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Монгол хоол(몽골홀)
1 개요
몽골 문화권에서 만들어 먹는 요리. "붉은 음식, 하얀 음식(үлаан идээ, цагаан идээ. 울랑 이떼, 차강 이떼.)"이라는 말로 정리할 만큼 고기와 유제품 섭취량이 절대적이다. 몽골과 내몽골, 부랴티야 공통으로 내용은 같고 이름만 조금씩 다르다. 투바 공화국이나 칼미키야 쪽의 음식은 어떤지 추가 바람.
2 상세
황량한 몽골 고원의 환경에서 구하기 쉬운 고기와 젖은 풍족하지만 야채나 과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다 심하면 곡류마저도 보기 힘든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몽골인들은 곡류를 교역을 통해 얻었으므로 한국식으로 매 끼마다 챙기는 개념이 아니었다. 과거 몽골의 전통에 따르면 '고기는 인간이 먹는 것이고, 식물은 가축이 먹는 것' 바다와 접하지 않기 때문에 생소한 수산물 따위는 거의 혐오식품 취급. 생선까지는 허용범위지만, 새우 같은 것은 벌레를 먹는 인간으로 취급된다.
농경 문화권, 특히 운동량이 현저히 낮은 도시인의 관점으로 보면 건강에 좋을 리 없는 음식들이다. 이건 몽골의 자연환경과도 연관이 깊으며 걸어도 끝이 안 보이는 초원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보양식이다.
- 단적인 예로 울란바토르는 세계에서 가장 추운 수도이다. 물론 아스타나, 오타와나 모스크바도 추운 수도이지만 이런 곳은 그나마 비나 눈이라도 내리지 반사막 기후인 울란바토르에는 그딴 거 없다. 그리고 울란바토르의 겨울 평균기온은 모스크바보다 15도 가까이 낮고 평균 강수량도 비교도 안되게 적다. 후술할 수테차가 이런 기후적 이유로 생긴 것이며 마찬가지 이유로 티베트도 버터를 넣은 수유차가 유명하다.
- 둘째로 인구에 비해 엄청나게 넓은 땅도 한몫한다. 몽골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저급(1.78명/km2)이다. 그린란드가 2009년에 자치권 확대로 국제법상 독립된 개체로 인정받으면서 우월한 수치(0.03명/km2)로 1위 자리를 빼앗아 가긴 했지만, 그린란드는 아예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9할이 넘으니 실질적으로는 몽골만한 곳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고기는 주로 방목이 쉬운 양고기와 염소고기를 선호한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같은 축산물도 있기는 하지만 울란바토르같은 도시가 아니면 구경이 어려운 것이 거의 대부분. 야채는 당근, 양파, 감자처럼 장기 보존이 가능한 구근류가 주류고, 신선한 야채는 익숙하지 않다보니 먹질 않는다. 적어도 건조시켜 먹기라도 할 정도로 날 것을 먹는 문화는 없다. 당연히 향신료도 잘 쓰지 않는다. 애초에 주된 향신료인 후추나 고추 같은 건 따뜻한 지역에서 기르는 작물이다. 온도뿐만 아니라 작물이라는 점도 문제. 향신료? 먹는건가?? 먹는 건데요 향채 같은 건 어르신들이나 먹는 귀한 것 취급할 정도. 이들의 주된 음료인 수테차를 만들때 쓰는 홍차조차도 다 중국이나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수입해온 거다. 과거에는 이 찻잎을 화폐로 쓰기도 했다고.
몽골과 정식 수교하고 나서는 한국사람들이 꽤 건너가서 한국식 하우스 농사를 지어 여러 가지 한국의 농작물을 도시에 팔고 있다고 한다. 몽골도 소비 수준이 높아지며 웰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한국식 채소가 도시 지역 위주로 인기 있다고 한다. 그래도 채식이 일반적인 건 아직 아니다.
외국인의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요리로 유명하며, 농경민족인 한국인에게는 가히 충격과 공포로 점철되는 음식들이 많다. 아무래도 주기적으로 움직여야만 하는 유목민족이다보니 좀 더 맛나게 먹겠다며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갈 수는 없는 노릇. 즉, 어지간한 요리가 기본적인 조리수준에 그치며, 간 맞추기도 기껏해야 돌소금이 전부일 정도로 심심한 편이다. 이마저도 안하는 경우가 많다. 물을 아끼기 위해서 + 고기 맛이 없어진다고 생각해서 고기를 씻지 않는 문화는 덤. 심지어 창자조차 씻지 않는다. 배설물을 한번 훑어낸 다음 그대로 피순대 재료로 쓰는데, 곱창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별의별 수단을 다 쓰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그저 충격과 공포. 단 중국 내몽골자치구의 관광지용 음식들은 조금 낫다. 호텔 등 고급 음식점일수록 음식이 짠데, 이는 내륙 지역에 귀한 비싼 소금을 듬뿍 쓰는 것이 더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시골에 가면 가죽만 벗기고 맹물에 그대로 삶은 고기, 고급 음식점에서는 미치게 짠 고기로 극과 극을 달린다. 출장 온 한국 사람은 식성에 따라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쪽 빠지거나 너무 짜게 먹어 붓거나 둘 중 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게다가 흔히 국물을 낼 때 여분의 지방을 제거하는 과정이 있기 마련인데 몽골에서 그랬다가는 어르신에게 뒤통수 후려맞는다. 추운 곳에서의 훌륭한 영양 공급원인 지방을 버리는 아까운 짓을 하는 거니까. 전통적으로 가난할 뿐만 아니라 춥던 지역적 특성상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영양(칼로리)을 확보하는건 생존에 직결된 문제였다. 또한, 가축을 잡을 때 피를 빼면 다른 야생 동물들이 땅에 흘린 피의 냄새를 맡고 습격할 위험이 있다보니 전통적으로 피를 빼지 않은 고기를 먹는다. 대부분 고기 비린내가 피에서 나는 것임을 고려하면… 그냥 흠좀무라고 할 수 밖에. 가축을 치는 시골 사람들은 가축 잡아서 가죽 벗기고 다듬어 익히는 것을 마치 라면 끓이듯 간단하게 해치울수 있다.
러시아와 터키, 중국 북부(베이징)의 영향을 받았지만, 거의 원형에 가깝게 들여왔을 정도로 외부 음식이 몽골 요리에 끼친 영향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도리어 자신들의 고기 문화를 외국에 전파한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중화 요리 중 중국 북부 요리들의 거의 대부분은 몽골에서 유래한 것들이다. 한 예로 샤브샤브라 알려진 쑤이양러우(베이징 양고기 음식)가 몽골요리에서 유래했고, 우리나라엔 "징기스칸"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집들 중 몇몇이 팔기 시작하면서 소개되었다. 우리 나라도 고려 시대에 원나라 요리가 들어오긴 했고.
몽골리안 스타일이라 하여 몽골식 바베큐라든가 몽골식 볶음면이라든가 하는 음식이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이들은 일본 요리의 텟판야키(철판구이)에 가깝다. [1]몽골 현지에도 외국인을 위한 "몽골리안 바베큐"집이 있긴 하지만 이건 애초에 대만이 원조다. 한식으로 치면 한국 당근같은 거라, 현지인들에게도 듣보잡에 가까운 생소한 음식이라고 한다. 또한 햄버거의 패티의 원조라고 알려진 함부르크 스테이크(일명, 햄버거)나 육회에 가까운 음식인 타르타르 스테이크가 몽골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긴하지만, 몽골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생식을 안 하는고로, 고기의 보관법으로 유럽에 전파되었다가 변형돼버린 음식이라 보는 시각이 있다. 혹은 처음부터 몽골이나 타타르족과 관계 없는 요리로 1930년대에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육회 스타일의 스테이크 요리들 중 계란 노른자와 식초를 가미해서 먹는 스타일을 '타르타르풍'이라고 붙인데서 스테이크 타르타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몽골이란 말이 붙어 있는 것 중 많은 요리가 원조 몽골식과는 관계 없는 요리임은 분명하다.
전통적으로 몽골에서 주로 먹는 음식도 계절에 따라 다르다. 여름에는 유제품이 주식이고, 겨울에는 고기와 지방을 많이 섭취했다. 교역으로 얻은 밀가루와 감자 등도 겨울에 주로 먹었다.
물론 몽골만 이런 게 아니라 유목 지역에서는 비슷한 게 많다. 물을 아끼고자 최대한 덜 씻거나 짜게먹는 것이 똑같다.
3 종류
몽골의 식당에서는 흔히 메뉴판에 1-р хоол (1번 음식;주로 국물음식), 2-р хоол (2번 음식;주로 메인음식)으로 구분한다.
- 허르헉(хорхо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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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에 가는 여행자들이 한 번쯤은 먹어보길 기대하는 음식으로, 양을 통째로 잡아다가 뜨겁게 달군 차돌로 익혀만드는 잔치용 음식이다. 고비 투어와 같은 여행자를 상대로 하는 경우는 피를 적절히 빼고 야채를 듬뿍 넣어 순화시키지만, 현지인들의 허르헉은 야채따위는 장식이고, 굳은 핏덩이가 다닥다닥 붙은 고기의 몰골부터가 범상치 않다. 제법이나 양 때문에 단독으로 먹기는 어렵고 (관광객 식당에서 특별메뉴로 제공한다면 가능) 최소 4인분부터.
- 보르츠(борц)
- 보즈(бууз)
- 호쇼르(хуушуур)
- 넓고 납작한 튀김만두. 이것도 중국 유래.
- 보즈나 호쇼르는 보존식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바짝 구워서 수분을 날리고 다시 한번 말려서 건조한 형태로 만들면 몇 달은 충분히 상하지 않는다. 김용의 사조영웅전이나 신조협려에서는 구양봉이 은신하며 말린 만두와 물로 연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 초이왕(цуйван)
- 볶음 국수. 양고기를 듬뿍 넣어 만들되, 당근같은 야채도 조금 들어간다. 간은 소금간이 기본이지만, 간장을 넣기도 한다.
- 골리야쉬(гуляш)
- 아롤(ааруу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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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에서 치즈성분을 걸러 부드럽게 혹은 바짝 말린 것. 과자처럼 수시로 먹는다.
- 아이락(айраг)
- 내몽골에선 체게(цэгээ)라고 하며, 발효시킨 마유주를 말한다. 이름과는 달리 알코올은 없으며, 살짝 크리미하면서도 새콤하게 쏘는 맛이 난다. 대략 막걸리 비슷하다고. 다만 유제품에 내성이 없다면 기묘한 냄새에 질겁할 수도. 중앙아시아(크므즈)는 몰론 터키(아이란)까지 퍼져나간 음료수.
- 아이락은 외지인이 현지인의 게르에 방문하면 호의적인 의미로 반드시 대접하게 되어있고, 그것을 반드시 마셔야만 한다.
- 타락(тараг)
- 우유나 양유를 발효시켜 만든 요구르트의 일종. 요구르트의 일종이나 시중에 나와있는 요구르트의 맛이라기보다는 시큼한 향이 강하고 점성이 높다.
타락죽과 뭔가 관계가 있나?
- 허르먹(хоормог)
- 낙타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요구르트의 일종. 타락과 다른 점은 낙타젖이라는 점과, 그 성상이 보다 묽고 음료에 가깝다는 점. 시큼한 향도 타락에 비해 덜하다.
- 수테채(Сүүтэй цай)
- 소금을 넣은 차를 끓인 다음 마유를 붓고 마무리로 으름을 넣어 만든 것. 차 자체는 17세기경 티벳불교를 받아들이며 들여온 것으로, 워낙 귀한 비타민 공급원이라 음료수보다는 수프에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 먹는다. 아이락 대신 이것을 대접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주면 주는대로 마셔야 하는 것이 예의. 입에 안 맞다면 미리 홍차를 달라고 하는 것도 괜찮다. 홍차도 현대 몽골에서는 많이 마신다.
- 수테보다(Сүүтэй будаа)
- 우유에다가 밥을 말아서 만든 죽의 일종. 수테차가 기름지고 고소
하고 느끼한 맛이 난다면, 수테보다는 단 맛이 굉장히 강하다.
- 으름(өрөм)
- 대략 무염, 무가당 버터정도의 식재료. 아무 맛도 안나고 느끼하다.
- 호륵(хуурга)
- 잡채. 길게 채썬 음식을 볶은 것.
- 어러먹(Ороомог)
- 효모를 넣은 밀가루 반죽으로 소세지를 얇게 두른 후 쪄먹는 음식.
- 티프텔(Тефтель)
- 몽골식 고기완자.
- 슐(шөл)
- 수프, 탕류를 일컫는다. 메뉴판 1-р хоол을 대표한다. 기름기가 둥둥 떠다니는게 많아서 한국인에겐 위협적으로 보이기까지 할 수준.
- 고릴태 슐 (гурилтай шөл): 고기에 면을 넣고 끓인 수프.
- 너거테 슐 (ногоотой шөл): 고기에 야채를 넣고 끓인 수프.
- 반쉬태(банштай)
- 물만두. 수테차로 끓여 먹으면 반쉬차이가 된다.
- 차나산 마흐(чанасан мах)
- 그저 삶은 고기. 일상식이다.
- 버덕(боодог)
- 고기 통구이.
- 셔를럭(шорлог)
- 아르히(архи)
- 증류주 또는 보드카. 종류는 아일락(마유주)을 증류시켜 빚은 시밍 아르히(шимийн архи)와 곡물로 증류한 차강 아르히(Цагаан архи)[2]가 있으며 '칭기즈 칸 보드카'가 잘 알려져 있다. 이 중 시밍 아르히 쪽이 좀 더 전통주에 가깝고 가격 역시 비싸고 희소성이 높으며, 차강 아르히는 러시아의 보드카의 영향을 받았고 가격이 좀 싼 편.
- 여담으로 증류식 소주가 몽골을 거쳐 전래되었기 때문에 고려 시대에는 증류주를 이 이름에서 따 온 아라길주(阿喇吉酒)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