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한국시리즈


역대 KBO 한국시리즈
1985년 통합우승
삼성 라이온즈
1986년
해태 타이거즈
1987년
해태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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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와 삼성, 두 팀의 엇갈린 역사가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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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해태 타이거즈

1 개요

해태 왕조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린 시리즈이자, 삼성의 슬픈 준우승 전설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한국시리즈.

승부 자체도 매 경기 접전 양상으로 벌어졌고, 두 번의 연장전과 5차전 모두 3점차 이내의 치열한 접전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1980년대 개판이었던 관중 문화를 상징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졌던 시리즈로 더 기억에 남으면서 시리즈의 치열했던 접전이 모두 묻혀버린 비운의 시리즈.

해태 타이거즈는 이 우승으로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팀이 되었고, 이 때를 기점으로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한다.

2 시리즈 전 상황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1986년 1월에 열린 KBO 이사회였다. 1985년 프로야구가 삼성의 전,후기 우승으로 한국시리즈가 사라져버리자, 김이 샐대로 샌 KBO는 어떻게든 한국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안을 제시했고, 그 첫 시행이 바로 1986년이었다. 사실 1984년의 져주기 파동으로 이미 전체 승률 1위에게 한국시리즈 직행권을 주기로 의결한 바 있지만, 1985년에는 삼성이 그 대상인지라 한국시리즈가 사라져서, 어떻게든 한국시리즈를 만들려고 도입한 제도가 바로 아래와 같은 시스템이었다.

  • 전기 1,2위와 후기 1,2위 팀에게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부여.
  • 한 팀이 전후기 모두 2위 안에 들면 한국시리즈 직행
  • 한 팀이 전후기 중 한 번만 2위 안에 들면 플레이오프 진출
  •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네 팀이면 전기 1위와 후기 2위, 전기 2위와 후기 1위 간의 5전 3선승 플레이오프 후 한국시리즈 실시.

문제는 1986년에 전기리그 1위는 삼성, 후기리그 1위는 OB가 차지했지만, 전기리그 2위와 후기리그 2위는 해태가 차지했다는 점이었다. 정확히는 후기는 두 팀이 공동 1위였는데, 당시에는 공동 1위가 나오는 경우는 3전 2선승제로 리그 우승 팀을 가린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래서 두 팀은 포스트시즌 대진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우승결정전을 치렀고 여기서 해태가 져서 2위였다. 그래서 해태는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삼성과 OB는 플레이오프를 치루게 되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는 정말 치열한 접전이 되면서 5차전 끝에 간신히 삼성의 승리로 끝난다. OB 입장에서는 2승 1패로 앞선 상황을 못 끝낸 것이 천추의 한이 되었지만, 어쨌든 기다리던 해태는 정말 여유가 넘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해태는 그 다음해 반대의 상황에서 삼성을 4전전승으로 관광보내며 그렇지만도 않다는것을 보여주었다.

제도의 헛점으로 해태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긴 했지만 전후기 통합 승차가 불과 1.5경기이고 당시 해태와 삼성은 비슷한 투타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방어율은 2.86대 2.95로 해태가 약간 앞섰지만 팀타율에서는 .274의 삼성이 .259의 해태보다 앞섰고 홈런수에서는 해태가 99개를 치며 74개의 삼성을 압도하는 장타력을 보여주었다. 길게 얘기할 것 없이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은 득/실이 475/369, 해태는 474/372로 정말 용호상박의 전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팀간전적에서는 해태가 삼성에 11승1무6패의 우세를 보였다는 점, 그해 커리어하이를 찍은 선동열의 존재와 삼성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체력소모를 했기 때문에 해태의 우세가 점쳐졌다.

3 엔트리

3.1 해태 타이거즈

해태 타이거즈 1986년 한국시리즈 엔트리
감독1명김응용
코치4명김인식, 임신근, 백기성, 박정일
투수9명이상윤, 선동열, 김정수, 차동철, 신동수, 김대현, 방수원, 문희수, 김용남
포수3명김무종, 장채근, 이건열
내야수8명김봉연, 김성한, 서정환, 한대화, 차영화, 김일환, 조충열, 이순철
외야수5명김준환, 김일권, 김종모, 김평호, 송일섭

3.2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1986년 한국시리즈 엔트리
감독1명김영덕
코치4명정동진, 박영길, 유백만, 우용득
투수9명김시진, 김일융, 진동한, 양일환, 권영호, 황규봉, 성준, 송진호, 김훈기
포수3명이만수, 손상득, 송일수
내야수7명함학수, 김용국, 김성래, 이종두, 오대석, 배대웅, 박승호
외야수6명장효조, 허규옥, 장태수, 이해창, 김동재, 홍승규

4 경기 결과

4.1 1차전 : 진동한에게 날아온 소주병

1차전 10.19(일) 16:00, 무등 야구장
선발1234567891011RHEB
삼성양일환0000002010036
해태선동열00000001201X411

중계방송사는 MBC TV.

해태는 1986년 괴물같은 활약을 선보인 선동렬을 앞세워 승리를 자신했지만, 2회 무사 1,2루와 3회 1사 1,3루 찬스를 날리면서 어렵게 경기를 끌어갔다. 반대로 삼성은 양일환을 선발로 내세운 후, 흔들리자 기교파 진동한을 내세웠고, 이게 먹히면서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7회초 공격에서 김평호의 실책성 수비로 이만수가 2루타로 진루한 후, 김성래의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런데 7회말 수비까지 잘 막은 진동한이 공수교대 때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중 관중이 던진 소주병에 머리를 맞으면서 상황이 묘하게 꼬였다. 일단 삼성은 김시진을 8회부터 올렸지만, 8회말 해태는 김시진 상대로 김성한이 2루타를 치면서 추격했다. 그러나 믿었던 선동렬리 9회초 밀어내기를 기록하면서 경기가 꼬이는가 싶었는데, 9회말 해태는 김일권의 3루타로 1점을 추격했고, 제구 난조를 보인 김시진 상대로 김성한이 행운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하면서 극적으로 동점을 이뤘다.

결국 연장 11회말 다시 김성한이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해태가 4:3의 승리를 기록했다. 승리투수는 연장 10회부터 나온 김정수. 너무 아쉽게 어쩌면 억울하게 진 삼성의 김영덕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진동한이 병에 맞지 않았다면.." 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는데, 이게 3차전의 복선이 된다.

4.2 2차전 : 노장의 발은 살아있다

2차전 10.20(월) 18:00, 무등 야구장
선발123456789RHEB
삼성김일융10000010028
해태차동철10000000016

중계방송사는 KBS 1TV.

삼성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분투한 주역이자, PO에서 맹활약한 김일융을 선발로 내세웠고, 해태는 차동철을 선발로 내세웠다. 삼성이 허규옥의 적시타로 먼저 선취점을 뽑자, 해태는 김준환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 뒤로는 팽팽한 투수전 양상.

승부는 7회 갈렸는데, 무사 1루에서 대주자로 나온 이해창이 보내기 번트로 진루해 1사 2루가 되었고, 여기서 과감하게 3루를 훔치면서 1사 3루가 되었다. 그리고 배대웅의 유격수 깊은 플라이 때, 과감하게 홈으로 대시하면서 결승점을 뽑아 삼성은 2:1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동률로 맞췄다. 김일융은 해태 타선을 산발 6안타로 틀어막으며 완투승을 거두면서 다시금 큰 경기에 강하다는 자신의 평가를 증명했다.

4.3 3차전 : 불타는 버스

3차전 10.22(수) 18:00,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선발123456789RHEB
해태이상윤03000030068
삼성김시진30000020056

중계방송사는 MBC TV.

1회말 삼성은 김성래의 2점 홈런을 포함해서 먼저 3점을 냈지만, 해태는 2회초 공격에서 바로 김준환의 솔로 홈런과 1984년부터 3년간 홈런이 없던 차영화의 2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해태의 김정수와 삼성의 김시진의 투수전 양상.

승부는 7회초에 갈렸다. 김시진이 연속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 기회에서 해태는 바뀐 투수 진동한 상대로 대타 김일환이 안타를 쳐서 1사 만루의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해태 서정환이 친 타구는 2루수 땅볼로 병살 코스였지만, 2루수 김성래가 유격수 오대석에게 준다는 것이 그만 빠지면서 2실점하면서 승부가 기울었다. 여기에 김성한이 승부의 쐐기를 박는 1타점 적시타를 치면서 점수는 6:3.

삼성은 7회말 공격에서 함학수이만수의 적시타로 6:5까지 따라 잡았지만, 결국 역전에는 실패했고, 경기는 그대로 해태의 승리로 끝났다. 여기까지는 참 나름 접전인 한국시리즈 경기가 되었겠지만, 경기 종료 후 허망한 역전패와 1차전 광주에서 진동한이 맞은 일에 분노한 대구 팬들이 경기장 밖에 주차되어 있던 7000만원짜리 해태 구단버스(1985년식 AM919 모델이었다.)를 바베큐로 만들어 버리면서 이 경기보다는 경기 후의 대형 사고가 사람들의 입에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자세한 것은 해태 버스방화 사건 참조.

4.4 4차전 : 병살 다섯 개를 극복한 해태

4차전 10.23(목) 18:00,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선발1234567891011RHEB
해태선동열000010002137-
삼성권영호000002010104-

중계방송사는 KBS1 TV.

해태는 선동열을 선발로 내세웠고, 삼성은 선발이었던 권영호가 부상을 당하는 불운 속에 양일환황규봉을 계투로 내보내면서 해태와 맞섰다. 선취점을 해태가 5회초 차영화의 솔로 홈런으로 뽑았지만, 삼성은 6회말 공격에서 2사 후 이만수와 김성래의 연속 안타로 2사 2,3루의 찬스를 잡은 후, 해태의 패스트볼과 서정환의 실책으로 손쉽게 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8회말에는 김성래의 솔로 홈런에 힘입어 3:1까지 달아났다. 여기에 마운드에는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믿음직한 김일융까지.

그러나 해태는 9회초 공격에서 김일융 상대로 안타 4개를 집중시키면서 기어이 2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여기에 10회초에는 서정환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면서 승리하는가 싶었지만, 삼성도 10회말 공격에서 장태수의 내야안타로 동점을 만들면서 경기를 끈질기게 끌고 갔다. 하지만, 연장 11회초 2사 후, 김준환의 안타와 한대화, 차영화의 볼넷으로 만든 만루 찬스에서 장채근이 몸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서정환의 2타점 적시타로 결국 승부의 쐐기를 박아 7:4 승리를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한편 이 경기 후에도 대구 관중들의 분은 아직 식지 않아서 경찰이 최루탄을 쏴서 관중들을 해산시키기도 하였다.

4.5 5차전 : 가을까치의 비상

5차전 10.25(토) 16:00, 잠실종합운동장 야구장
선발123456789RHEB
삼성김시진20000000027
해태김정수10300001X58

중계방송사는 KBS 1TV, MBC TV.

해태는 시리즈 2승을 거두고 있던 김정수를 선발로, 삼성은 김시진을 선발로 내세웠다. 경기 시작은 삼성이 1회초 이해창의 2루타, 장효조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그리고 이만수의 솔로 홈런을 포함해 2점을 내면서 먼저 앞서 나갔지만, 1회말 공격에서 해태가 바로 김종모의 적시타로 반격에 성공했고, 3회말 공격에서 2사 후에 한대화의 볼넷, 김성한과 김봉연의 안타로 동점을 이룬 후, 김종모의 싹쓸이 3루타로 역전에 성공하며 4:2로 앞서 나갔다. 그리고 8회말에 김준환의 적시타로 다시 1점을 더 추가하면서 승리를 굳혔다.

김정수는 5이닝 2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막으면서 시리즈 3승을 거두었고, 이 3승으로 인해 1986년 한국시리즈 MVP가 되었다. 선동렬이 6회부터 나와 세이브를 챙기면서 마지막 우승 장면을 같이 했고, 김시진은 한국시리즈 3패를 더 적립하고 말았다(...)

5 에필로그

  • 우승 후에 해태 김응용 감독은 5차전을 빼고는 나머지 3승은 우리가 잘 해서 이긴 것이 아니기에 다음 해에는 더 전력을 보강해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 김정수는 이 때의 활약을 시작으로 한국시리즈에서만 7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최다승 투수가 되었다. 그래서 별명도 가을까치.
  • 반대로 김시진을 1984년에 이어 또 다시 한국시리즈에서의 악연을 풀지 못했고, 그 결과 한국시리즈 7패라는 기록을 남기고 만다(...)
  • 3차전을 삼성이 패하면서 분노한 대구 시민들이 해태 버스 방화 사건을 일으키고 난 뒤부터 삼성은 한국시리즈 12연패(敗)라는 충격적인 기록을 작성하고 만다.(...)버스의 저주 즉, 이 해 한국시리즈 3~5차전 내리 3연패를 하고, 87년과 90년에는 모두 4전 전패를 기록하는 바람에 그런 불명예 기록이 이어진 것. 이런 경악스런 연패 기록은 7년이 지난 1993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야 겨우 끊게 된다. 하지만 그 해 시리즈도 또 해태에게 밀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