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요리

1 개요

터키어 : Türk mutfağı
그리스어 : Πολητική κουζίνα

터키의 전통요리.

중국 요리, 프랑스 요리와 더불어 세계 3대 요리로 많이 주목받고 있다[1].

그러나 범주가 너무나 크다. 사실 터키 사람들조차도 자신들의 요리를 터키 요리라 부르지 않고, 중국 요리처럼 각 지방의 요리라 부르는데, 위키피디아 터키어판에서 가져온 설명은 다음과 같다.

Türk mutfağı Türkiye'nin ulusal mutfağıdır.

Osmanlı kültürünün mirasçısı olan Türk mutfağı hem Balkan ve Ortadoğu mutfaklarını etkilemiş hem de bu mutfaklardan etkilenmiştir. Ayrıca Türk mutfağı yörelere göre de farklılıklar gösterir. Karadeniz mutfağı, Güneydoğu mutfağı, Orta Anadolu mutfağı gibi birçok yöreler kendilerine ait zengin bir yemek haznesine sahiptirler.

'터키 요리'는 터키의 민족적인 요리들이다.
오스만 제국의 문화를 계승한 터키 요리는 발칸 요리와 중동 요리의 영향을 받았으며 또한 각각에 큰 영향을 주었다. 개별적으로 터키 요리는 지방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띈다. 카라데니즈(=흑해) 요리, 동남부 요리, 중앙 아나톨리아 요리처럼 많은 지방들은 속한 풍부한 방법으로 조리한 다양한 음식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외국인이 주로 알고 있는 터키 요리는 역시 이스탄불 지방의 요리를 말한다. 그리스어로는 터키 요리를 Τουρκική κουζίνα(뚜르끼끼 꾸지나)라고 해야 하지만, 때문에 그리스인들은 보통 터키 요리를 Πολητική κουζίνα(뽈리띠끼 꾸지나)라고 말한다. 직역하면 '도시의 요리'인데, 그리스인에게 있어 '도시'란 다름 아닌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2 터키 요리의 특징

2.1 다문화

본래 터키인은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던 전투종족 유목민이었다. 때문에 그들의 음식은 육류가 주를 이루었으며 오늘날 몽골 요리처럼 향신료도 거의 쓰지 않았다. 이 시기에서 비롯된 음식으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케밥이 있는데, 초창기의 케밥은 단순히 고기를 구워 먹는 것에 불과했으나 터키인들이 아나톨리아 반도에 정착하고 나서 주변문화를 수용하다보니 지금과 같이 조리방식만 1,000여가지에 달하는 복잡한 요리가 되었다.

터키 요리의 전성기는 역시 오스만 제국시대일 것이다. 이 시기 터키 요리는 제국 내 거주하던 민족들의 다양한 조리법을 흡수했는데, 가령 페르시아인으로부터는 향신료와 세련된 조리법을, 그리스인으로부터는 다양한 야채 요리와 생선 요리법을, 그리고 아랍인으로부터는 과자 만드는 법을 흡수했다. 18세기 이후로는 황제를 중심으로 서양문물 개화를 통해 프랑스 요리의 영향도 받게 되어 화려한 장식을 더해지며 한층 화려해졌다. 오스만 황제들은 '내 식탁에 같은 요리가 올라온다면 요리사들 목을 칠 것이다' 라고 해서... 요리사들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요리를 개발했다고 한다. 물론 황실 요리사는 웬만한 귀족보다도 강한 영향력과 막대한 부를 누릴 수 있는 지위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의하면,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와 황후도 오스만 제국 황실 조리사들이 해준 음식을 먹고 반해서 더 많은 돈을 줄테니 프랑스 황실에서 일할 수 없느냐 제의했지만, 오스만 제국 조리사들이 거부하자, 그럼 프랑스인 조리사들에게 음식기술을 전수해줄 수 없냐고 부탁했을 정도였다. 이에 대한 일화가 있다. 나폴레옹 3세의 부인인 외제니 황후는 자신의 요리사를 이스탄불로 보내 터키 요리를 배워오게 했다. 그는 터키인 주방장의 교육 아래 터키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얼마 안가 포기하고 프랑스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유인즉, 터키인 주방장이 그가 가지고 있던 요리책들을 죄다 보스포로스 해에 집어던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방장 왈, 요리솜씨는 대접받는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요리책 따위에서 나오는게 아니라고.

하지만 터키 요리의 진수는 궁정요리가 아닌 서민의 요리에 있다. 라따뚜이 실제로 터키인의 가정에서 그들의 가정요리를 접해보면 고기나 값비싼 재료 없이도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터키 사람들은 스스로 '음식'에 있어서는 빈부가 없다고 말한다. 터키는 식량자급이 가능한 수준의 물량이 뒷받침 되어 있으며, 넓은 땅에 당연히 다양한 지리적 환경이 결합되어 식재료가 풍부하고 물가도 저렴해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케밥을 전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케밥자체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기도 하고 케밥이외의 터키의 음식은 실제로도 상당히 맛있다.

2.2 터키의 흔한 재료

터키는 세계적으로 굉장히 풍요롭고 비옥한 땅이다. 동로마 제국 시절에도 소아시아 반도의 생산력으로 700여 년이나 나라가 버틸 수 있었다. 발칸 반도는... 지금도 식량자급률이 100%를 초과하는 몇 안 되는 나라로서 터키 어느 지식인이 "아타튀르크가 사생활이나 뭐니 보면 욕먹을 게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적어도 그리스에게 풍요로운 땅을 지켜낸 점 하나만으로도 그는 모든 비난을 덮어버릴 업적을 남긴 셈이다."라는 말까지 한 바 있다고 한다. 그만큼 터키 땅이 풍요롭다는 이야기이며 반대로 한국인 여행자가 그리스인 친구에게 당시 그리스가 터키 땅을 많이 차지했다면 지금처럼 경제적 위기가 안왔을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하던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터키는 주식인 을 죄다 자국령에서 재배하여 먹고도 남으며, 올리브와 석류 및 무화과나 살구, 차는 세계적으로 많이 재배된다. 과일도 엄청 많이 재배되고 터키에서는 채식주의자나 과일좋아하면 살판난다고 할 정도로 싸고 풍부하게 먹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터키에서 된장찌개를 만들려고 했더니만 된장만 있으면 될 정도로 다른 재료들은 죄다 터키에서 재배되고 싸게 팔아서 된장 공수만 되면 터키에서 된장찌개 식당을 해도 전혀 부족할 게 없다고 할 정도로 시장에서 세계의 어지간한 재료는 다 구할 수 있어서 요리가 잘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실제로 터키 데니즐리에 있는 숙박업소 겸 식당에서 이 여행자가 터키인 운영자에게 된장찌개 만들어주는 방법을 가르쳐줘서 2011년 지금까지 꾸준히 된장찌개를 팔고 있다. 냄비 하나에 우리돈 5천원. 된장공수 비용이 붙긴 했지만 그다지 비싼 게 아닌데 한국에서 먹던 맛 못지 않다. 그리고,여긴 싸구려 중국 농산물이 없다.거리가 멀어서 운송비가 더 붙으니

헤이즐넛(터키어로는 픈득 - fındık)은 전세계 생산량 80%를 혼자 독점하고 있다. 흠좀무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헤이즐넛 초콜릿 속에 들어있는 헤이즐넛도 99.9% 터키산이다. 피스타치오 역시 전세계 생산량의 70%를 혼자 독점하고 있어서 터키 과자류에는 피스타치오가 듬뿍 뿌려져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터키 사람들 주전부리 간식이 이 헤이즐넛, 피스타치오, 해바라기 씨앗, 아몬드, 땅콩같은 건과류인데 거의 천원도 안주는 돈으로 한봉지 가득 사서 먹을 수 있다. 2009년 시세로 1리라짜리(약 770원) 동전 하나면 해바라기씨 500g, 땅콩 250g, 피스타치오 180g, 헤이즐넛, 아몬드 100g을 사먹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유럽에서는 터키산 과일을 가장 최상품으로 취급한다. 특히 포도는 일부 지역에 한하여 페르시아 왕국 시절부터 풍작을 이룬다. 덕분에 빵과 기름 외에 주요 양식으로 자리잡을 정도. 포도로 만든 잼, 젤리, 과자, 주스, 피클, 당밀, 과당, 포도주, 브랜디 등등 도 유명하다고. 카파도키아지방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신앙을 유지하면서 포도주와 빵을 제조했으니 포도와 포도주의 역사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포도는 현재까지도 해당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물론 현재는 유럽이나 남미와 같은 양조산업의 자본과 시설이 제대로 투자된 포도주의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흔히 관광상품에서 포도주로 특히 유명한 곳은 셀축의 쉬린제마을로 소개되고 있으며, 과거 이 곳에 그리스인들이 정착한 결과라고 한다. 이 곳은 나즈막한 붉은 빛 지붕들이 작은 능선을 따라 아름답게 구성되어 있고, 이국적인 풍경이 인상적이다.

말린 과일들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건무화과와 살구도 거의 다 터키산.

심지어 흑해 및 지중해로 둘러싸인 3면이 바다인 지역적 요소로도 해산물도 풍부하다.[2] 덕분에 국제적으로 식량 분쟁이 나도 자국에서 나는 먹을거리로만으로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얼마 안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국과의 FTA농작물 수출협정을 두고 한국 농민단체들 반대가 엄청나다. 한국 단체 대표가 "터키는 그냥 농작물을 대충 파묻기만 하면 알아서 자란다고 할 정도로 풍요로운 곳이다. 그런 나라에게 농작물 대결은 우리가 불리하기만 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터키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들에 이런 것이 있을 정도다. 터키에 유명 관광지에 있는 호텔이나 숙박시설은 여자들이 많이 운영하는데, 근대 터키에서 이런 지역 거주민들이 죽으면서 아들에게는 당시 돈이 되었던 농장을 물려주고 돈이 안되는 집을 딸에게 물려줬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관광업이 활성화되면서 외국인들이 많이 오자, 여자들은 집들을 오텔(Otel-모텔을 가리키는 터키어.)로 개조하여 큰 수익을 얻게 된 것과 달리 농장을 물려받은 남자들은 농작물이 하도 흔해서 수익을 그리 많이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터키 요리에서 주로 쓰이는 것은 가지, 호박, 오이, 고추, 토마토, 감자, 양배추, 올리브와 같은 제철 야채. 여기에 각 지방마다 주요 음식재료가 달라지는데, 그리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에게해지방의 경우 해산물을 쓰고 내륙지방에서는 고기를 많이 사용한다. 먼 조상들이 유목민족이었기에 묘하게 양고기를 많이 먹을 것 같은 인상이 있는데, 현대의 터키인들은 닭고기나 야채를 주로 먹고 산다. 양고기를 안 먹는건 아니고, 비싸서 못 먹는다. 이는 고기를 많이 먹는 동부도 사정이 비슷하다. 케밥조차도 고기보다 많은 야채를 함께 곁들일 정도. 사실 아나톨리아 반도에 정착한 이래 유목민족의 전통은 많이 옅어지고 오히려 철저하게 농경민족화된 식생활로 바뀌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터키 요리에는 생식하는 전통이 그다지 없어, 샐러드(살라타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익혀서 먹는다. 가령 터키 사람들이 가장 자주 먹는 반찬의 경우 호박이나 가지를 토마토, 피망, 양파 등과 함께 잘게 썰어 버터나 올리브유를 넣고 약한 불에서 아주 천천히 졸인 것이다. - 터키 사람들은 이것에 빵을 찍어 먹는다.

얼핏보면 그리스 요리와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 터키 요리가 갖는 최대의 특징은 역시 향신료가 아닐까 싶다. 터키 요리는 인도 요리만큼은 아니나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는데, 전통적으로 동서교역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문물이 유입된 영향으로 본다. 오레가노, 파슬리, 딜, 월계수잎, 넛맥, 큐민, 후추, 고추를 비롯해 듣도보도 못한 향신료들도 사용한다. 터키의 시장에 가면 향신료만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수백가지의 향신료를 늘어놓고 무개를 달아서 판다. 가끔 친절한 주인 아저씨가 맛보라며 조금 나눠주기도 한다. 매콤한 맛을 내는 '아다나 케밥'에는 '수막(Sumak)'이라는 이름의 향신료가 있어야 제맛이 나는데 이것은 옻나무 진액을 굳힌 것이다.(옻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잘못 먹으면 옻이 오를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이스탄불이나 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이상 여전히 터키인의 상당수 (농민) 대부분은 자기가 경작하는 작물들을 먹는게 보통인데, 터키의 식품물가가 터키인기준으로는 결코 싼 것만은 아니기 때문.

그리고 바다에 접해 있음에도 아래에서도 보듯 정말 바닷가 근처가 아니면 생선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중금속에 대한 선견지명인가? 사실 물고기요리를 먹지않던 유목민족의 문화가 남아있는 것이다.

2.3 터키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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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사람들도 한국인처럼 좌식문화를 갖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큰 쟁반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둘러앉아서 먹었다. 지금은 서구화되어 많은 터키인들이 식탁을 사용하지만 아직도 동부 쪽에선 좌식으로 먹는 경우도 많고 서부 쪽에서도 종종 식구들끼리 좌식으로 모여서 밥먹는 경우도 있다.

모든 터키 요리는 (에크멕, Ekmek)을 곁들여 먹지만, 케밥같은 고기요리에는 밥(필라으, Pilav)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케'밥' 터키식 밥인 필라으는 버터와 소금을 넣어 지으며, 서로 들러붙지 않으며 술술 풀려야 맛있다고 여겨진다. 터키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중앙아시아와 아랍쪽 밥들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터키사람들은 다양한 빵을 먹지만 주로 서부지방에서는 바게트 비스무리한 빵을 먹으며, 동부지방에서는 소위 '걸레빵'이라 부르는 '피타'라는 둥글납작한 빵을 먹는다. 그 외에도 '라흐마준'(Lahmacun), '피데'(Pide)[3]같은 간단한 토핑을 올린 빵요리가 있으며, 깨를 입혀 구운 도넛모양 빵인 '시밋'(Simit)과 크게 부푼 빵인 '포아차'(Poğaça)는 터키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빵이다. 그리스에도 이름만 다를 뿐, 완전히 같은 빵이 있다.

2.4 설탕 + 시럽 = 터키 과자

터키 요리의 치명적인 단점은 우리 입맛엔 후식 종류가 지나치게 달다는 점.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중독성도 만만찮다. 터키에는 과자만 파는 파스타네(Pastane)라는 가게가 있는데, 안에 들어가면 수백가지의 과자들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중에는 수프나 케밥 같은 간단한 식사를 파는 곳도 있다. 그런 터키의 전통 과자들은 대개 공포에 가까운 '단 맛'으로 악명(?) 높아도 각종 견과류와 말린 과일들 및 향신료가 왠지 건강해 보이기도 하고 단조로운 백설탕 같은 단맛을 억제, 입맛을 돋우는 보조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덕에 잘못 맛들이면 과자를 먹지 않으면 잠을 못 자게 만들 정도라고(...) 영국의 유명한 작가 C.S. 루이스가 이미 나니아연대기 2권에서 얼음마녀의 Turkish Delight로 터키과자의 무서움을 피력한 바 있다

예시를 몇 개 들면, 마준은 과일맛 엿가락 그 자체고, 바클라와도 시럽에 적셔져서 나올 정도로 달달하며, 로쿰이나 헬와는 재료부터 그런고로 할 말이 없다. 현지에서 바클라와를 처음 본 한국 방송작가는 페스츄리 빵이네? 하고 가볍게 사먹어봤는데 한입넣고 씹으니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단물이 쫙 나와서 기겁했다고 한다... 사실 '한국의 간식, 후식이 외국보다 덜 단것이다.' 라고 하는게 더 맞다. 중동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서구권, 서부/남부 아시아의 간식, 후식도 만만찮게 달다. 수입산 초코칩 과자만 먹어봐도 한국 초코칩과 차원이 다른 단맛을 볼 수 있다

달다단 과자들을 설탕이 듬뿍 들어간 차이와 함께 먹어대는 터키 내에서도 자국내 비만인구가 점차 늘어감에 따라, 점차 단맛을 줄인 제품들이 보급되거나 유행을 타기도 한다는데 아직까지는 달달한게 우세. 이는 단 음식으로 느끼한 맛을 중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기요리를 먹은 뒤 달달한 맛의 후식을 먹고나면 입안에 남는 느끼한 잡맛도 사라지고 한층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달콤한 것을 먹으면 입에서 달콤한 말이 나온다'라고까지 하는데 뭐. 합리화

2.5 터키 요리는 손맛!

찰지구나
터키 요리들은 대체로 어마어마하게 손이 많이 간다. 터키에서 요리는 전통적으로 여자들의 일이었고, 장을 보는 것은 남자들의 일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터키 요리는 중화 요리일본 요리와 달리 여성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어떤 음식을 만들든 풍부한 재료와 다양한 조리방법 및 기교를 사용해서 더욱 섬세하고 복잡한 맛을 만드는 것이다. 때문인지 한국 요리항목에서도 터키 요리와의 이런 공통점이 언급된다. 역시 우리는 형제

포도잎쌈인 야프락 돌마스(Yaprak Dolması)[4]도 일일이 밥을 양념하고 잎으로 말고 다시 소스에 절이고를 여러번(1개가 두 세입 크기정도.) 반복해서 만든다. 심지어 비교적 만들기 쉬워보이는 케밥종류도 요리하기 전 날부터 고기를 양념에 재워두고 익힐때도 오랫동안 공들여 익혀야 만들어지고, 곁들일 야채도 준비를 해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 일상식인 가지찜마저도 조리시간이 1~2시간은 기본으로 걸리며, 바클라와(Baklava)같은 과자들의 경우는 수십겹의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명절날에 아예 이웃집을 총동원하여 함께 만들게 된다.

2.6 피클과 잼의 달인들

의외로 터키 사람들은 피클 (터키어로는 'Turşu' 투르슈)을 만드는데 뛰어난 기술을 자랑한다. 보통 피클하면 오이 피클이나 고추 피클을 떠올리지만, 터키 사람들은 양배추, 초록빛 토마토, 야생 자두, 당근, 호박, 콩, 비트, 모과, 사과, 호두 등등 웬만한 야채는 다 피클로 만들어 먹는다. 흠좀무 재료에 따라 월계수잎, 고춧가루, 레몬즙, 파슬리, 딜 같은 다양한 향신료를 곁들이는데, 이것만 파는 가게도 있다.

터키 사람들은 만드는데도 일가견이 있는데 잘 알려진 경우로는 장미잼이 있다. 장미꽃잎을 잘게 다져서 설탕에 절인 잼인데 의외로 맛있다. 물론 일반적인 장미가 아닌 식용종.

또한 터키 사람들은 고추장도 담가먹는다. 물론 한국의 고추장과는 다르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고추장처럼 생긴지라 반가운 마음이 든다고도 한다. 일종의 피클인데, 잘게 다진 붉은 고추에 소금을 넣고 쪄서 부드럽게 만든 것을 여러 날동안 잘 말려서 꾸덕꾸덕하게 만든 것을 병에 담고 올리브유를 부어서 만든다. 이것을 '살차(Salça)'라 부르는데 고추 말고도 토마토로도 살차를 만들어 먹는다. 한번 만들어놓으면 장기간 보관도 가능하고 거의 모든 터키요리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매년 토마토와 고추를 수확하면 살차를 만드느라 분주해진다.[5]

3 범국민적 요리와 지역별 특색 있는 요리

지역별 요리는 "이 동네에가면 이 음식들은 꼭 먹어봐야한다!" 싶은것들만 모아봤다.

3.1 터키 전국에서 먹는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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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크멕(Ekmek)과 필라으(Pilav): 빵과 밥을 가리키는 일반명사. 지방마다 주로 먹는 빵의 종류가 다른데,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이스탄불과 서부 지방에서는 '프랑스빵(Fransız ekmeği)' 혹은 '막대빵(Çubuk ekmeği)'이라는 바게트 비슷한 빵을 주로 먹기 때문에 이 모양으로 알려져 있다. 여담이지만 터키에서 먹는 '막대빵'은 바게트와 비교했을 때 좀 더 부드럽고 연하다. 무엇보다도 빵 껍질을 어떤 식으로 먹든 입 천장이 긁히지 않는다. 앙카라 지방에서는 꽃빵(Çiçek ekmeği)이라는 꽃 모양의 둥근 빵을 주로 먹으며, 바즐라마(Bazlama)라는 부드럽고 둥근 빵도 먹는다. 트라브존에서는 알갱이빵(Kepek ekmeği)이라는 곡물빵이 유명하며, 가지안텝을 중심으로 한 남동부 지방에서는 손톱빵(Tırnaklı pidesi)이라는, 교차선이 바둑판처럼 새겨진 둥글납작한 빵을 일상적으로 먹는다. 또한 흑해 지방에서는 전통적으로 밀 대신 옥수수로 빵을 만들어왔다. 이와 같이 터키에서 소비하는 빵의 종류는 지방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크루아상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아이 최레이(ay çöreği)도 흔히 볼 수 있는 빵이다. 특히 국가기념일에는 더 많이 먹는데, 빵의 모양이 초승달을 닮아서 터키 민족을 상징하는 빵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형태 말고도 속에 치즈를 넣거나 올리브 절임을 넣는 등 다양한 아이 최레이가 팔리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터키 밖에서는 크로와상의 기원이 터키를 씹는 빵이라고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1636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이 오스만 군대에 포위되자 오스트리아의 제빵 기술자가 창고에 있는 밀가루를 꺼내러 갔다가 오스만 군대의 공격 개시 계획을 우연히 듣고 아군에게 이 사실을 알려 적을 격퇴시켰다는 것이다. 이 공로로 제빵 기술자는 명문가였던 페데스부르크가의 훈장을 제과점의 상징 마크로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고, 답례로 튀르크군의 반달기를 본뜬 초승달 모양의 빵을 만들었다. 동네 사람들은 크로와상을 씹으면서 '먹어치워서라도 오스만 제국을 물리치겠다'며 오스만을 까는 용도로 먹었다고 한다.

필라으는 주식이라기보다는 곁들임 채소나 한 끼 식사처럼 취급된다. 케밥과 같이 나오는 밥이나 샐러드, 과 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의미이며, 빵에 비하자면 굉장히 비싸다. 어디까지나 터키인의 주식은 빵이다.

  • 카흐발트(Türk Kahvaltı): 영어로 번역하면 터키쉬 브랙퍼스트(Turkish Breakfast)라고 불리는 메뉴로, 삶은 계란과 오이, 에크멕, 올리브, 치즈, 토마토, 한두 종류의 잼을 한상차림 한 것이다. 이것 때문에 많은 터키 여행자들이 오이 울렁증에 걸리기도 한다(...). 럭셔리한 아침식사의 경우 여기에 수죽(sucuk)이라고 불리는 쇠고기 소시지가 올라올 때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특별해보이지만, 한국식으로 따지면 그냥 밥, 국, 김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만큼 평범한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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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먹는 유목민들

  • 메네멘(Menemen): 토마토와 채소를 계란과 함께 끓이듯 부쳐서 만든 매콤한 계란볶음. 에크멕과 함께 먹으면 빵도둑이 될 정도로 새콤달콤하며, 아침식사나 해장용으로도 즐긴다. 사투리로 멜레멘(Melemen)이라고도 하는데, 이건 이즈미르지방 방언이라고 한다. 그외에 메네멤(Mememem)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터키 인터넷 포럼에서도 이래저래 어떤 게 맞는 말인지 키배가 벌어졌다(...).
  • 돈두르마(Dondurma): 터키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부르는 총칭이지만 외국에서는 전통 터키식 아이스크림을 말한다. 원조가 되는 진짜 돈두르마는 카흐라만마라슈(Kahramanmaraş)라는 지역 한정으로 생산되고, 매우 쫀득한 특성으로 유명하다. 자세한 이야기는 항목 참조.
  • 쿰피르(Kumpir): 삶은 크고 아름다운 감자를 반으로 쪼개서 각종 소스와 토핑을 넣어 먹는 길거리 음식. 주로 가을, 겨울철에 볼 수 있으며 특히 일요일에 탁심광장에 가면 지겹도록 볼 수 있다.
  • 이맘 바이을드(İmam bayıldı): 가지를 쪼개서 그 사이에 채소를 채워넣은 다음 올리브유와 물을 섞은 것에 삶은 것. 이름이 '이맘이 멍해졌다' 라는 재미있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일화는 여기 링크를 참조할것.
  • 파틀르잔 에즈메시(Patlıcan ezmesi): 가지와 다른 채소를 다진 다음 버터와 함께 뭉근하게 졸인 것. 터키에서 정말 흔한 반찬이다. 함께 넣는 채소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호박과 토마토를 쓴다.
  • 괴즐레메(Gözleme): 흔한 터키의 길거리 음식으로, 고기와 채소를 넣은 일종의 '호떡'이다.
  • 뵈렉(Börek): 페이스트리 종류는 다 뵈렉이라고 부르지만 터키에서 뵈렉은 과자가 아니라 주로 치즈나 고기, 채소를 속에 집어넣은 주식의 일종으로 취급한다. 자매품으로 최렉(Çörek)도 있는데, 이건 발효시킨 반죽을 페이스트리처럼 만든 것이다. 가령 크루아상을 터키어로는 아이최레이(Ay çöreği - 달빵)라고 부르며 자주 즐겨 먹는다.

3.2 터키의 초르바

3.3 터키의 케밥, 쾨프테

  • 되네르 케밥 : [6] 케밥하면 반드시 떠올릴 그것이며, 전세계적 대명사가 된 세계화 음식이다. 그리스 요리의 기로스가 완전히 비슷하다.
  • 이스켄데르 케밥
  • 아다나 케밥
  • 알란야 케밥
  • 알리나지크 케밥
  • 베이티 케밥
  • 으즈가라 쾨프테
  • 쉬쉬케밥
  • 우르파 케밥
  • 자으 케밥
  • 테스티 케밥
  • 이즈미르 쾨프테

3.4 이스탄불 요리(İstanbul mutfağı)

과거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만큼 화려한 궁중요리가 발달했다. 대표적으로는 휸캬르 베엔디. 물론 서민적인 요리들도 많이 발달했는데,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동네에는 그리스인들이 전체인구의 40%에 달할만큼 많았고 때문에 그리스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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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휸캬르 베엔디(Hünkâr beğendi) : 가지를 굽고 다져서 퓌레처럼 만든것 위에다가 토마토와 양고기, 각종향신료를 주재료로 하는 스튜를 위에 올린것이다. 요리시간만 4시간 가까이 걸리는데다가 재료도 상당히 비싼편이라 주로 오스만 시절 궁중요리를 취급하는 가게들에서 맛볼 수 있다. 탁심 근처의 회사원들을 상대로하는 식당들에서 팔기도 하는데, 양은 좀 적지만 무한리필 빵에 힘입어 12리라면 맛볼 수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돈으로 약 6000원. 요리 이름이 재미있는데, 폐하께서 만족하셨다! 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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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예 돌마(Midye dolması) : 홍합에 밥과 다진조개살을 채워넣은 것. 그리스 요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리스어로는 미디아 돌마스(Μύδια ντολμάς)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리스 현지에서는 보기 힘든 희안한 요리. 심지어 그리스 요리프로그램에서도 이 요리를 이스탄불 요리로 설명한 적이 있다.
  • 발륵에크멕(Balık ekmek, 고등어 케밥) : 고등어를 구워서 빵에 끼워먹는 것. 직역하면 생선빵이라는 뜻이다. 사실 케밥으로 분류할 수 없지만 한국 인터넷상에는 '고등어 케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등어와 빵 말고는 집집마다 레시피가 조금씩 다른데, 양파만 끼워먹는 곳부터 샐러드를 채워넣는 곳까지 다양하다. 고춧가루를 뿌려서 먹기도 한다. 하지만 만드는 요리사에 따르면 맛있는 발륵에크멕의 비결은 바로 레몬즙에 있다고...
  • 코코레치(Kokoreç) : 양념한 양창자를 불에 구운다음 잘게잘게 다지고, 여기에 아주 매운 소스를 곁들여서 볶은 것으로 보통은 야채와 함께 빵 사이에 끼워먹는다. 양창자 특유의 냄새가 나기때문에 같은 재료로 만든 이슈켐베 수프만큼이나 호불호가 심히 갈린다. 싫어하는 사람은 코코레치 가게쪽으론 쳐다도 보지 않는듯.

3.5 에게-지중해 요리(Ege-Ak deniz mutfağı)

이동네는 바로 건너편이 그리스인데다가 기원전부터 그리스인들의 앞마당멀티(...)였다. 1923년 터키 독립전쟁이 끝나고 양국간 체결한 인구교환으로 인해 그리스인들이 싸그리 쫓겨날때까지 이 동네에는 그리스인이 100만 이상 거주했으며 자연스럽게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이스탄불과 마찬가지로 해물을 사용한 요리가 많은것이 특징이지만 터키인 특유의 요리법과 융화되어 그리스 요리와는 또 다른 특색을 보인다.

대체로 그리스의 영향을 받아, 에게해와 지중해 요리들과 비슷하게 야채요리와 과자가 발달해 있다. 심심하면 레몬즙을 뿌려먹는 습관 때문에 전반적으로 간이 강하고 새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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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네괼 쾨프테(İnegöl köfte) : 쾨프테의 일종으로, 이름 그대로 이네괼의 명물이다. 다진 양고기를 각종 향신료에 양념해서 숯불에 구운 동그랑땡. 투르슈(Turşu)라고 부르는 야채피클을 곁들이는게 보통인데 주로 더럽게 매운 고추가 나온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한국인에게도 은근히 매운 정도. 또한 먹기전에는 레몬즙과 고추가루로 간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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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프락 사르마(Yaprak sarması) : 포도잎에 돌돌 싸서 찐 음식. 안에 고기가 있는것도있고 없는것도 있는데 이건 없는거다. 굉장히 흡사한 음식(맛은 단연 다르다.)이 그리스에선 돌마데스(Ντολμάδες)라고 부른다. 워낙 보편적인 요리다보니 각 마을마다, 지방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른데 가령 아이든에서는 양념으로 계피를 사용해서 독특한 풍미를 내지만 이즈미르에서는 단순히 민트만을 사용한다.
  • 귀베치(규베치, Güveç) : 고기나 새우등을 토마토등 야채, 향신료와 함께 뚝배기에 넣고 끓이듯 자작하게 조리한 것. 터키인 입맛 문제로 국물이 많지 않다. 그리스 요리의 사가나키와 묘하게 비슷한 면이 있으며 그리스에서도 똑같은 요리를 먹는다. 그리스어 명칭은 기우베찌[7](Γιουβέτσι)
  • 칼라마르 타바스(Kalamar tavası) : 칼라마리(오징어)를 튀긴 것으로, 항구도시인 보드룸(Bodrum)에서 먹어볼 수 있다. 해산물이 인기가 없는 터키에선 흔치않은 음식이다. 원래 그리스에서 온 요리라서 그렇다. 그리스에서는 흔한 술안주로 먹는다.
  • 이스켄데르 케밥(İskender kebabı) : 부르사(Bursa)의 명물음식. 150년전에 그리스인요리사인 이스켄데르오울루 에펜디라는 사람이 발명한 요리로 오늘날까지 그의 후손들이 영업하고있는 식당이 있다.
  • 쵭 쉬쉬(Çöp şiş) : 셀축의 명물음식인 꼬치구이. 그리스 요리의 수블라키와 병림픽을 벌일 정도로 비슷하나, 이쪽은 레몬즙과 오레가노를 좀 더 세게 쳐서 새콤한 맛과 향신료 맛이 강하고 주 재료도 닭고기, 소고기, 양고기(대중성 & 가격 저렴한 순서)이다. 사실 터키요리가 향신료를 많이 써서 그런지 그리스 요리에 비하면 좀 더 간이 센편이다. 특히 여름에 무더운 남동부나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으로 갈수록 음식간이 짜진다. 참고로 터키어로 çöp은 '쓰레기'라는 뜻인데, 원래 이 요리를 만들게 된 계기가 각을 다 뜨고 남은 고기를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구워먹은게 기원이기 때문이다. 경상도지방의 뒷고기 생각하면 된다.
  • 호쉬메림(Hoşmerim) : 에게해 서쪽의 발르케시르라는 도시의 명물 후식으로 밀가루와 버터, 우유, 설탕으로 만드는 일종의 푸딩이다.

3.6 남동 아나톨리아 요리(Güneydoğu mutfağı)

이 동네는 한국으로 따지면 전라도 비슷한 포지션을 갖는다. 그렇다고 반찬이 수십 가지 나오지는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터키에서 가장 맛있고, 가장 종류가 다양하고, 또한 가장 맵다! 여름이 덥고 건조해서 사람들이 음식을 매우 맵고 짜고 달게 먹는다. 오래 전부터 이 동네는 비단길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어서 향신료 무역이 발달했는데, 덕분에 시장마다 향신료가 그득그득 쌓여있고 그만큼 흔해서 적극적으로 향신료를 사용한다. 음식 종류도 다양해서 터키인들에게 있어 맛의 고향이라고까지 불리는 가지안텝(Gaziantep)의 경우 이 동네 특유의 요리만 350여 가지에 이른다.


라흐마준과 가지구이(가지안텝 방언으로 Söörme라고 부르는 것으로 가지를 통째로 숯불에 구운 다음 으깨서 만든다), 콩꼬투리 조림(Bakla), 아이란(Ayran)이라는 요구르트로 차린 소박한 밥상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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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_가지안텝의_밥상.jpg 이게 전부 가지안텝의 향토 요리들이다.

  • 라흐마준(Lahmacun): 일명 '터키 피자'(Turkish Pizza)라고 광고하는 빵이다. 정말로 피자 비스무리하게 생겼다. 가지안텝이 원조지만 지금은 터키 전국에 퍼져있는 요리로, 1970년대만 해도 이스탄불 토박이들은 "촌뜨기나 먹는 요리"라며 거들떠도 안 봤지만 지금은 맛있다며 잘들 먹는다(...). 배고픔 앞에서는 양반상민 구별 없다. 피자와 달리, 채소를 올리고 레몬즙과 고춧가루를 적당량 뿌린 다음 돌돌 말아먹는 게 특징이다.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이로 인해 2010년에 버스 안에서 라흐마준을 먹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생겼다. 참고로 라흐마준의 본고장인 가지안텝에서는 여름라흐마준과 겨울라흐마준을 구분하는데, 여름 라흐마준에는 제철채소인 토마토를 많이 넣고 파슬리를 줄인 반면, 겨울 라흐마준에는 제철야채인 파슬리를 많이 넣고 토마토를 줄인 것이다. 또한 페이준(Peycun)이라고 치즈를 넣은 별종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이나 가지안텝인이 아닌 터키인들은 라흐마준에 야채를 올린 뒤 돌돌 말아먹지만 가지안텝에서는 야채로 파슬리만을 올리고, 그 위에 가지조림(Söörme)를 올린 다음 레몬즙을 뿌리고 두번 접어서 먹는다. 가지안텝 방언으로 "Lahmacunu dört gadla yi"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지안텝인을 구분하는 척도가 된다. 그리고 가지안텝에서는 일반 빵 대신에 라흐마준을 다른 요리와 함께 곁들여 먹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 우르파 케밥(Urfa kebabı): 샨르우르파(Şanlıurfa)의 명물 케밥으로, 이소트(İsot)라는 기름에 볶아 검붉은색이 나는 고춧가루를 첨가해서 구웠으며, 처음에는 매운 맛이 느껴지지 않지만 뒷맛으로 깊은 고춧가루의 향과 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타지에서 파는 우르파 케밥안에는 가지도 들어가지만 이건 가지 케밥(Patlıcan Kebabı)이라는 종류고 원조 우르파 케밥은 오로지 다진고기를 양념해서 꼬치에 꿰고 굽는다.
  • 치으 쾨프테(Çiğ köfte): 잘게 다진 생 소고기에 매운 양념들과 잘게 부순 통밀(bulgur)을 버무려 한주먹 크기로 빚은 요리로, 터키에서 몇 안 되는 날고기이다. 원래 유목민들이 고기 연하게 하려고 말 안장 밑에 고기를 넣고 돌아다니다가 적당히 부드러워지면 먹은 데서 비롯되었다는데, 그것이 향신료 풍부한 가지안텝에 와서 현지화된 것이다. 지역색이 강한 요리라 타 지방 사람들 중에서는 못 먹는 사람도 있다. 길거리나 가게에서 파는 치으 쾨프테는 위생문제로 인해 현재는 생소고기를 넣지 않고 매운 양념과 불구르만으로 만들지만, 가지안텝에서는 여전히 생소고기로 만든 치으쾨프테를 팔며, 가정에서 해먹을 때는 일반적으로 고기를 넣어서 만든다. 가지안텝 사람들은 고기를 넣지 않은 치으 쾨프테를 보고, 거짓말쟁이의 치으 쾨프테(Yalancıların çiğ köftesi)라고 부르면서 조롱하곤 한다. 채소를 싸서 먹으면 쌈장과 유사한 맛이 나기도 한다. 터키 전국에 자리잡은 코마게네(Komagene)와 유명가수 이브라힘 타틀르세스(İbrahim Tatlıses)가 주인인 타틀르세스 치으 쾨프테(Tatlıses Çiğ Köfte)라는 프렌차이즈 업체가 이 치으쾨프테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가지안텝과 샨르우르파가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며 싸우는 중이다(...)
  • 말흐탈르 쾨프테(Malhıtalı Köfte): 위의 치으 쾨프테와 비슷하지만, 이건 고기가 들어있지 않고 렌틸(렌즈콩)이라는 작고 둥글납작한 과 불구르를 주 재료로 양파, 실파, 매운 고춧가루 등을 넣고 반죽해서 만든다. 굉장히 맵게 만드는 게 일반적이고, 다른 지방에서도 널리 먹지만 가지안텝이 원조다. 다른 지방에서는 메르지멕 쾨프테라고 부르지만, 가지안텝에서는 렌틸(Mercimek)의 현지 사투리인 말흐타(Malhıta)라고 부른다.
  • 베이란(Beyran): 가지안텝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스프로, 양뼈와 양살코기를 넣고 푹 고은 국물에 매운 고춧가루와 고추기름, 레몬즙을 뿌려 먹는다. 한국의 육개장과 놀랍게 닮은 맛이 있다.
  • 파틀르잔 돌마스(Patlıcan dolması): 가지 속을 파서 그 안에 쌀과 고기 등의 속을 채운 것. 보통은 가지 속을 파서 말린 걸 시장에서 사서 쓰는데, 다른 지방에서는 없는 풍습으로 보인다.
  • 카르느야륵(Karnıyarık): 가지안텝의 향토요리로 이맘 바이을드와 비슷하지만, 고기를 넣는다는 점과, 맛이 맵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진 고기를 고추, 양파등과 함께 볶아 소를 만들고 그것을 가지에 채우고 쪄서 만든다. 가지안텝 현지에서는 사투리로 가르느야륵(Garnıyarık)혹은 므흐슈(Mıhşı)라고 부르기도 한다.
  • 무함마라(Muhammara): 아랍어로 '빨갛게 된' 이라는 뜻의 가지안텝 향토 요리로, 원래 시리아에서 비롯된 요리라고 한다. 딱딱해서 못 먹는 빵을 잘게 부수고 여기에 레몬즙과 약간의 물, 매운 고춧가루, 생마늘을 넣고 잘 버무린 다음 호두를 곁들여서 먹는 전채 요리로, 시리아의 무함마라는 맵지 않은 고추를 쓰지만 가지안텝의 무함마라는 굉장히 매운 맛을 자랑한다(...).
  • 바클라(Bakla): 하타이 지방의 향토 요리로, 역시 시리아의 영향을 받은 요리이다. 콩 껍질을 올리브유와 각종 채소와 함께 푹 삶아낸 요리로 담백하면서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맵게 먹을 수 있는 요리이다.
  • 카박 오투르트마스(Kabak Oturtması): 속을 도려내고 잘 말린 호박 속에 양파와 고기를 주재료로 한 속을 채워서 푹 삶은 요리로, 파틀르잔 돌마스처럼 말린 호박을 쓰는 건 안텝 특유의 풍습으로 보인다. 생호박으로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만큼 물을 적게 넣어야 한다고 한다.
  • 이칠리 쾨프테(İçli Köfte): 매운 양념이 들어간 속을 고기, 감자, 빵가루로 반죽한 겉피에 싸서 튀긴 요리. 가지안텝도 유명하지만, 아드야만도 이 요리로 유명하다.
  • 유와를라마(Yuvarlama): 쌀가루 등을 재료로 하는 콩알만한 완자를 잔뜩 빚은 다음 병아리콩, 고기와 함께 양갈비, 요구르트, 민트를 넣고 푹 우려낸 국물에 투하시켜 먹는 스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이 동네에서는 잔칫집마다 빠지지 않는 요리지만 요구르트와 민트와 고기 조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먹기 좀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 아슈레(Aşure):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 끼니를 때우기 위해 이것저것 다 끓여 먹었다는 달콤한(?) 잡탕에서 비롯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후식으로, 아랍어로 10을 뜻하는 아샤레(aşare)에서 비롯된 이름답게 10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말린 살구, 무화과, 통밀, 건포도 등이다.
  • 카부르가 돌마(Kaburga Dolması): 양의 갈비(Kaburga)에 맵게 양념한 밥을 채우고 통째로 찌거나 굽는 요리로, 디야르바크르의 향토 요리이다. 양갈비 크기가 크기인 만큼 스케일이 장난 아니라 마을 잔치처럼 큰 행사에서 주로 먹는다. 디야르바크르 향토 식당에 가도 팔긴 하는데 값은 굉장히 비싸다. 기본적으로 카부르가 돌마 하나가 12인분짜리이기 때문이다. 약식으로, 닭을 똑같은 방법으로 요리한 카부르가 돌마도 있는데, 현지인들에게는 사도 취급 받는다(...).
  • 바클라와(Baklava): 원래 아랍 과자라고 하는데, 터키에서 바클라와라고 하면 가지안텝을 떠올릴 만큼 이 동네 바클라와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또한 이 동네 과자들은 터키에서 가장 종류가 풍부하다.[8] 안텝 중심가에 가면 İmam Çağdaş(이맘 차으다쉬)라는 가게가 있는데, 거기 바클라와가 가장 맛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가격도 가장 비싸다. 가지안텝의 바클라와는 특별히 지리적 표시제/유럽연합#s-8.3에도 등록되었다. 그러고나서 바클라와 가격이 많이 올랐다. 2016년 5월 현재 이맘 차으다쉬에서 파는 바클라와 기본 1kg가 70리라(거의 3만원 돈)이다.
  • 돌라마(Dolama): 가지안텝의 특산품인 피스타치오로 만드는 과자로, 얄팍한 밀가루 반죽 위에 피스타치오 가루를 흩뿌린 다음 그걸 둘둘 말아서 페이스트리를 만들고 그 위를 시럽으로 푹 적셔서 내놓는 과자다. 다른 지방에서는 '피스타치오 쌈'(Antep fıstıklı sarması)이라고 부르지만 이 지방에서는 '돌라마' 라고 부른다.
  • 누리예(Nuriye): 바클라와와 마찬가지로 종잇장처럼 얇은 반죽을 켜켜이 쌓아서 끝에 설탕 시럽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같지만, 사이에 우유와 전분 등을 걸쭉하게 졸여서 만든 소스를 넣는다는 점이 다르다.
  • 파틀르잔 돌마(Patlıcan Dolma): 가지안텝의 향토 요리지만 현재는 터키 남동부지방 전체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요리로 공모양의 작은 가지의 속을 파내서 오랫동안 말려 보관하는 것을 끓는 물에 끓여서 불린 다음, 다진 양고기와 마늘, 매운맛이 나는 살차, 후추, 타르흔(tarhın)이라 불리는 쑥향 비슷한 향기가 나는 향신료 등을 넣은 속을 가지에 채운 다음 삶아서 익힌 요리이다. 전통적으로 가지안텝식 파틀르잔 돌마에는 고기만 넣지만 다른 지방에서는 재료값을 아끼기 위해 쌀을 채우기도 한다. 끓일때 석류농축액(Nar ekşisi)을 넣어 약간의 신맛을 더하는데, 석류농축액을 넣어 음식에 감칠맛을 내는건 남동부지방 요리의 특징이기도 하다.
  • 아날르 크즐르(Analı Kızlı): 가지안텝 지방의 향토요리로 '엄마와 딸'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엄마는 밀가루와 다진고기, 살차를 섞어 반죽한 완자이며, 딸은 이집트콩으로 이를 넣고 끓인 스튜요리이다.
  • 파틀르잔 도으라마스(Patlıcan Doğraması): 킬리스 지방의 향토요리로, 현지 사투리로 발잔 에쉬키시(Balcan Eşkisi)라고도 부른다. 가지를 한번 올리브유에 튀긴것을 고추, 토마토, 양파등의 야채, 살차를 추가해서 육수에 끓인 것으로 석류농축액을 넣고 끓이기 때문에 맵고도 시큼한 맛이 난다.
  • 킬리스 타바(Kilis Tava): 역시 킬리스 지방의 향토요리로 맵게 양념한 다진 고기를 볶은 것이다. 마늘이 많이 들어가며 매운 고추, 토마토를 곁들여서 먹는다. 참고로 킬리스는 1993년 이전까지 가지안텝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가지안텝에서도 자신들의 향토요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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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매워보이는 치으쾨프테(Çiğköfte)의 모습. 생소고기를 매운 양념과 불구르(Bulgur)라고 하는 통밀과 함께 치대서 만든 요리로, 남자들 정력에 이만큼 좋은게 없다고 한다(...).

3.7 동부 아나톨리아 요리(Doğu anadolu mutfağı)

이동네는 유목민적인 전통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음식들도 유제품과 고기를 많이 쓴다. 특히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양고기 소시지(터키어로는 수죽이라고 부른다)와 요구르트를 자주 먹는데, 음식들도 상당히 기름진편이다.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탓에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에서도 비슷한 요리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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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일라 초르바스(Yayla çorbası): 에르주룸의 명물로 요구르트와 민트를 끓인 수프이다. 요구르트와 박하조합이라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맛일것이다.
  • 자으케밥(Cağ kebabı): 되네르케밥의 원조격인 에르주룸의 케밥으로 유목민들이 빠르고 편하게 고기를 굽기 위해 장작불위에 큼직한 고깃덩어리를 올려놓고 돌려가면서 굽다가 겉이 익으면 칼로 썰어먹은데서 비롯된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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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트(Mantı): 왠지 만두랑 발음이 비슷한데, 터키사람들도 이 요리가 중국에서 왔다고 말한다. 터키에서는 비틀리스(Bitlis)와 카이세리(Kayseri)의 만트가 유명한데, 일반적으로 요구르트와 고추가루와 버터를 함께 볶아서 만든 소스를 곁들인다. 카이세리식 만트는 진하게 우린 고기육수로 삶은 것으로 그만큼 깊은 맛이 난다. 서부지방에서도 만트를 먹기는 하는데, 이쪽 지방은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만트를 주로 먹는다.
  • 힌겔(Hingel) 혹은 흔갈(Hıngal): 만트와 비슷하지만 한국식 만두처럼 큼직하고 안에는 양파와 다진고기로 만든 소를 넣는다. 주로 동부 아나톨리아와 흑해 접경지대에서 많이 만들어먹는데, 이름은 의외로 조지아어에서 왔다고 한다. 조지아에도 '힝깔리'라는 만두요리가 있다. 아제르바이잔에서는 흥갈(Xıngal)이라는 만두요리를 먹는데, 터키의 흔갈은 만트와 마찬가지로 매운 소스와 요구르트를 곁들이지만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에서는 그런거 없다. 조지아의 힝깔리는 단순하게 후춧가루만 쳐서 먹고, 아제르바이잔의 흥갈은 박하와 요구르트를 소스로 쓴다.

3.8 중부 아나톨리아 요리(Orta anadolu mutfağı)

이 동네도 동부 아나톨리아처럼 춥고 건조하기때문에 유제품요리와 고기요리들이 많이 발달했다. 하지만 동부요리에 비하면 향신료가 좀 더 다양하고, 서부지방의 영향을 받아서 음식의 종류도 보다 다채로운편이다. 게다가 안텝만큼은 아니지만 동남부요리처럼 매운걸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터키요리는 바로 중부 아나톨리아 요리와 가장 비슷하다. 대표적으로는 카파도키아 지방의 고기철판볶음이라 할수 있는 사지 카부르마(Sac kavurma)와 항아리속에 재료를 채워넣고 구운 테스티케밥(Testi kebabı)등이 있다. 둘다 관광지에서 흔히 팔기때문에 높은 확률로 먹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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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카부르마에는 옵션으로 카샤르 치즈라고 피자치즈 비슷한것을 갈아서 뿌려주기도 하는데 이건 네브셰히르 지방식이고, 지방마다 만드는 방법이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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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티 케밥은 유약칠을 하지 않고 구운 토기에 재료를 넣고 입구를 진흙이나 밀가루반죽으로 밀봉한 다음 오븐에 구워만드는데 세레모니 차원에서 먹기전에 이렇게 항아리를 손님보는 앞에서 깨준다.

  • 사지 카부르마(Sac kavurma):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보편적인 요리로 큰 쟁반처럼 생긴 번철판에 고기와 야채를 볶아서 만든다.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기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터키인이 유목민족이던 시절에서부터 만들어온 요리기도 하다.
  • 야을라마(Yağlama): 카이세리의 토속요리로 얇게 구운 빵(yufka) 사이사이에 다진고기와 토마토, 양파, 마늘, 파슬리등을 넣고 만든 소스를 바르고 차곡차곡 쌓아서 구운 요리로 라흐마준과 닮았지만, 보다 기름지다. 애초에 요리 이름부터가 '기름칠' 이라는 뜻이다.
  • 지예르 타바(Ciğer Tava): 소간을 맵게 양념해서 볶아낸 요리로 터키 전국에서 볼 수 있지만, 원래 기원은 이쪽이다. 사프란볼루의 지예르타바가 유명하며, 가격도 저렴해서 터키인들이 많이 찾는 요리이다. 단 소 간은 굉장히 쉽게 상하기때문에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선한 간을 구하는것이 필수이며, 도시보다는 시골지방 특히 도축장이 인접한 식당에서 사먹는것이 가장 맛있다.
  • 에틀리에크멕(Etliekmek): '고기 든 빵(...)'이라는 의미의 콘야지방의 향토요리로 피데계열의 요리이다. 길게 잡아 늘인 반죽 위에 가볍게 양념한 다진고기를 올리고 구워서 만드는데, 가늘게 다진 고기로 구운 것은 에틀리에크멕이라고 부르지만 그보단 굵게 썰어 씹는 맛이 나게 구운 것은 '브착 아라스'(Bıçak arası, 칼로 썬 것)라고 부른다. 또한 고기 대신 카샤르 치즈를 올린것도 있는데, 이것은 메블라나 피데(Mevlana Pide)라고 부른다.
  • 탄드르 케밥(Tandır Kebap): 역시 콘야지방의 향토요리로 신선한 양고기를 간단하게 간해서 탄드르라고 부르는 진흙 화덕에 넣고 구워 만든다. 촉촉하게 익은 것을 고급으로 치는데, 여기에 생양파와 무우를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 티릿(Tirit): 마르마라 지방인 발르케시르도 이 요리로 유명하지만, 일반적으로 콘야의 티릿을 정통으로 쳐주는 편이다. 티릿은 약간의 야채와 대량의 고기를 육수를 조금 넣고 볶듯이 요리한 것으로 바야트 에크멕(Bayat ekmek)위에 올려서 서빙한다. 사지 카부르마와 비슷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바로 이 빵이다.
  • 수죽 되네르(Sucuk Döner): 아피욘 카라히사르의 향토요리로 이 지방의 특산품인 수죽(쇠고기나 양고기로 만든 소시지)으로 만든 되네르 케밥이다. 터키에서도 아피욘 카라히사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

3.9 흑해 요리(Karadeniz mutfağı)

이 동네는 에게해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인들이 많이 살던 동네지만, 날씨가 지중해와는 영 다른고로 다른 방향으로 음식이 발달했다. 흑해 지역은 사람들이 대부분 농부인데다가 날씨가 추워 밀 농사도 잘 되지 않는 지역인데, 그 때문에 옥수수요리와 감자요리가 많이 발달했다. 전통적인 흑해요리집에 가보면 다른 식당에서 흔히 나오는 빵 대신 옥수수빵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 동네에서는 피데(Pide)가 가장 유명하고, 트라브존(Trabzon)의 함시라는 생선을 튀긴 요리도 인기 있다. 전체적으로 음식이 구수하면서도 밋밋한 편으로, 터키에서 가장 간이 담백하다는 평을 받는다.


흑해 지방의 명물인, 다진 고기를넣어 만든 피데(Kıymalı pidesi)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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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시 튀김(Hamsi tavası)의 모습. 함시는 멸치의 사촌뻘인 생선으로 흑해 지방에서 상당히 많이 잡히는 생선이다.종종 터키 관련 책자나 여행자들 블로그에선 멸치라고 쓰기도 한다. 생김새가 좀 크기는 하지만 멸치와 모양도 맛도 비슷하니까.

3.10 터키의 과자류

크게 우유 타입, 시럽 타입(밀가루 등으로 만든 과자를 설탕, 꿀 등으로 만든 시럽에 풍덩 담근 것), 캔디 타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유<시럽<캔디 순으로 단맛이 강하다.

  • 로쿰(Lokum): 이명처럼 보이는 "터키쉬 딜라이트(Turkish Delight)"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고, 그리스에선 루꾸미(Λουκούμι)라고 한다. 나니아의 에드먼드 왕이 이 문서를 좋아합니다!![9] 녹말설탕을 기본 재료로 시럽이나 견과류를 첨가하여 만들며, 젤라틴이 들어있지 않으므로 질감상 젤리나 캔디라기보다는 에 가깝다. 유럽 사람들이 터키에 와서 하악하악하는 대표 과자.
  • 로크마(Lokma): 로쿰의 원래 조상이라고 여겨지는 과자로, 기름에 튀긴 도넛을 꿀 혹은 시럽에 푹 담근 다음 건져내어 위에 호두가루와 계피가루를 뿌린 과자. 헌데 오늘날에는 이즈미르 지방과 이스탄불에서나 먹지 다른 지방에서는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취급. 그리스어로 루쿠마데스(Λουκουμάδες)라고 부르며 그리스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과자다. 이름 뜻은 터키어로 '한 입'. 이즈미르나 이스탄불이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그리스인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던 걸로 보아 원래 그리스에서 먹던 과자지만 터키에 흡수되었고 그것이 그리스에 역수입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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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클라와(Baklava): 사진은 피스타치오와 설탕 시럽을 듬뿍 넣은 바클라와 모습. 유럽인에게 로쿰에 버금가는 인기를 끄는 터키쉬 스위트의 끝판왕. 얇은 페스트리 반죽 사이에 피스타치오나 호두를 넣고 잘 구운 과자에 설탕 시럽을 부어 내놓는 것이다. 터키 사람들은 바클라와를 정말 좋아하는데, 한번에 500g, 1kg씩 먹어치우는 괴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터키의 전통 민담인 <나스레틴 호자 이야기>에서는 '독묻은 바클라와' 이야기가 전한다. 내용은 우리 민담의 훈장님과 꿀단지와 거의 같은데, 시골 학교의 선생님인 나스레틴 호자가 외출한 사이에 그의 손자가 친구들과 작당해서 바클라와를 모두 먹어치우고는 나스레틴 호자가 애지중지하는 잉크병을 깨뜨린 다음, 그가 돌아오자 "할아버지가 바클라와에 독이 들었다고 해서 죄를 갚고자 모두 먹어버렸어요." 라고 변명한다. 그런데 터키에서 사먹는다면 조심하자(?)...무지 달다..정말로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다. 가게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상당수 가게가 이렇다.
그런데 미국에서 유대인 메뉴인 코셔 푸드에 이게 들어간 경우도 있어 이슬람권의 반발도 거셌고 터키 및 아랍권 지역 출신끼리 말다툼이 벌어진 적도 있다. 사실 터키의 많은 음식과 술, 심지어 노래까지도 옛 식민지 나라들에서 이건 자기들이 원조라며 서로 갈등을 빚는 게 엄청 많다. 되녜르 케밥을 두고 그리스, 이집트 및 다른 나라들과 갈등을 빚는다는지, 요구르트를 놓고 불가리아 및 다른 식민지 나라들이 원조 주장을 한다든지(우리나라 상표인 불가리스를 두고 불가리아 대사관에서 '맞아, 요구르트 원조는 울나라임' 이러자 터키 측에서 불쾌하게 여긴 적도 있다.), 전통 과자들에 대해 터키나 아랍권, 유럽, 이스라엘이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2013년 8월 3일, 유럽연합에서 바클라와는 터키 고유의 과자라고 공식 인증을 했다. 바클라와가 어디서 발생했는지는 아직도 이견이 많지만,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어지게 된 건 오스만 제국 시대의 일이고, 가지안텝이 바클라와의 발상지로 인증을 받은 것이다.
  • 에즈메(Ezme): 아몬드, 피스타치오 등을 갈아 꿀이나 설탕으로 굳혀 만든다. 일종의 다식(茶食).
  • 헬와: 에즈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성질은 전혀 다르다. 크게 밀가루로 만든 것과 깨로 만든 것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밀가루로 만든 건 우리나라 약과랑 맛과 느낌이 비슷하고, 깨로 만든 건 엿+다식 같은 맛이 난다. 신선한(?) 깨로 만든 헬와는 잘 부스러지는 특징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점점 굳어서 찐득해진다. 터키 사람들의 장례식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음식인데, 장례식이 되면 상가에서는 문상객에게 밀가루로 만든 헬와를 대접하며 문상객들은 상갓집에 음식이나 일손을 보내서 돕는다. 그리고 영결식 날에는 고인을 알고 있는 하객들이 모두 모여 함께 헬와를 만든다. 냄비 속의 헬와를 한 사람, 한 사람씩 돌아가며 숟가락으로 젓는데, 이 때마다 상주에게 덕담을 건내거나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되새기며 명복을 비는 거라고 한다.
  • 마르지판(Marzipan): 아랍권에서 유래된 과자류로, 견과류 파우더에 설탕을 넣어 굳히고 과일을 본따 성형한 과자다. 이탈리아(시칠리아) 디저트의 마지판과 완전히 동일한데, 똑같이 아랍권에서 배워온 덕이다.

  • 마준(Macun): 캐러멜처럼 찐득찐득하게 만든 과일맛 사탕.
  • 케말파샤(Kemalpaşa): 오븐에 구운 딱딱한 과자를 오랫동안 단 시럽에 담가놓아서 과자 속까지 치명적으로 달달한 과자의 일종.
  • 셰케르파레(Şekerpare): 딱딱하게 구운 쿠키에 설탕 시럽을 얹은 것.
  • 슈틀라치(Şütlaç): 우유와 쌀, 설탕을 넣고 굳힌 푸딩. 카스타드처럼 달콤하면서 구수한 게, 차갑게 먹으면 아주 별미다. 원래는 아랍 요리로, 동지중해~홍해 쪽으로 널리 퍼져있는 종류이다. 아랍어로는 '루즈 빌 라반', 그리스어로는 '리조갈로'라고 부른다.

  • 무할레비(Muhallebi): 슈틀라치에서 쌀 대신 쌀가루를 사용한 것의 명칭. 사진은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종류(Fıstıklı muhallebi)로, 오스만 튀르크의 술탄들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 타욱 괴으쉬(Tavuk göğşü): 터키어로 '닭가슴'이라는 뜻이다. 이게 뭔 과자야! 싶겠지만, 이건 무할레비에 닭가슴살 간 것을 넣어 굳힌 푸딩 요리이다. 의외로 닭가슴살이랑 우유가 어울려서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낸다.
  • 케쉬퀼 타틀르스(Keşkül Tatlısı): 에게 지방의 토속 요리로, 무할레비와 비슷하지만 재료에 아몬드가루와 계란 노른자가 추가된다. 먹기 전에 얇게 저민 아몬드를 곁들이는 것도 특징이다.
  • 사크즐르 무할레비(Sakızlı Muhalllebisi): '마스티하' 라는 일종의 고무나무에서 추출되는 감미료를 넣은 무할레비로, 히오스 섬(터키어로는 Sakızada)에서 비롯된 과자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완벽하게 터키화되었다.

3.11 터키의 술과 음료

  • 라크: 포도로 만든 스피릿(Spirit)의 일종. 물을 타면 뿌옇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가 40%쯤은 기본으로 넘고, 맛과 향도 다른 스피릿에 비하면 상당히 당황스럽기 때문에 음용에 유의가 필요하다. 지금은 예니 라크라고 불리는 개량종이 널리 퍼져있고, 똑같은 종류가 그리스에서는 우조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 터키 커피: 터키어로는 튀르크 카흐베시(Türk Kahvesi)라고 불린다. 혹은 그냥 '카흐베'라고 불러도 이쪽을 의미한다. 잘 분쇄한 커피가루에 그대로 물을 부어 독하게 우린 후 마시는데, 당연히 찌꺼기가 바닥에 쌓이므로 끝까지 마시지는 않는다. 몰론 흔들어 먹어도 안 된다. 의외겠지만 인스턴트로도 판매 중이다. 사족으로 밀크커피를 비롯한 믹스커피를 이 동네에서는 네스카페라고 한다. 간접광고 아니고 정말로. 그외에 시리아에서 유래한 므라(Mırra)라는 커피가 있는데, 터키에서도 샨르우르파를 중심으로 마르딘, 가지안텝, 하타이 지방에서만 주로 마신다. 카르다몸이라는 일종의 생강 비슷한 맛이 나는 향신료를 넣고 설탕을 넣지 않는다(!)는 게 특징인데, 겁나게 쓰다. 이 지방에서는 손님이 오면 므라를 내오는 풍습이 있으며, 손님은 므라를 대접받았을 때 단숨에 잔을 다 비워야만 한다. 도중에 잔을 땅에 내려놓으면 므라를 대접한 사람에 대한 모욕으로 여겨지며, 이에 대한 전통적인 벌칙도 있다. 므라를 대접한 사람이 아직 총각이라면 결혼할 여자를 소개시켜주든가, 결혼 비용에 도움이 되라고 잔에다 돈을 가득 넣어서 주며, 만약 대접한 사람이 유부남이라면 부인에게 새 옷을 입히라고 역시 돈을 잔에다 가득 넣어서 준다. 므라를 대접하는 사람은 손님이 그만 마시겠다고 신호할 때까지 계속해서 므라를 따라줘야 한다.
  • 차이(Çay): 일반적으로 그냥 차이라고 하면 홍차맛 설탕물를 말한다. 그외에 사과를 말려서 차로 만드는 사과차(Elma çayı)도 있는데, 이건 관광지 전용 음료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찻집에서 사과차 달라고 하니 "그게 뭐냐? 먹는 거냐?"라고 되묻는 찻집 주인도 봤다(...). 자매품으로 레몬이나 산딸기로 만든 것도 있지만 역시 일상적으로 마시지는 않는다. 다만 가지안텝에서는 이 지방에서만 마시는 특이한 차가 있는데, 이 지방 사투리로 자흐테르(Zahter)라고 불리는 오레가노를 우려서 설탕과 레몬을 곁들여 마시는 음료이다. 터키의 차는 여름에도 항상 뜨겁게 마시는데, 우스갯소리로 바깥 기온이 35도씩 되는데도 뜨거운 차이를 마신다는 건 터키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터키에서 여름철에 마시는 차가운 음료수는 레모네이드(Limonata) 정도밖에 없다. 다만 터키의 레모네이드는 유럽의 그것과 달리 탄산이 들어있지 않은 무지막지하게 달달한 음료수이고, 유럽의 것과 같은 탄산이 들어간 레모네이드를 마시려면 가조즈(Gazoz)를 달라고 해야 한다.
  • 아이란(Ayran): 무가당 요구르트에 물을 넣어 희석한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춘 음료. 불가리아, 그리스에도 똑같은 것이 있다.
  • 살렙(Sahlep): 우유에 살렙이라는 난초 뿌리를 간 가루와 설탕을 넣고 걸쭉하게 끓인 다음 계피를 뿌려 마시는 겨울철 음료수로, 감기에 특효약이다. 이것을 얼린것이 바로 터키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다. 원래는 감기약, 혹은 정력제(!)로 처방되던 약이었다.
  • 보자(Boza): 수수를 발효시킨 것에 구운 이집트콩, 계피를 넣어 먹는 걸쭉한 음료로,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난다. 겨울에 마시는 음료이며 앙카라 일대가 유명하다. 재료가 재료인지라 아주 약간의 알콜 성분(1도 이하)이 들어있다고 한다.
  • 셰르베트(Şerbet): 영어 셔벗 혹은 샤베트의 어원이다. 하지만 셔벗과 달리 터키의 셰르베트는 차갑게 대접하거나 살얼음이 생길 정도의 찬 음료수로, 전통적으로 과일이나 약초, 계피 등의 향신료를 물에 푹 담가서 만든다. 단 것도 있고 달지 않은 것도 있는데 이를테면 가지안텝과 카흐라만마라쉬 일대에서 라마단 기간에 주로 대접하는 메얀 셰르베티(Meyan Şerbeti)의 경우, 원료가 다름아닌 감초다. 감초뿌리를 찬물에 며칠 푹 담그고 걸러서 만드는데 외지인들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맛이 쓰다. 오스만 제국시절부터 귀한 손님이 오거나, 라마단 기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식으로 마셔왔으며, 이 음료의 파생형으로 눈과 얼음을 갈아서 과일즙, 꿀, 설탕과 섞은 카르삼바치(Karsambaç)라는 음료도 있다. 원래는 오스만 제국의 술탄만이 맛볼 수 있을 만큼 귀했지만 오늘날에는 가지안텝 지방의 향토 음료가 되어 있다.

4 이야기거리

  • 17세기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에는 무려 300명의 요리사가 제각기 수프, 필라프(=터키식 볶음밥), 케밥, 야채, 생선, , 페스트리, 케밥, 디저트, , 각종 음료를 맡아 하루 1만 명분의 음식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요리사들의 지위 또한 높았는데, 가령 술탄의 친위대 예니체리에는 장교들의 이름을 요리사의 직함에 빗대어 불렸다. 가령 '사령관'의 별칭은 '수프 요리사'를 뜻하는 'Çorbacı(초르바즈)'였다. 또한 예니체리들은 정부에 불만을 품었을 때는 군대를 상징하는 큰 솥을 뒤집어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 터키 사람들에게는 빵과 관련된 금기가 있는데, 절대로 빵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빵을 신성시하는데, 만약 빵이 땅바닥에 떨어졌을 경우 터키인들은 빵조각을 집어들어 존경을 의미하는 키스를 하고 이마에 갖다 댄 다음, 동물에게 먹이로 준다. 때문에 터키에 그토록 많은 짬타이거닭둘기가 있는지도... 집에서 처치곤란할만큼 빵이 많이 남으면 곰팡이가 슬기 전에 빵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이미 상해서 못먹는 빵은 거름으로라도 밭에다가 줘버린다. 여튼... 그때문에 터키 사람의 집에 초청가서는 절대로 빵을 남기면 안된다. 식당에서 남기는 건 괜찮다. 처음부터 너무 푸짐하게 담아주니 다 못먹는게 당연할 정도. 다만 입을 댄 빵은 다 먹거나 싸가기라도 하자.
  • 터키사람들이 빵에 대해 보내는 찬사와 존경은 상상 이상이라 빵에 대한 시나 소설도 상당히 많이 등장하며, 터키 사람들은 중요한 맹세를 할때 을 걸고 맹세를 한다.(더 중요한 맹세는 코란에 걸고 한다.) 만약 빵과 코란까지 들먹이면서 자신의 말이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터키인이 있다면 정말 결백한지를 떠나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결백을 정말 진지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진지함으로 비교하면 부모에 대고 맹세하는 한국인의 엠창과 비교할수 있을지도? 그러나 엠창장난스럽게도 쓰일수 있는데 비해 이건 종교(코란)에 관한 맹세다! 미국에서도 성경에 대고 맹세한 다음에 거짓말하는 사람은 있지만.
  • 터키인들이 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례로 네이버 웹툰 선천적 얼간이들의 작가 가스파드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가스파드가 호주에서 지하철을 놓쳐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한 터키인 노숙자가 서툰 영어로 다른 길을 알려줬는데, 길 알려준 걸로도 감사해 죽겠는 판국에 먹고 있던 빵까지 주더란다.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터키인, 그것도 노숙자인 터키인이 빵을 준다는 건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 이유가 압권인데, 가스파드가 형제의 나라 한국인이라서(...). 가스파드가 말하길, "이건 목숨을 나눠주는 거다."
  • 요구르트치즈같은 유제품류도 자주 먹고, 야채와 고기의 균형이 알맞아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 미치도록 단 과자만 빼면 완벽하다. 음식의 맛이 대체로 한국 요리보다 짜다고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소금대신 고춧가루나 쿠민 같은 향신료로 음식에 짠맛을 살리기 때문에 오히려 염도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장점.
  • 터키 요리 자체가 기본적으로 개별적인 재료들을 양념과 함께 조합하여 새로운 맛을 이끌어내는 데에 치중하다보니 재료 본래의 맛을 내는데 매우 취약하고 다양한 재료법과 향신료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이 상당히 흐려진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 요리도 이 같은 문제로 걱정할 때, 일본 요리의 장점을 받아들여 누벨 퀴진을 탄생시킨 바가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사례와는 다르게 봐야할 것이, 당시 프랑스 요리계에서 대두된 문제점은 귀족들이 프랑스에서 구하기 힘들어서 값이 비쌌던 향신료를 자신들의 부를 자랑할 목적으로 일부러 요리에 향신료를 떡칠해서 자신들이 요리를 먹는건지 향신료를 먹는건지 모를 정도의 괴식으로 만들고 있었다는 점이었지 터키 요리 혹은 인도 요리 처럼 재료들을 양념과 조합해서 새로운 맛을 이끌어내는 요리들의 방법론 자체의 문제가 이니었다. 실재로 최근 서양 요리계의 주요 경향은 너무 일본 요리의 조리법과 재료 본연의 맛을 보존하는 것에만 집착하는 누벨 퀴진의 방법론이 서양의 전통 조리법이 쇠퇴하고 참신한 요리법의 발전을 더디게 한다는 의견이 많아져서 터키 요리, 에스닉 요리 등에 관심을 갖는 추세이다.
  • 터키인에게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삶을 살기위해 때우는 요기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이슬람적 전통을 바탕으로 이 세상의 모든 음식들은 알라가 창조한 자연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신에게 감사를 드려야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터키인의 식사를 매우 경건하다. 지금이야 터키도 상당히 서구화된지라 밥상에서 말 안하면 오히려 소심한사람 취급당하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밥먹는 중에 잡담하는 것 조차 금기시되던 시절도 있었다. 또한 어떤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국정서와 마찬가지로 한솥밥을 먹는다는것은 하나의 운명공동체 안에 포함된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그리고 알라가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인 자연은 결코 어느 개인 하나에게만 속하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연으로부터 얻은 음식은 서로서로 나누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수피즘샤머니즘적 전통에서 비롯된건데, 가령 과거 데르비쉬(수피종단의 탁발승)들은 신참이 자신들의 수련원(Tekke)에 입문하면 부엌에서 거주하게하면서 2년동안 수천가지의 음식재료들의 차이를 알게하고 맛을 보게하면서 매일 그들의 공동식사에 참여시켜 공동체적 정신을 길렀다. 수피즘에서는 맛있는 요리를 "일용할 양식을 내려주신 신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대접한 음식을 먹게될 손님에 대한 사랑의 집합체"로 정의했는데, 생각해보면 자기 애인이나 배우자, 자식한테 만들어줄 음식에 대해 대충대충 막 만드는 사람은 없지않은가? 기차나 버스나 비행기[10]에서 낯선 터키인과 함께 옆자리에 앉을 경우 그가 당신에게 음식을 권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럴경우 거절하지말고 빵 한조각, 차 한모금이라도 받아먹는게 예의다. 가게에서도 주인이 식사중이라면 손님에게 자신의 식사를 권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으며, 하다못해 차라도 한잔 마시고가라며 청하기도 한다. 터키인들의 식사접대는 특히 라마단에 절정에 이르는데, 단식이 끝나고 하는 İftar라는 식사를 위해 이슬람 성원에는 라마잔 차드르(Ramazan çadırı)라는 천막을 친다. 이때 라마잔 차드르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원에서는 밥을 문자 그대로 퍼다준다. 이 음식재료들은 마을의 부자나 정치인, 관리같은 사람들이 기부한것으로 비록 무슬림이 아니라 외국 관광객이라 할지라도 이들의 인심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한 한국인 관광객이 우연히 조그만 촌동네 성원에 세워진 차드르를 방문했다가 마을에 외국귀빈이 왔다며 그 동네 군수랑 같은 식탁에 앉은 행운을 얻었다는 무용담(?)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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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시 바으즐라르(Bağcılar) 구에서 세운 라마잔 차드르의 모습.

  • 터키사람들의 입맛은 정말로 보수적이다. 이점에서조차 한국인이랑 닮았다 [11]외국 어디를 나가든 터키사람들이 사는 곳엔 터키음식점을 볼 수 있는것도 그때문. 돼지고기를 일상적으로 먹는 유럽이나 중국이라면 그럴수 있다고 쳐도 비슷한 음식들을 먹는 중동국가에서조차 터키사람들은 현지음식에 좀처럼 적응을 못한다. 두달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매 끼니를 케밥집에서 때운 용자도 있을정도. 여튼 만약에 외국에서 터키사람이랑 친해져서 함께 밥을 먹을 일이 있다면 터키요리를 먹자고 말하자. 그럼 순간 그 사람의 얼굴이 환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 한국의 터키음식

한국에서 터키요리는 상당히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당장 이태원에 가면 간단한 케밥을 파는 식당만 최소 5개에 달하며,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사람들에게 터키가 널리 알려짐에 따라 터키 음식점 또한 점차 세를 확장해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다음 한국화된 케밥에는 양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한국인들이 양고기를 찾지 않아 메뉴에서 제외한 경우가 많은 듯. 양고기가 들어간 케밥을 먹고 싶다면 이태원 쪽을 알아보자. 참고로 터키 요리는 그닥 비싸지 않다. 비싸도 2만원 정도면 두 명이서 충분히 먹고 나온다.

이태원의 터키 제과점에 가면 터키의 제과류를 먹어볼 수 있다. 의외로 비싸지 않다 vs 비싸다 vs 더럽게 비싸다는 의견이 나뉜다. 특히 더럽게 비싸다는 의견은 상당수의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본고장 터키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온다. 하긴 고국에선 kg 단위로 쌓아두고 먹던 사람들이니... 로쿰같은 것이 특히 그렇다. 그렇게 쌓아두고 먹을수 있을 정도로 싼데, 가령 로쿰중에에서 최고급품으로 다른 제품보다 두배이상 비싼 Hacı Bekir(1776년부터 한자리에서 장사해온 이 바닥의 원조다!)의 로쿰같은 경우 1kg에 우리돈으로 15000원정도. 그 외의 제품들은 1kg에 심지어 3~4000원대에 살수도 있다. 근데 이게 한국에오면 5배 이상 뻥튄다. 가령 한국에 주로 수입되는 Faruk Güllüoğlu제품의 경우 350g짜리를 12000원에 파는게 이태원 시세다. 1kg도 아니고 350g이다! 터키인들에게는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의 김치도 터키로 가면 비싸지는게 당연하듯 터키와 한국의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야 할 듯.한국에서 한병 천원 조금 넘는 소주가 북미에서는 10배 이상으로 펑펑 값이 오르는 것처럼, 이런 거 많잖아 특히 피스타치오라든가 아몬드같은 견과류 때문이다. 바클라와 같은 후식을 전문으로 만드는 카라쾨이 귈뤼오울루(Karaköy Güllüoğlu)에서 공개한 레시피에 따르면 쿠루 바클라와(Kuru baklava - 마른 바클라와) 한 판(2kg 정도)을 만들기위해 껍질벗긴 피스타치오 400g, 버터 500g, 설탕 1400g, 물 600g이 필요하다고 되어있는데, 우리나라에서 피스타치오 그것도 껍질 안 벗긴게 200g에 5000원쯤 하는거 보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이태원에서 파는 건 터키에서와 달리 피스타치오나 아몬드가 그야말로 병아리 눈물만큼 들어있다.

부산광역시의 이슬람 부산성원(모스크) 옆에도 큰 터키 식당이 있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두실역 8번 출구로 나가서 양파 모양 지붕의 성원을 찾으면 된다.
'부산 카파도키아'를 검색하면 후기와 약도를 찾을 수 있다.

6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

많은 사람들이 "세계 3대 요리라 함은 중국 요리, 프랑스 요리, 터키 요리를 말하는 것이다." 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요리 만화인 화려한 식탁에서도 발륵에크멕(정발판에서는 발룩 샌드위치) 을 소개하면서 터키요리가 세계 3대 요리에 속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정발판 기준 21권 97페이지). 실제로 구글에 터키 요리, 3대 요리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블로그 글 등에서 "3대 요리 중 하나라고 하는 터키 요리"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서구권에서도 마찬가지로 터키 요리를 세계 3대 요리로 포함시키는 관념이 있으며 구글에서 the 3 grand cuisines 등 으로 검색해보면 Chinese, French, and Turkish 로 많이 나오고 있다.

터키요리가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로 들어가게 된 사유에 대한 추측은 다음과 같다.

  • 중국은 요리가 네 가지로(베이징, 상하이, 광둥, 쓰촨) 분류될 정도로 다양한 요리를 가졌다는 점, 프랑스는 애피타이저 - 메인 - 디저트라는 코스 요리가 최초로 탄생됐다는 점, 터키는 유럽과 중동의 스타일이 적절하게 혼합된 전례 없는 독특한 스타일, 천차만별 다양한 요리가 있다는 점을 꼽아서 세계 3대 요리가 된 것이다. 중국과의 차이점은 유럽과 중동이라는 극과 극의 차이를 가진 스타일이 섞여서 요리가 다양화됐다는 점.
  • 동양 요리에 중국, 서양 요리에 프랑스, 에스닉 요리에 터키 요리를 집어넣어서 3대 요리로 넣은 것이다.

이외에도 수 많은 근거가 있겠으나 확실한 여부는 알 수 없다. 프랑스 요리 대신에 이탈리아 요리가 들어가기도 하는 등 애당초 세계 3대라는 타이틀이 반드시 중립적인 건 아니라서 차라리 여기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것이 정답일 듯 하다. 이 때문에 터키 요리 대신 일본 요리, 이탈리아 요리, 인도 요리, 태국 요리 등을 넣기도 한다.

실제로 2011년, CNN에서 선정한 World's 50 best foods나 BBC에서 선정한 세계 최고의 요리 20가지, 혹은 네셔널 지오그라픽에서 선정한 top 10 national dish를 비롯해 쉽게 찾을 수 있는 랭킹 안에는 터키 요리가 단 한 가지도 나오지 않았다.

비록 터키 요리가 세계 3대로 분류하기엔 애매한 점들이 많아 보이기는 해도 이미 세계 3대 요리로 중국 요리, 프랑스 요리, 터키 요리로 굳혀진 지 오래고 해서 터키 것보다 더 우수한 요리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모두 위 세 요리를 비롯해 터키 요리도 세계 3대로 인정하는 추세다.
  1. 다만 앞의 두 요리와는 달리 논란이 조금 있는 편이다. 밑에 6번 항목을 참고.
  2. 다만 터키사람들은 해산물을 그리 즐겨먹지 않는다. 터키에서도 해산물을 즐겨먹는 지역은 과거 그리스인들이 많이 살았던 흑해, 지중해, 그리고 이스탄불 정도다. 동부 쪽은 잘 먹지도 않거니와 구하기도 워낙 어려워서 여길 여행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물고기를 먹고 싶어도 터키 동부에선 도무지 구할 수 없어 죽을 맛이었다고 수필로 쓸 정도였다. 그런데 같이 간 지인은 터키음식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대조적이었다고 한다.
  3. 터키인들은 피자의 어원이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믿고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인들의 주장도 만만찮다.
  4. 터키어로 '돌마'라고 부르는 음식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여기 예시로 든 포도잎쌈도 돌마라고 부르고, 피망이나 토마토 가지등의 속을 파서 그 속을 밥과 각종양념으로 채워넣고 찐것도 돌마라고 부른다. 애초에 터키어로 돌마는 '채운것'이라는 뜻의 일반명사다.
  5. 오스만 제국 시대에 이 살차가 발칸 반도루마니아로 건너가서 아이바르(Ajvar)나 자쿠스커(Zacuscă)등의 소스로 현지화되었다고 한다.
  6. Ö를 OE로 치환해서 읽는 영국/미국식 발음에 의하면 도너(Doener)가 되며(실제로 독일어 움라우트를 풀어서 써야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독일에선 똑같은 철자를 북독일식으론 '되너', 남독일식으론 '되네르'라고 부른다.
  7. 유럽에서 그리스뿐 아니라 불가리아세르비아등 구 유고 국가에서도 영향을 받은 비슷한 요리가 있다. 참고
  8. 흔히 바클라와를 단순히 단 과자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진정한 바클라와는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버터의 향과 피스타치오의 맛과 향과 질감, 얇은 페이스트리의 바삭함을 모두 느낄 수 있어야 한다.
  9.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에드먼드는 마녀의 터키 젤리에 제대로 낚인(...) 나머지 형제들을 배신한다. 물론 처음 생각은 "이렇게 맛있는 젤리를 준 마녀가 나쁜 사람일 리 없잖아"였지만 역시 현실은 시궁창. 하지만 에드먼드가 영국 출신이라는 점을 유념하자.
  10. 기차나 버스야 그렇다쳐도 비행기에서?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터키인들은 외국음식에 그리 쉽게 적응하는 체질이 아니라 흔히 비행기에서조차 도시락을 싸 가지고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다. 그리고 이는 종종 공항에서 트러블로 이어진다. 기내액체반입이라든가, 냄새라든가...
  11. 물론 예외는 얼마든지 있다.영국 요리/증언에도 나온 터키 사진작가 아리프 아쉬츠는 한국에서 1년 동안 머물면서 사진집도 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불고기며 돼지고기 볶음밥, 비빔밥, 소주에 복분자, 삼겹살… 신나게 먹고 한국 음식 예찬을 쓰기도 했다. 무슬림으로 먹지 말아야할 걸 먹었지만 그래도 복분자술에 불고기는 죽이는 맛이라고 할 정도로 푹 빠졌다고. 뭐 한국인도 외국음식을 더 좋아하거나 거리낌없이 먹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