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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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앨런 무어의 만화

Watch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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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 표지신판 표지

1.1 개요

"Who watches the Watchmen?(누가 감시자들을 감시하는가?)"

그래픽 노블의 전설이자 걸작, 미국 만화의 금자탑
타임지가 선정한 1923년 이후 최고의 영어소설 100선에서 유일한 그래픽노블. 휴고상 수상작.

1986년 11월부터 1987년 10월까지 연재된 그래픽노블로, 브이 포 벤데타, 프롬 헬앨런 무어가 스토리를 담당하고 데이브 기번스가 그림을 그렸다. 당시 DC 코믹스에 흡수된 찰턴 사의 슈퍼 히어로[1]들을 쓰려고 했지만 캐릭터가 미묘하게 달라져서 아예 오리지널 캐릭터로 바꿔버렸다.[2]

작품의 일차적인 주제는 앨런 무어의 다른 작품처럼 대중을 감시하는 체제에 대한 비판이며, 그것을 미국의 슈퍼히어로 만화의 장르적 특성을 이용하여 나타내고 있다. 즉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키는' 자경 정신을 전통적으로 내면화해왔던 미국 사회에서 탄생한 '슈퍼히어로'라는 특수한 장르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세계관은 하나의 테마에 국한되지 않는 다면적이고 폭넓고 깊은 모습을 보여주며, 1980년대 미국 사회의 뒤틀린 버전의 세계를 통해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 코믹스 업계에서는 백은 시대(Silver Age)[3]에 종지부를 찍은 작품으로 통한다. 이 작품이 이후의 미국 슈퍼 히어로 장르에 미친 영향은 그 이상으로, 소위 '현실적이며 고뇌하는 히어로' 상은 이 작품의 그림자 아래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연재되어 업계에 비슷한 영향을 미친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도, 밀러가 《왓치맨》에서 히어로들이 정부의 탄압 및 사냥, 그리고 이용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보고 충격 받아 이후 배트맨이 미국 정부의 대리인인 슈퍼맨과 대립하는 전개를 진행하게 될 정도였다 카더라.

1.2 배경

정부의 승인 없이 활동하는 자경단원들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킨 법령'이 제정된 1977년 이후, 정부들로부터 허가를 받은 극소수의 자경단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자경단원들은 활동을 그만두고 은퇴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활동을 그만둔 자경단원들은 제각각 다른 결말을 맞으며 점점 세상에서 잊혀져 간다. 그리고 1985년,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활동 중이던 코미디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불법적으로 자경단원 활동을 해 왔던 로어셰크는 과거에 자경단원이었던 자들을 찾아다니며 코미디언을 죽인 범인을 알아 내려고 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지만, 위의 요약만 읽으면 로어셰크 가 코미디언의 살인범을 찾는 이야기'로 오해하기 쉽다. 원작의 제목은 본래 왓치멘(men), 즉 "감시자"이란 의미[4]이며, 그마저도 영웅이 아니다. 본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과거의 만화에서 불리던 일반적인 히어로와 생김새만 비슷할 뿐, 실질적인 행동이나 방침은 상이하다. 이는 항상 선량한 초인으로만 미화되어 왔던 '슈퍼 히어로'의 근원적 모티브-서부개척시대부터 내려온 미국 특유의 자경의 전통-로 돌아가며, 실제로 자기와 동네를 지킨다는 구실로 일어났던 현실적인 미국 대중의 모습을 전달하려는 의도와도 엮여 있다.[5] 20세기 최고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에서 모티브를 따온 실크 스펙터 등의 모습에서 슈퍼히어로라는 장르가 지닌 성적 코드를 건드리는 것은 덤.

때문에 이 만화를 액션만화로 오해하고 읽으면 큰 실망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극적 재미보다 주제 전달에 더 중점을 둔 지루한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몇 번 정독을 해 보면 수많은 복선과 깊이 있는 메시지, 미국 사회에 대한 작가의 풍자 등을 통해 훨씬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즉 '코미디언을 죽인 범인은 누구게?'라는 단순한 문제로 끝나지 않고 훨씬 큰 의문과 주제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코믹스 장르의 명품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작중 배경은 실제 역사와는 미묘하게 다른 평행세계이자 대체역사물이다. 일단 슈퍼 히어로가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그려지긴 했지만[6] 작중 시간대는 1980년대(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의 미국의 현실이었던 냉전 시기이다. 그래서 '정부 X까'하고 자유롭게 활동하던 과거의 영웅들과 달리 영웅들이 정부의 그림자 속에 숨어 사는 어두운 분위기가 전반에 깔려 있다. 정확히는 리처드 닉슨닥터 맨하탄 덕분에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하고, 그 여세를 몰아 헌법을 개정하면서 무려 5선을 성공한 1985년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의 미국이 얼마나 미쳐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장치.[7] 그 밖에는 일반적으로는 유전자 공학이나 전기 관련 기술이 상당히 발전하고도, 한편으로는 낫탑들의 활약이나 동성애 운동이 벌어지는 등 과거로 회귀한 듯한 움직임도 보인다.

시간적 배경이 아닌 작중 묘사에서도 현실성을 느낄 수 있다. 히어로라고 떠받들어주던 과거의 작품들과 달리 "히어로들 때문에 경찰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돌려달라"며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는가 하면, 생방송에서 히어로고 뭐고 닥터 맨하탄에게 과거의 사실을 빌미삼아 린치하기도 한다.[8] 게다가 초능력이 없는 일반 히어로들은 물론 '그' 닥터 맨하탄마저도 심적으로 괴로워한다. 작화에서도 기존의 만화와 달리 캐릭터의 생각을 나타내는 말풍선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작가의 주관을 없애고 더욱 현실감을 높였다. 그 밖에 배경에 있는 조연들의 행동과 배경에 널린 글귀들을 통해 당시의 시대 상황과 이에 대한 반응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만화로 묘사되는 히어로들의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소품을 활용하여 현실성과 이해를 돕고 있다. 본편이 끝나고 장이 넘어갈 때마다 1대 나이트 아울의 자서전 <후드 아래에서>나 1대 실크 스펙터와 그녀의 매니저(후일 남편이 된다) 간에 오간 편지, 로어셰크의 심리 파일 등 긴 글이 등장하며, 이는 단순히 캐릭터들의 뒷배경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이후의 전개에도 영향을 미친다.[9]

가판대 아저씨와 흑인 소년이 항상 있는 가판대 역시 작품의 상황을 알게 해 주는 좋은 장치이다. 그 곳에는 앞서 말한 둘 이외에 택시회사 사장, 피켓을 들고 다니는 노숙자, 레즈비언 커플, 롱 부부, 경관들 등 여러 조연들이 거쳐가면서 사회 속의 여러 모습을 묘사하며, 이들은 절정 부분에서 모두 만나게 된다. 특히 흑인 소년이 읽는 맥스 셰이의 만화 <검은 해적선>[10]은 작품의 주제를 요약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마지막 결말과 비추어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 극중극이다. 극장판에서는 분량 문제로 재현되지 않았지만, <검은 수송선>의 경우 감독판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추가되었다.

1.3 국내 발매

시공사에서 정식 출판했다. 다만 국내판은 원래 1권으로 나왔던 것을 2권으로 나눠서 판매했다. 국내판 표지는 원래 단순한 노란색에 핏물만 있는 깔끔한 표지였으나 영화 개봉에 맞추어 국내판 표지도 영화포스터로 바뀌었다. 영어가 어려운 팬들에겐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국내판의 번역은 거의 대학가 전공서적 수준의 조잡하고 난삽한 직역투 번역을 자랑하며 오역도 많다. 옮긴이 정지욱은 애초에 번역이나 영문 전공자도 아니니(스토리보드 아티스트이며, 일러스트 전공이다) 출판사의 무성의함이 한눈에 드러나는 대목이다.[11][12] 영어가 되는 원작의 팬이라면 엉성한 한국어판 번역을 참느니 필히 영어판으로 소장하자. 번역뿐만 아니라 접착제를 싸구려로 썼는지 초판은(영화개봉 이전의 노란색 표지)보관을 아무리 잘해도 구입한지 한달도 안되어 페이지들이 낱장으로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으며 결국 시공사는 이후 판본부터는 스테플러 제본으로 바꾸었다.

1.4 등장인물

1.4.1 미닛 맨 멤버

1.4.2 크라임 버스터즈 잠정 멤버

영화판에선 이름이 왓치맨으로 변해버렸다. 왓치맨에 왜 왓치맨이 안나오냐는 정신나간 비난을 받기는 싫었나보다(...).

1.4.3 그 외 인물들과 요소

실크 스펙터 1대인 샐리 주피터의 에이전트로 활약하였으며 이후 결혼에 성공. 하지만 이혼하고 다시 나오지 않는다. 실크 스펙터 2대인 로리 저스페직은 그를 '거만한 불량배'라 표현했다.
그림의 왼쪽이다. 오지만디아스의 유전자 조작 연구로 만들어진 인공 생물로, 오지만디아스의 애완동물.
  • 검은 수송선 : Tales of the Black Freighter. 왓치맨에 삽입된 작중작. 흑인 버나드가 읽고있는 해적 만화다. 극악한 해적들이 타고 있는 검은 수송선에 자신의 배를 잃은 선장이 그들을 막기위해 자신의 가족이 있는 마을로 향한다는 내용이며 왓치맨 본편과 상당한 연관성을 가진다. 영화판(감독판)에서는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삽입되었으며, 주인공의 성우는 300(영화)제라드 버틀러.

1.5 주제와 결말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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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결말

표지의 피를 자세히 보면 피의 모양이 12시 7분전을 가리키는 분침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핵실험자들이 핵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나타낸 것이다. 또한 각 장마다 핏빛 분침이 점점 12시에 가까워지고, 12시가 되는 순간 뉴욕에 외계 생명체처럼 꾸며진 존재가 나타나 폭발하여 뉴욕 시민의 절반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살인사건의 흑막은 초반에 암살당할 뻔한 오지만디아스로 목적은 미국소련냉전이 심화되어 제3차 세계대전-핵전쟁이 일어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을 뉴욕에서 터트려 '외계인 침략'이라는 사태를 만드는 것이었다.[13] 주인공들이 알아채긴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계획은 실행된 상태였고, 오지만디아스의 예상대로 냉전의 시대가 끝나고 외계인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통합의 시대가 열린다. 이 과정을 지켜본 히어로들은 진실이 밝혀지면 또 다시 세계에 혼란이 야기될 것을 우려하여 이를 묵인하고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자 한다.[14] 하지만 이런 타협을 용납할 수 없던 로어셰크는 진실을 알리려 하고, 그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여긴 닥터 맨하탄이 로어셰크를 살해한다.[15]

유전공학을 통해 만들어낸 거대한 괴물의 뇌에 영매를 통해 악몽을 주입하고 텔레포트를 시켜서 뉴욕에서 터뜨린다는 행위는 황당하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 코미디언은 그 전조를 보았지만,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이트 아울과 로어셰크 역시 이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몇 번이나 진짜인지 물어본다. 이러한 황당함을 주는 설정은 의도된 것이다. 닥터 맨하탄과 오지만디아스가 마치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흰개미와 인간의 차이만큼 그 격이 다른 것처럼, 보통 인간의 지능과 신체능력의 위에 있는 오지만디아스의 계획은 보통 사람들, 주인공들, 그리고 독자들도[16]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오지만디아스는 그것을 이뤄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우리를 감시하는 감시자의 일탈은 막을 수가 없다는 작품의 주제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다만 실제로 오지만디아스가 계획한 "인류가 이전까지 몰랐던 혹은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왔던 뭔가를 매개체로 삼아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것" 자체는 인류 문명에서 설화라는 개념이 생겨났을 때부터 계속되어 온 일이다. 인류 역사에 여러번 있어왔던 국가급 종교 범죄나 나치와 일제의 만행도 목적의 방향성과 수단의 기술력 및 스케일에서 차이가 날 뿐 개념 자체는 다를것이 없고, 창작물적인 면에서도 흔히 등장하는 방식이다. 가령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살해한 것도 이야고가 있지도 않은 불륜을 사실처럼 믿게 한것이니 말이다. 또한 왓치맨이란 작품은 의외로 상당히 독자에게 친절한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 전개를 쭉 따라가다 보면 오지만디아스의 계획과 닥터 맨하탄의 마지막 대사의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다. 단지 "이미 실행했다"라는 것이 반전 포인트일 뿐. 작중 인물들의 반응도 너무 고차원적이라서 "이해하지 못했다"기 보다 너무 황당해서 "받아들이지 못했다", 즉 "계획 자체는 알아 듣겠는데 설마 진짜로 저지르기야 하겠냐?"라는 쪽이 더 알맞다.

영화판에서는 이러한 황당함이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좀 더 `이해하기 쉬운` 설정으로 바뀌었다. 닥터 맨하탄의 힘을 빌려 만들어낸 모종의 장치가 폭탄처럼 터지는 것으로. 그러나 이는 작품의 주제를 약화시키는 잘못된 변경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에서 닥터 맨하탄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음에도 그 의지가 없는 무기력한 감시자이지만, 영화에서는 그보다 못한 존재인 오지만디아스에게 농락당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마치 흰개미가 사람을 농락한 것과 같게 된 것. 게다가 영화의 닥터 맨하탄이 인류를 지키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 떠나간 점 등은 캐릭터의 상징과 원작의 주제를 훼손하는 수준이다.
이후 닥터 맨하탄은 "다른 은하계에서 인류를 만들겠다"면서 떠나고 "끝에는 모든 것이 다 잘됐다"면서 자신의 행동이 옳았냐고 묻는 오지만디아스에게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닥터 맨하탄이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단순히 지나가는 말이 아닌 듯 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마일마크 옷을 입은 신문사 직원이 로어셰크가 보낸 수첩이 있는 자료 뭉치들을 정리하려 하면서 끝을 맺는데, 이 때 스마일마크 옷에 케첩이 묻어 처음의 피 묻은 스마일마크와 똑같은 모양이 화면에 가득 차며 그 위에 상사의 "모든 건 네 손에 달렸어"라는 말이 오버랩되는 모습이 의미심장하다. 바로 그 직원의 손 앞에는 로어셰크가 죽기 전에 전달한, 오지만디아스가 흑막일 거란 메모를 남긴 일기장이 섞여있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후속작을 내기 위한 떡밥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지만, 후속작은 20년 이상 안 나오고 있다. 일종의 열린 결말로 끝을 낸 것이다.

앨런 무어DC 코믹스의 악연 때문에 무어가 왓치맨을 버린 자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후속작이 못 나오는 이유가 될 듯.

1.5.2 작품의 주제

"Who watches the Watchmen?(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유베날리스, 로마의 시인.[17]

이 문장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있다. 제목이 왓치맨(감시자)인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모두를 감시하는 초월적인 존재를 만들게 된다면, 그러한 존재의 독단을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왓치맨 작품 내에서는 여러 감시자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수준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보통 인간들 < 좀 강하지만 역시 무력한 자경단원인 주인공들 < 보다 강력한 체제인 정부 < 인간의 신체/지적능력을 뛰어넘은 존재인 오지만디아스[18] <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 닥터 맨하탄. 작중 초반에서는 다같은 히어로로 나오지만, 오지만디아스의 행동에서 볼 수 있듯이 슈퍼 히어로격인 인물은 딱 하나였고 나머지는 그것에 미치지도 못했다. 닥터 맨하탄은 능력이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히어로라고 부르기 애매하다.

작중에서 묘사되는 과거와 현재를 대비해 보면 그 문제가 심각해지는 걸 알 수 있다. 과거의 자경단원들과 빌런들은 그다지 위협적인 관계는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낭만에 가까웠다. 마스크를 쓴 자경단들이 먼저 나타나고, 그들을 흉내내서 나타난 것이 역시 제각기 컨셉을 잡은 '빌런'이다. 그리고 이들은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이트 아울의 성적인 환상이나 실크 스펙터에게 잡히려고 애썼다는 빌런들, 코미디언이 몰라크에게 고백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즉 마스크를 쓴 악당과 마스크를 쓴 영웅들의 관계는 서로를 적대하는 대상이라기 보다는 한바탕 쇼에서 각자의 역할을 알아서 맡아 노는 것에 더 가까웠다(…).

설령 정말로 정의를 위해 행동했다고 해도, 그들은 사회에서 '미치광이, 변태, 나치'로 불렸다. 그 때문에 킨 법령이 발표되어 대부분의 히어로들은 자취를 감췄고, 정부의 허가를 받은 히어로들만 남게 된다. 허나 그마저도 '경찰들로도 충분하다'라며 온갖 시위와 폭동을 불렀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가간 핵전쟁을 벌이려고 하여 인류는 존폐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을 뛰어넘은 감시자' 오지만디아스는 잘못된 방법을 쓰게 되었고, 이를 막을 수 있던 '신적인 존재'인 닥터 맨하탄은 그걸 방관하기만 했다.

결국 더 강한 감시자는 더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서 더 낮은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제지할 수가 없다. 주인공들은 정부에 협조하거나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자신들과 비슷한 부류로 생각했던 오지만디아스는 사실은 말도 안되는 신체능력과 지적 수준을 가진 초인적인 존재였기에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오지만디아스 역시 닥터 맨하탄을 제거하는 데 실패하였다. 애지중지하는 부바스티스까지 미끼로 삼아서 제거하려고 했는데도 말이다. 자신의 힘을 넘어서는 감시자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과연 누가 감시자를 제지할 것인가? 바로 이 문제가 왓치맨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인공들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도덕적인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로어셰크는 도덕 절대주의자이지만 그 자신은 함부로 악당의 집에 들어가 멋대로 냉장고를 뒤진다. 오지만디아스는 거대한 악을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악행을 저지른다. 닥터 맨하탄은 모든 것을 막을 능력이 있지만 의지가 없다.[19] 인류의 존망을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진 미국정부조차 그들의 보호자인 맨해튼의 가출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완벽해보이는 감시자라도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기대는 것이 또 다른 위기를 불어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히어로들만이 아닌 일반인에 대한 비판도 함께 이뤄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불행했던 어린시절을 겪고, 유괴를 당한 소녀의 잔혹한 죽음에 직면함으로 인해 세계와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채, 어두운 세상에서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의무로서 정의를 행하는 로어셰크는 여러 면에서 작가 본인의 오너캐로서의 성격을 지니며,[20] 작가가 지닌 세계관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악한 현실은 이나 운명 같은 추상적인 대상이 아닌, 살아 있는 인간의 과오로 인해 발생하며,[21] 그 근본은 결국 "어둠 속에서 태어나 망각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로부터 비롯된다는 로어셰크의 암울한 철학은 왓치멘의 일차적인 메시지.[22] 스토리 작가인 앨런 무어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서 그의 무정부주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감시자를 자처는 정부 혹은 이와 유사한 이들이 곧 자유를 억압하고 탄압하는 존재가 될 수 있으며, 그것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왓치맨이란 작품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허나 일견 암울해 보이고 꿈이나 희망 따위는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는 이 세계관에는 휴머니즘에 입각한 희망적인 메시지가 존재한다. 화성에서의 2대 실크 스펙터와 닥터 맨하탄의 대화, 그리고 그로 인해 밝혀지는 그녀의 출생의 비밀 등을 통해 인간과 생명의 탄생과 존재 자체가 (너무 흔해서 둔감해져 버린) 기적이며, 따라서 소중히 해야만 한다는 것을 전달하는 부분은 작품에서 가장 희망적인 부분. 다만 그 뒤의 이야기는 너무나 끔찍하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체의 소중함도 잊고 만 '신' 닥터 맨하탄이 이를 인정하여 인류를 위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작중 생명은 사랑과 동일시되며, 암울하고 인간에게 자비가 없는 세상 그 자체에서 버텨나갈 수 있는 유일한 힘으로 그려진다. 다른 사람은 신경 끄고 자신과 가정에 돌아오라는 아내의 말에 "세상으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어"라는 말과 함께 다투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말콤 롱 박사, 이후 장면에서 재앙의 마지막 순간에 서로를 감싸 안는 가판대 아저씨와 흑인 소년의 모습[23] 등에서도 이러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1.5.3 극적 장치와 상징들

전반적으로 자주 나타나는 상징들은 반복/순환, 대칭, 죽음이다.

앞서 얘기한 '운명의 날 시계'를 나타내기 위해 시계 혹은 시계와 비슷한 상징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또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에 대한 상징들을 자주 언급함으로써 냉전 시기에 팽배했던 핵전쟁에 대한 공포를 나타냈다. 애초에 닥터 맨하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원자폭탄의 의인화라고 봐도 무방하며, 원자폭탄과 죽음에 대한 언급은 간판과 신문기사 등을 통해 자주 등장한다. 앞서 작가의 오너캐격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던 로어셰크도 그의 가면에 그려진 데칼코마니를 통해 이러한 '순환과 대칭'을 상징한다. 가장 크게 보면 로어셰크가 결국 체포되는 6장 <공포의 좌우대칭>을 기준으로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동일한 좌우 대칭의 구성[24]을 보인다. 또한 신적 존재인 닥터 맨하탄의 "끝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마지막 대사 역시 이러한 강박적인 세계관을 암시한다.

그리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지만 작중 은근히 자주 등장하는 장치로 향수를 들 수 있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등장인물들이 한번 씩 꼭 사용하는 향수는 바이트 사(오지만디어스가 본명을 따서 소유한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노스탤지어'로, 이는 좋았던 시절[25]에 대한 그들의 그리움과 현재의 암울함을 상기시키는 멜랑콜리함을 전달한다. 그리고 결말부 직전 남극으로 향하는 로어셰크 일행이 읽는 애이드리안 바이트의 사업계획서에 언급되고, 사태 이후 홍보되는 새 향수의 이름은 '밀레니엄'인데, 바이트는 이를 새로운 시대를 향한 희망과 당찬 이미지로 홍보하려는 계획을 지닌다. 작품의 결말을 생각한다면 ㅎㄷㄷ한 부분.

그 밖에도 작품 내적인 이야기에 대한 서술 트릭과 상징들도 많다. 비슷한 컷이 자주 사용되어 작품 내적인 이야기도 반복된다는 걸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2장의 크라임 버스터즈 창단식에서 코미디언이 1대 실크 스펙터에게 공격을 받자 뺨을 감싸쥔 컷은 베트남 전쟁이 끝났을 때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베트남 여자가 휘두른 깨진 술병에 똑같은 뺨을 긁혀 감싸쥔 컷과 구도가 똑같다. 그 밖에 코미디언이 몰라크에게 찾아와 멱살을 잡는 컷과 나중에 로어셰크가 몰라크의 멱살을 잡는 컷, 검은 수송선에서 선장이 여자 뱃머리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컷과 닥터 맨하탄이 로리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컷 등 비슷한 구도가 많다. 애초에 검은 수송선은 형태만 다르다 뿐이지 작중의 주제를 다시 한 번 복습하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작중 스토리의 전개도 비슷하고 구도도 비슷한 컷이 많다.

1.5.4 관련 작품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다만 영화 특성상 러닝타임 때문에 많은 내용을 들어내야 했고, 결국 설명이 부족해지는 결과를 낳으면서 망작이 되고 말았다. 자세한 건 왓치맨(영화) 참고.

2012년 2월에 DC 코믹스에서 왓치맨 프리퀄 "Before Watchmen"을 발표했다. 기사

RORSCHACH (4 issues) – 글: 브라이언 아자렐로. 그림: 리 베르메호
MINUTEMEN (6 issues) – 글/그림: 다윈 쿡
COMEDIAN (6 issues) – 글: 브라이언 아자렐로. 그림: J.G. 존스
DR. MANHATTAN (4 issues) – 글: J. 마이클 스트러진스키. 그림: 애덤 휴스
NITE OWL (4 issues) – 글: J. 마이클 스트러진스키. 그림: 앤디와 조 큐버트
OZYMANDIAS (6 issues) – 글: 렌 윈. 그림: 제이 리
SILK SPECTRE (4 issues) – 글: 다윈 쿡. 그림: 어맨다 코너

총 7명의 인물들의 과거를 그릴 예정. 스토리와 그림의 작가는 당연히(...) 바뀌었다. 이 소식을 들은 원작의 작화 담당이었던 데이브 기번스는 이 프리퀄이 예전에 있었던 원래 자신들의 계획이 구현된 것이라고 홍보성 멘트를 해줬다. 그러나 스토리 담당이었던 앨런 무어는 예상대로 노발대발하며 "완벽하게 뻔뻔하다"는 비난을 했다.기사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

그리고 몰라크의 과거를 다룰 비포 '왓치맨: 몰라크'라는 타이틀이 추가. 비포 왓치맨: 로어셰크의 엄마, 비포 왓치맨: 문어, 비포 왓치맨: 닉슨 대통령도 나올려나?

그리고 달러빌의 과거를 다룰 비포 왓치맨: 달러빌도 나온다. one-shot이라고 쓰여져 있는 걸 보면 단편인듯.

1.6 기존 DC 유니버스로 편입

2016년 DC 코믹스가 기존의 뉴52 세계관을 '리버스'이벤트를 통해 리런치하고 그 과정에서 왓치맨 세계관이 DC 코믹스의 세계관으로 편입될 예정이다.상세 히어로 갤러리에서는 잭 스나이더빅 픽처라는 드립이 나오고 있다.[26] 앨런 무어 빡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1.7 기타 등등

  • 패러디로 "왓치멘이 아동용 애니메이션이었다면"이라는 식으로 만든 영상이 있다. Saturday Morning Watchmen 참조. 그 까칠한 앨런 무어가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2차 창작이라고 발언한 명작(...).

2 근육맨의 등장인물

왓치맨(Watchman)은 시계 형태의 초인이다. 성우는 타나카 히데유키.

참고로 직업은 살인 청부업자.

왓치맨의 얼굴에는 시간이 나타나 있는데 이는 상대의 몸 상태를 읽고 시계가 0:00이 되는 시간이 되면 상대가 스테미너가 바닥나 있는 상태이다.

브로켄jr에게 카멜 크런치로 몸이 두 동강 나서 박살났다. 당시 브로켄 주니어는 아버지인 브로켄맨을 죽인 라면맨을 향한 복수귀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왓치맨을 박살낸 것으로 보인다.

후에 단행본의 인터뷰에선 시계수리점에 보내졌다는 후담이 나오기도. 왕위쟁탈전에서는 다시 출현해 근육맨을 응원하러 왔다.

시간초인과는 전혀 무관…하지만 이름의 연관성 때문인지 근육맨 프리 격투게임 머슬 파이트에서는 시간초인전설 파괴종을 사용한다(…).

코믹스판에선 허리가 두 동강 나 사망하지만 애니판에선 사망하지 않는다. 애니판에서는 허리가 꺾인 후 기브업을 했기 때문인지 브로켄 주니어가 두동강내지 않고 라면맨에게 던진다. 이후 라면맨에 의해 장외로 던져지지만 사망한 것처럼 보이는 묘사는 없다.
초인묘지에서 열심히 일하면 반년만 지나도 다시 소생할수 있는 초인의 특성 때문인지 후에도 관객석에서 드문드문 모습이 보인다.

브로켄 주니어에 의해 두동강난 것 밖에 한 일이 없다보니 약해보이지만 사실은 살인 청부업자인 만큼 그렇게 약한 초인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1. 피스메이커(코미디언), 퀘스천(로어셰크), 블루 비틀(나이트 아울), 선더볼트(오지만디아스), 캡틴 아톰(닥터 맨하탄), 나이트셰이드(실크 스펙터)
  2. 왓치맨에 찰턴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을 그대로 사용하려는 원래 계획을 오마쥬해서 어느 정도 살린 작품이 그랜트 모리슨의 멀티버시티 : 팍스 아메리카나이다.
  3. 1950-60년대 미국에서의 전국적인 만화 규제 이후 슈퍼히어로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밝은 이야기로 그려진 시기. 이 시기에 나온 대표적인 슈퍼히어로로는 플래시, 그린 랜턴, 스파이더맨 등이 있다. 현재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현재 DC 코믹스 최고의 인기 히어로 배트맨조차 이 시기에는 지나치게 떨어져 버린 인기 때문에 DC 측에서 진지하게 죽여버릴 생각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한 만화가 나오기 전까진.
  4. 물론 실제 의미는 경찰 소속도 아니면서 별도로 자경 행위를 하는 인간들을 다소 비꼬며 가리키는 단어이다. 작중에서 그나마 정부와 좋게 지내는 닥터 맨하탄과 2대 실크 스펙터의 경우, 경찰에게 일거리를 돌려달라는 시민들과 맞서야 했다. 결국 닥터 맨하탄이 텔레포트로 모조리 강제 귀가시켰지만.
  5. 그렇기 때문에 작중에는 왓치멘, 미닛멘 등 히어로들의 활동을 KKK와 근본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결부짓는 의견도 나온다.
  6. "슈퍼히어로들을 필요로 하는 세계관은 현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끔찍할 것인가?" 라는 작가의 의도도 담겨 있다. 이는 슈퍼 히어로 장르가 흥하고, 총기 자유화 등 자경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가 있는 미국 사회를 겨냥한 느낌이 다분하다.
  7. 재미있게도, 이 아이디어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에서도 나왔다. 1989년 작이니 간발의 차. 시점도 1985년으로 같다! 물론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은 없다.
  8. 그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히어로인 2대 실크 스펙터와 2대 나이트 아울도 낫탑들에게 기습을 당하지만 살아남는다. 몰려든 기자들의 마이크가 낫탑들의 칼과 무기로 바뀌었을 뿐, 두 사건의 구성은 완전 똑같다.
  9. 예컨대 실크 스펙터의 매니저의 편지를 자세히 읽어보면, 실크 스펙터가 연인인 것처럼 행세한 후디드 저스티스는 게이사디스트(이는 그가 히어로 일에 뛰어들고, 또 범죄자들을 불구로 만들 정도로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 데에 대한 이유였다. 강간 현장에서 잡혀 그에게 폭행당한 코미디언은 이를 알고 있었기에 그를 조롱한 것)였기 때문이고, 그의 연인은 캡틴 메트로폴리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후디드 저스티스가 다른 소년들을 상대로 어두운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캡틴이 질투하고 있었다는 엄청난 진실이 암시되어 있다. 이를 암시하는 복선이 1화 마지막에서 댄과 로리가 레스토랑에서 만나는 장면(25쪽)에 숨어 있는데, 4번째 컷을 보면 파이프를 입에 문 남자와 다른 남자가 손을 맞잡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다만 본인들은 아니다(둘은 작중 현재 시점 이전에 사망).
  10.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검은 수송선>인데 원문이 The Black Freighter니까 틀린 건 아니지만, 내용을 생각하면 너무 직역이 되어버렸다. 다만 해당 내용을 생각하면 단순히 해적선이 아닌, '그 무엇'을 수송하는 배라고 볼 수도 있다.
  11. 오역의 예를 들자면, 오지맨디아스가 나이트 아울에게 "제발, 철 좀 드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제발, 제발(동어반복?)"이 되어버렸으며,뭐가 그리 급하였더냐 로어셰크가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을 한 집주인 아줌마에게 "얼마나 받았나, 창녀?"라고 하는 장면에서 "창녀"라는 말이 짤렸다. 로어셰크의 "신이 애를 죽이지도 않았고, 운명이 애를 토막낸 것도 아니고, 숙명이 개에게 애를 먹인 것도 아니야. 그건 우리들 때문이지. 우리들 때문이라고."라는 희대의 명대사는 "신이 아이들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그들을 도살하는 운명도, 개에게 그들을 먹이는 숙명도"라고 이상망칙하게 번역되었다.
  12. 직역투의 경우에는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핵으로 인한 교착상태는 우리로 하여금 환경파괴를 향해 고꾸라지게 하였습니다"라는 대사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가? 인물의 어투도 전혀 살아있지 않다. 로어셰크 같이 건조하고 감정 없는 특이한 인물의 어투가 정중한 존대와 격한 하대를 왔다갔다한다. 로어셰크가 매우 정중하게 범죄자의 손가락을 꺾는 건 그거대로 오묘한 오역 나름의 공포감이 있을 정도.
  13. 이 계획으로 인해 수많은 뉴욕시민들이 죽는다.
  14. 만약 진실이 밝혀졌다면 동료였던 오지만디아스가 벌인 일이라 다른 히어로들도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15. 그는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인 가'를 고려할 뿐 도덕이나 윤리, 정의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
  16. 주인공의 무력함을 독자의 입장에서도 느낄 수 있는 장치.
  17. 풍자시에 있는 구절로,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고민하는 자신에게 친구가 감시자를 붙여놓을 것을 권하지만, 감시자를 붙여 놓아도 결국 아내와 감시자가 계획적으로 바람을 필 것이라 소용이 없다는 자조적인 내용. 당시 부패를 저지르던 로마의 관리들을 풍자하는 시였다고 한다.
  18. 로어셰크 등이 격투에서 발려버리거나, 오지만디아스가 2대 실크 스펙터가 쏜 총알을 잡는 묘사는 그러한 초월적인 '차이'를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즉 '히어로라고 다 같은 히어로가 아니다'라는 역설적인 상황.
  19. 새로운 인간을 창조할 정도로 전능하지만, 뉴욕에서 죽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손을 쓰지 않으며, 고작 하는 짓은 오지만디아스와 영합하여 로어셰크를 처단한 일이다.
  20. 문학에 재능과 흥미를 지녔으나 불우한 형편으로 공장 노동자가 되어야 했고, 슈퍼 히어로 업계에 종사하면서 끊임없이 심각한 글을 쓰는 작중 로어셰크의 모습은 어느 정도 작가 자신의 모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렇게 간지캐로 만든 건가?
  21. 로어셰크가 말콤 롱 박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이 부분은 "인간의 지방이 불타 연기로 올라가는 그 곳에 신은 없었다"와 같은, 무지막지한 박력의 대사들이 넘쳐나는 대목이다.
  22. 이를 반영하는 것이 바로 로어셰크의 가면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데칼코마니 문양과 로르샤흐 테스트. 즉 데칼코마니 문양을 바라보는 인간은 지속적으로 그에 의미를 부여하려 하나, 이는 결국 얼룩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끊임없이 변할 뿐이다. 로어셰크와의 상담 끝에 이를 깨달은 그의 담당 상담사인 말콤 롱 박사는 멘붕하고 만다.
  23. 매 장마다 일종의 막간 무대와 같은 역할을 하던 신문 가판대에서 두 사람이 이리저리 티격태격하던 모습을 봐오던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안습한 장면. 가판대 부분에 대한 묘사가 완전히 빠진 영화에서도 이 장면만은 재현되었다.
  24. 클로즈업된, 붉은 것이 묻은 스마일 마크.
  25. 히어로 출신 인물들에게는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하고 그들이 영광스럽던 왕년을, 대중 전반에 있어서는 2차 대전 이후의 미국의 고도 성장기를 암시한다. 만화사적인 측면에서는 실버 에이지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6. 왓치맨(영화),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모두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작품이다. 이렇게 써놓으니까 정말 많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