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마사토미

파일:Attachment/Kimura Masatomi.jpg
출생	1891년 12월 6일
사망	1960년 2월 14일

木村 昌福(목촌 창복)（きむら まさとみ）

구 일본 해군의 제독.

"돌아가자, 돌아가면 다시 올 수 있으니까 ( 帰ろう、帰ればまた来られるから )"

정신나간 나라의 정신나간 참모진들 사이에서 나타난 일본제국의 개념인.

절대 감히 기무라 헤이타로 같은 인간말종과는 비교도 하면 안된다. 고인에 대한 모욕이다.

1 평범한 시작

일본 시즈오카 출생이다. 적잖은 글에서 마사토미의 고향을 돗토리라고 서술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돗토리는 마사토미의 본적지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마사토미의 아버지는 원래 곤도(近藤)씨로 변호사였는데 차남으로 태어난 마사토미를 처가인 기무라 가문(옛 돗토리현 번사집안)으로 입양시켜 성씨가 기무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성씨를 기무라라고 했을 뿐 유청소년 시기는 친가에서 보냈다.

일본해군병학교 제41기로 입교한 기무라 마사토미의 입학성적은 120명 중 84등이었고, 유급이나 퇴출은 안당했지만 1913년 해군병학교 제41기를 118명 가운데 107등이라는 턱걸이 점수로 졸업했다. 대체로 성적과 능력은 비례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동기로는 쿠사카 류노스케, 오오타 미노루 그리고 이오지마 전투에서 일본 육군의 쿠리바야시 장군과 협력하여 미군과 맞선 이치마루 리노스케 제독 등이 있다. 하지만 잘나가던 동기들이 해군성이나 연합함대의 주요 보직을 맡았던 것과 달리 마사토미는 수뢰정이나 소해정, 구축함 등의 정장과 함장을 주로 맡았다.

원래 일본 해군의 진급은 해먹넘버라고 해서 해군병학교 성적으로 결판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래서 성적순으로 포술, 수뢰, 항해 쪽의 병과로 갔는데, 항해로 갔다는 것은 공부를 못했다는 의미. 게다가 이런 성적으로는 장성급으로 오르기 위한 필수조건인 해군대학의 입학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제2차 대전에 활약한 일본 해군 제독중에서 유일하게 해군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이다. 자신도 아마 어뢰정의 정장 정도로 군 커리어를 마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사토미는 주특기인 항해는 물론 수뢰에 있어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여 꾸준히 구축함 전대 사령 등을 맡으며 일선의 경험을 쌓고 있었다.

일본군 지휘관으로서는 매우 이색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나를 따르라" 라는 신호기를 앞세우고 전속력으로 전장을 이탈하려하던 쿠리타 다케오 제독에게 "우리 배는 기관고장" 이라는 깃발을 올려 속인 다음 대파되어 표류중이던 동료함 모가미급 중순양함 미쿠마의 승조원 구조에 나서 많은 인명을 살렸다. 비록 아군 구조의 공이 있지만 상관을 기만한 죄를 따지면 그 자리에서 불명예 전역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는데, 이걸 알면서도 실행한 것을 보면 대담하다. 다만 이 스즈야가 명령을 위반하고 미쿠마를 구조했다는 주장은 당시 스즈야에 탑승하고 있던 기관 장교의 증언 하나 뿐. 기관 장교 이외의 스즈야의 승조원들이나 당시 구조된 미쿠마의 승조원들 중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은 없다. 일본 해군의 공식기록상으로도 미쿠마의 승조원을 구조한 것은 스즈야가 아닌 구축함 아사시오와 아라시오. 덕분에 이 에피소드는 그냥 설화쯤으로 취급되고 있다.

순양함 스즈야의 함장 시절에도 벵골만에서 통상파괴작전의 일환으로 적의 민간선박을 격침할 때는 미리 해당 함의 승무원을 모두 퇴거시킨 다음에 격침시켰으며, 다른 곳에서 적의 수송선을 어뢰로 격침시킨적이 있었는데, 부하가 여분의 기총소사를 가하려다가 적의 선원들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사격을 중지시켰다. 이는 저항력을 상실한 적에 대한 공격은 비인도적이라는 지론에 따른 것이었다.

기무라 제독의 이와 같은 행동은 근대 이후의 해군, 적어도 서양의 해군에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당연한 전통이자 원칙이지만 막장 일본군은 중일전쟁 이후 전시 국제법을 무시해도 좋다는 명령을 내린 이후 유명무실한 원칙이 되었다.

몇몇 논자는 러일전쟁 이후 이런 원칙을 무시했다고 하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1차 대전 당시 일본 육해군은 거의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독일의 칭다오 기지를 습격하여 많은 독일 육해군의 포로를 붙잡았고, 일본군의 포로 대우는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전쟁에서는 그런 것 전혀 없었다. 진주만 공습 이후엔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러므로 기무라 제독이 이를 준수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이와 대조되는 사례가 하나있다. 2차 대전 시 크릭스마리네(독일 제3제국 해군)의 유보트인 U-852 함장인 하인츠-빌헬름 에크 대위가 이를 무시하여 인도양 작전 중 격침시킨 그리스 증기선 펠레우스의 잔해에 기총 사격을 지시, 희생자를 냈다. 그와 그의 명령을 따른 부하 장교 네 명 중 두 명은 종전 후 총살형에 처해졌고, 한 명은 종신형, 한 명은 7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또한, 연합군 해군 역시 격침시킨 영국 여객선 겸 이탈리아군 포로 호송선을 격침시킨 뒤, 적십자 기를 걸고 이 배의 생존자들에게 구조 활동을 하던 유보트를 항공 공격하여 격침 위기에 이르게 해, 이에 분노한 당시 독일 해군 최고사령관 카를 되니츠 제독이 적 상선 격침 후 일체의 구난 활동을 중지할 것을 명령한 사례도 있다.

이외에도 남태평양의 격전을 치르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당시 잘 나가던 동기생 구사카 류노스케 제독과 상관인 구리타 제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1942년에 일약 해군 소장으로 영전하게 된다. 애초부터 공부는 좀 못했을지언정 모난 성격이 아니었기에, 출세한 해병 동기들이 그를 많이 도와주어 수많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해군 내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2 가혹한 시련

그 뒤 1943년 2월에 제3수뢰전대의 사령관이 되어 동부 뉴기니 상륙을 지원하기 위해 비스마르크해 해전에 참여했다가 압도적인 미 육군의 항공전력에 의해 선단은 궤멸되고 자신도 중상을 입고 간신히 생환했다. 부상을 입을 당시 함교에서 미 육군 폭격기의 기총소사를 받아 왼쪽 다리와 오른쪽 어깨, 오른쪽 복부와 맹장이 관통당하고 파열되었지만 끝까지 지휘를 했다. 이 때 "지휘관 중상"이란 깃발이 올라간 것을 본 후 장병들에게 쓸데 없는 걱정을 주게 한다며 꾸짖고는 아까의 신호는 착오였다는 깃발을 다시 올리게 했다.

문제는 이 전투에서 기무라 제독이 맡은 임무가 수송함대 호위였고, 그 병력도 '일본군의 기준에서는' 충분한 수송선 8척에 구축함 8척이라 이 패전 이후 안그래도 평가가 안좋았던 제독의 평가는 바닥을 쳤다. 한마디로 말해 수송선 호위도 못하는 바보며 비겁자란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일본군기준으로 봤을 때나 그렇다는 얘기고, 실제 해당 전투에서는 기무라 제독이 호위하는 육군 수송선단의 물자와 병력이 뉴기니 전투에서 일본군의 입지를 크게 강화시킬 것으로 판단한 연합군이 그 근처에서 가용한 항공력을 총동원한 상태(미군336기VS일본군100기)였으며, 더불어 반도폭격 혹은 도약폭격이라고 하는 항공폭탄 물수제비 튕겨서 날리기 방법을 완성한 미 육군 항공대의 첫 데뷔라 아주 상황이 안좋았던 상태. 게다가 뇌격을 가했던 보포트와 보포트를 뒤따라와 20mm 기관포를 난사했던 보파이터는 외양이 거의 동일했으므로, 마사토미의 입장에서는 폭탄을 피하면 기관포에 긁히고 기관포를 피하자니 폭탄에 측면이 날아가는, 그야말로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기무라 마사토미의 구축함들은 대공병기가 빈약해서 항공기 입장에서는 그냥 밥이었다. 이런 악조건에서 살아남은 것만 해도 천운이다.

3 화려한 활약, 그러나 부당한 평가

그 뒤 사실상 폐기물 처지가 돼서 할일없이 시간만 때우던 기무라 제독에게 두번째 기회가 주어졌다. 1943년 5월, 미합중국 해군중장 토머스 C. 킨케이드(Thomas Cassin Kinkaid, 같은 이름의 화가가 있음에 주의) 제독이 지휘하는 미 해군 북태평양 함대가 알류샨 열도의 애투 섬에 포격 및 12,000명의 육군 병력을 상륙시켜 2,500명의 일본 육해군 수비대가 전멸한다. 그 직후 불과 동쪽 몇 해일 이내에 떨어져 있던 키스카 섬의 일본군 수비대 5,200명에게도 똑같은 위기가 다가왔다. 그 섬은 현재 북태평양 알래스카 주에 있는 알류샨 열도에 있는 섬이다. 태평양 전쟁의 대부분이 남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났던 것을 생각해 보면 전장 자체도 흔치 않은 케이스. 이 당시 미군은 90척 이상의 함선으로 해상을 봉쇄하고 인근의 섬에 항공기지를 건설하며 항공정찰까지 행하며 키스카 섬 상륙작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던 상황이라 수비대의 운명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였다.

일단은 초창기에 소수의 잠수함을 운용하여 870명 가량의 병력을 간신히 철수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미 해군이 레이더를 이용해서 해상으로 부상한 잠수함을 함포사격을 가하여 격침시킨 다음부터는 더 이상 잠수함으로 철수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해당 방면 관할부대인 해군 제5함대 사령장관 가와세 시로 중장은 에투 섬 함락 이후, 키스카 섬에서도 그러한 상황을 반복할 수 없다고 결심하여 단번에 해상을 통한 철수작전을 구상하였다.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같은 불가능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이 작전을 지휘할 만한 인물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때 기무라 제독이 발탁된 것이다. 이 때 기무라의 상관이었던 구리다 제독이 고향선배로 이런 미친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라고 부탁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일본 해군의 전력상 가용할 만한 예비 구축함의 숫자가 부족했던 탓에 작전에 필요한 구축함을 빌리는 것도 힘들었다. 결국 가와세 제독이 자신의 기함인 중순양함 나치와 마야를 남태평양으로 보내는 대신 간신히 구축함 6척을 빌려왔다. 5천여명의 병력을 무사히 철수시키는 데 사용할 군함을 담당 함대의 사령장관이 직접 구하러 다니고, 그것도 자신의 기함을 포함한 귀중한 순양함들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간신히 구축함들을 구한 것을 보면 이 작전에 대한 대본영의 수행 의지가 매우 약했고, 작전 성공 가능성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가용 함선을 어렵사이 구한 가와세 제독의 제5함대 사령부는 함선이 아닌 항구의 냉동창고 사무실에 자리잡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겪게 된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통해 얻은 경순양함과 구축함은 시마카제 1척을 제외하면 구형이었다. 호위함대 빼고는 인원을 한명이라도 더 싣기 위해 탄약과 관련요원을 모두 하선시켜서 고속수송선화된 구축함 등으로 편성된 보잘것 없는 함대를 이끌고, 기무라 제독은 1943년 7월 7일에 키스카 섬을 향해 출항했다. 그러나 키스카 섬 해상의 안개가 걷히자 다음과 같은 명언을 했다.

"돌아가자, 돌아가면 다시 올 수 있으니까."

( 帰ろう、帰ればまた来られるから )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판단이었지만 미련없이 회항하였다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딱히 신경도 쓰지 않은 듯 싶다.

이때 후퇴를 반대하는 참모들에게 "그럼 네가 가든지"라고 했다고. 당연히 비난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기무라 제독은 안개가 끼는 날을 기다리며 태연히 여가를 보냈다(고 하며 은인자중하고 있었다고 한다). 은인자중하던 사람답지 않게 여가를 보내는 방법도 낮잠자고 바둑두고 낚시하고... 덕분에 당시 철수계획을 상의하러 온 연락장교가 기무라 제독의 이런 면을 보고 이렇게 느긋하게 계신걸 보니 안심이 됩니다라고 말하고 돌아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안개가 낀다는 일기예보를 받고 22일에 재출항했다. 이 때는 5함대 사령장관 가와세 제독도 경순양함에 직접 탑승해 수송을 맡은 제1수뢰함대와 동행했는데 기무라가 퇴각하면 이를 막기 위해서 동행했을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극악했다. 덕분에 일부 서적에서는 작전에 직접 참가한 상급지휘관의 이름을 우선시한다는 원칙을 준수해서 키스카섬 철수작전의 장본인이 가와세 시로로 기록되고, 기무라 마사토미의 이름은 삭제되었다. 이로 인해 마치 가와세 제독이 키스카섬 철수작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먹은 것처럼 서술되면서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남의 공적에 숟가락 올리기가 되고 말았다.

물론 가와세 제독이 결코 악의적인 목적으로 동승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는 작전수행 도중 문제가 생기면 작전을 속행할지를 그 자리에서 결정하기 위해 동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근방의 일본 해군 상황상 더는 작전을 시도할 연료도 없었고, 돌입일인 26일에 안개가 낀다고 예보되었지만 이게 틀리면 더이상의 작전 속행이 불가능했다. 8월부터는 인근해역의 안개가 끼는 날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이번 출항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셈. 실제로 돌입예정일이었던 26일 이전에 안개가 걷히는 바람에 28일 오후까지 계속 맑은 날씨가 지속되었다. 급기야 동승했던 가와세 제독과 참모부들은 해상에서 작전을 속행할 것인지 정하는 긴급회의까지 열었다가 소수 장교들의 진언으로 겨우 속행이 결정될 지경이었다. 그나마 28일 저녁부터 안개가 끼기 시작했으니 문자 그대로 천운이 따른 셈이다.

키스카 섬 근해에서 가와세 제독의 함선과 분리되어 작전부대가 섬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이때에도 기무라에게 천운이 따랐는데, 에투섬과 키스카 섬을 경계하던 미 해군 초계기에 의해 실행함대가 돌입예정일 이전에 포착되어 인근의 미국 함대가 이동해오던 상황이었다. 이 때 미 해군의 레이더 이상으로 실행함대와 동떨어진 엉뚱한 지역에서 움직임이 포착되어 미 함대는 그 지역으로 이동하여 포탄을 갈겨대며 시간을 낭비했다. 이 와중에 이미 작전부대는 안개가 낀 키스카 섬 근해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겨우 섬 근처에 도착한 기무라 제독은 널리 알려진 키스카 섬 동쪽 항로 대신 키스카 섬 서쪽 항로를 택하여 고속으로 키스카 항에 접근한 뒤, 주정(인원이나 물자 등을 배와 육지 사이로 실어나르거나 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작은 배)으로 수비 병력들을 배에 탑승시킨다는 작전을 실행했다.

이는 목숨을 내건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는데, 일단 서쪽 항로는 기존의 잠수함을 통한 철수작전을 제외하곤 그 해역에서의 작전경험이 없어 정보가 부실한 상황이었다. 즉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해 어디에 어떤 암초가 나타날지 모르는 지역을 통과하는 일이다. 하물며 그런 지역을 안개가 자욱한 해상에서 20노트 넘는 속도로 달린다는 것은 죽자고 작정한거나 다름 없는 짓이었다. 조금만 실수해도 배가 그대로 침몰하거나 더 운이 나쁘면 함선추돌로 이어져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었다. 물론 배를 천천히 몰며 안전히 운행할 수도 없는게, 언제 안개가 걷힐지 모르고, 안개가 걷혀 적에게 발각되기라도 하면 이 모든 작전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함대는 기적적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비록 조함 과로로 함장이 쓰러지자 기무라 제독이 직접 조함할 정도로 위태로운 항해였긴 했지만 성공한 것이다! 결국 미군이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키스카 섬의 북쪽에서 접근해서 수비대를 전원 구출하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이 믿겨지지 않은 성공을 일본에서는 '키스카의 기적'이라고 부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상의 둘도 없는 앙숙이었던 육군은 해군의 작전을 도와 주었다. 기무라 제독은 효과적인 철수를 위해선 키스카 주둔 장병이 소지하고 있던 개인화기를 버려야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선 키스카 주둔 육군 부대의 직속 책임자인 히구치 기이치로 장군의 협력이 필요했다. 히구치 장군은 기무라 제독의 청을 기꺼이 들어 주어, 개인화기를 바다에 버린 다음 구출 함정에 승선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히구치 장군은 상부의 승인이나 보고 없이 현장 지휘관의 책임으로 지시를 내렸다. 빈손으로 귀환한 장병들을 보고 육군의 '높으신 분'은 히구치 장군의 처사에 대해 길길이 날뛰며 비난을 퍼부었지만, 히구치 장군은 이들의 비난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일본군 수비대가 전부 빠져나간 것을 모른 연합군은 그 후 카스카 섬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하고 대규모의 육군 병력을 상륙시켰다가 일본군이 묻어놓은 지뢰를 밟거나 아군끼리 오인사격하는 등의 삽질만 한 뒤 일본군이 버리고 간 개 3마리만 발견하고는 망연자실한다. 키스카 섬의 7,800여 명의 미군 중 313명이 이렇게 사망하고 2,500여 명은 부상당하거나 동상에 걸렸다. 그 와중에 또 미 해군 구축함 1척(USS Abner Read)이 이전에 일본 해군이 설치해 놓은 기뢰에 걸려 중파되었다. 덕분에 기무라 마사토미는 히로히토 덴노를 독대(윗사람과 단 둘이 만남)한다는 일본군으로서는 최상의 영예 중 하나를 차지했다.

그 뒤에는 일단 전투능력은 꽝이지만 다른 곳에서 쓸만하다는 재평가를 받아 레이테 만의 수송작전(다호작전)과 민다나오 섬의 연합군 수송선단 공격작전(레호 작전)에서 활약했다. 두 작전 모두 압도적인 미군의 해공군력을 상대로 원래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치고 빠지기나 숨어서 서서히 이동 등의 정상적이며 현명한 작전행동을 하였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한 후 거의 손해를 받지 않고 위험지역을 자력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다호작전에 대한 내용은 아오바 항목을 참조.

특히 구 일본해군의 마지막 수상작전인 레호 작전 지휘를 맡은 기무라 제독은 당시 중순양함 아시가라와 경순양함 오요도와 구축함 5척을 지휘하면서 기함으로 순양함을 고르지 않고 구축함인 카스미(霞)를 선택했다. 이 작전에서 구축함 키요시모를 잃었지만 작전목표였던 적군 상륙지점 포격과 수송선단 공격은 성공했다. 그 후 퇴각하던 중 "기함은 키요시모의 승조원을 구출하고 나머지는 퇴각하라"고 명령을 내린 뒤 어뢰정 기습과 공습위험을 무릅쓰고 몸소 승무원 구조에 나섰고, 이 행동에 감명을 받은 모든 함선들이 자발적으로 필사의 구조작업을 벌여 모두 무사 귀환했다.

이와 같는 화려한 전과에도 불구하고 기무라 제독은 한직을 전전하였다. 연합함대 사령부 근무 및 대잠학교 교장, 해군병학교 분교 교감, 통신학교 교장 등을 역임하다 패전을 맞았다. 1945년 11월 1일 기무라 제독은 중장으로 승진을 하였는데, 이는 총리대신과 해군대신을 역임한 요나이 미츠마사 제독의 천거 때문에 그러한 것이었다. 그리고 승진하자마자 일본 해군의 해산에 따라 11월 10일 예편했다.

사실 기무라와 해군 병학교 성적이 비슷한 일본 해군 장교에 비하면 제때 수월하게 진급을 한 것은 맞다. 이들 중에는 1945년이 다 되도록 대좌에 머무르고 있다가 미군의 공습으로 전사하면서 소장으로 추서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성적의 동기들에 비해 기무라 제독의 전공이 뛰어남은 말할 것도 없고 더 우수한 동기들을 압도하기에도 충분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전시에도 전공이 아닌 "해먹 넘버"에 근거한 진급 심사를 한 일본 해군의 처사는 매우 경직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콧수염을 깎은 모습

그 후 기무라 제독은 부하들과 함께 제염조합을 꾸리게 되었다. 이들은 기무라가 근무하였던 해군병학교 분교의 땅을 불하받는 것은 물론 근처의 제염조합에서 기술지원까지 받아 무난하게 제염조합을 경영할 수 있었다. 이 무렵 기무라 제독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카이젤 콧수염을 깨끗이 깎았다. 기무라 제독은 1960년 위암으로 70세의 생애를 끝마치게 된다.

4 평가

구 일본군 내에서 용감함과 무모함을 구분할 줄 알며, 신중함과 비겁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던 훌륭한 지휘관 중 한 사람이었다. 일반적인 구 일본군 지휘관의 이미지와는 전혀 상반되는 인물로, 상부에서는 당시 기무라 제독을 일컬어 "지휘관으로서의 책임감과 자질이 부족하며, 제국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부심과 용맹마저 결핍된 인물"이라 평했다.

똥군기에 가까울 정도로 엄격하고 절제된 모습을 미덕으로 여기던 일본군의 다수 장교들과 달리 함교에서 졸거나 하급자들과 같이 낚시를 즐기는 행동 때문에 군대 내부에서 뒷담화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기무라 제독을 대하였던 하급 장교나 하사관, 수병들에게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이는 전후에 다른 제독들이 실직한 후 옛 부하들에게 버림받은 것과는 달리 부하들과 협동해서 제염조합까지 차린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장례식 당시 부하들은 "이젠 저 세상에서 그토록 좋아하시던 낮잠을 실컷 즐기시겠군요." 라고 하며 진심으로 애도한 것을 보면 빈말이 아니었다.

일본 해군 인사담당과 달리 기무라 제독을 제대로 평가한 사람은 얄궂게도 적군인 미군이었다. '비겁하게 나타나' 기습을 하고 사라진 기무라 제독의 함대를 찾는다고 눈에 불을 켜고 수색하다가 결국 못찾아서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인명구조시 피아를 가리지 않는 것을 높게 사서 전쟁 후에는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전쟁 범죄같은 만행을 저지르지 않는 한 전쟁에서 적에게 비겁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최고의 찬사 중 하나인 것을 감안하면 이 사람이 얼마나 뛰어난 지휘관이었는지 대강 알 수 있다. 아군이나 적군이 어떻게 평가하든 기무라 제독의 관심사는 밥벌이(?)여서 이러한 평가에 개의치 않았다.

기무라 마사토미는 작전에 임하였을 때도 여타 일본군 막장 장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한 다음 그 상황에 맞는 작전을 이끌어 나가는 명장으로 변신하였다. 기무라의 이러한 태도는 가장 큰 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키스카 섬 철수 작전에서 드러났다. 직속 상관인 가와세 제독이 기함에 동승한 것이 어떻게 보면 기무라 마사토미를 믿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담하게 행동했다. 이건 일반 사람들이 쉽게 하기 힘든 행동이다.

당시 일본군에서도 출세한 동기들 등 기무라 제독을 중용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정작 본인이 너무 출세 욕심이 없었다. 동기들 사이에서는 머리는 나쁘지 않은 친구였다는 평가였지만 정작 본인은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고, 애초에 군인이 된 것도 적당한때 퇴역한 다음에 나라에서 두둑한 은급(군인연금)을 챙기면서 살기 위해서였다. 거기에 퇴역군인이라는 명함 하나만 있으면 웬만한 곳에는 취직이 가능했다. 학교 교장이라든가... 다만 타이밍이 좋지 않아 태평양 전쟁이 벌어지고, 제때 퇴역하지 못한채 군에 발이 묶였을 뿐이었다. 전형적인 게으른 천재다

해군대학 입시를 두번이나 치르고도 불합격한지라 상급 지휘관으로서의 교육도 받지 못했고, 전함이나 항모같은 대형함선을 운용하는 전법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다. 전쟁 내내 순양함과 구축함 중심의 수뢰전대 지휘만을 맡았던 것은 이 때문. 전쟁 이후 취재에서 레호 작전의 기함으로 카스미를 골랐던 이유도 "나는 구축함 타는 법 밖에 모른다." 라고 밝혔다. 딱히 출세나 진급을 바라지는 않았으니, 출세를 못한 원인의 하나는 마사토미 본인에게서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출세와는 담을 쌓은 절망적인 학업 성적에 비해 진급 스피드는 동기들 중에서도 중간은 갔던 것을 보면 오히려 현장지휘관으로서의 평가는 군내에서도 상당히 높았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졸업성적 낮고 해군대학을 이수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는 소~중좌 계급의 보직인 구축함 함장 정도에서 퇴역하게 된다. 근데 기무라는 현장평가만으로 대좌 계급에 순양함 스즈야함의 함장까지 올라간데다, 최종적으로는 전쟁에서의 무훈을 인정받아 중장까지 진급했다.

기무라 제독 본인은 자기의 전공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려는 생각이 거의 없었다. 가족들이 태평양 전쟁 이후 전사(戰史)를 수집하러 온 구 일본 해군 장교에게서 키스카 작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니, 그저 영웅이 되기보다 평범한 아버지로서 가족들과 살기를 원했던 것 같다. 가상역사소설에 나와 전투에서도 명장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의 지인이나 유족들은 제독 본인은 전투지휘에는 킹왕짱은 아니라고 했던 생전의 대화를 거론하면서 이런 과장된 묘사는 고인에게 실례라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막상 실제 전쟁 때는 비겁자 취급이나 하다가 이제 와서 명장으로 신격화하니 고인도 저승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을 듯하다.

어떤 사람은 마사토미도 일본인으로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조센징들은 매가 약이다. 이래서 조센징들은...' 같은 말들도 부하들과 함께 우스갯소리로 입에 담았은 것을 들어, 마사토미에 대해 호평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에서 군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마사토미가 조선인을 맞딱트릴일이 없었고, 그런 얘기가 나온 출처가 없는 것을 볼때 그리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5 기타

1965년 '태평양 기적의 작전 키스카' 라는 제목으로 키스카 섬 철수 작전이 영화화되었다.

다만 여기서는 기무라가 아닌 오오무라(大村)소장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수염이 없다 토호 영화사에서 제작하였기 때문에 시무라 다케시, 이나바 요시오, 다자키 준, 후지타 스스무, 츠치야 요시오, 히라타 아키히코, 쿠로베 스스무, 쿠보 아키라 등등 거대괴수 영화의 스타들이 줄줄이 출연하는데, 이는 당시 토호영화사의 전쟁영화나 시대극영화에 공통되는 점.

소설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의 모티브가 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정확히는 양 웬리를 만들고 남은(?) 항해술로 에드윈 피셔를 만든 것 같다. 특히 낮잠 등의 개인적인 버릇, 대담한 역발상으로 성공시킨 '키스카의 기적'과 '엘 파실 탈출작전'의 유사함, 남들이 왈가왈부 할 때 정작 본인은 소시민처럼(?) 조용히 지내고 싶어하고, 군 학교를 턱걸이로 졸업하고 이후 한직을 전전하면서도 요직에 앉은 지인들의 추천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훌륭한 전공을 올린 점 등이 유사하다. 공교롭게도 양 웬리란 캐릭터 역시 작중에서 처음에는 우국기사단이란 극우 정치깡패에게 테러까지 당할 정도였다가 명장으로 조명되며 (우국기사단에게) 감사 카드까지 받은 에피소드가 있고, 기무라 역시 생전엔 찬밥 신세였다가 사후 가공전기 등에서 우익들에 의해 명장 취급 받는 면마저 비슷하다.

역사학도 출신인 다나카 요시키 본인은 특별한 인물을 지정해서 만든 게 아니라고 하며, 사실 은영전의 양 웬리란 캐릭터를 뜯어봐도 한 사람이 아닌 꽤 여러 실존/가상 인물들이 모티브가 됐음을 알 수 있다. 허나 기무라 제독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적어도 참고가 된 주요 인물 중 하나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또 다른 인물을 꼽자면....... 아마도 무책임함장 테일러의 소요카제의 함장 저스티 우에키 테일러가 되겠다.
최대한 편안한 자리를 원하고, 고물에 막장인생들 소굴이긴 하지만 그래도 엄연한 함선의 함장이 되어서도 느긋한 성격은 변함이 없고, 부하들과 같이 놀고 먹기 좋아하는 것을 보면, 기무라 마사토미에서도 전술전략적 측면만 떼어낸 모습으로 보인다. 다만 무책임함장 테일러는 은영전에서 직접 모티프를 따온 게 더 많다.

기무라가 남긴 명언 "돌아가자, 돌아가면 다시 올 수 있으니까"는 태평양 전쟁 참전함들을 의인화한 게임 함대 컬렉션의 팬들 사이에서도 널리 통하는 격언이 되었다. 칸코레에서는 함선이 격침되면 그 순간 영원히 작별이다. 칸코레에선 대파된 함선이 있을 때 진격을 누르지 않는 한 격침은 절대 일어나지 않으니 그냥 조용히 회항 누르자. 돌아가면 다시 올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