꾼 끊임없이 축복받세(Sei gesegnet ohne Ende)라는 곡을 국가로 썼다. 나치 독일에 합병된 뒤에는 오스트리아라는 나라가 없어졌으니 나치 독일의 국가를 그대로 썼는데, 나치 독일의 공동국가 중 하나가 독일인의 노래 1절이었으니 어쨌든 오스트리아에서도 가사는 달라도 곡조만큼은 계속 사용했던 셈이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나라를 되찾은 오스트리아는 오랫동안 사용된 하이든의 곡을 버리고, 1946년 모차르트 혹은 요한 홀처 작곡의 선율을 채용해 다듬은 산의 나라, 강의 나라를 새 국가로 채택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결국 오스트리아 곡을 독일에 넘겨준 셈이 되었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 게, 하이든이 이곡을 작곡한 시절에는 '독일'이라는 통일된 '나라'가 없었고, 을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 내 독일어권 지역(현재의 오스트리아 공화국 영토와 거의 일치)은 남부 독일 지역으로 간주되었다. 당시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딱딱 구분되는 별개의 '나라'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

그 인식은 오스트리아를 뺀 독일 통일(소독일주의)이 이뤄진 뒤에도 잠재돼 있었다. 물론 그 당시 오스트리아는 민족이나 국민이라는 개념보다는 합스부르크 가문에 속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은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다. 그러다가 1차대전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가 쫓겨나고 오스트리아가 독일어권 지역으로 축소되자 비로소 문제가 생겼다. 오스트리아인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기 시작한 것.

그러다가 결국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으로 합병됐던 원인 중 하나도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구분하지 않았던 오랜 관념과도 관련이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서야 비로소 자의든 타의(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떼어놓으려는 강대국들의 압력)든 오스트리아가 독일과 다른 나라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었으니 이 관념이 별로 오래된 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현재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오스트리아가 독일의 일부로 합병되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골수 네오 나치 취급을 당한다.

하이든 사후 한참 지난 1841년 이 곡의 멜로디에 새로운 가사가 붙었는데, 작성자는 시인이자 대학교수인 아우구스트 하인리히 호프만 폰 팔러슬레벤이었다. 한창 독일 통일이 거론되던 시점에 오스트리아 황제를 찬양하는 가사 대신 독일 통일의 열망을 담은 가사를 지어 붙인 것이다. 호프만의 가사가 붙은 하이든의 노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제정이 붕괴하면서 국가로 채택되었고, 독일 제국 시절에는, 공식 국가는 아니었지만 영국 국가를 독일어로 번안하고 일부 수정한 '승리의 왕관 만세(Heil dir im Siegerkranz)'를 황실 찬가로서 주로 제창되었다.

하지만 독일인의 노래 역시 많은 독일인들에 의해 거의 국가급으로 애창됐던 것으로 보인다.[2] 제정 붕괴 이후 이 곡을 괜히 국가로 지정한 게 아니다. 본 문서에서는 원래 그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독일인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두고 고증 오류라고 써놨었는데 독일인들 사이에 거의 국가급으로 애창됐던 건 사실이니 고증 오류라고 단정하기 힘들 듯하다. 이는 나치 정권이 수립된 제3제국 때까지도 이어졌다. 다만 1당 독재 체제였던 나치 시대에는 이 곡의 1절과 함께 나치당가였던 호르스트 베셀의 노래가 공동 국가로 지정되어 공존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패망후 호프만의 가사 중 1절이 축소된 독일 영토의 상황과 전혀 맞지않는 데다가 쇼비니즘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면서 비판받게 되자, 1952년에 내용이 권주가라 영 별로인 2절과 함께 날려버리고 가장 문제의 소지가 적은 3절만을 부른다는 조건으로 공식국가로 채택했다. 그리고 그 이전인 연합군 군정 기간 동안에는 나는 헌신했다 '항복했다'라는 의미도 있다!(Ich hab mich ergeben)라는 노래를 임시 국가로 쓰기도 했다.

현재 태평양의 섬나라인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국가 선율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곡조는 한국에서는 흔히 '어여쁜 장미'라는 독일 민요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들은 새 교사를 세웠다(Wir hatten gebauet ein stattliches Haus)'라는 학도가로 개사되어 당시 대학생들에게 애창되었다. 이 때문에 브람스의 대학 축전 서곡에서도 여타 학생가들과 함께 인용되었다. 역시 개신교인에게는 찬송가 57장 '즐겁게 안식할 날'로 친숙한 멜로디다. 동독폐허에서 부활하여를 국가로 썼다. 물론 이 노래도 현재 부를 일이 있을때는 2절을 빼고 부른다.

하지만 네오 나치를 비롯한 극우 세력들은 이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정치 집회 등에서 1절만을 제창하고 있다. 1990년 동독과 통일한 뒤 새로운 국가지정에 관한 논란이 오가기도 했지만, 결국 흡수통일의 주체였던 서독 측의 국가만이 인정되어 지금도 쓰이고 있다. 특별히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2차대전 후 독일 국가의 연주는 예전보다 더 템포(빠르기)를 느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개신교 찬송가 127장인 '예수님의 귀한 사랑', 245장인 '시온성과 같은 교회'의 곡조와 같다. 21세기 새찬송가엔 '예수님의 귀한 사랑'은 삭제되었고 '시온성과 같은 교회'는 210장임. 이 때문에 "개신교나치 독일 국가를 찬송가로 부른다"는 떡밥도 존재하지만 이 곡은 본래 오스트리아에서 쓰던 곡이고 현 독일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에 개소리일 뿐.

또한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영웅열사를 위한 노래인 영웅추도의 곡조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태클은 찬송가 작법의 하나인 콘트라팍툼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속에 존재하는 잘 알려진 곡조에 찬송가 가사를 붙여서 찬송가를 만드는 것은 13세기의 정선율 미사나 루터교에서도 잘 썼던 방식이다. 잘 알려진 곡조이기 때문에 그냥 부르기 쉽도록 찬송 곡조를 붙인 것인데, 이는 대개 유럽의 전통 곡조들이 고정된 운율을 가지고 있어서 고정된 운율을 가진 시와 결합하면 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가사에 여러 곡조, 한 곡조에 여러 가사가 붙는 경우도 있다. 찬송가집에 오른쪽 어깨에 붙은 제목이 바로 그 곡조의 제목이다. 심지어 종교개혁기에는 일부러 상대 진영의 찬송가에 새로운 가사를 붙이는 수정전쟁도 유행했다고.

3 독일어 가사

|:와 :|(도돌이표) 사이에 있는 부분은 2번 부르라는 표시이다.

구분독일어가사한국어 해석
1절Deutschland, Deutschland über alles,
über alles in der Welt,
Wenn es stets zu Schutz und Trutze
Brüderlich zusammenhält,
Von der Maas bis an die Memel,
Von der Etsch bis an den Belt. -
|: Deutschland, Deutschland über alles,
über alles in der Welt :|
독일이여, 만물 위에 군림하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독일이여!
독일이 방어와 공격의 정신으로
형제처럼 서로 함께 단결하면
마스에서 메멜까지
에치에서 벨트까지!
|: 독일이여, 만물 위에 군림하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독일이여! :|
2절Deutsche Frauen, deutsche Treue,
Deutscher Wein und deutscher Sang,
Sollen in der Welt behalten
Ihren alten schönen Klang,
Uns zu edler Tat begeistern
Unser ganzes Leben lang. -
|: Deutsche Frauen, deutsche Treue,
Deutscher Wein und deutscher Sang! :|
독일 여인은, 독일의 성실은,
독일의 와인은, 독일의 노래는,
온 세계에 간직되어야 하리라
이들의 오랜 아름다운 메아리는
우리의 온 일생에 걸쳐
고귀한 행동을 고무하였도다
|: 독일의 여인, 독일의 성실,
독일의 와인, 독일의 노래! :|
3절Einigkeit und Recht und Freiheit
Für das deutsche Vaterland!
Danach lasst uns alle streben
Brüderlich mit Herz und Hand!
Einigkeit und Recht und Freiheit
Sind des Glückes Unterpfand; -
|: Blüh' im Glanze dieses Glückes,
blühe, deutsches Vaterland! :|
단결과 정의와 자유,
조국 독일을 위하여!
그러니 이제 모두 형제처럼
마음과 몸으로 함께 노력하라!
통일과 정의와 자유는
번영의 증거일지니
|: 이 번영의 광명 속에서 피어나리
번성하여라, 조국 독일이여!
:|

3.1 1절 가사에 나오는 지명의 역사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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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 :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를 지나는 마스강. 벨기에와 프랑스에서는 뫼즈강으로 부르며, 룩셈부르크를 의미한다. 가사에서 의미하는 독일은 당시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및 기타 제후국을 포함한 독일 연방(라이히)으로, 독일 연방에는 룩셈부르크도 포함되어있었다. 이 당시에는 룩셈부르크만을 염두에 둔 가사였지만, 독일 제국이 성립되며 알자스-로렌도 포함된다.[3] 다만 실제 독일 연방에 속해있던 마스강 유역은 룩셈부르크/벨기에 뤽상부르 주가 아닌 오늘날의 네덜란드 림뷔르흐주에 있던 림부르크 공국의 3개 요새도시 마스트리히트, 로어몬드(Roermond), 번로(Venlo) 정도이다.

3.2 Deutschland über alles의 해석

폴란드공의 한 장면

독일인의 노래에 대한 가장 잘못된 통념은 1절의 후렴 "Deutschland über alles"의 본래 의미이다. 이것을 영어식으로 해석하면 "Germany above all"이므로 '모든 것 위에 있는 독일', 더 나아가 '세계 위에 군림하는 독일'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 따라서 독일인의 노래 1절은 세계에서 가장 잘난 국가라는 오만함의 상징이고 이 때문에 네오나치 등 극우파들이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1절을 네오나치 등 극우파들이 좋아하는 건 맞고 그들이 저런 오만한 의미로 해석하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원래 가사를 지을 당시 의도와 차이가 있다.

이 "Deutschland über alles"는 독일이 갈갈이 분열되어 있던 1840년대에 독일 통일의 열망을 담은 구절이다. 당시에는 민족주의 정서가 움트면서 독일어권에서도 통일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었으나, 빈 체제 하에서 오스트리아와 주변 열강에 의해 이런 움직임이 억압된 상태였다. 작사자 하인리히 호프만은 이 때문에 독일인의 노래를 지으며 '다른 모든 사안보다 통일 독일 건설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자 했다. 즉, 여기서의 Deutschland는 '새로운 통일 독일', über alles는 '모든 것에 우선하여'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1절 도입부는 통일 독일, 그 무엇보다도 통일 독일(Deutschland, Deutschland über alles), 세상 그 무엇보다도(Über alles in der Welt)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독일에서 이 곡의 1절을 부르는 걸 사회적으로 금기시하긴 해도 법적으로 금지하진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그 메시지가 공감을 얻으면서 이 구절은 뒤이은 1848년 3월 혁명에서 시위대에 의해 널리 불리게 된다. 이후 독일제국이 성립되며 통일 독일이 달성된 이후에는 이미 만들어진 '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바뀌어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노래로 자주 불리게 된다. 어느 쪽이든 이는 독일 민족 내부의 단합을 각성시키는 의미이지, 독일 외부의 국가와 민족을 비하하는 의미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 구절이 금기시된 이유는, 1. 1절이 나치 시대에 국가로 쓰인 데다가 나치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되던 점, 2. 그리고 앞 절에서 이야기한 대로 19세기 중반 기준으로 잡힌 가사 속 독일 민족의 분포지역이 20세기 정치 지형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가사 액면 그대로라면 동·서독이 다시 통일하여 독일제국의 고토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독일어권 지역을 회복하고 또 나치독일도 차지하지 못했던 땅까지 먹어치우자는(예를 들면 스위스의 독일어권 지역)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여담이지만 프리드리히 니체는 독일인의 노래의 1절 첫 부분 "Deutschland, Deutschland über alles, / über alles in der Welt"가 지나치게 거창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가사를 비틀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구절(die blödsinnigste Parole der Welt)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3.3 영상들



독일통일 20주년기념행사에서..

전기 영화 Hitler: The Rise of Evil 중 독일인의 노래 1절 제창 부분. 왠지 히틀러 배우가 젊다.[4]
  1. 독일 여자가 좋다고 거론하는 것 자체가 남자를 기준으로 쓴 것이므로, 성별 관계 없이 온 국민이 불러야 하는 국가로서는 별로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가사를 쓸 당시에는 성 차별이 워낙 당연해서 별 문제 의식이 없었겠지만 (그리고 저 당시에는 여자들한테도 "여자 = 지킴 받는 존재" 라는 등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으므로, 아예 이게 차별이라는 의식도 없었을지 모른다) 현대 사회에는 부적절하다.
  2. 대한민국아리랑같은 제 2의 국가 수준이라 생각하면 된다.
  3. 그러나 분할 후의 독일제국령 로트링겐에는 베르됭 등의 마스강 유역이 포함되지 않았고 데파르트망 뫼즈로 프랑스령 로렌에 남아있었다.
  4. 한국에서는 28주 후로 유명한 영국 배우 로버트 칼라일이 열연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히틀러의 광기에만 집중하여 역사적인 히틀러의 모습 고증은 엉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