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 vs 제국

1 개요

창작물에서 세계관 설정에 자주 쓰이는 대립 구도로, 제목 그대로 민주주의를 채택한 공화국과 절대군주가 다스리는 제국이 서로를 주적으로 하여 싸우는 것을 뜻한다.

이 문서에서는 제국과 공화국이 공존하면서 첩보전 등으로 물밑싸움을 벌이는 경우, 혹은 평화로운 현대 민주국가[1]를 이세계/외계/기타에서 온 악의 제국이 침공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동등한 인간이 세운 양 세력이 전면전을 벌이면서 체제경쟁적 요소를 보이는 경우를 다룬다.

2 세계관

현재 지구에서 공화국과 제국의 체제경쟁은 공화국의 압도적인 우세이다. 일단 미국 독립전쟁에서도 공화국인 미국대영제국을 박살냈고, 절대왕정 프랑스군의 도움 덕이라는 것은 비밀 그 절대왕정 프랑스도 미국 독립전쟁 이후 무너졌다. 제국전쟁이라 불렸던 제1차 세계 대전을 통해 수많은 제국이 사라졌으며, 가장 최근에 제국을 칭했던 일본 제국 모두 역사상 가장 강한 공화국을 포함한, 공화국을 주요 구성원으로 하는 민주주의 진영(연합군)에 패해 무너졌다.[2]

한편 창작물에서 강대한 공화국에 맞서 싸우는 제국은 애시당초 현실에서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별로 그려지지 않는다. 반대로 강대한 제국에 대항하여 공화국 혹은 신념을 갖고 싸우는 공화주의자라는 소재는 단순명쾌한 대립구도와 영웅담을 그려낼 수 있고, 대다수가 공화주의자인 현대 시민이 감정이입하기 쉬워서인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먹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창작물에서는 공화국과 제국이 같이 등장하기 위해 몇 가지 특수한 상황이 조성된다.

2.1 인류의 우주 진출

가장 대중적인 방법 중 하나로, 스페이스 오페라물과 인연이 깊다. 인류가 우주로 진출한다면 필연적으로 여기저기에 식민지를 건설하게 될 것인데, 우주공간으로 단절되어 있는 만큼 식민지가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을 통틀어서 처음 개척자들을 출발시켰던 곳(지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과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립 가능한 개별 식민지 중 어느 곳에 주민의 합의를 거치든 쿠데타를 벌이든 해서 제정이 부활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반대로 원래 개척자들을 출발시켰던 곳이 제정으로 바뀌고 이에 공화정을 유지하고 있던 식민지들이 힘을 합쳐 대항하기도 한다. 창작자에 따라서는 여기에 제국 or 공화국에 협조적인 외계인을 등장시켜 이야기에 흥미 요소를 부여하기도 하고, 아예 후반부쯤에 인류의 존속에 위협이 될 정도로 강한 외계인을 내보내서 내용 전개를 확 바꾸고 작품 노선을 변경시켜버릴 수도 있다.

2.2 포스트 아포칼립스

현대 문명이 한 번 싹 망해버린 다음 없어져버린 정부를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제정이 부활하는 경우이다. 가진 게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나라를 꾸려나간다는 점에서는 신분제와 군주정이 처음 등장한 고대와 그다지 다를 게 없기에 이쪽도 설정의 타당성을 확보하기에 좋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토론이니 투표니 하며 투닥거리는 것보다는 그냥 힘세고 머리좋은 사람을 우두머리로 모시고 따라다니며 먹을 것을 찾는 게 나을 테니... 이렇게 되면 오히려 공화국 쪽이 존재하기 힘든 정치체계가 되는데, 윗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지식을 간직한 누군가가 떠돌아다니다 멸망의 피해를 좀 덜 받은 옛 문명의 시설을 찾아내어 눌러앉거나 그냥 닥치고 카리스마 있는 인격자 리더가 맨땅에 헤딩해가며 공화정 국가를 세우기도 한다.

2.3 그냥 과거

위에 언급한대로 제1차 세계 대전의 서부전선제2차 세계 대전태평양 전쟁은 관점에 따라 제국과 공화국들의 싸움이었으며 그 결과 제국이 패배하고 공화국이 승리하였다. 작품 자체가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거나 가공의 세계관이더라도 현실에서의 양차대전기와 유사한 상황이라면 이러한 구도는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주로 양 세력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의 두 축이었던 프랑스 공화국과 독일 제국을 모티브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막상 프랑스는 국내의 정치적 문제로 인해 훨씬 더 많은 삽질을 하며 위기에 몰렸다. 니벨 공세 같은거

더 과거를 배경으로 해도 이런 상황이 등장할 수 있다. 중세 시대에도 현대의 공화국과는 다르지만 어쨌거나 공화국인 베네치아 공화국, 제노바 공화국 등 많은 공화국들이 존재했고 이런 공화국들이 동로마 제국이나 오스만 제국, 스페인 제국 등 제국과 대립한 일이 많다. 이들 공화국은 이권을 취하는 상인 세력이었으므로 공화국이 돈을 노리고 제국을 엿먹이거나 하는 전개가 많다.

3 각 진영의 특징

공화국과 제국 양측 다 어느 정도 정형화된 특징을 가지며 각자의 체계의 모습을 반영한다.

3.1 공화국군

외견상으로 그다시 부각되는 것은 없다. 군복은 최저가 입찰제 실용성을 중시하기에 소위 말하는 "간지"가 부족하다.[3][4] 어째서인지 모르겠으나 왜긴 작가가 무식해서지 특히 SF 계열로 갈수록 정복과 근무복, 전투복의 경계가 없다시피한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전반적으로 전투복의 느낌을 주는 옷을 공화국군이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공화국이다 보니 세금을 징수해서 국방비로 돌리는 과정이 제국에 비해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군복에 많은 예산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병기의 경우에도 글자+숫자 식의 형식번호는 붙어도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이 붙는 경우는 드물다. 그나마 주인공이 관련된 무기나 부대명은 멋있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인 만큼 민간인 세력이 군이나 정부와 충돌하는 경우를 보기 쉽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군대가 마음 놓고 활개치기 힘들다. 만약 그렇게 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실제 역사가 여러 번 증명하기도 했다. 이 문서에서의 일반적인 상황은 전시 상황이라 군이 움직이긴 움직여야 하는데 체제상 걸림돌이 많아 일어나는 일들이 자주 묘사된다. 민간인 측이 멍청해서 군대가 고생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군대의 삽질로 민간인 측이 다 죽게 생긴 경우도 다반사. 주로 정치인과 관료, 고급 장교들의 무능과 부패로 인해 생기는 폐해를 보여주는 현실 비판적 요소를 가진다.

과학 vs 마법이라는 대립구도로 갈 경우 높은 확률로 과학 혹은 공학 쪽이다. 주로 판타지 세계의 마법은 소수에 의해 계승되는 폐쇄적인 구도인데 반해 과학 쪽은 상대적으로 물량에서 우위를 점하고 개방적인 구도이기 때문. 단순히 생각해봐도 마법은 개나 소나 쓰지 않는 이상 고위직들이 독점하게 되어 제정으로 가기 쉬운데 비해 과학은 도구의 발명으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평등 사상과 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쉬운 구조이다.

3.1.1 주인공

공화국 측 주인공은 이런저런 고난을 겪고 성장하기 전까지는 비범함과는 거리가 있는 평범한 사람이며, 최전선에서 임기응변과 동료와의 협력, 운 등으로 눈앞의 고난을 헤쳐나간다. 공화국의 국가원수 같은 높으신 분이 시작부터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며,[5] 작품의 스포트라이트는 전쟁에 휘말린 일반인이나 최전선에서 구르는 사병 혹은 하급 장교를 비추고, 국가원수나 장군, 제독 같은 고급 장교는 주인공이 정치싸움에 뛰어들거나 말려들어간 것이 아닌 이상은 가끔씩 나와서 삽질을 하면서 주인공이 앞으로 어떤 고생을 하게 될지 알려주는 역할에 머무른다. 주인공이 최전선에서 하급 장병들과 민간인들과 부대끼다 보니 전쟁의 실상이 잘 보이게 되고, 대부분의 경우 주인공은 전쟁의 영광이나 위대한 영웅, 명예로운 전투와 같은 말을 잘 입에 올리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말을 하는 고급 장교나 정치인들과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 일단 신분이란 게 존재하지 않다보니 주인공은 가는 곳마다 친구와 동료를 만들기 쉬우며, 남자 주인공 한정으로 작품이 성비를 맞추기 위해 여군을 투입시키는 작품이라면 어느 새인가 병영 내 하렘(...) 비스무리한 뭔가가 만들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3.1.2 히로인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화국 측의 히로인은 높으신 분의 금지옥엽 딸내미보다는 무기를 들고 사지를 구르던 사람, 즉 투희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화국 측 주인공이 대체로 평범하지만 고난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타입이 많기에, 히로인도 이를 따라가는 것. 이런 경우 히로인은 주인공의 동료나 상/하급자일 수도 있고, 소꿉친구일 수도 있다. 설령 높으신 분의 딸이라고 해도 부모의 방식에 따르지 않고 저항하는,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운동가의 모습을 내비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자기 집안이 대대로 군인 집안이었는데 자신이 외동딸이어서 가족의 가보를 이어가기 위해 입대한 경우도 존재한다.

3.1.3 장병들

제국군을 상대로 하는 공화국군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장병들의 느슨한 군기가 부각되게 된다. 공화국군의 군대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후방에 편히 앉아서 애국심이나 들먹이는" 정치가들을 욕하는 비중있는 조연이 존재하며, 나름 실전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 이런 역할을 맡는다.[6] 이런 조연은 위엄이니 충성심이니 하는 것들은 약에 쓸래도 없는 모습을 보이며 싸움보다도 주색잡기에 관심을 두곤 하지만, 전투가 벌어지면 놀라운 활약을 펼치는 것이 주된 클리셰이다. 한창 포화가 작렬하는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농담따먹기를 하며 낄낄대는 쪽도 대부분 공화국군의 장병들이고, 똥별들이 별의 별 삽질을 하면 그걸 전선의 장병들이 몸으로 때우는 것을 비꼬는 것도 이들이 지닌 특기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절망적인 시기에 진정한 용기와 충성심을 보이는 자들은 바로 이들이며. 높으신 분들이 여차하면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자들 또한 이런 무명의 용사들이다.[7] 또한 공화국의 특성 상 제국 쪽에 비해서 여군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8][9] 이들은 주인공과 어떻게든 엮이는 경우가 많다.

3.1.4 높으신 분들

언제 어느 때 어느 곳를 막론하고 유능한 높으신 분들은 찾기 어려운 법이고, 창작물의 경우 주인공을 돋보여야 하는 만큼 이러한 현상은 현실과 비슷하거나 더 나쁜 경우가 대다수를 차치한다. 공화국의 높으신 분들은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하고, 기껏 유능한 높으신 분이 있다고 해도 제국군의 강력한 공세를 막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만도 벅차하거나,[10] 인격이 영 꽝이라서 국가의 존속보다 개인적인 이득에 치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구멍을 몸을 굴려가며 막는 것이 주인공 일당이 할 일이다. 그리고 무능하고 인격까지 글러먹은 높으신 분은 자신이 파놓은 구멍을 아군이 메우게 하는 것은 물론이요, 허물을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빠져나오는 데에는 달인급 재주를 가진 경우가 많기에 권선징악적으로 흘러가는 작풍일지라도 중후반이 넘어가야 퇴장하게 되고, 현실 보정을 끼얹는 작품에서는 아예 나라를 팔아먹고 떵떵거리며 살거나 망해가는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기도 한다. 공화국의 승리일 경우에는 그냥 잘 먹고 잘 살기도 하고, 주인공 혹은 군인이나 시민들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게 되기도 한다.

3.2 제국군

공화정과 대립하는 작품의 제국은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매체에서 전체주의적, 영웅주의적 요소를 강하게 보이며,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지도자 원리이다. 문화적으로 무를 숭상하며, 지도자 숭배, 전체주의, 명예의 중시에 의한 생명 경시가 심하게 드러나나[11] 구성원들 중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다만 반대 급부로 전투력 하나는 높아서 주인공 보정이 없다고 가정하면 같은 수의 공화국군과 붙었을 때 대개 탈탈 털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주얼 면에서는 간지가 좔좔 흐르는 제복[12]을 시작으로 신화 전설상의 신, 영웅, 전설의 무기, 이과계 용어[13], 신수&마수 등에서 이름을 따오는[14] 무기체계, 개인의 용맹을 드러내는 백병전과 근접병기의 선호 등이 보인다. 군 혹은 정부와 민 사이의 갈등은 거의 드러나지 않으며, 무능한 지배자가 권력을 잡는 동안은 불합리와 비효율로 고통받고, 유능한 지배자가 권력을 잡으면 태평성대에 행복해하는 수동적인 존재에 가깝다.

3.2.1 주인공

현대 사회는 대부분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따르고 있기에 창작물도 제국이라는 존재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기에 히로인은 어느 정도 있더라도 주인공이 존재할 가능성은 좀 낮고 대개는 공화국 측 주인공 & 제국 측 주인공이라는 이원 체계를 보이며, 서로의 라이벌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유일한 주인공이 제국 측에 서서 공화국을 쓸어버리는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본 창작물이라면 주인공 세력은 90% 이상이 제국 혹은 왕국이며 공화국 측 주인공이 나오는 경우도 은하영웅전설양 웬리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로 없다. 그 양 웬리마저도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라는 제국 측 주인공과 비중 싸움을 벌이는 상황. 이유는 민주주의 문서에 나와있듯이 일본은 민주주의가 익숙치 않기도 하거니와 정치판도 원조 민주주의에 비해 시궁창이기도 하고, 게다가 본인들이 제국으로써 식민지를 만들고 세계 대전을 벌였다가 공화국에게 무참히 깨졌으니만큼 자기위로적 요소가 적지 않다. 때문에 극우 미디어물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인 요소가 별로 없는 작품이라도 어째 주인공 세력이 제국으로 나오고 적 세력은 공화국으로 나오며 그 점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제국의 주인공은 보통 지도자가 될 운명을 타고 나는 모습을 보인다. 우월한 외모, 뛰어난 전투기술, 천재적인 안목과 지략, 사람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 등을 한 몸에 갖추고 있으며, 귀족이나 왕족의 혈통을 타고난다. 설령 평민이나 그 이하의 신분일지라도 전장에서 빛나는 공을 세워 곧 지배층의 반열에 들게 된다. 사실 고귀한 신분의 주인공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큰 매력을 가지지만, 공화국에서는 명문은 있을지언정 귀족은 없다보니 이런 속성을 제국 측 주인공이 가져가는 것이기도 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제국 측 주인공이 고귀한 혈통 속성을 가져가기에 대극인 공화국 측 주인공은 또다른 주인공의 요소인 평범한 일반인 속성을 가지는 셈이다. 이렇게 주인공이 엄친아적 특성을 가지다 보니 보통 가는 곳마다 친구 대신 부하와 추종자를 만들게 되며, 친구라고 부를만한 인물은 대개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나마 친구라고 불리는 경우도 추종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3.2.2 히로인

제국 측에서 등장하는 히로인은 보통 구중궁궐 안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지내던 공주님이나 귀족 영애가 자주 보이며, 곁다리로 여기사나 공주의 개인 경호무사 같은 투희 속성 히로인이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앞의 예시보단 드물지만 왕족이나 귀족이라도 전쟁에 직접 참가하여 투희 속성을 가지고 있는 히로인도 있다. 다만 강한 적을 상대로 활약한 끝에 승리를 거머쥐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이므로, 이들이 주인공보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경우는 적고 그냥 잘 싸운다 정도로만 묘사된다. 물론 이는 공화국 측 주인공에게도 적용되는 사실이지만, 제국 측 주인공은 공화국 측 주인공보다 훨씬, 적어도 외면적으로는 완전무결 이미지가 강조되기 때문에 이러한 몰아주기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 점이 시너지를 이루어 주인공과 히로인이 싸워서 주인공이 이기고, 이걸로 히로인이 주인공에게 반하는 전개가 상당히 자주 나온다.

3.2.3 장병들

제국군의 장병들은 일반적으로 개개인의 특성과 개성이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카메라가 그들을 향하는 일이 없다시피 하다. 다시 말해 제국군 장병들이 레귤러급 주, 조연을 맡는 일이 없다. 가끔 이름과 얼굴을 가진 장병들이 등장하기는 하나 그들의 자리는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졌을 뿐이며, 그들이 큰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있다고 하면 메인 스트림이 아닌 사이드 스토리 정도. 그나마 어느 정도 레귤러급으로 등장하는 장병들도 병사수병인 경우는 드물고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고위 장교의 사이드킥적인 존재일 가능성이 크다.

똑같은 인간들이 세운 국가 둘 사이에 어째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따져보자면, 이는 생명의 '무거움'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개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배경에 지나지 않았던 누군가에게 인격을 부여한다는 것이고, 그는 감정이입이 가능한 존재가 된다. '평범한 제국군A'는 싸우다 총맞고 죽던 포탄 맞고 증발하던 하나의 전장묘사로 받아들여지지만, 그에게 '부모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던 중 심한 말을 하고 뛰쳐나와 홧김에 입대함. 이후로 줄곧 그 사실을 후회하고 있다' 라는 등의 설정이 붙게 되면 이를 보는 사람이 그의 죽음을 가볍게 받아들이기 힘들게 된다. 그리고 그가 죽게 되면, 그 책임은 누구의 것일까? 일단 민주주의 국가에서 전쟁을 결의하는 것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이다. 매체에서 '국회의원이라는 놈들은 죄다 쓰레기고 한통속이다. 이론상 국회의원의 26%[15]만 결탁하면 나라일이 그 자들 맘대로 돌아간다'라고 까대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이게 사실이긴 하지만, 군주 한 명이 "그래, 한판 싸우자!"하면 국민이 뭐라 생각하든 전쟁터로 끌려가게 되는 전제군주제와는 책임의 정도가 다르다. 일단 그 국회의원은 국민의 투표로 뽑힌 것이므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침략전쟁을 위해 파견된 군인의 전사는 결국 침략전쟁을 결의한 의회를 구성한 국민의 책임인 것이다.[16] 허나 군주제에서는 개전의 책임이 군주 한 사람에게 집중되므로, 자국의 침략으로 인해 희생된 피침략국의 사람들은 말할것도 없이, 자국 군인 하나 하나의 죽음까지도 군주가 져야 한다. 즉 제국 장병에게 개성이 부여되면 그의 죽음은 더 무거워지고, 그 무게는 전부 제국 측 최고 책임자인 제국 측 주인공의 어깨 위에 쌓이게 된다. 이렇게 되서야 제국 측 주인공을 띄워 줄래야 줄 수가 없으니, 작품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창작자는 제국 장병에게서 개성을 박탈하고 머리속에 싸움과 영광밖에 든 게 없는 인간 모양 로봇으로 만들어서 전장에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17]

물론 제국이 침략이 아닌 방어전쟁을 치른다면, 적어도 그 동안은 제국의 장병에게도 개성이 부여될 것이다. 그 편이 재미가 있기도 하고, 나쁜 건 평화롭게 살고 있는 제국에 쳐들어와 깽판을 쳐대는 무리들이니까. 실제 역사에서도 부패한 공화국의 정치가들이 자기네들 이득을 위해 무고한 젊은이들을 몰아서 불의의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나오고, 매체에서도 이런 현실을 꼬집기 위해 공화국이 제국을 침공하는 시나리오를 넣는다. 거기서 도를 넘어버리면 공화국이 탐욕에 가득차고 어리석은 인간들만 모인 막장국가에, 제국은 평화를 사랑하고 개념이 꽉꽉 들어찬 이상향이라 공화국이 제국을 주구장창 침략한다는 식의 극우 프로파간다가 튀어나올 수도 있겠지만, 공화국이라는 체제가 그 자체로 도덕적일 수는 없기 때문에 장편소설 정도 되는 작품에는 대부분 공화국의 제국 공격과 더불어 제국 장병의 이야기가 짤막하게나마 등장하기도 한다.[18]

3.2.4 높으신 분들

제국의 높으신 분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무능한 귀족&왕족 세력과 유능한 제국 측 주인공 세력이 그것이다. 전자가 제국을 지배한다면 제국은 엄청난 비효율과 불합리로 점철된 시궁창꼴이지만, 후자가 지배하는 제국은 주인공과 유능한 부하들이 이끌고 충성스러운 군대가 그 밑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공포의 집단이 된다. 제국이라는 시스템이 가진 단점을 먼치킨 주인공이 죄다 봉합해 버리고 장점만을 취할 수 있는 동안은 말이다. 어쨌든 위가 아래에 대한 무조건적인 우위를 보장받는 시스템 상 제국 측 주인공이 뭔가를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는 제국 권력의 정점에 올라야 하며, 이는 늦냐 빠르냐의 문제일 뿐이다. 다만 주인공 측이냐 아니냐를 떠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하는 멋있는 자들 또한 종종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만약 주인공과 적대하는 세력에 속해 있는 경우, 높은 확률로 같은 편인 높으신 분들의 시기, 혹은 음모에 의해 억울하게 죽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사망 플래그.

4 관련 작품

  1. 현대 국가 중 절대군주정을 채택한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2. 일부에서는 미국을 현대의 제국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제국의 의미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갈린다. 제국을 황제가 다스리는 국가로 본다면 미국은 제국이 아니지만, 제국주의를 행하는 국가로 본다면 러시아, 중국 등 다른 강대국들과 함께 미국도 제국이 맞다. 미국 문서와 제국 문서 참고.
  3. 근현대전 기준으로는 오히려 이쪽이 정상이다. 소위 말하는 간지가 나는 군복은 그저 장병들을 총알받이로 내보내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갖지 못하기에...
  4. 물론 그 "간지의 기준"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수려한 장식이나 깔끔한 차림하곤 거리가 먼 현대 미군의 전투복장/군장도 팬이 매우 많은 만큼 거칠고 투박한 밀리터리라도 "간지"의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으니.
  5. 다만 주인공이 작품 초반에는 노출되지 않는 출생의 비밀이나 숨겨진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꽤 자주 보인다.
  6. 주인공이 전선의 참혹함을 처음 겪고 "내가 TV로 볼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라고 할때 옆에서 담배 피면서 "그거? 윗대가리가 영화 찍었던 거 말이야?" 하는 식이다.
  7. 그리고 실제로 전쟁에서 제정국가의 군인보다 민주주의 국가의 군인들이 사기와 싸우려는 의지는 훨씬 높을 가능성이 높다. 왕이 주인인 국가를 위해 싸우는 것과 자신이 주인인 국가를 위해서 싸우는 것 둘 중 어떤 것이 더 사기가 높을지는 당연한 결과.
  8. 제국의 특성상 제국군은 군대일뿐만 아니라 황제의 부대이자 사병이라는 속성을 기본으로 가진다. 황제의 부대에는 연약한 존재가 없어야 한다는 사상이 기본으로 주입되며 하다못해 허약한 남자도 가차없이 쫒겨나거나 머리에 총알이 박히는데 여자 = 연약한 존재 라는 사상이 기본인 제국군에서 여자를 뽑겠는가?
  9. 만약 제국 황제가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상을 갖고 있어 남녀차별, 빈부차별 등의 차별을 하지 않는다면 이미 제국이 아니라 '사민주의' 성격을 띄는 공화국이다.
  10. 주로 주인공 소속 부대의 사령관을 만나 "수고 많았소, 하지만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소"하면서 상황설명과 정부의 무능함을 표현하는 식이다. 일부 특정 세계관에선 제국군의 포격으로 무능한 지도자와 장관진이 다 죽었는데 우연히 다른 곳에 갔던 유능한 높으신 분이 돌아와 공화국군의 도움으로 정부수반을 차지하고 지휘를 잘해서 제국군을 몰아내고 승리를 얻는 경우도 있다.
  11. 즉, "황제/국가/명예를 위해서라면 내 한 목숨 바치리라!" 를 엄청 강조한다. 공화국과 전면적으로 반대되는 점.
  12. 위압감을 주는 검은색이나 반대로 순결과 성스러움을 강조하는 흰색이 잘 쓰인다.
  13. 알파전대, 오메가부대, 감마파동포 하는 식으로.
  14. 단골은 북유럽 신화, 아서 왕 전설, 그리스 신화, 게르만 신화 그리고 간간히 인도 신화도 보인다. 서브컬쳐의 발원지가 발원지인 만큼 일본 신화 또한 자주 등장한다.
  15. 참고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수는 300명. 26%면 76명 정도 된다.
  16. 민주주의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면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전쟁을 몇몇 정치가와 자본가, 관료 등이 결탁해서 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이건 민주주의 자체의 문제라 할 수는 없다.
  17. 이러한 예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성계 시리즈아브. 이 친구들은 자기가 침략전쟁에 나가서 싸우다 죽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시피하다. 우주선에 타고 싸우다 격침되면 플라즈마가 되서 고통도 못 느끼고 증발한다는 설정이니 더더욱 그럴 것이고. 지상에서 싸우다 온 몸이 숯덩이가 되거나 포탄 파편 맞고 내장을 흩뿌리며 죽는다면 좀 생각이 달라질까.
  18. 황제 근위대가 전투도 안 하면서 대우는 좋다고 징징거리는 최전선 군인들이나, 공화국군을 한바탕 불태우고 돌아와 담배를 나눠피면서 전쟁으로 징집되어 군인이 되기 전에는 뭐했었냐는 짤막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19. 근데 여긴 공화국이 제국으로 새로 개편된 것이다. 그 모티프도 사실은 고대 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