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 不凍港
영어 : warm water port, ice-free port
1 개요
얼지 않는 항구.
쉽게 말해서, 겨울에도 바다가 얼지 않아 1년 내내 항구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항구를 뜻한다. 그냥 물이 0℃에서 어는데 비해 바닷물은 그보다 더 낮은 온도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얼지 않으므로[1] 일반적인 나라는 별로 신경쓰지 않겠지만, 북반구 기준으로 캐나다나 러시아 같은 북쪽에 치우친, 즉 북극 근처에 위치한 국가의 경우는 겨울이 되면 바닷물이라도 난류가 흐르지 않는 한 그대로 얼어붙기 때문에 대부분의 항구가 사실상 항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단, 캐나다의 밴쿠버[2]나 프린스루퍼트는 한겨울에도 바닷물이 얼지 않기 때문에 부동항에 해당한다.
게다가 일단 항구가 얼어붙게 되면 항구 안에 정박한 선박들은 사실상 갇혀버리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항구 전체가 얼어붙으면서 얼음에 의해 배가 파손되는 상황까지 돌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해운업은 물론이거니와, 해군의 경우도 겨울철에는 사실상 부유포대로서의 가치 밖에 없는 쇳덩어리로 전락하게 된다.
때문에 북극권에 가까이 위치한 국가들의 경우라고 쓰고 러시아라고 읽는다 해군이나 해운 무역 등의 원활화를 위해서 이 부동항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2 러시아의 경우
러시아에선 항구가 바다를 얼립니다.
특히 러시아 같은 경우는 과거 러시아 제국 때부터 유럽권에 영향을 행사하기 위한 제1조치로 부동항을 얻기 위해서 강력한 남진정책을 추진했다. 즉, 과장 살짝 보태면 부동항 하나 얻어보려고 뻗어나갔지만 얼어죽을 동토만 잔뜩 차지한 눈물의 성과가 소련/러시아의 크고 아름다운 영토이고 부동항 하나 얻겠다고 수백년 동안 걸은 고난의 행군이 곧 소련/러시아의 역사인 것이다. 요약하자면 줘도 가지지 않을 땅을 항구하나 땜시 개척해야했다는 소리
예를 들어 동쪽 바다의 부동항을 얻기 위해 우랄 산맥을 넘고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베링 해를 건너는 등 생고생 끝에 드디어 부동항인 북아메리카 캘리포니아 근처까지 가면서 북태평양 혼일사해의 로망을 이루는듯 했으나 너무 멀어 개척하는 것도 힘들고 결정적으로 크림전쟁 때 태평양 방면의 유일한 부동항인 캄차카 반도가 영프 연합군에게 털릴 뻔했던 경험때문에 항구를 만들더라도 못 지킬 것같아서 알래스카 조약으로 북아메리카 쪽은 미국에게 넘기고 포기.
이렇게 부동항을 둘러싸고 일어난 전쟁이 1, 2차 북방전쟁, 여섯 번에 걸쳐 벌어진 러시아 튀르크 전쟁, 러일전쟁 등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목적을 뻔히 아는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열강과 일본에게 막히는 바람에 러시아는 제국주의 시대엔 제대로 자국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조선에게 막대한 지원병력을 주는 대신 절영도[3]를 조차 하려던 시도도 영국의 거문도 점령에 의해 쉽게 막혔고 이후엔 청나라의 뤼순을 조차하고, 대한제국의 마산이나 용암포를 찔러봤지만 러일전쟁으로 다 물거품이 되어버리니 그나마 1860년의 베이징 조약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확보 못했으면…. 2차 세계대전 때 소련이 원래 폴란드에게 넘어갈 영토였던 동프로이센의 일부를 칼리닌그라드라는 이름으로 삥뜯은 것도, 미국이 일본 전역을 점령할 때 홋카이도를 자기들한테 넘겨달라고 징징댄 것도, 괜히 그런 게 아니다.
물론 부동항을 가지고는 있는데, 유일하게 얼지 않는 항구는 흑해 연안이다.[4] 다만 이쪽은 흑해 밖으로 나가려면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5]과 다르다넬스 해협을 무조건 거쳐야 하고, 터키는 현재 국적을 막론하고 순양함 이상급 함선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게다가 터키를 거쳐서 지중해로 넘어와도 대서양으로 나갈 경우 스페인, 모로코, 지브롤터 사이의 좁은 해협을, 인도양으로 나갈 경우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또 빠져나와야 한다.[6] 발트해 역시 겨울엔 얼어버리는데다 빠져나가려면 덴마크, 스웨덴 사이의 좁은 해협을 거쳐야 한다. 단순한 항해상의 난점 뿐만 아니라 저 두 해협은 전략적, 정치적으로도 역사적 숙적인 저 나라들이 울컥하면 잠가 버릴 수 있기 때문에잠가라 해협 안정적인 해로가 아니다. 실제로 1차 세계대전 때도 그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진출 이후 오스만 제국측에서 보스프루스 해협을 걸어 잠그는 건 항상 비공식적인 선전포고로 통했다. 북방의 덴마크 해협도 마찬가지.
그래도 대양 쪽에선 동해의 블라디보스토크[7]나 북극해의 무르만스크[8][9] 정도가 쓸 만한 항구. 두 항구 위치가 각각 러시아의 동남쪽 끝과 서북쪽 끝이다. 참고로 이 두 곳의 겨울 평균기온은 -13℃ 정도로 다시 말해 겨울에 종종 얼어붙기도 하지만 쇄빙선을 이용하면 그럭저럭 쓸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나 무르만스크보다 안정적인 부동항과 항로를 확보하려면 캄차카 반도 혹은 이곳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러시아 극우파와 정부에서 그곳의 영유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관련 문서 및 사할린 문서의 사할린 주 지도 참조.
아무튼 근대사에서 그렇게 바라고 바랐던 탓인지 러시아 연방 국가에도 '남쪽의 바다에서 극지방까지'라는 가사가 나온다. 가사의 '남쪽의 바다'는 흑해 연안과 연해주를 말하는 듯.
한편으로는 20세기 후반부 부터 눈에 띄게 나타난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항로를 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듯 하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 참조.- ↑ 소금물이기 때문. 더 정확히는 염분을 포함한 각종 불순물 때문에 어는 점이 내려간다. 대략 영하 15도 근처.
- ↑ 밴쿠버는 위도는 높으나 겨울에도 비만 잔뜩 오고 눈이 오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따뜻한 곳이다. 적도 근처에서 덥혀진 바닷물이 굴곡이 적은 북아메리카 대륙 서해안을 따라 올라오기 때문.
- ↑ 지금의 부산광역시 영도구이다.
- ↑ 발트해의 경우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유일한 항구인데, 이 지역은 가장 수심이 얕고 염도가 매우 낮은 핀란드만의 동쪽 끝에 있다. 더군다나 대륙에 둘러싸인 관계로 겨울엔 대부분이 언다. 당장 북구의 베네치아라 불리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2월) 평균기온만 해도 -10도에 육박한다.
- ↑ 무려 이스탄불 한복판을 그대로 관통하는 것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끽해야 한강 하구 정도의 폭과 깊이밖에 되지 않는다.
- ↑ 이 해협이 얼마나 좁은지는 유럽 지도나 지중해 항목의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몸으로 그 절실함을 느껴보려면 대항해시대 게임을 해 보면 된다. 여긴 수에즈 운하가 없어서 운하의 고마움도 느낄 수 있다(…).
- ↑ 사실 블라디보스토크도 흑해/발트해보다 그나마 나은 정도이지 상황은 비슷하다. 동해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태평양으로 빠져나오려면 대한해협 이나 쓰가루 해협, 라페루즈 해협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러일전쟁 때도 동해를 드나들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좁은 대한해협에서 일본군 해군이 기다리고 있다가 전투가 벌어져 러시아의 발트함대가 격멸되었다.
- ↑ 노르웨이, 핀란드와의 국경과 멀지 않은 편으로, 여기서 출발하면 노르웨이 북쪽바다에서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의 노르웨이해를 지나, 아이슬란드와 페로 제도 사이를 거쳐서 대서양으로 나올 수 있다.
- ↑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랜드리스 정책에 의해서 지원된 물자가 들어온 곳도 이곳이었다. 미국 동부에서 출발한 수송선이 북대서양을 가로질러서 이곳에 물자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