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한문혼용체/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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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漢文混用體/論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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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차

1 개요

1948년 〈한글전용에관한법률〉이 제정되고, 1970년 박정희 정권이 시행한 '한글전용 5개년 계획' 이후 현재 국한문혼용체는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국한문혼용체를 옹호하는 주장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한글 전용을 옹호하는 단체로는 대표적으로 한글학회가 있고, 국한문혼용을 옹호하는 대표 단체로는 한자능력검정시험으로 유명한 한국어문회 가 있다.

참고로 〈한글전용에관한법률〉은 2005년에 폐지되었면서 〈국어기본법〉으로 흡수되었는데, 현재 국어기본법에서는 '공문서는 한글로 작성하되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하여, 공문서에서 '한글전용'을 위주로 '한자병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법적으로 정해진 한글 전용은 공문서에 한정된다. 현재 이 외의 영역에서 한글전용을 강제하는 법은 없어 전용·혼용·병기는 사용자의 재량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보통 한글전용 / 국한문혼용의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국한문혼용체는 한자의 사용범위에 따라 제각기 다양한 분포를 가진다. 국한문혼용체 문서에서 보듯 상용한자만 한자로 표기하자는 사람부터 벽자를 포함한 모든 한자를 한자로 표기하자는 극한적인 국한문혼용를 주장하는 사람까지 있다. 구체적으로 서술하자면, 아래와 같은 분포를 보인다. 각 항은 해당 문장이 설명하는 표기 방식에 의해 표기되어 있으며 한자어는 굵게 표시되어 있다.

  1. 僻字包含漢字語全部 漢字表記. [2]
  2. 벽자[3]는 한글로, 常用漢字漢字表記.
  3. 임의일부 漢字語漢字표기.
  4. 임의일부 한자어(漢字語)한자(漢字)병기(倂記).

이에 비해 한글전용은 국책사업(한글전용법)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명확하게 범위가 정해져있다.

  1. 모든 한자어항상 한글로만 표기. [4]

현재 국한문혼용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 1방안을 주장하는 사람은 소수이며, 타협적인 방안으로 2,3,4번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급기야 국한문혼용론자들의 헌법소원으로 한글전용 정책 자체가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되었다. 예상대로 찬반 양측이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서로의 주된 논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1 국한문혼용측의 주 논거

국한문혼용 지지론은 한자와 한글의 혼용을 통해,

  • 한국어에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한자어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으며,
  • 2000자 이상 혹은 동등수준의 상용한자를 습득한 경우, 동음이의어 문제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 불완전하지만 문맥적 의미 이상의 독립적 의미들을 유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 학문 분야에서 사용되는 고급 한자어휘의 사멸(독자 및 사용자의 불이해) 현상의 해소,
  • 한자 무지(無知)에 의한 언어 파괴 현상의 사전 예방효과의 기대,
  • 한자의 우수한 조어력을 활용하여 새로운 개념어를 다수 파생하는 효과를 기대 할 수 있으며,
  • 전통 문화와의 단절 현상 해소,
  • 한자문화권으로 대변되는 한반도(조선반도), 중화권, 일본 등의 동아시아 문화권에서의 문화적 고립현상에서의 탈피
  • 한자 자체가 가지는 심미적/전통적 요소의 적극적 활용
  • 한국어 안에 녹아든 한자는 수백년간 이미 한 몸이 되어 폐기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1.2 한글전용측의 주 논거

한글전용 지지론은

  • 의미 전달의 애매모호함은 한자든 한글이든 관계없는 인간 언어의 문제이고,
  • 동음이의어 등의 문제는 어느 언어에나 있는 문제이고 이는 문맥상 유추 등의 방법으로 그간 해소해 왔으며,
  • 휴대용 전자기기의 발전으로 한자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검색을 통해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어 동음이의어의 단점을 빠르게 보완할 수 있게 되었고,
  •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정확한 의미 전달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 학생들이 스스로 한자교과를 선택해 배우는 교육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실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고 쓸 필요도 없는 한자를 강제로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칠 이유는 없으므로, 한국 한자음의 패턴을 익혀 한글 전용 표기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보며,
  • 한자라는 문자의 단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위의 3,4번 방안을 별 생각 없이 보면 현실과 잘 절충한 것처럼 보이기 쉬우나 깊게 파고보면 그렇지가 않은 것이 가독성과 필기성 및 속독성이 한글전용보다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국한혼용을 어떻게든 부활시키고자 하는 방편이다.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해야만 의미전달이 잘 된다는 국한문혼용 주장자들의 논리대로라면 대다수의 한자어도 한글로 표기하게 되는 3,4번 방안은 기존의 한글전용과 별다를 바가 없는 방안이며 한자어를 한자로 쓰지 않아도 이미 대다수의 한자어들은 한국어에 파고들었기 때문에 한글로 써도 의미전달 잘 된다는 한글전용 주장자들의 주장을 많이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더군다나 임의로 일부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하거나 병용하자는 논리 자체도 문제가 많은 것이, 확고한 원칙도 없이 작성자 마음 내키는 대로 일부 한자어만 한자로 쓰거나 병용하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耳懸鈴 鼻懸鈴~란 표현처럼 너무 틈이 많아 적용하기가 곤란해진다. 저 주장대로면 작성자들의 주관 및 지식, 사고방식에 따라 표기가 일정하지 않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문제를 극복한다 해도 다른 문제가 또 생기는데, 변환해서 써야 하는 한자어와 변환 안 해도 되는 한자어를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30대까지의 인구가 대부분 간단한 한자 정도 밖에 모른다는 점, 사회 전반적으로 순전한 국한문혼용체의 필요성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 않다는 점, 이미 한글 기반의 문자입력 시스템이 전자 제품을 장악했고 대한민국 사회가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에 이걸 갈아엎는 것은 상당한 사회적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점 등 난관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일부 지식인도 국한문혼용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한 법학교수도 국한문혼용은 가독성·필기성이 심각하게 떨어지고 피로감이 가중된다면서 국한문혼용체 사용에 반대하는 기사를 썼으니 말이다.(#) [5]

2 논점들

2.1 한국어 내 한자어의 점유율에 대하여

2.1.1 한글전용론

3. ‘한글 전용’은 한자어를 배척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한글만 쓰기로 하자는 것은 한자를 말살하자는 것은 아니다. 한자어일지라도 그것은 한자로써 쓰지 말고 한글로 바꾸어 쓰자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한글 전용은 ‘학교’를 ‘배움집’으로, ‘비행기’를 ‘날틀’로와 같이 하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한글 전용을 방해하려는 사람들의 고의적인 모략에 지나지 않는다.

- <총회가 정한 한글 학회의 주장> 中[6]

국한문혼용론자 중에는 한글전용을 편협한 애국과 국수주의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한글전용은 한국어에서 한문에서 가져온 단어를 빼자는 언어정책이 아니라 한국어를 한글만 표기하자는 문자정책이며, 소위 말하는 한자어의 고유어 대체시도는 개요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한글전용이 아니라 국어순화이므로 논점에서 벗어나게 된다.

밑에서 언급되는 라틴어도 그 사정을 살펴보면 주로 고유명사의 어원으로 활용되는데, 그 이유는 유럽권의 문화적 공통점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라틴어가 사실상 일부 영역에서만 사용되는 사어라서 사용자들에 의해 바뀔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유럽에서도 라틴어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유럽학생들에게 라틴어는 어려워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라틴어 과목을 증오하는 것이 현실이다.

2.1.2 국한문혼용론

한국어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이며, 이는 한자 문맹이 언어생활의 빈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와 같은 식의 기사가 대표적이다.한자 문맹(漢字文盲) 벗어나자 - 漢字를 외국어 취급… 팔만대장경도 부정할 판 댓글에 한자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댓글 중 제되로가 보인다. 표준맞춤법의 교육이 더 시급해 보인다

일단 가장 많이 알려진 '한국어 한자어 70%설' 은 그 근거가 없으니 부정한다고 치고, 위에서 언급된 '현대 국어 사용 빈도 조사'를 통해 조사한 논문에서는 한국어에서 고유어가 26.12%, 한자어가 66.32% 외래어가 4.02%, 고유+한자가 3.19%를 차지한다고 하며, 사용빈도 별로 단어들을 그룹화해서[7] 조사해봐도 모든 그룹에서 한자어가 적어도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한편 순수하게 국어사전에 단어가 실려 있는 퍼센티지만 계산할 경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57%, 큰 사전에는 53%라고 한다.

물론, 한자어의 비율을 확인하는 방식은 각양각색으로 다르며 실제로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한자어를 확인하려면 사전 검색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실생활'이란 것을 정의해서 연구 범위를 정하는 일이 쉬운 일인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표준국어대사전이 일제시기 만들어진 사전을 아무런 비판 없이 계승하고 있다고만 생각하는 것도 타당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글전용론자 중에는 한자를 철저히 외국 문자로서 취급하며 그것이 사대주의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영어나 기타 로마자 사용권의 언어를 모어로 하는 사용자들이 왜 우리는 우리가 만든 문자를 쓰지 않고 이탈리아(로마) 문자를 쓰는가? 라는 비판적 사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자'는 이를테면 동아시아에서의 라틴어 및 그리스어와 같은 위상이며,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의 문자가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수천년간 공통으로 향유해 온 문자이다. 국한문혼용을 지지하는 국어학자나 인문학자는, 언어동조대를 위시한 문화 교류는 서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한글 전용은 동아시아의 언어동조대를 무시하고 문화적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어찌하였든, 일상어에서 한자어가 아주 주요한 비중으로 쓰인다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특히 라틴어와 마찬가지로 학문 분야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밖에도 현대한국어의 한자어 다수설은 국한문혼용체로 쓴 국한문혼용체 항목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항목은 문장 자체는 현대한국어 어법을 따르면서도 표기는 국한문혼용을 강조하여서 한자어가 즉시 눈에 띄는 장점이 있는데, 일부러 생경하게 쓴 문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얼핏 보기만 해도 한자로 점철되어 있다. 더욱이 해당 문체로 해당 항목을 집필하는 암묵적인 규칙에도 불구하고, 토박이말항목이 다른 항목 못지 않게 한자어를 쓰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2 동음이의어에 대하여

2.2.1 국한문혼용론

한국어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로 되어 있어 동음이의어가 많으므로, 국한문혼용체를 사용함으로써 동음이의어 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다. 국한문혼용과 국한문병기를 한다고 해서 동음이의어 문제가 완벽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오해나 불통의 소지는 줄일 수 있으면 되도록 줄이는 것이 낫다. 문맥을 보면 뜻을 저절로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하는데, 언어생활을 한다는 것이 다만 문맥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문맥으로도 뜻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 예를 들어 '나라 망신시키는 여권'이라는 구절만 주어져 있다면 女權은 아니겠지만, 旅券일 수도 있고 與圈일 수도 있어서 '여권'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특히 '연패'의 경우 連敗와 連霸 두 종류가 있는데, 뜻이 정확히 상반된다. 광주광역시(光州)와 경기도 광주시(廣州)의 구분도 그러하다. 조선일보의 경우 연패광주에 대해서는 제목에 반드시 한자가 한번은 들어간다. 심지어 6개의 광역시를 나열할 때마저도 광주광역시만큼은 한자로 표기한다! 이밖에도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다른 한자로 구성된 같은 발음의 말은 일일이 말할 수 없을 만큼 무수하다.

한글로만 표기하는 경우 동음이의어의 검색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기관지(機關紙)를 찾고 싶은데, 구글 같은 데서 '기관지'를 입력하면 氣管支에 대한 검색 결과만 나온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 것.

즉, 대화상에서 나타나는 동음이의만이 문제가 아니고 자료 검색에 있어 동자이의어(同字異意語) 또한 문제가 되는데 국한혼용 체계에선 같은 음가를 갖더라도 동음이자(同音異字)라는 형태로 표현이 가능하며 국한혼용 체계에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종종 동음이의어 때문에 정 헷갈린다면 문제가 되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꿀 수도 있지 않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단어를 바꿀 경우, 원래 문장과 바뀐 문장이 동일한 의미를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있어, 두 글의 의미와 어감이 달라지게 된다. 이처럼 단어들 중에 '유의어'는 굉장히 많겠지만 '동의어'를 찾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 어떤 한자어를 다른 유의어로 대체하는 것은 결국 의미 전달에 왜곡이 생김을 의미한다. 또한, 한글 전용 세대에 들어서고 유독 유사음을 가진 한자어 단어 사용에서의 오류 사례가 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연예演藝연애戀愛와 혼동하는 사례라던가 역할役割역활로 사용하는 등의 현상이 웹 상에서도 흔히 보이는 오류 사례이다. 이는 결국 한글전용 세대가 한자 단어를 한글만으로 '기호화'하여 감에 의존하여 기억, 사용한다는 방증이며 이는 단어에 본래 내포된 의미를 퇴색시켜 단어의 의미가 서서히 변질되어 국어의 파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사용자 본위적 입장에서 보면 한글 전용이 일견 편리해 보일 수 있으나 한자로 된 수많은 개념어를 오해없이 적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어 화자가 한자 학습을 해야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되며 국민의 기본적 한자 소양을 범국민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국한문혼용이 좋은 방법이다.

게다가, 한국 한자음의 현실 상 한국 한자음의 발음은 450가지밖에 되지 않는데, 한자의 개수는 한국의 한자음 발음 수에 비해 몇십배나 많기 때문에 한 발음에 여러 개의 한자가 있다.[8] 이처럼 동음이의어의 문제가 한국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언어의 공통적인 문제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한국은 오래 전부터 한자를 받아들이고 수많은 한자어를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왕에 우리가 잘 쓰던 한자를 혼용함으로서 동음이의어 문제를 일부나마 해소하자는 것이다.

2.2.2 한글전용론

동음이의어 문제는 언어의 한계이지 표기 방식만의 문제가 아니며, 동음이의어의 문제는 한글뿐만 아니라 한자에도 있다.

동음이의어는 해당 언어의 생성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일 뿐이다. 예컨대, '바르다'라는 의미에도 많은 뜻이 있다. 곧다는 뜻도 있고, 옳다는 뜻도 있으며, 침이나 물풀을 종이에 문지를 때도 쓴다. 속어로는 다른 자를 짓밟고 이긴다는 뜻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말을 사용할 때 그걸 두고 구분할 수 없어 불편하다고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의미의 혼동이 일어날 경우, 사람은 자동적으로 문맥을 파악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한문혼용체 옹호론 문단에 있듯이 한 문장을 줬을 때 문맥만으로는 동음이의어 중에 어떤 뜻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서는 단 한 문장으로 의사소통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하거나 글을 읽을 때에는 여러 개의 문장이 있는데, 그렇게 긴 텍스트 속에서도 문맥에 의해 파악되지 않는 동음이의어 사용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를 들어서.

아버지가 내게 남겨 주신 것은 부채 뿐이다.

라는 문장이 있을 때, 여기서 말하는 부채라는 단어는

  • 손으로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물건.
  • 한자어 負債(빚)

둘 중에 하나일 수 있고, 이 문장 만으로는 두 단어 중에 어느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9] 그러나, 저 문장이 어떤 대화나 글의 일부라고 했을 때, 단순히 저 말만 내뱉고 대화나 글이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아버지가 내게 남겨 주신 것은 부채뿐이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그 부채는 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라고 한다면 여기서의 부채는 '손으로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물건' 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 아버지가 내게 남겨 주신 것은 부채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걸 다 갚는 데 10년이나 걸렸다.

라고 한다면 여기서의 부채는 빚을 의미하는 것임을 평범한 한국어 사용자라면 쉽게 알 수 있다. 문맥의 구분이라는 게 꼭 한 문장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없고, 언어 사용에 있어서 한 문장으로 소통이 끝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만일, 저 정도의 문장이 주어졌는데도 주어진 문장에서 '부채'가 무엇인지 구분을 하지 못할 지경이라면, 그것은 그 사람이 극단적으로 어휘력이 부족하거나,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외국인일 것이다.

또한, 한국어에서의 한자는 동형이음자가 몇 가지 존재하는데, 동형이음자의 경우 의미에 따라 음이 달라진다. 풍류 악(樂)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 글자를 '음악'의 의미로는 그대로 '악'이라고 읽고(예: 樂器 악기) '즐겁다'의 의미로는 '락'이라고 읽고(예: 娛樂 오락) '좋아하다'의 의미로는 '요'라고 읽는다(예: 樂山樂水 요산요수).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다른 글자들로는 나쁠 악(惡), 북녘 북(北), 죽일 살(殺) 등이 있는데, 惡을 '미워하다'의 의미로 쓸 때는 '오'라고 읽고, 北을 '달아나다'의 의미로 쓸 때는 '배'라고 읽고, 殺을 '빠르다'의 의미로 쓸 때는 '쇄'라고 읽는다. 이 글자들로 예문을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某 凶 犯罪者가 檢擧되자 사람들은 그의 行을 했다.

美國 南戰爭에서 南部軍은 部軍에게 했다.
새로 開發한 蟲劑의 廣告가 나가자 顧客들의 問議電話가 했다.

이를 한글전용체로 바꿔 쓰면

모 흉 범죄자가 검거되자 사람들은 그의 행을 했다.

미국 남전쟁에서 남부군은 부군에게 했다.
새로 개발한 충제의 광고가 나가자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했다.

이와 같이 같은 글자가 다르게 읽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잘 모르는 사람은 위 예문의 嫌惡(혐오), 敗北(패배), 殺到(쇄도) 등을 '혐악', '패북', '살도' 등으로 오독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서브컬처계에서도 한자의 독음을 오독한 사례로서 식령의 경우가 있다.(번역본인 한국판 말고도, 원본인 일본판 또한 한자의 독음을 오독하였다. 이러한 오독의 문제가 비단 한국어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리고 동음이의어는 비단 한국어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언어들이 다 갖고 있지만 별 문제없이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영어를 보아도 영어의 단어들은 한국어 이상으로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어에서 ram은 '숫양' 외에도 '들이박다', 공성 무기인 '파성퇴'란 뜻도 있으며 corn은 옥수수뿐만 아니라 '굵은 알갱이', '곡물'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등 때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단어가 많고 더 나아가 life(삶, 인생, 운명, 생활, 생명, 생물, 동물 등)처럼 정말 많은 의미를 가지는 단어도 적지 않게 있지만 영어 사용자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또한 일본어도 모든 단어를 한자로 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동철이의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あれ의 경우 대명사 '저것'이 될 수도 있고 감탄사 '어라'가 될 수도 있고, 동사 뒤에 붙는 종조사 な는 '-(하)지 마라'를 뜻할 수도 있고 '-(하)는구나/-(하)ㄹ걸'을 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어 화자들은 あれ, な가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상황에 따라 잘만 구분한다.

2.3 한자 교육에 대하여

2.3.1 국한문혼용측

한자는 문자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례로 한글전용측이 주장하는 문해율이라는 것은 어떤 문자를 자국어의 표기 수단으로 삼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조사 단체[10]에 따라 퍼센티지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한글을 쓰는 대한민국의 문해율은 한자를 쓰는 중국 본토의 문해율보다는 월등히 높지만 정작 한자-가나혼용문, 즉 국한문혼용문과 매우 유사한 표기체제를 지닌 일본의 문맹률과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일본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같은 중국어를 쓰는 중국 본토, 대만, 홍콩끼리도 문해율 수준에 차이[11]를 보인다. 대만의 예를 봐도 문자의 단순성과 문맹률이 비례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만은 약자를 만들지 않고 한국과 같이 정체자를 쓰는 국가인데 문맹률이 2005년 기준으로 2.84%로 간체자를 만들어 보급한 중국보다[12] 월등히 낮다.

이는 문자를 배우고 읽을 줄 아는 데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의 체계적인 교육과 그것을 뒷받침해 줄 사회 체계이지, 어느 문자 체계를 사용하고 있느냐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교육을 제대로 받고 그런 기회가 체제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면 배우기 어려운 글자를 사용하고 있든 배우기 쉬운 글자를 사용하고 있든 잘만 읽는다는 것이다. 한국어는 그 특유의 맞춤법 때문에 영어만큼은 아니지만 표기와 발음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존재하는 언어들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사람은 학교나 가정에서 받아쓰기 연습을 하면서 한국어를 정확히 읽고 정확히 쓰는 방법을 익혔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한글전용론자들은 교계 및 학부모가 사교육 증가의 사례를 들어 한자 교육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2015년 10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찬성 63% vs 반대 30%"

2.3.2 한글전용측

한자는 익혀서 숙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과소평가되고 있다. 한자가 어렵다는 것은 비단 한국인만이 아니라 중국인이나 일본인들도 인정하는 부분이고, 아시아권이 아닌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괜히 중국인들이 간체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한자를 공부하는 것은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실생활에서 이걸 항시 외워 두고 사용하도록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때문에 최근 한자로 문자 생활을 하는 중국에서 디지털 전산화로 컴퓨터 및 모바일 입력 방식 증가와 문자 자동 완성 기능의 영향으로 중국인들도 한자를 읽을 줄은 아는데 정확히 쓸 줄 모르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어 디지털 시대에 한자가 위기에 빠졌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반대로 한글이든 뭐든 표음문자가 수천 수만자나 되는 한자보다 익히기 쉬운 것은 물리적으로도 당연한 이치다. 당장 교육과정을 살펴보더라도 일본이나 중국같은 한자 사용국가들은 문자교육만 수십 년, 심지어는 성인이 되어서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한글의 경우 아무리 늦은 아이라도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교육이 끝난다. 아니 초등학교에서 하는 한글교육도 엄밀히 따지면 한국어의 표기법 즉 한국어 교육에 가까우니 실제로는 1학기나 미취학 아동때 문자교육이 끝난다. 이는 한자의 교육이 얼마나 큰 비용을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공문서나 국가기관의 문서, 교과서 등에 의무적으로 국한문혼용체를 쓰게 할 경우, 이미 한글 전용 교육을 받는 청소년들과 한글 전용 세태에 익숙해진 일반인들은 현재와 같은 문자 생활을 하기 위해선 원하든 원치 않든 한자를 배워야 할 것이고, 이는 한자 사교육 시장의 활성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또한 공문서 등이 국한문혼용체로 작성되면 우려되는 부작용, 즉 한자를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 사이에 정보 격차가 생기는 문제를 다시 발생시킬 필요가 없다.

한자혼용으로 가기 위해 초·중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해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의견에도 반발이 존재한다. "학부모들 가운데는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칫 정규 교과 과정에 대한 부담으로 사교육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는 초등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교사 1000명의 선언문을 발표하며,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는 어린이의 기초적인 언어 학습과 사고 발달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5년 2월 전국 초등교사 1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초등교사의 65.9%가 교과서 한자 병기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같은 해 9월에는 전국의 교육대학교 교수 중 365명이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주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2.4 한자 사용의 효율에 대하여

2.4.1 한글전용론

국한문혼용은 확실히 비효율적이며 그 근거로 한자로 인한 문맹 문제를 들 수 있다. 문맹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어떤 문화권의 토착민들은 해당 말을 모르는 경우보다는 글을 모르는 문맹자가 훨씬 더 많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사람은 언어를 익힐때 글보다는 소리로 먼저 익힌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이 어려운 한자로 쓰면 언어는 아는데 글자는 모르는, 즉 문맹자만 만든다.

거기에 국한문혼용체는 2개의 문자를 써야하니 물리적으로 한문이나 한글전용에 비해서 비효율적이다. 예컨대 「망간 團塊」라고 적혀 있을 경우, 團塊라는 글자를 알지 못하면 어떻게 읽는지 알 수 없으며, 따라서 찾아보기도 어렵다. 반면 '망간 단괴'라고 적혀 있으면 뜻은 몰라도 어떻게 읽는지는 알 수 있고 따라서 국어사전으로 바로 찾기도 쉽다. 반면에 團塊를 모르는 사람은 옥편까지 뒤져 봐야 한다.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 수고가 두 배로 가중되기 때문에 찾기가 더 힘들어지므로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정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우려가 높다. 거기에다. 실질적으로는 두 배가 넘는 수고가 가중된다고 볼 수 있다. 한글로 적힌 단어는 자음과 모음의 순서를 알고 있으니까 ㅁ → 마 → 망 하는 식으로 찾아 나가면 간단하지만, 한자는 옥편을 찾을 때 음을 모를 경우 부수를 파악하고 찾는 방법과 그냥 총획수로 찾는 방법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는 획수를 세어 보아야 하는데다 웬만하면 같은 획수를 가진 글자들이 많아서(총획수가 6, 7획 이상쯤 돼도 그 글자 수가 수없이 많아진다) 찾기가 힘들고, 부수가 대충 파악이 돼서 전자의 방법을 쓴다고 해도 부수를 제외한 획수를 파악해서 찾아야 하므로 역시 찾긴 쉽지 않다.

또한 한자의 입력시간 역시 과소 평가되고 있다. 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신문. 특히 일간지는 속보성 매체로 제작 시간에 상당히 민감하다. 신문은 활판 인쇄로 제작되어 오다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컴퓨터 조판 시스템(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을 도입했다(1994년 동아일보 컴퓨터 조판 시스템 전면 도입). 이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신문 기사의 한자 사용 감소와 일치한다. 1990년 연합뉴스1998년 연합뉴스를 비교하여 보자. 기자들이 활자 시절에 원고를 손으로 쓸 때와 컴퓨터 전면 도입 이후 한자 변환의 차이를 뚜렷이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한자에 숙달하기 어려운 점과 한글 전용보다 느린 타이핑 속도는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이르러 약점이 더욱더 부각되고 있다. 즉, 문서나 책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주고받으므로 과거보다 글을 쓸 양이 훨씬 늘었을 뿐만 아니라 텍스트 접근의 용이성이나 직독직해성이 중요시되게 되었는데, 한자는 이러한 경향에 역행하므로 국한문혼용체를 사용하면 비효율이 극대화된다. 다시 말해, 시대에 역행하는 표기법이다. 이러한, 그리고 그 외 기타 제반 비효율은 동음이의어 의미 해소에 의한 비효율 해소보다 훨씬 크다.

또한 국한문혼용측이 주장하는 한자를 통한 의미의 해석도 잘못된 주장이다. 그 근거로 우선 한자어 중에서 문자적 의미와 실사용 의미가 다른 한자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미유추가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경우에 따라선 병기가 오히려 혼란을 가져온다. 실제로 모순(矛盾), 기우(杞憂),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고사성어들은 문자적 의미인 “창과 방패”란 의미 자체로는 도저히 현재 쓰이고 있는 뜻을 유추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문자가 만들어진 배경까지 알고 있어야지만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유추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예는 고사성어 이외에도 음차된 한자어[13], 일본에서 중역된 한자어[14]와 같이 무수한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유추해석은 자칫 단어의 의미를 오역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오역의 가능성은 자의적인 왜곡해석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이는 계약서를 비롯한 미묘한 의미차이가 요구되는 상황에선 한자의 사용이 오히려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단어를 유추하는 것의 문제는 한자로 쓰냐 마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 단어의 어원이 익숙하냐 아니냐의 문제다. 당장 국한문혼용측이 주장하는 전민변정도감도 익숙한 한자어를 조합한 단어라서 유추가 가능한 것이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어원을 조합한 단어라면 그것을 한자로 쓴다고 해서 잘 알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일례로 장례원(掌隷院), 사옹원(司饔院) 같은 기구들을 생각해 보자. 사옹원은 '아침밥 옹' 자가 사어가 되어서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되었고, 장례원은 한국에서 노비제 자체가 사라진 지 100년이 넘었기에 현대 한국인들은 노비에서 파생된 단어를 한자어든 고유어든 잘 모른다. 이처럼 단어 자체를 잘 모르는데 그걸 한자로 썼다고 해서 사람들이 잘 알 수 있을까?

결국 전문 용어 문제의 근본적 이유는 되는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혹은 정말 모르는 단어를 써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당장 일본에서 전문용어를 번역한지 150년 넘게 지났고 그 사이에 언어의 변화로 사람들이 전문용어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생긴 문제다. 이런 전문 용어를 한자로 표기한다 해도 그 글자들의 뜻이 매우 명확하고 쉽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고 익숙하지 않은 단어는 단어의 뜻에 대해 다시 한 번 공부해야 하는 것은 한자 표기나 한글 표기나 마찬가지이다. 거기에 위에서 말한 유추 해석 문제도 있고, 만약 전문 용어에 사용된 한자를 배우지 못했을 경우[15] 뜻은 물론 읽는 법조차 알 수 없게 되고 사람들이 익숙하게 쓰던 전문용어조차도 잘 모르게 되는 현상만 초례할 뿐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가장 좋은 방법은 국한문혼용이 아니라 쉽고 익숙한 말로 풀어 쓰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는 익숙하게 바꾸는 중이다. 일례로 의학용어의 경우 1994년부터 시작된 의학 용어 우리말 개정 작업으로 정식 의학 용어를 쉬운 말로 개편하여 의과 대학 교육에 사용 중이다. 신문기사에서도 무릎뼈(슬개골), 넙다리뼈(대퇴골), 널힘줄(건막) 등의 개정된 단어가 점점 사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

그리고 국한문혼용측이 주장하는 언급한 압축성이 좋기 때문에 한자로 전문용어를 순화해야 한다는 소리는 전문용어 순화의 목적 자체를 망각한 소리로, 전문용어를 순화하는 목적은 좀더 익숙한 단어나 어근을 써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자는 목적이다. 한자든 한글이든 외계어든 사람들이 익숙하냐 아니냐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근본적인 문제지 압축성은 부차적인 선택사항에 불과하다.

2.4.2 국한문혼용론

국한문혼용, 혹은 병기는 확실하게 용어나 단어의 의미를 유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고사에서 유래한 한자성어 같이 비유나 관용적 표현에 가까워 한자만 봐서는 속뜻까지 유추해내기 어려운 단어들도 있다. 하지만 어느 언어에서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이런 표현은 소수에 불과하며, 한자로 표기한다고 의미를 유추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소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단어를 한자로 표기해도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다는 식의 일반화로 이어지는 것은 큰 논리적 오류이다. 당연히 음차어도 마찬가지다. 현대에 자주 쓰이는 음차어는 국명을 음차한 단어들(미국, 영국, 독일 등)이나 불교 용어(열반, 석가 등)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은데, 그마저도 이태리→이탈리아, 불란서→프랑스, 열반→니르바나의 예처럼 점차 음차가 아닌 원어를 중시한 표기에 밀리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기본어휘에서 벗어나 고급어휘, 특히 전문용어 쪽으로 갈수록, 즉 언어습득에서의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를 지난 이후에 접할 확률이 높은 단어일수록, 근대에 일본에서 만들어져 수입된 단어(이른바 일본식 한자어)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본인들이 애초에 이 한자어들을 만들 때 서양의 단어를 한문으로 '번역'한다는 차원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근대에 만들어진 일본식 한자어는 일본인들이 독자들이 한자를 읽을 수 있으면 단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서양어를 번역한 결과라는 뜻이다. 이런 번역 과정의 선구자 격인 스기타 겐파쿠는 번역서 '해체신서'[16]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譯有三等。一曰翻譯。二曰義譯。三曰直譯。如和蘭呼曰偭題驗者即骨也。則譯曰骨。翻譯是也。又如呼曰加蝋假偭者。謂骨而軟者也。加蝋假者謂如鼠囓器音然也。蓋取義於脆軟。偭者偭題驗之略語也。則譯曰軟骨義譯是也。又如呼曰機里爾者。無語可當無義可解。則譯曰機里爾。直譯是也。余之譯例皆如是也。
말을 옮기는 데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번역이요, 둘째가 의역이요, 셋째가 직역이다. 네덜란드인이 부르길 beenderen이라고 하는 것은 뼈인 즉 '骨'이라고 옮긴 것과 같은 것은 번역이다. 또 kraakbeen이라고 하는 것은 무른 뼈를 말하는 것인데, kraak은 쥐가 그릇을 갉아 먹는 소리로, 무르고 부드럽다는 뜻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been은 beenderen의 약어이다. 즉 '軟骨'이라고 옮긴 것과 같은 것은 의역이다. 또 Klier이라고 하는 것은 해당하는 단어도 없고 뜻을 풀이할 수 없는 즉 '機里爾'라고 옮긴 것과 같은 것은 직역이다. 내가 말을 옮긴 사례는 모두 이와 같다.

근대에 만들어진 한자어는 보통 이러한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단어들이다. 그리고 '용어'라는 것은 해당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간결하면서도 떠올리기 쉽게 압축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단어 자체만 봐서는 기껏해야 유추만 할 수 있지 정확한 정의까지 파악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처음부터 성립할 수가 없다. 물론 전문인이라면 전문용어를 공부할 때 정확한 의미를 공부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용어를 한자로 표기함으로써 얻는 효과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이미 배운 단어인데 의미가 생각나지 않을 경우 어렴풋이나마 연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비전문인이 단어를 접했을 때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의 예를 들자면, 가령 역사 시험에서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한 효과는?'이라는 문제가 나온다고 할 때, '전민변정도감'이 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문제 자체에 손을 대기가 어렵다.

하지만 '田民辨整都監'이라는 표기를 보았을 때는 '고려 후기 권세가에게 점탈된 토지나 농민을 되찾아 바로잡기 위하여 설치된 임시 개혁기관'까지 자세하게 생각이 나지는 않더라도 한자를 통해 '토지와 백성을 분별하고 정리하는 고을 기관'까지는 유추가 가능하게 되며, 머리가 좋으면 여기서 원래의 뜻까지 연상해낼 수도 있다. 두 번째의 예를 들자면, '모 씨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라는 기사를 보았을 때 일반인은 '심근경색'이라는 단어를 처음 볼 경우, 이것이 심장에 생긴 병이라는 것은 유추할 수 있어도 어떻게 아프다는 것까지는 유추하기 힘들다. 그러나 '心筋梗塞'이라는 표기는 정확한 정의까지 알 필요는 없어도 '심장 근육 쪽이 막혀서 생기는 질병'이란 것까지는 유추하게 해 줄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이 세상의 모든 단어를 어렸을 때 미리 배워놓지 않은 이상 필연적으로 자주 일어나게 되는 사례이며, 이런 문제가 대체로 더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국한문혼용문은 한글전용문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쉬운말로 개편해서 씀으로써 해결하는 것은 압축성이 좋은 한자어에 비해 더 풀어서 표현해야 한다. 이로인해 생기는 부담을 '글자수 몇 자 늘어나서 무슨 상관인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언어의 경제성은 꽤나 다방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글자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런 현상을 역행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 방면에서 언어순화 운동이 펼쳐졌는데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단어들만 정착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별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게다가 전문용어를 순화한다고 하는 경우 거의 한자어를 고유어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순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미가 별로 없다.

2.5 전산 자료 입출력에 대하여

2.5.1 국한문혼용론

일본어 IME처럼, 한자 혼용에 최적화된 한국어 IME를 만들면 한자 혼용이 문제없이 이뤄질 수 있다. '한자를 입력한다'를 입력 → 변환 키를 눌러 변환 → '漢字를 入力한다'로 변환됨 → 엔터 키로 확정과 같은 과정을 거쳐 입력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자를 입력하려면 시간이 많이 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론 한글 전용문보다는 한자 혼용문을 입력하는 경우에 시간이 다소 많이 들 것임은 인정하나, 입력하는 사람이 꼭 필요한 한자 몇 글자를 입력하는 시간을 조금 더 들이면 독자들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 독자가 수백만 명이라면, 사회적 능률 저하가 엄청나게 크다. 요컨대, 입력자가 소비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소비하는 시간(의 합)도 생각해야 한다.

국한문혼용문을 입력하거나 직접 쓸 때 생기는 불편함은 과대평가되고 있다. 먼저 국한문혼용문과 한글전용문을 각각 컴퓨터로 입력했을 때 생기는 현저한 입력 속도의 차이는 점점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20세기에는 기술 발달의 부족으로 한자 활자를 일일이 찾아서 인쇄하거나 한자를 한 글자씩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지만, 이런 얘기는 현대, 특히 2010년대에 들어서는 '새나루', 'SCIM' 등의 국한문혼용문을 감안한 입력기가 나오면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말이 되어가고 있다.[17] 국한문혼용문 입력기의 입력 속도가 한글전용문 입력기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은 일본어 입력기의 예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어를 입력할 때는 동음이의어가 나올 때마다 문자열에서 알맞은 단어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입력할 때보다 훨씬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입력기가 주위 문맥에 맞게 단어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까지 프로그래밍 기술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입력 속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이미 윈도우 IME에서는 단어단위의 한자 변환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컴오피스 한글에서는 오래 전부터 단어 단위의 한자 변환을 사용해 왔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국한문혼용 지지자는 1~2000자 정도의 완곡한 국한문혼용을 주장하며, 모든 고유명사나 인명, 지명을 한자로 표기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지지자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만약 모든 고유명사나 인명, 지명은 현행대로 한글전용으로 하되 문장 텍스트에만 제한된 국한문혼용을 적용한다면, 꾸준히 IME 프로그램을 다듬는 정도의 작업은 필요하겠지만 중국이나 일본처럼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변환입력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없다.

2.5.1.1 한국내 모바일 환경과 한자 입력

'모바일이나 포터블 환경에서의 한자 입력기 개발은 관심조차 못 받고 있다' 라고 주장하며 국한문혼용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수의 소수에 대한 폭력과 같은 것이다. 이미 국가 정책이 한글 전용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국한변환 기능을 개발해서 추가하는 일은 기업이 굳이 할 필요가 없었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또한 일본도 초기 형태의 전자기기에서는 해상도 문제로 한자를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흔했고, 한국도 그런 맥락에서 초기엔 한글 입력만 지원되는 전자기기와 포터블 기기가 개발되었고, 기술의 발달로 한자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중국/일본에서는 해상도 문제 및 기술적 난점이 해결되는 시점부터 한자 텍스트 표현 및 입력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발되었으며, 그 시점에서 그대로 한자가 사장되어 버린 한국에선 한자변환 입력을 할 일이 없어지니 그에 대한 개발이 미진해진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국한문혼용이 사회 전반에서 사용이 된다면 당연히 변환 프로그램은 개발 될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미 개발 된 IME 프로그램이 있으며, 1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이를 응용하는 정도로 모바일 환경에 도입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한글전용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표해진다.

2.5.2 한글전용론

국한문혼용문은 한자만 쓰는 것이 아니라 한글도 써야 한다. 두 개의 문자 체계를 굳이 유지하는 것은 글자를 더 적는 데 따르는 시간적 소비도 크고, 잉크나 공간 낭비 등의 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국한문혼용은 문자를 입력하는 사람이 수백, 수천만 명일 경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들 모두가 한글 이외에도 상용 한자 수천 자를 추가로 익히고, 따로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더 큰 사회적 불편이다. 또한 가독성이 떨어지는 국한문혼용문을 쓴다는 것 자체부터 시간낭비이다. 더구나 실시간 쌍방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현대의 환경에선, 굳이 한자를 더 입력하는 번거로움과 시간적 낭비를 할 바에는 차라리 그 시간에 더 많은 대화를 하는게 의미전달에 더 효과적이다.

또, '입력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만 보면 별 문제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입력기를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엄청나게 복잡하고 고려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만약 한국어 IME를 일본어 IME처럼 뜯어고친다고 하면, 준비에 들어가는 노력과 막대한 비용이 든다. 거기에다 한번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예를 들어 IME 데이터를 수시로 업데이트해 줘야 하기 때문에 돈이 무진장 깨지며 실제로 일본어 IME는 인터넷 연결을 통해 사전을 수시로 자동으로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사전 데이터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 아니며, 이 사람들도 당연히 돈 받고 일한다. 이 모든 것들이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2.5.2.1 프로그램 및 입력장치의 전면적인 개조 필요

한국어 입력을 지원하는 모든 프로그램들을 뜯어고쳐야 하며, 키보드도 같이 뜯어고쳐야 한다. 한자 혼용을 잘 하기 위해서는 단어 단위로 변환되는 IME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어 IME는 어디까지나 '한 글자'를 조합하는 데 최적화돼 있고, 여러 글자를 조합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한국어 IME에서 다음 글자를 입력하려고 하면 그 앞의 글자는 조합이 이미 끝난 상태가 된다. 예를 들어 '한국어'라는 단어를 입력한다면(밑줄 친 글자는 조합 중인 글자), → 한 → 한 → 한 → 한국 → 한국와 같이 된다. 상태에서 ㄱ을 누르면 한이 되지, 한ㄱ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어 단위 변환이 가능하려면 마지막 낱자인 ㅓ까지 쳤을 때 한국어와 같이 '어'뿐만 아니라 '한국어'의 조합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한국어인 상태에서는 '한국어' 전체를 한자로 변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한국일 때는 '어'만 한자로 변환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한국어 IME는 한 글자씩만을 조합한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상태이고, 따라서 한자 혼용에 최적화된 IME를 만들기 위해서는 IME의 구조를 뜯어고치기 전에 한국어 입력을 고려한 모든 프로그램을 뜯어고쳐야 한다. 한국일 때 '한국어' 전체를 한자로 변환 가능한 건 어디까지나 일부 워드 프로세서에 한정될 뿐이고, 이런 워드 프로세서들은 어디까지나 자체적으로 입력 시스템을 구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단어 단위 변환이 지원되는 환경에서도, 변환 후보에 한자로만 된 단어만 있고 한자와 한글이 섞인 단어와 한글로만 된 단어는 없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서 '위해'를 변환하면 危害만 나와서는 안 되고 '爲해'도 나와야 하고, '가면'을 변환하면 假面만 나와서는 안 되고 한글로만 된 '가면'도 나와야 한다. '사회를 위해 돈을 기부한다', '경주에 가면 첨성대를 볼 수 있다' 등을 입력하고 변환했을 때 危害, 假面만 튀어나오고 '爲해', '가면'이 나오지 않으면 제대로 된 IME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일본어 IME는 이런 '爲해', '가면'과 같은 경우까지 고려해서 한자와 가나가 섞인 단어 또는 가나로만 된 단어도 변환 후보에 나온다.)

또한, 한국어 키보드는 타자기 시절부터 이미 하나같이 한글전용체에 최적화된 상태로 만들어져 왔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국한문혼용체에 최적화된 키보드의 개발이 불가피하다. 참고로 일본어 키보드는 이렇게 생겼는데, 국한문혼용체에 최적화된 키보드도 이와 비슷하게 만들어질 것이다. 일본어와는 달리 한국어는 띄어쓰기를 하기 때문에, 일본어 IME와는 달리 space로 변환을 할 수 없고 한자 변환 키와 space 키가 반드시 따로 존재해야 하며, 한자 변환이 빈번해질 것이므로 한자 키의 넓이를 늘리고 space 키의 넓이를 그만큼 희생해야 한다. 즉 한자 키는 왼손 엄지로, space 키는 오른손 엄지로 눌러야 하게 되는데, space를 왼손 엄지로 누르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불편할 것이다. 또한 한/영, 한자 키가 따로 없는 키보드에서는 한/영에 오른쪽 alt, 한자에 오른쪽 ctrl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일단 윈도 기본 값을 기준으로 한다), 오른쪽 ctrl은 크기가 작고 새끼손가락으로 누르므로 자주 누르기 불편하다.

2.5.2.2 빈도 순으로 된 사전 데이터를 마련해야 한다.

한자 혼용을 하려면 단어 단위 한자 변환을 위한 사전 데이터가 필요하며, 데이터의 배열은 효율적인 변환을 위해서라면 빈도 순으로 해야 한다. 국어사전에서 단어들을 추출해도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데, 국어사전의 표제어 배열 순서는 빈도보다는 한자의 획수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찌어찌 해서 빈도 순 사전 데이터를 마련한다 해도, 세월이 지나면서 단어의 빈도도 바뀌기 마련인지라 효율적인 변환을 위해서라면 수시로 IME 사전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줘야 한다.

또한 효율적인 변환을 위해 일본어 IME의 학습 기능[18]을 도입할 경우, 전자 기기를 새로 살 때 불편해지며(변환 결과들을 자신에게 맞게 만들어야 하므로), 남의 컴퓨터에서 입력을 해야 할 때는 자신도 한자로 변환하는 결과가 컴퓨터 주인에게 맞춰져 있으므로 입력이 불편하게 되고, 그 컴퓨터의 주인에게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게 된다. 자신이 자주 쓰는 말을 그 컴퓨터의 IME가 기억하게 되기 때문이다. 러키☆스타 애니메이션을 봤다면 23화의 이 사례를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2.5.2.3 형태소 분석기의 도입 필요성

효율적인 변환을 위해서라면 문맥에 따라 자동으로 적절한 한자를 한번에 선택하도록 IME를 '똑똑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IME 내부에 형태소 분석기를 도입해야 하는데, 이 형태소 분석기를 만들기는 정말 장난 아니게 힘들다. 예를 들어 '위해'를 입력하고 변환할 경우 이것이 '위하다'(爲하다)의 활용형인 '위해'(爲해)인지, '위험과 재해'를 뜻하는 단어 危害인지를 IME가 한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위해'를 치고 한자 변환했을 때 '爲해'가 나오는 IME는 아직 없으며, 번역기조차 형태소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対抗して時代나 必要韓紙, 設設定長いこと 같은 오역을 내뱉는 것을 보면, IME가 이러한 형태소 분석을 제대로 한번에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문맥에 맞게 한번에 잘 변환하게 만들려면 어떤 단어가 어떤 단어와 잘 어울려 쓰이는지를 정리한 데이터도 있어야 하는데[19], 이 데이터를 마련하기는 정말 장난 아니게 어렵다. 게다가 아무리 형태소 분석기의 성능이 좋고 데이터가 잘 만들어져 있어도 IME가 사람이 아닌 이상 IME의 판단이 완벽하다는 보장도 없다. 예를 들어, '인도로 간다'라는 문장의 경우 그 인도가 人道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印度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문장을 입력하는 사람이 둘 중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컴퓨터가 알 길이 전혀 없다. 그래서 IME는 '인도'에 대해 人道와 印度를 모두 제시할 것이고, 그중에서 알맞은 것을 사람이 직접 고를 수밖에 없다.

결국 IME가 자동으로 변환해 준 문자열을 사람이 눈으로 확인해 봐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2.5.2.4 한국내 모바일 환경과 한자 입력

컴퓨터에서의 입력기 개발은 그나마 약간의 관심이라도 받지만. 모바일이나 태블릿 환경에서의 한자 입력기 개발은 관심조차 못 받고 있다. 그나마 스마트폰 앱 중에 두세 개 정도 존재하지만 핸드폰에서 한자 입력은 험난하다. 특히 휴대전화 입력기의 보급에 따라 삼성 갤럭시 같은 경우 언어 설정을 중국어로 바꾸면 간체자 입력이 되지만 한국어에서는 한자 입력이 안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미 한국에서 한글이 지원되는 휴대전화가 처음 개발되던 시절부터 한자를 섞어 쓰지 않아도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메모리 확보 차원에서 아예 한자를 지원하지 않았고, 이러한 관행이 스마트폰 시절까지 그대로 이어져 스마트폰의 기본 한국어 입력기는 한자를 지원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5.2.5 신조어와 고유 명사 문제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전산용 국한문혼용체 입력 방법이 존재하며 이들의 성능이 우수하다 하더라도, 결국은 일본어 입력기가 그러했듯이 여기서부터는 한자의 특성상 어쩔 수가 없다. 신조어가 생길 때마다 꼬박꼬박 IME에 넣어 줘야 한다. 그리고 한자 혼용을 한다면 고유 명사 또한 반드시 한자로 쓰게 될 텐데, 유명인이 생길 때마다 그 유명인의 이름을 꼬박꼬박 IME에 넣어야 한다. 게다가 이런 것들이 수백 년이 지나서 쌓이고 쌓이면 IME 사전 데이터만 몇 기가에 달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인명을 한자로 입력하는 것은 정말 불편하다. 일본어 IME로 인명을 입력할 때 맞는 한자 찾는 데만 몇 분 정도 소요되며, 원하는 한자가 변환 후보에 없으면 개별 한자들을 그 한자들의 다른 독음을 이용해서 입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유명해지기 전에는 すずみや를 치고 변환하면 涼宮가 나오지 않았다. 그 당시에 涼宮를 일본어 IME로 입력하기 위해서는 すずしい 치고 涼しい로 변환한 뒤 しい를 지워서 涼만 남기고, みや를 치고 宮로 변환해야 하는 삽질을 해야 했었다. 유저 사전에 등록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다른 컴퓨터를 쓰거나 휴대 전화를 쓴다면 유저 사전도 그다지 좋은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컴퓨터나 휴대 전화가 똑같은 유저 사전을 공유하지는 않으며, 유저 사전을 쓸 수 없는 환경도 있다. 실제로 성우 마츠오카 요시츠구(松岡 禎丞)의 이름 禎丞는 よしつぐ로 변환해도 나오지 않고, 동방 프로젝트어떤 마술의 금서목록의 등장인물 이름도 별 희한한 게 많기 때문에 입력하려면 저런 삽질을 해야 한다.

한국어 IME로도 마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澈秀라는 이름을 입력하고 싶다고 하자. 그런데 '철수'를 치고 변환하니 哲秀, 徹秀 등 후보가 너무 많아서 후보에 澈秀가 있더라도 원하는 후보 澈秀를 찾는 데에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고, 반대로 후보에 澈秀가 없어서 澈秀를 입력하기 위해 추가적인 삽질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2.5.2.6 인명용 한자 처리 문제

게다가 인명에 쓰이는 한자를 문제없이 처리하기 위해서는 IME 데이터 업데이트뿐만 아니라 글꼴도 뒷받침돼야 한다. 현행 완성형은 모든 인명용 한자를 포함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모든 인명용 한자를 문제없이 출력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명용 한자를 지원하는 글꼴을 제작해야 하며, 새로운 한국어 문자 집합도 제정해야 한다. [20] 게다가 인명용 한자가 정해진 건 1990년대 초반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이름이 붙은 사람들 중에서는 유니코드에도 없는 벽자를 쓰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의 TV 연출가이자 영화 감독, 프로듀서 중 한 사람은 이름에 禾변에 斉가 붙은[21], 유니코드에도 없는 글자를 쓴다. 이에 관한 극단적인 사례로는 山+幷이 있는데(유니코드에는 등재되어 있으나 일부 환경에서는 지원되지 않는다), 이것은 훈음조차 없는 글자다.

이와 같이 유니코드에 없는 글자가 있으면 그 글자들이 유니코드에 등록되기 전까지는 사용자 영역에다가 그 글자들을 따로 배당해 써야 하는데, 개인 혹은 단체마다 같은 글자에 대해서 다른 코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정보 교환에 엄청난 걸림돌이 된다. 사용자 영역을 쓰는 모든 사람들이 사전에 합의하지 않는 한(그리고 사전에 합의할 생각이라면 그냥 유니코드에 정식으로 배당받아서 쓰는 게 몇천 배는 낫다), 같은 A라는 글자가 어떤 컴퓨터에서는 U+E000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컴퓨터에서는 U+E100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러면 같은 A라는 글자를 표현하기 위해서 어떤 컴퓨터에서는 U+E000을 쓸 것이고 어떤 컴퓨터에서는 U+E100을 쓸 것이며, 따라서 제대로 정보 교환이 될 리가 없다. 그리고 일부 검색 엔진은 사용자 영역 문자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 영역 문자를 쓰면 검색도 제대로 안 된다.
그리고 유니코드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어떤 한자가 추가됐는지를 확인해서 사용자 영역의 문자를 유니코드에 정식으로 배당된 문자로 바꿔 줄 필요가 있다. 반면 현대 한글은 유니코드 2.0(1996년)부터 모두 유니코드에 들어가 있다.

2.6 한자의 자형에 대하여

2.6.1 한글전용론

한자에는 자형이 비슷한데 의미가 전혀 다른 한자들이 많은데, 다음의 예를 보자.

日 날 일曰 가로 왈秦 나라 이름 진奏 아뢸 주
貨 재물 화賃 품삯 임申 원숭이 신甲 갑옷 갑
鳥 새 조烏 까마귀 오鳴 울 명嗚 슬플 오
天 하늘 천夭 일찍 죽을 요午 낮 오牛 소 우
眠 잠잘 면眼 눈 안人 사람 인入 들 입
施 베풀 시旅 나그네 려大 클 대犬 개 견
見 볼 견貝 조개 패往 갈 왕住 살 주
辛 매울 신幸 다행 행土 흙 토士 선비 사
侯 제후 후候 기후 후赤 붉을 적亦 또 역
情 뜻 정惰 게으를 타幻 허깨비 환幼 어릴 유

표에 나와 있는 예시를 보듯이 한 획 차이로 의미가 선명하게 갈리는 한자들이 이보다 훨씬 많으며, 더 나아가 낮 오, 소 우처럼 획수 자체가 똑같고 한 획을 길게 쓰느냐의 차이로 의미가 다른 한자들이 적지 않게 있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한자만 따져도 수천 자가 넘는 현실에서 이렇게 닮은 꼴 한자가 많다면 사용자가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사용자가 불완전한 인간인 만큼 기억력의 한계 및 부주의 등으로 본의 아닌 실수를 해 한자를 잘못 읽을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판국인 만큼 90년대 중반 이전엔 닮은 꼴 한자로 인해서 벌어진 해프닝이 많이 벌어졌다. 특히 국한문혼용이 활발했던 신문상에서 이런 일이 많이 벌어졌는데, 하도 유명해서 나무위키에 항목이 만들어진 견통령을 비롯해 이승만 대통령의 이(李)를 계절 계(季)로 잘못 써서 정간 먹은 신문도 있었고, 한 교열 기자가 '주택사업 백지화'를 제목으로 달면서 '백지화(白紙化)'를 한자로 쓰려 했는데, 흰 '백(白)'자에 가로줄 한 획 차이 나는 스스로 자(自)를 쓰는 실수를 저질러 결국 결과는 아주 이상한 어감의 '자지화(自紙化)'……가 되어 버린 사례도 있었다. 참고로 이런 오탈자 사례는 한자 사용이 빈번한 중국, 일본에서도 많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에서 원자바오(温家宝) 총리의 보(宝)자를 집 실(室)로 잘못 적은 대형 사고가 있었는데 이 일로 관계자 17명이 문책을 당했으며, 일본의 경우 80년대 요미우리 신문에선 메이지 대제(明治大帝)의 대 자를 개 견(犬)자로 오자를 내는 망신을 당했다.

이런 해프닝이 비단 신문상에서만 구현된 것이 아니다. 1986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사회자를 맡던 영화배우 L이 유격수 발표에서 '김재전'이라는 선수를 호명했다. 하지만 시사회 분위기가 한순간에 넉다운되었는데, 김재전이라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후에 그 이유가 밝혀졌는데 김재박(金在博) 선수의 '박'을 전할 전(傳) 자로 잘못 읽어 생긴 실수였다. 그리고 이 이후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수상자 이름을 한글로 적는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한자를 같이 혼용한다고 해서 동음이의어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 오탈자로 인한 의미 혼란 문제가 생겨 버린다. 지면이 훨씬 넓은 신문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는데, 크기에 제한이 있는 스마트폰에서 한자를 보면 미세한 획이 잘 구별이 안 되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닮은 꼴 한자로 인한 오탈자는 발생 시 독자가 알아서 문맥에 의지하던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 걸러낼 수밖에 없는데, 작성자 및 독자의 수준이 낮은 경우엔 문맥에 따라 구분하지 못하고 오자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엄밀히 말해서는 '홋(ㅎㅗㅅ)카이도'를 누군가가 '훗(ㅎㅜㅅ)카이도'로 잘못 보고 '훗카이도'로 쓴 게 퍼지기도 하고, '퀄(ㅋㅝㄹ)리티'를 누군가가 '퀼(ㅋㅟㄹ)리티'로 잘못 보고 '퀼리티'로 쓴 게 퍼지기도 하는 등 한글도 예외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글 전용과 국한문혼용의 논쟁에서 이 점은 '이미 한글만으로도 오탈자 및 오독이 일어날 가능성이 꽤 있는데, 한자까지 혼용한다면 오탈자 및 오독이 더 심하게 일어날 것이다.' 정도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글에서의 오탈자는 틀렸을지언정 보면 무엇을 의도하고 쓴 글인지 알 수 있는 반면, 한자의 경우에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른 뜻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고 원래 의미를 유추할 수 있을 정도라도 그 오자 자체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2.7 한자문화권 화자들의 국한문혼용체 이해도에 대하여

2.7.1 한글전용론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 해도 중국어 화자가 일본어를 읽으려면 일본어를 배워야 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것처럼 중국어 또는 일본어 화자가 한국어를 읽으려면 한국어를 배워야 함은 당연하다. 저 앞의 의미 유추 관련 문제에도 있지만 한자의 뜻풀이에 의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고유 명사가 큰 문제인데,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 '大田에 갔다'라는 문장에서 大田을 대전광역시가 아닌 그냥 '큰 밭'으로 잘못 해석할 수도 있다. 역내 안내표기도 타는 곳, 갈아타는 곳, 나가는 곳 식으로 순우리말 표기로 되어 한자 혼용할 부분이 없고 중국어나 일본어를 별도 표기를 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간화자, 일본은 일본식 약자(신자체)를 사용하는 등 한자의 모양이 다르다. 당장 運轉만 해도 일본에서는 運転이라고 쓰며, 중국에서는 运转이라고 쓴다. 특히 간화자는 한자의 모양을 심하게 줄여 정체자와 모양이 심하게 이질적인 경우가 많아, 정체자만 공부한 사람은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한국어를 모르는 중국어 또는 일본어 화자가(일단 간화자/신자체 문제는 제쳐 두고, 글자를 알아봤다고 치자) '自動車를 運轉하다'라는 문장을 보고 차를 운전한다는 얘기임을 알 수 있는 건 단순히 自動車, 運轉이라는 단어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어진 문장이 '여기서 自動車를 運轉하지 마십시오'와 같은 부정문이라면 한국어를 모르는 중국어 또는 일본어 화자가 정말로 저 문장을 보고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금지한다는 의미를 떠올릴 만한 기호라도 함께 있으면 대충 파악할 수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없다면 오히려 자동차를 운전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차라리 그냥 한글로 '여기서 자동차를 운전하지 마십시오.'라고 쓰고 영어로 Please do not drive a car here.라고 병기하는 게 훨씬 낫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워지는데, 일본어를 모르고 한자만 아는 한국어 화자가 ここでは自動車を運転しないでください。라는 문장을 보고서 운전하지 말라는 부정의 의미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어 또한 부정을 나타내는 요소를 한자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유 명사 문제나 부정문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에서 쓰는 한자어들이 저마다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나라별로 의미가 다른 같은 글자의 한자어, 같은 의미의 나라별로 다른 한자어 항목 참고. 예컨대, 애인(愛人)이라는 단어는 중국어에서는 '배우자'를 뜻하고 일본어에서는 '애첩'을 뜻하지만 한국어에서는 그냥 '연인'의 동의어로 취급된다. 중국어(또는 일본어) 화자가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愛人이라는 단어를 보고 '배우자'(또는 '애첩')라는 뜻으로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요컨대, 한국어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을 쌓아야 하는 것은 한글로만 쓰나 한자를 섞어 쓰나 매한가지 이므로 차라리 그냥 한글로만 쓰는 게 낫다. 애초에 한국어는 한국어 화자들을 위한 언어라는 점은 당연하다. 즉, 한국어 화자들이 잘 쓰면 됐지 일일이 다른 언어의 화자까지 배려해 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2.7.2 국한문혼용론

국한문혼용론에서는 한글전용론의 위와 같은 주장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본다. 한국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고, 국한문혼용을 중국인이나 일본인의 편의를 위해 시행하자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이다.

다른 언어의 화자를 배려해서 국한문혼용을 시행하자고 주장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다만, 국한문혼용체를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일부나마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 국한문혼용을 시행함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로 본다고 하는 것이 맞다.

사실, 지명의 유래를 굳이 중국이나 일본, 대만 등의 외국인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것이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한문혼용을 시행하면 어느정도의 부수적 정보전달 효과는 당연히 얻는다. 일본에 東海道, 上野라는 지명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동쪽 바다의 길이라던가 윗쪽 들이라고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오해할까? 부산(釜山)은 가마솥의 산이겠구나 라고 생각할까?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지명은 대도시의 경우에 자연스레 알려지기도 하고,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나 마을 이름 이라도 그것이 지명이라는 것 정도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각자 서로가 당연히 인지한다. 널려있는 표지판과 각종 정황상 그것을 한 고유명사로써 인식한다. 田中(전중)은 다나카 라는 일본의 성씨이지만 이 사람의 이름이 쓰여진 명함을 보고 밭 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따윈 없다.

위에서 한자 혼용이 불가능한 부분이라고 언급된 '갈아 타는 곳', '타는 곳', '나가는 곳' 도 換乘, 乘降場, 出口로 표기하면 될 뿐이다.

파일:7호선 노선도.jpg
도시철도공사 7호선의 노선도이다. 한글전용론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화자를 일일이 배려해 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한글전용을 함으로써 중국식 한자와 일본식 한자까지 일일히 배려하여 주고 있다. 4개국어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지저분한 데다가 정보전달성도 떨어지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파일:Rome metro2.gif
로마 메트로의 노선도이다. 전부 이탈리아어 표기인데다가, 영문표기라곤 달랑 테르미니역(TERMINI)과 다빈치 공항역(FIUMICINO)에만 붙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독일어 등의 인접국가 화자를 위해 일일이 각국어로 표기가 되어있지 않다. 로마자를 보고 알아서 다니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한국인과 일본인도 저 노선도를 보고 다녀야 한다. 서울의 노선도와 로마 지하철의 노선도 양자 중 어디가 더 깔끔하고 시각적 정보전달성이 좋은 지는 설명이 필요없다.

7호선 노선도가 만약 국한문혼용으로 쓰여져 있다면 한국식 한자만 써놓고 알아서 다니라고 하면 된다. 로마자표기는 당연히 있으니 정 안되면 영문표기를 보라고 하면 된다. 어느 쪽이 타 언어 화자를 일일이 배려해 줄 필요가 없어지겠는가?

대전광역시(大田廣域市)를 큰 밭 광역시 라고 해석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중국인이나 일본인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한자문화권의 언어 체계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낼 뿐인 주장이다.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한자 문화권의 화자들이 한국어를 잘 모르더라도 한자를 혼용하면 그 한자를 보고 의미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동아시아권에서 한자(정제차)는 통용된다 - 한국·중국본토·일본은 전부 다른 글자체를 쓰고 있다는 것이 주요 문제로 떠오를 수 있겠지만, 한국인이 신자체나 간체자를 못 읽는 일은 많을지 몰라도 거꾸로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한국의 정체자를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국부터 설명하면, 頭↔头, 義↔义, 邊↔边처럼 원형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한 간체자도 있으나 이는 전체 간체자에 비하면 굉장히 작은 양이고(그마저도 자기들끼리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간체자는 訁↔讠, 見↔见, 車↔车, 門↔门과 같이 자주 쓰이는 한자만 바뀐 거라서 이를 역변환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대만이나 홍콩처럼 간체자가 미보급된 중요 중화권 지역도 있고 본토에서도 노래방 가면 가사가 다 번체자로 나오는지라, 중국에서는 번체자와 간체자 양쪽을 접할 경로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중국에서는 읽는 데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리지만 정체자를 이해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전근대 및 그 이전에 쓰인 일본어 텍스트는 전부 정체자(일본어에서는 구자체(舊字體)라 함)로 되어 있고[22] 일본의 교육 과정에는 고전 일본어와 한문을 배우는 것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학교에서는 일부 텍스트를 가르칠 때를 제외하고는 정식으로 구자체를 가르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일본의 상용한자 중에서 신자체는 365자인데 그 중에서 61자는 구자체와 신자체가 유니코드 상에서 통합되어 있을 정도로 자형의 차이가 없고, 물론 유니코드 상에서 통합되어 있지 않지만 자형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들도 있고, 豊이나 替같이 일본의 신자체가 한국의 정자체인 예도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일본의 한자와 한국의 한자는 차이가 거의 없다. 또 龍(竜), 澤(沢), 邊(辺) 같은 한자들은 인명이나 지명에서 자주 구자체로 등장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은 읽을 수 있다. 즉 일본에서 구자체를 이해하는 수준은 한국에서 신자체(아니면 국한문혼용체)를 이해하는 수준, 혹은 그보다 더 높은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문어체로 된 문장의 경우 웬만해서는 현대일본어로 번역을 제공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역사적 가나 표기법으로 쓰여 있든 정체자로 되어 있든 그런 거 다 씹고 그냥 번역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 한자의 상당수를 공유한다 - 한자문화권은 언어동조대라고 불릴만큼 상당히 많은 양의 한자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어·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한국한자를 꿰차고 있으면 익숙한 한자어가 굉장히 많이 보여서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갔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물론 한중일끼리 동형이의어, 동의이형어가 존재하고 한중일 화자들이 서로의 언어를 배울 때 이런 단어들을 주의하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나무위키에 동형이의어랑 동의이형어에 대한 항목은 존재하는데 동형동의어에 대한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동형동의어의 수가 한중일끼리의 동형이의어, 동의이형어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고, 또 동형동의어의 수가 많지 않았다면 한중일 화자끼리 '이런 단어들을 주의하라'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 '한중일의 한자어는 아예 다른 것으로 봐야 한다'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그만큼 한중일끼리의 한자어의 유사성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참고로 이 논문에 의하면 '구 JLPT출제기준'에 등장하는 두 글자의 일본한자어 2060개 중에 90%는 한국에도 동형어가 존재한다고 한다.
  • 한자의 어순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책이나 인터넷 같은 곳에서 한국어를 접할 때는 보통 완전한 문장의 형태로 접할 것이고, 그런 형태의 글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어야 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도로의 표지판이나 간판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한국어는 보통 완벽한 문장의 형태가 아닌 한자어의 나열이다. 이는 한자문화권의 언어를 한자로 표기하면 중국어 및 한문 특유의 고립어의 특성이 어느 정도 살아나서 압축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기서 自動車를 運轉하지 마십시오'와 같은 문장 대신 '自動車專用道路終點'이라는 표기를 더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 車를 세우지 마십시오'와 같은 긴 문장 대신 '駐停車禁止區域'이라는 한자어의 나열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 외에 '2號線 換乘', '出口', '昇降機' 등의 단어는 설령 동형동의어가 자국에 없더라도 한자문화권 화자들이 뜻을 유추하기 굉장히 쉬운 단어들이다. 모든 주위 상황에서 한국어가 이렇게 단어 형태로 되어 있을 것이라고 100%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외국인이 일상생활에서 한자어나 한자어가 들어간 한국어의 뜻을 정반대로 이해할 가능성보다는 제대로 유추해낼 가능성이 더 크다.
  • 별도의 외국어 표기 없이 우리말로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 그리고 국한문혼용체를 쓰면 한자문화권 화자들이 좀 더 잘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에서 국한문혼용체를 사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한자문화권 화자들이 수월하게 이해하는 그것 때문만일 수는 없다. 국한문혼용체는 한자 문화권 화자를 배려하는 용도로 쓰는 것이 아니며, 글을 국한문혼용체로 쓴다고 해서 갑자기 한국어가 외국어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또한 외국어를 추가로 표기하는 부담 없이 자국어만으로도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다. 한국인이 홍콩 여행을 가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홍콩에서는 거의 아무 곳에서도 한국어를 볼 수 없고 중국어(번체) 혹은 중국어+영어 표기만 볼 수 있다. 하지만 'bus', 'taxi', 'aluminium', 'plastic' 같은 우리말에도 외래어로서 존재하는 매우 기초적인 영어와 상용한자 정도만 알고 있으면 길 찾아가고 여행하기 굉장히 편하다. 또한 이런 면에서 볼 때, '차라리 중국어와 일본어를 따로 표기하는 게 낫지 않느냐', '실제로 역명판도 그런 식으로 바뀌고 있다'라는 의문도 반박이 가능하다. 한자 문화권 화자들을 일일이 중국어와 일본어를 써가면서 배려해주지 않아도 국한문혼용체를 쓰면 그들에게 알아서 도움이 된다.
철도의 경우, 역명을 한글과 한자로 병용하고 있으나 한자표기란에 한자어가 아닌 지명이나 단어의 경우 한글 표기 할 수 밖에 없어 '서울大入口' '까치山' '加山디지털團地' 같은 표기를 한데 대한 비판하는 기사가 있었다. 그러나 지하철 역명의 한자 표기는 어디까지나 한자 지명을 확실히 새겨 둠으로서 동음이의 지명으로 오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어 표기의 연장 선상이며, 한국어의 범주에 속하는 국한문혼용체로는 '서울驛'표기가 맞는 것이고[23] 이를 중국인이 알아보게 '首尔站'로 표기하는 것은 한국어를 벗어난 중국어 표기가 되어버린다.

2.8 단어 사용의 오류 및 단어 의미 변질 문제

2.8.1 국한문혼용론

한글전용으로 바뀌고나서 생기는 단어의 미묘한 사용 오류 범례 혹은 그 사용례가 국어사전에서 정식으로 인정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테면 '폭발'을 폭로 사용하는 오류, 현재시각(現在時刻)'은 현재'시간'으로 1월은 '1월 달'로 (1月에 이미 '달'이라는 의미가 함유), 세수(洗手, 손을 씻는다는 의미에서 얼굴을 씻는 의미로 변질) 문외한은 무뇌한 무난문안을 혼동하는 사례와 같은 오류가 범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용의 오류 범례를 보면, 사용자가 한자어로 구성된 단어를 한글이라는 기호와 음성(音聲)으로만 머리 속에 기억하고 이를 사용함에 있어 감(感)에 의존한 어휘사용으로 미묘한 차이가 무시되어 종국에는 많은 국어의 어휘 파괴를 초래할 위험이 될 수있다.

국어사전에서 '구루마'를 쳐보자. ‘수레1(바퀴를 달아서 굴러가게 만든 기구)’의 잘못. 이라고 나온다. 손에 들고 있는 가이드북에 '이곳에는 가지 마시오'라고 적혀있다면 그건 가이드북(안내서로서의)이 아니고 지침서다. 언어의 변천이라는게 어느 순간 사전과 국립국어원에서 A라는 단어를 오늘부터 B라고 바꾸겠습니다 땅땅땅 하고 바꾸는게 아니다.라고 하는데 바로 그걸 국립국어원이 하고있다(...)

효과(效果)도 민간에서 이미 '효꽈'라는 발음으로 널리 사용되는데 국립국어원에서는 무조건 된소리를 회피하라며 '효과'라는 발음이 맞다고 개정하여 이미 방송국 아나운서들은 이를 준수한 발음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어떻게 민간에서의 자연스런 언어의 변천과정을 반영한 사례인가? 미류나무는 미루나무로 바꾸면서 어느쪽이 맞는 방향인지 갈팡질팡 하면서 제대로 된 잣대조차 갖추지 못한 채 국어 정책을 펴고 있는 곳이 국립국어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에서 흔히 '짜장면'이라 불리는 음식도 '자장면'의 잘못 이라고 쓰여있었다. 민간에서 단지 흔히 쓰인다는 이유만으로 국어사전에 단어가 등재되지 않으며. 국립국어원에서는 분명히 자기들만의 기준대로 국어사전을 이용해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어족은 이 문제와 애초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예를들어, 공항(空港) 광장(廣場)이란 단어는 서로 어족적 관련이 전혀 없는 한국어/중국어/일본어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단어이다. 언어동조대적 관점에서 바라볼 문제다.

그리고 한자를 사용하면서 한자를 오독하는 사례를 지적하며 한자의 단점을 지적하는데, 원래 한자라는 문자가 극히 일부지만[24] 2~3가지 정도의 독음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이 또한 언어생활을 풍족하게 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볼 여지가 있다. 한글전용으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훼손을 회손으로 표기하는 일 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것이 한자라는 문자체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국어 교육과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의 소양에 관한 문제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2.8.2 한글전용론

한글전용으로 바뀌고나서 생기는 단어의 미묘한 사용 오류 범례 혹은 그 사용례가 국어사전에서 정식으로 인정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언어의 가변성을 간과한 주장이다. 애초에 고대 이집트어같은 사어가 아닌 이상 언어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전에 쓰였던 말이 지금은 쓰이지 않게 되는가 하면 예전에는 없던 말이 생겨나서 쓰이게 되는 것으로 한 예로 '짜장면'이라는 단어의 경우 본래 '자장면'(←炸醬麵)만 표준어였고 '짜장면'은 비표준어였다. 그러나 언중이 '자장면'보다 '짜장면'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되자 국립국어원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짜장면'도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만약 한자로 炸醬麵이라고 썼더라도 달라질 건 없는 것이 애초에 炸醬麵을 한국 한자음으로 읽으면 '자장면'이 아니라 '작장면'이 되는 건 둘째치고 한자는 표음 문자가 아니기 때문에 음운의 표지라는 것이 없으므로 언중이 炸醬麵이라는 표기를 보고 '짜장면'이라고 읽지 않았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한자를 본음과는 다르게 읽는 속음이라는 문제가 바로 이 점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예를 들어, 粘과 秒의 경우 '념'과 '묘'로 읽어야 하는데 粘의 경우 占에 이끌려서 '점'이라고 읽은 것이 굳어져 버렸고 秒의 경우 少를 성부로 하는 抄나 炒의 음에 맞춰 '초'라고 읽은 것이 굳어져 버렸다. 애초에 반절이라는 것 자체가 한자에 음운의 표지가 없다는 문제 때문에 생긴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문제 때문에 정작 어떤 글자가 왜 그 반절인지는 설명할 수 없다. 粘의 경우는 본음인 '념'을 女廉切(ㅕ + ㄹㅕㅁ)이라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지만 정작 粘이 왜 女廉切인지는 설명할 수 없다.

또한, '폭발'(爆發)이라는 단어가 '폭{{{}}}'이라고 잘못 쓰이게 되는 사례가 한글전용 때문이 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 가능한 사례가 있는데, '폭발'이 '폭팔'로 쓰인 것과 비슷한 과정으로 생긴 단어 중에 '백통'이라는 단어가 있다. 한자로 '白銅'이라고 쓰는 '백동'이라는 합금을 가리키는 단어로 본래 白銅의 음에 따라 '백동'이라고 읽다가 '백'의 ㄱ 받침 때문에 '동'의 발음이 강해져서 '백통'이라고도 읽게 되었고 그래서 '백동'과 '백통'은 복수 표준어로 인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국어사전에서는 '백통'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한자어 白銅의 발음이 변한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국한문혼용체가 보편화되던 시절부터 이랬으니 '폭발'을 '폭팔'로 쓰는 사례가 한글전용의 폐단이라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다. 이런 사례가 있듯이 '폭팔'도 나중에는 '백통'의 경우처럼 표준어로 인정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리고 오히려 한자어의 음이 바뀐 단어가 본래 한자어를 밀어내고 표준어가 된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미루나무'가 있다. 본래 '미국에서 온 버드나무'라 하여 미국의 음차 표기로 쓰는 아름다울 미(美)에 버들 류(柳)를 써서 '미류나무'(美柳 -)라 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언중이 좀 더 발음하기 편한 '미루나무'라고 많이 쓰고 '미류나무'는 잘 안 쓰게 되면서 1988년 표준어 규정을 제정할 때 미루나무의 미루가 美柳에서 왔다는 어원 의식을 잃어버려 더이상 미류나무라고 적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보고 결국 미루나무가 미류나무를 밀어내고 표준어가 되었다.

종합하자면 이 문제들은 한글전용으로 인해 생긴 문제가 아니라 그저 언어의 변화 과정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며, 많은 국어의 어휘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이 주장은 '맞춤법 파괴를 언어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주장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어떤 언어던 간에 옛날에 쓰이던 표현이 오늘날에는 '고어' 취급을 받으며 쓰이지 않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이는 한문이나 한국어 모두 예외 없이 적용된다.

그리고 위의 국한문혼용 측 주장대로라면 한자를 사용해서 소리가 잘 보존된다면 모든 한자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소리가 같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당장 훈민정음 언해본의 한자 발음과 현대 한자 발음을 비교해보자. 생각보다 많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한국은 훈민정음 덕분에 소리를 기록할 수 있어서 오랫동안 같은 발음을 보존할 수 있었지, 다른 나라들은 소리 변화가 더 심하다. 당장 중국의 경우 북경어와 광동어는 소리가 심각하게 차이가 나고, 시대별로 비교해보면 현대 중국에서 쓰는 한자어는 명나라 때 정착되었고 그 이전에는 오히려 한국 한자음과 발음이 비슷했다. 이런 한자음의 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여주는 국가가 일본으로, 한자 하나에 시대별로 달라진 소리가 세 가지씩 붙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일본어권이나 중국어권 외국인(제1언어가 사실상 한국어인 한국 화교 포함)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맞춤법 틀리는 때가 많다. 외국어니까 틀릴 수도 있는데, 그들은 한자를 잘 아는 사람들이니 적어도 한자말은 틀리지 않아야 한다(한국 한자음을 모르거나 잘못 아는 것이 아니라면). 하지만 실제로는 한자를 잘 앎에도 한자말을 틀리게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2.9 동명이인 구분에 대하여

2.9.1 한글전용론

동명이인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영어권에도 John Smith가 많지만[25], 영어권에서 동명이인 구분을 위해서 다른 문자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한자 이름에서 각 한자에 뜻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뜻은 그저 상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이름으로부터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지는 않는다. '길동'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인지했을 때 '길'과 '동'으로 분리하여 그 의미를 파악하는 노력은 불필요하기까지 하다.
또한 이름의 뜻과 그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의 실제 상태는 정반대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름에 秀(빼어날 수)가 들어가 있는 사람이 실제로는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개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명이인은 직업이나 소속, 직함 등을 붙여서 구분할 수도 있다. 이름이 정명훈이라면 지휘자 정명훈, 코미디언 정명훈과 같이 구분하면 된다. 오히려 이와 같이 동명이인을 직업이나 소속, 직함 등을 붙여서 구분하는 것이 한자로 구분하는 것보다 더 보편적이며, 실제로 한국어 위키백과나 이곳 나무위키에서도 동명이인을 구분할 때 한자가 아니라 직업이나 소속, 직함 등을 붙여서 구분하고 있다.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영어 위키백과에서도 동명이인을 구분할 때 같은 방식으로 구분한다. 이것은 똑같은 한글 지명을 구분하기 위해 '경기도 광주', '전라도 광주'와 같이 상위 행정 구역이나 주변 지명을 앞에 붙이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법적으로는 주소로, 행정적으로는 주민등록번호로 동명이인을 구분한다. 한자를 동원해도 동명이인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법률 관계나 행정적 서류 등에서 개인을 아주 정확히 식별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한자가 아니라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한자를 쓰지 않는 나라 중에도 동명이인이 많은 나라들이 있는데, 이런 나라에서는 개인을 정확히 식별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고유 번호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본인의 이름 + 생년월일 + 부모님의 이름으로 동명이인을 구별하기도 한다. 즉 한자가 아니라도 동명이인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2.9.2 국한문혼용론

한국인의 이름은 한글로만 적을 경우 동명이인이 너무 많다. 반면 이름을 한자로 쓰면 동명이인이 많이 줄어든다. 또한 한자 이름은 부모나 철학원 등이 심사숙고해서 지으며, 각 한자마다 뜻이 있다. 그러므로 한자 표기가 존재하는 이름은 한자로 적는 것이 옳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보통 성 1자(2자도 간혹 있음) 이름 2자(혹은 1자)의 정형화된 이름으로, 문자 수도 적고 패턴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한글로 적으면 한자로 쓸 때보다 동명이인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데이터의 처리와 보관에 있어서도 동명이인이 많은 점은 심각한 결함으로 지적할 수 있는데, 추후에 백과사전 편찬 과정이나 편집 과정에서 유명인 '김정은'이 난립할 가능성도 한자표기로 완화해 줄 가능성이 높다.

3 방안과 반박

3.1 국한문혼용론

3.1.1 필요한 한자만 표기

중국과 일본처럼 상용한자를 지정해서 그 범위 내에서만 한자를 사용하거나 혼동될 수 있는 어휘에만 혼용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3.1.2 한자 정비 사업

국한문혼용 시행을 위해서는 한자 정비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있다.

자형에 관하여 몇가지 의견으로 갈리는데, 번거로운 정체자를 폐지하고 획수가 적은 약자 또는 자체적으로 간체를 고안하여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 중국의 간자체를 도입하자는 의견, 정체자를 그대로 유지한 형태로 사용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또, 사용 빈도가 낮은 한자는 버리고 1~2천 자 내외로 줄여서 이 2천 자 이외의 한자의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여기서도 의견은 학자, 단체 및 개인에 따라 주장하는 범위가 다소 차이가 있다.

3.1.3 현실적인 제안

한자 사용은 민간 출판물에서는 현행대로 자율에 맡기면 되며, 다만, 국가기관 및 공적기관에서는 600~1000자 정도의 최소한의 사용 범위와 일관된 규칙을 마련해놓고 사용을 권장하거나 사용을 지시하는 방법도 있다. 인명 한자 같은 경우는 이미 인명용 한자의 범위가 정해져 있으며 주민등록증에 한자명은 반드시 반영이 되어있다. 인명의 한자 전산 처리는 현재도 문제없이 되고 있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또 국한문혼용을 추진하는 단체에서는 국가에서 한자 사용에 관한 법률을 정확히 지정하고 한자를 국문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지, 국민 개개인의 언어생활에서 한자 사용을 강제하게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한글 전용으로 소설을 출판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그만이다. 다만 공문서나 국가기관의 문서에는 한자 혼용이 필요하다. 현재도 초/중/고교 교과서에 한자가 병용이 되어 있으나, 신경쓰는 학생은 거의 없다. 읽지도 못할 뿐더러 실생활에서 전혀 사용이 되지 않으니 한자에 까막눈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한자 병용에서 혼용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공교육에서 한자 사용을 견고히 하자는 것이다. 기초수준의 한자 500-1000자 정도는 짧으면 2~3개월 내에도 다 외울 수 있으며, 실생활에서 한자가 사용되면 따로 외우는 데 시간을 들일 필요도 별로 없다.

그리고 IME 관련 문제도 선정된 상용한자가 500-1000자 정도로 적은 경우, 현재 개발되어 있는 국한변환 프로그램만 살짝 다듬어줘도 충분히 쓸 수 있다. 攪亂 같은 것은 교亂으로 하지 않고 일부 문자만 상용한자에 해당하는 단어는 교란처럼 그냥 한글 표기하도록 하게 하면 된다. 일본에서 かく乱등으로 쓰는 표기 방식은 일본어의 문자표기 한계상 궁여지책적인 방식이지만 한국어의 경우는 현행의 한글전용과 국한문혼용의 적절한 절충안만 국가에서 마련하면 어렵지 않게 가벼운 수준의 국한문혼용이 가능할 것이다. 인명이나 고유명사 또한 한자 사용을 강제하지 않으므로 꼬박꼬박 한자로 변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 없이, 현행대로 한글로만 입력하거나 필요가 있으면 괄호를 열고 병용하면 되는 일이다.

또한 옆나라 중국이나 일본에서 한자를 사교육으로 가르치는 일은 거의 없기에 (일부 고급 한자 자격증의 경우는 논외로 한다면), 한글전용론자들의 주장처럼 한자혼용이 한자 사교육 시장의 활성화를 부추긴다는 것은 가능성이 없다. 한자혼용이 실시될 경우, 일상 생활에서 초급 수준의 지정된 상용한자를 충분히 접하므로, 예를 들어 상용한자를 800자 지정하고 혼용하게 될 경우, 공교육의 힘으로 충분히 초등학교 4~5학년 수준 레벨에서 충분히 익히고 쓸 수 있다.

3.2 한글전용론

3.2.1 국한문혼용의 일관성에 대한 문제제기

혼동될 수 있는 단어만 한자 표기하자는 제안은 '혼동될 수 있는 단어' 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이상, 일관된 원칙 없이 무턱대고 사용하자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혼동될 수 있는 단어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라면 다른 단어로 대체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설령 혼동될 수 있는 단어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 하더라도 한글 전용의 범위 내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다.

3.2.2 대중의 무관심

이미 한문 교육용 기초 한자(이하 교육용 한자) 1800여 자가 지정된 상황에서 추가로 지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뿐더러, 학문 등 기타 사유에서 만들려고 해도 한자 사용 계층 자체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만들어 봤자 사장될 것이 뻔할 뻔 자인데 만들 이유가 없다. 발음 개수가 120여 개밖에 안 되어 동음이의어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 부득이하게 한자를 사용해야만 하는 일본도 아니고, 독음·입력에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국한문혼용의 필요성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여 한국어 교육에 한자는 배제하는 추세다. 교육용 한자 1800여 자가 사실상 없어도 별 상관이 없게 된 것도 한자 사용자가 급속도로 축소된 상황이니 대다수가 사용도 안 하는데 지켜야 할 이유가 없게 된 것이 가장 크다.

3.2.3 허용범위 외 한자의 표기 문제

한자로 표기하는 한자 수를 제한할 경우, 허용 범위 안에 들어 있는 한자와 그렇지 않은 한자가 함께 쓰인 단어가 있을 때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교육용 한자 1800여 자를 한자로 표기하는 범위로 제한한다고 할 때, '사회(社會)'는 社會라고 쓰면 되고, '종용(慫慂)'은 '종용'이라고 쓰면 된다. 그러나 '교란(攪亂)', '반발(反撥)'의 경우 亂, 反은 교육용 한자에 포함돼 있지만 攪, 撥은 포함돼 있지 않다.

실제로 일본어에는 비슷한 문제가 존재하는데, 일본어의 경우 상용 한자에 포함되지 않은 한자는 가나로 표기하거나 독음이 같은 상용 한자로 대체한다(독음이 같은 상용 한자로 대체할 때는 대개 그 중에서 의미가 비슷하거나 (형성자일 경우) 성부에 해당하는 글자로 대체한다). 攪乱(かくらん)은 攪를 가나로 대체해서 かく乱이라고 표기하고, 反撥(はんぱつ)는 撥를 독음이 같은 상용 한자로 대체해 反発로 표기한다. 여기서 예로 든 攪亂(교란)과 反撥(반발)을 이 방식을 적용해서 대체 표기를 해 보자면 '亂', '反' 정도로 표기될 것이다. 이런 식의 대체 표기는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도 오히려 지장을 준다.

3.2.4 정보 전달의 비효율성

한자 혼용을 한다면 고유 명사의 한자는 교육용 한자가 아닐지라도 반드시 한자로 쓰게 될 텐데, 이는 전화와 같이 청각에 의존하여 정보를 주고 받아야 하는 수단으로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 줘야 할 때 굉장히 불편해진다. '어떤 단어에 들어가는 어떤 한자' 내지는 '어떤 구성 요소와 어떤 구성 요소의 조합이다'와 같이 한자를 '묘사'해야 한다. 情을 설명한다면 '우정의 정'이나 '심방변에 푸를 청'과 같은 식으로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한자를 혼용하는 일본의 경우 전화로 자신의 이름을 설명할 때 애를 먹는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교육용 한자에 있는 한자보다는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는 한자를 이름에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자를 묘사하는 방법이 잘 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듯 인명에 쓰이는 한자를 문제없이 입출력하기 위해서는 고려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돈도 무진장 깨진다. 당장 인명용 한자표(원본, 텍스트 버전)만 봐도 교육용 한자보다는 추가 한자의 수가 훨씬 더 많다.

4 관련 문서

  1. 여기에서 합의가 되었다.
  2. 벽자를 포함한 한자어를 전부 한자로 표기.
  3. 여기서 '僻(벽)'은 상용한자 범위 밖에, '字(자)'는 범위 안에 있다. 그래서 이런 단어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자세한 것은 '한자 정비 사업' 부분 참조.
  4. 모든 한자어까지 순우리말로 하자는 주장은 국어순화이며 이는 한글전용과는 다른 개념이다. 항목 참조.
  5. 이는 일부 단어를 한자로 병용하자는 건 한자를 특수문자처럼 활용하자는 의미이지 병용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본문의 교수는 한글전용이 일부 동음이의어엔 불리할 수 있으나 그 수가 많지 않기에 별 문제가 없으며 한글전용으로 일반 생활 및 고급 학문 활동까지 하자고 의사를 밝혔다.
  6.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학교'를 '배움집'으로, '비행기'를 '날틀'로 바꾸기를 주장한 사람은 당시 한글학회 이사장이었던 최현배라는 것이다. 이는 한글전용국어순화가 명백하게 별도의 주장이라는 증거가 된다.
  7. 누적 비율 0~50%, 51~90%, 91~98%, 99~100%
  8. 음가 '가'에만 117개에 달하는 한자가 배정되어 있고 '사' 같은 음가엔 무려 292자에 달하는 한자가 있으니 말이다(네이버 한자 사전).
  9. 참고로, 한자어 '부채'의 경우에는 [부ː채] 식으로 발음을 길게 하는 것으로 구분된다고 사전 등에는 적혀 있지만, 현대 한국어 사용에서 그런 식의 발음 구분은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미 사멸했다.
  10. CIA World Factbook, 국제 연합 개발 계획
  11. 중화민국(대만 정체자) > 본토(간화자) > 홍콩(홍콩 정체자)
  12. 중국의 문맹률은 자료마다 달라 4억 명에서 2억 명 정도로 오차가 크게 나지만 대체적으로 20%가 문맹인 것으로 추측된다.
  13. 미국(美國), 영국(英國), 독일(獨逸), 아수라장(阿修羅場) 등
  14. 이성(理性), 주의(主義), 문명(文明), 윤리(倫理), 사회(社會), 선거(選擧) 금융(金融), 아령(啞鈴) 등이며 음차어와 달리 어느 정도 의미 해석은 가능하지만 아주 정확하지는 않다.
  15. 표음 문자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표의 문자에서는 빈번히 생길 수 있는 일이다.
  16. '연골', '동맥', '십이지장'과 같은 의학 용어는 이 책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17. 현재의 일반 한국어 입력기는 한글전용체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국한문혼용문을 입력하려면 무리가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18. 한자 변환 결과를 IME가 기억하고, 나중에 같은 단어를 다시 변환할 경우 IME가 그 단어를 우선으로 띄운다. 예를 들어 '정신'을 마지막으로 淨神으로 변환했다면 IME가 이 변환 결과를 기억(≒ 학습)하고, 다음에 '정신'을 변환할 때는 淨神을 1순위로 띄우고, 精神 등의 다른 후보를 2순위 이하로 밀어낸다.
  19. '비명'을 '지르다'와 같이 쓰고 변환하면 悲鳴이, '새기다'와 같이 쓰고 변환하면 碑銘이 맨 처음에 나오도록 해야 변환 효율이 높아지고 편리하다.
  20. 유니코드 시대에 웬 새로운 한국어 문자 집합이 필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어 문자 집합은 한국어 표기에 쓰이는 문자들을 모아 놓은 집합이기 때문에 한국어 전산 처리와 한국어 글꼴 제작에 필수적이다. 유니코드를 쓰더라도, 한국어 표기에는 어떠한 코드 포인트들에 해당하는 문자들이 사용된다는 정보가 있으면 한국어 전산 처리 시와 한국어 글꼴 제작 시에는 수많은 유니코드 문자들 중에서 그 문자들만 지원하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어 문자 집합이 없다면 한국어 처리를 위해 글꼴 회사마다 커버하는 문자 영역이 달라질 텐데, 이렇게 되면 하나의 글자가 어떤 회사의 글꼴에서는 표현되지만 다른 회사의 글꼴에서는 표현되지 않는 문제가 생겨 불편을 초래한다.
  21. 禾+斉이니만큼 정체자로는 穧일 것이다. 풀어쓰면 禾+齊이고, 이 글자는 옥편에는 '벼움큼 제'로 등재되어 있다.
  22.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정체자는 꽤나 자주 쓰였다.
  23. 즉, 이러한 서울驛, 까치山 과 같은 표기는 중국어, 일본어 사용자를 위한 표기가 아니며, 이는 한국어 화자에게 정확한 역명을 전달하기 위한 한국어 표기이다. 그러므로 위의 기사에서의 문제제기는 틀린 문제제기이다.
  24. 한국어 및 중국어에 한해서다. 일본어는 훈독 음독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음독자체도 오음 한음 등 매우 갈래가 많다.
  25. 서양에서는 일상적으로 middle name은 생략하고 first name이랑 last name만 쓴다. Facebook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일상에서 이름이 겹치는 경우는 제법 된다.