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야구 용어.
직역하자면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보통 1, 2번 타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루상에 출루함으로서 클린업 트리오 등의 후발 타자들에게 득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9명의 타자들 중에서 척후병같은 존재. 초반 1, 2번 타자들은 3, 4, 5번 클린업 트리오를 위해 공을 많이 보고 같은 팀 타자들에게 상대 선발투수의 상태에 대해 말해주는 역할도 맡고 있다. 또 뒤에 타자들이 보고 생각해야할 시간을 줘야 한다.
따라서 테이블세터가 풀카운트까지 카운트를 끌고 가거나 커트를 하여 많은 공을 골라내면 몇몇 감독들은 "잘했어 잘했어" 라며 격려해주기도 한다. 물론 이건 감독 성향마다 다르다. 공격적인 배팅을 선호하는 감독들은 공을 오래 본다고 하면 "소심하긴, 왜 겁먹는데? 당장 휘둘러!" 라고 갈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수비시엔 빠른 발이 필요한 외야수를 맡는 경우가 가장 많으며 내야수인 경우는 유격수나 2루수를 맡는 비율이 높다.
2 타순별 특징
공통적으로 타율도 물론 높아야 되지만, 특히 출루율이 가장 중요시되고, 도루를 비롯한 높은 주루플레이 능력 또한 요구된다. 그러다보니 90%의 이상의 확률로 똑딱이 타자.
출루율을 중요시 한다지만, 실제 출루율은 중심타선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테이블 세터가 출루를 목적으로 하는 타자들인만큼 상대방 또한 가장 출루시켜서는 안되는 타자들이며,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타순이 돌아올때도 가장 타격이 약한 하위타선이후에서야 다시 타격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주자를 적게두고 시작하는 타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투수는 타자에만 집중할 수 있어 사사구가 적은게 바로 테이블 세터다. 특히 1번타자는 대체적으로 팀내에서 주루센스가 뛰어나고, 발이 빠르기때문에 투수는 더더욱 출루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타자다. 그에따라 1번타자의 출루율은 .350~.360이면 준수한 수준으로 보는게 보통이다. 통산 기록으로도 알수 있는데 1번타자중 통산 출루율이 4할을 넘기는 타자는 '그를 반으로 쪼개도 둘 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라는 찬사를 받는 역대 최고의 1번타자 리키 헨더슨이 유일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장타를 때릴 줄 아는 타자를 배치하는 자리가 조금씩 앞으로 당겨지면서 테이블 세터 자리까지 넘어오기 시작했다는 것. 클린업 세터 원래 고전적인 강타자의 자리는 4번이었지만, 세이버메트릭스의 발전으로 야구가 정교해지면서 강타자를 3번 자리로 당겨와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이후로는 또 강한 2번타자론이 유행하기 시작해 매 경기 2번타자에 팀내 최고의 타자를 놓는 사례도 늘어났다. 때로는 아예 공격형 리드오프라 하여 1번 자리에 강타자를 배치하는 일도 있다. 2014년 두산의 민병헌이나 삼성의 야마이코 나바로가 대표적인 예이며, 완전체로는 박재홍과 이종범을 들 수 있겠다.
이는 세이버메트릭스가 퍼지면서 도루 및 주루플레이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것도 한몫한다. 세이버메트릭스를 유행시킨 머니볼은 수비, 주루는 툴 중에서 쓸 데 없이 몸값을 올린다고 판단해서 최대한 배제하고, 선구안을 중심으로한 타격 툴에 비중을 두고 있다. 수비나 주루는 평균정도만 하면 별 문제 없다는 식으로 본것.
사실 세이버매트릭스 기준에서는 타순의 영향력은 선수의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측정 불가능한 장점 정도를 빼면 시즌 전체로 봤을때 얻는 이득이 미미하다고 통계분석을 통해 결론내리고 있다. 상위 타순에 배치하여 1타석이라도 더나오게 하는 것 역시 시즌 전체로 갈 경우 많아야 5~10타석 늘어나는 정도로, 통계결과 2번타자가 가장 팀 기여도가 높은 타순임에도 시즌 전체로 봤을때는 약 5점 정도 더 득점창출하는 것 또한 통계분석을 통해 유추한 결론. 그러나 이는 매우 불합리한 판단인데, 일단 이기는 게 중요한 이상 한 경기의 승패여부를 무시할 수 없다. 리그 성적이 시즌 별 득실비율로 우승팀을 정하는 건 아니니까.
문제는 그럼 1번이 되는데, 1번 타자 앞에 가장 못하는 타자가 오면 타순 로테이션상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가장 좋은 타자를 2번에 두고, 9번 자리에도 최악의 타자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인지 거포가 넘치는 팀이면 1, 2번에 거포를 배치시키기도 한다. 다만, 팀으로 봐서는 미미한 영향일수도 있지만, 그게 한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쌓이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전성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시절의 그래디 사이즈모어나 양키스 시절 알폰소 소리아노처럼 30홈런에 근접하는 펀치력을 가진 톱타자가 특별히 득점권 타율이 나쁜것도 아닌데 60~70점대의 저타점 시즌을 보내기도 한다. 팀 득점창출 전체로 볼때는 엄청난 기여를 했지만, 투승타타기준으로 보면 이 선수는 타점을 못먹어서 손해를 왕창 본 것이다(...).
2.1 1번 타자
1번 타자는 타율과 출루율이 모두 높으면서 선구안도 좋아야 되고, 발이 빨라 도루 능력도 좋아야 된다. 현대 야구에서는 발도 빠르고 OPS도 높은,[1] 팀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선수를 리드오프로 놓기도 한다. 이렇기 때문에 4번 타자와 함께 구단을 대표하는 야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MLB 역사상 최고의 리드오프는 리키 헨더슨를 많이 꼽는다. 톱타자라는 표현도 쓰지만 이것은 재플리시이다. 그리고 사실 모든 타자가 이러면 좋지만, 투구수를 조금씩 늘리기 때문에 파울커트를 잘하면 더 좋다. 보통 1번타자는 타석에서 루가 비어있기 때문에 주자를 팀킬하지 않는게 용규놀이의 정석(?)이기 때문이다.
2.2 2번 타자
2번 타자는 출루율도 높아야 하지만 과거에는 먼저 출루한 1번 타자가 진루할 수 있도록 작전 수행능력이 높고, 번트를 잘 하는 선수를 많이 배치하였다. 흔히 말하는 "작전형 2번 타자". 물론 발도 빨라 도루 능력도 좋아야 된다. 1루쪽으로 타구를 날려 진루타를 치기 쉽도록 2번 타자로 좌타자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2000년 이후로는 MLB의 세이버메트릭스 계열에서 전파하기 시작한 "강한 2번타자"론이라 하여, 도루나 번트 능력이 떨어질지라도 높은 타율이나 파워를 보장하면서 주루 플레이도 좋은 소위 호타준족형 타자나 그에 준하는 선수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해당되는 예가 MLB의 경우엔 더스틴 페드로이아, 마이크 트라웃, 2014년 이후의 조이 보토와 조시 도널드슨이 있다.
물론 프런트나 감독의 성향에 따라 사실은 장타력 좋은 선수가 부족해서 작전 수행 능력과 번트 능력이 좋은 똑딱이 2번 타자를 내세우는 팀도 많아서 어디까지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엘비스 앤드루스나 추신수가 신시내티 레즈에 있던 시절에 거한 욕을 먹던 코삭제 잭 코자트가 있고, KBO의 경우엔 준수한 선구안으로 높은 출루율을 보여주는 박한이와 장성호가 있다.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만일 양준혁이 현역이라면 2번 타순에 놓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양준혁은 뛰어난 선구안과 컨택으로 높은 출루율을 보장하기 때문에 '강한 2번타자'론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타자라 볼 수 있다.그리고 20-20를 4번한 주력도 괜찮은 수준이었다. 현재 뛰고 있는 선수중에서 본다면 넥센 히어로즈의 이택근이 강한 2번 타자의 전형이라 볼 수 있다. 매 시즌 항상 삼진보다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선구안에 볼도 안타로 만들어내는 컨택능력[2]으로 4할에 육박하는 출루율에 더해서, 20도루 이상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주루센스까지.
3 리그별 테이블 세터
리그나 감독의 성격에 따라 테이블 세터의 운용도 천지차이로 다르다. 일본은 아직도 1회 무사 1루부터 번트대는 리그고(...) 한국은 좀 어정쩡하지만 아직까진 일본처럼 2번 타자의 역할론을 중요시하는 편. 물론 박한이나 박석민을 2번에 배치하는 류중일이나 박용택, 나지완을 1번으로 세운 김기태 같은 경우도 있다.
3.1 KBO 리그
KBO의 대표적인 테이블 세터라면 이순철, 전준호, 정수근, 이종범,[3] 이영우[4] 등이 있다. 현역 중에는 서건창, 이용규, 정근우, 박민우, 이종욱,민병헌, 구자욱[5], 박해민등이 있다.
3.2 일본프로야구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있는 스즈키 이치로[6]나, 한신에서 활약한 아카호시 노리히로, 역시 한신에서 활약했으면서 장타력이 쩔어주는 1번 타자였던 마유미 아키노부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 외에도 '일본식 2번타자'의 대표격으로는 1990년대에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카와이 마사히로가 있는데, 번트를 잘 갖다대기로 유명했다. 이로 인해 '개인통산 희생타 세계기록'을 보유하기도….
그렇다고 일본에 '강한 2번타자', '번트를 대지 않는 2번타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가 아직 도쿄에 있던 시절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는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대할 수 있는 2번타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물론 아래의 케빈 유킬리스의 경우처럼, 이후엔 중심타자로 전업하였다.
3.3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된 세이버메트릭스의 등장을 통해 테이블 세터 개념이 많이 변화했다. 스몰볼의 특성인 선취점을 위한 2번 타자의 번트 공식등이 사라지고, 2번에 팀내 최고 타자를 놓는 것이 생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7] 이론이 확산되면서 점차 1, 2번 타자에게 작전수행능력 이상으로 파워 요구치가 높아졌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더스틴 페드로이아와 케빈 유킬리스의 테이블 세터. 이 둘은 종래의 테이블세터와는 다르게 도루와 작전 수행능력이 떨어지지만 이를 두 선수의 출루능력과 파워로 보강하면서 강력한 득점 생산력을 보여주었다.[8]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주로 3번을 치던 추신수도 종종 2번에 배치되기도 했다. 참고로 위에서 2번타자로 언급한 볼넷귀신 대머리 뚱보 케빈 유킬리스는 아드리안 곤잘레스가 펜웨이파크에 입성한 2011시즌엔 주로 4번을 쳤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법한 타순배치. 물론 유킬리스가 3할에 25홈런 정도의 기대치를 보인 타자인만큼 4번에서 치는 게 이상한건 아니지만.
MLB에서는 팀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는 3번-4번, 그다음으로 강력한 타자를 2번으로 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었다. 즉 3 > 4 > 2 > 1 순으로 타선을 짜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제 5번 타자는 예전처럼 강력한 타자를 놓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이제 클린업 트리오에 5번타자는 빼야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 그냥 4번 다음으로 거포인 사람 넣으면 되지 않나? 그리고 2014년을 기점으로 한, 2010년대 중반부터는 2>3>4>1 순으로 다시 한 번 개편되어가고 있다. LA 에인절스가 콜 칼훈, 마이크 트라웃이라는 펀치력까지 갖춘 호타준족형 타자 둘을 테이블 세터로 내놓으며 이 이론을 사례로 증명했던 한 해인데, 콜 칼훈이 부상으로 풀시즌을 보내지 못했지만 1번타자로써 17개의 홈런과 .281/.336/.471 타출장[9]을 기록했고 2번타자 트라웃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리고 2015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2번에 조시 도널드슨을 놓으며 시즌을 돌린 결과, 40홈런-100타점을 돌파하고 MVP에도 뽑히며 다시 한 번 강한 2번 타자론을 증명했다. 이 사례들에 영향을 받아, 2016년에는 많은 팀들이 팀의 에이스 타자를 2번에 놓는 일이 많아졌다. 사실상 5번 타자는 이제 클린업 트리오에 속하기가 무색해진 상황.
4 참고
- ↑ OPS와 장타율은 말그대로 타구를 외야로 보내는 장타를 많이 쳐서 올라가기도 하지만, 발이 빨라 짧은 타구에도 2, 3루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 ↑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택근을 보고 컨택 만큼은 메이저리거 수준이라고 극찬한 적이 있다. 물론 이 양반이 립서비스가 상당히 후하긴 하지만 이택근의 컨택 능력 만큼은 리그에서도 상위권 수준이란건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 ↑ 1990년대의 이종범은 리드오프 이지만 거의 4할에 육박하는 타율과 30개 가까운 홈런까지 치고 6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는 괴물이었으니 전통적인 테이블 세터와는 거리가 멀다. 충분히 클린업 트리오에 들고도 남을 장타력까지 소유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김응룡 감독은 클린업이 부진하면 이종범을 종종 4번에 세우기도 했다.
- ↑ 이쪽은 특이하게도 장타력은 있는 반면 도루 성공률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1번 타자였다. 20도루 이상을 성공했던 시즌이 2004년 시즌뿐이다. 그래도 전성기 평균 타율-출루율-장타율이 3-4-5라는 아름다운 수치를 찍어주었기에 충분히 훌륭한 리드오프였다고 할 수 있다.
- ↑ 2015시즌까지는 1번 출장했지만, 다음해부터는 주로 3번으로 출장했다.
- ↑ 이치로는 커리어 초반엔 1번타자로 많이 출장했고, 일본에서의 커리어 말기에는 20홈런 정도를 치면서 3번에 자주 기용되기도 하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단타에 더욱 집중하는 타격 스타일로 전환하며 풀타임 리드오프가 되었다.
- ↑ 그래봐야 소숫점 2자리 차이지만 1점이라도 아까운게 야구판이다.
- ↑ 이해 페드로이아는 RoY 수상. 다음 해인 08년에는 결국 도루에까지 눈을 뜨며 MVP를 따냈다.
- ↑ 풀시즌 타출장은 .272/.325/.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