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 마르세예즈
프랑스어: La Marseillaise.
마르세유(Marseille)의 노래, 마르세유 행진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현 프랑스 공화국의 국가로, 원래는 1792년에 공병 대위였던 클로드 조제프 루제 드릴 (Claude Joseph Rouget de Lisle, 1760~1836)이 작사, 작곡한 군가였다.[1][2] 프랑스 혁명 당시 마르세유 출신 의용병들이 파리에 입성할 때 부르던 것이 널리 알려져서 국가로 제정되었다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시대 때와 왕정 복고 시대 때는 국가에서 폐지되기도 하는 수난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1879년 확정되었다.
가사가 좀 살벌하다. 프랑스어 가사와 한국어 가사를 비교해 보자.
가사 프랑스어 | 한국어 해석 |
Allons enfants de la Patrie, | 나아가자 조국의 아이들이여, |
Le jour de gloire est arrivé! | 드디어 영광의 날이 도래했도다! |
Contre nous de la tyrannie, | 우리의 적 압제자의 |
L'étendard sanglant est levé, | 피 묻은 깃발이 일어났다. |
L'étendard sanglant est levé, | 피 묻은 깃발이 일어났다. |
Entendez-vous dans les campagnes | 들판의 소리가 들리는가 |
Mugir ces féroces soldats? | 저 흉폭한 적군들이 고래고래 고함치는 것이? |
Ils viennent jusque dans nos bras | 그들이 우리의 코앞까지 온다 |
Égorger nos fils, nos compagnes! | 우리의 아들들과 아내들의 목을 베기 위해서! |
(후렴) | |
Aux armes, citoyens! | 무기를 들어라, 시민들이여! |
Formez vos bataillons! | 대열을 갖추자! |
Marchons, marchons! | 행군하자, 행군하자! |
Qu'un sang impur | 저들의 더러운 피가 |
Abreuve nos sillons! (x2) | 우리의 밭고랑을 적시도록! (x2) |
말이 필요없다. 직접 들어보자.
가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저 뭐같은 적들의 피로 모내기하자가 된다(...). 게다가 원래 군가[3]라서 그냥 들어봐도 힘이 넘친다. 남자 가수가 부르는 것보다 힘 좋은 여자 가수가 부르는 쪽이 더 살벌하다는 의견도 있다. 확실히 성량 좋고 우렁찬 남자 성악가(로베르토 알라냐)보다 성깔 장난 아닐 것 같은 여자가수(미레이유 마티외)가 부르는 쪽이 더 독기 넘치고 지린다. 어린아이들이 부를 경우 살벌한 가사와 잘 매치되지 않아 꽤 난감한 노래이다.
가령 위의 영상이라든지(...). 프랑스 알베르빌에서 열린 1992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의 모습이다.
가사는 원래 6절까지 있었는데, 나중에 한 민족주의자가 7절을 추가했다. 참고로 현재 15절까지 있는데, 너무 길어서 7절까지만 부른다고(…) 흠좀무. 공식 행사에서는 그 중 1절과 6절만 부른다고 한다.
특히나 축구 경기 전에 제창할 경우 상대를 압도하는 느낌을 주는데, 실제로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프랑스의 경기를 중계하던 중계진은 선수들과 관중들 모두가 프랑스 국가를 제창하고, 제창이 끝나자마자 "대단한 프랑스네요."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1830년에는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 작곡가인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소프라노와 테너 독창, 어린이 합창과 성인 합창, 관현악이라는 대규모 편성을 사용해 화려하고 박력있는 1절부터 6절까지의 편곡을 남겼고, 표트르 차이콥스키도 〈1812년 서곡〉을 작곡할 때 이 노래의 첫 부분을 프랑스를 상징하는 주제로 해서 차용한 바 있다.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작사하고 역시 독일의 음악가인 로베르트 슈만이 작곡한 〈두 사람의 척탄병〉(Die Beiden Grenadiere) 후반부에도 프랑스 군인의 애국심을 상징하는 노래로 나온다. 링크 독일인이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사실은 여전히 구체제 하에 있었던 독일인으로서 혁명 프랑스군의 열정을 동경하고 찬탄했던 것이다. 헝가리의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도 이 작품에 대한 피아노 편곡을 남겼다. 그리고 1998 프랑스 월드컵의 테마곡인 장 미셸 자르의 〈랑데부 98〉(Rendez-Vous 98, Apollo 440의 리믹스판)에도 편곡된 바 있다. 링크.
그리고 이 노래의 전주에 해당되는 부분이 바로 그 유명한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의 시작 부분에 그대로 사용됐다. 웜즈 시리즈에서도 인도 핵 실험과 양 폭격 호출시에 비행기가 날아오면서 Allons enfants de la Patrie, Le jour de gloire est arrivé 부분의 멜로디가 연주된다.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이 인용되는 음악은 드물 듯. 근데 비틀즈와 웜즈 시리즈는 모두 원산지가 영국이다...
서양판 김치 전사라고 불리는 푸드파이트!에서 중간에 개사되어나온다(!)
프랑스의 식민지에서도 이 국가를 불렀다. 그런데 가사를 생각해 보면 묘하다. 방데전쟁 때 프랑스 공화국 진압군에 맞선 방데 저항군, 프랑스에게 자유와 독립을 얻기 위해 맞선 아이티의 흑인 저항군들은 오히려 이 노래를 불러서 일종의 부메랑을 날렸다. 심지어는 비스마르크도 처음 개발된 축음기에다 대고 이걸 불렀다... 지금도 이 음성기록이 남아있다.
그리고 2015년, 97년만에 (97년전에는 제 1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여 불렀다.) 프랑스 의회에서 다시 불리게 됐다.[1]# 2015년 샤를리 엡도 사태와 2015년 파리 테러, 두 번의 테러 덕에 두 번이나 불렀다.
영화 《카사블랑카》에서는 자기네들 군가인 라인강의 수비를 부르는 독일 육군과 공군 장교들을 발라 버리기도 한다. 프랑스한테 식민지배 받던 모로코 사람들이 참 좋아했겠다.[4]
박력 있기로 명망 높은 붉은 군대 합창단도 이것을 불렀다.
1.1 비판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프랑스 혁명에 대해 긍정적이고(심하게 말하면 미화가 되었고) 그래서인지 이 노래 역시 프랑스 민중의 혁명과 저항정신을 담겨 있기에 긍정적인 평이고, 애국가도 저런 내용이어야 한다는 말도 종종 나온다. 그러나 이와 무색하게 프랑스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개사 요구가 종종 나오는 국가다.
민족주의, 국가주의적인 노래인 만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국가는 기본적으로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 색채를 띠지만.그리고 가사에서부터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을 정당화한다는 지적이 있다. 혁명 당시의 프랑스를 잘 담은 노래라지만, 다양한 곳에서 온 이민자 국민들이 있는 프랑스에선 적합하지 않는 노래라는 것이다. 더욱이 압제에 저항을 한다는 노래를 국가로 쓰는 나라가 정작 제국주의 시대 때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의 약소국들을 침탈해오면서 학살 등의 온갖 만행들을 저질러왔고 피해국가들에게 현재진행형으로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역사는 이 노래의 정신을 무색하게 만든다.[5]
축구 대표팀 경기에서, 뉴칼레도니아 출신인 크리스티앙 카랑뵈가 부르지 않아 논란이 된 적이 있다.[6], 그외 프랑스 식민지 내지 해외영토 출신들도 시합 전 제창시 웅얼거리며 부르는 둥 마는 둥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당수였던 장-마리 르펜의 인종차별적 발언[7]에 대한 정치적 항의 및 프랑스의 과거 식민주의 정책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나라와 코르시카 사람들은 특히 혐오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생드니 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경기 때는 알제리 팬들이 야유를 퍼부을 정도였다. 2분 45초부터 보자[8]
프랑스 주둔군이 식민지 주민들에게 이 노래를 부를 것을 강요하거나 학살 등 탄압하면서 이 노래를 불렀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위에 나온 알제리인들이 야유한 일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제국주의 시대 때는 공화국 때만 있는 게 아니라 왕정과 제정 시대가 섞여서 라 마르세예즈를 국가로 쓰지 않은 때라지만, 알제리 독립을 요구하던 알제리인들을 학살한 알제리 전쟁 때는 불과 1950년대에서 1960년대, 명백히 라 마르세예즈를 국가로 쓰는 공화국 때 생긴 일이다.
특히 프랑스 축구 스타였던 지네딘 지단은 알제리 혈통인 탓인지 "라 마르세예즈를 들을 때마다 섬뜩한 마음이 든다"고 말할 정도였다. #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크리스티안 토비라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당하기도 했는데, 이 때 그녀를 옹호한 배우 랑베르 윌슨은 라 마르세예즈는 인종차별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1 2
실제로 3절의 내용은 외국인 혐오적인 가사라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위에 나온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어린이가 부른 가사 내용이 잔혹한 탓에 개사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심지어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영부인인 다니엘 미테랑까지 가세할 정도였다. 물론 국민적인 여론은 반대 움직임이 더 많았기에 통과되지는 못했다. #
그리고 미테랑 이전 대통령이었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은 "프랑스 땅을 프로이센인들의 피로 물 들이자고 노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
이에 비해서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 때에는 코르시카인들과 튀니지인들이 축구 경기장에서 라 마르세예즈에 야유를 보내자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경기 중단을 요구했다. 1, 2 단지 관중들이 국가 야유하는 것이 대통령의 마음에 안든다고 축구 경기를 중단시키려고 하는 행위도 그렇고, 특히 두번째 기사에 따르면 라 마르세예즈에 야유를 하는 것은 벌금형과 징역형을 구형할 수 있는 범죄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자유를 강조하는 프랑스의 풍토가 무색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9]
묘하게도 프랑스 혁명에 대해선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프랑스 좌파는 이민자 포용의 자세를 취해서인지 혁명을 상징하는 노래인 라 마르세예즈에 대해 개사를 요구하며 비판적이고, 정작 프랑스 혁명에 대해 방데전쟁 때의 학살을 들며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는 프랑스 극우파인 국민전선은 라 마르세예즈를 제일 강요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2016년 들어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 초등학생 모두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게 하라고 지시를 했다. # 올랑드는 좌파 성향의 대통령인데 이 기사만 보면 오히려 국가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10] 프랑스가 테러를 당하고 있는 영향도 있고, 재선을 염두에 두고 한 계산이라는 평. 하지만 안그래도 가사 내용과 오용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국가를 부르는 것을 의무화한다면, 특히나 이민자와 해외영토 주민의 자녀들에게는 세뇌식 강요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만약에 일본 정부에서 재일교포나 오키나와인 학생을 포함한 일본 전국의 학교 학생들에게 기미가요를 의무적으로 부를 것을 지시한다고 상상을 해보자.[11]
2 노동자 마르세예즈
19세기 전반을 뒤흔들었던 혁명(프랑스 대혁명~1848 혁명)을 상징하는 노래이니만큼, 라 마르세예즈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도 유럽의 자유주의 계열, 좌익 계열을 막론하고 자주 불린 노래였다. 적당한 민중 가요가 없던 당시에는 독일, 러시아 등을 가릴 것 없이 유럽에서 시위가 일어나면 라 마르세예즈를 부를 정도였다.
본래는 프랑스어 원가사를 그대로 불렀으나, 나중에는 라 마르세예즈를 자국어에 맞춰 번안하는 게 대세를 타게 되고 그에 맞춰 편곡도 하게 된다. 러시아에서는 1905년 피의 일요일 이후로 크게 유행했고, 러시아 혁명기인 1917~1918년의 국가는 인터내셔널가가 아니라 사실상 이 노동자 마르세예즈였다.
2.1 독일어
2.2 러시아어
2.3 일본어
- ↑ 정작 이 대위의 입장과 인생은 좀 버라이어티했다. 링크 참조.
- ↑ 한국의 상황에 빗대자면, 멸공의 횃불이나 독립군가 같은 노래를 정식 국가로 채택해 부르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 ↑ 미군도 부를 때가 있다. 가사 바꿔서 다른 나라 국가로 채용되었던 경우도 있는 듯하다.
- ↑ 한국으로 치면 일제가 패망하여 조선에 들어오면서 별이 빛나는 깃발을 부르는 미군이나 소련 국가를 부르는 소련군 앞에서 조선에 있는 일본인들이 기미가요를 부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 ↑ 애초에 프랑스 혁명 자체가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의 문제점은 개선하지 않고 여성과 비백인을 이용만 하고 오히려 그 전과 다를 바 없이 차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
- ↑ 카랑뵈의 증조부모는 자신들이 외교 사절로서 프랑스로 간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납치되어서 인종 전시를 당했다.
- ↑ 프랑스 대표팀에 흑인이 너무 많다는 어그로 발언을 한 적이 있다.
- ↑ 참고로 이 경기에서 프랑스가 4-1로 이기고 있자 화가 난 알제리 팬들이 경기장에 난입하고 쓰레기들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려 경기가 중단 되었는데, 알제리계 부모를 둔 지네딘 지단에게만큼은 위해를 가하지 않고 사인을 받기도 했고 알제리 선수들은 알제리 선수대로 지단과 어울렸다. 물론 프랑스 국가 연주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팬과 알제리 팬이 어깨동무를 하는 등 나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이 '알제리 팬'이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이들이 전부 알제리로부터 원정온 알제리 국민들일리는 없을 터, 그들은 알제리 이민자들의 후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즉 프랑스 국적을 지녔지만, 프랑스의 문화에 동화되지 못하고 소외된 이들의 울분과 분노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각자 다른 뿌리를 지녔지만, 공화국의 가치와 프랑스의 문화 아래에서 하나된 강력한 국가의 힘'이라는 공화국의 이상에 부합하는 레블뢰 군단의 경기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 사건은 수 세기 가까이 일관적으로 진행된 통합만을 고집한 동화정책의 그늘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수 세기간의 소외감, 박탈감은 소요 사태 등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 ↑ 실제로 2005년 프랑스 의회는 국기와 국가를 모욕할 경우 6개월의 구금과 15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1 그리고 국기의 깃대를 부러뜨린 알제리인에게 이 법을 적용해서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2
- ↑ 사실 올랑드 대통령은 알제리를 방문하면서 프랑스가 과거에 알제리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인정은 하면서도 사과는 거부하고 오히려 귀국 후에는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망언을 한 바 있고, 2016년 들어서는 신자유주의 지지자들이 좋아할만한 친기업적인 노동법 수정으로 노동자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우파 성향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들도 보여주고 있다.
- ↑ 기미가요 항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사 내용에 대한 논란도 있는데다가 일본 제국 시절엔 조선 등 식민지 민중에게 부르는 것을 강요해왔던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일본의 진보적인 사람들 일부는 기미가요를 부르는 것에 반대하기도 하며, 또한 학교에서 기미가요를 부르는 것을 반대한 교사들이 징계를 받기도 하는 등 일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